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다각적 상수도 민영화 계획과 진보진영의 대응
한나라당의 민간위탁 반대 이후 정부의 민영화 방향
정부가 상수도 민영화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정부-의회-재벌의 합의
지난 8월 24일과 25일은 상수도 민영화와 관련하여 긴박한 이틀이었다. 환경부는 24일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률’(이하 상하수도 경쟁력 강화법)이라는 긴 이름의 상수도 민영화법안을 입법예고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날 오후부터 물사유화저지공동행동을 비롯한 사회단체들이 일제히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고라 등의 인터넷 게시판은 상수도 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는 글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자 이미 촛불 시위에서 호되게 당한 바 있는 한나라당은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25일 오전 상수도 민간위탁을 허용하는 환경부 법안을 국회에서 절대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언론들은 당일 오후 일제히 상수도 민영화 법안이 물 건너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부는 상수도 민영화에 대한 시민들의 경계심이 늦추어지는 때를 기다려 조만간 다시 민영화 법안을 추진할 것이다. 이미 상수도 민영화에 대해서는 정부와 대기업들 사이에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민간위탁 불허 방침을 내린 것은 “민영화로 비추어져 국민들을 불안에 떨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 때문이다. 결코 민간위탁이 잘못되었다거나 민간위탁이 바로 민영화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환경부와 법안을 사전협의한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원장은 여전히 환경부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2006년부터 ‘물 산업 육성’, ‘수도 산업 구조개편’ 등의 이름으로 상수도 민영화 법안을 정력적으로 추진해온 환경부는 국회를 계속해서 설득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표1> 물산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주요 대기업
대기업 역시 상수도 민영화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표1> 참고). 한 예로 한때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이사로 재직했던 코오롱 그룹은 그룹의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상수도 사업을 선정했다. 또 코오롱은 수도법이 정한 전문기관(상수도를 수탁할 수 있는 회사) 중 하나인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공단의 자회사인 환경시설관리공단(하수종말처리 전문 회사)을 2007년 초에 인수하고, 상하수도관 설비 시설을 대대적으로 구축하였다. 이밖에도 GS건설은 지하수 처리 사업 진출을 위한 투자를, 삼성 엔지니어링은 프랑스 베올리아와 합작사 설립을, 금호산업은 수처리 전문 사업 본부를 설립하고 있다. 정부도 기업도 상수도 민영화를 포기하기에는 정치적,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다.
환경부가 입법하고자 하는 것, 관리-운영권의 매매
환경부가 입법하고자 하는 내용은 민간자본의 상수도 사업 제한을 철폐하는 것이다. 현재 수도법에 따르면 상수도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일반회계로 운영하거나 지방공기업 혹은 공사를 설립하여 운영해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관리 등을 위탁할 수 있는 수탁자는 한국수자원공사, 환경관리공단 등으로 제한되어있다. 환경부는 이 두 제약을 완화하거나 철폐하고자 한다.
<표2> 정부의 상수도 민영화 정책 흐름
애초 환경부가 지난 2월에 공개한 ‘물산업지원법’은 상수도사업을 99% 지분매각 등의 방식으로 민간 법인화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민간기업이 상수도사업에 진출할 때 정부가 세제혜택, 해외진출 지원 등을 통해 재정적으로 지원하도록 되어있었다. 이번에 발표한 상하수도 경쟁력 강화법은 99% 지분 매각과 민간 법인 설립 등의 내용을 삭제한 대신 수자원공사 등으로 제한되어 있는 관리-운영권의 민간위탁을 민간자본에게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고 알려졌다. 환경부가 법안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으나 환경부의 기존 방침으로 볼 때 관리-운영권의 매매 역시 허용했을 것이다.
