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과 서울시 도시개발 정책의 문제점
뉴타운, 한강르네상스, 경제문화도시마케팅, 도심균형발전, 디자인 서울. 화려한 수사가 말해 주듯 서울시는 온갖 개발정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강북을 비롯한 낙후된 지역을 개발한다는 이유로, 환경 친화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만든다는 이유로, 서울을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만든다는 이유로 온갖 개발들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 개발정책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 4개년 계획으로, ‘맑고 매력 있는 세계도시 서울’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개발정책을 통해 시민의 삶이 더 나아졌는가? 오히려 반대라는 여론이 더욱 짙다. 서울시 곳곳의 부동산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누군가는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는가 하면 세입자, 영세가옥주, 영세상공인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서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형편에 놓여 있다. 멀쩡한 집들을 뉴타운 개발한답시고 무너뜨리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폭등하여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들이 더 싼 집을 찾아 서울외곽으로 이사해야 할 처지다. 또한 2010년 디자인 수도 서울을 만든다며 명품거리, 디자인거리 운운하며 서민들의 생계수단이기도 한 작은 노점 자리 하나, 가판대 하나 허용치 않고 다 철거해 버리고 있다. 또한 서울 곳곳의 재래시장을 무너뜨리고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가 하면 개발지역에 묶여 재래시장 자체가 사라지는 형편에 처하게 된다. 또한 매우 열악하지만 최후의 주거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쪽방촌, 비닐하우스촌은 그곳에서 살아온 이들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재개발 위기에 놓여 있다.
이처럼 서울시의 개발정책들은 시민들을 이에 적합한 시민과 적합하지 않은 시민들로 구분하고 적합하지 않은 시민들을 서울이라는 공간 자체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 개발정책은 가난한 이들을 칼로 도려내듯 쫓아내거나 거리에서 보이지 않게 하고 있다. 과연 서울시는 누구를 위한 맑고 매력 있는 도시 서울을 만들려 하는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 4개년 계획으로 진행되는 개발정책이 가동된 지 2년, 꼭 절반이 되는 현재, 서울시 주요 개발정책을 평가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검토하고자 한다.
이명박 전 시장의 개발정책을 이어가다
현재 서울시 개발정책은 이명박 전 시장의 정책을 이어가고 보완한다. 이명박 전 시장은 청계천복원 공사의 사례처럼 도시경쟁력 강화라는 기조로 장소의 상품성을 강화하고 환경, 문화의 가치를 접목하는 개발을 진행했다. 오세훈 시장도 이런 ‘신개발주의’를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경제문화도시 마케팅이나 도시균형발전 프로젝트의 주요 사업들을 살펴보면, 한강르네상스프로젝트는 노들섬을 문화컨벤션으로 개발하겠다며 이명박 전 시장의 오페라하우스계획을 더 확대한다. 그리고 동대문동장을 공원과 디자인콤플렉스로 병행 개발하겠다고 하면서 생태, 문화 코드를 섞어 개발사업에 대한 비판의식 자체를 흐리고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의 개발정책이 가진 문제들을 오세훈 시장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더 가중시킨다.
뉴타운과 재개발 완화의 차이
하지만 최근 오세훈 시장은 자신의 개발정책이 이명박 전 시장과 큰 차이가 있는 양, 현 서울시 사업인 한강르네상스와 대운하 사업 관련성이 문제가 되자 한강르네상스 추진이 우선임을 분명하게 표명했고, 이명박 전 시장 때부터 강하게 추진해오던 뉴타운도 당분간 지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특히 뉴타운 경우 서울시에만 35 곳이 추진 혹은 고시되어 있는 상황이다. 뉴타운사업은 이미 재개발요건과 개발규제 완화, 대형규모의 명품아파트 조성, 사립학교와 병원, 학원 건립에 특혜를 주어 지주들에게 무수한 불로소득을 보장해주었다. 반면 세입자는 턱없이 비싼 임대주택 임대료로 인해 세입자의 84%가 강제 퇴출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의 ‘추가 뉴타운 지정 없다’는 발언은 총선시기에 뉴타운이 정치적으로 문제가 불거지자 내뱉은 기만에 불과하다. 뉴타운이 더 이상 지정되지 않더라도 현재 서울시는 재개발 지정요건자체를 대폭 완화하여 뉴타운 20개를 추가 지정하는 효과에 맞먹는 ‘재개발 완화 조례개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서울시의회에 상정해 놓은 상황이다. 이 안은 7월 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다루어질 것이다. 이는 이명박 식 개발정책, 불도저식 개발정책과 다를 수 없으며, 시민에 대한 기만이 아닐 수 없다.
