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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9.9-10.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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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투쟁과 향후 민중운동의 과제

이현대 | 공동운영위원장
정권과 자본의 적나라한 폭력의 벽에 부딪쳐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공장점거파업이 결국 사측의 정리해고를 부분 수용하는 것으로 종료되었다. 쌍용차 사측이 생산직 4천여 명 중 2,646명에 대해 정리해고 계획을 밝힌 이후 1천 7백여 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고, 마지막까지 희망퇴직을 거부한 976명과 소위 ‘산자’ 중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점거파업을 감행했다. 노사합의 결과, 8월 1일자 기준 농성참여자 686명 중 48%는 1년간의 영업직 전직과 무급순환휴직으로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나머지 52%는 희망퇴직, 분사 후 고용 등으로 직접적인 고용관계는 해지된다.
점거파업이 종료된 직후 정부 관계자들의 언급에서 보이듯 무급순환휴직/영업직 전환이 30-4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정리해고의 강력한 관철)이었고, 50%는 절대 기준선이었으니 결과적으로 정부의 입장이 관철된 것이다. 물론 투쟁이 없었다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로 쫓겨났을 것이기 때문에 48%는 투쟁의 가시적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공유하듯이 2007년 미국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제위기 하에서 중소영세사업장의 휴, 폐업과 비정규직의 해고가 확대되어 왔고 노동자들의 노사담합주의, 실리주의가 강화되는 조건에서 77일이라는 기간 동안 강력한 공장 점거파업을 통해 ‘해고는 살인이다’를 외치며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의 권리를 온몸으로 문제제기한 쌍용자동차지부의 투쟁은 그 자체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특히나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노동자운동의 주체역량이 취약한 정세 속에서 정권과 자본의 강력한 탄압에 맞서 인간한계를 넘나들며 투쟁했던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의 투쟁은 경제위기의 희생양, 임금노예이기를 거부한 공장의 실질적인 주인으로서 당당한 노동자선언이었다.
한편 쌍용자동차 투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운동의 현실을 냉혹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공권력이 공장에 진입한 이후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의 목숨을 건 처절한 투쟁이 지속되는 동안 공장 밖에서 온몸을 던져 앞장섰던 가족대책위 동지들, 금속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 다양한 사회단체 회원들, 학생들의 열정과 헌신적인 투쟁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용역깡패, 사측 직원들의 폭력의 벽에 막혀 이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수준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었던 노동자 민중운동의 무기력한 모습은 투쟁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고통과 상처를 안겨주었다.
쌍용자동차지부의 77일 간의 공장점거 파업 투쟁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정권과 자본에게나 노동자 민중운동에게나 쌍용자동차 투쟁은 사업장의 문제를 넘어서 경제위기 하에서 한계기업의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를 둘러싼 양보할 수 없는 계급투쟁이었다. 따라서 쌍용자동차 투쟁의 객관적인 의미와 운동주체들의 대응에 대해서 몇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향후 경제위기 하에서 노동자운동의 투쟁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교훈과 과제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 경제위기 하에서 초민족자본 소유기업 노동자의 노동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초민족자본에 의한 수탈과 청산

쌍용자동차 위기의 배경에는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인한 자동차 판매 감소와 세계자동차 산업의 심각한 위기가 있다. 자동차산업은 19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과잉설비상태였다. 세계적으로 자동차기업은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 속에서 신흥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현지공장 건설과 같은 방법으로 경쟁적으로 설비투자를 늘렸다. 특히 2000년대 세계적인 금융거품 속에서 자동차기업들은 금융부문을 확대하여 금융투기에 동참해왔다. 설비확장에 투자된 자본회수가 늦어지면서 자동차산업의 수익성이 하락했고,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함께 자동차 금융 위축, 자동차 시장의 축소 등으로 자동차산업은 심각한 타격에 직면했다. 쌍용자동차는 이러한 세계 자동차산업 구조에서 아주 취약한 지위를 점하고 있었는데, 투기자본이 개입하면서 경영상태가 더 악화되었고,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직면해서 아시아 최초로 부도직전에 내몰린 자동차기업이 되었다.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과 해고 사태가 벌어진 대부분의 사업장의 특징 중 하나는 초민족자본 소유의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이미 지난 4월 위니아만도는 시티벤처캐피탈의 자본 철수 위협 속에서 90여 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강행하였다. 파카한일유압은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새로운 회사를 새워 자산을 이전하며 대규모 정리해고를 감행하였다. 현재 한국에서는 약 17만 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초민족자본 소유의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2009년 2월까지 외국인 소유의 회사들의 정리해고 건수가 국내 회사의 두 배에 이른다는 조사 보고서도 있다.