환경부는 지자체의 상하수도 소유권 매각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법안은 민영화 법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상수도, 전기, 가스 등 네트워크 산업의 소유권을 완전 매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상수도 민영화’라 일컬어지는 대부분의 사례는 환경부가 법안에서 허용하는 바로 그 운영-관리권을 위탁하거나 매매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상수도 민영화의 시초라 할 프랑스 파리의 경우도 관리-운영권을 위탁했다가 최근 이를 다시 공영화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미 민간위탁을 시행한 13개 지자체의 경우를 보면 현재까지 한국에서는 민간 위탁 이후에도 상수도의 공적 성격은 어느 정도 보장되는 듯 보인다. 수도 요금을 지방의회에서 결정하고, 민간 위탁에 따른 여론 부담 때문에 수탁회사(한국수자원공사)가 당장 이윤을 위해 무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탁회사의 초기 대규모 투자로 유수율과 수질 상승 또한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이를 두고 지자체들이 상수도사업을 수자원공사로 위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와 지자체 간의 계약조건을 보면 이러한 민간위탁의 효과는 조만간 부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수자원공사는 초기 4-5년간 운영대가를 매우 적게 책정하지만, 이후에는 운영대가를 큰 폭으로 올리기 때문이다. 보통 위탁계약은 20년에서 30년 장기 계약을 하게 되는데 수자원공사는 보통 십여 년의 기간을 두고 초기 투자비용 및 이자비용까지 회수한다. 결국 운영대가가 급격하게 상승함에 따라 지자체에서는 별수 없이 수도 요금을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다. 2004년 최초로 민간위탁을 시행한 논산시의 경우 십년 만에 처음으로 2007년 수도사업소의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수자원공사에 지급하는 운영대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수자원공사는 현재 물가인상으로 다시 한 번 운영대가의 큰 폭 상승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경우 논산시는 더 이상 수도요금 인상을 미룰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즉 지방의회가 요금결정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운영대가 계약에 따라(즉 상법에 따라) 지자체는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관리-운영권이 상수도 운영에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이며, 관리운영권 매각이 소유권 매각과 그리 큰 차이가 없는 이유이다.
어찌되었건 형식상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가 이정도이니 코오롱이나 삼성과 같은 민간자본이 위탁계약을 하면 어찌될지 뻔하다. 설사 남아공이나 아르헨티나에서처럼 상수도 파탄까지 가지 않더라도 시민들의 상수도 요금 부담이 늘어나고 상수도 접근도의 격차는 심해질 것이다. 수도법의 제약적 민간위탁도 이미 부작용을 낳고 있는데 환경부가 추진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제한 없는 민간위탁이 시행된다면 그 결과는 한국 상수도 공적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숨겨진 상수도 민영화, 행정안전부의 ‘지방상수도 전문기관 통합관리계획’
한편 현재 정부의 상수도 민영화 정책은 환경부를 통해서만 진행되고 있지 않다. 환경부의 법안만큼이나 위험한 민영화 정책이 행정안전부를 통해 조용하게 시행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지방상수도의 민간위탁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 ‘지방공기업 경영개선명령’을 통해 포항, 경주, 통영 수도사업소(지방공기업)에 상수도 민간위탁을 명령했다. 또 5월 말에는 ‘지방상수도 전문기관 통합관리계획’(이하 통합관리계획)통합관리계획을 발표해 민간위탁을 지자체별로 하지 말고 광역화하여 진행할 것을 권고하였다. 통합관리계획은 법안의 개정 없이 현재 수도법에 우선 근거하여 “광역화-민간위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수도법 상에서 민간위탁의 사실상 독점 사업자인 한국수자원공사가 이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북포항권 지역에서 민간위탁과 광역화 방안을 주제로 지자체 관계자 회의가 두 차례 이상 열렸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의 경영개선명령은 민간위탁이라는 답을 미리 준비해두고 근거를 끼워 맞춘 것처럼 보인다. ‘지방공기업 경영 평가’에서 행정안전부가 스스로 인정하듯이 포항의 경영수지악화는 2-3급 원수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지리적 제약으로 인한 높은 정수 비용과 20년 이상 된 노후관으로 인한 높은 유수율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행정안전부는 수자원공사의 원수 공급가격, 지리적 제약, 노후관 교체를 위한 지자체 및 정부의 재정 지원은 언급하지 않으며 해결책으로 민간위탁을 명령하였다. 심지어 지방공기업 경영 평가에서는 2004년부터 진행 중인 포항시와 수자원공사의 민간위탁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이 공무원들을 방만하게 했다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도 들어가 있다.
