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노조 이상무 위원장 대담
대담을 기획하며
전국공공서비스노조(이하 공공노조)는 2006년 11월 30일 출범한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산하의 산업노조이다. 올해 4년차를 맞이하고 있는 공공노조는 운수노조와 동시에 출범하면서 두 조직이 통합해 통합산별노조(가칭 공공운수노조)를 건설하는 것이 애초의 목표였다. 즉 공공노조와 운수노조는 통합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과도기 조직’으로 출발한 것이다. 공공운수연맹은 2008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통합산별노조 건설 추진방침’을 결정하고 2009년 5월 1일에는 통합산별노조를 정식으로 출범시키기로 결의했다. 그 결정에 따르면 2009년 10월에는 통합산별노조의 지도부를 직선으로 선출하여 2009년 11월부터는 과도기 체제를 마감하고 본격적으로 공공운수노조 시대를 열어가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2008년 운수노조 대의원대회에서 통합 산별 결의가 사실상 무산되는 등 통합산별추진 흐름이 지체되어 현재까지 난항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9년 9월 공공노조 3기 집행부(이상무 위원장-구권서 사무처장)가 출범했다. 통합산별노조 건설을 촉진하기 위한 과도기 집행부로 위상을 상정했던 2기 집행부(이영원 위원장)는 하반기 투쟁 및 조직개편 책임에 대한 부담으로 조기 사퇴했다. 이후 두 차례 공고에도 불구하고 선거 입후보자가 없었고, 비대위 시기를 거쳐 재공고 끝에 이상무-구권서 후보가 당선돼 공공노조 3기 체제를 열어가고 있다. 2기 집행부 사퇴와 3기 집행부 선거를 둘러싸고 지도집행력과 통합력의 위기가 드러나면서 공공노조 내 조직개편에 대한 논의가 증폭되었다.
2009년 10월 임시대의원회에서 조직개편안에 대한 심의가 연기된 상태이며, 2010년은 지도력을 재구축하고 조직적 통합력을 복구하기 위해 조직재편방향을 합의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사회진보연대는 조직 내외적인 어려운 조건에서 공공노조의 집행력을 책임지게 될 이상무 위원장을 만났다. 현재 공공노조에 대한 진단으로부터 시작해 경제위기 시기 공공부문의 투쟁, 통합산별건설, 조직재편 등에 대한 대담을 나누고, 이후 통합산별 건설까지의 고민을 들었다.
이상무 위원장은 현재 조직재편논의가 과도하게 ‘체계’에 집중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지역과 현장에서부터 운동을 만들고 이를 위해 위원장이 직접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한다. 조직재편에 대한 논의는 단지 조직의 형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운동을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 동안 골간조직 문제, 조직형태 문제에 논의가 집중되면서, 공공기관지부(전국적인 네트워크 사업장)와 지역지부 간의 논쟁이 비화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는 매우 다종다양한 업종들로 구성된 공공노조가 통합력을 창출하는 과정과도 관련되어 있다. 업종구성, 임금, 고용형태 뿐 아니라 1987년 이후 각 조직이 거쳐 온 노동조합운동의 역사적 궤적도 많은 차이가 있는 공공노조가 내부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초기업적인 연대정신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공공노조는 공공기관지부에 대한 중앙의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지역본부 형식을 둘러싼 논쟁을 넘어 실질적으로 지역지부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지역운동을 강화하기 위한 중앙과 지역지부의 긴밀한 논의와 실천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결합력이 형성될 것이다.
현재 공공노조는 통합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현실적 사업에 착수하고 있다. 이상무 위원장은 조직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실질적인 계획을 가지고 통합산별노조 건설을 추진하고, 산별추진과는 별개로 공공노조의 독자사업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2010년은 공공노조가 내적인 조직재편뿐 아니라 공공부문 선진화에 맞선 투쟁을 더욱 공세적으로 조직해야 할 시기이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초기부터 밀어붙인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위한 강경 드라이브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공공부문 선진화가 비단 몇몇 사업장이 아닌 공공부문 전체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나아가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권 생존권 투쟁으로 확장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한 때이다. 이번 대담은 공공노조가 이와 같은 역할을 자임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대담에 응해주신 이상무 위원장께 감사드린다.
