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보호법 시행 1년
악법 시행이 낳은 효과와 더욱 불안한 노동자의 미래
지난 7월 1일로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 1년을 맞았다. 시행 전부터 수많은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아 비정규직보호법이 아니라 ‘비정규악법’으로 불리는 법이다. 비정규직보호법은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간제(계약제) 사용기간 제한’과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금한다는 ‘차별시정제’가 주요 내용이다. 이 중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최대 2년으로 제한하는 규정은 2007년 7월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올해 7월부터는 차별시정제도가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었고, 2009년 7월부터 5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2008년 7월 1일 비정규악법 확대 적용, 확산되는 폐해
얼마 전 주택금융공사는 비정규직보호법의 법망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11개월짜리로 두 번, 6개월과 2개월짜리로 각각 한 번 계약하고 근무 2년을 앞두고 계약해지했다. 신용보증기금도 4명의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6월 말까지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3명에 대해 추가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모두 계약이 연장되면 무기계약직 전환 자격을 갖는 상황이지만 7월 1일 비정규직보호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계약해지 되었다. 금융 공기업에서의 연이은 계약해지 사례에서 비정규악법 확대 적용으로 인한 폐해가 더욱 확산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비정규악법 확대 적용의 대상이 되는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그 중 45.3%가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업무 차이가 없었으나, 이 중에서 임금 차등을 두고 있는 기업은 절반에 가까운 41.2%였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인력과 자금 부족 때문에 비정규법 확대 적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경우도 35.3%가 ‘외주화’였다. 비정규직법에서 파견직은 차별 시정의 대상에 포함되지만 용역직은 법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2년 마다 새로운 비정규직으로 교체하겠다”는 기업도 17.6%나 된다. 중소기업에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가 분포해있다는 점에서 볼 때, 이랜드-뉴코아 비정규직 대량해고와 같은 사태가 중소기업들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비정규악법 1년: 더욱 불안한 일자리, 후퇴한 노동조건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3월 조사)에서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후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와 비중이 모두 감소하고 정규직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따르면 2007년 3월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는 563만8천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3% 감소한 데 비해 정규직은 1,035만6천명으로 4%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 (정부 통계 수치는 쟁점이다. 노동계와 정부의 통계에서 비정규직의 수는 300만 명가량 차이가 난다. 이는 정부가 비정규직의 수를 계산할 때 건설현장의 일용직 등 장기 임시노동자들을 ‘정규 임시직’이라고 구분하고 정규직에 포함시키지만 노동계는 이들을 비정규직 숫자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2년 노사정위원회가 합의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의 및 범주’에 따라 비정규직 통계를 산출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시 민주노총은 “장기임시노동자를 취약근로자로 분류하면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이 정규직으로 포함되니 안 된다”고 주장하며 반대했다. 장기계약을 맺더라도 임시직이라면 열악한 노동환경과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인 것이 분명하다.)
비정규법 시행 후의 변화에 대하여 재계는 정규직화로 인한 노동비용 상승으로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 3월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부가조사’를 분석, 발표한 ‘2008년 3월 비정규직 규모와 구성 변화’(사회진보연대 자료실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1년 - 자료모음’ 참고)를 보면 전체적인 경기 악화로 인한 중소영세기업 등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비롯한) 신규채용의 감소가 일자리 증가세 둔화의 원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정규직 증가-비정규직 감소라는 표면적 통계를 두고 정부는 ‘비정규법의 효과로 비정규직이 줄었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상황이 더욱 나빠졌음을 알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조건이 나은 기간제 및 (계약 반복 갱신에 의한) 한시적 근로자는 감소한 반면 파트타임, 용역, 일일근로자 등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비정규직은 오히려 늘었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이 요구되는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용역, 파견 등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대체한 결과다. 작년 6월 시작된 이랜드 사태의 경우가 계약 해지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계산원 업무를 외주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비정규악법이 확대되면 비정규직 고용사정은 더 악화될 것이며 차별 시정은 허울일 뿐이라는 것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실제로 노동부가 법 시행 1년을 맞아 100인 이상 기업 1,465개사와 1,4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기업의 62%가 다양한 방법으로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빼앗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급이나 파견전환(19.9%), 비정규직 일자리 감축(20.6%), 교체사용(21.4%) 등 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이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파견, 도급 등의 간접고용으로 바꾸거나 계약을 해지했다. 임금 격차도 더 커졌다. 법 시행 이전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52.4%였으나 시행 이후에는 51.0%로 격차가 커진 것이다. 비정규직 가운데 계약근로자는 61.4%에서 64.3%로 정규직과의 격차가 줄어들었으나 시간제근로자는 60.1%에서 51.4%로, 호출근로자는 42.4%에서 41.3%로 임금격차가 확대되었다.