환경부의 법안이 좌절된 지금, 현실적으로는 당장 행정안전부의 민간위탁 계획이 힘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방공기업법에 근거하여 지자체와 지방공기업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첫 사례가 바로 경북포항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경북포항권은 환경부에 의해서도 광역화 시범사업지역으로 꼽힌 바도 있다.
이제 ‘물 전쟁’을 준비할 때!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정부와 자본은 상수도 민영화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대기업들이 이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 정부가 시급히 채결하겠다고 밝힌 한-EU 자유무역협상에도 상하수도 사업 개방 관련 조항이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이런 경제적 이유 외에도 정치적 이유 또한 존재한다. 정부가 경북포항권을 광역화-민간위탁의 첫 번째 사업지역으로 선정한 것은 단순히 포항, 경주의 상수도 사업이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행정안전부의 경영개선명령 이후 소집된 지자체 관계자 회의에서는 행정안전부는 ‘대운하’ 계획을 고려하여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즉 광역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취수원과 관로를 모두 변경해야 하는데 경부 대운하 코스를 예상해 이를 진행하라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대운하 건설에 소모되는 막대한 재원 중 상당수는 기존 취수원 정수장 등의 상수도 관련 시설인데, 이를 미리 광역화라는 명분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정부의 상수도 민영화 계획은 이렇게 다차원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민중운동은 정부의 입법안에 대한 이슈 파이팅 중심으로 상수도 민영화 저지 투쟁을 진행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행정안전부의 광역화-민간위탁 저지 투쟁부터 이미 추진된 지역 차원의 민간위탁 저지 투쟁까지 전국적으로 지속적으로 투쟁해야 한다.
우선 경북포항권(포항, 경주, 울진, 영덕, 영천 등)에서 준비되고 있는 광역화-민간위탁 투쟁을 전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첫 대규모 광역화-민간위탁 사업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정권의 정치적 의도 역시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민간위탁에 대한 범시민적 저항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환경부는 민간위탁에 따른 상수도사업 개선 효과를 선전하며 다시 한 번 법안 추진을 시도할 것이다.
다음으로 물사유화저지공동행동(www.publicwater.or.kr)을 중심으로 각 지역의 투쟁을 연결하고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의 집중점을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 수준에서 진행되는 행정안전부의 계획과 더불어 중앙정부의 민영화 추진에 대해 여론전과 집중 투쟁을 벌일 단위가 필요하다. 29개 단체가 가입되어 있는 물사유화저지공동행동을 확대하고, 전국적 투쟁을 총화할 수 있도록 여러 사회단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 상수도 민영화로 인한 재앙에 관해서는 다음의 글들을 참조하세요.
정부의 물 민영화 정책의 역사와 현황 관련해서는 <물산업 육성 정책 비판과 상수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연구 보고서>, 물사유화저지 사회공공성 쟁취 공동행동 연구팀 지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행정안전부와 환경부의 최근 동향 관련해서는 <지원법안 이후 민영화 동향 - 경북중심으로>, 물공동행동 사무국(www.publicwater.or.kr).
세계적인 물 사유화 저지 투쟁 관련해서는 <세계화와 물>, 데이비드 홀 외 지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물산업지원법안 및 수도법 관련 법적 검토와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은 <물의 날 맞이 토론회 자료집>, 정남순-박하순(www.publicwater.or.kr).
대중적으로 사용할 만한 짧은 글로는 <너희가 물을 물로 보느냐?>, 한계레21 698호.
영상물로는 <바리케이트를 치며>, 참세상 TV(cast.jinbo.net), <촛불과 물민영화>, 인권운동사랑방(cafe.daum.net/publicwater).