산별답게, 노조답게
이현대: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맡으셔서 어깨가 무겁겠습니다. 이번 공공노조 선거에서 ‘산별답게 노조답게’를 슬로건으로 제시했는데, 큰 틀에서 민주노조/산별노조 활동에 대한 평가와 혁신의 방향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위원장님께서 생각하는 ‘산별답다는 것’, ‘노조답다는 것’의 의미와 지향점을 설명해 주십시오.
이상무: ‘산별답다’, ‘노조답다’는 게 정형화된 철학은 아니에요. 제 생각에 산별답다는 말은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구호입니다. 우리가 집회에서 노동자는 하나라고 외치는데,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가 생각해 봐야죠. 산별답다는 말은 그 구호를 현실로 나타내는 실천적인 활동을 말하는 겁니다. 정권은 노동법을 개악해서 노동자들을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분할해 지배하잖아요. 서로가 하나 되는 것을 방해합니다. 우리는 1997년부터 지금까지 10년을 그렇게 길들여져 왔어요. 그런 양극화에 따라서 대중들은 정규직은 비정규직보다 능력 있고 우월하게 사는 것 같이 느낍니다. 정권, 자본, 보수언론에 의해 끊임없이 조장되고 세뇌당하는 거죠. 그걸 깨는 것을 산별답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산별 전체 조합원들이 공통의 조직 목표를 공유하고 그걸 바로 세우는 것입니다. 특히 공공노조에는 여러 업종들이 모여 있습니다. 다양한 업종의 노동자들이 사회공공성 의제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건강보험보장성 확대, 기초노령연금 현실화, 비정규직 차별철폐, 최저임금 현실화 등을 얘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공공노조 전체가 이것을 같이 말할 수 있을 때 산별답다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노조답다’는 것은 사회전체 이익을 위해서 투쟁력을 유지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자본과 정권으로부터 밀리는 이유는, 산별을 지향하고 노동자가 하나라고 얘기하면서도 기업별로 안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조답다는 것은 각 개개인의 이익과 함께 사회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투쟁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일을 노동조합이 해야 한다는 것이죠. 최소한 산별노조를 만들었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노조가 투쟁의 기풍을 잃고 개악된 노조법이나 정부지침 테두리에 갇히게 되면서 조직보존의 논리로 수세적인 조직이기주의를 보이고 있는 게 현재 우리 상황입니다. 자긍심을 갖고 사회적 의제를 요구하고 쟁취해야 합니다. ‘산별답게, 노조답게’라는 것을 이렇게 정리하고 조합원들과 이야기하면서 공감을 얻어 운동을 이끌어 나가려고 합니다.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원인
이현대: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과 노동조합의 사회운동적 역할을 강조하시는 것 같네요. 현재는 공공만이 아니라 민주노조 전체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입니다. 민주노총이 산별중심으로 가려고 하지만 어려움에 봉착해 있고, 진보정당 운동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이상무: 제가 민주노총이나 민주노조운동 혁신방안에 대해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흉보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있지요. 잘못한다고 흉보면서 어느 날 내가 그 일을 하고 있는 거죠. 민주노총도 지난 과거에 우리를 낙담하게 했던 것들이 지금까지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사실 자본의 더 많은 이윤추구를 위해서 노동악법이 만들어진 것을 개탄하면서도, 각자의 삶이 어려워진 책임을 자신이 경제적으로 무능한 탓으로 돌리고 어려워진 삶에 낙담합니다. 자녀들이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 것을 기대하고 학원으로 내 모는 거죠. 사교육 잘못되었다고 얘기하면서도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그렇게 합니다. 임금이 높은 노동자들도, 열악한 조건에 맞벌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나보다 내 자녀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기대하면서 학원으로 내모는 거죠. 또한 좀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가 부를 가져다 줄 거라는 생각으로, 더 많은 융자를 떠안고 사는 모순에 빠져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방법으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나서기보다는 이윤추구에 혈안이 되어 있는 자본주의 유지 발전에 공헌하는 방식으로 살고 있습니다. 장시간의 노동과 임금 노예로 전락되어 살아가는 것을 외형으로 거부하는지 몰라도 내재적으로 다 수용하고 있는 겁니다.
