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의 원인과 투쟁방향
이명박 정권의 핏빛 불도저를 멈춰라!
멈추지 않는 이명박의 핏빛 불도저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이명박 정권의 개각 단행 바로 다음 날 아침에 공권력과 용역깡패들이 생존권을 외치던 시민들의 생명을 앗아갔다. 한 겨울 강제철거에 내몰린 철거민들은 불길에 휩싸여 목숨을 잃기까지 겨우 하루 농성 동안 ‘강제로 쫓아내기 전에 생계대책을 마련하라’고 외쳤을 뿐이다. 이명박 정부와 서울시, 건설재벌들의 재개발 속도전과 공권력의 무자비한 진압은 단번에 6명(철거민 5명, 경찰 1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 2년차를 맞아 보수 세력의 결집을 통해 정권의 안정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개각을 단행하였다. 또한 국회에서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산업은행 민영화 등 금융화의 진전을 위한 입법을 단행하고 미디어 관련법,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 개정을 통해 민중운동의 손발을 묶기 위한 구상을 실행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이 가운데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사태가 발생하자 정부는 발 빠르게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먼저 진상규명 후 책임자 처벌’이라는 원칙하에 검찰 수사를 조작하고 용산 범대위의 투쟁을 강력하게 탄압하는 방향으로 대응했다.
참사 발생 당일 구성된 수사본부에는 27명의 검사와 100여 명이 넘는 수사 인력이 동원됐다. 이들은 참사 당일에 유족 동의도 없이 사망 철거민들을 부검한 것에 이어 농성자 6인 구속, 전철연 위원장 계좌 추적, 입원 중인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 위원장 및 부상 입은 철거민들까지 연이어 구속하는 등 ‘철거민 책임’, ‘전철연이 배후’라는 정해진 결론을 향해 일관되고 조속한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과 용역업체 개입의 증거가 계속 드러나면서 수사 결과 발표를 두 차례나 미루었지만 결국은 납득할만한 증거 없이 화염병이 발화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결론으로 내놓았다. 연쇄 살인사건을 드라마틱하게 보도해 용산 참사 여론을 잠재우라는 지침이 유포된 사실이 폭로되자 정권은 책임 추궁에 뭉개기로 일관하고 관련 행정관이 사퇴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하고자 했다. 마찬가지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자진사퇴, 백동산 용산 경찰서장 자진 휴직으로 사건의 직접적인 책임자들을 슬그머니 빼돌리고 도마뱀 꼬리 자르듯 사태를 무마하려 하고 있다.
참사 발생 한 달이 지나도록 살인진압의 명백한 책임자인 이명박 정권은 물러섬이 없다. 오히려 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건설사와 땅부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월 24일 국회 상임위에서 국토해양위원회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이번 도정법 개정안은 재건축 사업 때 임대주택 건설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폐지하고 개발 이익과 직결되는 용적률은 최대 300%까지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서울시의회는 지난 2월 25일 도시 재개발 사업 촉진을 위한 재정 지원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을 단행했다. 현재 서울에서 추진하고 있는 뉴타운 사업 중 25개에 이르는 지역이 이 조례 시행의 대상이니 서울시는 언제고 제2 제3의 용산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지뢰밭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용산 참사를 부른 재개발 정책: ‘용산의 미래에 투자하세요’
