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과의 대담
신임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과의 대담
대담자: 박하순 | 공동운영위원장, 한지원 | 노동위원
정리: 한지원 | 노동위원, 이재영 | 노동위원
일시 및 장소: 2009년 10월 23일, 금속노조 위원장실
최근 금속노조를 둘러싼 내외적 조건이 매우 악화되고 있다. 쌍용차 투쟁에서 금속노조가 기대만큼의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면서 15만 금속노조에 대한 실망이 확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업지부 해소를 둘러싸고 현대차 지부가 조합비 납부를 지연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금속노조는 지금까지 조합원 수에서만이 아니라 노동조합 기풍, 선도적 투쟁 등에서도 민주노총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금속노조의 위기는 단지 금속노조의 위기일 뿐만 아니라 한국 노동자운동의 위기이기도 하다.
사회진보연대는 지난 10월, 금속노조의 6기 위원장으로 당선된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박하순 사회진보연대 공동운영위원장과 한지원 노동위원이 산별 건설,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 정리해고 저지 투쟁 등 현 시기 금속 노동자운동의 여러 쟁점에 대해 박유기 위원장과 1시간 반가량 인터뷰를 가졌다. 박유기 위원장은 산별 건설의 시급한 과제로 조직 체계의 재정비를,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 문제에 관해서는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현실적 접근을 강조하였다. 정리해고 저지 투쟁의 경우 총연맹, 산별, 단위 사업장 차원의 체계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쟁점에 관한 사회진보연대의 입장은 본지의 “15만 금속노조 3년, 평가와 제언”을 참조하길 바란다.
사회진보연대: 금속노조 위원장으로 당선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금속노조가 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위원장이 되셔서 어깨가 무거우시겠습니다. 조직 외적으로는 당면 구조조정 저지 투쟁, 정부의 복수노조허용과 전임자임금지급금지 등 노동조합 관계법 시행 건이 당장 존재하고, 조직 내적으로는 기업지부의 지역지부 편제와 중앙교섭 전략을 둘러싼 이견이 존재하고 있는데요.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해 보면 위원장께서 올해, 혹은 임기 내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박유기 위원장(이하 위원장):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금속노조 내부 조직체계와 운영체계, 교섭체계, 이런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문제를 재조정하고 바로잡는 것입니다. 이게 지금 가장 고민스러운 것입니다. 현재 금속노조가 아시다시피 규약이 안 지켜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규약에 의해 제재가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 문제를 빨리 해결을 해야 하는데, 과제는 시급하지만 실을 바늘허리에 매 쓸 수 없듯이 어려운 조건입니다. 밖의 투쟁보다는 금속노조 내부의 일을 정리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사회진보연대: 아무래도 가장 핵심적인 것이 기업지부를 지역지부로 편제하는 것이겠지요?
위원장: 그렇지요. 조직체계를 빨리 정리해야 하는데 현재 [금속노조의 골간인 지역지부] 선거도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1차적으로 11월 23일 대의원대회가 있는데 그 때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이냐를 결정할 것입니다. 조직체계가 움직이면 예산배정도 움직이기 때문에 이것은 또 어떻게 가야 하는지 원칙적인 방향을 11월 23일에 정리해야겠다는 것입니다.
사회진보연대: 현재 조합비는 모두 산별노조 중앙으로 보내지요?
위원장: 조합비는 전부 본조로 입금되고 있습니다.
사회진보연대: 현대차지부와 일전에 문제가 있었죠?
위원장: 현자지부에서는 얼마 전 신임 지부장이 당선되었는데요, 그것은 제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규약과 현실이 안 맞고 있는 것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원래 2006년도 12월 21일 통합대의원대회 결정방침은 2009년 10월 기업지부가 해소되고 지역지부로 전환하기로 되어 있어서 당연히 그것에 따라서 조합비도 변동시켜서 2009년 10월 1일부터는 지역에 있는 기업지부 내 사업장 지회는 조합비의 40%를 교부받는 것으로 합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기업지부 해소가 안 된 겁니다. 그러니까 이 예산배정을 적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는데, 현자지부에서는 기업지부가 해소 안 된 상황에서 그 예산배정대로 [기업지부가 받는 54%가 아닌] 40%만 되면 지부운영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입금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문제가 있었는데 그건 정리가 되어서 입금은 다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사회진보연대: 앞으로도 계속 입금을 하기로 했습니까?
