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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9.11-12. 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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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단속추방과 범죄자화에 맞서자

정영섭 | 서울경인이주노조 사무차장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전쟁

이명박 정부의 이주노동자 ‘집중단속’이 시작되었다. 집중단속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노동부, 경찰, 해경이 합동으로 강도 높은 단속을 실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집중단속은 보통 10월~12월에 실시하는데, 최근에는 이미 한 해 내내 집중단속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단속이 심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존재를 부정당하는 이들이다. 현실에서 약 18만여 명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정부는 ‘출입국 질서 유지’라는 미명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마치 인간사냥하듯이 강제로 잡아서 추방을 한다. 그 과정에서 절차적인 규정조차 지켜지지 않는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 대통령이 나서서 “불법체류자가 활개를 치고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 는 등의 반인권적인 발언을 하면서 대대적인 폭력적 강제단속이 이어졌다. 법무부는 올해 확정한 ‘1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서 2012년까지 미등록 체류자 비율을 총 이주민의 10% 선으로 낮추겠다는 목표까지 제시하면서 각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단속 할당량까지 부과하고 법무부, 노동부, 경찰, 해경이 공조하는 정부합동단속을 상하반기에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그야말로 씨말리기 작전에 들어갔다. 그러한 결정판이 작년 11월에 마석지역에서 자행되었던 토끼몰이식 대규모 단속이었다.
도로 앞뒤를 경찰이 막고 단속반원들이 공장과 주택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한꺼번에 130여 명을 단속했고 그 과정에서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든지 폭력을 행사한다든지 여성이 길가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게 한다든지 무수한 인권침해를 저질렀다. 크게 다쳐서 입원 치료를 받은 이들만도 10여 명에 이르렀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 해에 2만 명 정도를 단속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2008년에 3만여 명을 강제추방했다. 2009년에도 9월 말 현재 강제출국된 이들이 벌써 2만 2천 명에 달한다. 출입국의 임시보호시설, 외국인 보호소는 이미 포화상태고 수용인원을 초과해서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9년 4월에는 대전 지역에서 식당에서 일하는 중국 이주여성 노동자를 강제단속하면서 머리채를 잡아채고 길거리에 질질 끌고 가서 단속차량 안에 수갑을 채우고서도 목울대를 가격하는 영상이 그대로 방영되어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역시 4월에 수원 지동에서 벌어진 단속 과정에서 중국 이주노동자 심모씨가 옹벽에서 떨어져 두개골이 함몰되는 중상을 입어 아직도 치료 중에 있다. 수원 출입국에서는 아무런 사과나 보상도 없었다. 7월에는 안산 원곡동에서 역시 수원 출입국이 강제단속을 벌이면서 주택에 무단으로 들어가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중국 이주노동자를 수갑을 채워 잡았고 그 과정에서 폭력으로 발목이 부러지는 피해를 입었다.
6월에는 안산 시화공단에서 퇴근버스를 가로막고 통째로 수십 명을 단속하고, 단속되지 않은 같은 회사의 다른 노동자들이 사는 동네까지 추적하여 아침 출근시간에 단속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심지어 “분리수거 쓰레기 밖에 내 놓으라”며 거짓말을 해서 문을 열게 하여 집 안에 들어가 단속하는 사건도 있었다.
10월 들어 집중단속이 시작되자 반인권적 단속 사례도 크게 늘어났다. 10월 7일에는 이주노조 조합원들이 회사 측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고에 의해 집 앞에서 9명이나 단속되었고, 8일에는 ‘스탑 크랙다운 밴드’ 리더이자 이주노동자의 방송(MWTV) 활동가 미누 씨까지 ‘표적단속’ 되었다. 15일에는 단속반원이 동대문 지역의 식당 안까지 무단침입하여 이주노동자를 단속하였고 18일에는 오산, 화성, 발안 등에서 100여 명 넘게 단속하였다.
부산경남지역의 사례는 더 심각하다. 9월 21일 김해 지역 단속에서 중국 이주노동자는 단속반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칼로 손목에 자해까지 했지만 여수보호소에 수감되었고, 9월 30일에는 살인사건의 목격자로 부산 남부경찰서에서 조사받던 노동자가 출입국으로 넘겨졌다. 10월 7일에는 김해 단속 과정에서 중국 이주노동자가 발가락 3개에 골절상을 입었고 12일에는 역시 중국 이주노동자 한 명이 추락하여 뼈가 부러지는 사건이 있었다. 13일에는 김해 단속 과정에서 단속반이 베트남 출신 등록 체류자까지 연행하자 한국인 노동자와 베트남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단속반원들과 대치하면서 저항했고 이후 출입국은 베트남 노동자들을 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아무런 절차도 인권도 없는, 그 자체가 불법인 강제단속인 것이다.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강제단속에 대해 무수한 비판이 일자 법무부는 6월 15일부터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이라는 명칭의 훈령을 시행했는데 여전히 법원의 영장을 필요로 하는 영장 제도 도입은 외면하고 있으며 기존의 위법적 단속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범죄자로 보는 것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이런 폭력을 막을 수 있다. 단속 할당량을 채우기 위한 강제단속은 필연적으로 인간을 잡아들여야 할 대상으로 보게 만들고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부정하는 결과를 낳으므로, “절차를 준수하라”거나 “단속과정에서 인권을 지켜라”라는 것으로는 이러한 단속의 야만과 폭력을 제거하기 어렵다. 결국은 무조건 잡아다 가두고 강제출국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면적인 합법화를 실시하는 것만이 폭력의 악순환을 제거할 것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범죄자화