산별노조의 건설이 부진한 이유도 스스로 진보를 말하지만 노동자들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별 노조에 안착되어 있는 거죠. 민주노총이 1995년에 출범하고 그 당시 산별노조와 정치세력화를 지향으로 설정했지만, 20년이 다 되도록 바꾸어내지 못했습니다. 기업별 노조에서 집행부를 하는 사람들이 과연 산별전환을 위해 노력했는지 되돌아 봐야 합니다. 정치세력화도 같은 맥락인데 선거 때만 되면 후보 발굴하고 세액공제 사업으로 그치고 맙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지속적인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진보진영의 분열로 인해 조합원들에게 정치세력화의 희망을 말하기도 낯이 뜨겁습니다. 10년 넘게 정치세력화를 이야기했는데 별반 발전이 없는 거고요. 노동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행동이 전제되어야 정치세력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자신의 일터를 벗어나 집에 들어와 있는 시간에 누구와 만나는지 지역에서 무얼 하는지 돌아보아야 해요. 제대로 된 교육이 없었고 현장 실천이 없었어요. 실제로 정치는 표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끼리만 표를 찍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미 알잖아요. 민주노총 조합원이나 진보를 지향하는 많은 사람들한테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을 돌아보면 거기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수영, 탁구, 족구, 독서, 산악회 등 모임도 있을 거고, 주민자치센터 같은데 보면 자율방범대, 의용소방대 같은 것도 있지요. 지역에서 많은 동호회가 형성되어 있어요. 그런데 실제 우리 조합원들이 그런 곳에 들어가나요? 물론 자기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거죠. 쉬는 날 또는 업무 끝나고 밤 시간에 지역에 가서 각종 동호회나 자선단체에 가서 같이 활동을 하고 그들과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노동운동이나 정부의 노동탄압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은 조중동을 여과 없이 보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하고 우리가 친분관계를 형성하고 그러고 난 다음에 정부가 하는 4대강 삽질사업, 복지예산감축, 노동탄압, 공무원 노조 탄압이 잘못되었다고 알려내야 해요.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투표행사 할 때 우리를 신뢰하고 표를 찍어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조합원에게 노동자 정치세력화 필요하다고 어느 당 찍으라고 말만했지 누구도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실천하고 있지 않다는 얘깁니다. 바로 이런 일들을 할 때 우리가 언론 하나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이야기들을 알려 나갈 수 있는 겁니다. 80만 조합원들이 자기 지역에서 민주노총을 얘기하고,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의제를 얘기하고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얘기할 때, 그게 산별운동이고 정치세력화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그런 것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해 보지 않았어요. 이런 것을 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현대: 네, 위원장께서 말씀하신 내용에 답이 다 있겠네요. 산별이 되었든 당이 되었든 현장 조합원들이 직접 운동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시지요?
