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8.3-4.81호

한국사회 여성운동의 새로운 전환을 위하여

여성운동네트워크 목표와 과제(안)

김원정 |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 여성운동네트워크(준) 사무국
여성운동네트워크(준)가 탄생하게 된 계기인 지난 2007년 사회운동포럼 여성대회에서 우리는 다가오는 3 8 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을 맞이하는 특별한 결의를 모은 바 있다. 그것은 이 날을 새로운 여성운동의 전망을 논의하는 장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결의는 단지 100주년이 된 3 8을 보다 인상 깊게 기억하기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여성운동네트워크(준)는 사회운동 내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의 우연한 '의기투합'이 아니라 그동안 한국사회 여성운동과 사회운동이 가진 한계를 인지하고 양자의 전환을 이끌어갈 주체 형성이 필요하다는 공동의 문제의식 속에서 출현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100년, 또 그 이상의 여성해방운동의 유산 속에서 해석하고 스스로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자는 것이 바로 지난 여성대회 선언의 취지이다. 이에 이 글은 짧은 기간이나마 그동안 진행한 토론을 바탕으로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을 함께 인식하고,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여성운동의 방향을 여성운동네트워크(준)의 위상과 과제를 통해 제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지난 100년간 전 세계 여성해방운동이 이룩한 성과가 층층이 쌓여 있는 3 8 세계 여성의 날, 그러나 한국사회 여성, 여성운동은 이 날을 자축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100년이라는 상징적 숫자를 기념하여 이전보다 좀 더 큰 규모의 축제를 준비하는 것이 장고한 여성해방운동의 역사를 되새기는 방식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기념이 아닌 투쟁의 날로 만들어가자는 주장만으로도 바뀌는 것은 없다.
여성운동네트워크(준)는 한국사회 여성운동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여성해방운동의 전환과 발전을 위한 모색이야말로 3 8 세계여성의 날 100주년을 맞이하는 가장 올바른 자세임을 천명하며, 스스로 그 출발점에 서고자 한다.

오늘날 여성을 둘러싼 현실과 변화

신자유주의 확산에 따른 빈부격차 확대, 노동 유연화와 비정규직 확산, 근로빈곤층의 증가는 이미 전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됐으며, 특히 빈곤의 여성화, 여성의 비정규직화는 이러한 현상이 전 세계는 물론 한국사회에서 성별화 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오늘날 여성운동과 사회운동 또한 빈곤과 비정규직화라는 화두로 여성의 삶을 해설해 왔는데, 이는 신자유주의 발전 전략 속에서 성별 불평등, 계급 불평등이 어떻게 심화되고 있는지를 드러내고 그에 맞서는 저항 주체를 형성하고자 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빈곤과 비정규직화의 심각성이 커다란 사회 문제로 등장했지만 정작 그것이 여성의 문제로 주목받은 적은 드물다. 최근 몇 년간 여성정책은 양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여성의 빈곤과 비정규직화 문제는 주요한 이슈로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가와 정부 주도의 여성정책은 이와 전혀 다른 방식의 의제를 설정해 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인 '여성인력 활용'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여성 경제적 자립에 필요한 충분한 임금이나 노동시장 내 안정적 지위와는 별개의 문제, 즉 국가경쟁력 강화와 경제성장의 수단으로 삼으면서 여성을 대상화하고 동시에 성별 불평등 문제를 은폐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2000년대 중반 저출산 고령사회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출산율과 여성고용율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대안으로 제시된 '일 가정 양립' 역시 여성의 일과 가정 이중 부담이라는 여성억압의 첨예한 갈등, 성별분업에 기반한 사회 구조를 문제삼기 보다는 여성'만'의 이중 부담을 효과적으로 조정하고 개별 가족 내에서 남녀의 합리적 역할 분담을 호소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러한 여성정책의 의제 설정은 표면적으로는 노동 유연화, 빈곤, 여성의 이중 부담에 따른 불만을 적절히 조정해 내면서 이면에서는 그로 인한 갈등과 피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가져온 불평등의 심화, 그로 인해 여성들이 겪는 고통과 피해를 신자유주의 발전 전략에 여성을 보다 깊숙이 편입시킴으로써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현재 우리사회가 처한 역설적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여성은 자신의 삶에 대한 자율적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라 파괴적인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가져온 사회 위기를 연착륙시키는 데 활용되어야 할 대상으로 규정된다. 또 여성정책이 신자유주의 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그 타당성을 입증해 가는 과정에서 빈곤과 비정규직화로 대표되는 성별 불평등이 왜, 어떻게 심화되는지는 첨예한 정치 쟁점으로 등장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여성정책은 어떤 정치 세력도 반대하기 않는 정책이 되어 왔지만 그만큼 누구도 책임지지도 관심 갖지도 않는 주변적인 의제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러한 여성의 도구화 대상화, 젠더 문제의 탈정치화는 여성들 스스로 권리의 주체, 집단적 정치의 주체로 등장할 수 있는 여성해방운동의 가능성을 점점 더 차단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경향은 젠더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를 예고하고 있는데 최근의 알파걸 논의, 여성의 고위직 전문직 진출 확대를 둘러싼 능력주의 신화는 여성의 이해와 요구를 개별화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의 성별 권력관계를 은폐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국민들의 압도적 찬성 여론이야말로 이러한 경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라 할 것이다.