지난 8월 24일과 25일은 상수도 민영화와 관련하여 긴박한 이틀이었다. 환경부는 24일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률’(이하 상하수도 경쟁력 강화법)이라는 긴 이름의 상수도 민영화법안을 입법예고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날 오후부터 물사유화저지공동행동을 비롯한 사회단체들이 일제히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고라 등의 인터넷 게시판은 상수도 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는 글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자 이미 촛불 시위에서 호되게 당한 바 있는 한나라당은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25일 오전 상수도 민간위탁을 허용하는 환경부 법안을 국회에서 절대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언론들은 당일 오후 일제히 상수도 민영화 법안이 물 건너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부는 상수도 민영화에 대한 시민들의 경계심이 늦추어지는 때를 기다려 조만간 다시 민영화 법안을 추진할 것이다. 이미 상수도 민영화에 대해서는 정부와 대기업들 사이에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민간위탁 불허 방침을 내린 것은 “민영화로 비추어져 국민들을 불안에 떨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 때문이다. 결코 민간위탁이 잘못되었다거나 민간위탁이 바로 민영화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환경부와 법안을 사전협의한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원장은 여전히 환경부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2006년부터 ‘물 산업 육성’, ‘수도 산업 구조개편’ 등의 이름으로 상수도 민영화 법안을 정력적으로 추진해온 환경부는 국회를 계속해서 설득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표1> 물산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주요 대기업
이름 | 추진내용 |
---|---|
코오롱 | 환경시설관리공단 인수, 중국 CWA와 합작법인 설립, 상하수도관 생산공장 설립 |
GS건설 | 지하수 정화사업 진출 |
두산중공업 | 물산업진출 선언 |
삼성엔지니어링 | 프랑스 베올리아사와 합작사 설립 |
태영건설 | 물산업전략팀 신설 |
웅진코웨이 | 정수 및 상하수도 처리 분야 진출 선언 |
대기업 역시 상수도 민영화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표1> 참고). 한 예로 한때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이사로 재직했던 코오롱 그룹은 그룹의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상수도 사업을 선정했다. 또 코오롱은 수도법이 정한 전문기관(상수도를 수탁할 수 있는 회사) 중 하나인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공단의 자회사인 환경시설관리공단(하수종말처리 전문 회사)을 2007년 초에 인수하고, 상하수도관 설비 시설을 대대적으로 구축하였다. 이밖에도 GS건설은 지하수 처리 사업 진출을 위한 투자를, 삼성 엔지니어링은 프랑스 베올리아와 합작사 설립을, 금호산업은 수처리 전문 사업 본부를 설립하고 있다. 정부도 기업도 상수도 민영화를 포기하기에는 정치적,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다.
환경부가 입법하고자 하는 것, 관리-운영권의 매매
환경부가 입법하고자 하는 내용은 민간자본의 상수도 사업 제한을 철폐하는 것이다. 현재 수도법에 따르면 상수도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일반회계로 운영하거나 지방공기업 혹은 공사를 설립하여 운영해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관리 등을 위탁할 수 있는 수탁자는 한국수자원공사, 환경관리공단 등으로 제한되어있다. 환경부는 이 두 제약을 완화하거나 철폐하고자 한다.
<표2> 정부의 상수도 민영화 정책 흐름
연도 | 내용 |
---|---|
2001 | 수도법 개정, 지방상수도의 민간위탁 허용 |
2002 | 행자부, 상하수도 사업 지방공기업 전환 추진 지침 |
2003 | 논산시, 국내 첫 민간위탁 계약 체결 |
2004 | 환경부, 수도산업 구조개편 로드맵 작성 연구 |
2005 | 환경부, 물산업 육성 5개년 계획 세부추진계획 |
2006 | 환경부, 물산업지원법안 발표 및 입법예고 |
2007 | 행안부, 지방상수도 전문기관 통합관리계획 |
2008 | 환경부, 상하수도 경쟁력 강화법안 추진 |
애초 환경부가 지난 2월에 공개한 ‘물산업지원법’은 상수도사업을 99% 지분매각 등의 방식으로 민간 법인화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민간기업이 상수도사업에 진출할 때 정부가 세제혜택, 해외진출 지원 등을 통해 재정적으로 지원하도록 되어있었다. 이번에 발표한 상하수도 경쟁력 강화법은 99% 지분 매각과 민간 법인 설립 등의 내용을 삭제한 대신 수자원공사 등으로 제한되어 있는 관리-운영권의 민간위탁을 민간자본에게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고 알려졌다. 환경부가 법안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으나 환경부의 기존 방침으로 볼 때 관리-운영권의 매매 역시 허용했을 것이다.