이상무: 제가 어디가도 꼭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 아침 6시에 운동하러 나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제가 축구를 잘은 못하지만 거기 가서 그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운동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제가 어떤 일을 하는 지도 알죠. 그 자리에서 제가 노동운동이나 정치에 대해 짧게 얘기 하는데, 그 사람들이 우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소위 관변단체라고 할 만한 자율 방범대는 지자체 돈을 지원받아서 야간에 청소년 선도사업을 합니다. 매주 월요일 밤 봉사활동을 1년 넘게 하니까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대원들에게 민주노총과 진보정치가 관심사가 되기도 하고 대화의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역의 작은 모임에 참여하고 그렇게 기반을 넓혀 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위기와 공공부문 노동자운동
이현대: 세계적 차원의 경제위기라는 조건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전체 민주노조운동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상무: 경제위기가 왜 왔는지는 다 알잖아요. 자본은 무한이윤추구를 위해서 별의 별것을 다 만듭니다. 노동과 생산이 없이 이윤을 내는 각각의 제도들을 만들고, 투기가 전면 허용되고 투기자본이 국경 없이 넘나들면서 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그러한 과정이 우리한테는 고통으로 다가왔습니다. 자본이 지나다닌 자리는 모두 황폐화되었어요. ‘펄벅의 대지’에 나오는 메뚜기 떼와 같습니다. 메뚜기가 직접적으로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데 그들이 훑고 간 대지에는 사람들이 먹어야 할 곡식, 가축이 먹어야 할 풀들이 없어지는 거예요. 그로 인해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이죠. 국제투기자본이 그와 똑같다고 할 수 있어요. 그 메뚜기 떼들이 넘어 오는 것을 규제완화해서 다 풀어놓은 것입니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소득의 재분배가 필요한데, 가진 자들이 엄청 거세게 반발하죠. 당분간 일자리가 없더라도 최소한도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건강보험보장성 확대, 기초노령연금 현실화 등을 요구해야 합니다. 자녀를 양육하고 부모를 부양할 만큼 경제적 능력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라는 거죠. 또 공기업을 판다는 것은 국민의 재산을 없애고 그 부담을 국민에게 지우는 것입니다. 공기업 매각, 민영화,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내용을 가지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투쟁을 조직해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이 시기에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조직하고 투쟁해야 할 내용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러한 투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사회공공성 의제를 이제 전면에 걸어 실천하고,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인 사업과 투쟁을 배치해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경제위기 조건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선거 때 저의 공약도 그랬고 내년 사업계획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1-2년 안에 되진 않겠지만 끊임없이 실천해야 합니다.
이현대: 경제위기로 노동자들의 삶이 어려워지면 국가재정을 많이 투여하고 사회복지를 확대하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도 재정규모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냥 나열식이 되는 건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요. 한정된 재정 안에서 교육, 의료 등 각종 사회복지 예산을 확대하라고 요구해야 할 텐데 노동자들의 요구도 우선순위를 정해서 ‘핵심적인 공동요구안’과 같은 방식으로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자신의 분야에 예산을 달라는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또한 금속에서는 해외 투자기업이 20%나 되는데 쌍용자동차, 위니아만도 등 소위 ‘먹튀 자본’들이 기술유출과 자본유출, 구조조정을 일삼고 있습니다. 또한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자본들이 투기를 통해 우리 노동자들이 생산한 사회적 부를 빼앗아가고 있잖아요. 따라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산업분야가 다르더라도 금융투기 및 외자유출 통제 등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공동의 요구로 같이 싸워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상무: 당연히 함께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선은 내가 알고 하고자 하는 사업이 그렇게 다양하고 구체적인 데까지는 미치지 못한다는 게 진솔한 고백일 것입니다. 20년 이상을 공공부문의 제도 문제 가지고 얘기해 왔기 때문에 한계는 있겠죠. 하지만 전체 노동진영이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같이 해야죠. 과거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민주노총의 과제와 주요 요구가 쭉 나열되죠. 그걸 전체 노동자가 나서서 하는 것도 있고, 어느 부문은 각 연맹이 중심사업으로 세워서 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공공, 사무금융 등 부문이 나눠지기는 하죠. 전체 과제는 다 같이 복무해야 할 것이며, 어떤 부문은 해당조직이 앞장서서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부문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
이현대: 정권과 자본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상대적인 고임금과 높은 복지수준’을 지목하며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데,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와 관련하여 어떤 논리와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논리적 대응 뿐 아니라 공공부문 현실에 대한 대응도 필요할 텐데요.
