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의 『자본』
금융위기에 대한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은행의 정책적 대응은 은행에 의한 증권회사의 인수 합병을 통한 금융의 재건을 핵심으로 한다. 그러나 이번 금융위기를 불러온 중요한 계기가 1980년대부터 진행된 은행업과 증권업의 겸업화를 통한 금융의 해방이라고 할 때, 이러한 대응은 미봉책 이상이 될 수 없다. 게다가 부르주아 경제학은 금융위기 발생의 근본 원인인 이윤율의 저하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올바른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데, 자본주의의 가장 기본적 변수인 이윤율을 분석하는 이론은 부르주아 경제학이 아니라 마르크스적 경제학 비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사고하기 위해서는 경제학 비판의 논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100년의 논쟁
저자인 윤소영 교수는 2009년 2월 고려대학교에서『마르크스의 ‘경제학 비판’』을 텍스트로 6일에 걸쳐 강의했는데, 이를 녹취한 것이『마르크스의『자본』』(공감, 2009)이다. 강의는 『자본』 완간 이후 100여 년 동안 축적된 연구와 논쟁의 성과를 정리하고 요약하며, 또한『자본』의 변증법과 그 한계에 대한 설명을 추가하면서『자본』의 방법론을 종합적으로 설명한다.
알튀세르는 『자본』을 사회주의 경제학으로 해석하거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사회학으로 해석하는 조류에 반대하여 마르크스의 작업을 ‘경제학 비판’으로 해석한다. 이후 발리바르는 알튀세르의 작업을 이어받아 ‘자본의 추상화와 노동의 구체성’이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이는 이윤율 하락이라는 자본주의적 축적의 법칙에 반작용하는 역사적 경향으로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제시하여 부르주아 경제학의 기반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하는, 경제학 비판의 기획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다. 또한 브뤼노프는 특수한 상품인 화폐와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데에 국가가 필수적임을 밝히면서, 케인즈주의 경제정책을 화폐와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경제적 방식이라고 비판한다. 이는 리카도주의로 대표되는 고전경제학에 대한 마르크스의 비판을 케인즈주의로 대표되는 현대경제학에 대한 비판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뒤메닐, 폴리는 이와 같은 알튀세르적 경제학 비판의 문제의식을 따라 『자본』의 해석에서 이윤율 하락의 경향을 법칙으로 재구성하고, 이런 경제법칙을 ‘이윤율의 경제학’으로 발전시켜 이윤율의 변동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의 역사를 설명한다.
그런데 『자본』을 경제학 비판으로 재구성하려는 흐름은 1929년 출간된 『자본주의 체계의 축적 및 붕괴의 법칙』을 통해 『자본』의 핵심을 이윤율 하락의 법칙이라고 주장한 그로스만의 작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윤율 하락의 법칙을 토대로 자본축적론을 붕괴론인 동시에 위기론으로 재구성하고, 그것에 대한 반작용 요인으로서 제도가 자본주의의 역사를 설명한다고 주장한 것이 그로스만이기 때문이다. 뒤메닐은 실제로 20세기 미국 자본주의를 이윤율의 변동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이윤율 하락의 법칙을 반전시키는 역사적 요인을 분석하는데, 이를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보충하는 것이 아리기의 역사적 자본주의 분석이다.
1894년 『자본』이 완간된 후 이를 둘러싼 논쟁이 시작되었는데, 저자는 역사과학으로서 경제학 비판이라는 관점에서 브뤼노프, 뒤메닐, 폴리, 아리기의 작업을 종합하여 마르크스주의 100년 논쟁을 정리한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을 몇 개의 경제법칙, 즉 가치법칙, 잉여가치법칙, 자본생산성 하락의 법칙, 이윤율 하락의 법칙으로 요약한다.
