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 대한 세계 사회운동의 대응
“경제위기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지 말라!”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어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주요국 정부들은 긴급구제조치를 취하는 한편 여러 경로를 통하여 정책공조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은 세계적인 위기를 촉발시킨 금융화를 중단하기보다는 이를 지속 또는 심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금융 시스템에 내재한 위험을 관리하고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금융화가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주요국 정부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경제위기의 비용을 각국의 노동자 민중에 전가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사회운동들은 주요국 정부들의 잘못된 처방을 비판하는 한편 금융화된 세계 경제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한 대안을 제출하고 있다. 또한 경제위기가 노동자 민중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고용과 임금을 방어하기 위한 공동 투쟁으로 돌파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 글에서는 경제위기에 대한 세계 사회운동의 대응을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금융거래과세연합(ATTAC) 등 여러 사회운동이 제출한 국제 금융 시스템 재편에 대한 기본원칙, 각 국에서 벌어지는 노동조합의 투쟁, 세계사회포럼 프로세스를 통해 형성되는 국제적인 공동행동 계획을 차례로 검토하겠다.
금융위기에 대한 세계 사회운동의 입장: 위험관리가 아닌 전면적인 금융억압
세계적인 위기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응은 ‘위험 관리’에 초점을 둔 주요국 정부들의 대응을 비판하며 이와는 전혀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먼저 금융거래과세연합(ATTAC) 유럽 네트워크는 2008년 10월 15일에 개최된 유럽 정상회의에 맞춰 <때가 왔다. 금융 카지노를 폐쇄하자: 금융위기와 민주적 대안에 관한 아탁 성명서>를 발표해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전 유럽 차원의 캠페인을 전개할 것을 제안했다. 성명서는 주요국 정부들이 언급하는 금융개혁 수단들이 금융자본주의를 유지하고, 부자들을 보호하며, 금융투명성과 같은 표피적 개혁을 추진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신자유주의의 중심축, 특히 자본의 세계적 이동성을 중단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금융체계를 위한 기본적 필요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시장의 자기규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경제질서를 수립해야 한다. 노동조합, 소비자를 포함하여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유엔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결합에 대한 모니터링 권한을 가져야 한다. 둘째, 금융시장의 실물경제 지배를 해체해야 한다. 여기에는 모든 금융이동에 대한 과세, 각국의 모든 주식거래에 대한 과세, 금융복합기업 형성 금지,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정당한 분배 정책, 기반시설 및 연금 사유화 중단이 포함된다. 셋째, 투기꾼이 그 대가를 지불한다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불가피한 구제금융에 대해서는 엄격한 조건이 따라야 한다. 넷째, 유럽연합의 개혁과 유럽중앙은행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 자본이동 규제를 금지하는 리스본 조약의 조항은 바뀌어야 하며 유럽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이 아니라 고용안정과 정당한 분배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다섯째, 금융체계의 핵심부를 개혁해야 한다.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 투기적 금융상품 금지, 투자은행 축소, 금융복합기업의 분리, 공공은행 강화,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공적 통제, 헤지펀드 금지, 역외금융센터 및 조세회피국의 경제적 기능 폐지, 유럽연합의 예금과세 지침 확대 적용, 단기 주식보유자 의결권 제한 및 스톡옵션 금지, 가계부채 규제, 공공주택 중심의 주택정책 확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008년 10월 13일~15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아셈 민간포럼 참가한 몇몇 단체들이 발표한 성명서 <세계경제위기: 변혁을 위한 역사적 기회> 역시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08년 11월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도 여러 단체들이 성명서를 발표하며 세계 금융질서 재편에 관한 입장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주빌리사우스가 주축이 되어 아탁 등 115개 국가 890개 조직이 서명해 10월 29일 발표된 <국제금융체계 개혁을 위한 “세계 정상회의” 성명>은 현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G20을 넘어서는 민주적인 참여와 토론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http://www.choike.org/bw2/). 따라서 그들은 G20이 아니라, 국제 금융 화폐 질서 개혁을 위한 유엔 주최 국제회의가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엔의 회의가 ① 세계 모든 정부가 참여하고, ② 시민사회, 시민조직, 사회운동 등의 대표자가 참여하고, ③ 현재 위기로 큰 영향을 받는 지역들이 협의하기 위한 분명한 시간표와 절차를 마련하고, ④ 포괄적인 범위로 모든 문제와 기구들을 다루고, ⑤ 투명성이 보장되어 제안서와 결과 문서의 초고가 공개되고 토론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제노총(ITUC)도 G20 정상회의에 맞춰 20개국 노동조합 지도자 회의를 워싱턴에서 개최하고 <세계 노동조합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http://www.ituc-csi.org/spip.php?article2523). 성명서에서 국제노총은 각국 정부에 다음을 촉구했다. 첫째, 실물경제의 회복을 위한 계획에 착수해야 한다. 둘째,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 하지 않도록 국제 금융시장을 규제해야 한다. 셋째, 새로운 세계경제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분배정의의 위기에 대항해 싸워야 한다.