여성운동, 이익집단운동으로서의 표상

오늘날 여성운동은 대중에게 남성과 대립되는 여성'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운동, 일부 여성의 출세와 권력 획득을 위한 도구로 표상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러한 시각에는 일면의 진실이 포함돼 있다. 현재 한국사회 여성운동은 여성의 대상화 도구화, 젠더 문제의 탈정치화에 조응하면서 특정한 여성 집단의 즉자적인 이해와 실리를 추구하는 활동으로 스스로를 표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여성 일자리, 한부모가족 자립지원 등 그동안 여성단체들이 요구해온 과제는 앞서 말한 여성정책의 한계를 비판하고 사회 변화의 상을 제시하는 것이라기 보다 여성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 요구에 그치고 있다. 그러한 과제를 저돌적인 신자유주의 정책과도 조금도 충돌하지 않는 당위적이고 '착한' 의제로 만드는 방식으로 젠더 문제를 탈정치화 하는 데 기여해 온 것이다.
그동안 여성운동이 신자유주의 확산에 따른 빈곤의 여성화, 여성의 비정규직화 문제를 꾸준히 핵심 의제로 제기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현상의 원인인 성별 불평등 구조를 드러내고 갈등의 증폭을 통해 정치를 활성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빈곤 여성, 비정규직 여성 '당사자'의 이해와 요구를 제도적으로 또는 자급자족적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한 활동이 주를 이뤘다는 점이다.
그러한 활동이 실제 여성 당사자를 조직하고 그녀들의 실질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하더라도, 빈곤의 여성화에 반대하는 운동이 곧 빈곤여성 집단의 이익추구나 자조운동으로 대체되면서 정작 빈곤의 여성화를 둘러싼 노동시장, 사회정책의 구조적 불평등 문제는 더욱 주변화 됐다. 또한 빈곤여성,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스스로를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사회 변화를 주도해 갈 주체로 세우기 보다 정책의 대상, 제도 개선의 단편적인 수혜자로 위치지우면서, 결국 여성운동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피해' 여성의 현실적 불만을 조정해주는 대리자의 역할에 국한됐다.
가장 큰 문제는 이와 같이 때로는 신자유주의 발전 전략에 여성을 편입시키는 데 일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로 인한 특정한 피해 집단 여성에게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하도록 요구하는 활동이 곧 '여성운동'의 표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다양하고 복잡한 성별 불평등의 양상과 원인을 사회적 의제로 부각시키고 집단적 저항 주체를 형성하는 여성해방운동의 원리는 점점 더 퇴색되고, 여성운동은 곧 이익집단운동이라는 낙인-그것이 사회적 자원을 충분히 갖춘 소수 여성의 기득권을 위한 것이든, 그렇지 못한 다수 빈곤 여성의 이해와 요구를 얻기 위한 것이든-을 피해가기 어렵게 된 것이다.

