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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9.5-6.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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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의 손실의 세계화 전략과 GM대우 구조조정 전망

노동조합의 인식과 대응방안

한지원 | 노동위원
대규모 구조조정 직전의 GM

지난 3월 29일 오바마 정부는 지엠(GM)과 크라이슬러의 216억 달러 추가 지원 요청을 보류하였다. 2008년 결산 결과 300억 달러와 80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한 두 자동차 회사는 주가폭락, 채무상환 연장 실패로 더 이상 자본조달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양사는 174억 달러(약 22조 6천억 원)를 지원받았지만 현금 보유량이 바닥난 상황에서 이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AIG, 시티은행 등에 수천 억 달러를 지원한 오바마 정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구제금융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고려해 정부 지원에 대한 단서 조항을 달았다. GM에 대해서는 더욱 큰 비용절감 대책을, 크라이슬러에 대해서는 피아트와의 인수합병 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였다. 정부 요구에 부응하지 않은 GM 회장 릭 웨고너를 사임시킴으로서 경영진과 주주들에게 특단의 결단을 할 것을 간접 주문하기도 하였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GM의 미래에는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파산보호신청을 통해 GM을 회생할 수 있는 부분과 청산할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GM 중 수익성 있는 사업만을 분리해 별도 법인을 만들어 각종 채무관계에서 자유롭게 만들고, 기존 GM은 채권자들과의 협상을 통해 청산 과정을 밟는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 상환을 요구하는 280억 달러 규모의 채권자들이 자신들의 채권을 자본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을 체결하고, 정부가 추가지원을 하여 현재 GM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파산보호신청의 경우 전미자동차노조(UAW)를 비롯한 노동단체와의 관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오바마 정부의 정치적 부담과 GM을 비롯한 납품업체의 대규모 해고로 인한 퇴직연금 문제가 중요한 쟁점이다. 출자전환의 경우 GM의 중장기적 수익성이 관건이다.
어떠한 경우든 GM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파산보호신청 여부와 상관없이 현재 사업 중인 시보레, 캐딜락, 지엠시, 뷰익 등 일부 브랜드만 유지한다는 것이 GM의 계획이기 때문이다. 현재 GM은 시보레, 캐딜락, 사브, 허머, 오펠, 복스홀, 지엠시, 뷰익, 폰티악, 새턴, 홀덴, GM대우 등 12개 이상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GM 구조조정의 쟁점: 국제적 노동자 해고와 채무

GM 구조조정 시 당면하는 명시적 문제 중 하나는 해고로 인한 국제적 고용불안이다. 2008년 말 GM은 미국에서 약 9만 6천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약 25만 2천여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한국의 GM대우에는 비정규직 포함 1만 8천여 명). 그리고 이보다 10배에 가까운 노동자가 자동차 판매점, 부품사 등에 간접적으로 고용되어 있다.
GM은 이미 미국 정부에 대한 추가구제금융 요청 이전부터 고용보장을 조건으로 각국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태국공장의 경우 천여 명의 고용보장을 조건으로 1.4억 달러 지원을, 캐나다 공장에서는 전 직원 고용보장을 조건으로 48억 달러 지원을 요청했다. 그리고 35,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33억 유로를, 8,5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스웨덴에서는 5.7억 달러를 요청했다.
추가구제금융 요청 이전에 나온 2008년 12월 자체 구조조정안에서 GM은 2012년까지 자국내 노동자 수를 75,000명 수준으로 감축하고(21,000명 감원), 해외공장에서도 약 10,000 여 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달 후 나온 추가구제금융 요청을 위한 자체 구조조정안에서는 이전보다 더 늘어난 감원 계획을 제시했다. 미국 내에서는 2012년까지 실행하기로 한 감원 계획을 2009년까지 완료하는 것을, 해외에서는 26,000명을 2010년까지 감원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비용 절감을 조건으로 정부가 추가 구제금융안을 보류한 만큼 GM은 더욱 강도 높은 인원감축과 사업정리 계획을 작성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매각 혹은 청산할 브랜드 중 하나인 오펠을 생산하고 있는 독일의 노동자들, 사브를 생산하고 있는 스웨덴 노동자들, GM의 납품 생산공장을 여럿 가지고 있는 멕시코, 베네수엘라, 칠레, 타이, 인도 등의 남미와 아시아 노동자들이 해고 위험에 직면해있다. 전미자동차노조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오바마 정부는 추가 구제금융을 지원하며 국내고용 비율을 높이라고 요구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해외 공장들의 고용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GM에 대한 파산보호를 결정할 경우 대규모 해고와 더불어 GM 위기 과정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GM 계열사들에 대한 채무도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현재 GM은 계열사들에게 220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의 매입채무(물품을 납품 받고 지불하지 않은 대금)를 가지고 있다. GM대우의 경우도 현재 GM 계열사들에 약 2조 2천억 원의 매출채권을 가지고 있다. GM이 파산보호 상태로 들어서며 이들 채무를 청산대상 회사로 모두 이전할 경우 GM대우를 비롯한 채권자들 대부분이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어려운 조건에 있는 해외공장들의 재무상태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공장 유지를 위해서는 해당 정부들이 GM의 빚을 국민세금으로 대신 갚아주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GM의 구조조정과 GM대우: 시장기반 계열사와 생산기반 계열사의 양극화

