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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8.9-10.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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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국민연금 개혁구상과 사회운동의 시각

이진숙 | 인천지부 집행위원
연금제도는 노후소득보장이라는 제도의 목적 상 매우 장기간의 시간 차원을 가지며, 보험료 수준도 비교적 높다. 그로 인해 제도설계 방식에 따라 막대한 적립금을 쌓을 수 있으며, 다른 사회보험 제도들과는 달리 자본시장의 논리에 깊이 편입될 수 있는 고유한 위험이 있다. 여기에 생산부문이 아닌 금융적 확장을 우위에 두는 신자유주의의 전략은 각종 정책, 제도들을 통해 막대한 적립기금을 유지하는 형태의 연금제도를 장려함으로써, 연금기금을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핵심 자원으로 삼고자 한다.
따라서 이러한 양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결정적으로 변경되지 않는다면 연금개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작년의 연금법 개정으로 일단락을 지었다고 생각했으나, 이명박 정부 아래서도 제도, 기금 등 국민연금 전 부문에 걸친 연금개혁 구상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연금개혁 구상은 과연 무엇이며, 이에 대한 사회운동의 시각은 무엇인가?

2차 재정추계, 적립기금 고갈이라는 허구적 이데올로기

기억하다시피 가깝게는 지난 2003년 시작된 지배계급의 국민연금 개혁의 가장 핵심적인 논리는 인구노령화와 장기 불황으로 인한 적립기금의 고갈 문제였다. 1998년 국민연금이 가입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서 기금운용법이 제정되었고, 그에 근거해 5년 마다 재정추계를 통해 재정안정성을 점검하기로 한다. 2003년 재정추계 결과 적립기금은 2036년까지는 계속 증가하지만, 가입자들의 연금 수급이 본격화되는 2040년을 전후로 급격히 감소하여 2047년이면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계에 따라 2007년,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고 국민연금 급여수준은 낮추는 방향의 국민연금법 개정이 이루어 졌다.
2003년에 이어 올해는 2차 재정추계가 이루어지는 해이다. 2003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후의 연금개혁의 폭과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결론을 요약하자면, 2044년 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2060년 기금이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계기간으로 잡은 70년 동안(2078년까지) 지불능력을 확보하지는 못했으며, 만일 적립기금을 2배율로 유지하고자 한다면, 필요보험료율을 12.49%로 조정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연금개혁 당시 기금고갈 시점을 연장하면서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결과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연금제도개선위원회는 보험료율 인상과 같은 다소 무리한 재정안정 대책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기초노령연금 도입, 가입자 소득수준의 변화 등의 제도 내외적 여건의 변화에 따른 제도의 합리화, 제도 간 역할분담 관계 조정, 그리고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와 같은 단기간의 재정안정화 대책 마련 등을 제도개선의 과제로 주문하고 있다.
재정추계 결과와 그를 토대로 한 제도개선위원회의 주문사항만을 놓고 보면, 지난 연금 개혁으로 연금 재정과 제도가 안정화되는 기반을 마련했고, 따라서 당분간 눈에 띄는 제도변화는 없을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제도개선’이라는 말 속에 은폐된 두 가지 쟁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선, 재정고갈이라는 지배계급의 억지논리가 여전히도 강력히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합리화’, ‘조정’과 같은 말들로 표현되지만, 제도개선의 내용은 실상 국민연금의 틀을 또다시 바꾸는 수준의 개혁이다.
재정추계에 반영되는 주요 가정은 출산율, 그리고 실질경제상승률, 실질임금상승률, 실질금리 등 경제와 관련된 것들이다. 특히 한국은 출산율이 세계 최저수준이기 때문에 인구가정은 핵심적이다. 이번 추계에는 지난 2003년 추계 당시와 유사하게 합계출산율을 2030년 이후 1.28명으로 가정했다. 당연히 인구노령화는 가속되고, 생산인구에 대비 노인인구 비율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자면, 2078년이 되면 현재 약 4,800만 명인 인구수는 약 2700만 명이 되고, 현재 15.2% 수준인 노인부양비는 86.3% 수준이 된다. 또한 이러한 추계를 따라가다 보면 금세기 말에 한국의 인구수는 300만 명 수준에 불과하게 된다고 한다. 그들의 가정대로라면 재정고갈이 예측되는 2060년이라는 미래는 인구수가 지금의 3/5정도이고 경제성장률은 0.7%, 실질임금상승률은 2.5% 수준인 사회인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텐데, 순전히 통계적인 가정일 뿐이거나 그 가정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하느냐 여부는 전혀 무의미한, 현재와는 질적으로 다른 사회인 것이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혹은 논리적으로 전혀 성립가능하지 않은 가정을 전제로 국민연금 적립기금의 고갈을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2003년 재정추계 당시에도 마찬가지의 비판이 제기되었는데, 적립기금 고갈 논리는 허구적이라는 것이 이번 재정추계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된다. 적립식 연금제도를 필요로 하는 신자유주의 지배계급의 연금개혁에 동원되는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공적연금 해체하는 이명박 정부의 개혁구상