사회운동의 몰성성과 혁신의 한계

이와 같이 여성해방운동의 토대가 점차 옅어져 가는 데 있어, 이른바 1987년 이후 한국의 사회운동의 과오와 책임 또한 막중하다. 지난 20년간 사회변혁운동은 한국사회에서 젠더 문제를 정치화하고 여성해방운동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자기 위상을 가지지 못했으며, 오히려 공사구분-성별분업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이념과 실천을 재생산 해왔을 뿐이다.
노동자 농민 빈민운동 등 그동안 발전해 온 대중운동은 민중'일반'이라는 틀로 여성의 경험과 욕망을 해석해 왔을 뿐, 운동의 안팎에 존재하는 성별 불평등 문제는 간과해 왔다. 그럼으로써 사회운동은 젠더 문제의 비가시화, 여성 저항주체 형성을 더욱 더디게 만드는 데 일조해 온 셈이다. 더욱 안타까운 지점은 오늘날 사회운동의 위기에 대한 다양한 논의 속에서도 페미니즘을 포함한 쇄신 전략은 여전히 피상적으로만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 대기업 정규직 중심 노동조합운동의 혁신을 위한 논의에서도, 최근 진보정당 쇄신을 위한 논의에서도 젠더 문제는 여전히 주변화 되어 그저 '여성'을 좀 더 언급하는 방식, 사회적 소수자 집단으로 한데 묶는 방식으로 회자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운동 내 페미니스트 실천은 유일하게 사회운동 안팎의 젠더 문제를 고민하고 사회운동의 페미니즘적 혁신을 주장해 왔다. 운동사회 성폭력 문제를 과감히 드러내고 개선하고자 했던 반성폭력운동, 여성의 과소대표성을 극복하고자 했던 여성할당제 도입 운동, 그 밖에 남성중심적인 운동 문화를 비판했던 크고 작은 활동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쇄신 지점을 밝히는 작업은 충분히 발전되지 못했다. 때로는 그동안의 페미니스트 실천이 오히려 여성을 소수자, 피해자의 지위에 가두거나 페미니즘의 가치를 여성 집단의 특수한 이해와 요구, 남여의 형식적 평등으로 표상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오늘날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사회운동의 커다란 지향 하에서 페미니스트들은 오늘날 여성의 현실을 신자유주의 사회 재편의 결과임을 강조하고 여성을 그러한 적대의 최전방에 위치 짓는 프레임을 만들어 왔지만, 실제 여성들의 삶과 신자유주의 사이에 존재하는 커다란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구체적인 분석이나 담론 형성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KTX, 이랜드-뉴코아 등 개별사업장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고 여성노동권 쟁취 투쟁,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이라는 사후적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을 넘어서, 그러한 투쟁이 페미니스트 실천으로 갖는 정치적 의미를 풍부히 구축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운동네트워크의 목표와 과제

이상과 같이 오늘날 한국사회 여성운동, 사회운동의 현실은 여성해방운동의 가치와 원리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그러한 운동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여러 사회구조적 요인들에 대한 유력한 문제제기 집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1990년대 초반에 이루어진 한국사회 여성운동과 사회운동의 역사적 분리, 이후 자기 구축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한계들은 더욱 공고해져 왔는데, 남성중심적 노동운동 사회운동의 반(反)경향으로 여성운동을 표상하는 방식, 그와 반대로 여성운동을 '부르주아 중산층 운동'으로 낙인찍으면서 스스로의 페미니즘적 쇄신을 방기해온 경향은 그러한 운동 간의 연대를 가로막는 것은 물론 젠더 문제를 정치화하기 위한 다양한 모색을 더디게 했다.

