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7 빈곤심판 민중행동,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외치다
UN과 NGO들의 '빈곤퇴치'의 한계 - 빈곤 철폐는 민중의 힘으로!
10월 17일은 UN이 정한 세계빈곤퇴치의 날이다. UN은 1993년 총회에서 빈곤퇴치의 날을 정한 데 이어, 2000년 총회에서는 밀레니엄개발목표(MDGs)1를 통해 2015년까지 절대빈곤과 기아를 대폭 감축할 것을 결의했다. 이에, 2004년 9월 결성된(Global Call to Action Against Poverty, 빈곤반대행동국제호소)은 2005년부터 각국 정부가 밀레니엄선언을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빈곤반대행동을 조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인권을 위한 공적 책임, 공정 무역, 개발을 위한 원조와 재정 지원, 부채 탕감, 성 평등 등을 요구하는 것을 핵심 골자로 2005년부터 화이트밴드 캠페인을 조직하고 있다. 화이트밴드 캠페인은 2006년부터 "빈곤에 맞서 일어서기(Stand up angainst Poverty)"라는 전 세계적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가 조직되어 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2
그러나 절대빈곤과 기아로 인해 죽어가는 인구를 감축하고 지구상에서 빈곤을 퇴치하겠다는 이들의 계획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빈곤반대 행동의 초점이 UN 총회, G8 정상회담, IMF나 세계은행총회 등을 겨냥하여 벌어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전 세계적인 빈곤과 불평등을 확산해온 주범들이 빈곤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이들 행동의 목적인 것이다. 또한, 이들은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지만 빈곤을 하루 1달러 미만 소득 즉, 절대빈곤과 기아에 국한된 문제로 사고한다는 점, 따라서 절대빈곤인구에 대한 원조와 지원 확대를 최대의 과제로 삼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지구촌빈곤퇴치네트워크> 등은 "심각한 절대빈곤의 상황을 미국의 원조로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뤄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이 이제 그 빚을 국제사회에 갚아야 한다."며 국제적인 원조와 지원을 확대할 것을 주장하는 논리를 펴고 있다.
물론, 당장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한 즉각적인 지원은 최대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가난과 고통 속에 죽어가는 이들에 대한 지원은 무조건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원조와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국제기구들이 행해온 개입 자체가 극단적인 빈곤과 공동체의 파괴를 불러왔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누가 이들을 절망의 빈곤으로 몰아넣었는가 하는 문제를 제대로 짚을 때만이 빈곤과 불평등을 철폐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에 도달할 수 있다. 현재의 세계질서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누가 수혜를 입고 누가 희생되었는지, 그간의 개발과 발전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으며 누구의 삶을 저당잡고 진행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우회하고서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빈곤 문제를 설명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
오늘날 전 세계적인 빈곤과 불평등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면 서구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이 자국의 복지제도를 확충하고 국부를 쌓아가는 동안, 동시에 추진한 일련의 식민정책과 IMF, 세계은행 등의 국제기구가 주도해온 신자유주의 개혁 프로그램의 이식이 오늘날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되었는지에 대해 돌아보아야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빠진 절망적인 빈곤의 늪은 기후 변화로 인한 농업의 파괴, 질병의 창궐, 내전으로까지 치달은 종족전쟁 등에서 직접적으로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리 간단하지 않은 문제이다. 몇몇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알 수 있다. 예컨대 소말리아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유목민과 소농 간의 교환경제를 통한 식량자급자족국가였다. 하지만 1980년대 IMF가 개입했고 1993년에는 미국이 '희망회복작전'과 군사적 개입을 했다. 이들이 주도한 경제개혁은 유목민과 소농들의 전통적인 물물거래 뿐만 아니라 화폐거래를 파괴했다. 또한, 곡물시장에 대한 탈규제화와 '식량원조'의 유입은 수입곡물에 대한 소말리아의 의존도를 대폭 높이고, 국제곡물기업에 의해 조절, 통제되는 공급과잉구조를 양산, 농업을 말살하고 농민들을 빈곤으로 빠뜨렸다. 세계화 시대의 기아는 '식량부족'의 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전 세계적인 농산물의 과잉공급구조에 있다. 이것이 식량주권을 해체하고 농업을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졌으며, 농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망가뜨려 국가 전체를 기아와 빈곤으로 이어지게 하는 원인이다.