지난 해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고 대부분 지역의 주택가와 전세금도 제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용산지역의 주택가격은 폭등했다. 용산의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2007년에 14.02% 상승했고, 2008년에는 15.63% 상승해 전국 1위의 상승률을 보였다. 용산지역 주택가 상승의 원인은 서울시가 주력하고 있는 한강르네상스 개발 계획이다. 그 중에서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에는 국내 개발사업 중 최대 규모인 28조 원의 사업비가 책정되었다. 이미 2001년 ‘용산 특별구역 개발사업계획’ 발표 이후 용산지역에는 시세차익을 노린 수많은 투기꾼들이 몰려들었다. 이번 용산지역 개발 사업으로 토지소유자로 이루어진 재개발조합과 시공사인 삼성물산, 대림산업, 포스코 건설이 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은 재개발을 통한 시세차익과 개발수익을 더 많이 남기기 위해 원주민 보상을 최소화하고, 일시 철거로 개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철거용역을 고용해 주민들에게 협박과 폭력을 휘둘렀다. 용산 4구역 철거현장에서도 건설재벌들과 용역업체의 계약서가 공개되고, 진압 당시 경찰과의 합동 작전을 펼쳤던 정황도 밝혀졌다. 용역깡패의 폭력과 이를 묵인하는 경찰의 행태는 사실 철거가 일어나는 어느 지역에나 있는 일이다. 용산 4구역 또한 많은 주민들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행해지는 용역깡패의 폭력에 어쩔 수 없이 적은 보상금을 받고 도시 변두리로 쫓기듯 떠났다. 마지막까지 남아 저항하다 결국 참혹하게 살해당한 이들은 용역깡패의 폭력을 매일 마주하면서도 그 자리를 떠나 살 길이 없는 절박한 이들이었다. 또한 이들은 용역깡패를 앞세워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규제를 완화하면서 직접 건설사를 지원한 정부와 서울시, 투기경영을 일삼는 건설사와 시세차익을 노린 땅부자, 그리고 용역깡패의 만행에는 눈감으면서 철거민을 폭도로 모는 공권력의 거대한 유착과 폭력의 구조에 맞서 싸운 이들이었다.
정부와 지자체, 건설사와 땅부자, 그리고 공권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폭력의 구조는 지금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다. 이미 서울에만 22개, 경기 13개 등 전국 51개 지역이 뉴타운지구(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서울 전역의 재개발(299개 구역), 재건축(266개 구역)과 도심개발의 확대는 소형, 다가구/단독 등 기존의 저렴한 주택을 급속도로 밀어버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량 이주를 발생시켜 개발구역 주변의 전세 값마저 폭등시킨다. 현재 뉴타운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세입자 비율이 72.5%가 넘는데, 원주민 재정착률은 17~25%에 불과하다. 나머지 세입자와 영세 가옥주는 살던 곳을 떠나 외곽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 자영업자가 급속히 늘면서 개발지역의 영세 상인들이 주거와 생계의 터전을 모두 잃게 되는 것도 큰 문제다. 이렇게 살 곳도 잃고 생계의 수단도 잃은 이들이 정당한 생계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정당하다. 최소한의 생존도 보장하지 않고 투기와 싹쓸이 개발을 추진하는 거대한 폭력은 용산 참사를 부른 구조적 원인이며 여전히 민중들의 삶을 유린하고 있다. 이것이 ‘용산의 미래’라는 개발 환상의 실체다.
거품은 키우고 서민은 죽이는 부동산 건설업 부양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의 위기관리를 자기 역할로 삼아온 한국정부는 부동산과 건설업에 관한 규제 강화와 완화 정책을 번갈아 쏟아내며 ‘경기부양 명목의 투기확산->집값 폭등->뒷수습용 규제강화’의 악순환을 계속 반복해왔다. 김대중 정부는 건설업에 대해 과감한 규제 폐지를 단행했지만 1년 만에 집값이 16%나 폭등했고 뒤이어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내놓기 바빴다. 노무현 정부도 초반에 투기 억제책을 내놓았지만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전국토에 투기바람을 불러왔다. 이명박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뉴타운 개발, 청계천 복원공사로 서민들과 노점상의 생계를 빼앗아 건설자본의 배를 불렸고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섯 차례에 걸친 부동산 건설 경기부양책을 쏟아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런 정부정책에 발맞추어 도시개발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은 부실 투기 건설사들에 대한 직접지원과 개발규제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건설경기부양정책과 함께 수도권 투기확산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렇게 부풀려진 부동산 거품은 건설사와 투기꾼들의 이윤이 된다. 거품의 이면에는 건설업에 지원된 공적자금과 살던 곳에서 쫓겨난 수많은 철거민들의 부담이 있다.
