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노동자 연대 강화를 위해 긴 호흡으로 나아갈 때
아시아 연대에 대한 관심
아시아 연대에 대한 한국 사회운동과 시민사회의 관심이 최근 부쩍 늘어난 느낌이다.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들어오고 있으며, 동시에 많은 한국계 기업들이 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한국 노동운동과 사회운동가들 사이에 국제연대와 아시아 연대의 필요성이 일정한 수준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가까운 예로 버마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지원과 연대, 필리핀에서 자행되고 있는 ‘정치적 살해’에 대한 규탄 등도 그 규모와 효과를 떠나서 국내 사회운동과 시민사회단체의 아시아 연대에 대한 일정한 관심을 보여준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넘어서기 위해서 국제적인 연대와 서로의 투쟁에 대한 상호지지·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나아가 구체적인 국제공동행동과 지원 투쟁도 조금씩 발전해가고 있는 느낌이다. 반전국제공동행동, 칸쿤, 홍콩 등 WTO 각료회의 저지 공동투쟁, 한미/한일 FTA 저지 공동투쟁 등 그동안 국내 사회·노동운동은 다양한 국제행동에 참가해왔으며, 조직해왔다.
아시아 연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하여
이렇듯 아시아 연대에 관한 우리의 관심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지만, 전략적인 시각과 구체적인 실천의 측면에서 보면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우리의 눈과 귀, 그리고 행동을 좀 더 아시아로 맞출 필요가 있다. ‘왜 아시아인가’에 대해 정치경제적 배경을 따지기 전에, 우리 주변의 현실을 돌아보면 ‘왜 아시아 연대가 긴급한가’를 알 수 있다. 40만에 달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대다수는 아시아 지역 출신이다.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송출국 노동·사회운동과의 긴밀한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최근 필리핀 자유무역지대인 카바이테 지역에서 벌어진 (주)필스전 사건에서 보듯이, 한국계 기업의 노동기본권 탄압은 대단히 악명 높다. 이러한 문제를 아시아 지역 노동자 공동의 이해를 바탕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한국 노동·사회운동의 국제연대는 허울 좋은 구호로 전락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원하던 원하지 않던, 지금 시기 우리에게 아시아 연대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고 있다.
한편 FTA 등을 매개로 한 신자유주의적 아시아 경제통합 흐름도 강화되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한·ASEAN FTA가 이미 합의되었으며, ASEAN+3(한국, 중국, 일본) 프로세스도 강화되고 있다. 또한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비단 중국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 전체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한 아시아 지역 민중·사회운동 진영의 공통의 인식과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거시적인 맥락에서 아시아 연대의 필요·필연성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시아 연대를 강화하는 데 있어서 몇몇 현실적 곤란이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먼저, 상당히 넓은 지역에 걸쳐 퍼져 있는 아시아의 지역적 특성에 의해 소지역별, 국가별로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인종적, 언어적 차이가 상당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왕도는 없다. 상호존중에 기반을 둔 지속적인 소통과 교류, 공통의 관심사에 기반을 둔 공동행동의 강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다음으로 아직까지 아시아 지역 연대의 필요성 및 중요성에 관한 문제의식이 충분히 폭넓게 교감되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을 들 수 있다. 물론 지난 2005년 12월 홍콩 각료회의 저지 투쟁 등 몇몇 계기들을 통해 상호간의 소통이 강화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세 번째로 북반구의 거대 NGO와 노총(일본노총-렌고를 포함하여)이 수행하고 있는 재정지원을 축으로 한 아시아 사회·노동운동의 왜곡도 극복해야 할 지점이다. 여전히 많은 아시아 지역 NGO와 노동조합이 북반구 노총과 NGO에 의해 자주성이 훼손당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 지역 연대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극복되어야 할 또 다른 요소이다.