동시에 주빌리사우스를 비롯한 몇몇 국제네트워크는 G20 정상회의에 맞추어 11월 15일을 ‘국제 공동행동의 날’로 삼아 각국에서 새로운 경제 체계를 요구하는 행동을 벌일 것을 호소했다. 이 날 광범위한 국제 행동이 조직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나라에서 이 호소에 응하여 다양한 행동을 펼쳤다. 대표적으로 일본 아탁은 도쿄 증권거래소 앞에서 “머니 게임은 이제 됐다! 구제할 것은 은행이 아니라 민중의 삶이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집회를 개최했다. 러시아에서도 이날 몇몇 좌파 청년단체들이 피켓시위를 벌였다. 파리, 모로코 등지에서도 비슷한 행동이 열렸다.
각국 노동조합의 대응: 경제위기의 민중전가에 맞선 노동자 단결
유럽노동조합연맹(ETUC)은 2008년 9월 27일 <런던 선언문>을 발표하여 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을 제출했다(http://www.etuc.org/a/5367). 선언문에서 유럽노동조합연맹은 세계 금융위기를 전환점으로 삼아 금융 시스템을 완전히 변화시키자고 주장했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반드시 공적 개입과 통제가 뒤따라야 하며 이를 통해 근본적인 변화를 촉진하자고 했다. 또한 피해를 입은 노동자와 주택자금을 상환하지 못해 쫓겨날 위기에 처한 가계, 노년 빈곤의 위협을 받는 연금수급자들을 위한 정책이 우선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을 일으킨 주범이 구제금융의 주된 수혜자과 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더불어 경제위기 상황에서 소득과 임금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공공 정책이 긴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노동조합연맹의 위와 같은 입장은 유럽 각국에서 벌어지는 노동조합의 투쟁을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2008년 12월 12일 이탈리아노동총연합(CGIL, 이하 이탈리아노총)이 베를루스코니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 계획에 맞서 4시간 파업을 벌였다. 이에 앞서 11월에는 정부의 교육예산 삭감과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에 맞서 학생들이 투쟁을 전개했다. 투쟁이 절정을 이룬 11월 14일에는 전국적으로 20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이탈리아노총 산하의 대학연구자 노조 역시 이 투쟁에 참여했다. 학생들이 “경제위기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투쟁을 전개하고 있을 당시, 알리탈리아항공이 2,000명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하고, 토리노, 브레스치야 등 북부에서 공장폐쇄 움직임이 나타나며 경제위기의 여파가 점차 확산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탈리아노총 산하 금속노조(CGIL-FIOM)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12월 12일 파업을 결의했고, 결국 이 총파업은 이탈리아노총의 파업으로 확대되었다.