제조업에서 이러한 행태는 대부분의 초민족 기업들이 제조업 사업장들을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적당히 쓰고 버릴 생산 임대 시설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업장 대부분이 1998년 이후 헐값에 매각되어 지금까지 별다른 투자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쌍용자동차와 GM대우는 이러한 점에서 전형적인 경우인데,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상하이 자동차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약속된 시설 연구 투자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물론 쌍용자동차의 기술 상당 부분도 본사로 유출하였다. 그리고 경제 위기로 더 이상의 생산 유지가 불필요해지자 바로 청산 과정으로 돌입하였다.

정부와 사측의 의도는 처음부터 노조파괴와 매각을 위한 구조조정

점거 파업이 끝나자 정부가 내뱉은 첫 마디는 투자자를 시급하게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수 대상자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1원도 지원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 정부가 내뱉은 첫 번째 대안이 바로 매각 방침인 것이다.
정부가 직접 지원하여 일정 기간 동안 고용 유지를 하겠다는 의사가 없는 한 정부의 정책은 단 하나일 수밖에 없다. 바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한 재매각이다. 정부가 산업은행 등을 통해 배후 조종하든지, 아니면 아예 매매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 등을 끌어들이든지 결과는 같다. 쌍용자동차를 상하이자동차에 판매하여 나타났던 문제점(헐값매각과 ‘먹튀’, 구조조정 그리고 재매각)을 반복하는 것이다.

초민족자본 하에서 어떻게 노동권을 보장할 것인가

이번 쌍용자동차 투쟁은 한국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크게 2가지 주요한 사회적 쟁점을 제기하고 있다. 초민족자본 소유기업에 대한 해결방안이라는 쟁점과 경제위기 하 한계기업에 대한 (정리)해고라는 쟁점이다.
첫 번째의 경우 IMF 이후 DJ/노무현정권을 거치면서 외자유치를 위한 해외매각이 강조되면서 초민족자본 소유기업(은행의 경우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외국계)이 대폭 증가했는데, 외국인에 의한 인수ㆍ합병ㆍ정리해고라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가? 혹은 자동차회사의 경우 국제하청 탈피와 소유지배구조의 변화(소유자 청산, 경영자 교체)를 통한 독자생존이 가능한가하는 점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쌍용자동차지부는 소위 ‘먹튀’ 자본인 대주주 상하이자동차의 경영상의 책임과 기술유출 및 신규투자 약속 불이행 등을 근거로 상하이자동차의 지분(51.33%) 소각을 요구했다. 또 8,800억 원 정도의 공적자금 투입과 공기업화를 요구했는데 그 근거는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2004년 쌍용자동차를 부실 매각한 산업은행과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점, △자동차 산업의 올바른 재편을 위해서 쌍용차의 회생이 필요하다는 점, △디젤 하이브리드 분야에 정부의 정책자금이 지원되었다는 점이었다. 이는 소유자인 초민족자본 청산과, 인수자가 없는 조건에서 정부에 노동자 고용과 자동차산업의 독자생존에 대한 책임을 요구한 것으로 정당한 요구를 제출한 것이다. 쌍용자동차지부는 이러한 요구를 제출했지만 8월 6일 노사합의서에 상하이자동차 지분소각을 관철시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회사는 현 상하이차의 지분에 대하여 감자 등을 통해 대폭적으로 지분을 축소하여 대주주를 변경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을 첫 번째 문항으로 포함시켰다.
