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9.7-8.89호
첨부파일
89_특집_최예륜.pdf

급증하는 실업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응 방향

주체형성과 연대전략으로 나아가자

최예륜 |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현재 실업 양상과 고용 현황

지속된 경기침체의 여파로 실업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2009년 5월 현재 93만 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8만 4천 명(24.5%) 증가해 3.8%의 실업률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현재 61.6%이다. 이는 IMF 위기 당시보다 낮은 것이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536만 9천 명으로 전년동월대비 52만 1천 명(3.5%)이 증가했고,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생, 유휴인력 등을 합한 이른바 ‘유사실업자’ 규모는 4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러한 현상의 일차적 원인은 일자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의 경우 이미 50% 이상이 조업단축이나 휴업에 들어간 상태이며, 쌍용차 휴업과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하청업체 조업단축 및 폐업위기 등 구조조정 연쇄반응이 일고 있다. 공공부문 및 공무원 인력감축, 건설업체의 정리해고 등 산업과 업종을 불문하고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자영업자의 도산이 줄이어 올해 1월 자영업자는 558만 7천 명으로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600만 3천 명에 견줘 41만 6천 명(6.9%)이나 줄어들었다. 경기회복이 지체되고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실업 및 고용불안 문제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업문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시화된 실업률만 보면 안 된다. 3~4%대 실업률이라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이는 실업률을 과소추계하는 측정방식에 따른 결과다. 한국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식 실업률은 노동력 접근법에 기반을 두고 측정되고 있다. 즉 노동력 상태를 취업자와 실업자를 포함하는 경제활동인구와 노동시장 밖에 있는 비경제활동인구로 구분하고 이 중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실업률로 정의한다. 취업자와 실업자를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실업률 측정치가 달라지는데, 주로 취업과 실업의 경계, 실업과 비경제활동상태의 경계쯤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분류하는지가 관건이다.
최근 취업자가 감소하고 실업자가 증가하는 경제활동인구 내부의 변화보다 더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경제활동인구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노동력이 빠져나가는 경향이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노동시장에 나오지 않은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 중에는 공식 구직 등록자가 아닌 경우가 대거 포함된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심각한 문제는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들의 문제이지만,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남성보다는 여성, 기존고용보다는 신규채용의 조정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일자리를 잃더라도 공식 실업자로는 포착되기 어려운 구조다.