제도개선위원회가 주문한 사항들은 제도개선의 수준이 아니라, 국민연금의 기반을 허물고 전혀 다른 틀의 제도를 만드는 것과 사실상 같은 것이다. 실제 재정추계 결과가 발표되자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2차 연금개혁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 시절인 지난 2월 추가적인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제시했는데, 추진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발표한 이명박 정부의 연금개혁 구상은 기초노령연금의 대상 범위를 현재의 60%에서 80% 수준으로 확대하여 기초연금으로 전환하며,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삭제하고 가입자 개인들의 기여금에 비례하여 급여를 받는 소득비례연금으로 남기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또한 이와 같은 제도개혁의 전제는 기초노령연금 및 기초법과 국민연금의 중복수급을 금지한다는 것이다(각 제도 사이에 일정한 조정구간을 두는 것은 검토).
이와 같은 제도 변화는 국민연금 급여산식에 포함된 계수를 삭제하거나 조정하는 것과 같은 간단한 방법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소득재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균등부분과 개개인의 기여분에 비례하는 소득비례부분을 하나의 제도 안에 함께 설계한 국민연금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전혀 다른 형태의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즉 균등 부문과 소득비례부문을 분리하는 것이고, 결국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사라지게 된다. 국민연금의 ‘강제저축화’라 불러도 무방한 상황인 것이다. 또한 보험료율을 인상하거나 급여율을 또 다시 낮추는 개혁을 하지 않고서도 그와 동일하게 재정지출을 감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가입자들에게 미치는 세부적인 효과는 소득수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생각해 보아도, 빈곤층 노인의 급여수준은 낮아진다는 점, 그리고 고소득층의 급여 수준은 상승한다는 사실 등의 몇 가지는 매우 자명하게 예측된다. 여기에 기초노령연금의 도입,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기초법)까지를 포함한 제도 간 중복수급을 금지한다는 단서까지 감안한다면, 그 효과는 더욱더 다양해 질 것이다. 여기서도 빈곤할수록 각 제도들을 통해 받게 되는 급여의 총합은 감소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현실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65세 이상의 노인 500만 명 가운데 기초법 수급자 40만 명의 경우 기초생활비와 경로연금으로 지급되던 급여가 기초생활비와 기초노령연금으로 명복과 비율만 바뀌었을 뿐이다. 더욱이 빈곤층 노인에게 4~5만원 지급되던 경로연금이 기초노령연금 도입으로 폐지됨으로써, 기초법 수급 노인들은 오히려 소득이 감소되는 결과도 나타나고 있다.
<표1>

가입자 월소득액
현행 급여산식

【[1.5(A+B)

(1+0.05n)]/12】
인수위의 급여산식

【[1.5(2B)

(1+0.05n)]/12】
연금 삭감액

(삭감율 △)
25만원 (△45.4%)
연금액 (소득대체율)
연금액 (소득대체율)
60만원
55만원 (91.6%)
30만원 (50%)
100만원
65만원 (65%)
50만원 (50%)
15만원 (△ 23%)
160만원
80만원 (50%)
80만원 (50%)
-
360만원
130만원 (36%)
180만원 (50%)
+ 50만원 (+38.4%)


* 2008년 소득대체율 50% 가정
* A : 전체가입자 월 평균소득 160만원 상정
* B : 가입자 개인의 월 소득 (60만원, 100만원, 200만원, 360만원)
* n : 40년 동안 연금가입했을 때
자료 : 공공노조 연금지부 정책자료집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 비판