쌍용자동차지부의 요구와 사회단체들의 소위 ‘먹튀 자본’에 대한 문제제기가 투쟁 초반기 사회적으로 여론화된 반면 정리해고 투쟁 국면 이후에는 거의 사회적으로 쟁점화하지 못했다. 물론 여기에는 IMF 이후 심각해진 초민족자본의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불순한 의도가 있었겠지만, 운동진영 내부적으로도 초민족자본 소유기업의 문제를 어떻게 제기하고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운동적 기획이 부재하였다. 민주노총, 특히 금속노조 사업장에서 파카한일유압, 위니아만도 등 이미 초민족자본 소유기업에서 소위 ‘먹튀’와 정리해고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묶어 사회적인 쟁점으로 투쟁전선을 확대하지 못한 한계가 존재한다. 향후 구조조정, 공적자금 투입, 기업인수 합병 등과 관련하여 초민족자본의 자본유출 및 기술유출을 저지하고, 노동권 보장, 고용보장에 유리한 내용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전사회적인 투쟁전선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의 경우 경제위기 하 한계기업의 (정리)해고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것은 비단 쌍용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조정에 직면한 상당수 금속노조 사업장의 문제다. 즉 경제위기라는 조건에서 개별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고용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 관련된 것이다. 유일한 방법은 전사회적인 수준에서 자본가의 이윤을 제한하고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 최대한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으로서는 구조조정이 합리적이고 손쉬운 해법일지 몰라도 전사회적으로 실업의 무분별한 확대는 급속한 사회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전세계적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조건에서 고용보장의 문제를 개별기업 차원에서만 접근할 경우 자본력이 취약한 기업의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쌍용자동차지부는 고용보장 방안으로 사측의 정리해고 방침에 맞서 노동시간단축과 교대제 개선을 통한 정규직-비정규직 총고용보장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쌍용차 사태의 책임은 정부에게 있으며 정리해고 등 인력감축에 반대하고 노동자 파업에 경찰병력을 투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우호적인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게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지지는 높지 않았다. 전사회적인 문제, 우리 모두의 문제로서 고용보장의 관점을 갖지 않을 경우 개별 기업에 대한 국민세금의 투입이라는데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위기라는 조건에서 광범위한 해고와 계약해지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전사회적인 차원에서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쟁점화하고 여론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고용안정특별법의 경우 고용유지지원금에 대한 개선 방안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는 한계가 있는데, 노동자 민중운동의 제도적 요구(‘한시적 해고금지특별법’)를 통해 해고 및 계약 해지 조건을 보다 엄격하게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파산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고용 승계, 초민족 자본에 대한 고용 유지 의무 등 노동자의 요구를 관철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경제위기 상황에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공히 ‘총고용보장’을 핵심적인 요구로 내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중투쟁의 경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번 쌍용자동차 투쟁 국면에서도 사업장 문제를 넘어서는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시켜 내지 못했다.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에 갇혀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해고와 비정규직 계약해지에 맞서 총고용보장을 위한 제도적 요구 마련과 사회적 쟁점 형성을 위한 정치적, 운동적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민주노총 전사업장과 산별 수준에서 총고용보장과 노동권 방어를 위한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구축하는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해고에 맞선 투쟁’이 우선인가 vs ‘사회적 안전망’이 우선인가