네 번째로 자주적 급진적 노동·사회운동의 역량 문제이다. 특히 노동운동의 경우, 많은 국가들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주적인 민주노조운동이 충분히 성숙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아시아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과 더불어 실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공동의 실천 의제를 합의해야 한다. 이주 노동자 문제, 한국계 초국적기업의 인권·노동권 탄압 문제, FTA 문제 등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공동 대응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아시아 지역 노동·사회운동의 역량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교류과정이 조직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주적인 민주노조운동, 급진적인 사회운동 역량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강화시켜나가야 한다. 이 지점에서, 재정적·인적 역량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한국 사회운동과 노동운동의 적극적인 역할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세 번째로, 신자유주의적 경제통합에 맞선 아시아 사회운동 연결망 구성을 장기적인 목표로 세우고 의식적인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매개로, 서로의 투쟁에 대해 상호 지지·지원하고,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공동행동을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노총의 아시아 노조활동가 초청 교육·교류 과정
위와 같은 고민의 일환으로 아시아 노동자연대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자주적인 민주노조 운동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인식 하에서, 민주노총은 지난 10월 8일-14일까지 아시아 노조활동가 초청 교육·교류 과정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은 총연맹과 가맹산하조직이 공동으로 준비하고 진행하였으며, 인도네시아, 네팔, 홍콩, 캄보디아 등에서 6명의 활동가들이 참가하였다. 비록 소수의 활동가만이 참여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노동자가 공통으로 직면해 있는 비정규직 조직화, 산별노조, FTA와 WTO 등에 대해 상호간의 솔직한 의견들을 나눌 수 있었다. 또한 이주노조, 민주노동당 서울시당(마포구 지역위원회) 등을 방문하였고, 국내 이주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상황과 이주 노동기본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상호 연대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또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과의 간담회에서는,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의 관계, 이랜드·뉴코아 투쟁 과정에서 진보정당의 역할 등에 대해서도 토론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지부를 방문하여,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을 견학하고, 현장 노동자들의 일상 활동과 고민을 듣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이번 교육·교류 과정은 무엇보다도 민주노총이 아시아 지역의 자주적 민주노조운동 역량 강화를 위한 최소한의 역할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한 그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도 큰 성과이다. 물론 처음으로 조직하면서 여러 부족한 점이 발생하였지만, 참가자들은 열정적으로 교육 과정과 토론에 임하였고, 이는 아시아 노동자 연대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인식을 가져다주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이처럼 더디지만 서서히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노동자 연대, 아시아 사회운동 연대를 긴 호흡으로 강화시켜내는 데 있어서 한국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민주노총의 이번 교육·교류 과정은 비록 작은 시도일 수는 있지만 이러한 긴 호흡의 한 발자국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었으며, 앞으로 이러한 과정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의 모색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아시아 연대에 대한 한국 사회운동과 시민사회의 관심이 최근 부쩍 늘어난 느낌이다.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들어오고 있으며, 동시에 많은 한국계 기업들이 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한국 노동운동과 사회운동가들 사이에 국제연대와 아시아 연대의 필요성이 일정한 수준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가까운 예로 버마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지원과 연대, 필리핀에서 자행되고 있는 ‘정치적 살해’에 대한 규탄 등도 그 규모와 효과를 떠나서 국내 사회운동과 시민사회단체의 아시아 연대에 대한 일정한 관심을 보여준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넘어서기 위해서 국제적인 연대와 서로의 투쟁에 대한 상호지지·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나아가 구체적인 국제공동행동과 지원 투쟁도 조금씩 발전해가고 있는 느낌이다. 반전국제공동행동, 칸쿤, 홍콩 등 WTO 각료회의 저지 공동투쟁, 한미/한일 FTA 저지 공동투쟁 등 그동안 국내 사회·노동운동은 다양한 국제행동에 참가해왔으며, 조직해왔다.
아시아 연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하여
이렇듯 아시아 연대에 관한 우리의 관심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지만, 전략적인 시각과 구체적인 실천의 측면에서 보면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우리의 눈과 귀, 그리고 행동을 좀 더 아시아로 맞출 필요가 있다. ‘왜 아시아인가’에 대해 정치경제적 배경을 따지기 전에, 우리 주변의 현실을 돌아보면 ‘왜 아시아 연대가 긴급한가’를 알 수 있다. 40만에 달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대다수는 아시아 지역 출신이다.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송출국 노동·사회운동과의 긴밀한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최근 필리핀 자유무역지대인 카바이테 지역에서 벌어진 (주)필스전 사건에서 보듯이, 한국계 기업의 노동기본권 탄압은 대단히 악명 높다. 이러한 문제를 아시아 지역 노동자 공동의 이해를 바탕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한국 노동·사회운동의 국제연대는 허울 좋은 구호로 전락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원하던 원하지 않던, 지금 시기 우리에게 아시아 연대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고 있다.