여성운동네트워크는 이러한 진단 속에서 젠더 정치를 활성화하고 아래로부터 여성해방운동 주체를 형성해나갈 운동의 흐름을 형성하고자 하며, 그것은 단지 지금의 여성운동, 사회운동을 표상하고 있는 여성단체, 사회운동단체, 대중운동조직 중 어느 하나의 혁신과 발전이 아닌 그 모든 것을 포함하는 '새로운 여성운동', '새로운 사회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실천은 여성해방운동의 기나긴 역사를 되돌아보며 오늘날 현실 속에서 재구축해 나가는 모색의 과정이자, 역사적으로 분리 구축되어 온 한국사회 여성운동과 사회운동의 경계를 뛰어 넘는 실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신자유주의 발전 전략 비판, 여성해방운동의 부흥, 사회운동의 페미니즘적 혁신이라는 추상적 주장과 구호가 곧 여성운동네트워크의 목표나 비전이 될 수는 없다. 그러한 주장을 조금 더 구체적이고 분명한 전략으로 제시하기에는 현재, 우리가 가진 역량은 매우 부족하다. 때문에 여성운동네트워크가 출범을 통해 밝히고자 하는 바는 그러한 목표와 비전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실천의 경로들이며, 이에 다음의 역할을 우리 스스로의 임무로 상정하고자 한다.

하나, 신자유주의 사회 재편 속에서 성별 불평등의 양상, 성별 권력관계의 변화를 분석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정치 의제를 제기하는 활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빈곤의 여성화, 여성의 비정규직화, 여성의 생산 재생산노동 이중부담 구조 변화, 이주의 여성화, 성 상품화 확산 등 그동안 신자유주의 하에서 여성의 현실을 진단하고 여성정책의 한계를 비판해왔던 다양한 문제의식을 보다 구체적인 정치 의제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그러한 현상의 심각성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여성들의 삶 속에서 현실을 파악하고 그것을 야기하는 불평등 구조를 드러내고 지양해 나가는 활동을 진행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의 성공여부는 무엇보다 여성들이 처한 현실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읽어내는 데서 출발하여 다양한 젠더 문제를 사회 이슈화하고 주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량을 키워가는 데 있으며, 그 성과는 한국사회 페미니즘의 이론적 실천적 기반을 풍부히 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둘, 기층 여성 스스로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인식하고, 경험과 욕구를 바탕으로 저항의 흐름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여성해방운동의 새로운 틀과 담론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는 아래로부터 여성의 주체화 세력화를 도모할 수 있는 운동의 기반이 척박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과제이며, 우리는 그러한 운동을 형성해 나가는 여성 자신이자 나와 너, 우리를 연결하는 안내자가 되고자 한다.
여성운동네트워크는 현재 한국사회 비정규직 운동의 틀과 담론이 비정규직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과 삶의 문제를 저항의 언어로 해석하고 스스로를 운동의 주체로 호명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을 진단한 바 있다. 이는 기층 여성들이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인지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찾아 능동적으로 대응해가는 경로를 새롭게 구성해야 할 절실함을 말해준다.
이에 우리는 지금까지 여성운동, 사회운동이 여성들 스스로의 주체화 세력화를 가로막는 요인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고 기존의 문제화 방식, 조직화 전략 등을 근본적으로 쇄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실제 빈곤과 고용불안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보다 귀 기울이고 연대하면서, 그러한 투쟁이 갖는 정치적 사회적 의미를 새롭게 구축하는 과정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상의 목표를 실현하는 활동은 기존 여성운동, 사회운동의 실리추구적 경향, 몰성적 경향을 극복하고 양자의 전환과 혁신을 추구하는 실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운동네트워크는 우리 자신에게 그러한 성과를 축적시키는 특정한 '조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여성운동, 새로운 사회운동을 일구어나가는 하나의 '흐름'으로서, 대중과 대중운동 스스로에게 그 성과를 돌려주는 매개자의 역할을 자임하고자 한다.


