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와 동아시아 비핵화
6자회담 2단계 합의와 한미일동맹의 위선
2008년 6월 26일 북한은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제2단계 조치>(10.3 합의)에서 명기한 핵 신고서를 6자회담 의장국 중국에 제출했다. 그 직후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핵 신고를 환영하고 북한을 45일 내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고 대북 적성국교역법 적용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6월 27일 북한은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냉각탑 폭파 행사를 CNN과 문화방송 등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했다. 이에 따라 9.19 공동성명(2005년) 이행을 위한 10.3 2단계 합의(2007년)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는 낙관적인 기대가 높아졌다.
그러나 미국은 2007년 2단계 합의 이후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과 북한-시리아 핵협력설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다. 이 두 문제는 중국에 제출된 핵 신고서가 아닌 북미 양국간 비공개 합의의사록을 통해 처리 원칙과 절차를 정리하기로 북미가 합의했으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미국은 다음 3단계에서 북한의 핵물질과 핵무기(핵폭발장치)의 국외반출을 목표로 삼고 있으나 그에 상응하는 미국 측의 조치가 무엇일지도 불투명하다. 따라서 핵 신고서 검증 절차와 우라늄농축프로그램과 북한-시리아 핵 협력 의혹의 해소, 3단계 조치라는 가장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9.19 공동성명 이행 문제는 전체 마라톤 코스 중 약 10km 이정표에 도달한 수준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제기한 의혹들이 이라크전쟁을 정당화하려고 제시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의혹과 크게 다르지 않은지, 미국은 지금도 어떤 위선을 보이고 있는지 검토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해제, 장차 그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IMF와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 가입이 북한사회에 함의하는 바가 무엇일지에 대해 언급할 것이다. 그리고 동아시아에서 완전한 핵의 폐기라는 민중의 염원이 6자회담의 틀을 통해서는 결코 달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것이다.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 조치와 2단계 조치
미국 부시정부의 등장 이후 북미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클린턴정부는 북미 제네바합의(1994년) 이행을 고의적으로 방기함으로써 북한의 강력한 항의에 직면했다. 그러나 클린턴정부는 자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고려하며 북한의 개혁보다는 안정성을 선호했고, 집권 말기 페리보고서를 작성하며 사태의 수습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페리보고서는 북한을 무리하게 압박하여 예측 불가능한 위기가 도래하는 것을 막고, 대화를 통한 현상유지를 바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을 단계적으로 제거해나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반해 부시 정부는 반테러전쟁을 거치며 매파 개입(hawk engagement)으로 노선을 전환했다. 즉 북한과의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북한에 실질적 타격을 가하고, 나아가 북한의 정권교체나 체제전환을 유도한다는 것이었다.1)
이러한 부시정부의 노선전환 과정에서 2002년 10월 중대사건이 발생했다. 제임스 켈리 미 대통령 특사가 방북 후에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시인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02년 11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대북 중유지원을 중단했고, 12월 북한은 영변원자로 봉인 제거, 감시카메라 작동 중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철수 등 핵동결을 해제하는 조치들로 대응했다. 북한은 다음해인 2003년 1월 핵비확산조약(NPT) 탈퇴 성명을 발표했다. 2003년 8월 북핵 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이 개시되고 2005년 9월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계획의 포기”를 포함해 6개항으로 구성된 9.19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2005년 2월 북한이 핵보유 선언을 발표하고, 2006년 10월 핵실험 실시를 공개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2007년 2월 13일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 조치>(2.13 합의문)가 발표되었다. 합의문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병렬적으로 취할 조치를 명시했다. 즉 북한은 영변핵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IAEA 요원이 복귀하도록 초청한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중단을 위한 과정을 진전시켜 나간다, 일본은 양국관계 정상화를 위한 양자대화를 개시한다, 6자회담 참가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 에너지, 인도적 지원에 협력하고, 특히 60일 내에 중유 5만 톤 지원을 위한 첫 번째 운송을 시작한다. 또한 합의문은 초기 조치 이후 두 번째 단계의 주요 과제를 명기했다. 즉 다음 단계에서 북한은 모든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와 현존하는 모든 핵시설의 불능화를 이행하고, 참가국들은 초기 5만 톤을 포함하여 도합 100만 톤의 중유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2.13 합의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동결자산에 대한 북한의 항의로 이행이 지연되었으나, 2007년 6월 동결자산이 북한계좌로 송금되고, 7월 중유 5만 톤이 북한에 도착되면서 단계적으로 이행되었다.
이에 따라 2007년 10월 3일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제2단계 조치>(10.3 합의)가 발표되었다. 2단계 조치는 1단계 조치의 연속으로 각국이 취할 행동을 명시했다. 즉 북한은 2007년 12월 31일까지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를 완료하고, 또한 같은 날까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하며, 핵물질과 핵기술과 노하우를 이전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재확인한다, 미국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에 관한 공약을 완수한다, 일본은 양국관계 정상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인다, 중유 100만 톤 상당의 지원을 제공한다. 즉 1단계 초기조치가 북한 핵시설의 폐쇄(shutdown)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2단계는 핵시설의 불능화(disablement)와 모든 핵 프로그램의 검증 가능한 신고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우라늄농축프로그램과 북한-시리아 핵 협력에 관한 미국 측 주장의 의문점
10.3 합의는 2단계 조치의 완료시점을 2007년 12월 말로 설정했지만, 실제로 북한 핵 프로그램 신고서는 2007년 6월 26일에 제출되었다.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인가?
첫 번째는 미국이 제기한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HEP) 의혹이다.2)
2007년 12월 워싱턴포스트지는 북한이 미국에게 전달한 알루미늄관 샘플에서 핵농축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보도한 반면, 북한은 2008년 1월 이러한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측 인사들을 수입 알루미늄관 이용 군사시설에 참관시켰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북한이 이 알루미늄관을 우라늄 농축에 사용했다면 왜 이 샘플을 미국이 전달했냐는 문제가 남는다. 하나의 추측은 미국이 북한보다 훨씬 더 예민한 장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제거하고자 한 증거를 찾아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측도 매우 의심스럽다. 독립적인 기관의 검사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 샘플이 검증을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전달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3)
두 번째는 북한의 시리아 핵이전 의혹이다. 이스라엘은 2007년 9월 6일 새벽 전투기들을 시리아에 침투시켜 북동부 지역에 있는 군사시설을 파괴하고도 시리아 영공을 침범한 배경과 공격목표물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조금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언론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공습 목표물이 북한의 인력과 기술 지원으로 건설되던 핵 시설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10월 1일 바사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공습한 것이 사용하지 않던 일반적인 군사시설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은 2007년 9월 18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시리아와의 핵 협력 의혹을 부인했다.