종족분쟁과 내전이 식민지 분할통치에 활용되면서 빈곤의 원인을 부추긴 극명한 하나의 사례는 르완다이다. 르완다 종족 대학살의 발화점은 농업구조의 재편과 대중의 극심한 궁핍화에 있었다. 이는 국제커피시장의 붕괴와 브레튼우즈 기관이 도입한 거시경제적 개혁의 결과였다. 르완다의 후투족과 투시족 간의 갈등은 19세기말 독일이 음와미족을 이용한 식민 통치 군사기지를 만들면서 시작되었고, 1926년 벨기에 통치시대의 행정개혁은 공동체간의 연대를 붕괴시키고 종족공동체 경제를 붕괴시켰다. 이들은 자급자족농업을, 수출을 위한 환금작물 중심의 농업으로 변질시켰으며, 종족공동체의 토지는 환금작물 경작을 위한 개인농지로 분할 소유되었다. 1962년 르완다의 독립 이래 분할통치방법이 동원되는 상황에서 국제원조국회의 등은 종족 간 연대라는 추상적 모델에 기초한 '민주화'프로그램을 이식하면서 종족 간 갈등을 더욱 심화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에 1988년 IMF와 세계은행의 개입을 통한 '자유시장체제'의 강요, 1992년 세계은행의 국영에너지공사 민영화 지시 등은 1990년대 이후 고착화된 르완다 기근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종족 간 분할통치 수단을 동원한 유럽 제국들의 식민정책과 국제기구에 의한 신자유주의 개혁 프로그램이 빈곤과 폭력 확산의 명실상부한 공범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오늘날 가장 극심한 빈곤과 기아에 시달리는 국가와 민족들의 역사와 현실은 현재 전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과 서구 선진자본주의국가를 중심으로 한 세계질서 자체에 대한 비판 없이는 설명조차 불가능하다. 특히 세계대전 이후 중심부 국가들에서의 부의 축적과 보편적인 복지 확대는 세계적 수준의 경제 재편과 잉여의 수취 없이는 불가능했다. 세계경제로의 통합 과정에서 주변부 국가의 잉여는 중심부 국가로 이전되었고, 중심부 국가의 노동자들은 코퍼러티즘 체제를 통해 자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대가로 복지를 제공받은 셈이다. 대신 주변부 국가들은 하청 기지화되어 극도로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의 고용을 창출하거나, 그러한 조건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 극단적인 배제와 빈곤으로 치달았다. 이 과정에서 IMF, 세계은행 등의 국제기구들이 앞장서 신자유주의 개혁프로그램을 이식하고, UN이나 국제원조기구 등은 배제된 국가들의 원조와 지원을 수행하는 파트너쉽을 갖췄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빈곤을 심화, 고착화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비판 없는 빈곤 철폐 구호는 공허하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개혁과 사후적 원조의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는 지배세력의 대리자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빈곤에 대항하는 사회운동은 이러한 국제기구들의 개발과 원조 프로그램을 넘어 빈곤의 종식과 민중의 권리 실현을 위해 신자유주의 지배논리와 구별되는 대안적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우리는 빈곤과 실업에 대항한 직접행동 보여준 라틴아메리카의 사회운동 사례에서 고무된 적이 있다. 그리고 2006년 대륙별로 진행된 다중심 세계사회포럼에서도 그러한 가능성들이 발견된 바 있다. 아프리카 각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아프리카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NEPAD)'과 같은 프로그램이 IMF와 세계은행의 주도 하에 이루어진 구조조정프로그램(SAPs), 빈곤감축전략계획서(PRSPs)와 같은 맥락의 신자유주의 정책개혁 프로그램임을 분명히 하고 이에 맞서 싸울 것을 호소하는 아프리카 사회운동들이 바마코 사회포럼에서 목소리를 냈다. 한편 카라카스 사회포럼에서는 자유무역, 군사주의, 사유화 정책에 반대하고, 자연자원과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민중의 권리선언이 이어졌다. 금융-군사 세계화에 의해 파괴되어온 민중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이를 연대와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운동을 통해 실현함으로써 스스로 '대안'에 대한 전망과 역량을 확장해나가는 것이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야기하는 빈곤과 폭력에 맞서는 행동의 내용이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넘어서기 위해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외치다
오늘날 빈곤이 신자유주의 개혁프로그램을 더욱 공고히 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국제기구의 원조를 통해서 해결될 수 없듯, 한 국가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는 한 국가 내에서 선별적인 복지제도를 확충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 불가능하다. 빈곤에 처한 민중들이 자신의 인권을 선언하는 권리선언의 과정을 통해서만 빈곤에 대한 시각이 변화되고 빈곤과 불평등 철폐는 출발할 수 있다. 따라서 빈곤심판 민중행동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빈곤을 확산하는 원인과 주범이 누구인가를 밝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바닥 수준의 생존을 감내하며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우리의 권리가 무엇인가를 천명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인구 1/4이 전체소득의 절반을 잠식해가는 동안,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해고위협 고용불안 앞에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빈곤을 피할 수 없는 삶에 처해 있다. 직장에서 쫓겨나고, 농업개방정책으로 농촌에서 떠나온 수많은 사람들은 노점상으로, 노숙인으로 거리로 내몰렸다. 도시에는 수없이 허물어졌다가 다시 생겨나는 고층빌딩과 아파트가 즐비하지만 가난한 이에게는 잠시 몸을 뉘일 한 평의 땅도 허락되지 않는다. 분명한 사실은 어제도, 오늘도 우리는 노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업률도 줄었다 하는데, 언제 잘릴지 모르는 일자리든, 하루벌이 일자리든, 거리에서 좌판을 차리든 우리는 노동해왔고, 내일도 노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일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가난해지는가? '바닥 생계비'인 최저생계비기준을 20%조차 넘어서지 못하는 빈곤인구는 왜 천만을 향해 가는가? 빈곤이 주는 고통의 양상은 다층적이다. 절대적인 소득의 감소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당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며 그나마 있는 일자리에 감사하며 살도록 강요당하고, 공공서비스는 재벌기업들의 신상품이 되어 살림은 더욱 쪼들려간다. 심지어 사회통합과 환경정비를 내세운 싹쓸이 도시정비에 쓰레기 취급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의 빈곤에 대한 관심사는 최저한도의 생활의 기준선 마련을 통한 빈곤율의 감소효과를 만드는 것과, 빈곤인구를 효율적으로 관리, 통제하면서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따라서 노동빈곤층이 양산되는 것과 더불어 근로연계복지(workfare) 정책들이 연이어 쏟아져나는데, 이는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에서 노무현정부의 참여복지정책에 이른다. 