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의 위기와 비정규직 투쟁의 방향
GM대우 비정규직지회 이대우 지회장 인터뷰
한재영: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최근 폭행사건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난 해 12월 18일 노무팀에 의한 비정규직 폭행은 앞으로 있을 투쟁에서 GM대우 자본의 폭력성을 예상할 수 있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이하 비정규직지회)에서 바라보는 이번 사건의 성격과 현장의 분위기, 그리고 GM대우 자본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대우: 폭행사건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비정규직지회 설립을 전후로 공장안팎에서 자행된 GM대우의 폭행은 조직적이고 상시적으로 발생해왔습니다. 이른바 ‘노무팀’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9~10개 팀으로 편제되어 노동자들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는데 물리적 탄압에 있어서도 선봉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12일 현수막 절취에 이어 18일 새벽 조합원 폭행 사건 역시 단순히 이명박 방문에 맞춰 일회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기보다 앞으로 있을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사전 정지작업으로 파악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들이 보기에 비정규직지회는 ‘눈엣 가시’일 테니까요. 이런 사안의 성격에 반해 현장의 분위기는 다소 차분한(?) 편입니다. 일상적 폭력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느끼는 심적 부담과 행동의 제약이 의외로 커서 곧바로 분노로 이어지기보다는 안으로 감춰지는 성향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폭행 건은 검찰 고소에 따른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데 폭행 당사자로 지목받은 노무팀 직원들은 대질조사에서 “비정규직지회는 이슈화가 된다면 자해하고도 남을 사람들이다”라고 말하면서 폭행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GM대우 역시 공식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GM대우의 구조조정 전망과 노동자의 상태
한재영: 이번 경제위기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로서 1930년대 대공황을 떠올리게 할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위기의 심각성은 미국의 대표 자동차 회사로 불리던 빅3의 경영위기와 그 중 GM, 크라이슬러에 대한 구제금융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대우 지회장은 이번 경제위기가 자동차산업과 얼마만큼 연계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특히 GM본사와 GM대우에 불어닥칠 위기의 진폭과 파장의 규모가 GM대우 노동자에게 큰 영향을 끼칠 것 입니다. 그리고 경제위기에 대한 현장의 정서가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이대우: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과포화되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산업은 출혈적으로 자본을 과잉투자하여 이윤을 쥐어짜면서 지금의 사태를 촉발시켰습니다.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경영상태가 양호한 현대 기아는 ‘다른 욕심’으로 이 상황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더 강한 것 같고, 하위 서열에 있는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차는 위기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GM본사도 자체적인 회생능력을 상실한 채 구제금융 긴급수혈로 생명을 연장하는 처지이고 GM대우 역시 예외일 수 없습니다. 구조조정은 기정사실로 보이고 그 폭과 수위를 결정하는 것만 남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 역시 지난 시절 구조조정을 시행하면서 겪은 내홍을 아는 터라 사뭇 눈치를 보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분명한 건 구조조정의 핵심 대상은 사내하청, 납품사, 외주용역 등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이미 하청노동자를 대상으로 단기계약직 계약해지나 희망퇴직을 가장한 강제 사직이 진행 중인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한재영: 이번 경제위기는 IMF위기보다 노동자들에게 더욱 파괴적인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2001년 구조조정 당시와 비교했을 때 공장의 노동자들이 위기에 대해서 느끼는 체감도는 어떠한가요?
이대우: 당시 노동자들은 ‘설마 내가’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단적으로 정리해고 통보서를 받고 나서야 다들 인정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일종의 ‘근거 없는 낙관주의’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여기에 비중을 두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경제위기의 성격 자체가 이전과 다르다는 막연한 인식이 있기 때문에 불안감이 보다 짙게 깔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재영: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대규모 구조조정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 모두 앞으로 닥칠 사태에 관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을 텐데, 고용형태에 따라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다른가요?
이대우: 정규직-비정규직-사무직 노동자 구분 없이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점은 동일합니다. 다소 차이가 있다면 정규직노동자의 경우 고용안전판으로서 비정규직을 사고하는 측면이 강하게 작동하면서 구조조정의 대상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한정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높아진 점과 한 번의 정리해고가 남긴 학습효과로서 희망퇴직은 절대 안 된다는 심적 마지노선이 내적으로 팽배해 있습니다. 반면, 비정규직의 경우 경제위기 자체에서 느끼는 불안감도 있겠지만 주기적 해고와 재취업 과정의 반복에서 느끼는 만성화된 불안이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어차피 흘러 흘러 거쳐 가는 자리 중 하나다’라는 다소 냉소적인 분위기가 현장에서 지배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재영: 생사의 기로에 선 GM자본은 GM대우, 특히 부평공장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감행할 공산이 높은 것 같습니다. 구조조정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사측이 구조조정의 파괴적 효과를 관리하기 위해 미리 구조조정의 내용을 흘린다거나 사전 작업을 하고 있는지, 있다면 그것의 성격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사측이 관철시키고자 하는 구조조정 안의 내용과 발표 시기는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이대우: 현장에서는 사측의 의도와 상관없이, 치밀한 이데올로기 작업인지도 모르지만, 휴업연장에 관한 것부터 비정규직 전원 계약해지까지 구조조정과 관련한 소문이 무성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전환배치 형태의 구체적 흐름은 없지만 2~3차 하청업체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종용하거나 임의적으로 공정 통폐합을 통해 잉여인력을 만들고 순환휴직을 시키는 등 개별 업체 수준에서 인력구조조정에 대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가능한 이유는 하청업체들은 마치 예견이나 한 듯 비정규직의 계약기간을 1년 단위에서 1개월, 3개월, 6개월 단위로 쪼개어 반복 갱신하는 형태로 지속적으로 바꿔왔기 때문입니다.