이탈리아노총은 총파업이 즈음하여 위기에 맞선 노동자들의 공동 요구를 담은 <경제위기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http://www.cgil.it/nuovoportale/Banner/SCIOPERO121208/PianoAnticrisi.pdf). 여기서 이탈리아노총은 현재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 계획이 은행의 유동성과 안정성을 지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서 1929년 대불황과 맞먹는 현재의 경제적, 사회적 비상사태를 해결하는 데 전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노총은 정규직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 연금수급자, 저소득층 가계 전반에 위기 비용이 전가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고용을 유지하고 소득을 지지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국내적 차원에서는 고용과 임금정책 보호, 노동자와 연금수급자의 실질소득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위기 대응 계획”을 즉각적으로 실현할 것을, 유럽적 차원에서는 성장과 발전의 재개를 위한 공동행동 계획을 개시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프랑스에서도 경제위기 민중전가에 맞선 노동조합들의 단결 투쟁의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 프랑스노동총동맹(CGT)을 비롯한 8개의 노동조합조직들이 오는 1월 29일 공동의 요구안을 가지고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들이 공동행동을 조직하게 된 것은 노동자, 실업자, 퇴직자들이 현재 경제위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으며, 사회적 불평등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않고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제위기의 확산으로 자동차와 건설 부문에서 대량 해고사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발표된 사르코지 정부의 고용실업 대책은 각종 규제를 완화하여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그에 따르는 부담을 정부 지출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프랑스민주노동총동맹(CFDT), 프랑스기독교노총(CFTC), 프랑스관리감독직총동맹(CFE-CGC), 프랑스노동총동맹(CGT), 노동자의힘(FO), 교원노조(FSU), 연대노조연합(Solidaires), 자율노조연맹(UNSA)은 지난 1월 5일 공동의 요구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단결하여 투쟁할 것임을 천명했다(http://www.cgt.fr/spip.php?article35508). 성명서에 담긴 요구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경제위기 상황에서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각 기업은 생산 감축에 따른 부분해고, RTT 휴가(노동시간을 주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단축하면서 줄어든 4시간을 급여로 지급하는 제도를 역으로 휴가로 지급)를 실행하고 있다. 생산 감축이 발생할 때 기업은 고용과 임금을 지킬 것을 목표로 반드시 노조와 협상을 거쳐야 하며, 조업단축 기간은 직업 훈련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사회와 시민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일자리가 확대되어야 하며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3만 개 감축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더불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노동조건이 개선되어야 한다. 둘째, 정부의 임금정책은 노동자의 구매력 향상(실질임금 인상)과 불평등 축소를 목표로 해야 한다. 각 기업은 이를 목표로 임금 협상에 나서야 하며 사회보험에 대한 노동자 기여분은 임금협상 결과에 따라 조정되어야 한다. 셋째, 정부와 유럽연합의 공공정책은 구매력 향상을 통한 소비회복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노동자, 실업자, 연금수급자, 사회보장수당 수급자 모두 적절한 소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택 임대와 저리 신용, 집단적 건강보험과 연금을 확대하고, 기간시설과 공공서비스, 연구개발,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기업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사회적 필요, 특히 고용 유지를 목표로 해야 하며, 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국가에 의해 직접 통제되어야 한다. 넷째, 단협 개선을 통해 노동자의 생활과 노동조건이 향상되어야 한다. 노동시간단축을 되돌리려는 법조항은 무효화해야 하며 일요일 노동에 관한 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노사관계와 관련된 모든 입법은 사회적 대화를 존중해야 한다. 다섯째, 국제 금융시장을 규제해야 한다. 투기 종식, 국제적인 금융시스템의 불투명성 제거, 자본이동 규제에 유럽연합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세계사회포럼과 경제위기에 맞선 국제 공동행동