실업문제에 관한 기본 관점

오늘날 한국에서 실업은 노동자가 별다른 사회보장책이 없는 상태에서 그야말로 생존의 벼랑에 처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시급한 해결과제이다. 그러나 실업이라는 현상에만 집중하는 것은 심각해지는 노동의 불안정화 양상을 거스를 수 없는 전제로 인정하고 사후약방문으로 사회보장대책을 보완하는 논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현재의 위기가 전 세계적인 수준에서 장기화, 구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실업에 대한 사후대응에만 집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금과 같은 실업 양상은 신자유주의 정책 개혁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업상황에 놓인 노동자 민중의 고통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와 더불어, 불안정한 반실업 상태의 노동형태가 일반화되고 있는 시점에 노동자운동이 계급적 단결을 이뤄나가기 위한 공동의 요구와 과제는 무엇인지가 함께 제기되어야 한다. 또한 신자유주의 정책 개혁 과정에서 증가하는 실업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노동자 공동의 요구를 중심으로 실업에 처한 노동자들을 주체화하는 투쟁을 모색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국가에서 두드러진 노동시장 정책은 광범위한 산업예비군 조성과 지속적인 노동시장 유인이다. 이때 산업예비군 규모는 장기실업과 청년실업의 증가로 인해 자연스레 확대되기도 하지만, 국가가 여성, 이주, 장애, 고령 인구의 노동시장 편입을 촉진함으로써 인위적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국가가 이러한 전략을 채택하는 이유는 경쟁적 노동시장을 통해 저임금과 인력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하여 기업이 노동자를 관리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경제의 금융화는 단기적인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노동유연화를 요구한다. 정부는 불안정한 일자리의 확대로 ‘고용 없는 성장’을 감추는 정치적 이득을 추구한다.) 따라서 국가는 어떻게 하면 산업예비군을 큰 저항 없이 저임금 불안정노동으로 유인할 것인가의 문제에 주목한다. 이는 노동시장에서 자연적으로 해결될 수 없으므로 국가는 사회정책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제도와 같은 임금억제책, EITC(근로장려세제) 등과 같은 근로소득보전방안 등이 강조된다. 또한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여성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시장의 주요한 자원이 되면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여성의 취업률은 50%를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재생산비용 감축의 일환으로 가사노동과 보육 등 재생산노동의 일차적 책임자로서의 여성의 지위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국가는 직장과 가사의 양립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구사하는데, 보육에 대한 지원의 확대가 대표적이다. 또한 보육과 가사를 용이하게 한다는 명분으로 파트타임, 변형시간 근로제 등의 유연한 노동형태, 공공서비스 분야의 저임금 일자리가 확산되고 있다.
재생산과정에 대한 국가의 개입(유효수요 관리)을 통해 완전고용을 꾀한다는 케인즈주의는 고용창출, 유지에 대한 직접개입을 내포하고 있다. 케인즈 이론의 핵심은 원래 자본주의의 내적 불안정성/불황경제 테제에 있었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가격기구의 작동을 통해 자동적으로 완전고용 균형에 도달할 수 없으므로(고용량은 기업의 판단에 달린 것임) 사회화된 형태로 정부가 재생산과정에 개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시장의 지배를 제한하는 불가피한 국가의 개입에 대해 케인즈는 한편에서 국가의 소득재분배를 통한 소비수요의 확대,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투자의 사회화를 제시했다. 투자의 사회화란 사적 이윤에 지배되는 사적 투자에 대비되는 형태로서 낮은 이윤율 하에서도 공동의 이해를 목적으로 공공적 성격의 법인에 의해 수행되는 투자를 의미한다. 케인즈는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해 국가개입(자본주의 개혁)을 통한 구원의 길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 고용량은 기업가의 예상에 의해 결정되며, 국가의 유효수요 확대 정책을 통해 기업가의 예상을 변화시켜 고용증대를 꾀할 수 있다고 분석하였다. 신자유주의 정책 개혁의 과정에서는 이의 변형이 발견되는데 과거 케인즈 정책에서 활용했던 통화 공급의 증대는 불가능하지만 ‘작고 강한 정부’의 저금리 정책을 통해 주식시장을 부양하고 여기서 창조되는 금융소득을 통해 유효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 소득 중심의 유효수요 창출은 자연히 고용파괴적이다. 따라서 새 케인즈주의는 전통적 케인즈주의와 달리 완전고용을 포기한다. 대신 이들은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동반하는 실업률(물가안정실업률)을 수용하면서 일정 수준의 실업률을 자연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새 케인즈주의 경제정책의 기반은 미국식 신자유주의자들에게 있는데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논자들의 주된 논지는 기업의 필요에 따라 고용과 임금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구조를 바꾼다는 것이다. 실업을 유효수요 부족의 산물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게 만들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동의 유연성 확보를 강조한다.
이는 더 이상 국가가 직접적인 총수요 관리를 통한 공적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성장 산업에 적합한 양질의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창조하겠다는 전략을 내포한다. 즉 노동시장에서 구매되지 못하는 노동력을 시민사회의 관리와 적극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노동시장으로 재진입시키는 ‘평생 기회 보장’이 화두가 된다. 여기서 국가의 역할은 단순히 사회복지를 책임지는 주체가 아니라 ‘인적 자원’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는 사회투자국가 즉, 일종의 기업가적 국가로 재정의 된다. 노동력의 평가절하를 통한 고용 안정과 사회안전망을 통한 보편적 사회보장의 축소의 경향을 갖는 것이다. 오늘날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국가와 자본의 실업자(노동력) 관리 방식은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산업구조재편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훈련의 기회 확장이라는 ‘일하는 복지’ 정책이다.
국가는 언제나 ‘화폐화 되지 못하는 상품’, 즉 실업노동자를 관리한다. 국가는 생산 과정의 외부에서, 노동력이 언제라도 좋은 상태를 유지하여 판매될 수 있도록 노동력을 관리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 이들이 사회적 갈등요인이 되는 것을 억제한다. 통계라는 조작과정을 통해 실업자를 각각의 집단으로 분류하여 실업자 수, 실업률을 조정하여, 실업자 개개인의 능력을 자의적으로 평가하고 낙인찍는 작업을 수행한다. 가장 일반적인 수준에서 실업노동자의 일부분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여 실업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거나, 군대, 학교의 활용 등으로 노동시장으로부터 조용히 퇴장시키는 것이 이러한 작업의 일환이다. 또한 이를 넘어서 적극적인 실업 정책의 시행으로 실업노동자들을 관리한다.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형태로 공공근로 등의 단기적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일하는 복지로 규율과 근면이라는 습관을 유지시키고, 자본축적의 변화에 걸맞은 노동능력을 실업노동자들에게 교육시키고자 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실업대책