환경부는 지자체의 상하수도 소유권 매각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법안은 민영화 법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상수도, 전기, 가스 등 네트워크 산업의 소유권을 완전 매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상수도 민영화’라 일컬어지는 대부분의 사례는 환경부가 법안에서 허용하는 바로 그 운영-관리권을 위탁하거나 매매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상수도 민영화의 시초라 할 프랑스 파리의 경우도 관리-운영권을 위탁했다가 최근 이를 다시 공영화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미 민간위탁을 시행한 13개 지자체의 경우를 보면 현재까지 한국에서는 민간 위탁 이후에도 상수도의 공적 성격은 어느 정도 보장되는 듯 보인다. 수도 요금을 지방의회에서 결정하고, 민간 위탁에 따른 여론 부담 때문에 수탁회사(한국수자원공사)가 당장 이윤을 위해 무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탁회사의 초기 대규모 투자로 유수율과 수질 상승 또한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이를 두고 지자체들이 상수도사업을 수자원공사로 위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와 지자체 간의 계약조건을 보면 이러한 민간위탁의 효과는 조만간 부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수자원공사는 초기 4-5년간 운영대가를 매우 적게 책정하지만, 이후에는 운영대가를 큰 폭으로 올리기 때문이다. 보통 위탁계약은 20년에서 30년 장기 계약을 하게 되는데 수자원공사는 보통 십여 년의 기간을 두고 초기 투자비용 및 이자비용까지 회수한다. 결국 운영대가가 급격하게 상승함에 따라 지자체에서는 별수 없이 수도 요금을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다. 2004년 최초로 민간위탁을 시행한 논산시의 경우 십년 만에 처음으로 2007년 수도사업소의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수자원공사에 지급하는 운영대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수자원공사는 현재 물가인상으로 다시 한 번 운영대가의 큰 폭 상승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경우 논산시는 더 이상 수도요금 인상을 미룰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즉 지방의회가 요금결정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운영대가 계약에 따라(즉 상법에 따라) 지자체는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관리-운영권이 상수도 운영에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이며, 관리운영권 매각이 소유권 매각과 그리 큰 차이가 없는 이유이다.
어찌되었건 형식상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가 이정도이니 코오롱이나 삼성과 같은 민간자본이 위탁계약을 하면 어찌될지 뻔하다. 설사 남아공이나 아르헨티나에서처럼 상수도 파탄까지 가지 않더라도 시민들의 상수도 요금 부담이 늘어나고 상수도 접근도의 격차는 심해질 것이다. 수도법의 제약적 민간위탁도 이미 부작용을 낳고 있는데 환경부가 추진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제한 없는 민간위탁이 시행된다면 그 결과는 한국 상수도 공적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숨겨진 상수도 민영화, 행정안전부의 ‘지방상수도 전문기관 통합관리계획’
한편 현재 정부의 상수도 민영화 정책은 환경부를 통해서만 진행되고 있지 않다. 환경부의 법안만큼이나 위험한 민영화 정책이 행정안전부를 통해 조용하게 시행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지방상수도의 민간위탁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 ‘지방공기업 경영개선명령’을 통해 포항, 경주, 통영 수도사업소(지방공기업)에 상수도 민간위탁을 명령했다. 또 5월 말에는 ‘지방상수도 전문기관 통합관리계획’(이하 통합관리계획)통합관리계획을 발표해 민간위탁을 지자체별로 하지 말고 광역화하여 진행할 것을 권고하였다. 통합관리계획은 법안의 개정 없이 현재 수도법에 우선 근거하여 “광역화-민간위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수도법 상에서 민간위탁의 사실상 독점 사업자인 한국수자원공사가 이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북포항권 지역에서 민간위탁과 광역화 방안을 주제로 지자체 관계자 회의가 두 차례 이상 열렸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의 경영개선명령은 민간위탁이라는 답을 미리 준비해두고 근거를 끼워 맞춘 것처럼 보인다. ‘지방공기업 경영 평가’에서 행정안전부가 스스로 인정하듯이 포항의 경영수지악화는 2-3급 원수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지리적 제약으로 인한 높은 정수 비용과 20년 이상 된 노후관으로 인한 높은 유수율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행정안전부는 수자원공사의 원수 공급가격, 지리적 제약, 노후관 교체를 위한 지자체 및 정부의 재정 지원은 언급하지 않으며 해결책으로 민간위탁을 명령하였다. 심지어 지방공기업 경영 평가에서는 2004년부터 진행 중인 포항시와 수자원공사의 민간위탁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이 공무원들을 방만하게 했다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도 들어가 있다.
