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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8.1-2.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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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조 국제활동에 대한 평가

임월산 | 서울경인이주노조 국제연대담당

편집자 주

최근 이주노조에 대한 정부의 폭력적 단속이 점점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도부 표적 단속과 곧 이은 추방에 이어서, 당뇨병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도 추방하겠다고 하는 현실이다. 그로 인해 이주노동자 운동의 활로에 대한 고민이 다각도로 모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의 한 방편으로 고민되고 있는 이주노조 국제연대 활동에 대한 임월산 회원의 글을 싣는다. 이 글은 지난 1월 22일 1.26 세계 행동의 날 조직위원회 주최로 열린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과 국제연대운동의 전망' 토론회에 제출된 발제문이다.


서론

지난 10여 년 동안 남한 이주노동자들의 헌신과 결의에 찬 투쟁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운동은 상대적으로 아직 덜 발전되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 아직 내셔널 센터를 결성하지 못했고, 물적ㆍ인적 자원과 강력한 조직적 구조 그리고 헌신적인 지지가 부족하다.
이주노조는 그 자신의 토대와 연대의 네트워크를 갖춰나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아직 전면적인 국제연대 운동으로 나아갈 준비는 되어 있지 않다. 이는 다른 나라 초창기 이주 운동도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다른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본다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주는 본질적으로 초국경적인 과정이며, 따라서 이주노동자운동은 그 자체가 아주 자연스럽게 국제연대로 나가기 쉽다 - 이주민들은 국경을 넘어 움직이고, 필연적으로 새로운 국가의 민중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그리고 다시 귀국한다. 때로는 새로운 투쟁을 건설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귀국하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잠재력을 몇 달 전에 네팔에 가서, 2002-2003년 이주노동자운동 지도부였고 지금은 GeFONT(네팔노총) 이주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샤말 타파와 바지라 라이를 만났을 때 깨닫게 되었다.
이주노조 국제연대활동은 긴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며 자원의 부족과 본인의 경험 부족에 의해 심각하게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이 발제에서는 국제 이주운동의 전체를 다루려고 하지도 않을뿐더러, 방향과 전략에 있어서 휘황찬란한 입장을 밝히지도 않을 것이다. 대신, 이주노조가 해 온 국제연대활동을 토론하고 이를 계기로 앞으로 좀 더 깊이 있는 연대를 위한 잠재력에 관한 평가의 기초로 활용하고자 한다.
작년, 여수보호소 화재 참사 사건을 시작으로 이주노조는 크게 두 방향으로 국제 관계를 구축하였다. 첫 번째로 인권 혹은 이주관련NGOs이고, 두 번째로 이주노동자를 조직하는 노동조합과 기타 대중조직들(대부분은 아시아 지역)이었다. 나는 각각에 대해 간략한 논평을 하고자 한다.

NGOs : 아시아이주포럼

이주노조와 인권 및 이주관련NGO와의 연결은 주로 지역 네트워크인 아시아이주포럼(MFA)을 통해서 이뤄졌다. MFA는 노동조합과 이주민 단체를 회원으로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서비스ㆍ연구ㆍ정책제안 지향의 NGO로 구성되어 있다(한국의 공식적인 파트너는 외노협이다).
MFA는 국제협약(이주민과 그 가족에 관한 협약 및 기타 인권 메커니즘)과 UN 인권이사회, ILO 등 국제조직을 활용하여 보다 인권 지향적인 이주 정책을 주장하는 활동을 펼친다.
또한 MFA는 이주와 관련된 쟁점을 알려내고 참가 단체들 간의 전략을 구축할 목적으로 워크숍이나 회의를 조직하기도 한다. MFA는 현재 '이주와 발전에 관한 글로벌포럼(GFMD)'에 참가를 독려하기 위한 일련의 지역적 그리고 특정국가 차원의 워크숍과 이벤트를 조직하고 있다. GFMD는 이주노동에 관한 정부간 대화 채널인데 시민사회단체의 참가를 허용하며, 올해 10월 말 마닐라에서 개최된다.
작년 8월 민주노총이 ILO와 국제건설목공노련(BWI)의 후원을 통해 조직한 '이주노동권리에 관한 국제회의'에 MFA 활동가가 참가한 이후, MFA는 이주노조와 한국 이주노동자투쟁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왔다. 내가 석권호 민주노총비정규국장과 함께 작년 12월 이주와 구금에 관한 MFA 회의에 참가하였을 때, MFA 지도부와 참가자들은 이 회의 바로 2주 전 표적 단속에 의해 연행된 이주노조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국장의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한국 대사관 앞에서 긴급하게 조직하기도 하였다.
MFA는 또한 한국 이주노동자운동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우리들의 투쟁을 자신들의 회원 단체들에게 알려내고 지지ㆍ지원을 조직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이주노조에 관한 (고등법원) 판례를 인지하면서, MFA는 이주노조의 공식노조 인정 투쟁을 지지했고, 현재 민주노총과 함께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가하기 위하여 3월 유엔 인권이사회 및 6월 ILO 총회에 대한 개입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MFA의 자원, 국제법과 국제기구에 관한 지식, UN과 정부간 프로세스에 대한 접근 역량을 고려하면, MFA는 이주노조와 이주노동자운동 전체의 중요한 동맹 세력이 될 수 있음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그 한계 또한 분명하다. MFA 활동은 전체적으로 정책제안을 위한 상층차원의 활동방식인데, 이는 풀뿌리 차원의 투쟁 주체로서 이주노동자를 직접 조직하고 강화하는 작업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주노동자에 의해, 이주노동자를 위해 결성된 이주노조가 이주노동자에 의해 조직되었고 그들을 조직하고 있는 노동조합과 기타 대중조직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대단히 필수적이다. 또한 바로 이 차원에서 이주 및 이주노동자 투쟁의 국제적인 성격은 유기적으로 작용한다.