위원장: 지금 현재 조건에서 제 입장은, 어제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현재 조직체계가 변경되지 않았는데 조합비만 배정비율을 변경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조합비는 조직체계 변동과 연동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별개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라는 입장입니다. 우선 이러한 문제로 인해 가예산도 2개월만 편성했기 때문에 그 안에서는 거의 변동이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안
사회진보연대: 결국은 산별노조를 안착화하자는 것인데, 즉 산별노조 안에서 노동자들의 단결을 꾀하자는 게 핵심인데 노동자 내부의 계급적 단결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지부 재편 말고 다른 과제들이 있을 텐데요. 예를 들면 대사업장 노동자들과 중소사업장 노동자들 사이의 단결,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단결, 노조 내 정파들 간에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흔쾌히 같이 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 금속을 넘어서 민주노총 안에서 제 노조들이 단결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간다면 노동자민중운동의 단결 등도 위원장으로서 염두에 두셔야 할 텐데요. 관련해서 먼저 완성사나 중소사업장 노동자들 사이의 단결이나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과 관련하여 어떤 방책이 있는지,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위해서 어떤 요구, 투쟁, 조직형식의 재편이 필요할까요? 일단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과 관련해서 얘기를 해 볼까요?
위원장: 비정규직 문제를 보면 조직화 방안, 차별 철폐 방안, 정규직화 방안이라는 세 과제가 있는데, 우리는 이 과제를 다 알지요. 당연히 맞는 말인데 현실에서는 잘 안됩니다. 총연맹도 50억 원을 모금해서 전략조직화 사업을 한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크게 나타지 않았습니다. 우리 금속도 마찬가지로 미조직비정규실이 따로 있지만, 실질적으로 조직하고 그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 처절하게 싸우고 깨지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타상용차와 같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해서 차별을 해소하고 정규직화 해나가는 모범적인 사례들이 있습니다, 경주지부 사례도 있지요.
비정규직 사업문제는 당위성만 떠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 지금의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왜 이렇게 발생이 되고, 왜 이들이 조직되지 않는지, 우리가 사업하는 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를 다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실태조사 역시 현실적으로 해봐야 합니다. 금속노조의 경우 일차적으로는 사내하청이 조직화 대상인데, 현대자동차에 있을 때 저도 2001년부터 비정규직 대중강연 등 조직화 사업에 관여했습니다만, 현재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는 조직 확대가 정체되어 있고, 전망 또한 그리 좋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회사는 예전에는 100~200명 규모의 하청업체를 운영하다가 지금은 쪼개고 쪼개서 이 하청업체를 20~30명씩 나누어 버립니다. 그러면 업체의 관리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비정규직 채용 과정을 보면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서, 인맥을 통해서 다 들어옵니다. 업체장이나 업체관리자들의 친인척관계 또는 정규직 관리직들의 친인척관계 등에 의해서 얽혀서 들어옵니다. 이들은 자신을 소개한 인맥관계를 통해 관리되기 때문에 조직이 안 됩니다. 이 친구들은 아무리 조직하려 해도 조직이 안 됩니다. 그리고 지금 계약자체가 30일, 3개월 식으로 초단기 계약이 되는데, 이들이 3개월 뒤에 어디를 갈지 모르는 거지요. 그런 상황 때문에 조직이 안 되고 있고, 조직이 안 되니까 노동조합 지부나 비정규직 지회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많은데 조합원으로 포괄되어 있는 사람은 소수다 보니까 전체 비정규직 사업이 힘 있게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사1조직 문제도 비정규직과 정규직과의 단결을 위해 끊임없이 사업배치를 하고, 공동 사업을 하고 논의를 하고 토론을 해야 하는데 서로가 그런 과정들을 제대로 거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계속 부딪히면서 비정규직 활동가들과 정규직 간부들 사이에 불신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볼 때는 당위적으로 당연히 연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정규직 너희들은 입만 열면 비정규직 조직을 해야 하고 차별철폐를 해야 하고 늘 떠들면서 왜 정작 우리가 비정규직 집회하는 데 너희는 안 오냐 이런 식으로 쳐다보는 것이지요. 말만 있고 행동은 없는 것이 비정규직 사업의 현재 상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까지의 비정규직 사업이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짚어봐야 하고, 비정규직의 처지와 실태를, 사내협력업체 비정규직을 어떻게 분석하고 이분들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따로 세울 것인가 계획이 서야 합니다. 이런 일은 한 두 사람의 노력으로 되지는 않을 거라 봅니다. 그래서 당사자들과의 직접적인 면담이나 간담회를 통해서 조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경우, 사내 1사 1조직을 추진해야 할 기업 내에 있는 정규직 비정규직 노조간부들이 해야 할 역할이 많습니다.