이 달 초부터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된 차별시정의 경우도 ‘보호’의 허울을 쓴 장식물일 뿐이다. 2008년 5월 현재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차별시정 사건은 816건, 신청자 2,818명으로 전체 대상 노동자의 1%가 채 되지 않는다. 차별시정의 주체가 개별 노동자로 한정되어 있고, 신청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등이 모두 개별 노동자의 부담으로 남아있다. 또 신청 시 불이행이나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 등으로 차별시정은 실질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계상 정규직 상용직이 다소 증가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부담할 수 없는 중소 영세 기업은 경기악화로 인해 신규채용을 감소시키고 그 부담을 외주화 등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내에서도 2년 이상 근무 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간제의 숫자가 줄어든 반면 더욱 열악한 조건의 노동자는 증가했다. 비정규악법 시행 1년 동안 노동자들은 더욱 불안한 일자리와 편법적 대응에 내몰렸음에도 불구하고 확대 시행과 법 개악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무기계약, 분리직군: 고용 안정과 거리가 멀어
악법 시행이 낳은 효과는 예상대로 간접고용 비정규직(외주화)의 증가와 무기계약직 방식 도입 등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무기근로계약은 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저임금 문제 중 고용안정이라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합리적 대안으로 여겨졌다. 이들은 한편으로는 정규직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으로 부상했고 은행, 학교, 공공부문 등에서 광범위하게 도입되었다. 고용불안의 문제가 가장 절박한 현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무기근로계약은 차선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기한이 없는 근로계약인 ‘무기근로계약’, 별도의 직군을 만들어 임금 및 인사 체계 등을 달리 관리하는 ‘분리직군제’ 등은 고용이 보장된다고 해도 실제로 기존의 장기계약직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무기계약직의 경우 계약을 1년마다 갱신하지 않는다는 번거로움이 없을 뿐, 이 과정에서 근무평가제나 성과제 등을 두어서 사실상 고용불안의 요소를 더욱 부추긴다. 무기계약 과정에서 취업규칙이나 계약서에 해고조건을 확대하는 등 독소조항 역시 더욱 늘어났다. 임금 지급방식도 연봉제나 상과급제가 많고 근무평가로 해고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고용안정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분리직군제의 경우 역시 대부분 인사고과를 통한 노동규율과 통제의 강화를 동반한다. 또한 분리직군제의 경우 하나의 직군이 별도로 있기 때문에 추후에 외주화로 전환될 소지 역시 다분하다.
두 방법 모두 비정규악법의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과 차별금지조항을 피해가기 위해 직군을 분리하고 무기근로계약을 하는 방식의 편법적 대응일 뿐이다. 특히 무기근로계약은 은행권에서는 그동안 노동자들이 막아왔던 성과급제인 신인사제도를 관철하는 방식으로, 공공부문에서는 외주화의 전단계로 활용되고 있다. 무기근로계약은 비정규직보호법의 차별금지 조항과 모순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분리직군제를 전제로 한 무기근로계약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는 정규직화와는 완전히 다르다. 즉 분리직군을 전제로 한 무기근로계약이 자본의 구조조정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편이 비정규직의 대안일 수 없고 고용안정을 보장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무기근로계약은 오히려 ‘정규직 양보론’이나 임금체계, 직군 분리 등을 통해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하락시키는 자본의 대응책일 따름이다. 비정규악법의 확대 적용되면 이처럼 문제를 교묘히 은폐하고, 자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는 방법 역시 확대 적용되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과 차별이 고착화될 것이다.