오는 2009년 1월 27일~2월 1일 9차 세계사회포럼이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전쟁에 맞선 세계 사회운동이 대안을 모색하고 공동행동을 조직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세계사회포럼은 2008년 ‘1.26 세계 행동의 날’을 거쳐 2년 만에 전 세계 집중 행사로 개최된다. 현재 여러 단체들이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확산이라는 정세를 반영하여 이에 대한 세계 사회운동의 분석과 요구를 모으고 공동행동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세계사회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 제출된 주요 계획은 다음과 같다. <금융거래과세시민연합(ATTAC) 국제네트워크>, <제3세계외채탕감위원회> 등은 금융위기의 원인과 영향을 진단하고 세계적인 대응을 촉진하기 위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탈리아노총, 브라질노총, 세계여성행진 등이 주축이 되어 2007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7차 세계사회포럼에서 결성된 <노동과 세계화 네트워크> 역시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다른 그룹과 공동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경제위기가 단순히 금융부문의 위기에 그치지 않고 노동자 민중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강조하며 노동자운동이 중심이 되어 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 전략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유럽좌파당과 긴밀한 관련을 맺으며 활동하는 ‘트랜스폼! 유럽 네트워크’ 역시 세계적 위기를 분석하고 이에 맞서기 위한 정치적 사회적 대안을 모으는 한편 대안세계화운동의 역할을 밝히기 위한 여러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WTO 반대투쟁을 주도해온 ‘우리 세상은 상품이 아니다 (Our World Is Not for Sale)’ 네트워크의 발의로 여러 주제별 네트워크간 토론회도 열릴 예정이다. 이틀에 걸쳐 각 네트워크의 전략을 공유하고 공동 전략 및 공동행동 조직화에 관한 토론을 진행한다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마지막 날 폐막 행사를 겸하여 열릴 총회에서는 모든 참가자들이 모여 포럼 기간 동안 논의된 결과를 종합하게 된다. 그 결과를 모아 2009년의 공동행동계획이 채택될 예정이다. 세계사회포럼 국제위원회에서는 2008년 ‘1.26 세계행동의 날’을 고무적으로 평가하며 이런 방식의 국제 공동행동을 지속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는 세계 집중 행사의 주기와도 관련이 있는 문제인데, 주기에 관한 논쟁은 아직 결론나지 않았으나 2년 또는 3년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 집중행사 개최 여부에 상관없이 매년 국제 공동행동의 날을 개최하자는 제안도 있어서 2009년 국제공동행동 개최 시기 역시 총회를 통해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공동행동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유럽사회운동들의 움직임을 주목할 만하다. 유럽의 사회운동들은 2008년 11월 13일~1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럽사회포럼 준비회의를 계기로 사회운동총회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모아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탈리아 학생들의 구호를 따 “위기에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제목을 단 성명서에서 유럽 사회운동들은 ‘손실의 사회화’를 특징으로 하는 각국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비판하며 경제위기로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는 노동자 민중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민중의 기본적인 권리를 확대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터키 등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투쟁을 조정하여 유럽 차원의 공동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긴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 계기로서 12월 12일 이탈리아 총파업, 12월 16일 유럽위원회의 노동시간 연장 지침 반대 투쟁, 2009년 3월 유럽연합 각료회의 대응 투쟁,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릴 G8 정상회의를 꼽았다. 또한 벨렝 세계사회포럼이 세계적인 위기에 맞서는 ‘세계 행동의 날’을 제안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2009년 1월 10일~11일 프랑스 파리에서도 유럽사회포럼 프로세스에 참가하고 있는 단체들이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유럽차원의 공동행동 계획을 수립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우리 세상은 상품이 아니다’ 네트워크의 유럽모임 격인 ‘시애틀에서 브뤼셀까지’가 최초로 소집한 이 회의에는 아탁, 지구의 벗, 독일 서비스노조(Verdi), 이탈리아금속노조(CGIL-FIOM), 프랑스의 프랑스노동총동맹(CGT), 연대노조연합(Solidaires), 교원노조(FSU) 등 여러 단체에서 150명이 모였다. 논의 결과를 모아 작성된 <파리 선언: 자본의 위기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겠다. 변화가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는 몇 가지 행동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오는 4월 2일 런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앞서 공동행동을 전개하자는 것이다. 유럽 각국의 사회운동이 3월 28일 런던에서 개최될 집중 집회에 참여하거나 같은 날 각국에서 거리 시위를 벌일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 날 뿐만이 아니라 해당 주를 G20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행동주간으로 설정하고, 4월 1일(만우절)을 ‘금융 바보들의 날’로 칭하여 세계 전역에서 금융 권력의 무책임성을 폭로하고 금융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촉진하자는 제안도 담겨있다. 4월 18일~1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또 한 차례의 회의를 개최하여 유럽을 변화시키기 위한 집단행동과 전략의 다음 단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대안세계화운동과 노동자운동의 결합을 향해