근로연계복지정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복지가 노동 유연화를 관철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활용되며 노동력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가 강조되는 것이다. 최근 노무현 정부는 '사회투자국자론'을 담론으로 내세워 복지정책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최근 세계은행 등이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다층적 사회안전망을 형성할 것을 권고하고 복지제도의 정비를 핵심적 과제로 삼고 있는 상황과 함께 분석되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하에서 복지개혁을 비롯한 사회정책의 계발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되고 있다. 지배세력이 주장하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응력을 확보하는 것이 체제 유지에 핵심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새로운 위험'에 대한 대응이란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성의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노동력 관리전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일정한 시민권의 확대를 시민들의 생활수준의 하향평준화(다수 대중의 궁핍화)로 제도화함으로써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다층적 운용을 통한 관리정책 확대전략으로 설명 가능하다. 또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고용파괴적인 자본축적이라는 조건 하에서 항존 하고 증대하는 구조적 실업(노동의 불안정화)과 사회안전망의 상호보완적 체계를 형성해나간다는 것이다. 임금과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는 이를 보완하는 사회정책을 필수적으로 동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은 사회정책과 정치, 경제정책과의 연계 강화를 위한 담론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운동은 지배세력에 의해 끊임없이 제기되고 생성되는 각종 사회정책담론에 대한 공동의 대응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자율적인 운동의 가능성을 정부 정책의 하위파트너로서의 역할로 삼아버리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여기서 가장 강조되어야 할 것은, 빈곤에 고통 받는 민중들이 주체가 되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운동은 복지와 원조의 대리 수혜자 혹은 대행자가 아니라 그러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조직해내는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억압받고 배제된 자들의 '몫소리'를 모아가는 것은 가난한 이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출발점이자, 한국사회가 처한 모순을 폭로하는 정치적인 투쟁의 과정이다. 누가 우리를 이토록 빈곤하게 만드는가? 무엇이 우리에게 바닥의 생존을 감내하길 강요하는가? 빈곤과 불평을 넘어서는 대안은 바로 빈곤에 고통 받는 민중들의 토론과 투쟁을 통해 시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치와 권리를 만들어가는 데 있다. 따라서 우리는 10월 17일을 빈곤철폐 투쟁의 날로 삼고 빈곤에 고통 받는 민중들의 '몫소리'를 모으고 수많은 권리들 간의 연대와 공동행동을 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출발점은 빈곤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빈곤대중을 범죄 집단 취급하는 지배세력의 논리를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다.
민중의 기본생활권 쟁취를 위해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외치고 연대하다
빈곤을 새롭게 정의하고 빈곤의 원인을 사회적 불평등과 모순에서 찾기 위한 출발점은 우선, 빈곤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를 위해서는 빈곤을 통계수치 뒤로 감추고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은폐하는 지배세력의 빈곤에 대한 규정부터 변화시켜야 한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빈곤선이자 복지수혜의 기준선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은 기초생활보장제도 내의 최저생계비이다.3 그러나 근로자가구 평균소득에 대한 최저생계비 비중은 1999년 38.2%에서 2007년 31.1%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즉 실제 빈곤층에 대한 소득보장금액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사회의 빈곤은 해결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문제를 전 세계적인 시야로 돌려볼 때, 밀레니엄 개발목표의 최대과제가 극빈층 인구의 감축인데, 이는 빈곤선 자체를 낮추면 자연히 해결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저생계비 현실화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전면적 개편을 통해 빈곤선을 끌어올려 빈곤을 더욱 드러내야 한다. 또한 그를 통해 부의 편중과 소득 불평등을 드러내야 한다. 이것이 민중의 기본생활권을 쟁취하기 위한 기본적 요구다.
기본생활권을 사회적 필요에 근거한 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적절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라고 정의한다면4이는 성별, 인종, 국적, 장애, 나이 등의 차이와 관계없이 인간 개개인이 누리고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빈곤에 맞서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일차적인 과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사회운동들 간의 연대다. 노동자운동, 농민운동, 여성운동, 빈민운동 등 부문영역별로 분리 형성된 운동들이 상호 침투하는 과정이 없다면 누구나 누려야 할 인간다운 삶의 권리에 대한 이해와 토론이 어렵다. 물론 각각의 운동 내에서 발생하는 내적 차이에 따른 분할선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폭넓은 연대를 통해 새로운 저항주체를 형성해나가는 과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1017 빈곤철폐의날 '빈곤심판 민중행동'으로 모이자!
빈곤사회연대(준) 등은 1017 빈곤심판 민중행동 조직위원회5를 구성하여 10월 17일을 빈곤 철페 투쟁의 날로 삼아 민중의 직접행동과 연대를 준비하고 있다. 민중의 삶을 바닥으로 향하게 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거부하고 빈곤을 고착화하는 지배세력에 맞서는 우리의 직접행동만이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빈곤과 불평등을 넘어서는 대안은 바로 민중들의 토론과 투쟁을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10월 17일 2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그 시작을 열어가자.