2008년 4월까지 미국정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4월 15일 상원위원 에드 로이스가 ‘북한이 시리아의 핵원자로 건설을 지원했다는 주장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의회에 제공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항의했고 (일부 상원의원들은 이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북핵문제 관련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4월 24일 몇몇 의원들이 참여하는 비공개 비밀 의회브리핑을 개최했다. 이 브리핑에서 CIA가 제출한 영상은 2007년 9월 6일 이스라엘 공군기들이 공습한 시리아 동북부 사막지대의 핵 의혹시설을 찍은 것이었다. 마이클 헤이든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북한의 협력으로 건설 중이던 시리아의 원자로가 파괴되지 않았다면 가동 1년 뒤 핵무기 1~2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생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4)
반면 미국 의회브리핑 직후 바사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카타르 일간 <알와탄> 회견에서 “핵시설이라고 한다면 방공포의 방어 없이 방치했겠느냐. 사막의 공개된 장소에서 위성에 노출된 핵시설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마드 무스타파 주미 시리아 대사는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한 거짓 정보를 제시했던 것을 기억해야할 것”이라며 북한-시리아 핵협력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최근 시리아는 핵 협력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UN 사찰단의 방문에 합의했고, 6월 22-24일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이 시리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공습한 군사시설이 핵시설인지 아니면 다른 군사시설인지 여부나 이를 북한이 지원한 것이 사실이냐 여부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없다. 만약 명확한 증거가 있었다면 공습 후 7개월 간 미국이 왜 이를 공개하지 않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들이 남는다. 첫째, 미국은 UN 안보이사회 구성원으로써 다른 국가가 핵확산에 관한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증거를 발견하면 이를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IAEA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이 시리아 핵시설에 관한 주장을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지극히 어렵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둘째, 이스라엘이 이웃 주권국가를 공습하는 것이나, 미국이 이를 사실상 승인한 것은 당연히 규탄 받아 마땅한 초법적 행위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오랫동안 IAEA와 NPT를 무시했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6월 2일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비공개이사회에서 “이번 시설과 관련된 정보가 적절한 시간 내에 국제원자력기구에 제공되지 않았으며, 원자력기구가 사실을 확인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무력이 행사된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매우 수줍은 표현으로 채워졌지만, 문제의 일단을 드러낸다.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량과 검증 방안
세 번째는 플루토늄 신고와 검증문제다. 10.3 합의에서 명기한 모든 핵 프로그램의 정확하고 완전한 신고에는 원칙적으로 플루토늄 총량, 핵무기 기수, 핵실험 시설, 핵확산 기록, 검증방안 등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2008년 2월부터 북한 김계관 부상과 미국 힐 차관보는 이러한 핵심 쟁점이 담긴 핵신고 문제를 집중 논의했고, 2008년 4월 8일 양측은 핵 신고서 내용을 잠정 합의했다. 당시 합의의 구체적 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언론보도에 따르면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북한이 제출할 공식 신고서에는 플루토늄 핵 활동 내역 관련 내용, 우라늄 농축 활동과 다른 나라와 핵 협력은 현재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다짐, 핵폐기 단계로 조기 이행을 위한 적극 협력 의지 피력 등이 담길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리고 양국 간 핵심 쟁점에 속하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과 북한-시리아 핵협력 의혹과 관련한 과거사 문제의 해법은 양국 간에만 교환하기로 한 ‘비공개 합의의사록’(confidential minute)에 담기로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한겨레 ‘북 성실신고-미 상응조처 맞교환 돼야’, 2008년 4월 10일)
실제로 북한이 6월 26일 제출한 핵 신고서에는 플루토늄 추출량, 플루토늄 사용처(핵실험과 핵무기 제조 등), 영변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등 핵시설 목록, 우라늄 재고 총량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을 빚었던 우라늄농축프로그램과 북한-시리아 핵협력 의혹 문제는 4.10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보도처럼 두 문제의 처리 원칙과 절차를 북미 양국 간 비공개 의사록에 담을 것이다. 두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풀릴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6자회담 차원의 핵 신고 검증과정과 맞물려 협의, 검증될 전망이다.
따라서 남는 문제는 플루토늄 추출량 논란과 검증 문제, 그리고 핵무기(핵폭발장치) 문제다. 첫 번째로 플루토늄 추출량에 관해서 북한은 44kg이라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6월 29일 일본 교토통신). 이는 2007년 11월 북미회동에서 북한이 전달한 30.8kg보다 훨씬 늘어난 것이다. 반면 미국 측은 북한이 영변 5MW 흑연감속로에서 핵연료봉을 3회 교체했고, 폐연료봉을 재처리하여 핵무기 5-8개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약 35-60kg 확보한 것으로 추정해왔다. 지난 6월 18일 라이스 국무장관은 “북한이 얼마나 많은 플루토늄을 만들었는지 보다 명확하게 알게 될 때 핵무기 폐기와 관련된 3단계 협상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라이스 장관은 “플루토늄 보유량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검증이 대단히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원자로와 핵폐기물 저장소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북한은 접근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핵 신고 내용의 검증체제와 모니터링 방법은 공식적으로는 다음 6자회담에서 협의, 결정하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라이스 장관의 말처럼 북미간에 상당한 실무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검증 절차가 순탄하게 이뤄질지, 실제로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특히 가장 어려운 문제는 1992년 이전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 여부를 검증하기가 대단히 힘들다는 점에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기술발전에 따라 현장 접근만 보장된다면 북한 핵활동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북한이 플루토늄 사용처도 신고함으로써 북한의 핵무기 보유 수량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추정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핵 신고서에는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의 수와 제원 등에 대한 정보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5)또한 북한이 제출한 플루토늄 추출량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핵무기 보유 수량에 대한 추정도 무의미해질 수 있다.
북한 핵무기와 3단계 조치
부시 미대통령은 북한의 신고서 제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서 ‘북한의 핵신고는 핵폐기 절차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에 필요한 시간인) 향후 45일간 북한의 신고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이뤄질 것’이며,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6)앞서 언급한 것처럼 핵신고서 검증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미래를 속단할 수 없으나, 다만 2단계 검증절차가 원만하게 마무리될 때를 가정하여 3단계의 핵심 쟁점을 검토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3단계에서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를 넘어서 북한이 과거에 생산한 핵물질과 ‘핵무기’(핵폭발장치)를 북한 땅에서 반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관한 북한의 생각은 무엇인가? 현재 미국 측 인사들은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그들은 북한이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의 비공식 핵국가 지위, 비공식 핵국가인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의 관심을 보이는 것이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방증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핵물질과 핵무기의 국외 반출과 같이 완전한 핵폐기가 비가역적 조치라고 한다면,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비가역적 조치를 취해야하는 것이다.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같은 수준의 정치적 조치는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되돌릴 수 있는 가역적 조치이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대해 확고하고도 철저한 체제보호 약속, 예를 들어 불가침조약이나 평화협정 체결과 같은 비가역적 조치가 의제로 제출되어야 3단계 협상에 북한이 적극 임한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이 대북 경제지원과 체제안전보장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3단계 협상의 성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7)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와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교역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공식적인 절차에 돌입함에 따라 이러한 조치가 향후 북한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8)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이 취할 두 가지 조치의 상징성은 있지만 직접적인 경제 효과는 미미하다.