디자인 서울, 무엇을 디자인 하는가?
오세훈 서울시장은 ‘디자인’을 개발정책의 핵심적인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무질서한 도시를 강조하며 통합된 디자인을 통해 도시공간을 재구성하고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시장 직속기관으로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두고 앞서 말한 동대문운동장 철거와 디자인콤플렉스 건설뿐만 아니라 서울의 도시경관, 가로보행 환경, 한강변 경관과 시설물, 거리와 간판 디자인까지 직접 관여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디자인으로 인정받는 도시가 되기 위해 제1회 세계디자인수도 2010-2011을 유치하고, 이를 위해 디자인정보인프라를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들어서게 될 ‘월드디자인플라자’ 중심으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말하는 디자인은 과연 무엇인가? 인공적인 자연과 고도의 산업화가 어우러 관광상품이 되는 디자인, 세련되고 깔끔한 도시경관, 그리고 오세훈 시장이 자주하는 얘기하는 명품도시일 것이다. 명품이라는 말이 부유층의 고급스러운 취향을 만족시키는 상품을 칭하는 말로 통용되듯이, 명품도시도 동일한 뜻이다. 한강에 인공섬을 만들고 영세한 한강가판대를 없애고 고급레스토랑을 만든다든지 서민들의 삶의 터전들을 무너뜨려서라도 공원과 분수대를 만드는 방식으로 전개 되는 디자인 서울. ‘명품이라는 성격에 노점상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오세훈 시장의 발언에서 서울시가 말하는 ‘명품’, ‘디자인’의 기준을 분명히 발견할 수 있다.
거리를 디자인하다? 서민, 거리에서도 쫓겨나다!
서울시의 경제문화도시마케팅 사업은 거리를 쾌적한 거리,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든다며 거리에 디자인 개념들을 적용하고 있다. 도시경관을 쾌적하고 깔끔하게 조성한다는 것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거리를 정비하고 간판을 새롭게 만들 뿐만 아니라 거리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이들의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서울시는 노점상, 노숙인, 가판대들을 맑고 쾌적한 도시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거리에서 사라져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그들에게 선심성 선물인 양 다양한 정책들을 내어 놓고 있으나 실상은 그들을 도시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들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과거부터 도시의 빈곤계층들에게 자주 취해 왔던 방식이다. 즉 도시환경미화라는 명목으로 도시에 있는 빈곤층들의 삶터, 일터를 더러운 것, 사라져야 할 것으로 간주하고 ‘청소’, ‘싹쓸이’라는 말로 통칭되듯 도시외곽으로 이들을 쫓아낸다.