1)지난 2000년 9월 UN의 밀레니엄 정상회의 기간 동안에 191개국이 서명한 새천년 선언(밀레니엄 선언)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밀레니엄 개발 목표를 정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8가지 주요 목적들과 그 목표들]
목적 1. 극빈과 기아의 근절
1.1 극빈층(하루에 1달러미만으로 사는 사람들) 인구 비율을 1990년과 2015년 대비하여 절반으로 줄인다.
1.2 기아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비율을 1990년과 2015년을 대비하여 절반으로 줄인다.
목적 2. 전 세계 기초교육의 성취
2.1 세계 어느 곳 소년소녀들은 똑같이 기초 학교교육의 전 과정을 마치도록 보장한다.
목적 3. 양성평등 및 여성권한 증진
3.1 초등 및 중등교육에서는 2005년까지 모든 교육수준에 있어서는 2015년까지 교육에서의 성별 차이를 제거한다.
목적 4. 아동 사망률 감축
4.1 1990~2015년 간 5세 이하 아동의 사망률을 2/3 감축한다.
목적 5. 모성 보건 증진
5.1 1990~2015년 간 출산 시 산모사망률을 3/4 감축한다.
목적 6. HIV/AIDS, 말라리아 및 기타 각종 질병 퇴치
6.1 2015년까지 HIV/AIDS 확산 저지 및 감소.
6.2 2015년까지 말라리아 및 기타 주요 질병 발생저지 및 감소.
목적 7. 지속가능한 환경 확보
7.1 지속가능개발 원칙을 각 개별국가의 정책과 프로그램에 통합시키고 환경자원 손실 보전한다.
7.2 2015년까지 안전한 식수와 기본적인 위생 환경에의 지속적인 접근이 불가능한 인구비율의 반감토록 한다.
7.3 2020년까지 최소 1억 명의 슬럼 거주자들 생활여건의 상당한 개선.
목적 8. 개발을 위한 전 세계적 파트너십 구축
8.1 이전보다 더욱 개방적이며, 원칙에 기초하여 운영되며, 비차별적인 무역 및 금융시스템 발전. 올바른 가버넌스(good governance), 개발 및 빈곤 감소에 대한 공식적 협력 증진.본문으로
2)GCAP과 화이트밴드 캠페인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시오.
(http://www.whiteband.org/GcapSpecials/anti-poverty-day)
지구촌빈곤퇴치네트워크에 대해서는
(http://www.endpoverty.or.kr) 을 참조하시오. 화이트밴드 캠페인은 2006년 전 세계적으로 2,350만 여 명이 스탠드 업(일어서기)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들은 2007년에도 공공 공간, 학교나 공연장, 운동경기장 등에서 행사를 기획해 참여할 것을 제안하고 있으며, 이들의 행동은 주로 각국 정부가 밀레니엄개발목표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본문으로
3)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1일 2008년 최저생계비 결정금액을 발표했다. 내년도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 46만 3000원, 4인 가구 1백26만 6,000원으로 2007년에 비해 각각 6.2%, 5.0% 인상된 금액으로 결정되었다. 올해가 3년에 한번 돌아오는 계측년도임에도 불구하고 비계측년도에 적용되는 물가인상률 3%를 제하면 2%수준의 인상 결정인 것이다. 게다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현금 급여 기준은 1인 가구 38만 8,000원(3.9%), 4인 가구 1백 6만원(2.7%)으로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오히려 삭감된 결과다.(2008년 최저생계비 결정과 최저생계비 문제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사회화와 노동 366호 「'바닥 생존'을 넘어 민중의 기본생활권을 위한 투쟁을!」을 참조하시오.본문으로
4)기본생활권 개념과 쟁점에 대해서는 소통/연대/변혁 사회운동포럼 자료집 444페이지부터 실린 강동진, 「반빈곤운동 전략과제와 연대운동의 전망 모색 - 기본생활권 확보를 위한 운동주체형성을 위하여」를 참조하시오.본문으로
5)빈곤사회연대(준)의 제안으로 1017 빈곤심판 조직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 중이다. 조직위원회 명단과 공동요구안은 다음과 같다. 1017 빈곤심판 민중행동 조직위원회(빈곤사회연대(준) - 관악주민연대, 광진주민연대, 노동자의힘, 노들장애인야간학교,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민주노동자연대, 민주노총,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중복지연대, 사회당, 사회진보연대, 서울경인사회복지노동조합, 성공회나눔의집협의회,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 위례복지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여성공감, 장애인실업자종합지원센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실직노숙인종교시민단체협의회, 전국학생행진,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 피노키오자립생활센터,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빈곤문제연구소, 한국자활후견기관노동조합,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향린교회 / 사회서비스시장화저지를위한공대위 / 주거권기획팀 / 금융채무사회적책임을위한연석회의) / 생활임금운동기획단
<빈곤철폐 권리선언 요구>
최저생계비 현실화하고 상대적 빈곤선 즉각 도입하라!
기만적인 기초법 개정 반대! 기본생활권 보장하라!
빈곤층 부담 가중 의료급여 개악 철회하라!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사회서비스 노동자 노동권을 보장하라!
물 산업화, 사유화를 중단하라! 빈곤층에게 물, 전력 등 필수서비스 무상 제공을!