김대중 정부는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외 개방과 자유화를 앞당기고, 국내 축적 조건을 재형성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김대중 정부가 가장 먼저 강력하게 추진한 것은 금융부문 구조조정이었다. 1998년 연말까지 41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여 부실금융기관을 퇴출시키고, 인수합병을 추진하였으며, 노동력의 10~30%를 감축했다. 이를 통해 증권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완전한 금융시장’을 형성하고자 했다. 또한 5대 재벌기업의 빅딜을 추진하고, 부실기업의 부채를 탕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재벌개혁은 재벌들의 경영을 합리화하고, 정리해고 및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창출했다. 집권 말기 이루어진 경기회복은 주식시장을 매개로 한 금융적 팽창의 표현이었으며, ‘고용 파괴적인 자본축적’의 본격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부문(농업, 광업, 제조업)의 고용 감소는 서비스산업, 금융 보험 부문으로 일부 흡수되었다. 그러나 서비스 금융 산업에서 이루어진 고용 증가는 기존의 제조업 노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기보다 소위 골드 칼라로 불리는 금리생활자(혹은 금융 조작자)들에 의한 것이었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대량실업을 동반했다.
1998년 3월 김대중 정부는 총 10조 707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실업문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고용유지지원, 공공근로, 수출 및 벤처기업 창업촉진, 외국인 투자의 적극 유치, 취업능력 제고를 위한 직업훈련과 취업알선, 고용보험 확대 등의 실업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확대를 골자로 1차 실업대책을 수립한 것이다. 구조조정의 여파로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실업 문제에 대해 김대중 정부는 1999년 중기실업대책을 확정한 데 이어, 2000년 일자리 200만 개 창출대책을 발표했다. 대량실업에 대한 김대중 정부의 대응은 자본의 생산성 증가를 통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정책 기조로 잡는 가운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인력에 대한 임시적 관리, 통제의 역할을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자본의 이윤 증대를 위해 가장 손쉽게 요구되는 것은 노동 유연화를 통한 비용절감이다. 이 결과 1999년 상반기 새로 취업한 사람들 중 92%가 임시 일용직이라는 점이 1999년 노동부가 발표한 종합 실업대책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2000년에 발표된 ‘실업실태 및 실업대책 결과 분석’에 따르면 재취업자의 경우 월수입 70만원 미만 계층의 비중이 재취업자의 전 직장에서는 35.8%로 1/3이던 것이 현 직장에서는 51.7%로 과반수를 상회했다. 공식적인 실업률은 눈에 띄게 낮아졌으나, 실업의 구조는 더욱 악화되어서 상당수의 실업자들이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거나 장기실업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상황이 되었다. 당시 정부는 1998년 노사정 합의를 통한 정리해고 및 파견제 도입을 추진하여 구조조정, 외주화를 통해 노동 유연화를 강화했다. 2000년에는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시간 탈규제화를 추진, 일률적 임금인상의 억제와 연봉제 성과급제의 확산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노동시장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이는 노동자 절대다수의 비정규직화와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를 의미하였다. 이 가운데 김대중 정부가 내세운 것은 선별적이고 사후적인 복지 시스템이 ‘사회안전망 확충’이었다. 하지만 ‘4대 보험 전국민 적용’이라는 구호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공문구에 지나지 않았다. 생산적 복지라는 기조 하에 추진된 공공근로 및 자활사업은 단기간 생계보조형 긍휼 정책이거나 민간단체를 동원한 가운데 복지 수급의 조건을 자활사업 참여로 강제하는 현대판 구빈원 제도였다. 실업과 불안정노동의 굴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사후적 복지의 권리조차도 제기할 수 없는 조건에 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생활보호법에서 나아가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의 권리를 사회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기초법)가 2000년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기초법은 그 수준이 너무나도 열악한 최저생계비 기준선과 부양의무자기준(복지에 대한 권리를 사회적으로 보장한다는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등 독소조항을 통한 엄격한 수급자격기준, 그리고 자활사업을 강제하는 조건부수급조항을 안고 전 국민의 3% 수준밖에 포괄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제도로 시작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김대중 정부의 실업대책(노동유연화와 질 낮은 일자리 창출이 핵심)의 기조는 노무현, 이명박 정부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경제위기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과 맞물려 추진되는 실업대책, 빈곤대책은 실업률은 줄지만 빈곤률은 점점 높아지고, 실업과 취업을 오가는 반-실업(장기실업)이 일반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실업에 대한 대응은 실업자에 대한 제도적, 사후적 지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운동의 실업 대책은 대량실업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정치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의 변화 양상, 국가의 성격(실업과 실업 노동자에 대한 관리책), 실업 노동 대중의 처지와 조건, 공통 요구와 연대 가능성, 실업 노동 대중 조직화의 정치-조직적 방향성(자주성과 연대성) 등의 요소를 고려하는 가운데 모색되어야 한다. 이것이 IMF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의 실업에 대한 대응과 당시 민중운동의 대응 평가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이다.