구조조정의 구체적 내용과 시기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GM이 미국 정부에게 지원받은 구제금융 134억 달러를 반납하지 않기 위해 채권자와 노조의 양보를 얻어내고, 동시에 독자생존의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시점과 2008년 국내 회계처리 시점이 겹치는 3월을 구조조정 발표시기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습니다. 이와 맞물려 GM대우자동차지부(이하 대자지부)의 1월 19일 정기대의원대회 개최와 특별단체협상(이하 특단협) 구성 및 임시대의원대회 일정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회사-대자지부-활동가 사이에 미묘한 이해관계와 구상이 복잡하게 얽혀서 구조조정 발표시점과 그 내용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3조2교대 공정 일부를 2조2교대로 변경하고, 조립2공장을 2교대에서 상시주간화로 변경하는 것이 회사 측이 던질 수 있는 유력한 구조조정 카드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고용문제와 관련하여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공정축소→정규직 전환배치→비정규직 해고 순의 구조조정입니다. 물론 다른 한 축으로 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임금 동결/삭감과 단체협약 상 복지후생 후퇴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재영: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아 GM대우 자본을 지원하기 위해 인천시와 일부 시민단체들이 ‘대우차 살리기’ 운동을 2001년에 이어 또다시 전개하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이대우: 두통 환자에게 복통 약을 처방하는 격이라고나 할까요. 인천시와 일부 시민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대우차 살리기’는 크게 인천시의 대우차 사주기 운동, 협력업체 금융 지원, 각종 홍보행사 등으로 요약되는데, 그 효과가 미미할 뿐더러 목적 역시 그들이 홍보하는 것처럼 내수 진작을 통한 위기탈출이 아닙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기 위한 민관의 세트플레이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GM자본은 위기를 틈타 자본의 비용절감과 노사관계의 실제적 재편을 추진하는 구조조정을 계획 중입니다. 그 구조조정의 명분 쌓기 과정에서 인천시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 논리를 앞세워 ‘자본의 이중대’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꼴입니다. 게다가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대자지부 역시 지난해 12월 18일 인천시 주최로 열린 ‘GM대우차 사랑운동 한마음대회’에 참석했다는 점입니다.
한재영: 경제위기와 강력한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현정세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보호해줄 노동조합의 대응 방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 2001년 구조조정에 맞선 노동조합의 투쟁을 조합원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러한 평가가 이번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대우: 제가 부평공장에서 2004년부터 일했기 때문에 실제 참여하지 못한 2001년 구조조정 투쟁을 평가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현재 노동조합운동의 위상 자체가 격변기의 위상과 무척 다르고, 현장조직들이나 조합원들의 2001년 투쟁에 대한 평가가 중층적이고 복잡하기 때문에 단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부평공장 조합원들은 지난 구조조정의 학습효과 때문에 노동조합이 더 이상 자신들의 고용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1년 투쟁 당시 김일섭 집행부가 노동조합 내외부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무급순환휴직안’을 사측에 제안하는 커다란 양보를 했지만 사측이 제안을 거부하고 1,750명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그것이 결정적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를 유실시켰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일 할 수 있을 때 벌어놓자는 생각에 노동조합을 ‘고임금’을 따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정치투쟁을 하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자신들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경제투쟁을 했으면 하는 활동가들의 낮은 수준의 기대조차 반토막이 난 것이지요. 개별 조합원들이 고용을 위해서 ‘사측에 줄서기’를 하는 등 파편화된 현장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2001년 구조조정의 효과가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을 바꿔놓은 반면 정규직 활동가들은 그러한 조합원들의 상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다시금 현장의 운동을 재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임단투나 노동조합 선거 시기에 투쟁을 통한 고용안정을 강조하는 민주파 현장조직이나, 신차개발 등을 내세우며 고용안정을 내세우는 우경적인 현장조직 모두 조합원들을 조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난 정리해고투쟁에 대한 평가가 정규직 활동가들의 좌표 설정의 근거로 유의미한지, 대중적으로 조합원의 인식과 행동에 정확하게 반영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한재영: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자지부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나요?