최저임금 현실화하고 생활임금 보장하라!
비정규악법 철회하고 비정규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
노점상·철거민·노숙인에 대한 폭력적 관리·통제정책 철회하라!
가진 자만을 위한 개발정책 중단하고 주거권 보장을 위한 사회주택정책 실시하라!
살인적인 고금리 철폐하고 금융채무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라! 본문으로
10월 17일은 UN이 정한 세계빈곤퇴치의 날이다. UN은 1993년 총회에서 빈곤퇴치의 날을 정한 데 이어, 2000년 총회에서는 밀레니엄개발목표(MDGs)1를 통해 2015년까지 절대빈곤과 기아를 대폭 감축할 것을 결의했다. 이에, 2004년 9월 결성된
그러나 절대빈곤과 기아로 인해 죽어가는 인구를 감축하고 지구상에서 빈곤을 퇴치하겠다는 이들의 계획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빈곤반대 행동의 초점이 UN 총회, G8 정상회담, IMF나 세계은행총회 등을 겨냥하여 벌어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전 세계적인 빈곤과 불평등을 확산해온 주범들이 빈곤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이들 행동의 목적인 것이다. 또한, 이들은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지만 빈곤을 하루 1달러 미만 소득 즉, 절대빈곤과 기아에 국한된 문제로 사고한다는 점, 따라서 절대빈곤인구에 대한 원조와 지원 확대를 최대의 과제로 삼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지구촌빈곤퇴치네트워크> 등은 "심각한 절대빈곤의 상황을 미국의 원조로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뤄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이 이제 그 빚을 국제사회에 갚아야 한다."며 국제적인 원조와 지원을 확대할 것을 주장하는 논리를 펴고 있다.
물론, 당장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한 즉각적인 지원은 최대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가난과 고통 속에 죽어가는 이들에 대한 지원은 무조건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원조와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국제기구들이 행해온 개입 자체가 극단적인 빈곤과 공동체의 파괴를 불러왔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누가 이들을 절망의 빈곤으로 몰아넣었는가 하는 문제를 제대로 짚을 때만이 빈곤과 불평등을 철폐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에 도달할 수 있다. 현재의 세계질서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누가 수혜를 입고 누가 희생되었는지, 그간의 개발과 발전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으며 누구의 삶을 저당잡고 진행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우회하고서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빈곤 문제를 설명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
오늘날 전 세계적인 빈곤과 불평등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면 서구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이 자국의 복지제도를 확충하고 국부를 쌓아가는 동안, 동시에 추진한 일련의 식민정책과 IMF, 세계은행 등의 국제기구가 주도해온 신자유주의 개혁 프로그램의 이식이 오늘날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되었는지에 대해 돌아보아야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빠진 절망적인 빈곤의 늪은 기후 변화로 인한 농업의 파괴, 질병의 창궐, 내전으로까지 치달은 종족전쟁 등에서 직접적으로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리 간단하지 않은 문제이다. 몇몇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알 수 있다. 예컨대 소말리아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유목민과 소농 간의 교환경제를 통한 식량자급자족국가였다. 하지만 1980년대 IMF가 개입했고 1993년에는 미국이 '희망회복작전'과 군사적 개입을 했다. 이들이 주도한 경제개혁은 유목민과 소농들의 전통적인 물물거래 뿐만 아니라 화폐거래를 파괴했다. 또한, 곡물시장에 대한 탈규제화와 '식량원조'의 유입은 수입곡물에 대한 소말리아의 의존도를 대폭 높이고, 국제곡물기업에 의해 조절, 통제되는 공급과잉구조를 양산, 농업을 말살하고 농민들을 빈곤으로 빠뜨렸다. 세계화 시대의 기아는 '식량부족'의 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전 세계적인 농산물의 과잉공급구조에 있다. 이것이 식량주권을 해체하고 농업을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졌으며, 농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망가뜨려 국가 전체를 기아와 빈곤으로 이어지게 하는 원인이다.