그렇다면 GM의 구조조정으로 GM대우는 어떠한 영향을 받을까? 국내 언론들은 GM 내에서 GM대우가 매우 뛰어난 수익을 올렸다는 점을 근거로 GM대우가 새로운 GM의 계열사로 귀속되거나 혹은 최소한 청산대상에서는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 경제위기가 심화되기 이전인 2008년 초에 작성된 GM의 2007년 사업보고서는 GM대우를 중국의 상하이GM과 함께 아시아 태평양 시장의 핵심으로 평가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소형차를 생산하고 있는 GM대우와 중국시장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는 상하이GM에 대해 해외법인 중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사실 국내언론들의 보도처럼 GM대우가 GM 구조조정의 사정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2008년 이후 상황은 180도 변화하였다. 세계 자동차시장 침체와 에너지 효율적 차종으로 제품 품목을 변경하려는 GM의 글로벌 생산전략 변화로 인해 GM대우의 위치가 매우 위태롭게 되었기 때문이다.
GM대우는 현재 생산량의 90% 가까이를 GM 계열사에 수출하고 있는데, 이 중 시보레 브랜드로 약 40%를, 그리고 GM 및 기타 브랜드로 나머지를 수출하고 있다. 또한 전체 수출의 약 30% 정도는 완제품이 아닌 KD(부품, 반제품)로 GM 계열사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 내수 비중이 거의 없는 GM대우는 GM의 세계 네트워크에서 시장으로서의 의미보다는 GM이 지금까지 갖추고 있지 않은 소형차 제조 라인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그런데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급증하던 2007년과 달리 현재 세계 자동차시장은 끝을 알 수 없는 침체에 빠졌다. 미국 판매량은 2월 현재 전년 동월 대비 41%가 감소했으며, 유럽 판매량은 18%가 감소했다. 그리고 3월에도 미국 자동차 판매는 36% 감소하였다. GM대우가 GM 내 중요한 생산공장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한 2000년 초중반(2000-2007)은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매년 276만 대씩 늘어나던 시기로 1990년대 중후반(1995-2000)에 비해 연간 판매량이 평균 55% 가까이 상승한 유례없는 호황기였다. 다시 말하면 자동차시장이 크게 성장하던 상황에서 GM대우의 지위와, 침체의 기간도 폭도 전망하기 힘든 현재 GM대우의 지위가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침체 조건 속에서 GM의 글로벌 계열사들이 지위는 철저하게 ‘지역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중국시장의 상하이GM, 북미시장의 GMCL, 유럽 시장의 GM유럽 등이 시장을 기반으로 한 계열사들이며, 판매량 등락과 상관없이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공장들이다. 나머지는 이들 지역에 납품하는 생산공장 성격이 강한만큼 언제든지 매각 또는 청산이 가능하다.
또한 GM의 고효율 차량 중심의 사업재편 역시 GM대우에 매우 불리한 조건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GM은 작년 말부터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등의 고효율 자동차 중심으로 제품개발과 판매에 나설 것임을 누차 강조해 왔다. 그리고 이들 제품의 개발과 생산은 우선적으로 미국시장에서 이루어질 것임을 암묵적으로 이야기했다. 이는 오바마 정부의 산업무역정책 경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에너지 효율적인 소형차를 생산했던 GM대우 생산라인의 세계 생산공장에서의 지위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08년 GM대우 손실: 미국 경영진들의 대규모 자본 유출