이대우: 잠깐 언급 했지만 회사의 구조조정 계획이 불확정적이듯 대자지부의 대응계획 역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시기적 흐름으로 보았을 때 1월 19일 정기대의원대회가 예정된 상황에서 2월말 혹은 3월초에 있을 임시대의원대회까지 특단협을 구성하고 나름의 저지선을 깔고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특단협은 여러 이해가 맞물려 있습니다. 대자지부 차원으로 보자면 사안 자체가 워낙 민감하고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라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까지 시간 확보를 통해 대비하는 측면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 정규직 활동가 입장에서 보자면 이전까지 외주화를 비롯한 인원 조정이 개별적인 부서협의 형태로 진행되면서 발생한 폐해를 사전차단하고 대자지부를 중심으로 단일한 전선을 설치하는 데 유의미하다는 판단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대자지부의 경우 별다른 비판없이 ‘연말 성과급 3개월 유예’에 동의했던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총고용 보장을 위시한 금속노조의 구조조정 관련 교섭지침이 해당 기업지부에 대한 강제력이 그다지 높지 않은 점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한재영: ‘연말 성과급 3개월 유예’와 같은 노동조합의 타협적 경향은 말씀하신 바처럼 우려되는 부분인데, 여기에 대한 비정규직지회의 입장은 어떤 것이었나요?
이대우: 당시 ‘연말 성과급 3개월 유예’가 발표되기 전까지 어떤 정보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입장 마련을 위해 논의를 준비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는 현금유동성 확보를 위해 연말 성과급을 3개월 유예한다고 발표했는데 별 근거가 없는 것이지요. 이후에 적절한 비판과 실천을 만들어내지 못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물론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 조직력이 미비한 비정규직지회의 역량이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대응방안 모색
한재영: 경제위기로 많은 산하 사업장이 휴업과 폐업을 하는 등 조합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위기를 체감하고 있는 금속노조는 지난 1월 8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금속노조 대사회선언(이하 사회선언)’에서 여러 가지 대응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저지를 위해 조직체계를 ‘노동자-시민 살리기 금속노동자 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로의 전환하고 5대 요구안을 발표했습니다. ‘사회선언’에서 금속노조는 주간연속 2교대 등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와 총고용 보장을 핵심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상급노조 이외에 여러 사회단체 등에서도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대응방향을 발표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안들의 시사점과 한계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대우: ‘총고용 보장’은 노동자에게 행해지는 모든 형태의 해고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말합니다. 이에 반해 금속노조 내에는 정갑득 위원장의 ‘허리띠 졸라매기’ 발언과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른바 ‘공생협약’과 같은 타협적 경향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보수-진보언론을 막론하고 ‘총고용 보장’과 ‘정규직 양보’를 등치시키는 공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이것이 외부에서 이식된 것이 아니라 그 진원지 중 하나가 노조 내부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월 7일 금속노조 중앙위를 거쳐 ‘투본’ 전환을 결의했지만 그 실제적 내용을 두고서는 아직까지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한편 여러 사회단체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국유화’, ‘사회적 통제’, ‘노동권과 생활권’ 등 경제위기에 대한 다양한 투쟁방안과 요구가 제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충분히 검토해 보지 못해서 함부로 말 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각각의 슬로건이 개별기업차원에서 어떤 방식과 효과로 드러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보다 밀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금속노조에서 말하는 ‘총고용보장’ 요구가 단사차원의 정규직-비정규직의 공동투쟁에서는 유의미하겠지만 협상과정에서 ‘노동시간단축’과 한 세트로 묶이게 된다면 정규직에게는 양보를 전제로 한 임금삭감과 전환배치 형태로, 비정규직에게는 어쩔 수 없는 해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 원청사에 종속되어 있는 부품사 노동자들이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않습니다.
한재영: ‘총고용 보장’과 ‘노동시간단축’이 한 세트로 묶이게 될 경우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정규직의 ‘전환배치’와 비정규직의 ‘해고’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맞물려 해고로 연결되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대우: 공장에서 진행되는 해고를 위한 전환배치는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일 것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핵심적인 과정만 설명해보겠습니다. 우선 자동차 공정의 특성상 노동시간단축은 자재서열이나 외각부서와 같이 컨베이어벨트에서 일하지 않는 노동자들을 잉여인력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컨베이어벨트의 경우 노동자들이 계속 라인에 붙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노동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잉여인력이 잘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노동시간단축으로 만들어진 정규직 잉여인력은 주로 비정규직들이 일하는 곳으로 전환배치가 됩니다. 결국 그곳에 있던 비정규직들은 계약해지가 되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들을 총체적으로 감안하지 않고 당위적으로 ‘총고용 보장’과 ‘노동시간단축’을 외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재영: 경제위기에서 가장 취약한 환경에 노출된 비정규직의 경우 한발 앞서 일방적인 해고와 임금 삭감 등 구조조정에 맞서는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위해 12월 17일 금속비정규대표자회의를 ‘총고용보장-노동자살리기 금속비정규투쟁본부’(이하 비정규투본)로 전환하였는데 비정규투본에서 모아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요한 요구와 활동계획은 어떠한 것들인가요?
이대우: 질문에도 밝히고 있듯 현장에서는 이미 경제위기를 빙자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정리해고, 임금삭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자 죽이기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비정규투본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이 예정되거나 혹은 진행중인 사업장을 상대로 선도적인 투쟁을 통해서 노조 내 상황의 절박함을 호소하고 투쟁을 확산시키려는 것입니다.