금융거래과세연합이 제출한 성명서 등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구가 나열되어 있다. 이러한 요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핵심고리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성명서에 나열되어 있는 각종 금융통제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에 대한 통제가 일차적이다. 유럽중앙은행의 권한에 대한 통제 없이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편 노동조합운동은 금융통제에 대한 사회운동의 요구와 결합하여 전체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 노동권을 방어하기 위한 투쟁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노동조합운동은 대안세계화운동과 결합하는데 취약했다. 경제위기에 대한 공동대응을 계기로 이러한 취약점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사회포럼은 여러 사회운동들이 제출해 온 대안과 각국에서 벌어지는 투쟁을 연결하여 국제적인 공동행동을 실질적으로 조직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 사회운동 역시 이러한 흐름에 주목하며 국제적인 공동행동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금융위기에 대한 세계 사회운동의 입장: 위험관리가 아닌 전면적인 금융억압
세계적인 위기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응은 ‘위험 관리’에 초점을 둔 주요국 정부들의 대응을 비판하며 이와는 전혀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먼저 금융거래과세연합(ATTAC) 유럽 네트워크는 2008년 10월 15일에 개최된 유럽 정상회의에 맞춰 <때가 왔다. 금융 카지노를 폐쇄하자: 금융위기와 민주적 대안에 관한 아탁 성명서>를 발표해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전 유럽 차원의 캠페인을 전개할 것을 제안했다. 성명서는 주요국 정부들이 언급하는 금융개혁 수단들이 금융자본주의를 유지하고, 부자들을 보호하며, 금융투명성과 같은 표피적 개혁을 추진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신자유주의의 중심축, 특히 자본의 세계적 이동성을 중단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금융체계를 위한 기본적 필요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시장의 자기규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경제질서를 수립해야 한다. 노동조합, 소비자를 포함하여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유엔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결합에 대한 모니터링 권한을 가져야 한다. 둘째, 금융시장의 실물경제 지배를 해체해야 한다. 여기에는 모든 금융이동에 대한 과세, 각국의 모든 주식거래에 대한 과세, 금융복합기업 형성 금지,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정당한 분배 정책, 기반시설 및 연금 사유화 중단이 포함된다. 셋째, 투기꾼이 그 대가를 지불한다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불가피한 구제금융에 대해서는 엄격한 조건이 따라야 한다. 넷째, 유럽연합의 개혁과 유럽중앙은행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 자본이동 규제를 금지하는 리스본 조약의 조항은 바뀌어야 하며 유럽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이 아니라 고용안정과 정당한 분배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다섯째, 금융체계의 핵심부를 개혁해야 한다.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 투기적 금융상품 금지, 투자은행 축소, 금융복합기업의 분리, 공공은행 강화,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공적 통제, 헤지펀드 금지, 역외금융센터 및 조세회피국의 경제적 기능 폐지, 유럽연합의 예금과세 지침 확대 적용, 단기 주식보유자 의결권 제한 및 스톡옵션 금지, 가계부채 규제, 공공주택 중심의 주택정책 확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008년 10월 13일~15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아셈 민간포럼 참가한 몇몇 단체들이 발표한 성명서 <세계경제위기: 변혁을 위한 역사적 기회> 역시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08년 11월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도 여러 단체들이 성명서를 발표하며 세계 금융질서 재편에 관한 입장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주빌리사우스가 주축이 되어 아탁 등 115개 국가 890개 조직이 서명해 10월 29일 발표된 <국제금융체계 개혁을 위한 “세계 정상회의” 성명>은 현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G20을 넘어서는 민주적인 참여와 토론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http://www.choike.org/bw2/). 따라서 그들은 G20이 아니라, 국제 금융 화폐 질서 개혁을 위한 유엔 주최 국제회의가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엔의 회의가 ① 세계 모든 정부가 참여하고, ② 시민사회, 시민조직, 사회운동 등의 대표자가 참여하고, ③ 현재 위기로 큰 영향을 받는 지역들이 협의하기 위한 분명한 시간표와 절차를 마련하고, ④ 포괄적인 범위로 모든 문제와 기구들을 다루고, ⑤ 투명성이 보장되어 제안서와 결과 문서의 초고가 공개되고 토론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제노총(ITUC)도 G20 정상회의에 맞춰 20개국 노동조합 지도자 회의를 워싱턴에서 개최하고 <세계 노동조합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http://www.ituc-csi.org/spip.php?article2523). 성명서에서 국제노총은 각국 정부에 다음을 촉구했다. 첫째, 실물경제의 회복을 위한 계획에 착수해야 한다. 둘째,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 하지 않도록 국제 금융시장을 규제해야 한다. 셋째, 새로운 세계경제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분배정의의 위기에 대항해 싸워야 한다.