그 이외에도, 우리 금속조합원들도 연령이 높아지는데, 그러면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기를 민주노총의 가장 큰 문제가 대공장 정규직 노조다 보니까 사회연대나 비정규직 연대가 잘 안 된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데요, 결국은 우리 현자 조합원들의 고충도 갈수록 늘어갑니다. 그것이 무엇이냐면 자기 아이들의 취업과 관련한 것입니다. 지금 현재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 와서 집에서 빈둥거리거나 나가서 직장을 구한다고 구하는 것이 전부 비정규직이라는 것이지요. 이런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 하면 이후 자녀 교육문제, 사교육문제를 넘어서는 비정규직 문제라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비정규직 문제는 지금이라도 다시 점검하고 전략을 따로 수립해야 합니다. 당위성만 가지고 덤벼서는 안 됩니다.
사회진보연대: 비정규직철폐나 완전한 정규직화 같은 당위적인 요구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단결이나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서 약간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이 있는지요? 적절한 수준의 요구로 보완되어야 한다는 것인가요?
위원장: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원칙은 맞지요. 거기에 접근하기 위해 정규직 조합원을 어떻게 설득시키고 이해시킬 것인가가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가 자본과 대립하는 현장에서는 자본이 정규직들을 꾸준하게 학습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대차 에쿠스가 단종되니까 비정규직은 모두 자르고 정규직은 고용유지를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비정규직이 있어야 차종이 단종되어도 고용이 유지된다는 학습효과가 생기게 됩니다. 한편 울산 2공장의 경우 대의원들이 적극 나서서 비정규직 고용을 유지한다는 합의를 만들어냈고, 지금까지도 사측이 비정규직을 해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규직들이 모범들을 쌓아나가야 합니다. 자본과 반대되는 학습 효과를 만들어 내고, 좀 더 다양한 사례들을 쌓아나가야 해요.
타타나 만도, 경주는 그렇게 싸운 것인데, 간접고용 노동자부터 외주화하겠다라고 하며 경비 식당 노동자를 외주화하려니까 지회에서 경비, 식당을 다 조합원으로 가입시켰습니다. 단협상 조합원은 조합과 합의 없이 해고를 못하게 되어있어 사측이 해고를 할 수 없도록 만들었죠. 이런 사례들이 쌓여나가야지, 정규직 노조는 아무것도 안한다는 불신과 갈등만 쌓아가서는 안됩니다.
사회진보연대: 상호불신 문제 외에도, 어쨌거나 정규직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격차 등 차이가 큰 것이 중요한 문제인데, 임단투 등에서 양자간의 격차를 줄이고 단결을 모색할만한 정책들이 있겠습니까?
위원장: 하후상박식 주장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지금 노조 구조가 20년간 기업 교섭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비정규직 교섭을 대리교섭합니다. 정규직 노조가 대리교섭을 하니까 비정규직이 조직화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2006년도에는 독자교섭을 진행해 보려 했는데 사내협력업체 사장들이 일차적으로 조합원이 누군지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조직화 수준이 낮다보니 노출이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니까 또 직접교섭도 잘 안되고, 정규직이 대리교섭을 하는 거죠.
교섭구조를 같이 맞춰나가야 합니다. 사내 비정규직은 현대차 협력지원팀이 관리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정규직이 같이 교섭을 들어가서 어떤 수준에서 처우를 한다 합의를 해야 처우 개선 관련해서 좀 더 전진이 가능합니다. 처우개선에 대해 같이 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임금과 관련해서 간접임금에 포함된 것 역시 비정규직에게 적용을 늘리는 방식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학자금, 후생복지 등에 대해 현자 정규직은 학자금을 지원하는데, 이 금액이 꽤 되는데, 비정규직도 한꺼번에 다 할 수 없다면 단계적으로라도 직접임금 인상과 더불어 이런 간접임금에 해당하는 제도적 지원을 빨리 같이 확보하는 전략이 총액임금 격차를 줄이는 방안이라고 봅니다.
