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7.9.77호

사회운동포럼, '겨우'내딛은, 그러나 '큰' 한 걸음

박준형 | 회원
나흘간 진행된 사회운동포럼, 참가한 분들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충분히 소통하고, 연대의 의지를 다지고, 변혁의 전망을 발견했는가? 혹은 참가는 못했지만 관심 갖고 지켜본 분들에게 물어보자. 사회운동포럼에 대한 숱한 기사와 보고서, 메일, 무척이나 두껍고 무거운 자료집 속에서 답을 찾았는가?
솔직히 나흘간 일정에 참여한 나는 위의 대답에 모두 부정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실망했을까? 아니, 천만에. ‘그렇지만’ 혹은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사회운동포럼은 가슴을 울리는 경험이었다. 가야할 길이 멀지만, 드디어 ‘길’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들의 소통, 대중과의 소통

사회운동포럼의 모토는 소통/연대/변혁이었다. 이번 포럼은 우선 사회운동 단체들 간의 소통을 증진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것을 위해서 많은 운동단체들이 자신의 고민을 다른 단체와 다른 운동과 여러 가지 워크샵을 통해서 공유했다. 첫날 ‘사회운동 대토론회 1,2부’는 우선 그러한 소통을 위한 전제를 검토하고 쟁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여러 사업 속에서 연대하면서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생각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던 셈인데, 같은 점만큼이나 차이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차이를 대화의 가능성을 전제하고 확인한다는 것은 운동들의 연대를 확장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첫날 대토론회에서 <신자유주의 반대, 평등을 향한 민중행동(대구)>의 활동가가 플로어에서 언급한 것처럼 단체들, 혹은 활동가들 간의 소통 이전에 '대중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해야 운동들 간의 소통이라는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번 사회운동포럼은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문제의식으로 충분히 나아갔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물론, 사회운동포럼은 그 형식 상 대중의 참여를 증진하는 데 이르기에는 힘든,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다만, 활동가들이 토론하더라도 대중적 지향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운동노선의 토론, 공동의 대안이념의 형성을 위해서 상이한 운동들의 소통이라는 문제는 각각의 사회운동이 다른 장소, 혹은 어떤 토론회나 네트워크 이전에 대중 속에서 서로 어떻게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혹은 부문운동들 간의 소통이라는 쟁점의 진실은 ‘대중’에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사회운동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관계망이 의미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운동들이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고민을 할 때에야 비로소 대중운동이라는 공간 속에서 함께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쟁점은 또한 지적 차이의 감축, 지식의 민주화라는 쟁점, 시민교육이라는 문제를 동반한다. 또한 ‘미래를 돌아보라! 새로운 사회운동 활동양식(이하 새로운 활동양식)’ 워크샵에서 제기되었던 것처럼 민주주의의 내실화, 집회와 언어 등 각종 운동양식의 혁신도 필수적이다.