한편 정부는 집중단속과 더불어 ‘외국인 범죄’에 대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나섰다. 언론에서는 외국인 범죄가 지난 5년간 2배 넘게 늘었다면서(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2004년 9,103건에서 2008년 20,623건으로 증가) 대책을 촉구했고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연일 외국인 범죄가 심각하다는 얘기를 선정적으로 하면서 정부를 질타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때맞춰 기획보도를 하면서 외국인 범죄조직이 14개국 65개에 이른다면서 외국인들이 엄청난 범죄를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것처럼 반외국인 정서를 조장했다. 그러자 지난 10월 15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외국인 범죄가 날로 커져간다면서 이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법무부, 경찰, 검찰, 국정원, 노동부 등 7~8개 부처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각 지역 경찰청별로 외국인범죄전담본부까지 구성하기로 하였다(서울과 경기는 이미 구성되어 있다). 이 틈을 타서 법무부는 외국인지문날인 부활 입장을 밝혔다. 즉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하여 모든 외국인 입국 시 두 손가락 지문을 날인하게 하고, 90일 이상 장기 체류자들에 대해서는 열손가락 지문을 날인케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조직들은 실체가 불분명하다. 경찰 내부에서도 논란이 분분한 현실이다. 대부분 이러한 주장은 추측이며 정확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경찰백서에 따르더라도 한국인 1백 명 당 범죄율은 4.1명이고 외국인 거주자 범죄율은 1백 명 당 3.9명으로 더 낮으며 2008년 전체 범죄건수 중 외국인 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은 1.65퍼센트에 불과하다. 한국사회 이주민 인구가 전체의 약 2%라고 할 때 이 비율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이주민 전체를 위험집단, 범죄집단으로 매도해서 이들에 대한 강압적 통제를 손쉽게 하고, 한국 시민들의 불안감을 조장함으로써 경제ㆍ사회적 정책 실패를 가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 단속추방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약화시키고 외국인 지문날인까지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려는 속셈이다. 한마디로 이주민에 대한 마녀사냥을 통해 다양한 부수효과를 노리는 극히 인종차별적인 행태이다.
오히려 이주민들은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 범죄를 당하더라도 한국어를 잘 모르고 신고절차를 잘 몰라서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미등록 체류자들의 경우 범죄를 신고하면 경찰이 출입국관리소로 넘기는 사례도 많아서 아예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실체도 모호한 외국인 범죄조직 소탕만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이러한 범죄피해 구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주민들의 현실부터 개선해야 할 것 아닌가.

조화로운 공존을 위하여

인구 통계 예상치에 따르면 2050년 경이 되면 이주민 인구가 전체의 10%가 되고, 2020년 경에는 아동인구의 5분의 1이 결혼이주민의 자녀들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세계화된 세상에서 이주는 빠르게 증가하고 그에 따라 사회의 구성도 상상외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더욱이 대다수 이주민들은 한국사회의 하층계급으로 편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조화와 공존 지향의 정책이 아니라 지금처럼 배제 아니면 동화 정책이 지속된다면 10년 뒤, 20년 뒤에 한국 사회에서 서구 사회처럼 ‘인종 폭동’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이민정책이 가장 폐쇄적인 일본에서도 노동이민을 받아들이고 사회통합 정책을 강화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데, 한국 사회는 언제까지 단기 순환 노동인력 수입제도, 이주노동자 착취와 차별,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폭력적 강제 단속추방, 단순 노동인력에 대해 영주권과 시민권 배제만 되뇌고 있을 것인가?
이주노동자운동에서 지난 십여 년 간 줄기차게 주장해 온 것처럼, 단속추방 중단과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전면 합법화, 노동비자 제도 도입을 통한 노동권 보장, 장기 노동이민 허용과 시민권 부여, 교육 의료 사회서비스에서 차별철폐에 대한 비전을 이제는 전 사회적으로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비전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자운동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노동자운동은 가장 시급한 문제인 폭력적 단속추방을 저지하는 투쟁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 노동자의 가장 큰 힘은 단결에서 나온다는 고전적 진리를 떠올려도 그렇거니와 현실에서도 점점 늘어가는 이주노동자와 단결하지 않고서는 경쟁과 분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또한 노동자 국제주의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국경과 민족의 분할선을 넘어서 자본과 지배세력에 대해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일차적으로 이주노동자와 연대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이주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파악하고 그 어려움과 고통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와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차원에서 공대위가 구성되어 활동하는 곳(서울, 인천, 경기, 대구, 부산경남, 대전충청)이 많으므로 이를 중심으로 연대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내국인 조합원들에 대한 교육과 인식개선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사업장에 민주노총 단위 노조가 있는 경우에는 사업장 내 이주노동자 권리를 옹호하고 단속추방에 함께 맞서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주노동자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는 흐름 또한 확산시킬 수 있다. ‘불법’인 사람은 없다!(No One is Illeg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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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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