비정규투본은 비정규직 정리해고, 희망퇴직, 강제퇴근, 강제휴업 등을 포함하여 모든 형태의 해고 및 해고에 준하는 시도에 반대하고, 원하청연대회의를 구성하여 정규직과의 공동투쟁을 통해서 고용안정과 생활임금을 쟁취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조직/이주 노동자 등 열악한 조건에 있는 노동자와의 연대를 통한 사회적 실천을 투쟁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한재영: 3월에 GM대우의 구조조정이 진행될 예상이라고 하셨는데, 구조조정에서 비정규직의 권리를 방어하기 위한 비정규직지회의 역할은 비정규투본의 지역적 실천을 구체화하는 계기로서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경제위기 하에서 비정규직지회에 대한 부평공장 노동자들의 인식과 구조조정에 맞선 GM대우 비정규직지회의 계획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대우: 경제위기로 비정규직지회에 대한 부평공장 노동자들의 인식이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내심 구조조정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 찬물을 끼얹는 불편한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GM대우는 치졸하게도 직·공장(현장 관리자)을 동원하여 집회를 방해하고 천막 항의방문을 조직하면서 경제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동시에 비정규직지회 고립화 작업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지회가 현장 여론을 주도할 만큼의 실력이 되지 못하는 조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1월말까지 현장 조합원을 대상으로 업체/공장별 간담회를 통해 정세에 대한 단일한 인식을 확보하고 현장투쟁에 대한 태세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투쟁의 또 다른 핵심인 정규직과의 공동투쟁 역시 선언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정규직-비정규직-사무직 간 소통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역차원에서 투본 구성과 관련하여 초동논의를 진행 중이나 2월 인천지역본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무게가 실릴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반면 금속, 공공, 건설 등 산별 및 연맹 차원의 투쟁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시도는 십분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재영: 경제위기를 맞아 자본과 정권은 비정규직을 이용해 노동자 분할을 더욱 촉진시키고 단결을 저해하기 위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하청노동자와 원청노동자는 자본의 전략에 의해 서로 상충되는 이해를 가지고 부딪치기도 합니다. 하청노동자와 원청노동자의 이해관계가 현장에서 부딪히는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노동자운동의 해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대우: 해묵은 숙제를 풀어야 하는 기분이네요. 5년 남짓 공장 생활을 하면서 피부로 느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골은 상당히 깊습니다. 비근한 예로 임금수준이나 각종 복지 후생 제도에서 정규직에 미달하는 대우를 받다보니 비정규직철폐연대가의 한 구절처럼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기본이고 업무배치에 있어서도 조립 공장의 경우 메인라인은 정규직이, 서브라인과 자재 서열보급은 비정규직이 맡는 구조이다 보니까 마치 과거의 반상(班常)제도처럼 격이 다른 인간처럼 느껴지기 일쑤입니다. 더부살이 꼴이라고나 할까. 각기 서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격이죠.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인간적인 친밀감은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구조조정과 같은 결정적 순간에는 늘 배반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어서... 해법이요? 글쎄요. 선전홍보 수준에서야 상호 이해관계가 다르지 않음을 언제나 주장하지만 현실의 장벽이 높기만 합니다. 개인적으로 금속노조가 추진 중인 1사1조직운동이 실제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장운동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파 현장조직들이 구조조정의 위기에 대응하고 현장운동의 쇄신을 위해 결성한 가칭 대자지부 내 투쟁연대(준)의 통합 과정에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정도입니다.
한재영: 1사1조직운동과 같이 원하청 공동요구 발굴에 단초를 발견할 수 있는 사안들은 ‘현실의 장벽’을 조금이나마 낮추고 현장운동을 쇄신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1사1조직운동이 노동자 간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현장운동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GM대우의 현안이기도 한 투쟁연대(준)과 비정규직지회의 상호역할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이대우: 1사1조직운동이 ‘노동자의 단결’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미룰 수 없는 비정규직지회와 투쟁연대(준)의 고유한 역할이 있을 것입니다. 비정규직지회는 투쟁연대(준)과 정규직 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에 결합할 수 있는 공동투쟁의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경험에 비춰봤을 때 당위적이고 도덕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에 정규직 활동가들이 결합하면 오래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치 자동차가 계속 굴러갈 수 있도록 기름을 넣어주는 역할을 비정규직지회가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투쟁연대(준) 역시 정규직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투쟁의 주체임을 자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자본의 생존을 위해 무차별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지금의 정세에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1사1조직운동이 ‘정규직에 의한 비정규직 관리/통제’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직통합 후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재영: 긴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대표적인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으로 여러 동지들의 이목이 비정규직지회에 집중되어 있을 텐데, 격동의 2009년을 맞이하는 본인의 각오와 전국 곳곳에서 열심히 투쟁하고 있을 노동자들에게 격려의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이대우: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보고 까칠하다고 하기도 하고 무던하다고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런 면이 없지 않지만 왜 그렇게 느낄까에 대해 스스로를 진지하게 돌아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선택과 포기가 관성적 기준에 사로잡힌 건 아닌지, 희망과 절망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조급증에 빠져 버린 건 아닌지, 나의 무능력함을 지회의 무기력감으로 위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의 혁명문학가 루쉰의 작품 중에 저에게 강한 인상을 준 한 구절이 있습니다. 2009년을 맞이하여 저 스스로의 각오를 다지고, 전국에서 투쟁하시는 동지들에게 힘이 될 것을 기대하며 그 구절을 소개하면서 마치겠습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이대우: 폭행사건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비정규직지회 설립을 전후로 공장안팎에서 자행된 GM대우의 폭행은 조직적이고 상시적으로 발생해왔습니다. 