사회진보연대: 기본급이나 통상급여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에게 정액임금인상과 같은 투쟁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위원장: 노동자가 태어나서 자본주의 사회에 살려면 자본가와 협상하고 타협할 수밖에 없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고용, 임금, 노동과정이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고용 계약에 대해 산별이 할 수 있는 일은 예를 들면 자연감소분에 대해 정규직 충원, 신규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간단축, 신규 투자를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을 어떻게 협의할 것이냐, 고용유지와 관련해서는 일방적인 해고금지나 여러 가지 조치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기업은 망할 수도 있는데, 해고되었을 때 생계유지 재취업 등의 싸이클에서 금속노조가 해야 하는 역할이 있을 것인데, 금속노조가 재조직되어야 하는 것은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 중앙, 지역지부, 기업지회가 각각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게 정확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임금도 수준에 대한 문제는 사업장 단위에서 결정하는 것이고, 금속 차원에서는 최저임금을 어떻게 결정할 것이냐 하는 것이 맡은 역할입니다.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에 얼마나 더 상승시킬 것이냐의 문제가 남을 것입니다.
정파간 갈등 해결 방안
사회진보연대: 다른 문제로 넘어가서, 정파 문제도 금속노조 단결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위원장: 정파는 항상 있는 거라고 봅니다. 문제는 이 정파가 내용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선거 조직으로만 이용되기 때문에 갈등이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기 내용을 채우고, 차이가 무엇인지를 투명하게 내놓고 논쟁하면서 서로의 힘을 쌓아나가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저 또한 한 정파의 소속원으로서 저부터 그런 노력을 해야죠.
사회진보연대: 요즘 같은 경우 정파 내에서 조직원들 사이에 차이도 있고, 정파 내 의견이 모아져서 조직적 규율을 가지고 발언하고 실천하는 것도 약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거기서 오는 문제도 있는 것 같은데요.
위원장: 예 그래요. 정파들 내부 의견이 확실히 정리되어 있고 대표들이 만나 합의를 하면 그만큼 진전할 텐데, 지금은 정파 대표자들끼리 모이면 회의 이후 다른 말을 해버리고 하니까 서로 신뢰가 안 되는 것이지요.
총연맹 차원의 단결 방안
사회진보연대: 전체 노동자의 단결을 위해서는 총연맹 내에서의 금속 역할이 매우 큽니다. 총연맹에 대한 금속 노조 위원장으로서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위원장: 차기 지도부 선거가 내년 1월쯤에 있을 텐데요. 총연맹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주노총 산하 단체들은 창립할 때는 산별연맹체제였으니, 지금은 거의 산별전환이 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이제 산별노조 대표자 회의를 하는 건데, 산별노조는 그 자체로 집행기관입니다. 그 위치에서 총연맹, 산별의 역할이 잘 정립되어 있어야 합니다. 총연맹이 한국의 노동정책 관련해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내려면 어떤 정책을 내야 하느냐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총연맹이 노동 조사를 한다면 역설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건 노동자들이 원해서 그렇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노동하는 만큼 더 받으니까,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임금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불어서 사교육, 주거 문제, 부채문제 등이 드러날 텐데 총연맹이 사회적 쟁점, 전체 노동 쟁점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진보정당과 결합도 중요한 대목이 되겠지요. 노조와 정치조직이 이슈화하면 총연맹이 노동정책을 입안하고, 노동자 계급 전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합니다. 이런 것을 잘해야 지도 집행력도 다시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산별노조 조합원 입장에서 보면 사실 총연맹 지도부까지 가기에는 매우 멉니다. 지회가 있고, 지부가 있고, 노조가 있고, 그 위에 총연맹이 있는 것이죠. 직접적 이해관계는 지금 제가 보았을 때는 총연맹 지도부까지 가기는 너무 멉니다.