실업대책 관련 제도 요구와 쟁점

이명박 정부 실업대책 비판
실업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응 방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몇몇 임의적인 지원 대책을 내놓는 정도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사회정책은 그 내용면에서는 역대 정부가 기틀을 닦아놓은 시장화 전략을 기조로 계승하고 있지만, 추진과정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취해온 인민주의 정치스타일을 버리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 전반과 연계하여 그 방향성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실업 및 고용 대책은 실업급여 수급기간 연장과 가입기준 완화, 고용유지지원금 확대가 주요 내용이다. 실업급여는 수급기간을 2개월 연장하고, 가입기준을 완화하여 자영업자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의 경우 종전에는 중소기업이 임금의 2/3, 대기업이 임금의 1/2을 받던 것을 각각 3/4, 2/3로 인상하고, 지원기간을 종전 180일에서 270일로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경제위기로 인한 빈곤과 실업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책은 매우 취약하고, 기존에 추진하려던 사회정책의 시장화 전략은 큰 변화 없이 추진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 불황과 실업 확대 상황은 사회정책 재편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실업급여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실업부조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공식 실업통계에 잡히지 않거나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며 실업급여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괄하자는 운동진영의 주장으로 제기되기도 하지만, 비정규직의 고용조건 악화를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실업급여제도에 한참 못 미치는 한시적 실업 관련 사회보장의 구축을 주장하는 보수적 담론으로 제기되고도 있다. 일례로 삼성경제연구소는 2009년 4월 10일 발표한 보고서 <실업대란 시대의 대안, 맞춤형 복지>에서 3가지 유형의 실업안전망 대책으로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시했다. 첫째, 영세자영업자의 경영이나 생계 상황에 따라 경영안정 지원, 긴급 생계대책, 재기노력 지원으로 구분된 대책을 시행.(이를 위한 마이크로 크레딧 활성화) 둘째, 비정규직을 위한 대책으로 고용보험료 감면을 통한 가입률 제고. 비정규직 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와 영세자영업자에 대해서는 고용보험 보험료(1.15%)를 1/2로 감면(0.575%). (OECD 고용전략은 저임금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감면정책은 공식 권고하고 있다. 임시 일용직 및 소규모 사업장 상근직의 실업급여 보험료 납입을 유예하는 경우 연간 750억~925억 원의 재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셋째, 청년, 장기 실업자 등 근로기간이 전무하거나 부족한 경우에는 생계비 보조차원의 실업부조를 도입.(가계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0% 미만인 실업자 23.9만 명에게 최저임금의 50%를 6개월간 지급할 경우 1인당 총 250.8만원을 지원하여 연간 6,005억 원의 예산 소요 전망)
올해 4월에 총 28조 4천억 원 규모로 편성된 추경예산에서는 실업과 일자리 대책 관련 예산이 중심이라고는 하지만 녹색성장 및 미래투자사업이 2.3조 원에 달하는 등, 건설부양책을 위한 과다 예산추계를 제외하면 실업과 일자리 대책을 위한 예산편성은 별로 없다. 그나마 내놓은 정책들도 문제가 많다.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을 583억 원에서 3,653억 원으로 늘려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적절한 노동권과 임금을 보장 받지 못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12.9만 명에서 16.1만 명)나 청년인턴 예산 증액에 치중되어 있다. 임금을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놓고 임금의 30~50%를 실효성 없는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희망근로사업(국비 13조 원)과 같은 부실 일자리 창출에 예산을 대폭 배정했다. 지난 6월 1일자로 ‘희망 없는 희망근로사업’이 시행 중이며 실업자, 임금체불노동자에 대해 대부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예산편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아직 열리고 있지 못한 6월 임시국회에서는 영세자영업자들에 대한 고용보험 임의가입 허용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국회에서 처리예정 법안과, 기존 가입대상자인 임금노동자와는 별도의 자영업자 실업급여 계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실업-일자리대책은 실업에 대한 책임을 자본과 국가가 지고, 실업자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한국사회에서 실업에 대한 유일한 사회보장정책인 고용보험제도는 1998년 경제위기 이후 적용범위를 확대하여 현재는 1인 이상 사업장과 일용직노동자에게까지 적용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실업급여 수급률은 34.8%) 그나마 적용대상자도 짧은 급여지급기간(3~8개월, 평균 4개월)과 낮은 소득대체율(2004년 43%, 2006년 28%)로 인해 제대로 된 정책으로서 기능하고 있지 못하다. 2002년 이후 실업급여 신청자 수와 지급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2009년 올해 1월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12만 8,000명으로 1996년 이후 13년 만에 월별 통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지금까지 최고였던 지난해 1월의 9만 4,000명보다 36.2%, 3만 4,000명이나 많다.) 2009년 3월 실업급여 수령자는 40만 428명으로 수령액은 3,103억으로 집계되는 등 만성적 실업으로 신기록을 계속 갱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업급여 재정 고갈 위기론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 5월 19일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고용보험기금 적자는 사상 최대 규모인 2조 5000억 원 선에 달할 전망이다. 고용보험기금은 2006년까지만 해도 매년 흑자폭이 커지며 꾸준히 늘어났다. 하지만 2007년부터 3년째 적자행진이다.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총 1조 1000억 원 넘는 적자를 내 기금이 8조 2000억 원까지 줄어들었고, 이대로라면 얼마 못 가 고용보험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고용보험제도마저도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정부는 국가와 자본의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고용보험제도 현황과 한계, 고용보험 확대 요구 검토