동시에 주빌리사우스를 비롯한 몇몇 국제네트워크는 G20 정상회의에 맞추어 11월 15일을 ‘국제 공동행동의 날’로 삼아 각국에서 새로운 경제 체계를 요구하는 행동을 벌일 것을 호소했다. 이 날 광범위한 국제 행동이 조직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나라에서 이 호소에 응하여 다양한 행동을 펼쳤다. 대표적으로 일본 아탁은 도쿄 증권거래소 앞에서 “머니 게임은 이제 됐다! 구제할 것은 은행이 아니라 민중의 삶이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집회를 개최했다. 러시아에서도 이날 몇몇 좌파 청년단체들이 피켓시위를 벌였다. 파리, 모로코 등지에서도 비슷한 행동이 열렸다.
각국 노동조합의 대응: 경제위기의 민중전가에 맞선 노동자 단결
유럽노동조합연맹(ETUC)은 2008년 9월 27일 <런던 선언문>을 발표하여 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을 제출했다(http://www.etuc.org/a/5367). 선언문에서 유럽노동조합연맹은 세계 금융위기를 전환점으로 삼아 금융 시스템을 완전히 변화시키자고 주장했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반드시 공적 개입과 통제가 뒤따라야 하며 이를 통해 근본적인 변화를 촉진하자고 했다. 또한 피해를 입은 노동자와 주택자금을 상환하지 못해 쫓겨날 위기에 처한 가계, 노년 빈곤의 위협을 받는 연금수급자들을 위한 정책이 우선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을 일으킨 주범이 구제금융의 주된 수혜자과 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더불어 경제위기 상황에서 소득과 임금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공공 정책이 긴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노동조합연맹의 위와 같은 입장은 유럽 각국에서 벌어지는 노동조합의 투쟁을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2008년 12월 12일 이탈리아노동총연합(CGIL, 이하 이탈리아노총)이 베를루스코니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 계획에 맞서 4시간 파업을 벌였다. 이에 앞서 11월에는 정부의 교육예산 삭감과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에 맞서 학생들이 투쟁을 전개했다. 투쟁이 절정을 이룬 11월 14일에는 전국적으로 20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이탈리아노총 산하의 대학연구자 노조 역시 이 투쟁에 참여했다. 학생들이 “경제위기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투쟁을 전개하고 있을 당시, 알리탈리아항공이 2,000명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하고, 토리노, 브레스치야 등 북부에서 공장폐쇄 움직임이 나타나며 경제위기의 여파가 점차 확산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탈리아노총 산하 금속노조(CGIL-FIOM)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12월 12일 파업을 결의했고, 결국 이 총파업은 이탈리아노총의 파업으로 확대되었다.