노점상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노점시범거리와 디자인 거리
2007년 2월 서울시는 일부 노점상을 합법화하는 ‘노점시범거리’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노점특별관리대책’을 발표하였다. 서울시는 노점상을 위한 정책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노점특별관리대책의 목적에도 나오듯이 노점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정책이 아니라 도시환경미화를 위한 도로환경개선정책이다. 주 내용은 자치구별로 노점시범거리를 한 곳씩 지정하고, 오후 4시부터 장사를 허용하는 시간제를 적용하고, 가판대를 규격화하며, 품목을 제한함으로써 (먹거리 제외) 도시 상품화와 경쟁력에 부합되는 노점상만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는 노점상 규모를 12,000여 명 정도로 보고 있는데 (이는 신뢰하기 어려운 수치다. 대한국토계발학회 조사는 1998년 서울시 노점상을 총 187,629 명으로 제시했다), 사업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서울시가 시범가로를 서울 전역에서 실시하면 12,000여 노점 중에 절반 이상은 퇴출될 것”이다. 소수의 노점상만을 노점시범가로에 유치하고 이를 명분으로 나머지 대다수 노점상에 대해서는 ‘전 자치구의 동시다발적 단속’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노점상 단체인 ‘전국노점상총연합’은 이 노점시범거리가 노점상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노점상을 분열시켜 결국 노점상 자체를 제거하는 정책으로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한다. 또한 노점시범거리는 난항을 거듭했고, 현재 1년이 지났지만 3개구에서만 운영되고 있고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서울시는 ‘디자인거리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디자인거리는 거리의 시설물을 통합 개선하고 거리 자체를 디자인 전시장으로 만들어 상품화하겠다는 것이다.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25개 자치구마다 하나의 디자인 명품거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며 시범적으로 2008년까지 10개 자치구에 조성할 것을 밝히고 있다. 이런 디자인 거리 역시 기존 노점상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방식으로 진행됨으로써 노점상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있는 상황이다. 최근 강남이나 관악구에서는 디자인거리를 명분으로 한 노점상 단속이 본격화되고 있다. 관악구의 경우 지난해부터 디자인거리 조성을 위해 용역을 동원한 폭력적인 노점단속이 진행되었고, 노점상에게 과도한 과태료를 매기고 10여 명의 노점상들에게 90건의 고소고발을 하는 등 치졸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 실정이다.
노숙인을 거리에서 조차 내쫓는 경제문화도시마케팅사업
서울시 개발정책은 도시환경미화라는 이유로 노점상들을 제거하려는 방식과 동일하게 노숙인에 대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는 2007년 초부터 일부 자치구와 노숙인 복지단체 회의를 통해 ‘거리노숙인 밀집지역 주간 상주행위 단속철저’ 방침을 하달하였다. 이는 오세훈 시장의 5대 핵심 프로젝트의 하나인 경제문화도시마케팅 사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즉 거리 노숙인이 서울시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므로 1200만 명 관광객 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그 후 서울시는 순찰대 운영, 거리급식 근절대책, 쉼터 입소 홍보행사, 시민 설문조사 등 시설입소를 위한 일련의 방안들을 쏟아내었다.
서울시는 상담목표제를 통해 각 노숙인 상담보호센터별로 시설입소 할당량을 배분하여 시설 입소자 ‘숫자’로 실적을 평가하고 있다. 이는 서울시가 상담보호센터를 거리노숙인 청소의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시는 동일한 목적으로 무료급식 단체들의 급식행위를 중단시키는 거리급식 근절책을 시행하고 있다. 거리급식으로 인한 문제는 실내급식 전환을 통해 해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예산을 핑계로 노숙인의 밥줄을 끊어 경제문화도시마케팅이라는 돈 줄을 쥐겠다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노숙인 순찰대란 반인권적 용역반을 조직, 운영함으로서 노숙인 복지 예산낭비는 물론 노숙인 인권침해를 조장하고 있다. 이는 노숙인 복지 10년의 역사가 갖춰온 지원체계 자체를 뒤흔든다.
돈이 되는 한강 만들기, 한강르네상스
서울시가 최근 가장 주력하는 개발사업인 한강르네상스는 서울의 대표적인 생태문화자원인 한강을 친환경적 도시발전전략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서울의 중심으로 재편성하기 위해 한강에 인공섬이나 생태공원을 만들고, 강 주변에 수변타워를 조성하는 개발계획이다.