우선 1974년 무역법(Trade Act)에 포함된 잭슨-배닉 수정조항은 ‘이민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비시장경제국가에 대해서는 최혜국 지위(정상적 교역관계)와 국책금융기관의 신용공여(수출입은행의 수출신용과 해외민간투자공사의 투자보증)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따라서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미 무역법 ‘잭슨-배닉 수정조항’의 적용 유보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대미 무역이 불가능하다. 나아가 미국이 북미간 무역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항구적 정상교역관계의 지위를 부여하고, 개발도상국 일반에 적용하는 일반특혜관세제도(GSP)의 허용해야 한다. 현재 미국이 북한에 적용하는 고관세율(Column 2)은 정상교역관계(NTR), 일반특혜관세제도(GSP)의 지위에 있는 국가에 적용되는 저관세율(Column 1)보다 2~10배 높은 수준이어서 북한 상품이 미국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9)하지만 무역협정 체결은 의회의 비준을 필요로 하며 훨씬 복잡한 절차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조치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동반된다. 예를 들어 인권, 종교의 자유 등 미국에서 민감하게 여기는 이슈들로 인해 미 의회의 일부 의원들이 북한에 대한 정상교역관계 지위 부여를 반대한다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또한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됨으로써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분석이 있다. 과거 북한은 1997년 4월과 2000년 8월 아시아개발은행 가입을 신청했다. 그러나 최대 지분보유국인 일본과 미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서 가입심사도 없이 거부되었다. 또한 북한은 IMF와 세계은행에 대해 공식적인 가입 의사 표명은 하지 않았으나 비공식적으로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1997년 9월 북한이 IMF 실태 조사단을 초청했고, 1998년 2월에는 세계은행 부총재 선임자문관이 세계은행에 관한 비공식 설명회를 개최했다. 따라서 이러한 선례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이 앞으로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중저소득 개발도상국에 개발자금을 공급하는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최빈국에 대해 IBRD보다 더 장기저리로 개발자금을 공급하는 국제개발협회(IDA)로 구성된다. 아시아개발은행의 자금지원제도도 세계은행과 유사한데, IBRD 차관과 비슷한 일반재원 융자제도와 IDA 차관과 비슷한 아시아개발기금 차관이 있다. 그런데 세계은행의 IBRD 가입하려면 먼저 IMF에 가입해야 한다. (실제로는 거의 시차 없이 IMF와 세계은행 가입심사가 동시에 이뤄진다.) 그리고 IBRD에 가입하면 IDA에 가입할 수 있다. IMF는 가입 희망국에 대해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북한이 테러지원국이라는 이유로 미국이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무조건 반대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가입이 불가능했다. IMF 가입국의 의무는 IMF 협정문 4조에서 명시한 ‘안정적인 환율제도의 유지’, 8조와 14조에 명시한 ‘경상지금에 대한 제한 철폐’다.10)하지만 예를 들어, 현재 일본인 납치문제로 북미 간 합의에 불쾌함을 표시하고 있는 일본이 동조국을 모아 IMF 상임이사회를 통해 북한의 IMF 가입 안건이 총회에 상정되는 것을 막거나 지연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즉 IMF 가입 사전조건으로 북한이 시장경제를 실제로 도입하고 외환보유고, 국가재정통계, 국민소득, 통화량 등 주요 통계를 IMF 가입 전에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북한의 아시아개발은행 가입은 미국이 반대하지 않더라도 일본만의 힘으로 저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본이 보유한 ADB 투표권이 17.56%이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25%를 모으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면 각종 통계제출, 빈곤축서전략문서 작성, IMF와의 정기적인 정책협의 등을 거쳐야 한다. 즉 국제금융기구는 ‘워싱턴 컨센서스’에 바탕을 둔 개혁개방 프로그램을 양허성 자금지원의 조건으로 북한에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국제금융기구로부터의 차관 도입보다는 양자 간 자금지원 쪽에 관심을 높일 가능성도 크다.
6자회담과 한미일 삼각동맹의 위선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적성국교역법 대상 지정 해제를 계기로 북미 양자 간 대회나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고, 북한이 경제회생을 도모하길 바라는 소박한 기대가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한 듯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 핵심적인 문제들을 간과하거나 묵과해서는 안 된다.
첫째, 미국이 10.3 합의 이후 북한의 농축우라늄프로그램이나 북한-시리아 핵 협력설을 유포하는 행태는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앞두고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을 거짓으로 확산시켰던 행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미국 언론은 9.11 이후 군사외교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입을 빌어 각종 의혹을 분명한 증거 제시도 없이 마구 대중에게 쏟아 내고 있다. 이에 무방비로 노출된 대중은 객관적 판단보다는 언론이 흘리는 각종 의혹을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이 그처럼 강한 확신을 거듭 주장하면서도 분명한 근거 제출의 의무를 고의로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나,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과 이에 대한 미국의 실질적 승인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강대국의 초법적 행위라는 사실은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둘째, 6자회담 합의가 북한의 비핵화 달성에 유익한 경로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의 틀 자체가 동아시아의 진정한 핵 폐기에는 아무런 구실도 못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북한 핵 신고서 검증을 둘러싼 가장 중대한 쟁점의 하나는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량이 북한이 신고한 것처럼 44kg이냐, 아니면 미국의 추정치의 최대치인 60kg이냐는 것이다. 최대 약 15kg의 격차를 둘러싼 검증 문제는 향후 6자회담 합의의 심각한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시야를 돌려본다면, 현재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의 양은 약 45톤에 이른다. 추정치의 최대 격차 15kg의 3000배에 이르는 플루토늄을 일본은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6자회담 참가국 중 미국, 러시아, 중국은 핵보유국이며, 일본은 잠재적 핵보유국인 셈이며, 한국은 일본을 모델로 삼아서 핵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플루토늄 재처리시설 확보를 장기적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세계평화 척도로 연결시키려는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위선적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셋째, 미국과 한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완화를 북한의 체제 전환과 연결시키려고 하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의 조정을 받는 국제금융기구를 통해 미국은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는 나라들에 대한 원조 제공시 미국식 시장경제체제 확산 전략인 워싱턴 컨센서스를 조건으로 내걸었고, 이로 인해 원조를 받는 나라들은 금융자유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고, 미국 압력에 굴복해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인 나라들은 예외 없이 금융재난을 면치 못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미 세계경제는 미국발 금융위기, 석유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심각한 위기 국면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고, 북한 경제의 대안적 모델로 언급되던 베트남은 물가폭등, 부동산 거품 심화, 상품수지 적자, 주가 폭락으로 인해 외국자본의 이탈과 IMF 구제금융의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북한의 체제전환으로 인한 민중이 감내해야 할 고통이나 세계경제의 심각한 위기의 직격탄이라는 가능성은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현실이다.11)