이와 같은 생산공장의 지위 하락은 미국 경영진이 GM대우를 사실상 빈사상태로 만들고 있는 대규모 자본유출 움직임을 보아도 확인할 수 있다.
GM대우는 2008년 8,7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 그 중요한 이유가 놀랍게도 매출감소가 아니라 파생상품거래를 통한 대규모 손실이었다. GM대우의 미국 경영진은 타 자동차업계와 금융업계에서도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파생상품거래를 통해 약 2조 원의 손실을 야기했다. 상장기업이 아니라 자세한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08년 감사보고서(재무제표)를 통해서도 미국 경영진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수출기업들은 환율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거래은행과 미래의 환율을 정해 달러와 원화를 교환하는 통화선도 혹은 통화스왑 계약을 한다. 예를 들면 계약 당시 1달러 1,000원으로 100달러(10만 원)를 수출했는데, 한 달 후 수출대금을 받을 당시 1달러 900원이 되면 100달러를 받아도 90만 원이 되어 10만 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러한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은행과 한 달 후에 1달러를 1,000원에 교환하는 계약이 일종의 파생상품거래다. 그런데 은행 역시 환율 예상을 하고 상품을 설계하기 때문에 투기적 목적이 아니라면 일방적으로 은행이나 수출기업이 크게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그런데 GM대우의 경우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GM대우는 2008년 이전에 체결한 것으로 보이는 파생상품처분으로 8,300억 원을 손해 본 것은 물론, 2008년 이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평가액 기준(즉 아직 손실이 실현되지는 않았으나, 미래에 실현될 것으로 추정되는 액수 기준) 1조 1천억 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2008년의 처분 손실은 백번 양보하여 2008년 경제가 이렇게 추락할지 예측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 해도, 경제위기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 2008년에 환율하락 포지션을 취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경영진이 손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전 세계 20여 개 국가에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 GM이 환율변동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GM대우의 경영진의 목표는 GM대우의 자산을 GM으로 이전하는 것이었다. 2008년 수많은 중소기업을 울렸던 KIKO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GM대우가 파생상품을 거래한 은행에 GM 역시 파생상품을 계약하는데, GM은 GM대우와 반대 포지션 즉 환율상승에 이득을 얻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주 합법적인 금융거래로, 표시나지 않게 GM대우가 잃은 돈만큼을 GM이 취하게 된다.
파생상품거래로 인한 손해만이 아니라 GM대우가 GM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채권(수출하고 받지 못한 대금) 역시 일종의 간접적 자본유출이다. GM대우는 전체 수출 대부분을 GM 계열사들에게 하고 있는데, 다른 자동차업체에 비해 매출채권 비중이 매우 높다. 이는 일종의 특혜성 거래로, 2008년 규모가 2조 2천억 원에 이른다. 이 금액은 2007년과 비교하여 거의 줄지 않았는데, 매출감소와 세계 경제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의도적으로 GM에게서 채권을 회수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2008년 거래된 매출채권 상당수가 장기채권일 것이라는 뉴스 보도도 있다.