이상무: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언론이 없다는 겁니다. 보도 매체가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정부가 쏟아내는 모든 것들을 여과 없이 국민들이 듣게 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공공부문 노동자, 공무원, 전교조가 왜 공격을 받고 있나 돌아봐야 합니다. 정부가 공격할 때 국민들의 정서를 가장 많이 좌우하는 게 살기 어려운 시기에 저 놈들은 돈 많이 받는다고 혹세무민하는 겁니다. 정말 치졸한 일인데 국민을 분열시키는 일이잖아요. 국가정책이 공공부문을 황폐화하고 재벌과 투기자본에 이윤을 가져다줍니다.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에 복무하는 거죠. 비정규직으로 사는 것이 내가 제대로 못 가르쳐서, 아들, 딸이 공부를 못해서 등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죠. 사회적 저항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는 국가의 정책이 국민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고 소수의 가진 자들을 위해 계속 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 가장 앞장서 있는 사람들이 국가 정책과 직결되는 공공부문, 공무원, 전교조 조합원들입니다. 이 사람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온갖 억지를 다 갖다 붙이는 겁니다. 공무원노조 위원장으로 당선된 사람을 해임시켜 놓고, 해임되었기 때문에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합니다. 통합공무원노조 양성윤 위원장은 선출되자마자 해임되어 공무원노조법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어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 합법적으로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법을 무시하고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이 잘 모르는 거죠.
마찬가지로 공공부문의 노동자들이 임금이 과연 높은가요? 실제 그렇지 않거든요. 정말 높은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아니고, 낙하산 인사로 임명돼서 정부의 시녀로 살아가는 고위직들입니다. 그들이 공공부문의 임금 구조와 복지수준을 왜곡시키는 겁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공기업은 노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끊임없이 임금가이드 라인을 설정했어요. 3년째 임금이 동결되어서 물가인상률을 따져보면 15% 임금 저하가 생긴 겁니다. 그리고 한 직장에서 20여 년 근무한 사람들이 연봉 4-5천만 원 받는 게 대단히 많이 받는 건가요? 20여 년 씩 근무하는 사람이 부모님이 안 계시다고 가정해도 고등학교, 대학교 다니는 자녀가 있는데, 4인 가구가 연 4천만 원으로 이 사회에서 노후를 대비하면서 윤택하게 살 수 있는 건가요? 아닙니다. 직장이 있어서 근근이 먹고 사는 것입니다. 정부의 이러한 혹세무민에 대해 대안은 없습니다. 우리의 투쟁이 정당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투쟁을 통해서 알려낼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깨지고 희생을 당해도 그것을 뛰어넘는 투쟁이 대안입니다. 더디긴 하지만 우리들이 이렇게 정당하다는 것을 계속 알려내야 합니다. 그 속에서 바꿔나가야 합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간 격차
이현대: 위원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정권과 자본이 임금축소와 더 많은 이윤추구를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면서 노동자 간 격차를 확대해 놓고, 이러한 현실을 악용하여 정규직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이러한 정권과 자본의 의도를 폭로하고 맞서 싸워나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도 이런 격차를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무: 제가 앞서 말했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기초노령연금 현실화, 최저임금 현실화, 비정규직 차별철폐, 이런 투쟁들이 곧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는 겁니다. 우리 공공노조를 보면 사업장이 매우 많은데, 규모 있는 공기업도 있고 용역 업체의 비정규직도 있고, 최저 임금보다 10원 높은 노동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임금 교섭해서 100원 인상시키기가 쉽지 않은 거죠. 실제 우리가 정부를 상대로 해서 최저임금을 인상시키는 투쟁으로 전체 판을 만들어 놓으면 우리 산별로 조직되지 않은 사업장까지도 포함됩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는 건강이 가장 위협받는 사람들,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겁니다. 실제 돈 많은 사람들은 국민건강보험 없어도 된다고 하잖아요. 공단에 내는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면 부유층은 사보험으로 충분히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영리 병원 도입, 의료민영화에 찬성하는 거죠. 병원에서 본인부담금을 최소화하거나 무료로 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결국 실질 임금을 인상시키는 것입니다. 본인들이 부양해야 할 자기 부모님 세대의 기초노령연금이 현실화되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그걸 만드는 게 지금 임금의 차이를 완화시키는 것이라고 봐요. 내 임금을 덜어서 나눠 줄 수는 없더라도 말입니다. 실제 우리 임금을 깎으면 다른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더 많이 주나요? 아니잖아요. 이러한 사회적 의제가 전체 노동자,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소득향상으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주장하는 겁니다.