(1) 사회보험 방식의 한계
한국사회에서 사회보험이 전체 노동계급에게 보편적이고 적절한 보장시스템으로 기능했던 역사는 없다. 19세기 후반 비스마르크가 사회보험제도를 입안할 때 가장 크게 염두에 둔 것이 철강, 석탄 등 핵심산업 남성노동자를 자신의 정치권력 유지를 위한 외곽부대로 동원하는 것이었던 것처럼 한국사회에서 사회보험은 군사독재정권이 군인, 공무원, 교사 등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포섭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유화책으로 도입되었다. 서구에서 사회보험은 1970년대 초까지 대량생산체제에 조응하는 보장방식으로서 노동력 재생산을 집합적으로 보장하는 역할, 수요유지역할을 해왔다. 비교적 높은 수준의 보편적 보장시스템은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 강화를 통해 이루어낸 자본 및 국가와의 타협의 결과였으나, 한국사회에서 사회보험은 한편으로는 노동부문의 비공식성과 전근대성 때문에,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인 의도 때문에 매우 제한적으로 발달되어 왔다. 현재는 경제위기 하 생산부문의 추이를 볼 때나 정치적인 면에서도 서구의 사회보험체계와 유사한 발전경로를 따라 사회보장제도를 확대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비정규직화는 사회보험 비용부담을 줄이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며, 그 형태의 복잡성이 자연스럽게 비용회피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자본의 필요에 의해 만성적으로 반복 실업을 겪거나, 혹은 임노동과 자영업 사이를 순환한다. 또 사회보험 급여액에 엄청난 불평등이 존재한다. 보험원리에 기초한 사회보험에 의한 보상은 일정 기간 이상의 기여를 필요로 하며, 소득비례적인 성격을 가지므로 임금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이 그대로 재생산된다. 특히 실업급여는 과거 임금의 50%로서 급여액 산정이나 보험료 납입에서 누진적 요소는 없으며 단지 최저급여액을 최저임금의 일정률로 설정해놓고 있을 뿐이다. 누진적 요소가 포함된 국민연금 역시 절대액을 기준으로 하면 고소득층의 수익이 훨씬 많다.
‘사회보험 전 국민 확대’ 사회보험 관리행정 통합, 기능재조정 등을 통한 비정규직 포괄 확대방안은 현재 사회보험 제도의 한계를 잔여적인 보장제도나 자발적인 부문을 통해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파편적인 대응은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본소득보장제도 논의는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 기본소득제도는 고용이나 실질소득과 무관하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으로 빈곤과 비자발적 실업을 폐지하고 평등과 집합적 가치를 지향하는 진보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현존하는 현금-현물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고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더라도 재정 문제 등을 이유로 충분한 소득을 제공할 수 없음은 현재 조건에서 자연스럽게 예상되는 결과이다. 특히 기본소득제도를 근거로 최저임금을 낮추거나 현존하는 소득보장정책을 개악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2) 고용보험 현황 및 문제점
현재 한국에서 실업자 지원제도는 고용보험이 유일하다. 고용보험은 시행 13년차를 맞았지만 실업자 소득지원제도로서 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 고용보험은 실업급여사업, 고용안정사업, 직업능력개발사업의 세 가지 사업으로 이루어진 사회보험제도다. 초기 도입 당시 고용보험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적용대상을 극히 제한하였다. 제정 당시는 실업급여의 경우 ‘상시근로자 30인 이상 사업 혹은 사업장’으로, 고용안정사업과 직업능력개발사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70인 이상의 사업 혹은 사업장’으로 제한하였다. 제정 후 10년 동안 8차례의 개정을 거친 고용보험은 2004년 1월 1일부터 일용근로자, 60세 이상 신규 고용자에게까지 확대 적용됨으로써 거의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기 시작하였으나 여전히 주15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 4인 이하 규모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가사서비스노동자는 명시적인 적용제외 대상이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 규모는 고용보험 적용대상이나 미가입자, 15시간 미만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가사, 가내 노동자 등과 같은 고용보험 비적용대상자, 영세자영업자, 신규실업자, 실업자 중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까지 포함해 약 8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고용보험 미가입, 이직사유 미충족, 피보험기간미충족 등으로 실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실업급여를 받는 비율은 40%에 불과하며, 짧은 수급기간(평균 4개월에 못 미침), 낮은 소득대체율 등으로 현재 실업급여는 실업자의 실질적인 생계 보조수단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보험의 포괄대상에 대한 구조적 문제점은 현재의 ‘실업’ 개념이 많은 수의 실질적인 실업자를 범주 안에 포함하지 않고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실업률은 3.9%로 나와 있지만 비경제활동인구 중 통계로 잡히지 않는 사실상의 실업자를 포함할 경우 실업자 수는 400만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 고용보험제도에 대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요구는 국가의 재정책임 강화다. ‘재정기여자에 대한 지급’이라는 원칙은 실업의 구조적 성격을 왜곡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국가의 책임 방기 아래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현재 고용보험제도는 실업급여, 고용안정사업, 직업능력개발사업을 통합하는 세계적 추세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업부조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필요한 재원은 정부의 일반재정에서 충당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는 대부분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부담하는 보험금에서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정부는 예산을 마련하는 데는 소극적이면서도 관리운영에 노동자가 참여하는 것은 극히 제한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고용보험제도는 생계지원, 직업상담, 직업훈련, 고용보조금을 모두 하나의 틀 안에 포괄하는 실질적인 실업-일자리 대책을 수행하는 제도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의 재정지원 강화를 통한 실업급여의 확대와 실업급여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입 확대를 요구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이 30%대에 머무는 원인에는 기업주의 보험 가입 회피가 결정적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가 저임금으로 인해 사회보험 지출을 회피하는 경향도 작용한다. 따라서 노동자가 지불하는 고용보험료를 대폭 감면해야 한다.