한강을 생태적, 문화적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며 내세운 것이 또다시 거대한 개발정책이라는 것은 안타깝다. 회복과 창조라는 기치로 진행되는 한강르네상스는 친환경, 문화라는 이름을 통해 한강 주변지역들(특히 워터프런트타운(수변타운)이 예정되어 있는 용산, 마곡, 여의도, 난지, 잠실, 행당, 흑석, 당인리)의 대대적인 개발을 촉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주거권 박탈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사업들은 한강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그 지역의 원주민들을 전혀 고려치 않고 철저히 건설자본을 비롯한 대자본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또한 세련되고 상품성 있는 공간을 위해 현 한강매점 상인들은 한강르네상스 사업 과정에서 민자유치 방식으로 쫓겨나거나 대자본에게 포섭되고 있으며, 이 자리에 편의점, 고급 레스토랑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서는 한강매점 상인이 괴물과 싸워 이기지만, 현실에서는 대자본이라는 괴물 앞에 한강매점 상인은 힘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한강르네상스와 맞물려 용산 국제업무지구에 편입된 서부이촌동 일대 주민들은 심각한 주거권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시는 서부이촌동 일대를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성공을 위해 지어진 지 2년에서 7년밖에 되지 않은 아파트를 전면수용 방식으로 철거하여, 한강 나루터를 만들겠다며 이곳 주민들의 주거권을 철저히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한강르네상스라는 오세훈 시장의 치적을 위해 원주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개발, 공공의 공간마저 상품화하는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개발정책에 맞선 대응과제
이처럼 화려한 수식어로 포장된 서울시 개발정책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디자인서울, 한강르네상스로 대표되는 개발정책은 도시공간의 상품성을 극대화하는 반면 공공성을 파괴한다. 서울시 개발정책이 다수의 시민을 위한 개발정책이라면 개발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임기 내 개발완료를 목표로 삼아선 안 되며, 시일이 걸리더라도 개발과정에 적절한 조치들이 병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의 개발정책은 신속성을 위해 서민, 특히 도시빈민층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가한다. 시민들을 위한 공간, 도시경쟁력을 위한 개발이라고 말하지만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사실상 공공성보다는 상품성에 더 치중하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어떤 개발이든지 간에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거나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면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이나 권리보장이 있어야 한다. 이런 보상들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발이익에만 눈독을 들이는 개발지상주의에서는 이런 절차를 찾아 볼 수 없다. 살고 있는 사람들을 철저히 유령 취급하고, 자신의 임기 내에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식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을 이명박 전 시장과 마찬가지로 불도저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또한 이런 불도저식 개발이 진행되다 보니, 비효율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전조사가 미흡하다 보니 사업이 쉽게 실패하기도 하고, 필요한 지역에서 개발이 진행되기보다는 자본의 이익만을 바라보고 새 건물 무너뜨리고 또 새 건물 짓는 비효율적 정책들이 진행된다. 대표적인 예가 멀쩡한 건물들 부수면서 강행되는 뉴타운 개발이며, 동대문 풍물시장을 운영한 지 3년 만에 다시 이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강르네상스 사업처럼 도시공간이 자본의 축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겨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도시빈곤층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오세훈 시장의 개발정책은 부동산 폭등으로 개발업자, 투기꾼, 부자에게는 막대한 이익을 남겨주지만 대부분의 시민들, 특히 도시빈곤층에게는 주거권, 생활권, 노동권 자체를 위협한다. 뉴타운과 온갖 개발정책은 대부분의 세입자를 비롯해 원주민, 영세상인이 오랫동안 살아온 지역에서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몬다. 또한 경제문화도시마케팅 사업, 디자인서울을 명분으로 노점상, 노숙인을 거리에서조차 쫓아내려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오세훈 시장의 개발정책은 서민으로 지칭되는 대다수 서울시민들의 주거권, 노동권, 생활권들을 박탈하지만 이 개발의 바람은 멈출 줄을 모른다.