종족분쟁과 내전이 식민지 분할통치에 활용되면서 빈곤의 원인을 부추긴 극명한 하나의 사례는 르완다이다. 르완다 종족 대학살의 발화점은 농업구조의 재편과 대중의 극심한 궁핍화에 있었다. 이는 국제커피시장의 붕괴와 브레튼우즈 기관이 도입한 거시경제적 개혁의 결과였다. 르완다의 후투족과 투시족 간의 갈등은 19세기말 독일이 음와미족을 이용한 식민 통치 군사기지를 만들면서 시작되었고, 1926년 벨기에 통치시대의 행정개혁은 공동체간의 연대를 붕괴시키고 종족공동체 경제를 붕괴시켰다. 이들은 자급자족농업을, 수출을 위한 환금작물 중심의 농업으로 변질시켰으며, 종족공동체의 토지는 환금작물 경작을 위한 개인농지로 분할 소유되었다. 1962년 르완다의 독립 이래 분할통치방법이 동원되는 상황에서 국제원조국회의 등은 종족 간 연대라는 추상적 모델에 기초한 '민주화'프로그램을 이식하면서 종족 간 갈등을 더욱 심화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에 1988년 IMF와 세계은행의 개입을 통한 '자유시장체제'의 강요, 1992년 세계은행의 국영에너지공사 민영화 지시 등은 1990년대 이후 고착화된 르완다 기근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종족 간 분할통치 수단을 동원한 유럽 제국들의 식민정책과 국제기구에 의한 신자유주의 개혁 프로그램이 빈곤과 폭력 확산의 명실상부한 공범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오늘날 가장 극심한 빈곤과 기아에 시달리는 국가와 민족들의 역사와 현실은 현재 전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과 서구 선진자본주의국가를 중심으로 한 세계질서 자체에 대한 비판 없이는 설명조차 불가능하다. 특히 세계대전 이후 중심부 국가들에서의 부의 축적과 보편적인 복지 확대는 세계적 수준의 경제 재편과 잉여의 수취 없이는 불가능했다. 세계경제로의 통합 과정에서 주변부 국가의 잉여는 중심부 국가로 이전되었고, 중심부 국가의 노동자들은 코퍼러티즘 체제를 통해 자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대가로 복지를 제공받은 셈이다. 대신 주변부 국가들은 하청 기지화되어 극도로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의 고용을 창출하거나, 그러한 조건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 극단적인 배제와 빈곤으로 치달았다. 이 과정에서 IMF, 세계은행 등의 국제기구들이 앞장서 신자유주의 개혁프로그램을 이식하고, UN이나 국제원조기구 등은 배제된 국가들의 원조와 지원을 수행하는 파트너쉽을 갖췄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빈곤을 심화, 고착화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비판 없는 빈곤 철폐 구호는 공허하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개혁과 사후적 원조의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는 지배세력의 대리자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빈곤에 대항하는 사회운동은 이러한 국제기구들의 개발과 원조 프로그램을 넘어 빈곤의 종식과 민중의 권리 실현을 위해 신자유주의 지배논리와 구별되는 대안적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우리는 빈곤과 실업에 대항한 직접행동 보여준 라틴아메리카의 사회운동 사례에서 고무된 적이 있다. 그리고 2006년 대륙별로 진행된 다중심 세계사회포럼에서도 그러한 가능성들이 발견된 바 있다. 아프리카 각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아프리카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NEPAD)'과 같은 프로그램이 IMF와 세계은행의 주도 하에 이루어진 구조조정프로그램(SAPs), 빈곤감축전략계획서(PRSPs)와 같은 맥락의 신자유주의 정책개혁 프로그램임을 분명히 하고 이에 맞서 싸울 것을 호소하는 아프리카 사회운동들이 바마코 사회포럼에서 목소리를 냈다. 한편 카라카스 사회포럼에서는 자유무역, 군사주의, 사유화 정책에 반대하고, 자연자원과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민중의 권리선언이 이어졌다. 금융-군사 세계화에 의해 파괴되어온 민중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이를 연대와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운동을 통해 실현함으로써 스스로 '대안'에 대한 전망과 역량을 확장해나가는 것이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야기하는 빈곤과 폭력에 맞서는 행동의 내용이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넘어서기 위해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외치다
오늘날 빈곤이 신자유주의 개혁프로그램을 더욱 공고히 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국제기구의 원조를 통해서 해결될 수 없듯, 한 국가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는 한 국가 내에서 선별적인 복지제도를 확충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 불가능하다. 빈곤에 처한 민중들이 자신의 인권을 선언하는 권리선언의 과정을 통해서만 빈곤에 대한 시각이 변화되고 빈곤과 불평등 철폐는 출발할 수 있다. 따라서 빈곤심판 민중행동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빈곤을 확산하는 원인과 주범이 누구인가를 밝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바닥 수준의 생존을 감내하며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우리의 권리가 무엇인가를 천명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인구 1/4이 전체소득의 절반을 잠식해가는 동안,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해고위협 고용불안 앞에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빈곤을 피할 수 없는 삶에 처해 있다. 직장에서 쫓겨나고, 농업개방정책으로 농촌에서 떠나온 수많은 사람들은 노점상으로, 노숙인으로 거리로 내몰렸다. 도시에는 수없이 허물어졌다가 다시 생겨나는 고층빌딩과 아파트가 즐비하지만 가난한 이에게는 잠시 몸을 뉘일 한 평의 땅도 허락되지 않는다. 분명한 사실은 어제도, 오늘도 우리는 노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업률도 줄었다 하는데, 언제 잘릴지 모르는 일자리든, 하루벌이 일자리든, 거리에서 좌판을 차리든 우리는 노동해왔고, 내일도 노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일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가난해지는가? '바닥 생계비'인 최저생계비기준을 20%조차 넘어서지 못하는 빈곤인구는 왜 천만을 향해 가는가? 빈곤이 주는 고통의 양상은 다층적이다. 절대적인 소득의 감소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당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며 그나마 있는 일자리에 감사하며 살도록 강요당하고, 공공서비스는 재벌기업들의 신상품이 되어 살림은 더욱 쪼들려간다. 심지어 사회통합과 환경정비를 내세운 싹쓸이 도시정비에 쓰레기 취급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의 빈곤에 대한 관심사는 최저한도의 생활의 기준선 마련을 통한 빈곤율의 감소효과를 만드는 것과, 빈곤인구를 효율적으로 관리, 통제하면서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따라서 노동빈곤층이 양산되는 것과 더불어 근로연계복지(workfare) 정책들이 연이어 쏟아져나는데, 이는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에서 노무현정부의 참여복지정책에 이른다. 