전국민고용보험제와 실업부조 도입에 관한 쟁점

고용보험제도의 문제점과 실업의 증대로 최근 실업부조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실업부조는 고용보험 제정 당시, 외환위기 당시 요구된 바 있으며, 그 근거로는 고용보험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다는 점, 한국사회의 비임금근로자 비율이 30% 이상으로 대단히 높다는 점, 잠재적 실업자 및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사실상의 실업자를 드러내야 한다는 점 등이 제기되어 왔다.
2005년 진보정치연구소에서 제기한 실업부조 도입방안이 2009년 진보신당에서 제기한 실업수당으로 일정하게 계승되고 있는데, 2005년에 제기된 실업부조 안은 주된 적용대상을 현행 기초보장제도의 자활사업이 포괄하는 대상 중 일부와 실업에 처해 있는 차상위계층으로 보고 있으며, 장기실업자, 청년실업자, 비정규직, 영세중소기업 출신 실업자, 단시간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안은 수급 자격 기준은 가구 단위로 하되, 수급 단위는 개인으로 두고 있으며 수급 자격은 자산과 소득에 따라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수급 자격 배제 기준은 저축액, 주식/예금 증서 등 유동 자산이 일정수준(예를 들어 월최저임금 × 12) 이상이거나, 직접 거주하지 않는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기타 연금 수급자인 경우 등이다. 급여수준은 최저임금의 80% 수준으로 설정했다. 한편 실업수당은 급여 대상자를 청년실업자, 실직 자영업자,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로 설정하고 급여 수준을 최저임금의 80%로 보장하며 급여기간을 최소 1년으로 설정했다. 자산에 따른 자격제한기준을 두고 소요재원을 3~4조 원(진보신당이 추정한 실업수당 지급 대상자는 월 평균 25만 명+경제위기로 인한 추가분) 수준으로 책정한 가운데, 재원 마련 방안은 감세 정책 철회와 SOC 투자 예산 비중 대폭 삭감으로 상정하고 있다.
철폐연대는 ‘일하지 않아도 생존할 권리’로서 실업부조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실업의 심각함과 국가와 자본의 책임에 대한 요구 차원에서 타당한 측면이 있으나, 현재 계급 역관계를 고려할 때 실업부조가 도입되더라도 그 수급자격이 엄격하고 급여액이 미약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초법 등 소득보장정책에 미치는 영향, 최저임금과의 상관성 등에 대한 분명히 점검 없이는 ‘그냥 있으면 좋은 제도’ 선전에 불과할 수도 있다.
민생민주국민회의-민주노총-민주노동당 등은 고용보험제도 개선과 실업부조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국민 실업안전망 확대(전국민 고용보험제도라는 표현까지 등장하였음)를 주장하고 있다. 먼저 참여연대에서 성안한 민생민주국민회의의 안에 따르면 고용보험 가입자에 대해 실업급여 기간을 3~8개월에서 6~12개월로 연장 / 피보험기간요건을 ‘1년 내 6개월 이상 고용보험 가입’에서 ‘1년 내 3개월 이상 가입’으로 완화 / 자발적 이직자 실업급여 적용을 통해 수급자 수를 매월 45만 명 수준까지 높여 수급률을 50%수준까지 높이자는 것이다. (연 소요예산: 10만 명 × 75만 원(월평균 구직급여) × 12개월 = 약 9,000억 원) 또, 영세자영업자, 신규실업자 등에게 실업수당을 지급하자는 것인데 그 내용은 최저생계비의 150% 미만 계층(최저생계비 이하 절대빈곤인구 500만 명 이상을 제외하면 약 200만 명)에게 최저임금의 70%를 5개월간 지급하자는 것이다. 단, 경제위기 시 한시적(2년)으로 운영하며 수당 수급 이후 취업 시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단서를 달았다. (연 소요예산: 200만 명(대상자) × 30%(실직확률 또는 폐업확률) × 585,200원(최저임금의 70%) × 5개월(평균미취업기간) = 1조 7,556억 원) 마지막으로 고용보험 미가입자의 고용보험 가입 촉진을 위해 고용보험 가입 중소영세사업장의 사용자와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준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매년 고용보험 미가입자 196만 명 중 1/3씩 가입한다고 가정하고, 이들의 상당부분이 저소득층임을 감안하여 평균임금을 120만원으로 상정했다. 여기에 사회보험료율 16.9%를 적용하여 12개월 면제할 경우 소요예산은 약 7900억 정도다. (연 소요예산: 196만 명(고용보험 미가입자) × 0.33 × 120만 원(평균임금) × 0.169(사회보험료율) × 12개월 = 1조 5,740억 원)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이와 유사한 안으로 실업급여제도와 실업부조제도로 이원화된 ‘실업의 이중 안전망’을 구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2008년 현재 전체 대상 집단을 ‘(실업자 + 취업준비생 + 유휴인력 + 구직단념자) - (실업급여제도 강화에 따른 수혜자 = 실업급여 수급율 50%)’로 설정할 경우 실업부조제도 수혜대상는 약 109만 9천 명으로 추산하고 수급액 기준을 현행 최저임금 월환산액의 60%로 정할 경우, 연간 소요예산은 6조 6,151억 원으로 보고 있다.

* 실업자 + 취업준비생 + 유휴인력 + 구직단념자 = 283만 8천 명
* 실업급여제도 강화에 따른 수혜자(실업급여 수급율 50%시 수혜자)
= 173만 9천 명
* 실업부조 대상자 = 283만 8천 명 - 173만 9천 명 = 109만 9천 명

고용보험의 한계와 공공부보 소득정책이 협소한 조건에서 실업에 처한 노동자가 아무런 안전망 없이 추락하는 것이 현실이므로 실업부조제도 도입은 적극 고려해볼 만 하다. 그러나 실업급여와 달리 실직 전 임금에 기초한 급여지급이 불가능하므로 정액급여의 적절한 수준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대단히 쟁점이 많다. 대부분의 주장이 최저임금의 50~70% 선의 주장을 제기하고 있으나, 최저생계비의 사례에서도 드러났듯이 최저생계비 수준을 낮춤으로서 사회복지의 수급을 제약하는 정부의 시도는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기준선으로 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 2007년부터 시행되어 올해부터 저임금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장려세제(EITC) 도입 당시에도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복지수급을 미끼로 한 노동조건의 하락 위험성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는 임금노동자와 실업자 혹은 반(半)실업자 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연대와 주체화 과정을 통해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필요로 하는 문제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공적부조제도와의 관계 역시 토론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운동세력이 실업-사회보장-사회서비스 등 패키지 공약을 내세우며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죽지 않을 정도로 유지하는 소득보장정책으로 전락시키고, 저임금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공적 기능을 내팽개치고 있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열악한 상태로 고착화시키며 정책 타협 과정에서 실업에 대해 더욱 더 한시적이고 지극히 보조적인 정책을 만드는 것으로 귀결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보편적 사회보장제도를 지향해 온 서구 복지국가 노동유연화 과정에서 실업과 소득보장에 대한 이중안전망을 구축하는 한편, 복지수급과 노동을 연계하여 특히 가난하고 불안정한 일자리에 처한 이들에 대한 규율과 자격기준의 엄격화를 병행하는 영미식 복지모델로 수렴된 바 있다.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가계급의 통일성을 구축하는 한편, 노동하는 인민에 대한 분할 전략에 기초한 운영을 강화하려 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나아가며