민중운동의 일부는 고용을 보장하고 해고를 제한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우선적으로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한 측면에서는 민중운동의 주체적 역량을 고려할 때 IMF 이후 구조조정 투쟁의 연속된 패배로 인한 구조조정/정리해고 저지 투쟁의 난관이라는 현실이 존재하고, 다른 측면에서 확장되는 비정규직/실업자에 대한 현실적 대책마련의 필요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경제위기를 구실로 한 구조조정, 정리해고가 정규직의 해고(특히 정규직 노조의 무력화)와 비정규직의 양산, 즉 노동유연화를 정권 차원의 최대 과제로 삼고 있는 이명박 정권과 자본의 의도를 고려할 때, 노동권을 방어하는 1차적인 전선을 포기하자는 말에 다름 아니다. 최저임금제의 개악이나 최저임금 인하시도, 이주노동자, 고령노동자 등 노동자 중 취약한 고리부터 노동권을 공격하고 있고, 그나마 있는 복지 예산도 삭감하여 4대강 삽질에 쏟아 붓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게 사회적 안전망류의 정책들은 극단적 노동유연화를 가리는 치장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해고를 제한하는 문제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현재 세계 경제 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장기간의 생산 감축 속에서는 해고-고용이라는 노동유연화의 순환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노동시간단축 등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역시 일자리를 나누는 기간이 단기간일 때나 통하는 것이다. 현재 약간의 경기 반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나, 아직도 숨겨진 금융 부실이 천문학적 수치로 존재하며, 금융 투기 거품으로 탄생한 21세기 초반의 수요 수준을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장기간의 경제위기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고는 곧바로 실업이며 생존권의 박탈이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쌍용차 노동자의 외침이 해고의 위협을 알리는 선전 문구만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통해 자본의 이윤을 제한해서, 정부의 재정을 투입해서 고용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 답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이미 한국의 노동유연화가 OECD 내에서도 상위 수준일 만큼 매우 높다는 점 때문에 해고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10여 년간 진행된 자본의 필사적인 노동유연화 정책은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도, 부족하게나마 존재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실업급여 등의 안전망도 무력화시킨다. 법정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으로 개정되어 실질 노동시간이 줄어들었지만 그 줄어든 시간을 채운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규직에서 1차 하청으로, 또 2, 3차 하청으로 내몰리고, 그리고 단기 계약 노동자로 내몰리면서 줄어든 임금과 악화된 노동조건을 사회적 안전망을 통해 보상받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해고를 통해 임금은 줄고 고용은 더욱 불안해 진다. 그 어떤 대안도 현재와 같은 노동유연화 수준에서는 자본의 노동 비용 절감 전략에 이용될 뿐이다.
사회적 안전망 류의 주장은 곧 바로 이번 쌍용자동차 투쟁에 대한 평가에서 ‘새로운 대안제시’ → 무급휴직 전격 요구와 사회적 안전망 재구축, 그리고 “내 고용만 유지되어야 한다거나 내가 계속 정규직이라는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함께 살기’가 아니다. 정리해고자의 고용유지만이 아니라 산자와 희망퇴직자가 함께 사는 요구에 대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지적 → 따라서 정리해고 투쟁으로만 쟁점을 축소한 공장점거 파업 보다는 거리와 지역을 중시하는 전술 운용이 필요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쌍용자동차투쟁의 평가와 과제’, 이종탁/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쌍용차 투쟁,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토론회, 2009. 8. 20). ‘새로운 대안제시’는 또 다음과 같은 ‘자구책’을 제시했다. “1) 3조 2교대 근무(주야 8/8을 5/5로 변경)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총고용 유지(임금삭감 포함), 2) 복지비용 절감 등을 통한 10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C-200신차프로젝트의 연구개발 생산을 위한 담보로 노조가 제공, 3) 비정규직 고용안정기금 12억을 노조가 출연, 4) 상하이차 소유 지분 51.33% 소각.”
이러한 주장은 여러 가지 측면의 논쟁지점을 담고 있으며 향후 노동자 민중운동의 투쟁방향을 둘러싸고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는 우려스러운 입장이다. 우선 ‘새로운 대안제시’라고 불리는 쌍용자동차지부의 입장, 소위 ‘자구책’과 관련해서는 상반된 입장이 존재한다.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 싸우는 공동투쟁본부는 1), 2), 3)번 항목은 현재 쌍용자동차 위기의 원인이 정부와 산업은행, 상하이 자본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희생과 양보를 통해 해결한다는 방안으로서 정권과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서 민주노조운동에 양보교섭을 만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 입장을 제출했다.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확인되는 바와 같이 이명박 정부의 입장은 초기부터 명확했다. 그것은 정리해고의 관철과 슬림화를 통한 매각으로서 노조가 어떤 양보를 하던 간에 이에 대한 입장은 흔들림이 없었다. 노조가 양보안을 낸다고 자본이 양보할 것이라는 발상은 냉혹한 계급투쟁의 현실을 고려할 때 순진한 발상일 뿐이다. 정권과 자본이 공격하는 핵심적인 투쟁지점에 대한 양보교섭은 민주노조운동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원칙 없는 양보는 지속적인 양보를 낳을 뿐이다. 사업장 수준에서 일정한 논리와 대안을 제시한다면 그것은 정권과 자본의 공격에 맞서 조합원 대중의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방안이어야 할 것이다.