개발은 모두를 위해 필요한 선택이여야 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층, 빈곤층을 억압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방식의 개발이 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노점상, 노숙인과 같이 사회적 빈곤으로 발생한 문제들을 도시환경미화의 관점으로 접근하여 문제를 덮는 방식은 반인권적일 뿐만 아니라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길이다. 빈곤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도시빈곤계층을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사회 약자을 비롯해 개발에서 밀려나는 이들의 목소리를 수렴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 개발정책의 이름이 화려하고 다양하듯이 그것이 대다수 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역시 매우 다양하고 심각하다. 경쟁력 강화, 도시공간의 상품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진행되는 현 개발은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주거공간도, 최후의 생계수단인 노점 자리도, 노동의 공간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결국 사람답게 살 권리의 박탈이다. 이 권리에 대한 요구들을 만들고 조직하는 일이 시급할 것이다. 서울 시민의 주거권, 노동권, 생활권을 지키기 위해 빈민운동과 시민사회운동 단위들의 공동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분명히 각 단위들은 서울시 개발정책 맞서 항의해 왔고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개발정책으로 인한 권리침해 상황은 매우 총체적이며, 따라서 총체적인 삶의 권리를 찾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각 사회운동단체들 간의 적극적인 연대,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시 개발정책을 통해 시민의 삶이 더 나아졌는가? 오히려 반대라는 여론이 더욱 짙다. 서울시 곳곳의 부동산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누군가는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는가 하면 세입자, 영세가옥주, 영세상공인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서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형편에 놓여 있다. 멀쩡한 집들을 뉴타운 개발한답시고 무너뜨리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폭등하여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들이 더 싼 집을 찾아 서울외곽으로 이사해야 할 처지다. 또한 2010년 디자인 수도 서울을 만든다며 명품거리, 디자인거리 운운하며 서민들의 생계수단이기도 한 작은 노점 자리 하나, 가판대 하나 허용치 않고 다 철거해 버리고 있다. 또한 서울 곳곳의 재래시장을 무너뜨리고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가 하면 개발지역에 묶여 재래시장 자체가 사라지는 형편에 처하게 된다. 또한 매우 열악하지만 최후의 주거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쪽방촌, 비닐하우스촌은 그곳에서 살아온 이들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재개발 위기에 놓여 있다.
이처럼 서울시의 개발정책들은 시민들을 이에 적합한 시민과 적합하지 않은 시민들로 구분하고 적합하지 않은 시민들을 서울이라는 공간 자체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 개발정책은 가난한 이들을 칼로 도려내듯 쫓아내거나 거리에서 보이지 않게 하고 있다. 과연 서울시는 누구를 위한 맑고 매력 있는 도시 서울을 만들려 하는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 4개년 계획으로 진행되는 개발정책이 가동된 지 2년, 꼭 절반이 되는 현재, 서울시 주요 개발정책을 평가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검토하고자 한다.
이명박 전 시장의 개발정책을 이어가다
현재 서울시 개발정책은 이명박 전 시장의 정책을 이어가고 보완한다. 이명박 전 시장은 청계천복원 공사의 사례처럼 도시경쟁력 강화라는 기조로 장소의 상품성을 강화하고 환경, 문화의 가치를 접목하는 개발을 진행했다. 오세훈 시장도 이런 ‘신개발주의’를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경제문화도시 마케팅이나 도시균형발전 프로젝트의 주요 사업들을 살펴보면, 한강르네상스프로젝트는 노들섬을 문화컨벤션으로 개발하겠다며 이명박 전 시장의 오페라하우스계획을 더 확대한다. 그리고 동대문동장을 공원과 디자인콤플렉스로 병행 개발하겠다고 하면서 생태, 문화 코드를 섞어 개발사업에 대한 비판의식 자체를 흐리고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의 개발정책이 가진 문제들을 오세훈 시장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더 가중시킨다.
뉴타운과 재개발 완화의 차이
하지만 최근 오세훈 시장은 자신의 개발정책이 이명박 전 시장과 큰 차이가 있는 양, 현 서울시 사업인 한강르네상스와 대운하 사업 관련성이 문제가 되자 한강르네상스 추진이 우선임을 분명하게 표명했고, 이명박 전 시장 때부터 강하게 추진해오던 뉴타운도 당분간 지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특히 뉴타운 경우 서울시에만 35 곳이 추진 혹은 고시되어 있는 상황이다. 뉴타운사업은 이미 재개발요건과 개발규제 완화, 대형규모의 명품아파트 조성, 사립학교와 병원, 학원 건립에 특혜를 주어 지주들에게 무수한 불로소득을 보장해주었다. 반면 세입자는 턱없이 비싼 임대주택 임대료로 인해 세입자의 84%가 강제 퇴출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의 ‘추가 뉴타운 지정 없다’는 발언은 총선시기에 뉴타운이 정치적으로 문제가 불거지자 내뱉은 기만에 불과하다. 뉴타운이 더 이상 지정되지 않더라도 현재 서울시는 재개발 지정요건자체를 대폭 완화하여 뉴타운 20개를 추가 지정하는 효과에 맞먹는 ‘재개발 완화 조례개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서울시의회에 상정해 놓은 상황이다. 이 안은 7월 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다루어질 것이다. 이는 이명박 식 개발정책, 불도저식 개발정책과 다를 수 없으며, 시민에 대한 기만이 아닐 수 없다.