이른바 ‘노무팀’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9~10개 팀으로 편제되어 노동자들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는데 물리적 탄압에 있어서도 선봉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12일 현수막 절취에 이어 18일 새벽 조합원 폭행 사건 역시 단순히 이명박 방문에 맞춰 일회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기보다 앞으로 있을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사전 정지작업으로 파악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들이 보기에 비정규직지회는 ‘눈엣 가시’일 테니까요. 이런 사안의 성격에 반해 현장의 분위기는 다소 차분한(?) 편입니다. 일상적 폭력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느끼는 심적 부담과 행동의 제약이 의외로 커서 곧바로 분노로 이어지기보다는 안으로 감춰지는 성향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폭행 건은 검찰 고소에 따른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데 폭행 당사자로 지목받은 노무팀 직원들은 대질조사에서 “비정규직지회는 이슈화가 된다면 자해하고도 남을 사람들이다”라고 말하면서 폭행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GM대우 역시 공식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GM대우의 구조조정 전망과 노동자의 상태
한재영: 이번 경제위기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로서 1930년대 대공황을 떠올리게 할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위기의 심각성은 미국의 대표 자동차 회사로 불리던 빅3의 경영위기와 그 중 GM, 크라이슬러에 대한 구제금융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대우 지회장은 이번 경제위기가 자동차산업과 얼마만큼 연계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특히 GM본사와 GM대우에 불어닥칠 위기의 진폭과 파장의 규모가 GM대우 노동자에게 큰 영향을 끼칠 것 입니다. 그리고 경제위기에 대한 현장의 정서가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이대우: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과포화되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산업은 출혈적으로 자본을 과잉투자하여 이윤을 쥐어짜면서 지금의 사태를 촉발시켰습니다.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경영상태가 양호한 현대 기아는 ‘다른 욕심’으로 이 상황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더 강한 것 같고, 하위 서열에 있는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차는 위기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GM본사도 자체적인 회생능력을 상실한 채 구제금융 긴급수혈로 생명을 연장하는 처지이고 GM대우 역시 예외일 수 없습니다. 구조조정은 기정사실로 보이고 그 폭과 수위를 결정하는 것만 남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 역시 지난 시절 구조조정을 시행하면서 겪은 내홍을 아는 터라 사뭇 눈치를 보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분명한 건 구조조정의 핵심 대상은 사내하청, 납품사, 외주용역 등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이미 하청노동자를 대상으로 단기계약직 계약해지나 희망퇴직을 가장한 강제 사직이 진행 중인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한재영: 이번 경제위기는 IMF위기보다 노동자들에게 더욱 파괴적인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2001년 구조조정 당시와 비교했을 때 공장의 노동자들이 위기에 대해서 느끼는 체감도는 어떠한가요?
이대우: 당시 노동자들은 ‘설마 내가’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단적으로 정리해고 통보서를 받고 나서야 다들 인정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일종의 ‘근거 없는 낙관주의’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여기에 비중을 두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경제위기의 성격 자체가 이전과 다르다는 막연한 인식이 있기 때문에 불안감이 보다 짙게 깔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재영: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대규모 구조조정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 모두 앞으로 닥칠 사태에 관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을 텐데, 고용형태에 따라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다른가요?
이대우: 정규직-비정규직-사무직 노동자 구분 없이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점은 동일합니다. 다소 차이가 있다면 정규직노동자의 경우 고용안전판으로서 비정규직을 사고하는 측면이 강하게 작동하면서 구조조정의 대상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한정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높아진 점과 한 번의 정리해고가 남긴 학습효과로서 희망퇴직은 절대 안 된다는 심적 마지노선이 내적으로 팽배해 있습니다. 반면, 비정규직의 경우 경제위기 자체에서 느끼는 불안감도 있겠지만 주기적 해고와 재취업 과정의 반복에서 느끼는 만성화된 불안이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어차피 흘러 흘러 거쳐 가는 자리 중 하나다’라는 다소 냉소적인 분위기가 현장에서 지배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재영: 생사의 기로에 선 GM자본은 GM대우, 특히 부평공장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감행할 공산이 높은 것 같습니다. 구조조정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사측이 구조조정의 파괴적 효과를 관리하기 위해 미리 구조조정의 내용을 흘린다거나 사전 작업을 하고 있는지, 있다면 그것의 성격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사측이 관철시키고자 하는 구조조정 안의 내용과 발표 시기는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이대우: 현장에서는 사측의 의도와 상관없이, 치밀한 이데올로기 작업인지도 모르지만, 휴업연장에 관한 것부터 비정규직 전원 계약해지까지 구조조정과 관련한 소문이 무성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전환배치 형태의 구체적 흐름은 없지만 2~3차 하청업체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종용하거나 임의적으로 공정 통폐합을 통해 잉여인력을 만들고 순환휴직을 시키는 등 개별 업체 수준에서 인력구조조정에 대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가능한 이유는 하청업체들은 마치 예견이나 한 듯 비정규직의 계약기간을 1년 단위에서 1개월, 3개월, 6개월 단위로 쪼개어 반복 갱신하는 형태로 지속적으로 바꿔왔기 때문입니다.