사회진보연대: 총연맹의 역할과 기능이 쟁점인데 총연맹이 자신의 역할을 잡아서 의제를 사회적으로 내걸고 싸워야 한다는 말씀인데, 그걸 교섭으로 풀 수만은 없고, 산하 노조, 산별노조와 투쟁해야 하는데, 거기에서 총연맹이 산별노조를 관장하고 투쟁을 조직하는 기제나 제도가 약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원장: 그렇지요. 그것은 산별노조를 통해서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옛날 연맹 시절에는 사업 집행 단위가 사업장 단위였기 때문에 연맹은 민주노총과 중복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산별은 자기 나름대로의 구심력이 있고, 산별이 집행 단위이기 때문에 총연맹 사업을 별도로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로 총연맹이 총파업을 하자고 요구하는데, 금속노조 입장에서 보면 금속노조 내부의 준비 정도가 먼저 보입니다. 지금 상태에서 파업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부담이 있습니다. 총연맹 차원에서 결정을 하면 산별연맹이나 노조가 책임지고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선언만 하고 집행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풍토가 있는 듯합니다. 산별 입장에서 총파업은 선언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총연맹은 이러한 점에서 자기조직 내부 진단이 필요합니다. 금속의 경우는 지침이 내려오면 수행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데, 대다수 다른 산별노조들은 선언해도 실제 지침을 수행 안 해도 되는 풍토가 있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은 총연맹이 파업하면 하루를 하더라도, 거짓말 하지 말고 제대로 하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하부영 전 울산본부장이 말하듯이 뻥파업 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총연맹의 집중, 지도력이 많이 무너져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보수언론에 의한 타격도 있지만 총연맹이 해온 결과를 보면 이 결과가 자기 자신에 의한 것이기도 합니다. 새로 선출된 지도부가 제대로 살려 보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나올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회진보연대: 총연맹 역할 강화를 위한 제도를 도입할 필요는 없나요? 예를 들어 산별노조가 관장하고 있는 임단투의 일부 기능들을 총연맹에 이관한다 할지요?
위원장: 총연맹이 교섭구조를 갖는 것은 어렵지 않겠습니까.
정치세력들의 분열 극복 방법
사회진보연대: 아까 진보정당 이야기를 하셨는데, 노동자운동의 단결과 관련해서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사회주의 정파들이 어떻게 나가야 한다고 보는지요? 통합적 흐름을 만들어 가야 하는지 아니면 제각기 발전을 해도 되는 것인지요? 관련해서 배타적 지지 방침에 대해서도 좀 이야기해 주십시오.
위원장: 저는 통합을 인위적으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분당되었으면 이유가 분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배타적 지지방침과 관련해서는 예를 들면 현대차 조합원 중에는 한나라당 당원도 있고, 심지어 한나라당 당적으로 시의원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번도 징계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타적 지지 방침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민주노동당의 배타적 지지방침, 이건 있으나 마나한 방침입니다. 방침을 어겼을 때 제제도 없이 아무것이나 방침이라고 해놓고 밀면 받아들일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 방침 때문에 조직내부에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이죠. 노조 내에서 정치사업은 다양한 길을 열어야 하는데, 선거 등을 매개로 통합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내부 당사자와 노동조합이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진보연대: 민중운동진영의 분열이나 분할이 좋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 정치세력들 사이의 연대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조직이 나누어져 있으면 경쟁이 격화되고 이전투구도 있을 수 있을 텐데요.
위원장: 통합적 논의 과정에서 흐름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민주노총이 역할이 있으면 해야 한다고 봅니다. 보수 정치를 뛰어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산별노조 현실과 과제
사회진보연대: 이제까지 정규직 비정규직, 총연맹 내 여러 노조들, 민중운동진영의 정치세력들의 단결에 관해 질문을 드렸습니다. 사실 노동자운동의 목표가 산별건설 자체가 아니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라면, 결국은 노동자의 단결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요. 꼭 임기 내에서가 아니라도 어떤 운동을 하시려고 하십니까? 비전이랄까요?
위원장: 제가 볼 땐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요즘 실리적인 노선이 조합원들로부터 선택받고 있는 점입니다. 그동안의 소위 민주노조, 자주적 노조 진영이 어떻게 사업을 했길래 이렇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절망스러운 상황이지만 뭘 하려고 노동조합을 할까, 소위 말해 사회에서 노동운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사회변혁의 꿈을 포기하면 실리주의 경향으로 가는 게 맞는데, 조합이라는 것은 조합원의 권리, 이익을 우선시하게 되어 있는 구조인데 그럼에도 노조를 통해 뭘 하려고 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은 조직된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학습과 투쟁을 통해 조합원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계급으로 자각해 가며, 이를 통해 조직을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실제 진보정치, 계급정치로 접근해 나가는, 그래서 마침내 세상을 바꾸는, 이런 변혁적 사고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그 역할에 충실하고 있냐가 문제이죠. 이러한 투쟁은 기업별 노조에서는 불가능하고, 산별에서 계급의식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서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을 통해 산별을 만들었는데, 과연 현재 이러한 산별 정신에 부합한 투쟁을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산별을 만들었던 이유와 부합하지 않는 (실리주의)노선이 조합원들로부터 선택된다는 것이 산별의 위기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조합원들로 선택받고 있고, 금속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냉소가 확대되어 가는 위기가 심각합니다.