화폐와 노동력에 대한 이론
경제학 비판은 자본주의적 교환관계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출발하는데, 교환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먼저 일반적 상품에 대해 분석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적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상품의 교환과정은 화폐를 매개로 이루어지므로 자본주의적 교환관계의 핵심은 화폐라는 특수한 상품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본질은 생산관계이고 마르크스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자본순환을 분석한다. 자본순환은 가치의 증식, 즉 잉여가치의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데, 유통과정에서 가치가 증식되지는 않으므로 잉여가치의 생산은 생산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생산과정은 자본가가 자신이 구매한 노동력을 생산적으로 소비하는 과정, 즉 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이다. 이때 노동은 도구나 기계와 같은 생산수단을 이용하여 새로운 사용가치를 가지는 상품을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가 생산된다. 따라서 노동력의 본질은 가치의 생산이며, 자본가가 노동력을 구매하는데 투하된 자본, 즉 노동력의 가치보다 노동과정에서 새롭게 형성된 가치가 클 때 잉여가치의 생산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핵심은 특수한 상품인 화폐와 노동력, 그 중에서도 노동력에 대한 분석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본』은 자본에 대한 이론이 아니라 특수한 상품인 노동력에 대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력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핵심인 잉여가치의 생산이 설명되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잉여가치의 생산과정을 설명하지 않은 채 자본이 잉여가치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는 부르주아 경제학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근본적인 차이다.
자본에 의한 노동의 포섭과 궁핍화
그런데 현실에서 잉여가치의 생산은 ‘자본에 의한 노동의 포섭’을 통해서 현실화된다. 자본에 의한 노동의 포섭은 매뉴팩처의 형식적 포섭과 기계제대공업의 실질적 포섭으로 구분할 수 있다. 매뉴팩처에서는 자본가에게 고용된 숙련노동자가 비숙련노동자의 도움을 받아 분업하고 협력한다. 매뉴팩처에서는 숙련노동자가 생산과정을 주도하므로 자본은 생산과정을 구체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따라서 노동시간의 연장 혹은 임금노동자의 증가를 통해 잉여가치를 증가시키는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이 주로 이루어진다. 이를 자본에 의한 노동의 형식적 포섭이라 하는데, 이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는 존재하나 그에 적합한 생산력이 부재한 매뉴팩처의 모순을 반영한다. 그런데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적합한 생산력, 즉 기계제대공업이 출현하여 자본에 의한 노동의 실질적 포섭이 가능해진다. 공장에서는 기계가 서로 분업하고 협업하며 집단노동자는 기계의 부속물로 전락하여 기계에 의한 노동규율에 속박된다. 따라서 기계제대공업에서는 기술집약적 기계를 이용하여 노동을 절약하고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편향적 기술진보를 통해 잉여가치를 생산하는데, 이를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이라고 한다.
한편 기계제대공업은 시간급과 성과급이라는 새로운 임금지불방법을 통하여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과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을 결합한다. 시간급은 초과노동으로 노동시간을 외연적으로 연장하며 성과급은 노동강도 상승으로 노동시간을 내포적으로 연장한다. 동시에 시간급으로 인해 취업자와 실업자간의 경쟁이, 성과급으로 인해 취업자간 경쟁이 유발되면서 시간급과 성과급의 표준임금률은 하락한다. 이렇게 시간급과 성과급으로 인해 노동자 1인당 임금이 노동력가치로부터 괴리되고 지체되는 경향을 궁핍화라고 한다.
궁핍화 경향에 대한 저항이 노동조합의 일차적 존재 근거가 된다. 궁핍화 경향에 반작용하는 역사적 요인으로서 노동조합은 노동표준의 하락과 노동자간 경쟁의 악순환을 끊고 ‘자본의 침략에 대한 노동의 저항’으로서 경제투쟁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투쟁은 임금제도라는 원인이 아니라 그 효과에 대한 투쟁일 뿐이므로 한계적이다. 마르크스는 노동조합이 일상적 요구투쟁에 매몰되어 ‘자신의 조직된 힘을 노동자계급의 최종적 해방, 즉 임금제도의 궁극적 폐지를 위한 지렛대로 이용하지 않는다면, 총체적으로 실패한다’고 경고한다.