대중 조직들

첫 번째로, 한국의 공동체 조직과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송출국 단체 및 이러한 공동체 조직이 관계를 맺고 있는 기타 유입국과 접촉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이 부분에 있어서 가장 분명한 사례는 필리핀 공동체 연합인 카사마코(Kasammako)와의 관계이다. 카사마코는 필리핀 KMU(5.1절 운동, 필리핀 노총 중의 하나) 가맹단체이며 필리핀 이주민 조직인 Migrante International의 가맹조직이다.
카사마코를 통해, 필리핀과 홍콩의 이주단체는 이주노조(MTU)와 우리의 투쟁을 알게 되었다. 강력한 필리핀 이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홍콩의 다국적 풀뿌리 이주단체인 아시아이주민조정기구(Asian Migrants Coordinating Body)는 한국 법무부에 항의서한을 보내고, 12월 18일 국제이주민의 날에 맞춰 이주노조 지도부 강제출국을 비난하는 연대집회를 한국 대사관 앞에서 조직하였다. 이 관계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카사마코와의 연대(connections)는 앞으로 더 큰 협력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이주노조는 스페인, 말레이시아, 홍콩, 일본, 네팔 등 이주노동자를 활발하게 조직하고 있는 다양한 국가의 노동조합과 만나게 되었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노동조합과의 연대가 전반적으로 정보와 관심사를 공유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특히 작년 8월 민주노총 국제회의를 계기로 하여, 이들과의 관계는 이주노조의 중요성-즉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결성하고 이끌고 있는 노동조합이라는 측면에서-을 알리고 공유하는 데까지 나아가게 되었다. 이들 노동조합은 대부분 현재 우리 투쟁에 대해 연대를 보내주었다.
그러나 나는 국제연대가 연대 서한을 호소하거나 혹은 특정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투쟁을 지원하기 위한 연대집회 조직을 호소하는 협소한 범위를 넘어, 다수 국가들에서 진행되고 있는 투쟁을 상호 지원하고 전 세계적으로 이주민이 직면해있는 인권ㆍ노동권 탄압에 대해 제기할 수 있는 공동의 전략과 행동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물론 이는 미래에 맡겨진 임무이다 하지만 나는 이주노조와 네팔노총, 그리고 추방되어 지금은 네팔 노동운동에 복무하고 있는 이주노조 조합원들과의 관계에서 이러한 잠재적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여러분들은 명동성당 투쟁 때 농성단 대표였고, 표적 단속에 연행되어 결국 추방된 샤말 타파와 역시 2002년-2003년 이주노동자운동의 중심적인 활동가였던 바즈라와 라지카를 기억할 것이다. 이들은 네팔에 돌아와서 네팔노총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작년 12월 샤말과 바즈라를 만났을 때, 그들은 공동 활동의 가능성에 대해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주었다. 이들은 한국의 상황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며 여전히 이주노동자운동에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여전히 한국 활동가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으며, 양국 간의 먼 거리를 극복할 수 있는 공동 사업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들을 제기했다.
샤말, 바즈라 그리고 네팔노총 지도부와 만났을 때, 우리는 개괄적으로 작년 말 네팔과 한국 정부 사이에 체결된 양해각서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이주에 관한 양 노총 사이의 양해각서 체결 가능성에 대해 토론했다. 이러한 양해각서는 사실 샤말, 바즈라와 같은 개인적인 연결 없이도 가능하다. 그러나 과거 경험에 대한 공유는 진정한 소통과 좀 더 깊이 있는 협력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현재 네팔로 돌아간 까지만, 라주는 이러한 관계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고, 그 잠재적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이와 비슷한 관계가 마숨 동지와 방글라데시 다른 동지들과도 형성되길 바란다. 비록 방글라데시가 네팔만큼이나 강력한 노동운동, 혹은 저항의 공간이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민주노총과 네팔노총 사이의 공식적인 협약이든 아니면 이주노조, 네팔노총 이주부문 사이의 지속적인 소통이든, (공동활동에 관한) 여러 가능성이 존재한다 : 남한으로 송출되기 전에 노동기본권과 노동조합에 대해 교육하고 동시에 귀국하기 전에 이주노동자들에게 네팔 노동조합을 소개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양국의 대정부투쟁 방향은 공동 토론과 전략의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민주노총과 이주노조 지도부의 진정한 관심이 필요하다.

결론

이를 토대로 앞으로 과제에 관한 몇 가지 제안을 하면서 마치고자 한다. 물론 아래 제안이 결코 전부는 아니다.

l. 이주노조의 (국제) 관계는 대부분 아시아 지역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거리상의 근접성과 조건의 비슷함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이 주요한 초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서구 이주 투쟁에 대해 배우고 관계를 형성하기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2. 송출국 단체와 관계를 형성하고 그 나라에서 이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들 국가들과 남한의 투쟁을 강화시키는 공동 활동의 토대가 될 것이다.

3. 가장 중요하게는, 우리는 이제 막 시작된 MFA 및 국제 NGO 그리고 특히 이미 연계를 맺고 있는 노동조합, 풀뿌리 단체들과의 관계 및 공동 활동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우리는 가능한 것의 표면만을 긁었을 뿐이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욱 큰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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