용산 참사로 인해 뉴타운 재개발 사업들이 주춤하는 기세를 보였지만 다시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으로 개발 사업이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속에서 또 다른 용산 참사를 막기 위한 방안은 세입자 보상 문제와 같이 개발 사업을 보완하는 대책이 아니다. 건설재벌들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막대한 자금 대출을 받아 사업을 벌이기 때문에 철거 날짜를 줄이는 것이 금융비용과 직결된다. 이것이 철거가 진행되는 곳마다 용역깡패의 폭력이 난무하는 이유다. 재개발 사업 촉진이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되지만, 정부가 내놓는 규제완화와 건설사 지원 정책은 실은 그동안 만들어 온 거품을 또 다른 거품으로 부양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건설재벌과 땅부자들이 투기와 개발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챙기도록 하는 개발의 악순환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개발정책을 보완하는 부수적 대책은 결국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왕십리, 상도동, 가재울 등 이미 수많은 곳에서 주거와 생계대책을 잃은 주민들의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개발정책을 둘러싼 정부, 지자체, 건설사, 투기세력, 공권력의 유착과 이명박식 공안통치, 강경진압이 지속된다면 제2 제3의 용산참사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경제위기가 장기화되고 위기관리의 필요성이 증가할수록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위기를 맞은 신자유주의 정권이 경기 활성화를 명목으로 투기를 조장해 자기 생존을 부지하려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이명박 정권의 공안탄압과 강경진압 지침을 충실히 이행해 국민을 살해한 공권력의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안하무인 대응은 이명박 정권의 불가피한 선택
건설재벌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막개발, 진압 당시 살인적인 경찰 진압, 철거 현장에 언제나 있었던 용역깡패 폭력에 대해서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권이 편파 조사와 공권력 강경대응으로 밀어붙인 것은 개각단행 직후 벌어진 용산 참사가 향후 정권의 국정 방향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명박 정권의 국정 폭을 제약하는 상시적인 불안요소는 매우 많다. 집권 1년의 후퇴를 수습하고 국정 쇄신을 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이 사건이 정부의 입지를 축소시키게 된다면 정부는 더욱 어려움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금융부문에서 실물부문까지 이어지는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재 위기의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환율인상, 신용경색, 주식시장 하락 등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자산가치 하락, 건설사 부도, 수출경기 위축 등 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고, 급격한 환율하락과 외환보유고를 훨씬 초과하는 국제수지 적자로 인한 외환위기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MF 이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 편입을 심화해 온 한국경제는 초민족적 자본의 이탈, 거대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의 파산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은 고통분담 이데올로기를 동원해 고용불안과 임금삭감 공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 한다. 장기불황 속에서 노동자 민중의 위기와 고통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이것이 경제위기 하에서 이명박 정권의 통치를 위협하는 상시적 위험이다.