이윤율 하락의 법칙과 자본주의의 역사
기술집약적 기계를 이용하여 노동을 절약하고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기계제대공업의 편향적 기술진보 경향을 통해 이윤율 하락의 법칙을 도출할 수 있다. 1894년 『자본』이 출간된 후 이윤율 하락의 법칙을 둘러싸고 마르크스주의 안팎에서 많은 논쟁이 벌어졌는데, 이윤율 하락의 법칙을 부정하는 입장에서부터 이윤율 저하의 원인을 과소소비에서 찾는 입장, 이윤율 저하의 원인을 임금의 상승에서 찾는 입장 등 다양한 입장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이윤율 하락의 법칙을 부정하거나, 하락의 원인을 자본주의적 생산의 외부에서 찾는 이러한 입장들은 비마르크스적이다. 그로스만과 뒤메닐, 폴리로 이어지는 마르크스적 전통은 이윤율 하락의 법칙을 자본주의의 내재적 법칙으로 해석하고 이를 토대로 자본주의의 역사를 설명하며, 자본주의의 붕괴로의 경향을 논증한다.
자본은 이윤율 하락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이윤량 증대로 극복하려고 시도한다. 그래서 이윤율이 하락하는 불황기에는 법인자본의 인수 합병을 통한 고정자본 규모의 증가가 일어난다. 이를 추동하는 것이 자본시장(증권시장, 특히 주식시장)의 활성화인데, 자본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법인자본의 관리자는 소유자에게 종속되고 주가 상승이 법인자본의 주요한 목표가 된다. 인수 합병과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통틀어 금융화라고 한다. 그러나 금융화를 통해서는 불황을 일시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뿐 이윤율 하락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금융화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다시 위기 국면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자본주의의 최종적 위기 국면이다.
이윤율 하락의 법칙을 토대로 한 자본주의의 역사 분석을 통하여 20세기 후반 세계 자본주의의 역사를 설명할 수 있다. 1930년대 대불황을 극복하며 호황기를 누린 미국 경제는 1965년 이후 이윤율의 하락을 맞이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자본의 금융화가 시작되었다. 20여 년간 진행된 금융화를 통해서 이윤율 하락이라는 구조적 위기는 일시적으로 유예되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 부작용이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7년 폭발한 서브프라임 사태는 금융화의 부작용이 전면적으로 드러나게 된 계기다. 저자는 이번 위기를 통해 자본주의의 최종적 위기 국면이 도래할 것으로 판단하며 그 시기를 2012~2013년으로 예상한다.
프롤레타리아 독재와 노동자연합
마르크스는 이윤율 하락이라는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적 법칙으로부터 자본주의에 대한 공산주의적 대안을 도출하고, 공산주의의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한 이행기로서 부르주아 독재라는 계급독재를 반전시키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제시한다.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정치적 형태로서 평의회가, 경제적 형태로서 노동자연합이 제시되는데, 노동자연합은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잉여가치가 자본에 의해 영유되는 자본주의적-사적 영유를 변혁하고 노동자연합의 개인적-사회적 영유를 재건한다. 노동자연합의 개인적-사회적 영유는 자기 노동에 기초하여 생산된 가치가 사회적으로 영유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타인 노동에 기초한 개인적 영유(자본에 의한 영유)와 구분된다. 이는 자본주의 이전의 소상품생산과도 구별되는 것인데, 자기 노동에 기초한다는 점에서는 구분되지만 소상품생산의 개인적 소유와 달리 사회적 소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연합은 소상품생산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제대공업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다.
『공산주의자 선언』에서 마르크스는 노동자연합을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이 모두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개인들의] 연합’으로 정의한다. 연합을 통해서 어떤 개인의 이익도 침해되어서는 안 되고 모든 개인의 이익이 증진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 이익은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적 소유권과 결합되는 노동력에 대한 개인적 소유권이라는 의미에서 노동권이다. 더불어 노동자가 기계의 부속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육체노동자와 지식노동자의 분할, 즉 생산직과 기술 관리직의 분할이 소멸되어야 한다. 따라서 개인적 소유에는 노동권에 더하여 지식에 대한 권리, 즉 지식권이 추가되어야 한다. 또한 가족형태 비판을 핵심으로 하는 페미니즘적 경제학 비판을 통해 도출되는 여성권도 노동권, 지식권과 결합되어야 한다.