‘무급휴직의 전격 요구와 사회적 안전망 재구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 먼저 ‘무급휴직 안’에 대해 살펴보면 이미 정권과 자본은 경제위기 하에서 ‘정규직의 구조조정/정리해고, 노조무력화를 통한 노동유연화의 관철, 슬림화를 통한 매각’이라는 일관된 기조 하에서 공세를 감행하고 있고, 정부관계자의 말처럼 무급휴직조차도 30-40% 넘기지 않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이었다. 따라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과 회생계획이 전제되지 않는 한 ‘무급휴직 안’은 사실상의 정리해고 수용과 같은 백지수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사회안전망 재구축’도 현재의 정권과 자본의 의도가 노동유연화를 통한 비용절감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리해고 관철을 위한 일회적인 조치 이외에 실질적인 사회안전망을 재구축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줄어든 임금과 악화된 노동조건을 사회 안전망을 통해 어느 정도 보상해줄 것이라면 정권과 자본의 입장에서 무리하게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강행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목숨 걸고 싸울 이유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운동의 첫 출발은 나의 고용과 임금에 대한 권리를 쟁취하는 것이며, 이를 집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나의 고용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용을 지키자는 것이 이번 쌍용자동차 투쟁의 출발이었다. 노동자의 일자리/목줄을 무기로 하여 소위 ‘산자’와 ‘죽은 자’를 갈라놓는 자본의 잔악한 공세와 부르주아 언론의 공세 속에서 정리해고자들의 투쟁이 자기들만 살겠다는 것으로 매도되었다. 그러나 정리해고자들은 1차적으로 자신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 싸우면서도 경제위기와 경영실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부당한 현실에 맞서 투쟁한 것이다. 모두가 살 수 있는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주장이지만, 그것은 당위로서 주장한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당장 생존의 위협에 내몰린 노동자가 투쟁할 수밖에 없으며, 가장 큰 투쟁동력을 형성한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주체적 조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쌍용자동차지부가 선택한 공장점거 파업은 따라서 스스로의 고용과 생존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하고도 적절한 선택이었다. 정치적 상징을 위해 서울지역에서 거점을 잡고 투쟁했다면 강력한 투쟁동력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었을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역으로 노동자 민중운동의 주체적 역량이 크고 민중운동진영이 사회적으로 큰 세력으로 굳건히 존재했다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처절한 투쟁을 전개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기업의 소유형태(소유 지배구조)를 둘러싼 쟁점

공개적인 쟁점으로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쌍용자동차 투쟁을 계기로 기업의 소유형태(소유지배구조)를 둘러싼 쟁점이 제기되었다. 이 쟁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은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하는데, 첫째는 투쟁의 주체인 쌍용자동차지부가 이미 ‘상하이자동차 지분 51.33% 소각, 공기업화’라는 기업의 소유형태에 대해서 입장을 명확히 제시한 상황에서 투쟁주체의 입장을 존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쌍용자동차 투쟁이 ‘정리해고 관철, 매각을 전제로 한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정부의 확고한 입장의 벽에 부딪쳐 ‘공적자금투입’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소유형태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중운동진영, 특히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 싸우는 공투본’ 내부적으로는 이를 둘러싼 논쟁이 첨예하게 진행되었다. 우선 경제위기 하에서 한계기업(파산기업)에 대해 국가가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기조에서 ‘공적자금투입’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크게 1) ‘국유화’, ‘공기업화’ 등 구체적인 소유형태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는 입장과 2) 자본주의 경제위기 하에서 특정한 기업의 소유형태가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공적자금투입을 통한 고용보장/국가책임’을 중심으로 제기하자는 입장이다.
첫 번째 입장의 경우 ‘공황기 초입에서 개별 자본이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유화(공기업화) 요구는 △개별 자본이 책임지지 못하는 자금을 국가가 조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며 △개별 자본과 해당 기업 노동자들만의 문제인 것으로 치부되는 부도 기업 고용문제에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공황기에 한 사업장의 경제투쟁도 대정부 투쟁으로 발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모순과 노동자권력의 필요성을 자각하는 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적인 주장이다. 물론 이 입장의 경우에도 국유화를 전면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입장과 현 정세에서 국유화, 공기업화를 동일한 대안으로 바라보는 입장차이가 존재한다.