디자인 서울, 무엇을 디자인 하는가?
오세훈 서울시장은 ‘디자인’을 개발정책의 핵심적인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무질서한 도시를 강조하며 통합된 디자인을 통해 도시공간을 재구성하고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시장 직속기관으로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두고 앞서 말한 동대문운동장 철거와 디자인콤플렉스 건설뿐만 아니라 서울의 도시경관, 가로보행 환경, 한강변 경관과 시설물, 거리와 간판 디자인까지 직접 관여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디자인으로 인정받는 도시가 되기 위해 제1회 세계디자인수도 2010-2011을 유치하고, 이를 위해 디자인정보인프라를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들어서게 될 ‘월드디자인플라자’ 중심으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말하는 디자인은 과연 무엇인가? 인공적인 자연과 고도의 산업화가 어우러 관광상품이 되는 디자인, 세련되고 깔끔한 도시경관, 그리고 오세훈 시장이 자주하는 얘기하는 명품도시일 것이다. 명품이라는 말이 부유층의 고급스러운 취향을 만족시키는 상품을 칭하는 말로 통용되듯이, 명품도시도 동일한 뜻이다. 한강에 인공섬을 만들고 영세한 한강가판대를 없애고 고급레스토랑을 만든다든지 서민들의 삶의 터전들을 무너뜨려서라도 공원과 분수대를 만드는 방식으로 전개 되는 디자인 서울. ‘명품이라는 성격에 노점상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오세훈 시장의 발언에서 서울시가 말하는 ‘명품’, ‘디자인’의 기준을 분명히 발견할 수 있다.
거리를 디자인하다? 서민, 거리에서도 쫓겨나다!
서울시의 경제문화도시마케팅 사업은 거리를 쾌적한 거리,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든다며 거리에 디자인 개념들을 적용하고 있다. 도시경관을 쾌적하고 깔끔하게 조성한다는 것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거리를 정비하고 간판을 새롭게 만들 뿐만 아니라 거리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이들의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서울시는 노점상, 노숙인, 가판대들을 맑고 쾌적한 도시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거리에서 사라져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그들에게 선심성 선물인 양 다양한 정책들을 내어 놓고 있으나 실상은 그들을 도시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들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과거부터 도시의 빈곤계층들에게 자주 취해 왔던 방식이다. 즉 도시환경미화라는 명목으로 도시에 있는 빈곤층들의 삶터, 일터를 더러운 것, 사라져야 할 것으로 간주하고 ‘청소’, ‘싹쓸이’라는 말로 통칭되듯 도시외곽으로 이들을 쫓아낸다.
노점상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노점시범거리와 디자인 거리
2007년 2월 서울시는 일부 노점상을 합법화하는 ‘노점시범거리’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노점특별관리대책’을 발표하였다. 서울시는 노점상을 위한 정책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노점특별관리대책의 목적에도 나오듯이 노점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정책이 아니라 도시환경미화를 위한 도로환경개선정책이다. 주 내용은 자치구별로 노점시범거리를 한 곳씩 지정하고, 오후 4시부터 장사를 허용하는 시간제를 적용하고, 가판대를 규격화하며, 품목을 제한함으로써 (먹거리 제외) 도시 상품화와 경쟁력에 부합되는 노점상만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는 노점상 규모를 12,000여 명 정도로 보고 있는데 (이는 신뢰하기 어려운 수치다. 대한국토계발학회 조사는 1998년 서울시 노점상을 총 187,629 명으로 제시했다), 사업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서울시가 시범가로를 서울 전역에서 실시하면 12,000여 노점 중에 절반 이상은 퇴출될 것”이다. 소수의 노점상만을 노점시범가로에 유치하고 이를 명분으로 나머지 대다수 노점상에 대해서는 ‘전 자치구의 동시다발적 단속’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노점상 단체인 ‘전국노점상총연합’은 이 노점시범거리가 노점상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노점상을 분열시켜 결국 노점상 자체를 제거하는 정책으로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한다. 또한 노점시범거리는 난항을 거듭했고, 현재 1년이 지났지만 3개구에서만 운영되고 있고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서울시는 ‘디자인거리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디자인거리는 거리의 시설물을 통합 개선하고 거리 자체를 디자인 전시장으로 만들어 상품화하겠다는 것이다.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25개 자치구마다 하나의 디자인 명품거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며 시범적으로 2008년까지 10개 자치구에 조성할 것을 밝히고 있다. 이런 디자인 거리 역시 기존 노점상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방식으로 진행됨으로써 노점상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있는 상황이다. 최근 강남이나 관악구에서는 디자인거리를 명분으로 한 노점상 단속이 본격화되고 있다. 관악구의 경우 지난해부터 디자인거리 조성을 위해 용역을 동원한 폭력적인 노점단속이 진행되었고, 노점상에게 과도한 과태료를 매기고 10여 명의 노점상들에게 90건의 고소고발을 하는 등 치졸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 실정이다.