구조조정의 구체적 내용과 시기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GM이 미국 정부에게 지원받은 구제금융 134억 달러를 반납하지 않기 위해 채권자와 노조의 양보를 얻어내고, 동시에 독자생존의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시점과 2008년 국내 회계처리 시점이 겹치는 3월을 구조조정 발표시기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습니다. 이와 맞물려 GM대우자동차지부(이하 대자지부)의 1월 19일 정기대의원대회 개최와 특별단체협상(이하 특단협) 구성 및 임시대의원대회 일정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회사-대자지부-활동가 사이에 미묘한 이해관계와 구상이 복잡하게 얽혀서 구조조정 발표시점과 그 내용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3조2교대 공정 일부를 2조2교대로 변경하고, 조립2공장을 2교대에서 상시주간화로 변경하는 것이 회사 측이 던질 수 있는 유력한 구조조정 카드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고용문제와 관련하여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공정축소→정규직 전환배치→비정규직 해고 순의 구조조정입니다. 물론 다른 한 축으로 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임금 동결/삭감과 단체협약 상 복지후생 후퇴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재영: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아 GM대우 자본을 지원하기 위해 인천시와 일부 시민단체들이 ‘대우차 살리기’ 운동을 2001년에 이어 또다시 전개하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이대우: 두통 환자에게 복통 약을 처방하는 격이라고나 할까요. 인천시와 일부 시민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대우차 살리기’는 크게 인천시의 대우차 사주기 운동, 협력업체 금융 지원, 각종 홍보행사 등으로 요약되는데, 그 효과가 미미할 뿐더러 목적 역시 그들이 홍보하는 것처럼 내수 진작을 통한 위기탈출이 아닙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기 위한 민관의 세트플레이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GM자본은 위기를 틈타 자본의 비용절감과 노사관계의 실제적 재편을 추진하는 구조조정을 계획 중입니다. 그 구조조정의 명분 쌓기 과정에서 인천시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 논리를 앞세워 ‘자본의 이중대’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꼴입니다. 게다가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대자지부 역시 지난해 12월 18일 인천시 주최로 열린 ‘GM대우차 사랑운동 한마음대회’에 참석했다는 점입니다.
한재영: 경제위기와 강력한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현정세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보호해줄 노동조합의 대응 방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 2001년 구조조정에 맞선 노동조합의 투쟁을 조합원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러한 평가가 이번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대우: 제가 부평공장에서 2004년부터 일했기 때문에 실제 참여하지 못한 2001년 구조조정 투쟁을 평가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현재 노동조합운동의 위상 자체가 격변기의 위상과 무척 다르고, 현장조직들이나 조합원들의 2001년 투쟁에 대한 평가가 중층적이고 복잡하기 때문에 단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부평공장 조합원들은 지난 구조조정의 학습효과 때문에 노동조합이 더 이상 자신들의 고용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1년 투쟁 당시 김일섭 집행부가 노동조합 내외부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무급순환휴직안’을 사측에 제안하는 커다란 양보를 했지만 사측이 제안을 거부하고 1,750명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그것이 결정적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를 유실시켰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일 할 수 있을 때 벌어놓자는 생각에 노동조합을 ‘고임금’을 따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정치투쟁을 하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자신들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경제투쟁을 했으면 하는 활동가들의 낮은 수준의 기대조차 반토막이 난 것이지요. 개별 조합원들이 고용을 위해서 ‘사측에 줄서기’를 하는 등 파편화된 현장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2001년 구조조정의 효과가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을 바꿔놓은 반면 정규직 활동가들은 그러한 조합원들의 상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다시금 현장의 운동을 재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임단투나 노동조합 선거 시기에 투쟁을 통한 고용안정을 강조하는 민주파 현장조직이나, 신차개발 등을 내세우며 고용안정을 내세우는 우경적인 현장조직 모두 조합원들을 조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난 정리해고투쟁에 대한 평가가 정규직 활동가들의 좌표 설정의 근거로 유의미한지, 대중적으로 조합원의 인식과 행동에 정확하게 반영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한재영: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자지부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나요?
이대우: 잠깐 언급 했지만 회사의 구조조정 계획이 불확정적이듯 대자지부의 대응계획 역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시기적 흐름으로 보았을 때 1월 19일 정기대의원대회가 예정된 상황에서 2월말 혹은 3월초에 있을 임시대의원대회까지 특단협을 구성하고 나름의 저지선을 깔고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특단협은 여러 이해가 맞물려 있습니다. 대자지부 차원으로 보자면 사안 자체가 워낙 민감하고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라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까지 시간 확보를 통해 대비하는 측면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 정규직 활동가 입장에서 보자면 이전까지 외주화를 비롯한 인원 조정이 개별적인 부서협의 형태로 진행되면서 발생한 폐해를 사전차단하고 대자지부를 중심으로 단일한 전선을 설치하는 데 유의미하다는 판단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대자지부의 경우 별다른 비판없이 ‘연말 성과급 3개월 유예’에 동의했던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총고용 보장을 위시한 금속노조의 구조조정 관련 교섭지침이 해당 기업지부에 대한 강제력이 그다지 높지 않은 점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한재영: ‘연말 성과급 3개월 유예’와 같은 노동조합의 타협적 경향은 말씀하신 바처럼 우려되는 부분인데, 여기에 대한 비정규직지회의 입장은 어떤 것이었나요?