GM대우 노동조합의 대응: 양보교섭이 아니라 공세적 대응이 필요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현재 GM대우는 글로벌 GM에서의 위치 하락과 GM대우 미국 경영진의 자본유출로 매우 큰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위기로 인한 GM의 GM대우에 대한 구조조정 시나리오는 아래와 같이 예상해 볼 수 있다.
첫째, 태국이나 스웨덴과 같이 정부의 지원 여부에 따라 청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2009년 2월에 발표한 GM의 자체 구조조정안을 보면 GM은 태국, 스웨덴, 독일에 대해서 정부 지원 여부에 따라 공장 유지를 선택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심지어 공장 유지를 결정한 호주의 경우도 호주 정부의 지원을 이유로 들고 있다.
현재 GM대우는 이미 2008년 하반기에 8천억 원을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고, 기존 대출금의 만기 연장과 1조 원 이상의 추가 지원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앞에서도 지적하였듯이 설사 정부가 GM대우에 대해 지원을 하더라도 GM이 GM대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둘째, GM이 세계 생산공장으로서 지위가 낮아진 GM대우를 분할 매각할 수도 있다. 벌써 미국 최대 부품업체인 델파이를 비롯하여 자동차업체 지분 획득에 들어간 중국 자동차기업들이 그 첫 번째 매입 주체가 될 것이다. GM대우의 소형차 생산공장(부평 일부)과 변속기 생산공장(창원)이 매각 가능한 부분일 것이다.
두 경우 모두 노동자 입장에서는 재앙에 가까운 고용불안을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정부 지원 이후 단기간의 고용유지는 이루어지겠지만, 결국 GM대우 자산 수탈에만 열을 올리는 GM 경영진에 의해 GM대우는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을 것이며, 최종적으로 대규모 해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GM대우를 분할 매각하는 경우 대규모 해고는 더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은 현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첫째, 사측에 대한 양보교섭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금속노조 GM대우자동차 지부는 정규직 전환배치와 비정규직 순환휴직을 이미 사측과 합의한 상황이며, 기본급 10% 인하를 비롯하여 각종 복지수당 삭감 등에 관해 사측과 협의 중에 있다. 경영위기를 명분으로 노조에 임금삭감과 해고를 요구하는 사측에 일일이 응해서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가 없다. 이미 GM대우 경영진은 GM을 위한 GM대우의 수탈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GM대우는 정규직이 고용되고 비정규직이 해고되는 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GM대우 살리기와 같은 캠페인은 하등의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GM대우의 약간의 매출 회복은 결국 GM의 수탈량만 늘릴 뿐이다.
둘째, 초민족자본에 의한 노동자 수탈을 막고 고용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최소조건으로 노동조합은 GM대우와 GM의 수상한 거래에 대한 진상규명, GM의 한국 자산 동결, GM과의 부당한 거래에 대한 GM 본사에 배상 요청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GM대우가 앞으로 부족하게나마 영업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파생금융상품거래, 장기매출채권 등으로 유출된 자본을 다시 찾아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GM대우는 GM 계열사들이 6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산업은행이 28%, 중국 상하이 자동차가 10%를 소유하고 있다. GM대우는 2008년 말 자본이 1조 원이며, 부채가 7조 8천억 원이다. 부채비율이 780%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성장에 대한 비전이 없다면 GM은 이대로 GM대우에서 손을 놓아도 전혀 손해를 보지 않는다. 반드시 2조 원이 넘는 매출채권과 2조 원 대의 파생상품거래 등에 대한 환수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과 퇴진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셋째, 금속노조와 사회단체들은 정부지원의 전제조건으로서 고용안정을 요구해야 한다. GM대우는 현재 경영진의 자본유출로 인해 현금 보유량이 1,000억 원 이하로 떨어지는 등 기본적 운영자금조차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GM대우의 파산은 2만여 직원의 고용만이 아니라 부평, 창원, 군산 등 지역 경제에도 치명적 타격을 입힌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 산정 기준을 차용한다면 약 20만 명의 노동자가 직간접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또한 정부는 2001년 노동조합과 사회단체들의 해외매각반대 요구를 묵살하고 GM에 대우자동차를 매각한 현재 사태의 원인 제공자이다. 투자유치(해외매각)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한 정부가 현재 사태의 주범 중 하나라는 점에서 현 사태의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적자금 지원의 경험을 생각해 볼 때 정부는 언제나 대규모 해고를 동반하는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법정관리상태에서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으로 2,000명이 넘는 노동자에 대한 해고를 강행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예를 보아도 그러하다. 따라서 금속노조와 사회단체는 정부지원의 전제조건으로서 고용안정을 약속받아야 한다. 이러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투쟁이 필요함은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상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서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 그리고 금속노조와 지역사회단체의 연대가 강력하게 형성되어야 한다. 비정규직을 희생양으로 정규직이 잠시 동안의 고용을 약속받을 수는 있겠으나 앞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현재 GM이 원하는 것은 16,000여 (정규직)노동자의 고용이 아니다. GM대우의 직고용 노동자에 대한 급여 비용은 1,700억 원 수준이며,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비용은 200억 원도 되지 않는다. GM 측에서 받지 못한 매출 대금 2조 원과 비교하면 10%에 불과하다. 즉 GM 혹은 GM대우 경영진에게 고용유지로 인한 비용이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고용, 임금 위협은 GM의 GM대우에 대한 매각절차 혹은 고용을 무기로 한 정부에 대한 협박 성격이 더욱 강하다.
따라서 GM의 협박에 대항하는 길은 ‘함께 살기’ 위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뿐이며, 더 나아가 여러 사회단체와 연대하여 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으로 더욱 복잡해진 고용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 사회적인 투쟁이다.