1)부시정부의 등장 이전 한반도 핵문제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임필수, 「한반도와 미국 핵무기 위협의 현재성: 미국의 핵선제공격 옵션은 NPT와 제네바합의를 위협한다」, 『사회진보연대』, 2002년 10월호. 정영섭, 「한반도의 핵 현실과 반전반핵운동」, 『사회운동』, 200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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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미국은 2002년 10월 북한이 비밀리에 HEU (고농축우라늄 핵개발: Highly Enriched Uranium)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주장하며 북미 제네바합의를 폐기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HEU에 대한 정보 판단을 ‘중간단계의 확신’으로 하향 조정한 후 HEU 대신 UEP(우라늄농축프로그램: Uranium Enrichment Program)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본문으로
3)Tim Beal, 「On the Brink. Prospects for US-DPRK Settlement Dim, Yet Again」, 『Japan Focus』, May, 9, 2008. 이에 관해 요코타 메구미의 유골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04년 일본정부는 북한이 전달한 요코타 메구미의 유골이 가짜라고 주장했으나,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쳐>(Nature)의 2005년 2월 2일 인터넷판 보도기사는 여기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네이쳐> 기사와 2005년 2월 26일 일본 <겐다이>(現代) 기사를 종합하면 사실은 다음과 같다. 일본 정부는 유골의 DNA 감정을 과학경찰연구소와 데이쿄대학 의학연구실 요시이 토미오 강사에게 의뢰했다. 과학경찰연구소는 ‘유골이 고온으로 태워져 있기 때문에 DNA 검출이 가능하지 않았다’라고 했는데, 데이쿄대학은 ‘요코타 메구미씨 이외의 다른 사람의 DNA가 복수 발견되었다’라고 일본정부에 보고했다. 일본 정부는 그 보고를 받고서는 ‘유골은 가짜’라고 단정해 버렸다. 그러나 <네이쳐>가 요시이 강사와 인터뷰한 결과 요시이 강사는 화장된 표본을 감정해 본 경험이 전혀 없고, 그는 자신이 행한 감정이 단정적인 것이 아니며, 또한 샘플이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유골은 뭐든지 빨아들이는 딱딱한 스펀지와 같은 것이다. 만약 유골에 그것을 취급한 누군가의 땀이나 기름기가 깊이 스며들어 있으면 아무리 잘 처리해도 그것들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쳐> 기사는 중립적인 제3국의 검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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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애초 이 시설에 대한 정보는 이스라엘이 파악해 지난해 초 미국 정부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쪽 정보를 처음 제공받았을 땐 회의적이었지만, 공습 전에 비디오와 내부 사진 등을 보고 이스라엘의 공습을 사실상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습 이후 위성사진 비교판독 결과, 문제의 상자형 시설(47×47m)은 북한 영변의 5MW원자로(48×50m) 건물과 거의 비슷한 크기였다. 국제사찰을 거부한 시리아는 공습 한달 뒤 이 시설을 완전히 철거하고 다른 공사를 벌여 현장의 증거들을 모두 없앴다. 앞서<워싱턴포스트>는 정보국 관리들의 말을 따 “이번에 공개될 비디오에는 문제의 시설에 북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며, 내부의 원자로가 북한 영변의 흑연감속로와 놀랍도록 닮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신문은 “정보당국 관리들은 브리핑에서△이 시설은 정상가동 이전의 상태였고 △원자로에는 연료용 우라늄이 없었으며 △무기용 핵능력을 갖춘 시설이란 징후도 없다고 설명할 예정”이라는 고위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한겨레 인터넷판, ‘북한 사람 모습 보여…영변 핵시설과 닮았다’, 2008년 4월 24일)본문으로
5)6월 26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 관련 상세사항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면 이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데아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 성명에서 북한의 핵신고를 “환영한다”고 강조했고, 핵무기 관련 세부사항이 빠진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번 신고서에 핵무기 관련 세부사항을 담지 않는다는 것은 그동안 6자회담 참가국 사이에서 사실상 양해가 이뤄진 사항이다. 따라서 한국 측의 발언이 오히려 돌출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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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절차는 무기수출통제법(Arms Export Control Act) f항에 명기되어 있다. 이는 미국 대통령이 해제 대상국이 법규상 테러지원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국무부, 상무부 등의 검증절차를 거쳐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시행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이 해제 발효 희망일 45일 전까지 하원의장과 상원 외교금융위원장에게 대상국이 지난 6개월 간 국제테러 행위를 지원한 사실이 없으며, 향후에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하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후 45일 간 의회에서 이의제기가 없으면 최종 해제가 즉각 발효된다. 의회는 해제에 반대하는 합동결의안을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통과시킴으로써 이의 제기가 가능하지만, 상하원 결의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를 의회가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출석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한편 대상국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면 미국 대통령이 45일을 기다리지 않고 즉각 해제할 수도 있는데, 후세인이 제거된 이라크가 2004년에 해제된 사례가 이에 속한다. 본문으로
7) 3단계 협상에서 또 하나의 쟁점은 북한에 대한 경수로형 원자로 제공 문제다. 북한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발표된 직후에도 “신뢰조성의 물리적 담보인 경수로 제공이 없이는 우리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 억제력을 포기하는 문제에 대해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2005.9.20) 반면 미국의 주류 입장은 경수로 제공에 부정적이다. 그들은 경수로형 원자로를 통한 핵무기 개발 가능성이 이론적으로는 희박하지만 북한에게 최소한의 가능성도 제공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대북 경수로 사업을 적극 지지했고, 이명박 정부는 아직 정확한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다만 남북경협이 확대되려면 대북 전력사업이나 경수로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에 대한 경수로 지원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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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미국은 1917년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공산국가 등 적성국에 대해 행정부의 승인 없이는 교역과 금융거래를 할 수 없도록 전면금지하는 적성국 교역법을 제정했다. 미국은 한국전쟁 발발을 계기로 그 시행령인 외국자산통제규정(1950.12)을 제정해 미국 내 북한자산을 동결하고 교역과 금융거래를 전면금지했다. 미국의 대북제재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1994년 제네바합의, 1999년 북한 미사일 실험발사 유예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일부 완성되었다. 1995년에는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여행, 언론취재와 통신, 금융거래, 특정품목(마그네사이트) 교역’을 허용했고, 2000년 6월에는 ‘북한산 상품, 원자재의 수입, 북한주민에 대한 송금, 일부 품목을 제외한 소비재 품폭의 북한 수출’을 허용했다. 현재 미국의 적성국 교역법 적용 대상은 북한과 쿠바 2개국에 불과하다. 본문으로
9) 항구적 정상교역관계는 최혜국대우를 매년 심사하지 않고 항구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특혜관세제도 개발도상국의 수출 확대와 공업화촉진을 위하여,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농수산물, 공산품 및 반제품에 대하여는 아무런 조건 없이 일반적으로 무관세 또는 저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상의 특혜대우를 말한다. 2006년 현재 미국은 144개국 4650개 품목에 대해 일반특혜관세를 부여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대미 수출액은 326억 달러 규모다. 본문으로
10) IMF협약은 제8조에서 가맹국에 대해 첫째 경상 지급에 대한 제한 철폐, 둘째 차별적 통화조치의 철폐, 셋째 외국인 보유 통화의 교환성 보장이 라는 3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을 일시에 철폐하기 어려운 국가가 예상되므로 그 원칙에 대해 예외 규정, 즉 외환 제한철 폐에 대한 유예 규정을 설정하고 있는바 이것이 제14조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 즉 IMF협약 제14조에 따르면 경쟁력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수지가 불안한 가맹국은 IMF 당국에 통고한 후 경상거래에 관한 제한 변경을 할 수 있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해당하는 나라를 IMF 제14조국이라 한다. 이에 해당하는 나라는 매년 정기적으로 14조국의 적 에 관해 협의를 받아야 한다. 한국은 1955년 14조국으로 가입했다가 1988년 8조국에 가입했다. 본문으로