이에 대한 정권의 대책이 무엇인가는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 드러났다(쟁점 법안의 내용에는 신문/방송 겸업 허용, 대기업 방송진출 허용, 사이버 모욕죄 도입, 산업은행 민영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산분리 완화, 휴대전화 감청 합법화 등이 있다). 2월 25일 한나라당은 그 동안 여러 저항과 용산 참사로 인해 주춤했던 쟁점법안을 단독 상정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언론 관련 법안 22개를 직권 상정한 것은 물론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채로 한미FTA 비준안을 외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가결시키고, 4대 보험 징수통합을 핵심으로 하는 국민연금법과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안을 보건복지위에서 처리하고, 정보위에서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상정하는 등 각종 쟁점 법안들의 단독 처리를 추진했다. 이명박 정권이 밀어붙인 핵심 법안들은 금융규제 완화와 개발정책을 통해 경제위기를 돌파하려는 계획을 보충하고 민중들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억압하기 위한 것이다. 그 동안 이 법안들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저항과 진보정당을 비롯한 여당, 시민단체 등의 압박이 있어 여러 차례 처리가 무산되었고 용산 참사로 인해 정권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음에도 정부와 여당이 이런 초강수를 두는 것은 이들에게 다른 대안이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강력한 자기 세력 결집을 통해 지금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공안통치를 고수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인 것이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규탄투쟁을 노동자 민중의 단결된 투쟁으로
경제위기 책임 전가와 즉각적인 저항 진압이라는 이명박식 위기대응의 양날개가 새해벽두부터 국민 여섯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참사로 귀결되었다. 여기서 정권이 조금이라도 후퇴한다면 앞으로 닥칠 위험 속에서 정권은 결코 제 갈 길을 갈 수 없게 된다. 이것이 용산 참사 관련 모든 투쟁에 정권이 강경대응 일변도인 이유다. 촛불집회 강경 진압이나 공안수사에서 이미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위기관리 스타일을 관철시키기 위해 불법시위 엄단, 무관용의 원칙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쟁점 법안 처리 과정은 앞으로 우리의 싸움이 어떤 조건에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한 노동자 생존의 후퇴와 운동역량의 위축이라는 2009년의 상황에서 용산 참사는 운동진영이 결집을 도모하는 촉매가 되었다. 용산 참사가 철거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불도저식 개발정책으로 인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공감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 또 유족들을 비롯한 철거민 주체들이 사건의 원인을 정권 차원의 개발정책과 살인진압으로 명확히 인식하면서, <용산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의 투쟁은 정권 규탄 투쟁의 선봉이 었다. 용산 투쟁은 이완되어 있는 민중운동의 연대 강화를 다시 고민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용산 투쟁은 이제 더 나아가 경제위기에 대항하는 각각의 투쟁들이 결합해 경제위기와 운동주체의 위기를 넘어설 태세를 구축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매일 저녁 진행되는 촛불추모제가 경찰에 의해 원천 봉쇄되고, 희생자를 범죄자로 둔갑시키며 유족들에게마저 폭행을 가하는 정권의 파렴치한 행태를 지켜보면서도 이에 맞서는 강력한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 우리 운동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상황을 넘어서야 한다.
우선 민중연대의 구심에 서야 할 민주노총은 용산 범대위에 결합하고는 있지만 투쟁에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용불안, 임금삭감 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시기를 앞당겨 투쟁을 준비하려면 용산 참사 투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그 계기를 형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그러나 한국진보연대, 민주노동당이 민생민주국민회의를 중심으로 민주당, 시민단체연석회의와 함께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규탄 투쟁, MB악법 저지투쟁을 벌이고 민주노동당-민주당 공조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우려되는 지점이다. 민주노총의 위기라는 객관적 조건에서 민주노동당이 2010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노린 공조를 강화하는 것은 노동자운동의 단결과 복원, 전체 운동 전선의 확장보다는 정치공학적 쟁점과 선거 대응에 스스로를 가둘 위험이 크다. 민주노총의 무기력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공조의 강화는 노동자운동의 단결과 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한다.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용산 살인진압 규탄투쟁을 중심으로 노동자 민중운동의 단결된 대응태세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물러섬 없는 투쟁에 나서자!