2008년 여성운동네트워크 활동 계획

(1) 월례포럼
첫 번째 목표와 과제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월례포럼은 오늘날 성별 불평등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운동사회에 다양한 젠더 정치 의제를 제기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월례포럼은 그러한 현실을 몸소 경험하고 있는 여성들의 경험 나누기, 여성정책이나 여성운동 사회운동 이슈에 대한 분석과 입장 마련, 스스로 중요한 쟁점이라고 판단하는 젠더 이슈를 제기하기 위한 자리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될 것이며, 특히 여성의 비정규직화, 재생산노동과 사회서비스 시장화, 가족 문제 등을 주요한 정치 의제로 제기하기 위한 풍부한 논의를 만들어 갈 것이다.

(2) 페미니즘 대중교육
두 번째 목표와 과제를 구현하기 위한 주요 방안으로, 우리 자신은 물론 기층 여성들의 현실 인식과 운동 구축의 방향을 제시하고 토론을 통해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페미니즘 대중교육을 실시할 것이다.
특히 2008년에는 우선적으로 노동조합 여성활동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여 여성노동자의 현실에 대한 여성노동자 스스로의 진단과 요구를 제기해 나가는 훈련, 페미니즘을 둘러싼 현재 우리 사회의 다양한 해석과 담론 속에서 진정한 여성해방의 정치이념으로서 페미니즘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둘 것이다.
여성운동네트워크는 이 교육의 기획과 시행, 평가과정을 체계화함으로써 페미니즘 이론을 쇄신할 수 있는 단초들을 만들어 가면서 동시에 현장의 요구를 가장 잘 반영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네트워크 안팎의 노조 여성활동가들과 함께 교육팀을 구성하여 교안과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상반기), 실제 교육을 진행하면서(하반기) 노하우를 축적해 나갈 것이다.

(3) 다양한 여성 대중투쟁와의 연대
다양한 기층 여성들의 투쟁, 특히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며, 그러한 투쟁이 갖는 성과와 한계, 정치적 의미를 구축해 나갈 수 있는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여성운동네트워크가 밝힌 목표와 과제의 실현 정도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여성운동네트워크는 올 한해 여성 비정규직 사업장 투쟁에 대한 공동 평가(월례포럼과 연동), 3 8 세계여성의 날 맞이 여성노동자 투쟁대회 등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 투쟁을 활성화하고 사회 이슈화하는 대중적인 사업을 기획하고 함께 해 나갈 것이다.

(4) 공동전략회의와 (가칭)여성운동포럼
공동전략회의는 앞서 사업들 속에서 '새로운 여성운동'의 비전을 모색해가는 논의의 장이 될 것이다. 월례포럼이 현안과 현장을 중심으로 여러 젠더 의제를 대중적으로 제기하는 자리라면, 공동전략회의는 여성운동네트워크 참여 단체, 핵심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각 활동의 성과를 정리하고 중장기 전략을 만들어가는 논의 체계라 할 수 있다. 이에 여성운동네트워크 참여 단위를 확대하고 월례포럼, 연대활동을 실시하면서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기서 다루는 의제는 여성해방운동의 새로운 전략이라는 커다란 방향 하에서 예컨대 여성노동운동의 재구축,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 활성화 방안 혹은 그 보다 더 하위 범주라 하더라도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과제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여성운동네트워크가 앞서 제시한 목표와 과제를 얼마나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총화하고, 여성운동과 사회운동 전환의 지점을 해당 운동의 당사자들과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자리로 (가칭)여성운동포럼을 추진할 것이다. 여성운동포럼이 열리는 방식과 시기를 정하는 데는 다양한 변수가 고려돼야 하겠지만, 여성운동네트워크의 활동 성과를 널리 공유하고 또한 매시기 스스로 활동의 성과와 남은 과제를 정리하는 데 대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기 위한 기획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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