이윤율 하락으로 인한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자본주의 붕괴와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통한 공산주의로의 이행을 자동적으로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20세기 초반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이었던 영국 자본주의의 위기와 러시아 혁명은 자본주의를 넘어서서 대안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을 마련했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이념적 실천적 혼란으로 인해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는 유럽에서의 파시즘과 2차 세계전쟁으로 이어졌고, 결국 미국에서 법인혁명과 관리자혁명을 통해 자본주의가 재건되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 미국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파산으로 다시 위기를 맞으면서 ‘사회주의냐 야만이냐’라는 한 세기 전의 물음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마르크스의 『자본』』을 읽는다면 대안세계를 위한 운동의 기반이 되는 과학과 이념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100년의 논쟁
저자인 윤소영 교수는 2009년 2월 고려대학교에서『마르크스의 ‘경제학 비판’』을 텍스트로 6일에 걸쳐 강의했는데, 이를 녹취한 것이『마르크스의『자본』』(공감, 2009)이다. 강의는 『자본』 완간 이후 100여 년 동안 축적된 연구와 논쟁의 성과를 정리하고 요약하며, 또한『자본』의 변증법과 그 한계에 대한 설명을 추가하면서『자본』의 방법론을 종합적으로 설명한다.
알튀세르는 『자본』을 사회주의 경제학으로 해석하거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사회학으로 해석하는 조류에 반대하여 마르크스의 작업을 ‘경제학 비판’으로 해석한다. 이후 발리바르는 알튀세르의 작업을 이어받아 ‘자본의 추상화와 노동의 구체성’이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이는 이윤율 하락이라는 자본주의적 축적의 법칙에 반작용하는 역사적 경향으로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제시하여 부르주아 경제학의 기반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하는, 경제학 비판의 기획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다. 또한 브뤼노프는 특수한 상품인 화폐와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데에 국가가 필수적임을 밝히면서, 케인즈주의 경제정책을 화폐와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경제적 방식이라고 비판한다. 이는 리카도주의로 대표되는 고전경제학에 대한 마르크스의 비판을 케인즈주의로 대표되는 현대경제학에 대한 비판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뒤메닐, 폴리는 이와 같은 알튀세르적 경제학 비판의 문제의식을 따라 『자본』의 해석에서 이윤율 하락의 경향을 법칙으로 재구성하고, 이런 경제법칙을 ‘이윤율의 경제학’으로 발전시켜 이윤율의 변동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의 역사를 설명한다.
그런데 『자본』을 경제학 비판으로 재구성하려는 흐름은 1929년 출간된 『자본주의 체계의 축적 및 붕괴의 법칙』을 통해 『자본』의 핵심을 이윤율 하락의 법칙이라고 주장한 그로스만의 작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윤율 하락의 법칙을 토대로 자본축적론을 붕괴론인 동시에 위기론으로 재구성하고, 그것에 대한 반작용 요인으로서 제도가 자본주의의 역사를 설명한다고 주장한 것이 그로스만이기 때문이다. 뒤메닐은 실제로 20세기 미국 자본주의를 이윤율의 변동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이윤율 하락의 법칙을 반전시키는 역사적 요인을 분석하는데, 이를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보충하는 것이 아리기의 역사적 자본주의 분석이다.
1894년 『자본』이 완간된 후 이를 둘러싼 논쟁이 시작되었는데, 저자는 역사과학으로서 경제학 비판이라는 관점에서 브뤼노프, 뒤메닐, 폴리, 아리기의 작업을 종합하여 마르크스주의 100년 논쟁을 정리한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을 몇 개의 경제법칙, 즉 가치법칙, 잉여가치법칙, 자본생산성 하락의 법칙, 이윤율 하락의 법칙으로 요약한다.
화폐와 노동력에 대한 이론
경제학 비판은 자본주의적 교환관계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출발하는데, 교환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먼저 일반적 상품에 대해 분석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적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상품의 교환과정은 화폐를 매개로 이루어지므로 자본주의적 교환관계의 핵심은 화폐라는 특수한 상품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본질은 생산관계이고 마르크스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자본순환을 분석한다. 자본순환은 가치의 증식, 즉 잉여가치의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데, 유통과정에서 가치가 증식되지는 않으므로 잉여가치의 생산은 생산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생산과정은 자본가가 자신이 구매한 노동력을 생산적으로 소비하는 과정, 즉 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이다. 이때 노동은 도구나 기계와 같은 생산수단을 이용하여 새로운 사용가치를 가지는 상품을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가 생산된다. 따라서 노동력의 본질은 가치의 생산이며, 자본가가 노동력을 구매하는데 투하된 자본, 즉 노동력의 가치보다 노동과정에서 새롭게 형성된 가치가 클 때 잉여가치의 생산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핵심은 특수한 상품인 화폐와 노동력, 그 중에서도 노동력에 대한 분석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본』은 자본에 대한 이론이 아니라 특수한 상품인 노동력에 대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력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핵심인 잉여가치의 생산이 설명되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잉여가치의 생산과정을 설명하지 않은 채 자본이 잉여가치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는 부르주아 경제학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근본적인 차이다.