두 번째 입장의 경우 ‘공황기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구조조정을 전제로 자본주의적인 국유화 조치가 진행되고 공기업조차 구조조정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고려할 때, △노동자권력을 통한 사회변혁이라는 정세와 결합되지 않은 채 국유화(공기업화)와 같은 소유형태를 강조하는 것은 자본주의 위기 하에서도 국유기업(공기업)이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책임질 수 있다는, 국가에 대한 일정한 환상을 유포할 수 있으며 △소유형태가 국가(국유화 혹은 공기업화)든 자본(개별자본에 매각)이든 고용과 임금, 단체협상을 승계하고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을 중심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정권과 자본에 맞서 투쟁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존과 고용을 보장하지 못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폭로하고 노동자권력 쟁취라는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세 속에서 기업의 소유형태를 둘러싼 논쟁은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로 인해 노동자 민중의 저항이 분출하고 노동자통제로 나아가는 교두보로서 전사회적 차원의 ‘국유화’ 조치와는 질을 달리하는 문제라고 판단한다. 현 정세의 핵심적인 쟁점은 자본주의 대불황기 초입에서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둘러싼 쟁점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초민족자본 소유기업에서 노동자들의 노동권/고용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위의 논쟁에서 후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개별 사업장의 과제를 구체화시켜야 한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공적자금투입을 통한 고용보장’, ‘먹튀 자본을 끊어내기 위한 대주주 상하이자본 지분 소각’이라는 요구를 구체화했다. 사실 쌍용자동차지부의 요구인 ‘공적자금투입과 상하이차 지분소각‘은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산업은행의 채권에 대한 출자전환과 추가 자본투입을 통한 산업은행 소유(정부 소유)를 요구한 것이다. (참고로 일부에서는 국유화 주장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데, 현재 법적, 경제적 상식 속에서도 산업은행이 출자전환과 추가 자본투입을 결정하면, 기존 주주들의 주식 지분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상하이차는 대주주 자격을 잃는다. 공적자급투입 자체가 국유화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가 매각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다시 말하면 소유형태 이전에 정부의 쌍용차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이 문제였던 것이다. 다운사이징을 통한 재매각이라는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이 변하지 않는 이상 소유 형태는 부차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국유화만이 특별한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또는 민간자본 참여를 허용하되 정부 및 지자체, 시민사회의 지분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회적 기업이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현재 정세 속에서 문제해결의 맥락을 잘못 짚은 것이다. 1970년대 국유화되었지만 대처 정부 하에서 매각에 재매각을 거쳐 만신창이가 된 영국의 자동차 회사 로버그룹이 대표적 예라 할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운동이 소유형태 이전에 정부의 쌍용자동차 재매각을 위한 대규모 정리해고와 해외매각의 문제점(상하이자동차의 자본, 기술 유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정부의 대책을 요구한 것은 너무나 정당했다. 문제는 이 쟁점들을 유능하게 전사회적으로 유의미하게 조직하지 못한 노동자운동 민중운동의 주체적 역량의 한계였을 뿐이다. 현 시점에서 쌍용자동차 매각에 대한 대응은 먹튀자본/해외매각 반대, 노동자 고용보장을 중심으로 우리의 요구를 집중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취약해진 현장역량, 운동역량의 혁신과 재건이 관건이다

이번 쌍용자동차 투쟁을 통해서 우리의 운동역량이 확연히 드러났다. 많은 조합원들과 사회단체 회원들, 학생들이 헌신적으로 연대했으나 민주노총/금속노조 차원에서 자기 사업장의 이해, 자기 산별의 이해를 넘어서 단호하고 강력한 연대투쟁을 벌여내지 못했다. 범국민대회, 노동자대회를 포함하여 최대 결집인원이 5천명을 넘지 못했을 뿐더러 무엇보다 집회대오의 전술운영이 너무도 무기력했다. 이는 상당기간 동안 제대로 투쟁하지 못했던 노동자 민중운동의 역량의 반증이겠으나,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 주요 대중조직이 현장투쟁 전술운영에 있어서 많은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경향의 정치세력 및 현장조직들의 역량과 한계도 고스란히 드러나 경찰의 폭력과 무법 앞에 최소한의 방어와 전술운영을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산별노조로서 금속노조의 무기력함이다. 특히 절실했던 완성사지부들의 연대투쟁이 너무도 미약했다. 물론 많은 현장활동가들이 쌍용자동차 투쟁 초기부터 평택 공장으로 달려와 조합원들과 함께 했고, 자신의 공장에서 쌍용자동차 투쟁의 의미를 알리고 동참을 호소하는 출근투쟁, 선전전을 진행하였다. 현대자동차에서는 쌍용자동차 투쟁에 연대를 호소하며 5천여 조합원의 지지서명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부 현장활동가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지부는 지도부가 사퇴하면서 연대투쟁의 책임을 방기했고, 쌍용차 공권력 투입시 잔업을 거부하자는 제안조차 아깝게 부결되었다. GM대우자동차지부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처절한 투쟁을 하고 있는 시기에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켜 버렸다.