이탈리아노총은 총파업이 즈음하여 위기에 맞선 노동자들의 공동 요구를 담은 <경제위기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http://www.cgil.it/nuovoportale/Banner/SCIOPERO121208/PianoAnticrisi.pdf). 여기서 이탈리아노총은 현재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 계획이 은행의 유동성과 안정성을 지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서 1929년 대불황과 맞먹는 현재의 경제적, 사회적 비상사태를 해결하는 데 전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노총은 정규직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 연금수급자, 저소득층 가계 전반에 위기 비용이 전가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고용을 유지하고 소득을 지지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국내적 차원에서는 고용과 임금정책 보호, 노동자와 연금수급자의 실질소득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위기 대응 계획”을 즉각적으로 실현할 것을, 유럽적 차원에서는 성장과 발전의 재개를 위한 공동행동 계획을 개시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프랑스에서도 경제위기 민중전가에 맞선 노동조합들의 단결 투쟁의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 프랑스노동총동맹(CGT)을 비롯한 8개의 노동조합조직들이 오는 1월 29일 공동의 요구안을 가지고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들이 공동행동을 조직하게 된 것은 노동자, 실업자, 퇴직자들이 현재 경제위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으며, 사회적 불평등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않고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제위기의 확산으로 자동차와 건설 부문에서 대량 해고사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발표된 사르코지 정부의 고용실업 대책은 각종 규제를 완화하여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그에 따르는 부담을 정부 지출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프랑스민주노동총동맹(CFDT), 프랑스기독교노총(CFTC), 프랑스관리감독직총동맹(CFE-CGC), 프랑스노동총동맹(CGT), 노동자의힘(FO), 교원노조(FSU), 연대노조연합(Solidaires), 자율노조연맹(UNSA)은 지난 1월 5일 공동의 요구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단결하여 투쟁할 것임을 천명했다(http://www.cgt.fr/spip.php?article35508). 성명서에 담긴 요구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경제위기 상황에서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각 기업은 생산 감축에 따른 부분해고, RTT 휴가(노동시간을 주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단축하면서 줄어든 4시간을 급여로 지급하는 제도를 역으로 휴가로 지급)를 실행하고 있다. 생산 감축이 발생할 때 기업은 고용과 임금을 지킬 것을 목표로 반드시 노조와 협상을 거쳐야 하며, 조업단축 기간은 직업 훈련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사회와 시민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일자리가 확대되어야 하며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3만 개 감축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더불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노동조건이 개선되어야 한다. 둘째, 정부의 임금정책은 노동자의 구매력 향상(실질임금 인상)과 불평등 축소를 목표로 해야 한다. 각 기업은 이를 목표로 임금 협상에 나서야 하며 사회보험에 대한 노동자 기여분은 임금협상 결과에 따라 조정되어야 한다. 셋째, 정부와 유럽연합의 공공정책은 구매력 향상을 통한 소비회복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노동자, 실업자, 연금수급자, 사회보장수당 수급자 모두 적절한 소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택 임대와 저리 신용, 집단적 건강보험과 연금을 확대하고, 기간시설과 공공서비스, 연구개발,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기업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사회적 필요, 특히 고용 유지를 목표로 해야 하며, 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국가에 의해 직접 통제되어야 한다. 넷째, 단협 개선을 통해 노동자의 생활과 노동조건이 향상되어야 한다. 노동시간단축을 되돌리려는 법조항은 무효화해야 하며 일요일 노동에 관한 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노사관계와 관련된 모든 입법은 사회적 대화를 존중해야 한다. 다섯째, 국제 금융시장을 규제해야 한다. 투기 종식, 국제적인 금융시스템의 불투명성 제거, 자본이동 규제에 유럽연합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세계사회포럼과 경제위기에 맞선 국제 공동행동
오는 2009년 1월 27일~2월 1일 9차 세계사회포럼이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전쟁에 맞선 세계 사회운동이 대안을 모색하고 공동행동을 조직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세계사회포럼은 2008년 ‘1.26 세계 행동의 날’을 거쳐 2년 만에 전 세계 집중 행사로 개최된다. 현재 여러 단체들이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확산이라는 정세를 반영하여 이에 대한 세계 사회운동의 분석과 요구를 모으고 공동행동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세계사회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 제출된 주요 계획은 다음과 같다. <금융거래과세시민연합(ATTAC) 국제네트워크>, <제3세계외채탕감위원회> 등은 금융위기의 원인과 영향을 진단하고 세계적인 대응을 촉진하기 위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탈리아노총, 브라질노총, 세계여성행진 등이 주축이 되어 2007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7차 세계사회포럼에서 결성된 <노동과 세계화 네트워크> 역시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다른 그룹과 공동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경제위기가 단순히 금융부문의 위기에 그치지 않고 노동자 민중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강조하며 노동자운동이 중심이 되어 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 전략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유럽좌파당과 긴밀한 관련을 맺으며 활동하는 ‘트랜스폼! 