현재 실업의 양상은 자영업자 → 임시일용직 → 중소기업 순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현재 자동차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고 경향에서도 경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노동권이 부정당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일상적인 해고의 위협이다. 완화된 정리해고제 앞에서 노동조건의 하향 압박에 시달리는 정규직 노동자이건, 일상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이건,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 해고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한 노동자들은 노동권의 후퇴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또 경제위기 상황에서 고통분담을 명분으로 한 광범위한 임금 삭감이 이루어지고 있다. 해고위협을 무기로 삼은 임금삭감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해고를 제어할 방안이 필요하고 임금 삭감에 대한 방어선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실업급여제도 개선과 실업부조 도입 요구 및 일자리 창출 요구 등은 실업을 활용한 야만적인 노동력 관리전략을 구사하는 자본과 지배세력에 대항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요구여야 한다. 다만 과거 실업운동의 경험에서도 평가되었듯, 이에 대한 토론과 운동의 기획은 분명 각각의 제도 언저리에 존재하는 노동자대중의 요구를 조직하는 주체화과정과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주체화 노력 없는, 노동자운동에 대한 혁신과 장기적 전망 없는 제도 선명성 경쟁은 무망하거나 오히려 노동자민중의 삶을 지배세력의 관리전략에 한층 메어놓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이 조장하는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민중이 떠안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노동자운동은 실업과 취업을 오가는 불안정한 일자리의 노동자를 어떻게 주체화하고 이들의 요구를 정치적인 것으로 제기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과 실천을 집중해야 한다.

[보론] 명멸하는 ‘실업운동’ 혹은 ‘실업자운동’, 평가와 현재는?

MF 외환위기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실업자를 조직하고 실업에 대한 대응하는 과정이 운동으로 조직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었다. 실업에 대한 시민사회운동의 대응의 한 축은 ‘실업자’를 ‘실업노동자’로서 조직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그러나 대량실업 초기 등장했던 ‘실업자동맹’이나 ‘실업자 거리행진’ 등은 실업문제의 정치적인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자기계획을 가지지 못한 채 사라져갔다. 민주노총이나 진보정당에서는 ‘실업자 조직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했고, 사회운동은 노동, 경제, 여성, 복지, 정보통신, 보건의료 등 각 부문에서 나타나는 실업의 문제를 진단하며 각각의 대응과 총체적인 실업운동이 필요함을 제기했다. 그러나 실업률의 하락과 함께 실업 문제가 수그러들면서, 실업문제에 대한 운동적 관심은 급속히 낮아졌다. ‘실업노동자’라는 호명으로 조직화를 시도했던 운동은 실업자 대중의 복합적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채 혹은 노동자운동의 전면적인 개조를 동반하지 못한 채 철저한 실패로 드러났다. 실업노동자는 행진 대오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으며, 정리해고된 노동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이 시기 쟁점이었던 ‘실업자 노조가입’의 문제는 노동조합운동이 적극적으로 제기하였으나 노사정위 협상내용의 하나였을 뿐 실업자(정리해고자)들이 노조가입을 요구하도록 조직하는 데는 완전히 실패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실업이 바로 생존의 위협으로 직결되었던 대다수의 실업자를 지원하고 그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실업자 풀(pool)을 형성, 조직하려는 흐름이 생겨났다.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의 재원을 바탕으로 진행된 사업과 센터들이 그것이다. IMF 직후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실업자들을 보면서 국민 상당수가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인식하여 출발한 실직자 지원사업은 쌀나누기, 시래기 나누기, 월 15만원지원 등의 지원사업을 펼쳤다. 운동진영의 일부에서 IMF 재협상을 주장하고 거리로 나올 때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된 구호사업에 대한 평가는 둘로 나뉘었다. 구호사업을 통해 실업노동자와 만나고, 이를 계기로 그들을 조직화하는 매개가 되었다는 평가와, 결국 실업노동자들의 분노를 관리하고 잠재우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제출되었다.
실업자구호사업은 국가의 위기상황에 대해 민간단체가 그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과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방식이 아닌, 정부나 언론의 ‘실업극복 캠페인’이나 ‘금모으기 운동’에 조응하여 민간단체가 앞장서서 근거 없는 희망을 유포하고 위기를 관리하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구호사업의 또 다른 영향은 실업단체의 활동이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국한되었다는 것이다. 즉, 실업단체에서 진행하는 구호사업이 중단될 경우 실업자를 만날 수 있는 통로자체가 사라진다는 인식이 존재했다. 실업자를 만나려면 사업이 있어야 하고, 사업이 진행되려면 재정과 인력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은 실업극복국민운동이 지자체의 지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을 낳았다.