제가 현대차 위원장 할 때 금속 전환 할 때에는 현장 조합원 분위기가 뭔가 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3만 4만으로 싸우다가 15만으로 싸우면 뭐가 되도 되겠지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선거 들어가서 금속노조에 대한 조합원 시각을 보며 저 스스로 이건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제대로 된 금속노조 조직, 운영, 교섭 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지금 금속은 넘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죠. 조합원들로부터 희망과 기대를 만들어 내고, 다시 조합원들의 마음을 돌려세우는 것, 이게 가장 절박한 문제입니다. 기업지부 해소하면 20년 기업지부 성과가 다 없어진다, 지부 돈 다 가져간다, 이런 이야기들이 현장에서 도는데 금속노조가 본조, 지부, 지회의 역할이 무엇이고 금속노조가 앞으로 어떠한 투쟁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를 조합원들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면 금속노조는 무너질 수 있습니다.
저는 1년 동안은 이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사회적 쟁점을 만들고, 투쟁을 조직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우선은 금속노조부터 재조직해야만 합니다. 당장 내년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가 전체 사업장의 문제가 될 텐데, 금속노조가 모든 현장의 쟁점을 모아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내년도에 금속노조 단협 갱신과정에서는 이게 전 사업장에서 쟁점이 될 텐데, 이 속에서 우리가 금속노조로 가자고 했던 기본적인 금속노조의 역학에 충실하려면, 산별노조 만들어 놓고, 조합원들의 관심을 돌려놓는 사업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회진보연대: 세계적으로 보면 초국적 자본은 다양한 방식으로 산별 교섭을 약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경제 위기 이후 이러한 경향이 강해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유럽을 비롯해서 세계 곳곳에서 자본의 전략이 먹혀들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세계적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산별노조의 힘이 약화되는 시점에서 오히려 존재하지 않았던 산별노조를 만들어가는 투쟁을 하고 있는 셈인데요. 한국에서 산별노조가 제대로 건설될 수 있으려면 그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위원장: 우선 규약부터 지키는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지부가 존재할 수 없게 만들었는데, 지금 존재하고 있고,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이 와서 규약 상으로는 중앙집행위원회 성원이 아닌데 와서 회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구조에서 급선무는 지역지부장을 빨리 뽑아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기업 지부장 뽑아 놨는데, 해소가 되냐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2년간 논쟁해왔던 건데 다만 지금 이 체계에서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논의를 할 거냐, 언제까지 기업지부 문제를 종식시킬 것이냐, 이런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조합내부도 준비를 좀 해야 하고 무작정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작업을 통해 이 시점에서 모든 결론을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회진보연대: 산별노조 운동을 앞장서서 해온 분들이 현재의 내외적으로 불리한 변수 속에서 너무 산별노조의 이념형이랄까 당위에 집착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노동자운동의 단결에 저해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위원장: 사람들이 저에게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인데요, 하부영 동지가 저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 자꾸 저에게 유럽식, 독일식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또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이 한국형 산별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물어보니까 내용은 아직 없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유럽식 산별노조체계를 자꾸 고집하고 있는 현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요새 내부토론 때 자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도 2006년 규약을 만들 때 일조했는데, 그 때 설계했던 조직, 교섭, 운영, 재정체계가 한국사회에서 맞는 것이냐,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당장 이것은 맞고 저것은 틀리다 할 수는 없지만,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 내용을 분석하고 바로잡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교섭의제에 대한 문제도 똑같다고 봅니다. 저에게 업종교섭으로 돌아가느냐 묻는 사람도 있던데요. 실제 노사관계에 있어 사용자단체를 구성하고 산별적 협약을 체결하려면 거기에 따른 법제도도 갖춰져야 하고 조합원들의 동력도 그 목적에 집중해서 붙어줘야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거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 전 단계의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소그룹의 미팅형식이든, 토론회 형식이든, 간담회 형식이든, 혹은 협의형식이든, 금속 단체교섭실 안에 단체교섭위원회를 만들어서 단체교섭위원회가 관장하고 그 안에 업종이던 그룹이던 아니면 부분이던 필요한 부분은 노사간, 노사정간에 논의를 진행해 보자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현자, 기아의 쟁점으로 주간연속2교대제가 있는데 현대차나 기아차 혼자 이것을 관철시킬 수 있겠냐, 그러나 금속노조가 현자, 기아차, 혹은 다른 해당 사업장의 책임 있는 사람들더러 나와서 협상하자고 해도 안 나오지요. 그러면 현자, 기아 등의 공동의 쟁점을 금속차원에서 받아 안고 사측 연구자나 담당자, 그리고 지부, 금속노조 등에서 프로젝트에 참가한 사람들이 있는데, 워크샵, 간담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구조를 열어보자는 겁니다. 다른 예로 대림자동차의 경우 오토바이 면허증 제도하고도 관계되는데, 오토바이 면허증 제도가 강화되면서 오토바이 판매 자체가 줄어든 부분도 있습니다. 정부와 제도 문제를 협의해야 하는 것이죠.