11)북한 경제의 내적 위기와 세계경제로의 편입이 낳는 위험이라는 딜레마는 심각한 쟁점이다. 임필수,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경협: 민족통일에서 경제통합으로?」, 『사회운동』, 2007년 9월호. 본문으로
그러나 미국은 2007년 2단계 합의 이후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과 북한-시리아 핵협력설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다. 이 두 문제는 중국에 제출된 핵 신고서가 아닌 북미 양국간 비공개 합의의사록을 통해 처리 원칙과 절차를 정리하기로 북미가 합의했으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미국은 다음 3단계에서 북한의 핵물질과 핵무기(핵폭발장치)의 국외반출을 목표로 삼고 있으나 그에 상응하는 미국 측의 조치가 무엇일지도 불투명하다. 따라서 핵 신고서 검증 절차와 우라늄농축프로그램과 북한-시리아 핵 협력 의혹의 해소, 3단계 조치라는 가장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9.19 공동성명 이행 문제는 전체 마라톤 코스 중 약 10km 이정표에 도달한 수준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제기한 의혹들이 이라크전쟁을 정당화하려고 제시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의혹과 크게 다르지 않은지, 미국은 지금도 어떤 위선을 보이고 있는지 검토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해제, 장차 그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IMF와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 가입이 북한사회에 함의하는 바가 무엇일지에 대해 언급할 것이다. 그리고 동아시아에서 완전한 핵의 폐기라는 민중의 염원이 6자회담의 틀을 통해서는 결코 달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것이다.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 조치와 2단계 조치
미국 부시정부의 등장 이후 북미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클린턴정부는 북미 제네바합의(1994년) 이행을 고의적으로 방기함으로써 북한의 강력한 항의에 직면했다. 그러나 클린턴정부는 자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고려하며 북한의 개혁보다는 안정성을 선호했고, 집권 말기 페리보고서를 작성하며 사태의 수습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페리보고서는 북한을 무리하게 압박하여 예측 불가능한 위기가 도래하는 것을 막고, 대화를 통한 현상유지를 바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을 단계적으로 제거해나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반해 부시 정부는 반테러전쟁을 거치며 매파 개입(hawk engagement)으로 노선을 전환했다. 즉 북한과의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북한에 실질적 타격을 가하고, 나아가 북한의 정권교체나 체제전환을 유도한다는 것이었다.1)
이러한 부시정부의 노선전환 과정에서 2002년 10월 중대사건이 발생했다. 제임스 켈리 미 대통령 특사가 방북 후에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시인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02년 11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대북 중유지원을 중단했고, 12월 북한은 영변원자로 봉인 제거, 감시카메라 작동 중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철수 등 핵동결을 해제하는 조치들로 대응했다. 북한은 다음해인 2003년 1월 핵비확산조약(NPT) 탈퇴 성명을 발표했다. 2003년 8월 북핵 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이 개시되고 2005년 9월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계획의 포기”를 포함해 6개항으로 구성된 9.19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2005년 2월 북한이 핵보유 선언을 발표하고, 2006년 10월 핵실험 실시를 공개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2007년 2월 13일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 조치>(2.13 합의문)가 발표되었다. 합의문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병렬적으로 취할 조치를 명시했다. 즉 북한은 영변핵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IAEA 요원이 복귀하도록 초청한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중단을 위한 과정을 진전시켜 나간다, 일본은 양국관계 정상화를 위한 양자대화를 개시한다, 6자회담 참가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 에너지, 인도적 지원에 협력하고, 특히 60일 내에 중유 5만 톤 지원을 위한 첫 번째 운송을 시작한다. 또한 합의문은 초기 조치 이후 두 번째 단계의 주요 과제를 명기했다. 즉 다음 단계에서 북한은 모든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와 현존하는 모든 핵시설의 불능화를 이행하고, 참가국들은 초기 5만 톤을 포함하여 도합 100만 톤의 중유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2.13 합의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동결자산에 대한 북한의 항의로 이행이 지연되었으나, 2007년 6월 동결자산이 북한계좌로 송금되고, 7월 중유 5만 톤이 북한에 도착되면서 단계적으로 이행되었다.
이에 따라 2007년 10월 3일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제2단계 조치>(10.3 합의)가 발표되었다. 2단계 조치는 1단계 조치의 연속으로 각국이 취할 행동을 명시했다. 즉 북한은 2007년 12월 31일까지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를 완료하고, 또한 같은 날까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하며, 핵물질과 핵기술과 노하우를 이전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재확인한다, 미국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에 관한 공약을 완수한다, 일본은 양국관계 정상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인다, 중유 100만 톤 상당의 지원을 제공한다. 즉 1단계 초기조치가 북한 핵시설의 폐쇄(shutdown)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2단계는 핵시설의 불능화(disablement)와 모든 핵 프로그램의 검증 가능한 신고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우라늄농축프로그램과 북한-시리아 핵 협력에 관한 미국 측 주장의 의문점
10.3 합의는 2단계 조치의 완료시점을 2007년 12월 말로 설정했지만, 실제로 북한 핵 프로그램 신고서는 2007년 6월 26일에 제출되었다.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인가?
첫 번째는 미국이 제기한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HEP) 의혹이다.2)
2007년 12월 워싱턴포스트지는 북한이 미국에게 전달한 알루미늄관 샘플에서 핵농축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보도한 반면, 북한은 2008년 1월 이러한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측 인사들을 수입 알루미늄관 이용 군사시설에 참관시켰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북한이 이 알루미늄관을 우라늄 농축에 사용했다면 왜 이 샘플을 미국이 전달했냐는 문제가 남는다. 하나의 추측은 미국이 북한보다 훨씬 더 예민한 장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제거하고자 한 증거를 찾아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측도 매우 의심스럽다. 독립적인 기관의 검사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 샘플이 검증을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전달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3)
두 번째는 북한의 시리아 핵이전 의혹이다. 이스라엘은 2007년 9월 6일 새벽 전투기들을 시리아에 침투시켜 북동부 지역에 있는 군사시설을 파괴하고도 시리아 영공을 침범한 배경과 공격목표물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조금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언론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공습 목표물이 북한의 인력과 기술 지원으로 건설되던 핵 시설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10월 1일 바사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공습한 것이 사용하지 않던 일반적인 군사시설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은 2007년 9월 18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시리아와의 핵 협력 의혹을 부인했다.