유럽 네트워크’ 역시 세계적 위기를 분석하고 이에 맞서기 위한 정치적 사회적 대안을 모으는 한편 대안세계화운동의 역할을 밝히기 위한 여러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WTO 반대투쟁을 주도해온 ‘우리 세상은 상품이 아니다 (Our World Is Not for Sale)’ 네트워크의 발의로 여러 주제별 네트워크간 토론회도 열릴 예정이다. 이틀에 걸쳐 각 네트워크의 전략을 공유하고 공동 전략 및 공동행동 조직화에 관한 토론을 진행한다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마지막 날 폐막 행사를 겸하여 열릴 총회에서는 모든 참가자들이 모여 포럼 기간 동안 논의된 결과를 종합하게 된다. 그 결과를 모아 2009년의 공동행동계획이 채택될 예정이다. 세계사회포럼 국제위원회에서는 2008년 ‘1.26 세계행동의 날’을 고무적으로 평가하며 이런 방식의 국제 공동행동을 지속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는 세계 집중 행사의 주기와도 관련이 있는 문제인데, 주기에 관한 논쟁은 아직 결론나지 않았으나 2년 또는 3년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 집중행사 개최 여부에 상관없이 매년 국제 공동행동의 날을 개최하자는 제안도 있어서 2009년 국제공동행동 개최 시기 역시 총회를 통해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공동행동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유럽사회운동들의 움직임을 주목할 만하다. 유럽의 사회운동들은 2008년 11월 13일~1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럽사회포럼 준비회의를 계기로 사회운동총회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모아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탈리아 학생들의 구호를 따 “위기에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제목을 단 성명서에서 유럽 사회운동들은 ‘손실의 사회화’를 특징으로 하는 각국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비판하며 경제위기로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는 노동자 민중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민중의 기본적인 권리를 확대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터키 등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투쟁을 조정하여 유럽 차원의 공동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긴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 계기로서 12월 12일 이탈리아 총파업, 12월 16일 유럽위원회의 노동시간 연장 지침 반대 투쟁, 2009년 3월 유럽연합 각료회의 대응 투쟁,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릴 G8 정상회의를 꼽았다. 또한 벨렝 세계사회포럼이 세계적인 위기에 맞서는 ‘세계 행동의 날’을 제안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2009년 1월 10일~11일 프랑스 파리에서도 유럽사회포럼 프로세스에 참가하고 있는 단체들이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유럽차원의 공동행동 계획을 수립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우리 세상은 상품이 아니다’ 네트워크의 유럽모임 격인 ‘시애틀에서 브뤼셀까지’가 최초로 소집한 이 회의에는 아탁, 지구의 벗, 독일 서비스노조(Verdi), 이탈리아금속노조(CGIL-FIOM), 프랑스의 프랑스노동총동맹(CGT), 연대노조연합(Solidaires), 교원노조(FSU) 등 여러 단체에서 150명이 모였다. 논의 결과를 모아 작성된 <파리 선언: 자본의 위기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겠다. 변화가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는 몇 가지 행동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오는 4월 2일 런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앞서 공동행동을 전개하자는 것이다. 유럽 각국의 사회운동이 3월 28일 런던에서 개최될 집중 집회에 참여하거나 같은 날 각국에서 거리 시위를 벌일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 날 뿐만이 아니라 해당 주를 G20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행동주간으로 설정하고, 4월 1일(만우절)을 ‘금융 바보들의 날’로 칭하여 세계 전역에서 금융 권력의 무책임성을 폭로하고 금융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촉진하자는 제안도 담겨있다. 4월 18일~1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또 한 차례의 회의를 개최하여 유럽을 변화시키기 위한 집단행동과 전략의 다음 단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대안세계화운동과 노동자운동의 결합을 향해
금융거래과세연합이 제출한 성명서 등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구가 나열되어 있다. 이러한 요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핵심고리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성명서에 나열되어 있는 각종 금융통제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에 대한 통제가 일차적이다. 유럽중앙은행의 권한에 대한 통제 없이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편 노동조합운동은 금융통제에 대한 사회운동의 요구와 결합하여 전체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 노동권을 방어하기 위한 투쟁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노동조합운동은 대안세계화운동과 결합하는데 취약했다. 경제위기에 대한 공동대응을 계기로 이러한 취약점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사회포럼은 여러 사회운동들이 제출해 온 대안과 각국에서 벌어지는 투쟁을 연결하여 국제적인 공동행동을 실질적으로 조직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 사회운동 역시 이러한 흐름에 주목하며 국제적인 공동행동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