환경부의 법안이 좌절된 지금, 현실적으로는 당장 행정안전부의 민간위탁 계획이 힘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방공기업법에 근거하여 지자체와 지방공기업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첫 사례가 바로 경북포항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경북포항권은 환경부에 의해서도 광역화 시범사업지역으로 꼽힌 바도 있다.
이제 ‘물 전쟁’을 준비할 때!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정부와 자본은 상수도 민영화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대기업들이 이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 정부가 시급히 채결하겠다고 밝힌 한-EU 자유무역협상에도 상하수도 사업 개방 관련 조항이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이런 경제적 이유 외에도 정치적 이유 또한 존재한다. 정부가 경북포항권을 광역화-민간위탁의 첫 번째 사업지역으로 선정한 것은 단순히 포항, 경주의 상수도 사업이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행정안전부의 경영개선명령 이후 소집된 지자체 관계자 회의에서는 행정안전부는 ‘대운하’ 계획을 고려하여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즉 광역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취수원과 관로를 모두 변경해야 하는데 경부 대운하 코스를 예상해 이를 진행하라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대운하 건설에 소모되는 막대한 재원 중 상당수는 기존 취수원 정수장 등의 상수도 관련 시설인데, 이를 미리 광역화라는 명분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정부의 상수도 민영화 계획은 이렇게 다차원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민중운동은 정부의 입법안에 대한 이슈 파이팅 중심으로 상수도 민영화 저지 투쟁을 진행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행정안전부의 광역화-민간위탁 저지 투쟁부터 이미 추진된 지역 차원의 민간위탁 저지 투쟁까지 전국적으로 지속적으로 투쟁해야 한다.
우선 경북포항권(포항, 경주, 울진, 영덕, 영천 등)에서 준비되고 있는 광역화-민간위탁 투쟁을 전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첫 대규모 광역화-민간위탁 사업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정권의 정치적 의도 역시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민간위탁에 대한 범시민적 저항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환경부는 민간위탁에 따른 상수도사업 개선 효과를 선전하며 다시 한 번 법안 추진을 시도할 것이다.
다음으로 물사유화저지공동행동(www.publicwater.or.kr)을 중심으로 각 지역의 투쟁을 연결하고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의 집중점을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 수준에서 진행되는 행정안전부의 계획과 더불어 중앙정부의 민영화 추진에 대해 여론전과 집중 투쟁을 벌일 단위가 필요하다. 29개 단체가 가입되어 있는 물사유화저지공동행동을 확대하고, 전국적 투쟁을 총화할 수 있도록 여러 사회단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 상수도 민영화로 인한 재앙에 관해서는 다음의 글들을 참조하세요.
정부의 물 민영화 정책의 역사와 현황 관련해서는 <물산업 육성 정책 비판과 상수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연구 보고서>, 물사유화저지 사회공공성 쟁취 공동행동 연구팀 지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행정안전부와 환경부의 최근 동향 관련해서는 <지원법안 이후 민영화 동향 - 경북중심으로>, 물공동행동 사무국(www.publicwater.or.kr).
세계적인 물 사유화 저지 투쟁 관련해서는 <세계화와 물>, 데이비드 홀 외 지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물산업지원법안 및 수도법 관련 법적 검토와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은 <물의 날 맞이 토론회 자료집>, 정남순-박하순(www.publicwater.or.kr).
대중적으로 사용할 만한 짧은 글로는 <너희가 물을 물로 보느냐?>, 한계레21 698호.
영상물로는 <바리케이트를 치며>, 참세상 TV(cast.jinbo.net), <촛불과 물민영화>, 인권운동사랑방(cafe.daum.net/publicwa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