2008년 4월까지 미국정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4월 15일 상원위원 에드 로이스가 ‘북한이 시리아의 핵원자로 건설을 지원했다는 주장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의회에 제공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항의했고 (일부 상원의원들은 이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북핵문제 관련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4월 24일 몇몇 의원들이 참여하는 비공개 비밀 의회브리핑을 개최했다. 이 브리핑에서 CIA가 제출한 영상은 2007년 9월 6일 이스라엘 공군기들이 공습한 시리아 동북부 사막지대의 핵 의혹시설을 찍은 것이었다. 마이클 헤이든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북한의 협력으로 건설 중이던 시리아의 원자로가 파괴되지 않았다면 가동 1년 뒤 핵무기 1~2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생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4)
반면 미국 의회브리핑 직후 바사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카타르 일간 <알와탄> 회견에서 “핵시설이라고 한다면 방공포의 방어 없이 방치했겠느냐. 사막의 공개된 장소에서 위성에 노출된 핵시설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마드 무스타파 주미 시리아 대사는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한 거짓 정보를 제시했던 것을 기억해야할 것”이라며 북한-시리아 핵협력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최근 시리아는 핵 협력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UN 사찰단의 방문에 합의했고, 6월 22-24일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이 시리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공습한 군사시설이 핵시설인지 아니면 다른 군사시설인지 여부나 이를 북한이 지원한 것이 사실이냐 여부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없다. 만약 명확한 증거가 있었다면 공습 후 7개월 간 미국이 왜 이를 공개하지 않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들이 남는다. 첫째, 미국은 UN 안보이사회 구성원으로써 다른 국가가 핵확산에 관한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증거를 발견하면 이를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IAEA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이 시리아 핵시설에 관한 주장을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지극히 어렵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둘째, 이스라엘이 이웃 주권국가를 공습하는 것이나, 미국이 이를 사실상 승인한 것은 당연히 규탄 받아 마땅한 초법적 행위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오랫동안 IAEA와 NPT를 무시했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6월 2일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비공개이사회에서 “이번 시설과 관련된 정보가 적절한 시간 내에 국제원자력기구에 제공되지 않았으며, 원자력기구가 사실을 확인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무력이 행사된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매우 수줍은 표현으로 채워졌지만, 문제의 일단을 드러낸다.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량과 검증 방안
세 번째는 플루토늄 신고와 검증문제다. 10.3 합의에서 명기한 모든 핵 프로그램의 정확하고 완전한 신고에는 원칙적으로 플루토늄 총량, 핵무기 기수, 핵실험 시설, 핵확산 기록, 검증방안 등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2008년 2월부터 북한 김계관 부상과 미국 힐 차관보는 이러한 핵심 쟁점이 담긴 핵신고 문제를 집중 논의했고, 2008년 4월 8일 양측은 핵 신고서 내용을 잠정 합의했다. 당시 합의의 구체적 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언론보도에 따르면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북한이 제출할 공식 신고서에는 플루토늄 핵 활동 내역 관련 내용, 우라늄 농축 활동과 다른 나라와 핵 협력은 현재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다짐, 핵폐기 단계로 조기 이행을 위한 적극 협력 의지 피력 등이 담길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리고 양국 간 핵심 쟁점에 속하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과 북한-시리아 핵협력 의혹과 관련한 과거사 문제의 해법은 양국 간에만 교환하기로 한 ‘비공개 합의의사록’(confidential minute)에 담기로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한겨레 ‘북 성실신고-미 상응조처 맞교환 돼야’, 2008년 4월 10일)
실제로 북한이 6월 26일 제출한 핵 신고서에는 플루토늄 추출량, 플루토늄 사용처(핵실험과 핵무기 제조 등), 영변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등 핵시설 목록, 우라늄 재고 총량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을 빚었던 우라늄농축프로그램과 북한-시리아 핵협력 의혹 문제는 4.10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보도처럼 두 문제의 처리 원칙과 절차를 북미 양국 간 비공개 의사록에 담을 것이다. 두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풀릴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6자회담 차원의 핵 신고 검증과정과 맞물려 협의, 검증될 전망이다.
따라서 남는 문제는 플루토늄 추출량 논란과 검증 문제, 그리고 핵무기(핵폭발장치) 문제다. 첫 번째로 플루토늄 추출량에 관해서 북한은 44kg이라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6월 29일 일본 교토통신). 이는 2007년 11월 북미회동에서 북한이 전달한 30.8kg보다 훨씬 늘어난 것이다. 반면 미국 측은 북한이 영변 5MW 흑연감속로에서 핵연료봉을 3회 교체했고, 폐연료봉을 재처리하여 핵무기 5-8개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약 35-60kg 확보한 것으로 추정해왔다. 지난 6월 18일 라이스 국무장관은 “북한이 얼마나 많은 플루토늄을 만들었는지 보다 명확하게 알게 될 때 핵무기 폐기와 관련된 3단계 협상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라이스 장관은 “플루토늄 보유량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검증이 대단히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원자로와 핵폐기물 저장소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북한은 접근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핵 신고 내용의 검증체제와 모니터링 방법은 공식적으로는 다음 6자회담에서 협의, 결정하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라이스 장관의 말처럼 북미간에 상당한 실무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검증 절차가 순탄하게 이뤄질지, 실제로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특히 가장 어려운 문제는 1992년 이전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 여부를 검증하기가 대단히 힘들다는 점에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기술발전에 따라 현장 접근만 보장된다면 북한 핵활동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북한이 플루토늄 사용처도 신고함으로써 북한의 핵무기 보유 수량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추정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핵 신고서에는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의 수와 제원 등에 대한 정보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5)또한 북한이 제출한 플루토늄 추출량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핵무기 보유 수량에 대한 추정도 무의미해질 수 있다.
북한 핵무기와 3단계 조치
부시 미대통령은 북한의 신고서 제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서 ‘북한의 핵신고는 핵폐기 절차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에 필요한 시간인) 향후 45일간 북한의 신고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이뤄질 것’이며,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6)앞서 언급한 것처럼 핵신고서 검증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미래를 속단할 수 없으나, 다만 2단계 검증절차가 원만하게 마무리될 때를 가정하여 3단계의 핵심 쟁점을 검토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3단계에서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를 넘어서 북한이 과거에 생산한 핵물질과 ‘핵무기’(핵폭발장치)를 북한 땅에서 반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관한 북한의 생각은 무엇인가? 현재 미국 측 인사들은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그들은 북한이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의 비공식 핵국가 지위, 비공식 핵국가인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의 관심을 보이는 것이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방증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핵물질과 핵무기의 국외 반출과 같이 완전한 핵폐기가 비가역적 조치라고 한다면,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비가역적 조치를 취해야하는 것이다.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같은 수준의 정치적 조치는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되돌릴 수 있는 가역적 조치이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대해 확고하고도 철저한 체제보호 약속, 예를 들어 불가침조약이나 평화협정 체결과 같은 비가역적 조치가 의제로 제출되어야 3단계 협상에 북한이 적극 임한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이 대북 경제지원과 체제안전보장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3단계 협상의 성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7)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와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교역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공식적인 절차에 돌입함에 따라 이러한 조치가 향후 북한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8)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이 취할 두 가지 조치의 상징성은 있지만 직접적인 경제 효과는 미미하다.
