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7.7-8.76호

'노동자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을 위하여' 연속워크숍 참관기

김혜진 | 여성부장
워크숍에 대한 소략 정리

이 워크숍은 ‘노동자 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을 위하여’라는 제목에서 이미 알 수 있듯, 사회운동포럼의 문제의식에 페미니즘이라는 의제를 접합시키고자 ‘사전 워크숍’으로 기획된 자리였다. ‘노동자 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을 위한 과제를 제시하고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현실 운동 진단과 쟁점, 노동조합에서의 페미니즘 실천의 과제를 논의하는 것이 이 자리의 목표였다.
워크숍은 총 3차로 진행되었는데 ‘왜 현재 비정규직철폐투쟁이 여성 노동권 쟁취 투쟁이 아닌가’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1차 워크숍에서는 ‘여성들의 투쟁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운동 사회의 과제로서 인식되고 있는가’에 대한 진단과 평가가 이루어졌다. 여성 노동자는 만성적인 실업과 저임금, 빈곤에 처해있으며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투쟁의 상징이 되지 못하며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투쟁은 성별화된 권리로서 여성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지적되었고, 이와 관련된 토론이 이루어졌다. 토론 내용 역시 대부분 여성의 현실에 대한 진단은 동일하게 전제하고 있었으며 그와 관련된 사례나 경험들이 발언되었다.
2차 워크숍은 ‘일․가정 양립 논의에서 한국사회 노동자 운동의 한계와 과제’라는 주제와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여성은 출산, 가사노동이라는 의무와 책임의 굴레 속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정부 정책을 통해 적극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노동자운동 역시 여성을 재생산의 1차 책임자로 상정하는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이에 대한 맹목을 보여주고 있다는 진단과 평가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3차 워크숍은 ‘노동조합 내 페미니즘 실천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이루어졌고, 현재 노조의 페미니즘에 관한 맹목을 짚어내는 다양한 사례와 현황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이 워크숍은 많은 이들로부터 연속 워크숍의 하이라이트로 평가되었는데, 참가자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경험과 사례들이 많이 이야기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워크숍에 참가한 이후 소회

이 세 차례의 워크숍에 참가하면서 새로운 공간에서 사회운동의 첫발을 막 내디딘 새내기로서 몇 가지 소회를 적어보고자 한다.
우선 이 워크숍은 그 제목에서부터 많은 질문과 과제를 내포한다. ‘노동자 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이라는 주제는 단지 노동자운동에 대해 어떤 각성을 촉구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운동에게 도발적인 쟁점을 던진다. 사회운동포럼이 말 그대로 제 운동 단위들이 소통과 연대를 통해 변혁을 지향해 나가는 공간이라면, 그 ‘사전 워크숍’으로 배치되어 사회운동포럼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로 제기된 것이기 때문이다. ‘왜 노동자 운동은 페미니즘과 결합되어야 하는가,’ ‘왜 지금 노동자 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이 제기되는가,’ ‘페미니즘이라는 잣대로 평가되는 대상으로서 왜 노동자운동이 지목되었는가’라는 질문이 가능한 이 워크숍을 통해 변혁운동의 과제로서 ‘노동권’과 ‘여성권’을 종별적이면서도 접합적인 방식으로 고민하게 된다면 본래의 목적을 어느 정도는 이루는 것이 아닐까한다. 그리고 그 목적은 바로 노동자운동이나 여성운동이 서로를 대상화하면서 필요에 따라 특정 이슈를 중심으로 결합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의 이념과 운동을 성찰, 평가하면서 진정한 보편적 권리로서 재구성되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이런 재구성을 위해 현실 운동에 대한 진단과 평가는 필수적이다. 그 동안 운동 사회에서 페미니즘의 지위는 상당히 애매모호했던 것 같다. 너무 쉽게 동의되거나, 너무 쉽게 부차화되는 의제로서 위치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은폐되고 허울만 남게 되지 않았나 한다. 운동에 있어서 페미니즘은 세기를 넘어 제기되는 참으로 지난한 과제이다.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 긴 세월 동안 ‘여성해방’에 있어서만큼은 노동자운동과 지배계급은 계급을 뛰어넘는 공통의 맹목을 보여주었다. 현재 지배 계급은 오히려 여성의 권리에 대한 온갖 포장과 수식을 갖다 붙이며 여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하는데, 운동은 여전히 여성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거의 전무하여 스스로를 수세로 몰고 있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현실 운동에 대한 가감 없는 비판을 통해 이번 사회운동포럼에서 다시 논쟁과 갈등이 촉발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이념과 운동에 대한 평가를 통해 구체적인 현실의 과제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장기화되고 있는 여성 사업장 투쟁이나 한창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이랜드 투쟁 등에 대한 노조의 시선이 단지 ‘여성들이 많은 투쟁 사업장’을 넘어 여성권에 대한 인식으로 투쟁 자체가 재구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다. ‘투쟁하는 조합원들 중 육아 때문에 그만둘 사람은 이미 그만두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 강하다’는 이랜드 일반노조 조합원의 발언은 여전히 가사와 양육의 문제가 노동자운동의 의제로 사고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1970~8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뜨거웠던 투쟁이 소강되었듯 오늘날의 여성들의 투쟁이 온전히 해방을 향한 투쟁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산이다. 그리고 이 투쟁을 통해 오점을 남겼던 역사를 뛰어넘어 노동자 스스로도 주체화되고, 다양한 사회운동 역시 각성과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운동포럼과 페미니즘 사전 워크숍의 치열한 논쟁이 지금의 이 투쟁들과 결합하여 주류 여성운동과 지금까지의 노동자운동의 한계를 뛰어 넘는 새로운 여성운동의 단초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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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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