경제위기의 민중전가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이번 용산 참사에 대해 민중운동은 정권의 책임을 뚜렷이 하고,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규탄투쟁을 경제위기에 맞서는 노동자민중의 투쟁으로 확산시키며 운동의 위기를 돌파할 계기를 형성해야 한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규탄 투쟁에서 촉발된 계기를 경제위기 대응 투쟁, 악법 저지 투쟁, 민주노총의 투쟁 등이 이어 받아 확장해가는 과정에서 노동자민중의 연대를 강화해가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 용산 참사는 중대한 기로가 되었고, 악법 직권상정 시도 등에서 보듯 향후 정권의 대응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정권이 전세를 가다듬은 후 대대적인 공안탄압 등의 역풍이 있을 것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경제위기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고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대안을 창출하기 위한 우리의 투쟁도 정권에 의한 참혹한 살인 앞에 결코 물러설 수 없다. 물러섬 없는 투쟁으로, 단결된 투쟁으로 힘차게 나가자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이명박 정권의 개각 단행 바로 다음 날 아침에 공권력과 용역깡패들이 생존권을 외치던 시민들의 생명을 앗아갔다. 한 겨울 강제철거에 내몰린 철거민들은 불길에 휩싸여 목숨을 잃기까지 겨우 하루 농성 동안 ‘강제로 쫓아내기 전에 생계대책을 마련하라’고 외쳤을 뿐이다. 이명박 정부와 서울시, 건설재벌들의 재개발 속도전과 공권력의 무자비한 진압은 단번에 6명(철거민 5명, 경찰 1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 2년차를 맞아 보수 세력의 결집을 통해 정권의 안정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개각을 단행하였다. 또한 국회에서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산업은행 민영화 등 금융화의 진전을 위한 입법을 단행하고 미디어 관련법,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 개정을 통해 민중운동의 손발을 묶기 위한 구상을 실행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이 가운데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사태가 발생하자 정부는 발 빠르게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먼저 진상규명 후 책임자 처벌’이라는 원칙하에 검찰 수사를 조작하고 용산 범대위의 투쟁을 강력하게 탄압하는 방향으로 대응했다.
참사 발생 당일 구성된 수사본부에는 27명의 검사와 100여 명이 넘는 수사 인력이 동원됐다. 이들은 참사 당일에 유족 동의도 없이 사망 철거민들을 부검한 것에 이어 농성자 6인 구속, 전철연 위원장 계좌 추적, 입원 중인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 위원장 및 부상 입은 철거민들까지 연이어 구속하는 등 ‘철거민 책임’, ‘전철연이 배후’라는 정해진 결론을 향해 일관되고 조속한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과 용역업체 개입의 증거가 계속 드러나면서 수사 결과 발표를 두 차례나 미루었지만 결국은 납득할만한 증거 없이 화염병이 발화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결론으로 내놓았다. 연쇄 살인사건을 드라마틱하게 보도해 용산 참사 여론을 잠재우라는 지침이 유포된 사실이 폭로되자 정권은 책임 추궁에 뭉개기로 일관하고 관련 행정관이 사퇴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하고자 했다. 마찬가지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자진사퇴, 백동산 용산 경찰서장 자진 휴직으로 사건의 직접적인 책임자들을 슬그머니 빼돌리고 도마뱀 꼬리 자르듯 사태를 무마하려 하고 있다.
참사 발생 한 달이 지나도록 살인진압의 명백한 책임자인 이명박 정권은 물러섬이 없다. 오히려 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건설사와 땅부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월 24일 국회 상임위에서 국토해양위원회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이번 도정법 개정안은 재건축 사업 때 임대주택 건설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폐지하고 개발 이익과 직결되는 용적률은 최대 300%까지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서울시의회는 지난 2월 25일 도시 재개발 사업 촉진을 위한 재정 지원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을 단행했다. 현재 서울에서 추진하고 있는 뉴타운 사업 중 25개에 이르는 지역이 이 조례 시행의 대상이니 서울시는 언제고 제2 제3의 용산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지뢰밭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용산 참사를 부른 재개발 정책: ‘용산의 미래에 투자하세요’
