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9.1-2.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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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투쟁의 향후 과제

홈플러스로 현장복귀 후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의 역할과 과제

한지원 | 노동국장
교섭 타결과 이랜드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출범

지난 2009년 1월 7일 이랜드노조 복직 투쟁 승리를 위한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가 출범하였다. 2008년 11월 13일 이랜드일반노조는 추가 외주화 금지, 무기계약직 전환 등에 대해 홈플러스 사측과 조인식을 끝내고 20일 현장 복귀하였지만, 매각된 홈에버의 직원이 아니었던 구 이랜드 노조 출신 조합원들과 이랜드일반노조 간부 12명은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사회화와 노동 411호 참조). 이에 앞서 홈플러스로 복귀한 구 홈에버 조합원들은 11월 26일 조합형태변경에 관한 조합원 총회를 거쳐 홈플러스테스코노동조합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12월 20일 간부선거를 마쳤다.

510일간의 파업투쟁, 성과와 한계

2007년 여름부터 시작한 이랜드-뉴코아 투쟁은 한국 비정규직 투쟁사에 여러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남긴 투쟁이었다.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파업, 사업장을 넘어선 이랜드 뉴코아 공동 파업, 한국 최초의 대형마트 및 백화점 점거투쟁에서부터, 총연맹 차원에서 진행된 전 조합원에 대한 생계비 지원 약속과 20 여개 지역에서 동시에 벌어진 매장 봉쇄 투쟁, 유래 없었던 여러 사회운동 단체의 지역대책위 구성과 지역연대투쟁, 해외자본 차입을 통한 파업 무력화를 막아낸 해외원정투쟁 등 이랜드-뉴코아 투쟁은 여러 가지 지점에서 비정규직 투쟁의 한 역사를 만들었다.
이랜드 뉴코아 투쟁의 성과는 무엇보다 정규직-비정규직 연대운동, 노동조합과 사회단체간의 연대운동, 지역연대운동 등 연대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외주화라는 이슈가 있었지만, 이랜드 뉴코아 노동조합은 정규직이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조직하고 파업에 함께 하였다. 특히 뉴코아 노동조합은 외주화의 대상이 아니었던 정규직 조합원까지 모두 파업에 적극적으로 함께하였다. 이랜드 노동조합은 투쟁과 파업 전술까지 모두 제 사회단체와 함께 조직하고 결정하며, 사회단체들에 대한 도구적 관점을 넘어 진정성 있는 연대를 만들었고, 사회단체들 역시 그에 걸맞게 지속적으로 헌신적인 자세를 보였다. 사업장이 전국에 산개해 있는 특성을 이용한 지역연대 운동 역시 노동자운동이 지역운동과 결합하기 위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지역 사회단체가 결합한 지역대책위는 가장 끝까지 연대운동의 책임을 다했고, 이 중 일부는 마포 민중의 집 등 지역운동의 씨앗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한계는 510일간의 파업투쟁, 민주노총 차원의 총력 집중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승리로 투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랜드 뉴코아 투쟁은 비정규직보호법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자운동 간의 대결이었고, 투쟁의 집중도나 규모에서 2007년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었던 만큼 이후 여러 비정규직 투쟁의 시금석 중 하나였다. 홈에버에 앞서 2008년 8월 29일 사측과 합의한 뉴코아 노동조합은 외주화 철회 요구를 끝내 관철하지 못한 채, 비정규직 36명 재고용과 노조간부의 자진 퇴직으로 파업을 마무리하였다. 이랜드 노동조합은 외주화 금지와 무기계약직 전환 등 일부 요구를 관철하였지만, 노조간부 12명이 자신 퇴직으로 현장을 떠나야만 했다. 이러한 결과는 비정규직 운동이 전국적 투쟁 속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감소로 이어졌다.

