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7.9.77호

이랜드-뉴코아 투쟁 승리하여 비정규악법 폐기로 나아가자

정영섭 | 노동국장
비정규 노동자 학살 정권

‘비정규직 대량해고 중단’, ‘외주화 철회’, ‘직무급제 반대’,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투쟁에 나선 이랜드-뉴코아 노동자 투쟁에 대해 노무현 정권은 두 번에 걸친 강제진압으로 화답했다. 7월 20일 홈에버 월드컵점과 뉴코아 강남점 점거파업에 대해, 7월 31일 뉴코아강남점 점거파업에 대해 해머와 도끼, 진압봉으로 무장한 경찰특수기동대와 전투경찰 병력을 앞세우고 군사작전 펼치듯 폭력 침탈을 했다. 각각 7천 명과 5천 명의 병력이 투입되었다. 두 번의 진압작전에서 연행자만 400여 명에 달하고 6명이 구속되었다. 이랜드 투쟁이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외주화 시키는 비정규직법 전반의 문제를 폭로하고, 전 사회적인 지지를 받게 되자 노무현 정권은 또 다른 비정규직 투쟁으로 번질 기미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서둘러 무력진압에 나선 것이다. 비정규직법을 만들어 비정규직을 맘대로 쓰다 버리게 하고, 임금 80만원 받는 여성비정규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지키고자 나선 투쟁을 군화발로 짓밟음으로써 노무현 정권은 ‘노동자 학살정권’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였다. 사법부 역시 사측의 손배 가압류, 영업방해 금지 가처분, 노조지도부에 대한 구속에 손들어 주면서, 자본의 소유권에 대한 수호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여성비정규노동자들을 착취하고 한 번 쓰다 버리는 일회용 취급한 이랜드 자본은 막대한 자금을 들이고 전 직원을 동원해 여론호도에 나섰고, 매장 입점업체 점주들을 동원해 연일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물리적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투쟁의 의미