사회공공성투쟁
이현대: ‘사회공공성’ 투쟁이 공공기관 노동자의 투쟁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으로만 제기되거나, 사회 변혁적 전망이 아니라 미봉적인 요구로만 제시된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상무: 자신의 사업장에 직결되었을 때만 투쟁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사업에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공공노조가 주장하는 것이 그러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임금 단체협상 시기도 아니고 구조조정도 없는 시기에 그저 평온하게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그런 사회적 의제를 가지고 전국을 순회하면서 조합원들을 교육하고 지역주민들을 만나야 합니다. 주중에 한번 정도 집회를 열어야 하고요. 전국을 돌면서 이걸 끊임없이 반복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저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맞아!’ 그렇게 생각하고 선전물 하나라도 직접 받아보는 거겠죠. 그 과정에서 우리 조합원들도 공공노조가 그런 사업 하는 게 맞다 생각하고, 자신이 공공노조 조합원인 것에 자긍심을 갖는 것이죠. 그게 내면화되고 언제라도 표출돼야 하는 겁니다.
우리가 주장하는 요구를 알려내고, 공공노조가 그것을 실천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사회 변혁적 전망이 아니라 임시방편으로 자기들의 이익만 챙기려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불식시킬 수 있습니다.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승산도 없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출신입니다. 노조활동을 하게 된 이유도 처음에 입사해서 일을 하는 데 이 제도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입니다. 이 제도를 노동조합을 통해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사내 제안제도를 통해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노동조합을 통해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려내는 활동을 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주민들의 항의를 받아가면서도 제도가 잘못되어 있으니까 우리가 바꿀 때까지 참고 함께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10여 년의 지속적인 투쟁으로 제도를 통합시켰습니다. 건강보험제도를 통합시킨 것은 정말 가치 있는 일이었습니다. 당위적인 구호가 아니라, 공공노조가 사회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노조의 비정규직 조직화사업과 전략조직화사업
이현대: 공공노조가 추진하는 주요사업 중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 전략조직화 사업 등이 있는데, 공공노조에 있어서 ‘비정규 사업’이 갖고 있는 의미와 향후 사업방향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이상무: 아직 완벽한 통합 산별을 못 만들었지만 공공노조 설립 이후 가장 잘한 사업이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과 전략조직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산별정신을 바탕으로 잘 해왔습니다. 물론 이 성과가 한번에 다 나타날 순 없지만 공공노조가 있는 한 더 많이 확대하고 지속해야 하는 사업입니다. 앞에서 제가 전국을 순회해서 알려내겠다고 하는 게 이것과 연동되는 겁니다. 사실 노조를 만드는 게 엄청나게 힘든 일입니다. 몇 개월을 싸워야 합니다. 사용자가 인정 안하니까요. 몇 개월을 싸울 때 다른 지역 사람들이 투쟁에 결합한다는 게 지리적인 위치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쉽지는 않아요. 그런데 위원장이 그곳에 내려가서 그 지역에서 일주일씩 거주하고 순회하면서, 그런 투쟁사업장이 있다고 알려내고, 집중해서 지원하고 투쟁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갖고 승리를 만들어나가는 거죠. 그렇게 하다보면 위원장이 안 다녀도 지역의 동지들이 사업을 이렇게 한다면 이길 수 있고 우리가 모이면 이긴다는 것을 익히게 되겠죠.