근로연계복지정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복지가 노동 유연화를 관철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활용되며 노동력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가 강조되는 것이다. 최근 노무현 정부는 '사회투자국자론'을 담론으로 내세워 복지정책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최근 세계은행 등이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다층적 사회안전망을 형성할 것을 권고하고 복지제도의 정비를 핵심적 과제로 삼고 있는 상황과 함께 분석되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하에서 복지개혁을 비롯한 사회정책의 계발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되고 있다. 지배세력이 주장하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응력을 확보하는 것이 체제 유지에 핵심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새로운 위험'에 대한 대응이란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성의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노동력 관리전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일정한 시민권의 확대를 시민들의 생활수준의 하향평준화(다수 대중의 궁핍화)로 제도화함으로써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다층적 운용을 통한 관리정책 확대전략으로 설명 가능하다. 또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고용파괴적인 자본축적이라는 조건 하에서 항존 하고 증대하는 구조적 실업(노동의 불안정화)과 사회안전망의 상호보완적 체계를 형성해나간다는 것이다. 임금과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는 이를 보완하는 사회정책을 필수적으로 동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은 사회정책과 정치, 경제정책과의 연계 강화를 위한 담론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운동은 지배세력에 의해 끊임없이 제기되고 생성되는 각종 사회정책담론에 대한 공동의 대응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자율적인 운동의 가능성을 정부 정책의 하위파트너로서의 역할로 삼아버리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여기서 가장 강조되어야 할 것은, 빈곤에 고통 받는 민중들이 주체가 되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운동은 복지와 원조의 대리 수혜자 혹은 대행자가 아니라 그러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조직해내는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억압받고 배제된 자들의 '몫소리'를 모아가는 것은 가난한 이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출발점이자, 한국사회가 처한 모순을 폭로하는 정치적인 투쟁의 과정이다. 누가 우리를 이토록 빈곤하게 만드는가? 무엇이 우리에게 바닥의 생존을 감내하길 강요하는가? 빈곤과 불평을 넘어서는 대안은 바로 빈곤에 고통 받는 민중들의 토론과 투쟁을 통해 시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치와 권리를 만들어가는 데 있다. 따라서 우리는 10월 17일을 빈곤철폐 투쟁의 날로 삼고 빈곤에 고통 받는 민중들의 '몫소리'를 모으고 수많은 권리들 간의 연대와 공동행동을 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출발점은 빈곤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빈곤대중을 범죄 집단 취급하는 지배세력의 논리를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다.
민중의 기본생활권 쟁취를 위해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외치고 연대하다
빈곤을 새롭게 정의하고 빈곤의 원인을 사회적 불평등과 모순에서 찾기 위한 출발점은 우선, 빈곤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를 위해서는 빈곤을 통계수치 뒤로 감추고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은폐하는 지배세력의 빈곤에 대한 규정부터 변화시켜야 한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빈곤선이자 복지수혜의 기준선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은 기초생활보장제도 내의 최저생계비이다.3 그러나 근로자가구 평균소득에 대한 최저생계비 비중은 1999년 38.2%에서 2007년 31.1%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즉 실제 빈곤층에 대한 소득보장금액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사회의 빈곤은 해결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문제를 전 세계적인 시야로 돌려볼 때, 밀레니엄 개발목표의 최대과제가 극빈층 인구의 감축인데, 이는 빈곤선 자체를 낮추면 자연히 해결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저생계비 현실화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전면적 개편을 통해 빈곤선을 끌어올려 빈곤을 더욱 드러내야 한다. 또한 그를 통해 부의 편중과 소득 불평등을 드러내야 한다. 이것이 민중의 기본생활권을 쟁취하기 위한 기본적 요구다.
기본생활권을 사회적 필요에 근거한 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적절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라고 정의한다면4이는 성별, 인종, 국적, 장애, 나이 등의 차이와 관계없이 인간 개개인이 누리고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빈곤에 맞서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일차적인 과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사회운동들 간의 연대다. 노동자운동, 농민운동, 여성운동, 빈민운동 등 부문영역별로 분리 형성된 운동들이 상호 침투하는 과정이 없다면 누구나 누려야 할 인간다운 삶의 권리에 대한 이해와 토론이 어렵다. 물론 각각의 운동 내에서 발생하는 내적 차이에 따른 분할선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폭넓은 연대를 통해 새로운 저항주체를 형성해나가는 과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1017 빈곤철폐의날 '빈곤심판 민중행동'으로 모이자!
빈곤사회연대(준) 등은 1017 빈곤심판 민중행동 조직위원회5를 구성하여 10월 17일을 빈곤 철페 투쟁의 날로 삼아 민중의 직접행동과 연대를 준비하고 있다. 민중의 삶을 바닥으로 향하게 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거부하고 빈곤을 고착화하는 지배세력에 맞서는 우리의 직접행동만이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빈곤과 불평등을 넘어서는 대안은 바로 민중들의 토론과 투쟁을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10월 17일 2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그 시작을 열어가자.
1)지난 2000년 9월 UN의 밀레니엄 정상회의 기간 동안에 191개국이 서명한 새천년 선언(밀레니엄 선언)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밀레니엄 개발 목표를 정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8가지 주요 목적들과 그 목표들]
목적 1. 극빈과 기아의 근절
1.1 극빈층(하루에 1달러미만으로 사는 사람들) 인구 비율을 1990년과 2015년 대비하여 절반으로 줄인다.