첫째, 이랜드-뉴코아 투쟁은 비정규직 투쟁의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투쟁은 비정규직 ‘보호’법안으로 포장된 비정규직 ‘해고’법안의 실체를 낱낱이 까발렸다. “도대체 누가 비정규직법의 보호를 받고 있나요? 이 자리에 누구 하나라도 그런 사람 있다면 나와 보세요. 한 명도 없습니다.”라고 절규하던 어느 이랜드 조합원의 목소리는 송곳처럼 핵심을 찌르고 있다. 석 달째에 접어든 이번 이랜드-뉴코아 비정규직 투쟁은 전체 비정규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이 걸려 있는 싸움이다. 애초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 ‘보호’라는 미명하에, 2년 이내에서 계약직과 파견직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하는 비정규직법을 만들고 통과시킬 때부터 비정규직이 대량 해고되는 것은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2007년 7월 1일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정권과 자본은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들을 정규직화하지 않기 위해 해고를 일삼았다. 막대한 비정규직 사용으로 인해 사회적 영향이 큰 금융, 유통, 공공부문 등에서는 소위 ‘중규직’이라 불리는 분리직군(무기계약직)을 만들어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 고착화를 추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투쟁이 터져 나오리라는 것도 충분히 예상되었다.
이 투쟁으로 사람들은 이제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본 측이나 노동 측도 이 투쟁이 향후 비정규직 투쟁의 진로를 가늠하는 핵심 투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노동운동의 입장에서는 작년 비정규직법이 통과되는 것을 막아내지 못한 무기력을 넘어서 이후 투쟁을 다시금 조직하고 기운을 형성하며 비정규직법에 맞설 수 있는 중대한 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얼마 전에 열린 사회운동포럼의 사회운동총회에서 이랜드 조합원이 “남한 땅에서 이랜드 투쟁이 불씨가 되어 전국에서 비정규직 투쟁의 불꽃이 타오르게 하자”고 호소했듯이 이 투쟁을 발판으로 더 많은 비정규 노동자 투쟁을 조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 이랜드-뉴코아 투쟁은 여성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과 연대를 보여준다. 공권력의 탈을 쓴 무자비한 ‘자본의 사병’에 의해 끌려나오면서도 이랜드 노동자들은 “우리는 정당하다, 기필코 승리한다”, “몇 번이고 매장을 점거할 것”, “노동자가 아니라 박성수를 잡아가라”며 투쟁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투쟁을 통해 여성비정규노동자들이 ‘반찬값 버는 아줌마’가 아니라 투쟁의 주체로서 단련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식하며, 연대의 소중함을 깨닫고 스스로 단결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비정규직을 위한 싸움이다, 억울하게 구속된 조합원들이 풀려나고 해고된 비정규직 동료들이 복직되는 그날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한다. 이랜드 투쟁은 주변부에서 값어치 없는 노동으로 내몰리고, 항시적으로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며 가사노동과 임금노동에서 동시적으로 착취당하는 여성비정규노동자들의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우리는 이랜드 투쟁을 여성노동자의 투쟁으로 적극적으로 바라보고 여성노동권에 대한 토론을 현장에서부터 확대할 필요가 있다. 나날이 힘든 투쟁의 과정에서 이랜드 여성노동자들은 자녀들에게 소홀해지는 스스로에 자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남편이 불만을 터뜨리거나 말리는 것에 움츠러들기도 하지만, “밥 한 끼 해주는 것보다 비정규직을 물려주지 않는 것이 자식들에게 더 중요하고, 옆에서 같이 싸우는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이 너무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줌마, 아내, 엄마에서 여성노동자로서 스스로의 일자리와 권리의 중요성을 더 깨달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경찰폭력 앞에 더 이상 당할 수 없어서 직접 여성사수대를 조직하여 공권력의 폭력에 주체적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셋째, 이랜드-뉴코아 투쟁은 지역연대 운동을 빛나게 만들었다. 이랜드-뉴코아 노동자들이 6월 하순부터 무기한 공동파업에 돌입한 이후 매일 매장 봉쇄를 통한 매출 ‘0’투쟁, 20일이 넘는 점거파업과 농성, 전국적 매장 타격투쟁, 전 사회적인 불매운동 등으로 이랜드 자본은 실질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매출 손실액을 공개해야 하는데, 그러면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겨 이랜드 자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소 500억대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는데, 이것은 이랜드 노동자들의 과감한 투쟁과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민주노동당, 사회운동단체, 학생, 노점상, 철거민 등 연대 대오의 헌신적인 지원과 연대가 빚어낸 성과다. 이는 각 지역의 매장을 봉쇄하고 타격해야 하는 투쟁의 속성상 일산에서부터 순천에 이르기까지 지역의 투쟁주체들을 결집시키고 연대의 폭을 넓히는 지역 연대운동으로 나아가게 하는 과정이었다. 예를 들어, 홈에버 월드컵점에서는 작년부터 지원대책위가 결성되어 조합가입 사업을 진행하였고, 투쟁에 돌입하고 나서는 지역 선전전부터 연대투쟁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주체적 활동을 하고 있고, 서울 나머지 지역에서도 이랜드-뉴코아 투쟁에 대한 대책위가 결성되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천에서도 지원대책위가 작년부터 매주 선전전을 진행하고 노조와 함께 조직화 사업을 하였고 그 성과를 이어 파업투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조합원들과의 아래로부터의 연대는 조합원들에게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고 연대 대오에게는 연대의 의미를 더욱 강하게 인식시키고 주체적인 활동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이랜드-뉴코아 투쟁은 정규직-비정규직 연대투쟁이다. 이랜드 일반노조는 비정규직이 대다수이지만 뉴코아노조 같은 경우는 조합원들의 대다수가 정규직이며 비정규직이 적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해고와 고용 문제, 외주화 문제 등을 내걸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정규직의 문제가 곧 정규직의 문제라는 주체들의 인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정규직이 해고되고 그 자리가 외주 용역으로 채워지거나 더 짧은 단기계약직으로 채워지면 다음 차례의 해고와 외주화는 정규직에게 다가오는 것이고, 비정규직 활용을 위해 정규직을 전환배치하는 것과 같은 불안이 다가온다. 더욱이 자본은 전체적인 구조조정과 비용절약을 위해서 해고와 외주화를 손쉽게 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를 더욱 갈라놓으려 한다. 이에 맞서는 유일한 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문제를 공동으로 인식하고 단결하여 싸우는 것인데, 이랜드-뉴코아 노동자들은 이를 실천하고 있어서 더욱 값지다.