지난 해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고 대부분 지역의 주택가와 전세금도 제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용산지역의 주택가격은 폭등했다. 용산의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2007년에 14.02% 상승했고, 2008년에는 15.63% 상승해 전국 1위의 상승률을 보였다. 용산지역 주택가 상승의 원인은 서울시가 주력하고 있는 한강르네상스 개발 계획이다. 그 중에서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에는 국내 개발사업 중 최대 규모인 28조 원의 사업비가 책정되었다. 이미 2001년 ‘용산 특별구역 개발사업계획’ 발표 이후 용산지역에는 시세차익을 노린 수많은 투기꾼들이 몰려들었다. 이번 용산지역 개발 사업으로 토지소유자로 이루어진 재개발조합과 시공사인 삼성물산, 대림산업, 포스코 건설이 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은 재개발을 통한 시세차익과 개발수익을 더 많이 남기기 위해 원주민 보상을 최소화하고, 일시 철거로 개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철거용역을 고용해 주민들에게 협박과 폭력을 휘둘렀다. 용산 4구역 철거현장에서도 건설재벌들과 용역업체의 계약서가 공개되고, 진압 당시 경찰과의 합동 작전을 펼쳤던 정황도 밝혀졌다. 용역깡패의 폭력과 이를 묵인하는 경찰의 행태는 사실 철거가 일어나는 어느 지역에나 있는 일이다. 용산 4구역 또한 많은 주민들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행해지는 용역깡패의 폭력에 어쩔 수 없이 적은 보상금을 받고 도시 변두리로 쫓기듯 떠났다. 마지막까지 남아 저항하다 결국 참혹하게 살해당한 이들은 용역깡패의 폭력을 매일 마주하면서도 그 자리를 떠나 살 길이 없는 절박한 이들이었다. 또한 이들은 용역깡패를 앞세워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규제를 완화하면서 직접 건설사를 지원한 정부와 서울시, 투기경영을 일삼는 건설사와 시세차익을 노린 땅부자, 그리고 용역깡패의 만행에는 눈감으면서 철거민을 폭도로 모는 공권력의 거대한 유착과 폭력의 구조에 맞서 싸운 이들이었다.
정부와 지자체, 건설사와 땅부자, 그리고 공권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폭력의 구조는 지금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다. 이미 서울에만 22개, 경기 13개 등 전국 51개 지역이 뉴타운지구(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서울 전역의 재개발(299개 구역), 재건축(266개 구역)과 도심개발의 확대는 소형, 다가구/단독 등 기존의 저렴한 주택을 급속도로 밀어버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량 이주를 발생시켜 개발구역 주변의 전세 값마저 폭등시킨다. 현재 뉴타운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세입자 비율이 72.5%가 넘는데, 원주민 재정착률은 17~25%에 불과하다. 나머지 세입자와 영세 가옥주는 살던 곳을 떠나 외곽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 자영업자가 급속히 늘면서 개발지역의 영세 상인들이 주거와 생계의 터전을 모두 잃게 되는 것도 큰 문제다. 이렇게 살 곳도 잃고 생계의 수단도 잃은 이들이 정당한 생계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정당하다. 최소한의 생존도 보장하지 않고 투기와 싹쓸이 개발을 추진하는 거대한 폭력은 용산 참사를 부른 구조적 원인이며 여전히 민중들의 삶을 유린하고 있다. 이것이 ‘용산의 미래’라는 개발 환상의 실체다.
거품은 키우고 서민은 죽이는 부동산 건설업 부양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의 위기관리를 자기 역할로 삼아온 한국정부는 부동산과 건설업에 관한 규제 강화와 완화 정책을 번갈아 쏟아내며 ‘경기부양 명목의 투기확산->집값 폭등->뒷수습용 규제강화’의 악순환을 계속 반복해왔다. 김대중 정부는 건설업에 대해 과감한 규제 폐지를 단행했지만 1년 만에 집값이 16%나 폭등했고 뒤이어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내놓기 바빴다. 노무현 정부도 초반에 투기 억제책을 내놓았지만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전국토에 투기바람을 불러왔다. 이명박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뉴타운 개발, 청계천 복원공사로 서민들과 노점상의 생계를 빼앗아 건설자본의 배를 불렸고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섯 차례에 걸친 부동산 건설 경기부양책을 쏟아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런 정부정책에 발맞추어 도시개발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은 부실 투기 건설사들에 대한 직접지원과 개발규제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건설경기부양정책과 함께 수도권 투기확산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렇게 부풀려진 부동산 거품은 건설사와 투기꾼들의 이윤이 된다. 거품의 이면에는 건설업에 지원된 공적자금과 살던 곳에서 쫓겨난 수많은 철거민들의 부담이 있다.