우선 1974년 무역법(Trade Act)에 포함된 잭슨-배닉 수정조항은 ‘이민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비시장경제국가에 대해서는 최혜국 지위(정상적 교역관계)와 국책금융기관의 신용공여(수출입은행의 수출신용과 해외민간투자공사의 투자보증)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따라서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미 무역법 ‘잭슨-배닉 수정조항’의 적용 유보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대미 무역이 불가능하다. 나아가 미국이 북미간 무역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항구적 정상교역관계의 지위를 부여하고, 개발도상국 일반에 적용하는 일반특혜관세제도(GSP)의 허용해야 한다. 현재 미국이 북한에 적용하는 고관세율(Column 2)은 정상교역관계(NTR), 일반특혜관세제도(GSP)의 지위에 있는 국가에 적용되는 저관세율(Column 1)보다 2~10배 높은 수준이어서 북한 상품이 미국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9)하지만 무역협정 체결은 의회의 비준을 필요로 하며 훨씬 복잡한 절차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조치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동반된다. 예를 들어 인권, 종교의 자유 등 미국에서 민감하게 여기는 이슈들로 인해 미 의회의 일부 의원들이 북한에 대한 정상교역관계 지위 부여를 반대한다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또한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됨으로써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분석이 있다. 과거 북한은 1997년 4월과 2000년 8월 아시아개발은행 가입을 신청했다. 그러나 최대 지분보유국인 일본과 미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서 가입심사도 없이 거부되었다. 또한 북한은 IMF와 세계은행에 대해 공식적인 가입 의사 표명은 하지 않았으나 비공식적으로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1997년 9월 북한이 IMF 실태 조사단을 초청했고, 1998년 2월에는 세계은행 부총재 선임자문관이 세계은행에 관한 비공식 설명회를 개최했다. 따라서 이러한 선례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이 앞으로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중저소득 개발도상국에 개발자금을 공급하는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최빈국에 대해 IBRD보다 더 장기저리로 개발자금을 공급하는 국제개발협회(IDA)로 구성된다. 아시아개발은행의 자금지원제도도 세계은행과 유사한데, IBRD 차관과 비슷한 일반재원 융자제도와 IDA 차관과 비슷한 아시아개발기금 차관이 있다. 그런데 세계은행의 IBRD 가입하려면 먼저 IMF에 가입해야 한다. (실제로는 거의 시차 없이 IMF와 세계은행 가입심사가 동시에 이뤄진다.) 그리고 IBRD에 가입하면 IDA에 가입할 수 있다. IMF는 가입 희망국에 대해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북한이 테러지원국이라는 이유로 미국이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무조건 반대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가입이 불가능했다. IMF 가입국의 의무는 IMF 협정문 4조에서 명시한 ‘안정적인 환율제도의 유지’, 8조와 14조에 명시한 ‘경상지금에 대한 제한 철폐’다.10)하지만 예를 들어, 현재 일본인 납치문제로 북미 간 합의에 불쾌함을 표시하고 있는 일본이 동조국을 모아 IMF 상임이사회를 통해 북한의 IMF 가입 안건이 총회에 상정되는 것을 막거나 지연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즉 IMF 가입 사전조건으로 북한이 시장경제를 실제로 도입하고 외환보유고, 국가재정통계, 국민소득, 통화량 등 주요 통계를 IMF 가입 전에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북한의 아시아개발은행 가입은 미국이 반대하지 않더라도 일본만의 힘으로 저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본이 보유한 ADB 투표권이 17.56%이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25%를 모으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면 각종 통계제출, 빈곤축서전략문서 작성, IMF와의 정기적인 정책협의 등을 거쳐야 한다. 즉 국제금융기구는 ‘워싱턴 컨센서스’에 바탕을 둔 개혁개방 프로그램을 양허성 자금지원의 조건으로 북한에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국제금융기구로부터의 차관 도입보다는 양자 간 자금지원 쪽에 관심을 높일 가능성도 크다.
6자회담과 한미일 삼각동맹의 위선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적성국교역법 대상 지정 해제를 계기로 북미 양자 간 대회나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고, 북한이 경제회생을 도모하길 바라는 소박한 기대가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한 듯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 핵심적인 문제들을 간과하거나 묵과해서는 안 된다.
첫째, 미국이 10.3 합의 이후 북한의 농축우라늄프로그램이나 북한-시리아 핵 협력설을 유포하는 행태는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앞두고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을 거짓으로 확산시켰던 행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미국 언론은 9.11 이후 군사외교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입을 빌어 각종 의혹을 분명한 증거 제시도 없이 마구 대중에게 쏟아 내고 있다. 이에 무방비로 노출된 대중은 객관적 판단보다는 언론이 흘리는 각종 의혹을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이 그처럼 강한 확신을 거듭 주장하면서도 분명한 근거 제출의 의무를 고의로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나,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과 이에 대한 미국의 실질적 승인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강대국의 초법적 행위라는 사실은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둘째, 6자회담 합의가 북한의 비핵화 달성에 유익한 경로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의 틀 자체가 동아시아의 진정한 핵 폐기에는 아무런 구실도 못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북한 핵 신고서 검증을 둘러싼 가장 중대한 쟁점의 하나는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량이 북한이 신고한 것처럼 44kg이냐, 아니면 미국의 추정치의 최대치인 60kg이냐는 것이다. 최대 약 15kg의 격차를 둘러싼 검증 문제는 향후 6자회담 합의의 심각한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시야를 돌려본다면, 현재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의 양은 약 45톤에 이른다. 추정치의 최대 격차 15kg의 3000배에 이르는 플루토늄을 일본은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6자회담 참가국 중 미국, 러시아, 중국은 핵보유국이며, 일본은 잠재적 핵보유국인 셈이며, 한국은 일본을 모델로 삼아서 핵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플루토늄 재처리시설 확보를 장기적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세계평화 척도로 연결시키려는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위선적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셋째, 미국과 한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완화를 북한의 체제 전환과 연결시키려고 하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의 조정을 받는 국제금융기구를 통해 미국은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는 나라들에 대한 원조 제공시 미국식 시장경제체제 확산 전략인 워싱턴 컨센서스를 조건으로 내걸었고, 이로 인해 원조를 받는 나라들은 금융자유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고, 미국 압력에 굴복해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인 나라들은 예외 없이 금융재난을 면치 못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미 세계경제는 미국발 금융위기, 석유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심각한 위기 국면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고, 북한 경제의 대안적 모델로 언급되던 베트남은 물가폭등, 부동산 거품 심화, 상품수지 적자, 주가 폭락으로 인해 외국자본의 이탈과 IMF 구제금융의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북한의 체제전환으로 인한 민중이 감내해야 할 고통이나 세계경제의 심각한 위기의 직격탄이라는 가능성은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현실이다.11)
1)부시정부의 등장 이전 한반도 핵문제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임필수, 「한반도와 미국 핵무기 위협의 현재성: 미국의 핵선제공격 옵션은 NPT와 제네바합의를 위협한다」, 『사회진보연대』, 2002년 10월호. 정영섭, 「한반도의 핵 현실과 반전반핵운동」, 『사회운동』, 200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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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미국은 2002년 10월 북한이 비밀리에 HEU (고농축우라늄 핵개발: Highly Enriched Uranium)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주장하며 북미 제네바합의를 폐기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HEU에 대한 정보 판단을 ‘중간단계의 확신’으로 하향 조정한 후 HEU 대신 UEP(우라늄농축프로그램: Uranium Enrichment Program)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본문으로