2008년 7월 1일 비정규악법 확대 적용, 확산되는 폐해
얼마 전 주택금융공사는 비정규직보호법의 법망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11개월짜리로 두 번, 6개월과 2개월짜리로 각각 한 번 계약하고 근무 2년을 앞두고 계약해지했다. 신용보증기금도 4명의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6월 말까지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3명에 대해 추가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모두 계약이 연장되면 무기계약직 전환 자격을 갖는 상황이지만 7월 1일 비정규직보호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계약해지 되었다. 금융 공기업에서의 연이은 계약해지 사례에서 비정규악법 확대 적용으로 인한 폐해가 더욱 확산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비정규악법 확대 적용의 대상이 되는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그 중 45.3%가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업무 차이가 없었으나, 이 중에서 임금 차등을 두고 있는 기업은 절반에 가까운 41.2%였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인력과 자금 부족 때문에 비정규법 확대 적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경우도 35.3%가 ‘외주화’였다. 비정규직법에서 파견직은 차별 시정의 대상에 포함되지만 용역직은 법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2년 마다 새로운 비정규직으로 교체하겠다”는 기업도 17.6%나 된다. 중소기업에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가 분포해있다는 점에서 볼 때, 이랜드-뉴코아 비정규직 대량해고와 같은 사태가 중소기업들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비정규악법 1년: 더욱 불안한 일자리, 후퇴한 노동조건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3월 조사)에서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후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와 비중이 모두 감소하고 정규직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따르면 2007년 3월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는 563만8천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3% 감소한 데 비해 정규직은 1,035만6천명으로 4%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 (정부 통계 수치는 쟁점이다. 노동계와 정부의 통계에서 비정규직의 수는 300만 명가량 차이가 난다. 이는 정부가 비정규직의 수를 계산할 때 건설현장의 일용직 등 장기 임시노동자들을 ‘정규 임시직’이라고 구분하고 정규직에 포함시키지만 노동계는 이들을 비정규직 숫자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2년 노사정위원회가 합의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의 및 범주’에 따라 비정규직 통계를 산출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시 민주노총은 “장기임시노동자를 취약근로자로 분류하면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이 정규직으로 포함되니 안 된다”고 주장하며 반대했다. 장기계약을 맺더라도 임시직이라면 열악한 노동환경과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인 것이 분명하다.)
비정규법 시행 후의 변화에 대하여 재계는 정규직화로 인한 노동비용 상승으로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 3월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부가조사’를 분석, 발표한 ‘2008년 3월 비정규직 규모와 구성 변화’(사회진보연대 자료실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1년 - 자료모음’ 참고)를 보면 전체적인 경기 악화로 인한 중소영세기업 등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비롯한) 신규채용의 감소가 일자리 증가세 둔화의 원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정규직 증가-비정규직 감소라는 표면적 통계를 두고 정부는 ‘비정규법의 효과로 비정규직이 줄었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상황이 더욱 나빠졌음을 알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조건이 나은 기간제 및 (계약 반복 갱신에 의한) 한시적 근로자는 감소한 반면 파트타임, 용역, 일일근로자 등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비정규직은 오히려 늘었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이 요구되는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용역, 파견 등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대체한 결과다. 작년 6월 시작된 이랜드 사태의 경우가 계약 해지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계산원 업무를 외주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비정규악법이 확대되면 비정규직 고용사정은 더 악화될 것이며 차별 시정은 허울일 뿐이라는 것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실제로 노동부가 법 시행 1년을 맞아 100인 이상 기업 1,465개사와 1,4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기업의 62%가 다양한 방법으로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빼앗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급이나 파견전환(19.9%), 비정규직 일자리 감축(20.6%), 교체사용(21.4%) 등 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이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파견, 도급 등의 간접고용으로 바꾸거나 계약을 해지했다. 임금 격차도 더 커졌다. 법 시행 이전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52.4%였으나 시행 이후에는 51.0%로 격차가 커진 것이다. 비정규직 가운데 계약근로자는 61.4%에서 64.3%로 정규직과의 격차가 줄어들었으나 시간제근로자는 60.1%에서 51.4%로, 호출근로자는 42.4%에서 41.3%로 임금격차가 확대되었다.