아까 지적했듯이 유럽식으로 정확히 정립되어서 단선적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부분에 대해 산업구조, 제벌 구조 등 일정부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합니다. 열어놓고 이야기하자는 겁니다. 필요하다고 하면 업종부분 협의도 필요할 것이고, 이야기 한 번 해보자 이런 겁니다. 지난 3년 동안 산업 업종사업이 거의 잘 안보입니다. 자동차, 조선, 철강 업종에 대해서 어떤 분석을 했고 어떤 입장에서 요구하고 대안을 낼 것인지 만들어 놓은 것이 없습니다. 금속노조가 업종분과 사업을 강화해야 합니다. 업종사업, 정책 사업, 교섭, 교육 사업 등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금속노조를 만들었으면 기업을 뛰어넘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 뭔가가 안 만들어져 있으니 금속노조가 뭐 하는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사회진보연대: 주간연속2교대제, 월급제, 시급제 폐지 등도 이야기하셨는데, 이것들이 쟁취 가능한 안인지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현재 자동차 산업이 약간 살아나고 있는 것 같지만, 경제위기 정세에서 쟁취 가능한 요구인지 궁금합니다.
위원장: 그러니까, 노사관계는 대립적 관계에 있으면서도 타협적 관계에 있는 거죠. 항상 결과는 노사간에는 어느 지점에서는 타협을 해야 하죠. 그러나 현재 임금수준 안 줄이고, 노동시간 1년에 600시간 정도 줄이고, 그렇게 우리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민투위 동지들이 3무원칙을 내걸고 당선되었는데, 그런데 노사관계는 목표설정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목표를 설정했으면 이행하는 과정이 뭐라는 것을 분명이 드러내야 하고, 목표로 접근해 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타협해야 할 건가를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런 과정이 미숙했고 불신이 생긴 겁니다. 저는 결론적으로는 그대로 다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 목표가 뭔지, 예를 들면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목표인지, 심야노동을 줄이고 건강권을 지키는 것이 목표인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서 임금 문제와 노동 강도 문제에 있어서 회사 측의 요구들이 있다, 회사 측의 모든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면 어느 수준에서 타협하고 관철시킬지는 찾아야 합니다. 또한 임금체계도 지금의 임금체계는 이런 수준인데 이게 만약 노동시간 줄었을 때 임금이 어느 정도 주는가, 이런 걸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가 이런 걸 명확하게 생각해야합니다.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합니다. 조합원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노사간의 어느 정도의 합의점을 찾아내는 게 문제입니다. 현대 기아는 해외공장 생산을 늘리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노동시간 줄일 테니 임금 크게 줄이자고 사측에서 오히려 공세적으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산별노조와 정리해고 투쟁
사회진보연대: 산별관련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마지막으로 쌍용차 투쟁에 대한 평가를 묻고 싶습니다. 쌍용차 투쟁에 대한 평가에서 산별노조에 대한 회의가 상당히 많이 확대되기도 했는데요.
위원장: 제가 평가할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직 진행 중이기도 하고... 지금 쌍용자동차 관련 대응팀을 구성했는데 왜냐면 들어와 보니 조직실에 걸리고 노동안전실에 걸리고 법규, 정책실에도 다 걸려서 각각의 사업이 진행되니까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큰 싸움을 거친 노조가 1998년 현대차, 2001년 대우차, 지금 쌍용자동차인데, 결과를 놓고 보면 현대차는 무급휴직이 있었고, 정리해고도 있었고, 지도부는 불신으로 중도사퇴를 하고, 다시 민주노조가 들어서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제가 당시 기획실장이었는데 처음부터 우려했던 건 해고자와 비해고자가 분리되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 싸움은 진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조합원 밀집지역, 아파트 지역 다니며 조합원 부인들 간담회를 계속하고, 조합원들이랑 간담회, 선전, 교육 하면서 지금 희망퇴직에서 당신이 빠졌다하더라도 2차는 당신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습니다. 같이 죽고 같이 산다는 거죠. 실제 정리해고 대상자가 천오백 명 정도인데, 농성대오가 적게는 삼천 명에서 많게는 만 명이 있었습니다. 분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쌍차는 이런 양상과 많이 달랐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노조는 금속 탈퇴 총회까지 진행시켰는데, 쉽게 말하면 민주노조 진영에서는 노조를 뺏기는 겁니다. 이 결과를 보면 쌍차투쟁이 승리한 투쟁이라고는 말 못하죠.