당과 노조, 운동들의 변화

이번 사회운동포럼의 ‘효과’라고 한다면, ‘사회운동’의 지향을 여러 운동들이 진지하게 다시 검토하고 공유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사회운동과는 마치 다른 것으로 이해되어온 정당운동과 노조운동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날 ‘사회운동대토론회’에서 제기된 것이기도 하고, ‘사회운동과 정치운동’ 워크샵에서도 제기된 ‘운동정당’, 혹은 ‘사회운동적 당’이라는 문제의식부터 말해 보자. ‘사회운동대토론회’에서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연대(이하 전진)>의 장석준은, 운동정당은 사회운동과 제도정치의 긴장과 갈등 속에 존재한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긴장을 인식하고 정세에 개입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사회운동이 국가에 진출하는 경로로서 당운동을 생각해야한다는 입장이며, 전체 사회운동의 전반적인 변화 속에서 이야기할 과제로 ‘운동정당’을 제기한다. ‘사회운동과 정치운동’ 워크샵에서 <전진>의 김종철은 정당운동이 구조적으로 가지게 되는 국가장치와의 결합, 선거정당화의 문제점 등을 언급하면서, 지역이라는 공간에서 사회운동과 정당운동이 만날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당운동의 변화가 ‘사회운동 속에서’ 이루어져야한다.
한편, 노동자운동과 관련해서도 ‘사회변혁적 노동운동’ 혹은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이 제안된다. ‘사회운동과 노동운동’ 워크샵에서는 노동자운동이 사회운동의 일부로서, 해방을 위한 보편적 이념들을 받아들이면서 개조되고, 경제주의를 넘어서야한다는 점이 공유되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김진억은 이를 위해서 노동자가 사회운동을 할 수 있는 조직적 틀도 필요하다는 점을 제안한다. 그것은 물론 지역에 기반한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들은 정당운동, 노동자운동들이 ‘사회운동적 지향’이라는 것을 새롭게 발견하고 검토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까지 마치 사회운동들과는 다른 것들, 국가장치와 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조직으로서 정당이라거나, 경제적 이해를 지키기 위한 투쟁조직으로서 노조를 바라보는 관점을 넘어서 변혁을 위한 사회운동으로서 이 운동들을 다시 바라본다. 이 속에서 이 운동들이 자신의 위치를 다시 규정하고 운동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와 함께 기존의 사회운동단체들의 운동으로 협소하게 이해된 사회운동의 변모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되지는 못했다. 정당운동과 노동자운동의 변모와 함께 사회운동단체들의 운동도 변모될 필요가 있고 토론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대중과의 관계를 확장하는 것이 문제일 텐데, 사회운동포럼의 후속 프로세스로 제안되기도 한 시민교육과 같은 것이 의미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사회운동총회, 앞으로 더 나가기

사회운동총회는 총회 선언문과 사회운동과제를 토론하고 채택했다. 사회운동포럼 프로세스의 일부로 사전에 토론을 통해서 초안이 제출되었고 ‘심의’했다. 예상대로 다소 추상적인 선언문에 대해서는 문제제기가 없었고 세부적인 전략과제들에 대해서는 몇몇 의견이 나왔다. 다만 시간적 한계 등으로 인해 각 워크샵에 논의된 것들이 선언문이나 공동과제에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못한 측면은 있다. 이는 이후의 프로세스를 통해서 더 토론되고 보완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총회는 이 외에도 세 개의 행동제안을 채택했다. 10월 17일 빈곤철폐 행동의 날, 1월 22일 세계사회포럼의 글로벌 액션과 3월 8일 여성의 날에 공동행동 등을 결의했다. 단순히 다른 단체의 집회에 함께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회운동총회의 결의에 걸맞게 그러한 공동행동의 준비와 실행도 하나의 과정으로서 함께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노동운동도 여기 결합할 수 있어야할 텐데, 이것은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 외에 사회진보연대 임필수 집행위원장은 이후 사회운동포럼의 성과를 지속할 수 있도록 후속사업을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평가토론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성과를 확인하면서 아쉬움이 많았던 사회운동포럼이었던 만큼 문제의식을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단지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제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김주환 부소장은 예를 들어 사회운동의 소통의 공간으로 이랜드 투쟁의 공간을 사고해볼 것을 제안했다. 집회 투쟁의 열린 공간에서, 사회운동포럼과 같이 사회운동의 고민들이 소통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이처럼 사회운동들이 만나는 현장 여러 곳에서 소통과 연대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소통, 연대, 변혁 ; 이제 겨우 쟁점들을 확인한 사회운동들