[보론] 세계 자동차산업의 위기와 자동차산업 살리기 정책 대안의 문제점

금융화와 자동차 시장 거품

2000년대 자동차산업은 세계적 금융거품 속에서 성장하였다. 2000년대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 속에서 생산설비를 대폭 늘린 것은 물론 자동차 기업 역시 금융 부분을 확대하며 금융 투기에 동참하기도 했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주택시장과열 등 금융거품이 본격화 된 2000년대 이후의 생산성장은 1990년대 성장속도의 세 배 정도로, 생산에도 역시 상당한 거품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한편 2000년대에는 생산거품만이 아니라 자동차회사들의 금융투기도 존재했다. 대표적인 예가 GM이다. 왜 GM이 유독 세계시장에서 자동차시장 붕괴의 주역이 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GM의 금융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GM은 할부금융을 담당하던 지엠에이시(GMAC)를 1998년에 대폭 확장하여 주택모기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비슷한 방식으로 자동차대출을 저신용자에게 확대하고 여러 파생상품을 만들어 냈다. 금융거품이 계속 커져가던 시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2006년부터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연체가 증가하고 파생상품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GM은 GMAC의 지분 51%를 초국적 사모펀드 서버런스에 매각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GM과 엮여 있는 부실자산이 계속 문제가 되었고, 이는 2007년 GMAC가 대규모 적자를 보게 된 원인이 된다. 특히 2008년에는 GMAC가 자동차대출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GM 자동차 구매자 중 50-60%가 이 대출을 이용했으나, 2008년에는 6%로 추락하면서 GM 판매 부진의 주요 원인이 된 것이다. 최종적으로 2008년 12월에 GMAC는 일반은행으로 전환하며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따라서 최근 일부에서 주장하는 자동차산업 살리기는 대부분 2000년대의 판매수준을 기준으로 생산감소 혹은 과잉생산을 판단하는데, 이는 적절하지 않은 분석이다. 거품 이전의 1990년대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생산수준의 25-30% 이상의 감축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사실상 현재의 자동차 산업을 예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한국에서도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경제 위기와 자동차산업의 미래

더욱 문제는 경제위기가 조기에 수습될 전망이 없다는 것이다. 현 경제위기 상황은 여러 점에서 1930년대 대불황과 비교된다. 크루그만, 에이켄그린 등은 현재 상황을 대불황과 비슷한 상황으로 분석하기도 했는데 아래 그림을 보면 최소한 경제 하락 추이는 대불황과 매우 비슷함을 알 수 있다.

물론 1930년대와 비교하여 정부의 정책 대응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경제가 단기간에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금물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간다면(대공황의 경로로) 약 2-3년에 걸쳐 현재보다 두세 배 경제성장 하락이 예상된다.
또한 자동차와 같은 내구소비재는 경기하락에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편, 상승에는 시간을 두고 반응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단기간의 하락이 아니라 장기간의 경제성장 하락의 경우에는 경제상승에 대한 반응시간 격차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자동차산업을 보면 수출 의존도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미국이나 유럽보다도 더욱 심각한 생산감소가 예상된다. 2007년 기준으로 전체 생산량의 약 70%가 수출이다. 따라서 국내적 경제요인보다는 세계경제 상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오바마 정부의 최근 정책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을 위시한 주요 국가들은 당분간 국내산업 보호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 경기부양책이 수입확대로 이어져 무역적자 확대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특히 2000년대의 대규모 쌍둥이 적자를 경험한 미국 입장에서는 더 많은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역적자 폭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한국에서의 국내 내수부양 효과가 현재 자동차생산의 70%를 보상할 수 있지 않는 한 대폭적인 생산감소는 불가피하다. 현재의 생산수준 유지를 전제로 한 자동차산업에 대한 정책 제안은 많은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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