위와 같은 국민연금 제도개혁 이외에 작년 하반기 추진되다 중단되었던 연금기금 운용체계 개편도 노무현 정부 당시와 대동소이한 개혁이 추진 중이다. 지난 7월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편안이 현행 체계와 특징적으로 다른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기금운용 지침마련(전략적 자산배분)과 기금운용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기금운용위원회를 복지부 산하 비상설 기구에서 민간 독립 상설기구로 전환한다. 2)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은 가입자 대표 12인을 포함한 총 20인이던 것에서 민간투자전문가 7인으로 구성한다. 3) 가입자 대표 6인을 포함 총 11인으로 구성되는 운용위원 추천위원회를 신설한다. 4) 국민연금관리공단 내의 기금운용본부가 담당하던 기금운용의 전술적 자산배분 및 집행을 기금운용공사를 별도로 설립하여야 한다. 5) 정부는 최소 요구수익률을 제시한다.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정부는 투자의 전문성, 정부와 가입자로부터의 독립성과 자율성, 정부의 책임성, 가입자 대표의 참여를 통한 대표성과 투명성의 제고를 큰 방향성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금운용 체계개편에 시동을 걸었던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여기에 기금분할 항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 개편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기금운용공사를 복수로 설립, 연금기금을 분산 예치하는 방안이 거론되었다. 경쟁적 투자 환경을 조성하며 거대한 연금기금이 가져올 시장지배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인데, 이 역시 지배계급 내에서는 여전히 검토 중인 사안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투자의 원리를 기금운용의 기본원리로 제도화하는 방식으로 연금지배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번 개편안을 추진하면서 정부는 캐나다, 아일랜드, 뉴질랜드의 공적연금을 참조할 만한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이들 국가 모두 민간 금융투자 전문가들 중심으로 기금 운용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공적연금을 구축하고 있는 국가들 가운데서 가입자 대표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매우 드문 사례로 손꼽히는 곳들이다. 특히 정부의 개편안은 캐나다 연기금운용회사(CPPIB)를 모델로 삼고 있다. 연기금운용회사는 정부로부터 독립되었고, 기여자와 수급자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세계은행이 가장 이상적인 공적연금 모델로 평가하기도 한다.
캐나다 공적연금은 캐나다 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하는 기초연금(OAS)과 소득비례연금(CPP)의 2중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기초연금으로 충분하지 못한 빈곤층들에게 보충연금(GIS)을 추가적으로 지급한다. 캐나다 역시 1990년대 중반 인구노령화와 재정고갈 위험을 이유로 연금개혁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기금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여 재정안정성을 제고한다는 목표가 수립되었고, 1997년 법 개정을 통해 연기금운용회사를 연방회사로 설립하고 1999년부터 투자를 시작하였다. 소득비례연금의 자산은 연방기관에 의해 관리되는 부분과 연기금운용회사에 의해 자본시장에 투자되는 부문이 각각 절반 수준으로 나뉜다. 소득비례연금 관리 부문은 국채, 연금자산 등 안정성을 우선시 하는 투자를 담당한다. 정부에서 독립되어 철저히 금융엘리트들을 중심으로 운용되는 연기금운용회사는 주식투자 비중이 60%를 상회하고 해외투자 비중도 30%까지 가능할 만큼 공격적인 투자의 비중이 앞도적이다. 주식투자를 매우 공격적으로 진행한 결과 연기금운용회사는 토론토 증권시장을 부양하는데 일등 공신이 되었다. 심지어 이라크 등지에 무기를 생산하고 조달하는 민간군수기업에 대한 투자 등 매우 비윤리적인 투자에까지 영역을 넓혀 나가 시민사회운동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연금기금 운용체계 개정안은 하반기 국회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순조롭게 국회를 통과한다면, 이르면 내년 하반기쯤부터 새로운 기금운용 체계가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의 연금기금 투자 방향을 둘러싼 각종 논란들은 매우 시사적이다.