경제위기와 임박한 구조조정, 다시 한번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한편 파업투쟁이 끝났지만 홈플러스로 복귀하는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들은 조만간 큰 투쟁을 준비해야 할 듯하다. 인수 시에도 문제가 되었던 홈에버의 부채가 여전히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인데다가,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홈플러스의 매출 및 영업이익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가 계속되면 홈플러스는 조만간 사활을 걸고 대량해고, 점포매각 등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서야 한다.
현재 홈플러스테스코는 부채비율은 435%로 신세계 148%, 롯데마트 46%에 비해 매우 높다. 또한 2008년 8월 현재 단기성 차입금 역시 7,630억 원으로 전체 부채 2조 3천억 원 중 33%에 달한다. 한편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금융비용 대비 영업이익은 홈플러스테스코는 140%로 신세계 530%, 롯데마트 2070%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홈플러스테스코의 재무제표는 당분간 더욱 악화될 것이다. 앞으로 매장 리모델링 비용과 영업손실이 더해지고, 특히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경제위기가 시작된 9월 대형마트의 매출 증감율은 전년 동월 대비 -9.2%를 기록했으며, 10월 역시 -0.7%를 기록했다. 실물경제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신용평가사에서는 홈플러스테스코의 재무상황에 대해 테스코 본사의 현금 보유량과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강조하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는 않다. 실재로 홈플러스테스코는 홈에버 인수에 사용한 현금 1조원의 대부분을 영국 모기업으로부터 차입해 왔고, 앞으로의 부채 역시 필요시 본사의 지원을 받을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과 평가는 2008년 9월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 이전에나 가능했던 이야기이다. 지금은 상황이 180도 변했다. 뉴욕과 더불어 세계 금융의 중심지 중 하나인 런던에 금융위기 폭탄을 맞은 영국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9월 예상치 0.3%보다 2.5% 하락한 -1.7%로 예상되며, 하루가 다르게 경기침체가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소비 심리와 직결되는 실업률의 경우 9%로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테스코의 경우 9월에 이미 한 차례 매출 예상량을 3% 가량 하향 조정한데 이어 조만간 경기침체 심화로 다시 한 번 예상량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테스코의 상황은 비단 영국 유통 시장 침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테스코의 주가는 영국에서 작년 최고점보다 47%가 하락했고, 현재에도 가파르게 하락 중이다. 미국 테스코 역시 마찬가지로 작년 최고점 대비 53% 가량 하락하였다. 주가 급락과 신용경색으로 인해 테스코 본사 역시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노조재건 사업과 유통서비스노동자 노동권 강화 운동 당장 시작해야

따라서 홈플러스가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최후의 보루 테스코 본사가 홈플러스테스코를 지원할 여력이 없어지면 홈플러스테스코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은 다시금 자신의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정리해고 및 임금 삭감 등을 감행할 것이다. 또한 홈플러스가 인수한 홈에버의 점포 중 가양, 구월, 원천, 둔산, 해운대, 칠곡, 전주 등 중복 투자 성격이 강한 점포에 대한 매각 및 폐쇄 등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설 가능성 또한 크다.
현장으로 복귀한 이랜드일반노조는 이제 임박한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책을 당장 세워나가야 한다. 사회단체와 반년 넘게 진행된 비조합원 조직화 활동 및 선전전, 비정규직보호법이 가져올 효과에 대한 교육 등 2007년의 투쟁이 1년 넘는 준비를 통해서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 지도부가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해 노동조합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까르푸 노조 건설부터 파업투쟁까지 리더십을 발휘한 위원장과 간부들이 없는 상태에서 파업 투쟁을 통해 노조 활동을 처음 경험해본 지부장과 조합원들이 사측의 교묘한 탄압과 파업 투쟁 이후의 후유증을 얼마나 빨리 극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최악의 기업가 박성수와도 싸웠다는 자신감과 파업투쟁 중에 만들었던 소중한 연대 단위와의 협조를 강화한다면 예상보다 어렵지 않게 투쟁을 만들 수도 있다.
현장으로 복귀하는 노조원들은 우선 무엇보다 파업투쟁에 함께하지 못한 700여 조합원들과 관계를 원활히 만들어내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강한 조직력을 자랑하던 서울지하철노조가 1999년 파업 이후 현장 복귀 과정에서 이탈 조합원들과 현장에서 갈등하며 조직력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렸던 경험을 되새겨야 한다. 감정적 문제들이 없을 수는 없으나 조직의 복구가 첫 번째 목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임단협이 마무리되어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할 현장 정서를 감안하면 현장에서의 조합원 간의 갈등은 조합 붕괴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경제 위기 과정에서 사측이 동원할 회사 살리기 식의 여론전과 임단협 과정에서 맺은 3년간 무쟁의선언 역시 노조 활동의 큰 장애가 될 것이다. 공동투쟁을 벌인 뉴코아 노동조합에 대해 사측이 복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뉴코아살리기운동본부’를 조직해 노조 파괴에 성공한 예가 있다. 특히 조만간 복수노조가 사업장에서부터 허용되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없는 기존 홈플러스의 노동자들을 이용한 어용노조 조직은 사측이 꺼낼 수 있는 손쉬운 카드다.
이러한 구사심 이데올로기와 어용노조 조직에 대해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단체와의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월드컵 지대위, 인천 지대위가 연대 과정에서 보여주었듯이 노동조합이 지역사회와 결합되어 보편적 요구와 정당성을 획득했을 때 사측과 보다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다.
따라서 복귀하지 못한 조합 간부들과 지금까지 헌신적인 연대를 진행해온 사회단체들은 비정규직 문제 및 유통서비스노동자 노동권 운동을 보다 활기차게 진행하며 현장을 엄호해야 한다. 서비스연맹에서 올해 초부터 진행하고 있는 ‘유통서비스 여성노동자들에게 의자를’과 같은 건강권 캠페인부터 장시간 저임금 노동조건, 사측에 의한 노동조합 탄압 및 비인간적 현장 통제 등 다양한 주제와 이슈에 대해 사회적 여론을 만들어내야 한다. 특히 복귀하지 못한 조합 간부들을 사회운동이 다시금 현장과 지역을 잇는 가교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결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전사회적 이슈로 만들어 내었고, 510일간의 파업투쟁과 지역연대운동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 낸 이랜드 투쟁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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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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