자본에 의한 노동의 포섭과 궁핍화
그런데 현실에서 잉여가치의 생산은 ‘자본에 의한 노동의 포섭’을 통해서 현실화된다. 자본에 의한 노동의 포섭은 매뉴팩처의 형식적 포섭과 기계제대공업의 실질적 포섭으로 구분할 수 있다. 매뉴팩처에서는 자본가에게 고용된 숙련노동자가 비숙련노동자의 도움을 받아 분업하고 협력한다. 매뉴팩처에서는 숙련노동자가 생산과정을 주도하므로 자본은 생산과정을 구체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따라서 노동시간의 연장 혹은 임금노동자의 증가를 통해 잉여가치를 증가시키는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이 주로 이루어진다. 이를 자본에 의한 노동의 형식적 포섭이라 하는데, 이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는 존재하나 그에 적합한 생산력이 부재한 매뉴팩처의 모순을 반영한다. 그런데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적합한 생산력, 즉 기계제대공업이 출현하여 자본에 의한 노동의 실질적 포섭이 가능해진다. 공장에서는 기계가 서로 분업하고 협업하며 집단노동자는 기계의 부속물로 전락하여 기계에 의한 노동규율에 속박된다. 따라서 기계제대공업에서는 기술집약적 기계를 이용하여 노동을 절약하고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편향적 기술진보를 통해 잉여가치를 생산하는데, 이를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이라고 한다.
한편 기계제대공업은 시간급과 성과급이라는 새로운 임금지불방법을 통하여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과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을 결합한다. 시간급은 초과노동으로 노동시간을 외연적으로 연장하며 성과급은 노동강도 상승으로 노동시간을 내포적으로 연장한다. 동시에 시간급으로 인해 취업자와 실업자간의 경쟁이, 성과급으로 인해 취업자간 경쟁이 유발되면서 시간급과 성과급의 표준임금률은 하락한다. 이렇게 시간급과 성과급으로 인해 노동자 1인당 임금이 노동력가치로부터 괴리되고 지체되는 경향을 궁핍화라고 한다.
궁핍화 경향에 대한 저항이 노동조합의 일차적 존재 근거가 된다. 궁핍화 경향에 반작용하는 역사적 요인으로서 노동조합은 노동표준의 하락과 노동자간 경쟁의 악순환을 끊고 ‘자본의 침략에 대한 노동의 저항’으로서 경제투쟁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투쟁은 임금제도라는 원인이 아니라 그 효과에 대한 투쟁일 뿐이므로 한계적이다. 마르크스는 노동조합이 일상적 요구투쟁에 매몰되어 ‘자신의 조직된 힘을 노동자계급의 최종적 해방, 즉 임금제도의 궁극적 폐지를 위한 지렛대로 이용하지 않는다면, 총체적으로 실패한다’고 경고한다.
이윤율 하락의 법칙과 자본주의의 역사
기술집약적 기계를 이용하여 노동을 절약하고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기계제대공업의 편향적 기술진보 경향을 통해 이윤율 하락의 법칙을 도출할 수 있다. 1894년 『자본』이 출간된 후 이윤율 하락의 법칙을 둘러싸고 마르크스주의 안팎에서 많은 논쟁이 벌어졌는데, 이윤율 하락의 법칙을 부정하는 입장에서부터 이윤율 저하의 원인을 과소소비에서 찾는 입장, 이윤율 저하의 원인을 임금의 상승에서 찾는 입장 등 다양한 입장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이윤율 하락의 법칙을 부정하거나, 하락의 원인을 자본주의적 생산의 외부에서 찾는 이러한 입장들은 비마르크스적이다. 그로스만과 뒤메닐, 폴리로 이어지는 마르크스적 전통은 이윤율 하락의 법칙을 자본주의의 내재적 법칙으로 해석하고 이를 토대로 자본주의의 역사를 설명하며, 자본주의의 붕괴로의 경향을 논증한다.
