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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7.9.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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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형제』, 최용만 옮김, 휴머니스트, 2004

강영규 | 회원

『살아간다는 것』, 『가랑비 속의 외침』 『허삼관 매혈기』 등으로 한국에도 많은 독자를 가진 중국 제3 세대 작가 위화의 새 소설이다. 현지에서는 2005년에 출간됐고, 한국어판을 비롯하여 23개국에 번역출간 된다고 하니 중국의 젊은 작가 중에서는 가장 널리 알려진 축이 아닐까 싶다. 지난 2000년 희곡작가 가오싱젠이 노벨상을 타면서 중국문학의 위상을 높였지만 그는 1940년 생의 노장인 데다 프랑스 망명중인 탓에 그네들 표현으로 ‘대륙문학의 중심’에서는 벗어나 있다고도 하겠다. 이에 반해 위화는 모옌, 쑤퉁, 류헝 등과 함께 중국문학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작가로 꼽힌다.
『형제』는 1960년 생인 작가 또래의 이복형제 둘이 주인공이다. 한 소읍에서 태어나 문화대혁명 시기에 성장기를 보내고, 70년대 개혁개방기의 청년시절을 거쳐, 2000년대 현재 중년이 되기까지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이 펼쳐진다. 그러는 동안 형제와 더불어 살아가는 주변인물들, 그들의 삶의 공간인 소읍 또한 가파른 변화의 파고에 넘실거린다. 작가는 피카레스크적 인물묘사와 과장된 에피소드로 질펀한 이야기판을 끌고 간다. 동양전통의 영웅전과 기담류 플롯에 서양전통의 라블레식 유머와 돈키호테식 캐릭터를 풀어 넣고, 여기에 작가의 직설적이고 강렬한 사회풍자를 ‘발언’하는 식이다.
이야기의 축은 순박한 지식인 유형의 형 송강과 좌충우돌 건달 유형의 동생 이광두의 엇갈리는 인생행로다. 이 둘의 대조적인 심성은 두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본성적인 것으로, 형이 근대적인 아버지를 닮았다면 동생은 전근대적인 아버지의 핏줄을 타고났다. 이광두의 친부가 오래 전에 죽은 것으로 처리되고 그의 어머니가 송강의 아버지와 재혼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이들의 삶이 애초부터 전통적 세계와의 단절이라는 전제 위에 놓인다는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중심인물인 이광두의 운명론적 자질이 우연과 비합리, 무분별한 욕망으로 점철된 한에서, 그에 대한 작가의 시선은 다분히 신화적이고 시대착오적인 프리즘을 통과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프리즘의 광차가 너무 크다는 데 있다.
형제가 겪는 문화대혁명의 참혹상이나 개혁개방기의 사회변화, 그 후의 급격한 자본주의화의 천태만상은 민담이나 전설 속에 나오는 기행들과 그 실감이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에 대한 풍자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인물과 사건의 개연성과 설득력은 점차 엇나가기 시작한다. 특히 개혁개방과 자본주의화의 바람을 타고 승승장구하는 이광두의 우스꽝스런 성공기 속에는 경제지상주의나 인민의 속물화, 여성의 상품화 등에 대한 준열한 비판이 들어 있지만 과장된 톤 탓에 리얼리티가 종종 훼손된다. 특히 성공한 거부 이광두가 ‘처녀막’이 보존된 미녀선발대회를 개최하는 장면, 가난한 송강이 각지를 떠돌며 가짜 약을 팔 때 광고효과를 위해 유방확대술을 받는 장면 등은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장황하다는 인상이다.
물론 이러한 서술전략은 영웅설화의 패러디를 통해 현실의 영웅이란 불가능하며, 그것을 영웅으로 받들 때 오히려 그 부정성이 더더욱 드러난다는 반신화-반영웅의 구현으로도 읽힌다. 또한 시대착오적 인물이 실은 시대를 타고난 풍운아라는 역설로써 현실의 총체적 불구성을 환기시키는 장치일 것이다. 그러나 신화든 반신화든 그것의 현실적 참조점이 불투명해질 때 애초의 작의 또한 희석되기 마련이며 익숙한 내용전개로써 서사의 파괴력은 반감된다. 라틴문학의 마술적 리얼리즘의 흔적이 뚜렷한 위화의 ‘설화적 리얼리즘’의 세계가 지난 50년 간 중국인민의 의식과 무의식에 일어난 격변을 올곧게 담아낼 서사적 틀로는 아직 미진한 점이 있다는 판단을 거두기 어렵다. 전작에 비해 『형제』에서 가장 또렷하게 드러난 선 굵은 서사, 짙은 황토빛 정서, 넘치는 민중적 활력 같은 위화 문학의 호쾌한 특징은 내면 지향의 자폐적 서구소설의 일단에 시사하는 바가 있겠다. 하지만 현실의 미묘한 갈등과 분열적 양상 같은 복잡다단한 착종을 반영하는 면모가 아쉬운 마음도 여전하다.

위화는 이 책의 출간 직전 가진 초청강연에서 어린시절 모택동의 홍위병이었음을 밝히며 ‘온실 속의 꽃이 되지 말라.’는 모주석의 말을 여전히 신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과 함께 자신의 지난날을 회고하며 ‘나는 병자다.’라고 토로한 머리말의 한 대목을 겹쳐 읽으니, 정신적 감염을 무릅쓰고 작가로서 병리적 현실과 정면으로 맞서려는 의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주제어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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