용산 참사로 인해 뉴타운 재개발 사업들이 주춤하는 기세를 보였지만 다시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으로 개발 사업이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속에서 또 다른 용산 참사를 막기 위한 방안은 세입자 보상 문제와 같이 개발 사업을 보완하는 대책이 아니다. 건설재벌들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막대한 자금 대출을 받아 사업을 벌이기 때문에 철거 날짜를 줄이는 것이 금융비용과 직결된다. 이것이 철거가 진행되는 곳마다 용역깡패의 폭력이 난무하는 이유다. 재개발 사업 촉진이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되지만, 정부가 내놓는 규제완화와 건설사 지원 정책은 실은 그동안 만들어 온 거품을 또 다른 거품으로 부양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건설재벌과 땅부자들이 투기와 개발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챙기도록 하는 개발의 악순환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개발정책을 보완하는 부수적 대책은 결국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왕십리, 상도동, 가재울 등 이미 수많은 곳에서 주거와 생계대책을 잃은 주민들의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개발정책을 둘러싼 정부, 지자체, 건설사, 투기세력, 공권력의 유착과 이명박식 공안통치, 강경진압이 지속된다면 제2 제3의 용산참사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경제위기가 장기화되고 위기관리의 필요성이 증가할수록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위기를 맞은 신자유주의 정권이 경기 활성화를 명목으로 투기를 조장해 자기 생존을 부지하려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이명박 정권의 공안탄압과 강경진압 지침을 충실히 이행해 국민을 살해한 공권력의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안하무인 대응은 이명박 정권의 불가피한 선택
건설재벌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막개발, 진압 당시 살인적인 경찰 진압, 철거 현장에 언제나 있었던 용역깡패 폭력에 대해서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권이 편파 조사와 공권력 강경대응으로 밀어붙인 것은 개각단행 직후 벌어진 용산 참사가 향후 정권의 국정 방향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명박 정권의 국정 폭을 제약하는 상시적인 불안요소는 매우 많다. 집권 1년의 후퇴를 수습하고 국정 쇄신을 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이 사건이 정부의 입지를 축소시키게 된다면 정부는 더욱 어려움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금융부문에서 실물부문까지 이어지는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재 위기의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환율인상, 신용경색, 주식시장 하락 등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자산가치 하락, 건설사 부도, 수출경기 위축 등 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고, 급격한 환율하락과 외환보유고를 훨씬 초과하는 국제수지 적자로 인한 외환위기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MF 이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 편입을 심화해 온 한국경제는 초민족적 자본의 이탈, 거대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의 파산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은 고통분담 이데올로기를 동원해 고용불안과 임금삭감 공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 한다. 장기불황 속에서 노동자 민중의 위기와 고통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이것이 경제위기 하에서 이명박 정권의 통치를 위협하는 상시적 위험이다.
이에 대한 정권의 대책이 무엇인가는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 드러났다(쟁점 법안의 내용에는 신문/방송 겸업 허용, 대기업 방송진출 허용, 사이버 모욕죄 도입, 산업은행 민영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산분리 완화, 휴대전화 감청 합법화 등이 있다). 2월 25일 한나라당은 그 동안 여러 저항과 용산 참사로 인해 주춤했던 쟁점법안을 단독 상정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언론 관련 법안 22개를 직권 상정한 것은 물론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채로 한미FTA 비준안을 외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가결시키고, 4대 보험 징수통합을 핵심으로 하는 국민연금법과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안을 보건복지위에서 처리하고, 정보위에서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상정하는 등 각종 쟁점 법안들의 단독 처리를 추진했다. 이명박 정권이 밀어붙인 핵심 법안들은 금융규제 완화와 개발정책을 통해 경제위기를 돌파하려는 계획을 보충하고 민중들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억압하기 위한 것이다. 그 동안 이 법안들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저항과 진보정당을 비롯한 여당, 시민단체 등의 압박이 있어 여러 차례 처리가 무산되었고 용산 참사로 인해 정권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음에도 정부와 여당이 이런 초강수를 두는 것은 이들에게 다른 대안이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강력한 자기 세력 결집을 통해 지금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공안통치를 고수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인 것이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규탄투쟁을 노동자 민중의 단결된 투쟁으로