이번 쌍용자동차 투쟁을 통해서도 확인한 바와 같이 현장 조합원들을 조직화하기 위해서도 먼저 결의한 활동가들의 연대와 토론, 헌신적인 실천이 절실하다. 현장을 강화하는데 왕도는 없을 것이다. 활동가들로부터 자기 사업장의 조합원들과 긴밀히 결합하여 일상적인 정치활동을 강화하고, 자기 사업장을 넘어 지역적인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치열한 논쟁과 합의된 내용에 대한 실천기풍을 강화하여 사업장 차원에서나 지역 차원에서나 의미 있는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현장의 강화, 활동가 재생산의 토대를 바탕으로 원칙 있고 건강한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누가 집행부를 해도 똑같다는 식의 패배주의적인 사고를 일소하고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의 시기에 기존 집행부의 오류를 냉철히 평가하고 원칙 있게 투쟁하는 지도부를 선출하고 함께 투쟁하는 기풍을 형성해야 한다.

민중운동의 연대투쟁조직, 재정비가 시급하다

소위 자민통 진영에서 전국민중연대와 민중운동 내부의 충분한 동의와 합력 없이 2007년 진보진영의 총단결체를 표방한 한국진보연대(준)를 출범시키면서부터 민중운동 내부의 갈등과 불신이 증폭되어 왔다. 이런 이유로 서울,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현재까지 지역진보연대 구성이 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신뢰 있게 진행되던 지역연대체가 갈등을 빚으며 해산하기도 했다. 2008년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를 중심으로 시민운동과의 연대를 추진하면서 민주노총 대부분의 연대사업에서 좌파/현장파는 체계적으로 배제되었다. 한편으로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때마다 한국진보연대 가입을 둘러싼 갈등으로 거듭되는 파행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9년 들어 ‘메이데이 조직위원회’와 민중진영의 공동투쟁을 위한 한시적인 공동투쟁체로서 ‘노동탄압분쇄, 민중생존권, 민주주의 쟁취 공동행동’ 등을 통해 민중운동진영의 공동투쟁을 위한 형식적인 노력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중심으로 한 연대사업 방향, 최근 반MB 기조 하에서 민주당과의 연대강화라는 사업방향으로 인해 지속적인 갈등이 있어왔다. ‘공동행동’의 경우, 민주노총-한국진보연대-참여연대-민주당과의 창구 역할을 못 넘어서고 있는 민생민주국민회의를 중심으로 하면서 ‘공동행동’ 자체는 부차적으로 운영하다보니 사실상 활동이 중단된 상황이다.
자동차 범대위의 경우도 당초 금속에서 4월 말에 제안됐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과의 사전논의와 조율과정이 길어지면서 6월 초에야 결성되었다. ‘공투본’ 및 좌파 단위들은 범대위의 명칭과 활동방향 등과 관련하여 충분한 토론과 합의의 과정 없이 뒤늦게 논의에 참여하면서 자동차 범대위 가입과 활동에 소극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민중운동진영의 연대운동 질서의 문제점은 민주노총의 쌍용자동차 투쟁 및 총고용보장 관련한 기획과 방침의 부재와 맞물려 전선을 전국화하는 데 결정적인 한계로 작용했다. 일정한 갈등과 이견에도 불구하고 투쟁의 현장이었던 평택을 중심으로 경기쌍차공투본, 평택시민대책위, 경기도민대책위 등이 구성되어 활발히 활동했던 반면, 또 다른 투쟁의 중심이 되었어야 하는 서울지역의 경우 7월 10일을 전후하여 서울지대위를 구성하여 주 1회 집회와 선전활동을 진행하는 정도의 활동 이상을 전개하지 못했다.