한편 FTA 등을 매개로 한 신자유주의적 아시아 경제통합 흐름도 강화되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한·ASEAN FTA가 이미 합의되었으며, ASEAN+3(한국, 중국, 일본) 프로세스도 강화되고 있다. 또한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비단 중국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 전체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한 아시아 지역 민중·사회운동 진영의 공통의 인식과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거시적인 맥락에서 아시아 연대의 필요·필연성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시아 연대를 강화하는 데 있어서 몇몇 현실적 곤란이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먼저, 상당히 넓은 지역에 걸쳐 퍼져 있는 아시아의 지역적 특성에 의해 소지역별, 국가별로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인종적, 언어적 차이가 상당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왕도는 없다. 상호존중에 기반을 둔 지속적인 소통과 교류, 공통의 관심사에 기반을 둔 공동행동의 강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다음으로 아직까지 아시아 지역 연대의 필요성 및 중요성에 관한 문제의식이 충분히 폭넓게 교감되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을 들 수 있다. 물론 지난 2005년 12월 홍콩 각료회의 저지 투쟁 등 몇몇 계기들을 통해 상호간의 소통이 강화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세 번째로 북반구의 거대 NGO와 노총(일본노총-렌고를 포함하여)이 수행하고 있는 재정지원을 축으로 한 아시아 사회·노동운동의 왜곡도 극복해야 할 지점이다. 여전히 많은 아시아 지역 NGO와 노동조합이 북반구 노총과 NGO에 의해 자주성이 훼손당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 지역 연대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극복되어야 할 또 다른 요소이다.
네 번째로 자주적 급진적 노동·사회운동의 역량 문제이다. 특히 노동운동의 경우, 많은 국가들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주적인 민주노조운동이 충분히 성숙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아시아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과 더불어 실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공동의 실천 의제를 합의해야 한다. 이주 노동자 문제, 한국계 초국적기업의 인권·노동권 탄압 문제, FTA 문제 등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공동 대응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아시아 지역 노동·사회운동의 역량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교류과정이 조직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주적인 민주노조운동, 급진적인 사회운동 역량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강화시켜나가야 한다. 이 지점에서, 재정적·인적 역량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한국 사회운동과 노동운동의 적극적인 역할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세 번째로, 신자유주의적 경제통합에 맞선 아시아 사회운동 연결망 구성을 장기적인 목표로 세우고 의식적인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매개로, 서로의 투쟁에 대해 상호 지지·지원하고,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공동행동을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노총의 아시아 노조활동가 초청 교육·교류 과정
위와 같은 고민의 일환으로 아시아 노동자연대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자주적인 민주노조 운동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인식 하에서, 민주노총은 지난 10월 8일-14일까지 아시아 노조활동가 초청 교육·교류 과정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은 총연맹과 가맹산하조직이 공동으로 준비하고 진행하였으며, 인도네시아, 네팔, 홍콩, 캄보디아 등에서 6명의 활동가들이 참가하였다. 비록 소수의 활동가만이 참여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노동자가 공통으로 직면해 있는 비정규직 조직화, 산별노조, FTA와 WTO 등에 대해 상호간의 솔직한 의견들을 나눌 수 있었다. 또한 이주노조, 민주노동당 서울시당(마포구 지역위원회) 등을 방문하였고, 국내 이주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상황과 이주 노동기본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상호 연대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또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과의 간담회에서는,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의 관계, 이랜드·뉴코아 투쟁 과정에서 진보정당의 역할 등에 대해서도 토론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지부를 방문하여,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을 견학하고, 현장 노동자들의 일상 활동과 고민을 듣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이번 교육·교류 과정은 무엇보다도 민주노총이 아시아 지역의 자주적 민주노조운동 역량 강화를 위한 최소한의 역할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한 그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도 큰 성과이다. 물론 처음으로 조직하면서 여러 부족한 점이 발생하였지만, 참가자들은 열정적으로 교육 과정과 토론에 임하였고, 이는 아시아 노동자 연대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인식을 가져다주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이처럼 더디지만 서서히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노동자 연대, 아시아 사회운동 연대를 긴 호흡으로 강화시켜내는 데 있어서 한국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민주노총의 이번 교육·교류 과정은 비록 작은 시도일 수는 있지만 이러한 긴 호흡의 한 발자국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었으며, 앞으로 이러한 과정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의 모색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