노숙인을 거리에서 조차 내쫓는 경제문화도시마케팅사업
서울시 개발정책은 도시환경미화라는 이유로 노점상들을 제거하려는 방식과 동일하게 노숙인에 대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는 2007년 초부터 일부 자치구와 노숙인 복지단체 회의를 통해 ‘거리노숙인 밀집지역 주간 상주행위 단속철저’ 방침을 하달하였다. 이는 오세훈 시장의 5대 핵심 프로젝트의 하나인 경제문화도시마케팅 사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즉 거리 노숙인이 서울시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므로 1200만 명 관광객 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그 후 서울시는 순찰대 운영, 거리급식 근절대책, 쉼터 입소 홍보행사, 시민 설문조사 등 시설입소를 위한 일련의 방안들을 쏟아내었다.
서울시는 상담목표제를 통해 각 노숙인 상담보호센터별로 시설입소 할당량을 배분하여 시설 입소자 ‘숫자’로 실적을 평가하고 있다. 이는 서울시가 상담보호센터를 거리노숙인 청소의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시는 동일한 목적으로 무료급식 단체들의 급식행위를 중단시키는 거리급식 근절책을 시행하고 있다. 거리급식으로 인한 문제는 실내급식 전환을 통해 해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예산을 핑계로 노숙인의 밥줄을 끊어 경제문화도시마케팅이라는 돈 줄을 쥐겠다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노숙인 순찰대란 반인권적 용역반을 조직, 운영함으로서 노숙인 복지 예산낭비는 물론 노숙인 인권침해를 조장하고 있다. 이는 노숙인 복지 10년의 역사가 갖춰온 지원체계 자체를 뒤흔든다.
돈이 되는 한강 만들기, 한강르네상스
서울시가 최근 가장 주력하는 개발사업인 한강르네상스는 서울의 대표적인 생태문화자원인 한강을 친환경적 도시발전전략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서울의 중심으로 재편성하기 위해 한강에 인공섬이나 생태공원을 만들고, 강 주변에 수변타워를 조성하는 개발계획이다.