기금운용 체계개편, 주식투자와 대체투자 확대, 구조조정의 삼박자

법적, 제도적 개혁의 추진이 아니더라도, 국민연금 기금의 금융화는 이미 본궤도에 올라있는 상황이다. 증시가 급락할 때마다 국민연금의 투입설이 정부 책임자의 입을 통해 공공연하게 발언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실제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한국 증시가 요동을 칠 때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들이 증시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왔다. 작년 8월 16일, 코스피 지수가 6.9%나 떨어지며 1,700선이 붕괴되자 10월 12일까지 약 2조5,704억 원에 이르는 연기금 순매수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코스피 지수는 1,600대에서 2,000대까지 수직으로 상승하였다. 이러한 사례를 포함하여, 작년 11월 22일에서 12월 13일까지 1조220억 원, 1월 14일에서 2월 26일까지 2조612억 원, 4월 22일에서 5월 8일까지 6,811억 원 등 연기금이 집중 투입된 시기마다 코스피는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입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로 시작된 미국경제의 위기는 주택시장의 위기,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이어지고 있고 다른 국가들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위와 같은 방식으로 국내 주식시장을 방어하는 전략은 지속되기 힘들다. 또한 연금기금 투자의 위험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위험은 이미 우리의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올 상반기에만 연금기금 주식투자 부분에서 4조 2,647억 원의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고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했다. 연금기금 약 230조 원 중 15.2%가 국내 주식에, 3.1%가 해외 주식에 투자되었는데, 각각 -9.9%, 해외주식 -11.9% 대의 수익률을 기록한 결과다.
그러나 이와 같은 투자실패가 연금기금 운용방향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 같지 않다. 지난 9월 1일에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이 주가 폭락에 따른 긴급 브리핑에서 연금기금이 투자자금 여분을 활용해 시장 안정에 기여해야 하며, 따라서 국민연금이 주식 저가 매수가 나설 시점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통해 국민연금을 압박하여 비판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인 9월 2일,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은 전체 기관 순매수액 7,044억 원의 약 60%에 해당하는 4,300억 원의 주식을 순매수 했다. 현재 연말까지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여유자금은 약 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국민연금의 주가반등 역할에 대한 기대가 상승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 발표된 2009년도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안)을 포함하여 매년 수립되는 연금기금 운용계획에도 마찬가지로 이와 같은 추세가 반영되었다. 기금의 금융투자, 특히 주식투자 확대비중이 꾸준히 높아져왔다. 실제 운용 과정에서는 기금 계획안을 초과하는 투자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지난 7월 29일 국민연금관리공단 박해춘 이사장이 발표한 국민연금 기금 중단기 운용방향은 그에 대한 보다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2012년까지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40%까지, 해외투자 비중을 20% 이상으로, 대체투자를 10%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박해춘 이사장의 구상은 연금기금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을 채권 중심에서 주식투자로 확실히 옮겨 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최초의 금융기관 CEO출신 이사장이라는 점에서 박해춘 이사장은 취임 당시부터 국민연금의 향후 전망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구상을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박해춘 이사장의 발언 중 대체투자의 확대부분은 특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체투자란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적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에 대한 대체(Alternative) 개념으로, 공개시장을 통하지 않고 협상을 통해 유가증권 또는 실물자산 등에 투자하여 방식이다. 사회간접자본(SOC)투자, 부동산, 벤처투자, 기업구조조정투자, 사모투자 등이 그 대상이다. 현재 국민연금법과 국민연금기금 의결권행사지침에 따라 기금이 어떤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이 그 회사지분의 1%를 넘으면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2007년 상반기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579개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398회 주주총회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는 결국 기업의 금융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영혁신을 요구하여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식의 활동이다. 적대적 인수합병, 구조조정, 정리해고 등이 그 현실적 모습이다.

<표2> 2006-2009년 기금 자산배분(안) (단위: %, %포인트)

구분
2006년 말
2007년말
2008년말
2009년말
투자허용범위
국내주식
11.0
13.6
17.0
20.3
±5.0
해외주식
0.7
2.8
6.8
9.4
±1.5
국내채권
78.5
74.0
66.4
60.4
±6.5
해외채권
8.7
7.5
6.9
6.0
±1.5
대체투자
1.1
2.1
2.9
3.9
±2.0
금융부문계
100.0
100.0
100.0
100.0

★ 위 기간 중 전체 기금 포트폴리오에서 금융부문이 차지하는 부분은 대략 98-99% 수준이며, 나머지는 복지부문과 기타부문으로 구성된다.

이렇듯 대체투자는 주식이나 채권보다도 고위험을 감수해야 할 뿐 아니라, 금융상품과는 다른 종류의 투기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런 가운데 박해춘 이사장은 민영화 대상 은행,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기업, 국내외의 부동산, 해외 발전소 등의 자원 개발, 그리고 곡물 자원에 대한 투자 등에 대한 국민연금의 대체투자를 공세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구조조정 및 매각 대상으로 지목되어온 우리금융,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의 금융사, 그리고 대우조선,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 매각이 예정된 구조조정 완료기업 등 몇몇 기업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투자의지를 보였다. 이 같은 구상은 새로 도입될 기금운용체계가 안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까지의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이명박 정부의 금융 구조조정, 기업 구조조정, 연금기금의 주식 및 대체투자 확대, 그리고 때맞춰 추진되는 기금운용 체계개편 작업이 삼박자를 이루며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응은 제도개혁에 대한 대응, 연금기금 금융화에 대한 비판 등 여러 축들이 함께 결합되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컸다. 더욱이 투쟁의 주체 또한 매우 협소하다. 현재 연금문제를 둘러싼 쟁점은 제도의 개혁, 운용 체계개편을 중심으로 한 연금제도 자체의 개혁으로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구조조정, 이른바 공기업 선진화 방안(4대 사회보험 징수통합), 연금기금의 주식화 등 긴급한 정세적 투쟁과제와 밀접히 연계되어 있는 상황이다. 신자유주의 금융화 반대투쟁, 반이명박 투쟁을 기조로 형성된 투쟁의 흐름 속에서 연금문제를 공세적으로 제기하고 쟁점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할 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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