경제위기 책임 전가와 즉각적인 저항 진압이라는 이명박식 위기대응의 양날개가 새해벽두부터 국민 여섯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참사로 귀결되었다. 여기서 정권이 조금이라도 후퇴한다면 앞으로 닥칠 위험 속에서 정권은 결코 제 갈 길을 갈 수 없게 된다. 이것이 용산 참사 관련 모든 투쟁에 정권이 강경대응 일변도인 이유다. 촛불집회 강경 진압이나 공안수사에서 이미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위기관리 스타일을 관철시키기 위해 불법시위 엄단, 무관용의 원칙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쟁점 법안 처리 과정은 앞으로 우리의 싸움이 어떤 조건에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한 노동자 생존의 후퇴와 운동역량의 위축이라는 2009년의 상황에서 용산 참사는 운동진영이 결집을 도모하는 촉매가 되었다. 용산 참사가 철거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불도저식 개발정책으로 인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공감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 또 유족들을 비롯한 철거민 주체들이 사건의 원인을 정권 차원의 개발정책과 살인진압으로 명확히 인식하면서, <용산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의 투쟁은 정권 규탄 투쟁의 선봉이 었다. 용산 투쟁은 이완되어 있는 민중운동의 연대 강화를 다시 고민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용산 투쟁은 이제 더 나아가 경제위기에 대항하는 각각의 투쟁들이 결합해 경제위기와 운동주체의 위기를 넘어설 태세를 구축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매일 저녁 진행되는 촛불추모제가 경찰에 의해 원천 봉쇄되고, 희생자를 범죄자로 둔갑시키며 유족들에게마저 폭행을 가하는 정권의 파렴치한 행태를 지켜보면서도 이에 맞서는 강력한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 우리 운동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상황을 넘어서야 한다.
우선 민중연대의 구심에 서야 할 민주노총은 용산 범대위에 결합하고는 있지만 투쟁에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용불안, 임금삭감 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시기를 앞당겨 투쟁을 준비하려면 용산 참사 투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그 계기를 형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그러나 한국진보연대, 민주노동당이 민생민주국민회의를 중심으로 민주당, 시민단체연석회의와 함께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규탄 투쟁, MB악법 저지투쟁을 벌이고 민주노동당-민주당 공조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우려되는 지점이다. 민주노총의 위기라는 객관적 조건에서 민주노동당이 2010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노린 공조를 강화하는 것은 노동자운동의 단결과 복원, 전체 운동 전선의 확장보다는 정치공학적 쟁점과 선거 대응에 스스로를 가둘 위험이 크다. 민주노총의 무기력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공조의 강화는 노동자운동의 단결과 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한다.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용산 살인진압 규탄투쟁을 중심으로 노동자 민중운동의 단결된 대응태세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물러섬 없는 투쟁에 나서자!
경제위기의 민중전가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이번 용산 참사에 대해 민중운동은 정권의 책임을 뚜렷이 하고,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규탄투쟁을 경제위기에 맞서는 노동자민중의 투쟁으로 확산시키며 운동의 위기를 돌파할 계기를 형성해야 한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규탄 투쟁에서 촉발된 계기를 경제위기 대응 투쟁, 악법 저지 투쟁, 민주노총의 투쟁 등이 이어 받아 확장해가는 과정에서 노동자민중의 연대를 강화해가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 용산 참사는 중대한 기로가 되었고, 악법 직권상정 시도 등에서 보듯 향후 정권의 대응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정권이 전세를 가다듬은 후 대대적인 공안탄압 등의 역풍이 있을 것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경제위기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고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대안을 창출하기 위한 우리의 투쟁도 정권에 의한 참혹한 살인 앞에 결코 물러설 수 없다. 물러섬 없는 투쟁으로, 단결된 투쟁으로 힘차게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