자본은 이윤율 하락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이윤량 증대로 극복하려고 시도한다. 그래서 이윤율이 하락하는 불황기에는 법인자본의 인수 합병을 통한 고정자본 규모의 증가가 일어난다. 이를 추동하는 것이 자본시장(증권시장, 특히 주식시장)의 활성화인데, 자본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법인자본의 관리자는 소유자에게 종속되고 주가 상승이 법인자본의 주요한 목표가 된다. 인수 합병과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통틀어 금융화라고 한다. 그러나 금융화를 통해서는 불황을 일시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뿐 이윤율 하락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금융화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다시 위기 국면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자본주의의 최종적 위기 국면이다.
이윤율 하락의 법칙을 토대로 한 자본주의의 역사 분석을 통하여 20세기 후반 세계 자본주의의 역사를 설명할 수 있다. 1930년대 대불황을 극복하며 호황기를 누린 미국 경제는 1965년 이후 이윤율의 하락을 맞이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자본의 금융화가 시작되었다. 20여 년간 진행된 금융화를 통해서 이윤율 하락이라는 구조적 위기는 일시적으로 유예되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 부작용이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7년 폭발한 서브프라임 사태는 금융화의 부작용이 전면적으로 드러나게 된 계기다. 저자는 이번 위기를 통해 자본주의의 최종적 위기 국면이 도래할 것으로 판단하며 그 시기를 2012~2013년으로 예상한다.
프롤레타리아 독재와 노동자연합
마르크스는 이윤율 하락이라는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적 법칙으로부터 자본주의에 대한 공산주의적 대안을 도출하고, 공산주의의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한 이행기로서 부르주아 독재라는 계급독재를 반전시키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제시한다.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정치적 형태로서 평의회가, 경제적 형태로서 노동자연합이 제시되는데, 노동자연합은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잉여가치가 자본에 의해 영유되는 자본주의적-사적 영유를 변혁하고 노동자연합의 개인적-사회적 영유를 재건한다. 노동자연합의 개인적-사회적 영유는 자기 노동에 기초하여 생산된 가치가 사회적으로 영유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타인 노동에 기초한 개인적 영유(자본에 의한 영유)와 구분된다. 이는 자본주의 이전의 소상품생산과도 구별되는 것인데, 자기 노동에 기초한다는 점에서는 구분되지만 소상품생산의 개인적 소유와 달리 사회적 소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연합은 소상품생산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제대공업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다.
『공산주의자 선언』에서 마르크스는 노동자연합을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이 모두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개인들의] 연합’으로 정의한다. 연합을 통해서 어떤 개인의 이익도 침해되어서는 안 되고 모든 개인의 이익이 증진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 이익은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적 소유권과 결합되는 노동력에 대한 개인적 소유권이라는 의미에서 노동권이다. 더불어 노동자가 기계의 부속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육체노동자와 지식노동자의 분할, 즉 생산직과 기술 관리직의 분할이 소멸되어야 한다. 따라서 개인적 소유에는 노동권에 더하여 지식에 대한 권리, 즉 지식권이 추가되어야 한다. 또한 가족형태 비판을 핵심으로 하는 페미니즘적 경제학 비판을 통해 도출되는 여성권도 노동권, 지식권과 결합되어야 한다.
이윤율 하락으로 인한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자본주의 붕괴와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통한 공산주의로의 이행을 자동적으로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20세기 초반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이었던 영국 자본주의의 위기와 러시아 혁명은 자본주의를 넘어서서 대안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을 마련했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이념적 실천적 혼란으로 인해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는 유럽에서의 파시즘과 2차 세계전쟁으로 이어졌고, 결국 미국에서 법인혁명과 관리자혁명을 통해 자본주의가 재건되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 미국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파산으로 다시 위기를 맞으면서 ‘사회주의냐 야만이냐’라는 한 세기 전의 물음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마르크스의 『자본』』을 읽는다면 대안세계를 위한 운동의 기반이 되는 과학과 이념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