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78호
구본주, 눈칫밥 삼십년,1999
이랜드 노조의 투쟁이 어느새 한계절을 넘기고 있다
투쟁이 시작되는 여름날, 회사동료들과 불매운동을 약속했지만,
장기화된 투쟁은, 번번히 나를 시험에 들게 했고
가끔은 시험을 망친 학생처럼, 민망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도 했다.
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또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지난 2003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우리곁을 떠난 조각가 구본주의 작품이다.
1999년 그의 개인전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눈에 띄지 않던 작품이다.
그러던 것이 지난 9월29일 그의 4주기전에서야 이 작품은 나의 마음에 들어왔다.
작가는, 예술가의 직감으로 30년 세월을 살아온 노동자의 한 포즈를 잡아냈다.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겹쳐지기도 하고,
또 다른 내 모습이 포개지기도 한다.
몇 해 전과 달리, 이 작품을 마주하는 내 눈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감내하며 살아가는 노동자>의 눈빛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투쟁하는 노동자>의 주먹과 악수할 수 있었지도,
<인간 삶 속에서 승리하는> 삼십년 노동자의 얼굴과 만났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