3)Tim Beal, 「On the Brink. Prospects for US-DPRK Settlement Dim, Yet Again」, 『Japan Focus』, May, 9, 2008. 이에 관해 요코타 메구미의 유골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04년 일본정부는 북한이 전달한 요코타 메구미의 유골이 가짜라고 주장했으나,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쳐>(Nature)의 2005년 2월 2일 인터넷판 보도기사는 여기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네이쳐> 기사와 2005년 2월 26일 일본 <겐다이>(現代) 기사를 종합하면 사실은 다음과 같다. 일본 정부는 유골의 DNA 감정을 과학경찰연구소와 데이쿄대학 의학연구실 요시이 토미오 강사에게 의뢰했다. 과학경찰연구소는 ‘유골이 고온으로 태워져 있기 때문에 DNA 검출이 가능하지 않았다’라고 했는데, 데이쿄대학은 ‘요코타 메구미씨 이외의 다른 사람의 DNA가 복수 발견되었다’라고 일본정부에 보고했다. 일본 정부는 그 보고를 받고서는 ‘유골은 가짜’라고 단정해 버렸다. 그러나 <네이쳐>가 요시이 강사와 인터뷰한 결과 요시이 강사는 화장된 표본을 감정해 본 경험이 전혀 없고, 그는 자신이 행한 감정이 단정적인 것이 아니며, 또한 샘플이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유골은 뭐든지 빨아들이는 딱딱한 스펀지와 같은 것이다. 만약 유골에 그것을 취급한 누군가의 땀이나 기름기가 깊이 스며들어 있으면 아무리 잘 처리해도 그것들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쳐> 기사는 중립적인 제3국의 검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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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애초 이 시설에 대한 정보는 이스라엘이 파악해 지난해 초 미국 정부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쪽 정보를 처음 제공받았을 땐 회의적이었지만, 공습 전에 비디오와 내부 사진 등을 보고 이스라엘의 공습을 사실상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습 이후 위성사진 비교판독 결과, 문제의 상자형 시설(47×47m)은 북한 영변의 5MW원자로(48×50m) 건물과 거의 비슷한 크기였다. 국제사찰을 거부한 시리아는 공습 한달 뒤 이 시설을 완전히 철거하고 다른 공사를 벌여 현장의 증거들을 모두 없앴다. 앞서<워싱턴포스트>는 정보국 관리들의 말을 따 “이번에 공개될 비디오에는 문제의 시설에 북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며, 내부의 원자로가 북한 영변의 흑연감속로와 놀랍도록 닮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신문은 “정보당국 관리들은 브리핑에서△이 시설은 정상가동 이전의 상태였고 △원자로에는 연료용 우라늄이 없었으며 △무기용 핵능력을 갖춘 시설이란 징후도 없다고 설명할 예정”이라는 고위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한겨레 인터넷판, ‘북한 사람 모습 보여…영변 핵시설과 닮았다’, 2008년 4월 24일)본문으로
5)6월 26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 관련 상세사항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면 이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데아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 성명에서 북한의 핵신고를 “환영한다”고 강조했고, 핵무기 관련 세부사항이 빠진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번 신고서에 핵무기 관련 세부사항을 담지 않는다는 것은 그동안 6자회담 참가국 사이에서 사실상 양해가 이뤄진 사항이다. 따라서 한국 측의 발언이 오히려 돌출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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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절차는 무기수출통제법(Arms Export Control Act) f항에 명기되어 있다. 이는 미국 대통령이 해제 대상국이 법규상 테러지원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국무부, 상무부 등의 검증절차를 거쳐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시행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이 해제 발효 희망일 45일 전까지 하원의장과 상원 외교금융위원장에게 대상국이 지난 6개월 간 국제테러 행위를 지원한 사실이 없으며, 향후에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하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후 45일 간 의회에서 이의제기가 없으면 최종 해제가 즉각 발효된다. 의회는 해제에 반대하는 합동결의안을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통과시킴으로써 이의 제기가 가능하지만, 상하원 결의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를 의회가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출석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한편 대상국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면 미국 대통령이 45일을 기다리지 않고 즉각 해제할 수도 있는데, 후세인이 제거된 이라크가 2004년에 해제된 사례가 이에 속한다. 본문으로
7) 3단계 협상에서 또 하나의 쟁점은 북한에 대한 경수로형 원자로 제공 문제다. 북한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발표된 직후에도 “신뢰조성의 물리적 담보인 경수로 제공이 없이는 우리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 억제력을 포기하는 문제에 대해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2005.9.20) 반면 미국의 주류 입장은 경수로 제공에 부정적이다. 그들은 경수로형 원자로를 통한 핵무기 개발 가능성이 이론적으로는 희박하지만 북한에게 최소한의 가능성도 제공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대북 경수로 사업을 적극 지지했고, 이명박 정부는 아직 정확한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다만 남북경협이 확대되려면 대북 전력사업이나 경수로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에 대한 경수로 지원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본문으로
8) 미국은 1917년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공산국가 등 적성국에 대해 행정부의 승인 없이는 교역과 금융거래를 할 수 없도록 전면금지하는 적성국 교역법을 제정했다. 미국은 한국전쟁 발발을 계기로 그 시행령인 외국자산통제규정(1950.12)을 제정해 미국 내 북한자산을 동결하고 교역과 금융거래를 전면금지했다. 미국의 대북제재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1994년 제네바합의, 1999년 북한 미사일 실험발사 유예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일부 완성되었다. 1995년에는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여행, 언론취재와 통신, 금융거래, 특정품목(마그네사이트) 교역’을 허용했고, 2000년 6월에는 ‘북한산 상품, 원자재의 수입, 북한주민에 대한 송금, 일부 품목을 제외한 소비재 품폭의 북한 수출’을 허용했다. 현재 미국의 적성국 교역법 적용 대상은 북한과 쿠바 2개국에 불과하다. 본문으로
9) 항구적 정상교역관계는 최혜국대우를 매년 심사하지 않고 항구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특혜관세제도 개발도상국의 수출 확대와 공업화촉진을 위하여,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농수산물, 공산품 및 반제품에 대하여는 아무런 조건 없이 일반적으로 무관세 또는 저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상의 특혜대우를 말한다. 2006년 현재 미국은 144개국 4650개 품목에 대해 일반특혜관세를 부여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대미 수출액은 326억 달러 규모다. 본문으로
10) IMF협약은 제8조에서 가맹국에 대해 첫째 경상 지급에 대한 제한 철폐, 둘째 차별적 통화조치의 철폐, 셋째 외국인 보유 통화의 교환성 보장이 라는 3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을 일시에 철폐하기 어려운 국가가 예상되므로 그 원칙에 대해 예외 규정, 즉 외환 제한철 폐에 대한 유예 규정을 설정하고 있는바 이것이 제14조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 즉 IMF협약 제14조에 따르면 경쟁력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수지가 불안한 가맹국은 IMF 당국에 통고한 후 경상거래에 관한 제한 변경을 할 수 있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해당하는 나라를 IMF 제14조국이라 한다. 이에 해당하는 나라는 매년 정기적으로 14조국의 적 에 관해 협의를 받아야 한다. 한국은 1955년 14조국으로 가입했다가 1988년 8조국에 가입했다. 본문으로
11)북한 경제의 내적 위기와 세계경제로의 편입이 낳는 위험이라는 딜레마는 심각한 쟁점이다. 임필수,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경협: 민족통일에서 경제통합으로?」, 『사회운동』, 2007년 9월호.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