다른 측면에서는 현장에서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자본 탄압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싸울 수 있느냐라는 걸 몸으로 보여준 투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가 제 역할을 했는가라는 점은 부정적입니다. 선거 기간에도 가장 껄끄러운 부분이었는데, 선거기간에 기아 소하리, 화성에 갔는데, 한 조합원이 금속이 지금 큰소리치는데, 쌍차 투쟁 때 한 일이 뭐냐고 물어보더군요. 금속 산별 15만 묶어서 한 번에 들고 일어나면 못할게 뭐냐, 그런데 쌍차 때 뭐했냐고 따지는데 답변을 못했습니다.
현재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구속되어 있는데, 금속노조 간부들 중에서는 밖에서 범대위, 지원 단위를 조직하고, 회사와 교섭하고 언론조직하고 분주하게 다닌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평가할 때 내부의 적이다 이렇게 평가하니까 상처가 남기도 합니다. 쌍차 관련해서 전체적으로 금속노조가 총괄해서 이끌었다고 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금속이 자기 역할을 다 했다고 하기도 그렇고, 어쨌거나 쌍차 투쟁은 여러 과제를 남겨두었습니다. 기업 내에서 고용 유지를 위한 전략이 무엇이냐, 지금 해고동지들에게 절박한 것은 생계문제인데, 복직투쟁을 다시 할 것인지 아니면 재취업을 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있는데 지금 이러한 문제가 종합적으로 평가되어서, 정리해고에 관련한 투쟁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내부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전술 평가도 거점투쟁이 맞다, 아니다 이런 논쟁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점 없이 서울로 올라갈 수만도 없고, 거점만 지키고 있을 수도 없는 문제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후 현자, 대자, 쌍차 그리고 다른 몇 군데 정리해고 대응투쟁에서 대응방식이 어떻게 달랐는지 연구를 해보고,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저도 즉답을 피해가고 있는 것 같네요. (웃음)
사회진보연대: 정세적으로 보면 현대차 투쟁보다 쌍차가 많이 불리한 상황이었죠. 불가항력적인 패배인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위원장: 현대자동차는 조합원도 그렇고 기본바탕이 회사가 망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쌍차는 회사가 그러니까 불리했던 거고, 옥쇄파업 중에 한상균 지부장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마무리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가 별로였는데, 마무리 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투쟁이 격하고 긴박하면 숱한 소위 훈수꾼들이 몰려오는데, 그런데 그 훈수는 평가에서는 아무 도움도 안 되고, 투쟁하는 지도자와 조합원이 죽든 살든 같이 정리해라, 그렇게 이야기를 지부장한테 했죠. 정부도 그 당시에는 김대중 정부 초기였고, 현재는 이명박 정부이고 차이가 있지요.
사회진보연대: 언젠가부터 정리해고명단이 발표되면 해고대상자와 산자가 쫙 갈려서 산자는 으레 싸우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분위기가 형성되더라구요. 노조가 고용을 완전히 담보해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위원장: 조합원들이 100% 노조가 고용을 유지해 줄 거라고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노조가 있으면 좀 더 나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기업이 망하는 경우, 산업이 망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좀 별도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 대림자동차가 금속 내에서 문제인데, 한국 오토바이 산업이 중국과 일본에 샌드위치 되어 있어서, 오토바이가 안 팔리고 있는데, 무조건 잘 될 거라고 우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유형별로 정리해고 대응 전략을 만들어야 합니다. 유형별로 봐서 기업의 존폐가 걸려 있는 자본과, 먹튀자본이나 의도적으로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자본들과 관련해서는 전술적으로 다른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정리해고 결사저지 이외의 아무 말도 못한다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사회진보연대: 그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도 현재 해고가 될 경우 사회적으로 생계가 유지될 수 있는 제도가 별로 갖춰져 있지 않으니까 그런 한에서 주장을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투쟁이 있어야 해고의 심각성이 사회화되고, 이를 위한 대책의 필요성도 사회화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위원장: 그건 그렇지요.
사회진보연대: 대담에 응해주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