실업운동 이후, 현재의 운동



노동의 불안정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자 새로운 주체 형성전략으로서 ‘실업자운동’을 조직하고자 한 운동의 흐름은 노동자운동의 혁신과 연대 확장의 모색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운동의 시도는 <전국불안정노동철폐> 운동의 주요한 축을 차지해왔으며,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반빈곤운동 <빈곤사회연대> 운동의 근간을 형성하였다. 불안정 노동층, 실업자 등의 민중의 노동권-생활권을 포괄적으로 제기한 시도가 2001, 2002년 ‘민중복지한마당’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 성과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사회전략 속에서 배제되고 소외되거나 관리의 대상에 불과했던 이주, 실업, 장애,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등 이 땅의 불안정노동자가 자신의 삶과 생존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던 과정에서 ‘노동권·생활권’이라는 권리쟁취의 틀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연대의 마당을 형성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수립된 공동투쟁은 이주노동자 합법화 쟁취투쟁, 장애인 차별철폐투쟁 등을 하나의 틀로 묶은 다소 실용적인 과정으로 귀결되었다. 이후 2004년에는 ‘불안정노동과 빈곤에 저항하는 공동행동’이라는 틀로 공동의 투쟁요구를 ‘기본생활을 위한 최저임금·최저생계 보장’과 ‘안정적 일자리 확충’으로 정식화되었다. 이후 이 운동은 생활임금운동, 사회서비스, 자활, 공공근로사업 참여 노동자에 대한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담론을 형성하였으나 여전히 주체형성과정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한편, 실업자에 대한 구호사업과 현재 ‘실업자에 대한 일자리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실업극복’ 운동은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량실업 직후 조성된 1,200억의 민간실업기금을 운영하는 민간대책기구가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이다. 그러나 민간단체들로 구성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기금이 근로복지공단에 포함되어 있어, 실질적인 기금 운용은 정부주도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업극복국민운동은 대량실업 초기 다양한 구호사업에 기금을 지원했으며, 2000년 전국 100개의 실업자종합지원센터에 재정을 지원했다. 그러나 2001년 센터사업의 중단과 실업극복국민운동의 해소논의를 거쳐 2003년 해소하게 된다. 운영위원회에 민주노총, 여연, 경실련 등이 참여하고 있는 실업극복위원회는 겉으로는 민간운동기구를 표방하고 있으나 사실상 실업단체의 활동을 규제하며 관리하는 역할을 해왔다. 구호사업 이외의 ‘실업자 조직’사업에 기금을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각 센터와는 사업을 ‘약정’한 관계라는 이유로 실업극복국민운동의 의사결정이나 최소한의 논의결과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실업극복국민위원회 해소 이후 실업국민운동은 ‘실업극복국민재단’에 의해 주도되었다. ‘실업극복국민재단’은 ‘실업자지원종합센터’ 해소 이후 남겨진 기금을 통해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 주력하면서 현재는 정부의 사회적 기업법 시행에 따른 대응을 지속하고 있다. ‘실업극복국민재단’은 2008년 들어 조직명칭을 “함께 일하는 재단”으로 변경하고 “저소득 여성 가장과 중고령 실직 빈곤계층, 청년 및 다양한 취업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민간실업극복모델 개발, 취업 취약계층의 대안 모델인 사회적 기업을 발굴 육성, 정부 기업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꾀하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1999년 결성된 실업단체의 전국적인 연대체인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회의’(이하 전실연)는 고실업, 장기실업이 고착화되는 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사업을 전개하였던 노동, 여성, 시민사회, 종교, 빈민, 장애인 등의 단체들의 전국적 연대기구이다. 또한 전국적으로 개별화된 실업운동의 구심을 세우기 위한 활동을 목적으로 한 기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실연은 민간고용안정센터로서 자신의 위상을 제도화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2001년 실업자종합지원센터 중단과 자활후견기관으로의 변화과정은 실업운동의 전망과 지역공동체 운동으로서 ‘자활운동’의 위상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요구되는 것이었으나, 전실연은 실업극복국민위원회 해소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실업운동의 요구를 제기하고 활동하기보다는 실업운동진영내의 재편과 재정지원문제로 국한해 대응하였으며 결국 실업단체들을 유지하거나 실업기금을 민간기금화하기 위한 협상기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편,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입과 함께 자활근로사업이 제도화되었다. 이는 정부에 의해 ‘사회적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포괄되기 시작했는데,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러한 ‘사회적 일자리’라는 개념은 기존의 자활공동체 등 빈곤층의 자활을 위한 흐름들을 제도화하는 가운데, 조건부 수급 규정을 두고 복지 수급자에 대한 노동 강요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제공했다. 이는 복지를 연계하는 신자유주의적 복지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것으로,지역공동체와 협동조합, 상호부조조직, 자발적 조직들의 자생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급격한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과 빈곤을 흡수하는 데 그 주된 목적이 있었다. 제도 도입 단계의 자활후견기관 신청과정에서 실업단체들은 앞 다투어 자활사업에 뛰어들었으나 결국 자활사업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조건부수급조항을 연계한 ‘희망 없는 강제부역’의 개념으로 출발하였고 정부 지원 하에 이루어지는 민간단체들의 빈곤층 일자리 사업이 되었다. 최근 몇 년간 정부는 ‘자활성공률’에 대한 분석을 근거로 지역자활후견기관에 대한 인센티브를 도입하였고 자활후견기관은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사회적 기업 창출 과정에서 주요한 민간공급기관의 역할을 자임하였으며, 2007년부터 지역자활센터로 개편하면서 갖춰진 전국망을 기반으로 한 전국적 브랜드화 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결



실업운동의 목표가 ‘궁극적’으로 실업의 ‘제거’에 있다면 실업과 불안정노동을 강요하며 빈곤을 확산시키는 원인이 신자유주의 정책과 구조조정에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실업운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실업노동자의 목소리를 내거나 실업의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면서, 부문운동으로 스스로를 국한시켰으며 열악한 처지에 놓인 노동빈민을 관리하는 민간벨트로 전락했다. IMF 경제위기 상황에서 등장한 ‘실업극복운동’의 현 주소는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이 펼치는 산업예비군 관리전략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를 여실히 증명한다. 한편, 실업의 원인에 대한 투쟁에 대한 강조는 아무리 해도 지나침이 없으나, 대중 조직화와 노동자운동의 개조 없는 ‘실업자운동’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사회운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과거의 교훈은 정부 정책개혁에 대한 맹목 속에 실업의 결과에만 치중하는 대응은 의도와는 무관하게 사회운동의 자율성과 운동성을 침식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며, 실업자의 삶과 노동조건에 기반한 요구를 조직하지 못하는 가운데 기존 노동자운동과 만나지 못하는 운동은 주체형성의 실패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주제어
경제 빈민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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