한강을 생태적, 문화적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며 내세운 것이 또다시 거대한 개발정책이라는 것은 안타깝다. 회복과 창조라는 기치로 진행되는 한강르네상스는 친환경, 문화라는 이름을 통해 한강 주변지역들(특히 워터프런트타운(수변타운)이 예정되어 있는 용산, 마곡, 여의도, 난지, 잠실, 행당, 흑석, 당인리)의 대대적인 개발을 촉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주거권 박탈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사업들은 한강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그 지역의 원주민들을 전혀 고려치 않고 철저히 건설자본을 비롯한 대자본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또한 세련되고 상품성 있는 공간을 위해 현 한강매점 상인들은 한강르네상스 사업 과정에서 민자유치 방식으로 쫓겨나거나 대자본에게 포섭되고 있으며, 이 자리에 편의점, 고급 레스토랑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서는 한강매점 상인이 괴물과 싸워 이기지만, 현실에서는 대자본이라는 괴물 앞에 한강매점 상인은 힘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한강르네상스와 맞물려 용산 국제업무지구에 편입된 서부이촌동 일대 주민들은 심각한 주거권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시는 서부이촌동 일대를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성공을 위해 지어진 지 2년에서 7년밖에 되지 않은 아파트를 전면수용 방식으로 철거하여, 한강 나루터를 만들겠다며 이곳 주민들의 주거권을 철저히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한강르네상스라는 오세훈 시장의 치적을 위해 원주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개발, 공공의 공간마저 상품화하는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개발정책에 맞선 대응과제
이처럼 화려한 수식어로 포장된 서울시 개발정책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디자인서울, 한강르네상스로 대표되는 개발정책은 도시공간의 상품성을 극대화하는 반면 공공성을 파괴한다. 서울시 개발정책이 다수의 시민을 위한 개발정책이라면 개발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임기 내 개발완료를 목표로 삼아선 안 되며, 시일이 걸리더라도 개발과정에 적절한 조치들이 병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의 개발정책은 신속성을 위해 서민, 특히 도시빈민층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가한다. 시민들을 위한 공간, 도시경쟁력을 위한 개발이라고 말하지만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사실상 공공성보다는 상품성에 더 치중하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어떤 개발이든지 간에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거나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면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이나 권리보장이 있어야 한다. 이런 보상들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발이익에만 눈독을 들이는 개발지상주의에서는 이런 절차를 찾아 볼 수 없다. 살고 있는 사람들을 철저히 유령 취급하고, 자신의 임기 내에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식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을 이명박 전 시장과 마찬가지로 불도저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또한 이런 불도저식 개발이 진행되다 보니, 비효율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전조사가 미흡하다 보니 사업이 쉽게 실패하기도 하고, 필요한 지역에서 개발이 진행되기보다는 자본의 이익만을 바라보고 새 건물 무너뜨리고 또 새 건물 짓는 비효율적 정책들이 진행된다. 대표적인 예가 멀쩡한 건물들 부수면서 강행되는 뉴타운 개발이며, 동대문 풍물시장을 운영한 지 3년 만에 다시 이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강르네상스 사업처럼 도시공간이 자본의 축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겨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도시빈곤층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오세훈 시장의 개발정책은 부동산 폭등으로 개발업자, 투기꾼, 부자에게는 막대한 이익을 남겨주지만 대부분의 시민들, 특히 도시빈곤층에게는 주거권, 생활권, 노동권 자체를 위협한다. 뉴타운과 온갖 개발정책은 대부분의 세입자를 비롯해 원주민, 영세상인이 오랫동안 살아온 지역에서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몬다. 또한 경제문화도시마케팅 사업, 디자인서울을 명분으로 노점상, 노숙인을 거리에서조차 쫓아내려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오세훈 시장의 개발정책은 서민으로 지칭되는 대다수 서울시민들의 주거권, 노동권, 생활권들을 박탈하지만 이 개발의 바람은 멈출 줄을 모른다.
개발은 모두를 위해 필요한 선택이여야 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층, 빈곤층을 억압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방식의 개발이 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노점상, 노숙인과 같이 사회적 빈곤으로 발생한 문제들을 도시환경미화의 관점으로 접근하여 문제를 덮는 방식은 반인권적일 뿐만 아니라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길이다. 빈곤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도시빈곤계층을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사회 약자을 비롯해 개발에서 밀려나는 이들의 목소리를 수렴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 개발정책의 이름이 화려하고 다양하듯이 그것이 대다수 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역시 매우 다양하고 심각하다. 경쟁력 강화, 도시공간의 상품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진행되는 현 개발은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주거공간도, 최후의 생계수단인 노점 자리도, 노동의 공간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결국 사람답게 살 권리의 박탈이다. 이 권리에 대한 요구들을 만들고 조직하는 일이 시급할 것이다. 서울 시민의 주거권, 노동권, 생활권을 지키기 위해 빈민운동과 시민사회운동 단위들의 공동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분명히 각 단위들은 서울시 개발정책 맞서 항의해 왔고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개발정책으로 인한 권리침해 상황은 매우 총체적이며, 따라서 총체적인 삶의 권리를 찾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각 사회운동단체들 간의 적극적인 연대, 공동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