이대우: 당시 ‘연말 성과급 3개월 유예’가 발표되기 전까지 어떤 정보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입장 마련을 위해 논의를 준비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는 현금유동성 확보를 위해 연말 성과급을 3개월 유예한다고 발표했는데 별 근거가 없는 것이지요. 이후에 적절한 비판과 실천을 만들어내지 못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물론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 조직력이 미비한 비정규직지회의 역량이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대응방안 모색
한재영: 경제위기로 많은 산하 사업장이 휴업과 폐업을 하는 등 조합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위기를 체감하고 있는 금속노조는 지난 1월 8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금속노조 대사회선언(이하 사회선언)’에서 여러 가지 대응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저지를 위해 조직체계를 ‘노동자-시민 살리기 금속노동자 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로의 전환하고 5대 요구안을 발표했습니다. ‘사회선언’에서 금속노조는 주간연속 2교대 등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와 총고용 보장을 핵심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상급노조 이외에 여러 사회단체 등에서도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대응방향을 발표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안들의 시사점과 한계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대우: ‘총고용 보장’은 노동자에게 행해지는 모든 형태의 해고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말합니다. 이에 반해 금속노조 내에는 정갑득 위원장의 ‘허리띠 졸라매기’ 발언과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른바 ‘공생협약’과 같은 타협적 경향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보수-진보언론을 막론하고 ‘총고용 보장’과 ‘정규직 양보’를 등치시키는 공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이것이 외부에서 이식된 것이 아니라 그 진원지 중 하나가 노조 내부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월 7일 금속노조 중앙위를 거쳐 ‘투본’ 전환을 결의했지만 그 실제적 내용을 두고서는 아직까지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한편 여러 사회단체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국유화’, ‘사회적 통제’, ‘노동권과 생활권’ 등 경제위기에 대한 다양한 투쟁방안과 요구가 제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충분히 검토해 보지 못해서 함부로 말 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각각의 슬로건이 개별기업차원에서 어떤 방식과 효과로 드러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보다 밀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금속노조에서 말하는 ‘총고용보장’ 요구가 단사차원의 정규직-비정규직의 공동투쟁에서는 유의미하겠지만 협상과정에서 ‘노동시간단축’과 한 세트로 묶이게 된다면 정규직에게는 양보를 전제로 한 임금삭감과 전환배치 형태로, 비정규직에게는 어쩔 수 없는 해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 원청사에 종속되어 있는 부품사 노동자들이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않습니다.
한재영: ‘총고용 보장’과 ‘노동시간단축’이 한 세트로 묶이게 될 경우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정규직의 ‘전환배치’와 비정규직의 ‘해고’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맞물려 해고로 연결되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대우: 공장에서 진행되는 해고를 위한 전환배치는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일 것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핵심적인 과정만 설명해보겠습니다. 우선 자동차 공정의 특성상 노동시간단축은 자재서열이나 외각부서와 같이 컨베이어벨트에서 일하지 않는 노동자들을 잉여인력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컨베이어벨트의 경우 노동자들이 계속 라인에 붙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노동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잉여인력이 잘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노동시간단축으로 만들어진 정규직 잉여인력은 주로 비정규직들이 일하는 곳으로 전환배치가 됩니다. 결국 그곳에 있던 비정규직들은 계약해지가 되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들을 총체적으로 감안하지 않고 당위적으로 ‘총고용 보장’과 ‘노동시간단축’을 외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재영: 경제위기에서 가장 취약한 환경에 노출된 비정규직의 경우 한발 앞서 일방적인 해고와 임금 삭감 등 구조조정에 맞서는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위해 12월 17일 금속비정규대표자회의를 ‘총고용보장-노동자살리기 금속비정규투쟁본부’(이하 비정규투본)로 전환하였는데 비정규투본에서 모아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요한 요구와 활동계획은 어떠한 것들인가요?
이대우: 질문에도 밝히고 있듯 현장에서는 이미 경제위기를 빙자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정리해고, 임금삭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자 죽이기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비정규투본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이 예정되거나 혹은 진행중인 사업장을 상대로 선도적인 투쟁을 통해서 노조 내 상황의 절박함을 호소하고 투쟁을 확산시키려는 것입니다.