향후 민주노총의 한국진보연대 가입시도가 불모의 논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은 명확하며, 이 때문에 민주노총은 민중운동진영의 연대운동과 관련해 일정한 재편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연대투쟁체를 구성함에 있어서 명확한 반신자유주의 기조 속에서 대중적 투쟁동력을 형성하고 노동자 민중운동의 단결을 강화하는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내년 지자체 선거 등을 염두에 두고 반MB 기조만을 강조하면서 시민운동, 민주당과의 연대를 중심으로 사고하게 되면 또 다시 노동자 민중운동의 단결을 확대하기 보다 갈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자동차 범대위도 향후 벌어지는 구조조정과 노동탄압에 맞서 좀 더 광범위한 투쟁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활동방향과 참가단체의 구성에 있어서 일정한 확대와 재편이 필요할 것이다.

착취, 억압, 차별이 없는 세상을 위하여

“쌍용자동차 지부는 점거 파업투쟁 77일 동안 목숨을 걸고 투쟁했지만, 힘이 부족해 정리해고를 끝장내지 못했습니다. 강고한 투쟁을 이어왔기에,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와 쌍용자동차 자본의 사람 죽이는 정리해고의 벽을 넘지 못하고 투쟁을 마무리하게 되어 더욱 그렇습니다. 전국의 연대 동지들에게 당부 드립니다. 남겨지고 부족한 몫은 채워주시길 바랍니다. 이후 쌍용자동차 지부의 투쟁이 역사적으로 어떠한 평가를 받을지 모르지만, ‘함께 살기’ 위한 길을 만들어 내는데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땅, 그 어느 곳에서도 죽음의 행진을 만드는 정리해고는 반드시 없어져야 합니다.”
(2009년 8월 6일 한상균 지부장 담화문 中)

쌍용자동차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한상균 지부장이 8월 13일부터 구속자 최소화 등 노사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하며 옥중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 8월 20일 허위자백을 요구하는 경찰의 강압수사로 인해 한 조합원이 동지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기도하는 참담한 사건이 발생했다. 공장점거는 종료되었으나 경찰의 무차별 구속과 재소환 대응, 쌍용자동차의 졸속매각 대응과 구속자/부상자 지원 및 향후 투쟁 대오에 대한 생계 대책, 사측의 현장통제 강화와 금속노조/민주노총 탈퇴 공작에 맞선 민주노조 사수 등 투쟁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쌍용자동차지부가 민주노조로서 향후 투쟁을 굳건히 이어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함께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식시장의 반등과 경제지표의 개선상황을 보며 경제위기가 끝났거나 곧 끝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한국경제가 작년 4/4분기 경제상황이 워낙 나빴던 탓에 발생하는 기저효과, 환율상승 등으로 인한 수출감소 축소, 정부소비 증대와 건설투자 증가 등으로 일정한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수출입 의존도가 막대한 한국경제의 경제구조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의 직접적인 영향 하에 놓여있다. 재정적자 급증, 미국의 소비자를 대체할 새로운 유효수요 창출의 어려움, 금융의 무기력, 자본생산성 증대의 지지부진 등으로 인해 세계경제는 한동안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1930년대 대불황 당시의 미국경제와 같이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단언하기 쉽지 않지만, 현재 미국에서 더블 딥(이중침체, 논자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1929년 이후 대불황의 전개과정, 특히 1932년의 일시 회복이 1933년 초에 은행위기의 폭발로 귀결되었다는 사실에 주목. 2009년 말에 일시 회복된 다음 2010년 말이나 2011년 말에 은행위기가 폭발할 수 있다는 것) 논쟁이 한창인 것처럼, 세계경제 상황은 전혀 낙관적이지 않다. 세계경제의 취약지역에서 추가적으로 경제가 붕괴하고, 노동의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침체가 장기화되면 노동자 민중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다.
지난 8월 24일 금호타이어는 733명 정리해고 명단을 지회에 통보했다. 경제위기에 따른 사업장의 구조조정이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다. 정권과 자본의 지속되는 공격에 임금노예로서 연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양보하고 후퇴할 것인지, 전쟁과 야만, 폭력으로 점철된 자본주의 체제위기의 나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를 확대하여 새로운 세상을 여는 사회적 힘으로 성장할 것인지, 노동자 민중들이 스스로 결단하고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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