비정규직법 폐기 투쟁으로 나아가자

이랜드 투쟁이 들불처럼 번지자 외주화를 계획하던 자본들은 이를 유보하거나 분리직군제 전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부장관조차 “외주화를 주려고 했다가 이번에 이랜드가 당해서 기업들이 손쉽게 외주화하지 못한다”고 시인했다. 자본가들은 비정규직들이 집단적으로 저항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랜드 투쟁은 소위 비정규‘보호’법이 오히려 비정규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면서 비정규직법을 뿌리채 뒤흔들며 이에 대한 대중적 문제제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노동부 조사에서도 300인 이상 대기업의 30%가 계약직 업무를 외주화시킬 계획이고, 파견노동자를 쓰는 기업들의 59%가 2년마다 교체하겠다고 답하는 등 비정규직법은 실제로 ‘비정규노동자 해고·외주화법’으로 기능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시정 제기 건수도 지금까지 몇 건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법 시행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냐며 ‘비정규직법의 조기안착화’만을 부르짖고 있으며, 자본가들은 한 술 더 떠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자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비정규직법을 통과시킨 장본인들인 국회 환노위원들도 절반 이상이 법이 문제가 있다고 시인하는 형편에 말이다.
이랜드 투쟁의 승리는 비정규직법 폐기 투쟁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을 더욱 확대하고 역량을 집중시켜 비정규직법 철폐 투쟁의 활로를 열어가야 한다. 특히 노동운동 주체들이 비정규직법 폐기 투쟁을 새롭게 다시 결의해야 한다. 이것은 이랜드 투쟁을 각급 현장으로 확산하여 지원과 연대를 조직하는 것과 더불어 각 현장에서 비정규직법으로 인한 문제들을 발굴하고 주체들을 조직함으로써 또 다른 투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랜드 노동자들이 비정규직법 문제를 자기 문제로 받아 안고 투쟁에 나섰듯이 다른 곳에서도 그러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9월 총력투쟁으로 승리를 향해

이랜드-뉴코아 투쟁에서 승리하고 비정규직법 폐기 투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매장봉쇄 투쟁을 확대하고 파업투쟁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노총 각급 산별연맹들과 지역본부, 단위노조, 민주노동당 지역조직과 제반 연대 단위에 이르기까지 역량을 조직하여 지역 차원에서 매장봉쇄와 점거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8월 21일 열린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비록 연대파업이 결의되지는 못했지만, 이랜드-뉴코아 매출이 최대가 되는 추석 시기에 총력 투쟁을 해서 승부를 본다는 계획과 생계비 모금이 결의되었다. 9월 8일~9일 1차 상경투쟁과 서울지역 매장 봉쇄투쟁, 9월 15일~16일 2차 상경투쟁과 서울, 경기, 인천지역 매장 봉쇄투쟁, 그리고 두 차례에 걸친 전국 61개 매장 동시다발 타격투쟁 등을 반드시 실질적으로 성사시켜 이랜드 자본과 노무현 정권을 무릎 꿇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랜드 자본은 현재 발악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대하는 노동단체들까지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하고 점주들과 용역들을 동원하여 폭력을 행사하는 등 치졸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 그만큼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에는 이랜드-뉴코아 노조와 민주노총에서 추석 이전 총력투쟁 계획을 내놓자, 교섭을 하자면서 교섭시기에는 투쟁을 중단하라면서 추석매출만은 지키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다시 말해, 9월 총력투쟁이 승리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이랜드-뉴코아 투쟁은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자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의 투쟁이다. 스스로 주체가 되어 투쟁과 연대의 공간을 열어나가고 새로운 노동자운동의 기운을 북돋우는 소중한 과정으로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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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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