비정규투본은 비정규직 정리해고, 희망퇴직, 강제퇴근, 강제휴업 등을 포함하여 모든 형태의 해고 및 해고에 준하는 시도에 반대하고, 원하청연대회의를 구성하여 정규직과의 공동투쟁을 통해서 고용안정과 생활임금을 쟁취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조직/이주 노동자 등 열악한 조건에 있는 노동자와의 연대를 통한 사회적 실천을 투쟁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한재영: 3월에 GM대우의 구조조정이 진행될 예상이라고 하셨는데, 구조조정에서 비정규직의 권리를 방어하기 위한 비정규직지회의 역할은 비정규투본의 지역적 실천을 구체화하는 계기로서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경제위기 하에서 비정규직지회에 대한 부평공장 노동자들의 인식과 구조조정에 맞선 GM대우 비정규직지회의 계획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대우: 경제위기로 비정규직지회에 대한 부평공장 노동자들의 인식이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내심 구조조정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 찬물을 끼얹는 불편한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GM대우는 치졸하게도 직·공장(현장 관리자)을 동원하여 집회를 방해하고 천막 항의방문을 조직하면서 경제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동시에 비정규직지회 고립화 작업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지회가 현장 여론을 주도할 만큼의 실력이 되지 못하는 조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1월말까지 현장 조합원을 대상으로 업체/공장별 간담회를 통해 정세에 대한 단일한 인식을 확보하고 현장투쟁에 대한 태세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투쟁의 또 다른 핵심인 정규직과의 공동투쟁 역시 선언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정규직-비정규직-사무직 간 소통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역차원에서 투본 구성과 관련하여 초동논의를 진행 중이나 2월 인천지역본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무게가 실릴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반면 금속, 공공, 건설 등 산별 및 연맹 차원의 투쟁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시도는 십분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재영: 경제위기를 맞아 자본과 정권은 비정규직을 이용해 노동자 분할을 더욱 촉진시키고 단결을 저해하기 위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하청노동자와 원청노동자는 자본의 전략에 의해 서로 상충되는 이해를 가지고 부딪치기도 합니다. 하청노동자와 원청노동자의 이해관계가 현장에서 부딪히는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노동자운동의 해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대우: 해묵은 숙제를 풀어야 하는 기분이네요. 5년 남짓 공장 생활을 하면서 피부로 느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골은 상당히 깊습니다. 비근한 예로 임금수준이나 각종 복지 후생 제도에서 정규직에 미달하는 대우를 받다보니 비정규직철폐연대가의 한 구절처럼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기본이고 업무배치에 있어서도 조립 공장의 경우 메인라인은 정규직이, 서브라인과 자재 서열보급은 비정규직이 맡는 구조이다 보니까 마치 과거의 반상(班常)제도처럼 격이 다른 인간처럼 느껴지기 일쑤입니다. 더부살이 꼴이라고나 할까. 각기 서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격이죠.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인간적인 친밀감은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구조조정과 같은 결정적 순간에는 늘 배반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어서... 해법이요? 글쎄요. 선전홍보 수준에서야 상호 이해관계가 다르지 않음을 언제나 주장하지만 현실의 장벽이 높기만 합니다. 개인적으로 금속노조가 추진 중인 1사1조직운동이 실제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장운동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파 현장조직들이 구조조정의 위기에 대응하고 현장운동의 쇄신을 위해 결성한 가칭 대자지부 내 투쟁연대(준)의 통합 과정에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정도입니다.
한재영: 1사1조직운동과 같이 원하청 공동요구 발굴에 단초를 발견할 수 있는 사안들은 ‘현실의 장벽’을 조금이나마 낮추고 현장운동을 쇄신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1사1조직운동이 노동자 간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현장운동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GM대우의 현안이기도 한 투쟁연대(준)과 비정규직지회의 상호역할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이대우: 1사1조직운동이 ‘노동자의 단결’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미룰 수 없는 비정규직지회와 투쟁연대(준)의 고유한 역할이 있을 것입니다. 비정규직지회는 투쟁연대(준)과 정규직 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에 결합할 수 있는 공동투쟁의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경험에 비춰봤을 때 당위적이고 도덕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에 정규직 활동가들이 결합하면 오래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치 자동차가 계속 굴러갈 수 있도록 기름을 넣어주는 역할을 비정규직지회가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투쟁연대(준) 역시 정규직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투쟁의 주체임을 자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자본의 생존을 위해 무차별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지금의 정세에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1사1조직운동이 ‘정규직에 의한 비정규직 관리/통제’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직통합 후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재영: 긴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대표적인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으로 여러 동지들의 이목이 비정규직지회에 집중되어 있을 텐데, 격동의 2009년을 맞이하는 본인의 각오와 전국 곳곳에서 열심히 투쟁하고 있을 노동자들에게 격려의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이대우: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보고 까칠하다고 하기도 하고 무던하다고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런 면이 없지 않지만 왜 그렇게 느낄까에 대해 스스로를 진지하게 돌아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선택과 포기가 관성적 기준에 사로잡힌 건 아닌지, 희망과 절망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조급증에 빠져 버린 건 아닌지, 나의 무능력함을 지회의 무기력감으로 위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의 혁명문학가 루쉰의 작품 중에 저에게 강한 인상을 준 한 구절이 있습니다. 2009년을 맞이하여 저 스스로의 각오를 다지고, 전국에서 투쟁하시는 동지들에게 힘이 될 것을 기대하며 그 구절을 소개하면서 마치겠습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