이 달 초부터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된 차별시정의 경우도 ‘보호’의 허울을 쓴 장식물일 뿐이다. 2008년 5월 현재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차별시정 사건은 816건, 신청자 2,818명으로 전체 대상 노동자의 1%가 채 되지 않는다. 차별시정의 주체가 개별 노동자로 한정되어 있고, 신청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등이 모두 개별 노동자의 부담으로 남아있다. 또 신청 시 불이행이나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 등으로 차별시정은 실질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계상 정규직 상용직이 다소 증가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부담할 수 없는 중소 영세 기업은 경기악화로 인해 신규채용을 감소시키고 그 부담을 외주화 등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내에서도 2년 이상 근무 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간제의 숫자가 줄어든 반면 더욱 열악한 조건의 노동자는 증가했다. 비정규악법 시행 1년 동안 노동자들은 더욱 불안한 일자리와 편법적 대응에 내몰렸음에도 불구하고 확대 시행과 법 개악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무기계약, 분리직군: 고용 안정과 거리가 멀어
악법 시행이 낳은 효과는 예상대로 간접고용 비정규직(외주화)의 증가와 무기계약직 방식 도입 등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무기근로계약은 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저임금 문제 중 고용안정이라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합리적 대안으로 여겨졌다. 이들은 한편으로는 정규직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으로 부상했고 은행, 학교, 공공부문 등에서 광범위하게 도입되었다. 고용불안의 문제가 가장 절박한 현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무기근로계약은 차선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기한이 없는 근로계약인 ‘무기근로계약’, 별도의 직군을 만들어 임금 및 인사 체계 등을 달리 관리하는 ‘분리직군제’ 등은 고용이 보장된다고 해도 실제로 기존의 장기계약직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무기계약직의 경우 계약을 1년마다 갱신하지 않는다는 번거로움이 없을 뿐, 이 과정에서 근무평가제나 성과제 등을 두어서 사실상 고용불안의 요소를 더욱 부추긴다. 무기계약 과정에서 취업규칙이나 계약서에 해고조건을 확대하는 등 독소조항 역시 더욱 늘어났다. 임금 지급방식도 연봉제나 상과급제가 많고 근무평가로 해고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고용안정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분리직군제의 경우 역시 대부분 인사고과를 통한 노동규율과 통제의 강화를 동반한다. 또한 분리직군제의 경우 하나의 직군이 별도로 있기 때문에 추후에 외주화로 전환될 소지 역시 다분하다.
두 방법 모두 비정규악법의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과 차별금지조항을 피해가기 위해 직군을 분리하고 무기근로계약을 하는 방식의 편법적 대응일 뿐이다. 특히 무기근로계약은 은행권에서는 그동안 노동자들이 막아왔던 성과급제인 신인사제도를 관철하는 방식으로, 공공부문에서는 외주화의 전단계로 활용되고 있다. 무기근로계약은 비정규직보호법의 차별금지 조항과 모순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분리직군제를 전제로 한 무기근로계약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는 정규직화와는 완전히 다르다. 즉 분리직군을 전제로 한 무기근로계약이 자본의 구조조정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편이 비정규직의 대안일 수 없고 고용안정을 보장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무기근로계약은 오히려 ‘정규직 양보론’이나 임금체계, 직군 분리 등을 통해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하락시키는 자본의 대응책일 따름이다. 비정규악법의 확대 적용되면 이처럼 문제를 교묘히 은폐하고, 자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는 방법 역시 확대 적용되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과 차별이 고착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