이번 사회운동포럼의 모토인 소통, 연대, 변혁은 사회운동 상호간에, 사회운동과 대중의 소통을 증진하고 이를 통해 연대를 강화하고 이제는 잊혀지거나 화석화된 것으로 보이는 변혁의 전망을 다시 구성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포럼에서도 확인한 것처럼, 이것은 한 번의 행사로 이루어질 수 없는 장시간의 과제, 끈기있게 인내심을 갖고 하나씩 만들어가야 할 가치들이라고 할 수 있다. 소통에 기반한 연대를 하기에도, 대안세계의 상과 이에 조응하는 운동전략에 대한 변혁적 전망을 논의하기에도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이번 포럼의 의의는 오히려 최소한 소통과 토론의 전제가 될 수 있는 ‘서로 간의 쟁점’을 확인했다는데 있는 것 같다. 새로운 활동양식을 둘러싼 쟁점, 사회공공성 투쟁의 의미, 사회운동노조주의 혹은 노동자운동의 보편적 해방운동으로의 개조,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상이한 시각 등 합의를 이루거나 그를 위한 토론에 이르지 못하고 쟁점만 확인한 것들이 많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중요한 쟁점들을 도입하기고 사회운동 속에서 공론화하기도 했다. 운동들이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이제 보여주기 시작한 것들, 즉, 에이즈 인권운동, 비공식노동자 조직화, (당위가 아닌 현실로서) 풀뿌리 지역운동, 사회운동적 정당의 가능성 등, 이번 포럼을 통해서 더 가시화된 이런 운동과 고민들은 앞으로 사회운동 안에서 더 풍부하게 논의가 이루어져야할 것들이다.
사회운동들이 함께 만들어갈 대안세계의 전망, 운동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쟁점들에 대한 발전된 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그것은 상당한 기간을 필요로 하는 프로세스가 될 수밖에 없다. 사회운동총회에서 채택한 운동과제가 ver 1.0인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 속에 있는 많은 쟁점들이 이번 포럼에서 깊이 논의되지 못하고 사전에 준비된 한계도 같은 문제일 것이다.

소통의 난점들을 인내하고 넘어서기 위해서 운동 사이에 필요한 윤리

이번 포럼에 참가하면서, 쉽게 이야기하던 운동 간의 소통과 연대의 윤리를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운동들 간의 시민윤리(시빌리테)가 필요한 것일 텐데 쟁점을 확인하기에 급급했던 이번 과정에서는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던 측면일 수 있다. 이것은 이론/정치적인 측면에서는 하나의 운동(주로 노동자운동; 노조운동과 노동자정치운동을 포함해서)이 자신을 우월한 위치를 당연히 전제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주로 노동자운동이 다른 사회운동들과 관계맺는 방식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대화에서 필요한 윤리들도 매우 중요하다.
나 역시, 참가자로서 여러 토론과정에서 ‘쟁점을 분명히 하는’ 방식으로 발언했는데, 이것은 어떤 생산적이고 면밀한 토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쟁점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운동들이 제기한 입장에 어떤 합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기보다는 자기 입장을 그저 주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는 점, 혹은 실제로도 그랬을 것이라는 점에서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포럼의 대화과정과 이에 대한 자기반성의 과정에서 배우는 것일 텐데, 운동들 간의 소통에서 필요한 윤리가 강조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소통의 난점들이라는, 그 크나큰 긴장들을 견디면서 노력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지 않을까? 그것이 아니라 이번에 어떤 소통의 벽을 느꼈다고 해서 대화에서 후퇴한다면, 오히려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실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오히려 쟁점을 확인한다면, 그것을 토론하기위한 노력을 인내심을 갖고 지속할 필요가 있다.

변혁에 이르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이번 사회운동포럼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던 많은 운동적 가치들을 언급해야겠다. 프로그램 상으로는 여러 워크샵으로 표현된 운동적 가치, 쟁점들은 대안세계를 만들기 위한 전망이 매우 단순한 어떤 것으로 환원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역사적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운동을 지금 이곳에서 계승하는 대안세계의 전망은 단 하나의 슬로건으로 정리되기는 힘들 것 같다.(그러나 그것이 그리 좌절스러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운동들과의 대화, 갈등을 조정하는 민주적 과정들과 같은 것(말하자면 운동들의 운동)이 대안세계화운동의 필수적인 일부가 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포럼을 몇 번 열심히 해서 단일한 전망을 합의하고 앞으로는 이걸로 일로매진하자”, 이런 식으로는 앞으로 대안세계를 만드는 운동이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토론과 소통, 실천들의 연대를 통해서 매순간 대안을 새로 구성하면서 또한 그것을 실천해가야 한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었다.
20007년 사회운동포럼 속에서 비록 대안이념, 변혁의 길이 뚜렷이 드러내나는 않았더라도, 우리들에게 대안세계를 창출할 수 있는 어떤 운동, 어떤 길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준 것 같다. 역사적 사회주의, 공산주의 운동이 패배한 이후, 다른 대안은 없다는 신자유주의자들의 공세에 No라고 말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공동의 대안사회에 대한 전망을 넓혀가고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인지, 운동‘단체’들만이 아니라 무엇보다 대중들과 공동의 전망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이다.
주제어
정치 노동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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