1.2 기아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비율을 1990년과 2015년을 대비하여 절반으로 줄인다.
목적 2. 전 세계 기초교육의 성취
2.1 세계 어느 곳 소년소녀들은 똑같이 기초 학교교육의 전 과정을 마치도록 보장한다.
목적 3. 양성평등 및 여성권한 증진
3.1 초등 및 중등교육에서는 2005년까지 모든 교육수준에 있어서는 2015년까지 교육에서의 성별 차이를 제거한다.
목적 4. 아동 사망률 감축
4.1 1990~2015년 간 5세 이하 아동의 사망률을 2/3 감축한다.
목적 5. 모성 보건 증진
5.1 1990~2015년 간 출산 시 산모사망률을 3/4 감축한다.
목적 6. HIV/AIDS, 말라리아 및 기타 각종 질병 퇴치
6.1 2015년까지 HIV/AIDS 확산 저지 및 감소.
6.2 2015년까지 말라리아 및 기타 주요 질병 발생저지 및 감소.
목적 7. 지속가능한 환경 확보
7.1 지속가능개발 원칙을 각 개별국가의 정책과 프로그램에 통합시키고 환경자원 손실 보전한다.
7.2 2015년까지 안전한 식수와 기본적인 위생 환경에의 지속적인 접근이 불가능한 인구비율의 반감토록 한다.
7.3 2020년까지 최소 1억 명의 슬럼 거주자들 생활여건의 상당한 개선.
목적 8. 개발을 위한 전 세계적 파트너십 구축
8.1 이전보다 더욱 개방적이며, 원칙에 기초하여 운영되며, 비차별적인 무역 및 금융시스템 발전. 올바른 가버넌스(good governance), 개발 및 빈곤 감소에 대한 공식적 협력 증진.본문으로
2)GCAP과 화이트밴드 캠페인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시오.
(http://www.whiteband.org/GcapSpecials/anti-poverty-day)
지구촌빈곤퇴치네트워크에 대해서는
(http://www.endpoverty.or.kr) 을 참조하시오. 화이트밴드 캠페인은 2006년 전 세계적으로 2,350만 여 명이 스탠드 업(일어서기)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들은 2007년에도 공공 공간, 학교나 공연장, 운동경기장 등에서 행사를 기획해 참여할 것을 제안하고 있으며, 이들의 행동은 주로 각국 정부가 밀레니엄개발목표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본문으로
3)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1일 2008년 최저생계비 결정금액을 발표했다. 내년도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 46만 3000원, 4인 가구 1백26만 6,000원으로 2007년에 비해 각각 6.2%, 5.0% 인상된 금액으로 결정되었다. 올해가 3년에 한번 돌아오는 계측년도임에도 불구하고 비계측년도에 적용되는 물가인상률 3%를 제하면 2%수준의 인상 결정인 것이다. 게다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현금 급여 기준은 1인 가구 38만 8,000원(3.9%), 4인 가구 1백 6만원(2.7%)으로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오히려 삭감된 결과다.(2008년 최저생계비 결정과 최저생계비 문제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사회화와 노동 366호 「'바닥 생존'을 넘어 민중의 기본생활권을 위한 투쟁을!」을 참조하시오.본문으로
4)기본생활권 개념과 쟁점에 대해서는 소통/연대/변혁 사회운동포럼 자료집 444페이지부터 실린 강동진, 「반빈곤운동 전략과제와 연대운동의 전망 모색 - 기본생활권 확보를 위한 운동주체형성을 위하여」를 참조하시오.본문으로
5)빈곤사회연대(준)의 제안으로 1017 빈곤심판 조직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 중이다. 조직위원회 명단과 공동요구안은 다음과 같다. 1017 빈곤심판 민중행동 조직위원회(빈곤사회연대(준) - 관악주민연대, 광진주민연대, 노동자의힘, 노들장애인야간학교,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민주노동자연대, 민주노총,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중복지연대, 사회당, 사회진보연대, 서울경인사회복지노동조합, 성공회나눔의집협의회,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 위례복지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여성공감, 장애인실업자종합지원센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실직노숙인종교시민단체협의회, 전국학생행진,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 피노키오자립생활센터,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빈곤문제연구소, 한국자활후견기관노동조합,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향린교회 / 사회서비스시장화저지를위한공대위 / 주거권기획팀 / 금융채무사회적책임을위한연석회의) / 생활임금운동기획단
<빈곤철폐 권리선언 요구>
최저생계비 현실화하고 상대적 빈곤선 즉각 도입하라!
기만적인 기초법 개정 반대! 기본생활권 보장하라!
빈곤층 부담 가중 의료급여 개악 철회하라!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사회서비스 노동자 노동권을 보장하라!
물 산업화, 사유화를 중단하라! 빈곤층에게 물, 전력 등 필수서비스 무상 제공을!
최저임금 현실화하고 생활임금 보장하라!
비정규악법 철회하고 비정규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
노점상·철거민·노숙인에 대한 폭력적 관리·통제정책 철회하라!
가진 자만을 위한 개발정책 중단하고 주거권 보장을 위한 사회주택정책 실시하라!
살인적인 고금리 철폐하고 금융채무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