실제 공기업의 전국 네트워크 사업장인 대공장사업장에서는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하기 힘듭니다. 거기 전임자들이 몇 명 있어도 다른 사업장의 미조직 조직화 사업을 못하는 거죠. 결국 현장의 활동가들이나 지역본부의 상근자들이 상담이나 선전을 통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위원장이 그 지역에 가서 지역의 대표자들을 만나고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것이죠. 지역 본부에서 모으는 것보다는 훨씬 힘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기업의 소위 대공장 노동자들한테 그 투쟁의 의미에 대해 알려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그 사업장 노동자들의 조건을 높이는 거지만 우리 후세를 위한 투쟁인 거죠. 후세에 비정규직으로 살게 될 우리의 아이들이 지금 보다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복무하도록 하는 거죠. 복무의 당위성이 생기는 겁니다. 그런 역할을 하면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하는 동지들이 힘을 좀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조직이라서가 아니라, 미조직 조직화 사업을 공공노조만큼 잘 하는 데가 없는 것 같습니다. 경기본부장 하면서도 실제 지역 본부에 9개 지부가 있었지만 미조직 조직화 사업이 그렇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조건이 쉽지 않지만 끊임없이 애를 쓰고 전략조직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공공노조가 방향을 잘 잡아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
이현대: 지역지부 소속의 비정규직 사업장들을 조직하는 건 많은 성과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장이 워낙 열악하고 규모가 작다보니 상근자나 임원들이 교섭이나 임금 단체 협상이 많아서 일상적인 조직관리, 교육, 훈련에는 어려움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조직화된 노조를 활성화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반노조나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을 조직하는 지역지부와 같이 초업종 지역노조들이 봉착하는 문제입니다. 공공노조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지원해서 모범적인 사례를 많이 만들었으면 합니다.
이상무: 공공노조 서경지부에는 많은 업종들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뜯어놓고 보면 정말 열악한 사업장입니다. 서경지부가 사업을 정말 잘하고 있고, 지부의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서울본부의 임원과 사무처의 활동도 눈부십니다. 노조에서도 서울본부 사무처에 3명이 파견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집중해야 할 곳에 배치하는 거죠. 물론 인원이 한정되어 있긴 합니다만. 서울이나 인천이 비정규직 미조직 사업장과 전략 조직사업을 할 만한 단위가 많습니다. 집중해서 사업을 만들어가야겠죠.
공공노조 조직개편의 쟁점
이현대: 최근 ‘공공노조’ 조직개편의 핵심적인 쟁점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고, 향후 공공노조의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상무: 현재 통합 산별을 가정하고 그려놓은 시스템이 너무 방만하고 비대하다는 분석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우리 몸에 맞게 다시 만들어야 하지 않나 해서 계속 토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 토론이 약간의 오해를 가지고, 서로가 이해하지 못한 채 진행된 바가 있습니다. 크게 두 축으로 볼 수 있는데, 한 축은 전국네트워크 사업장인 공기업의 입장이 하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사업에 관련한 겁니다.
공공노조의 태생을 보면, 우선 국가로부터 지배간섭을 받고 있는 공기업들이 모여서 우리가 각각 기업별로 있어서는 정부에 대응하기 힘드니까 하나로 묶자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대정부 투쟁을 강화하고 중앙 교섭창구를 만들어내자는 거죠. 또 다른 측면은 산별노조를 통해 업종을 넘어서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대정부 투쟁은 힘 있게 해 보지도 못하고 대정부 교섭 창구가 만들어 진 것도 아니죠. 대정부 투쟁을 잘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방식으로 논의했으면 쉬웠을 텐데 그러지 못했어요. ‘5톤 차에 10톤을 실어서는 조직이 되지 않는다,’ ‘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되다 보니까 조직 내 각 이견 그룹이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 문제는 모두 해소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편 미조직 조직화사업은 성과가 나타나면서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어요. 여기에는 재정과 인력을 많이 투입할 수밖에 없는 거고요.
조직체계 개편 관련해서는 지역본부를 골간 체계로 둘 것인가 아닌가가 주요하게 쟁점이 되는 것처럼 나타났는데요. 사실은 그렇게 지역본부의 골간체계에 집중해서 대립 각을 세울 일은 아닙니다. 양쪽 다 공기업 대정부 투쟁도 동의가 되고, 지역의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도 동의가 되는 것이니까요. 지역본부를 골간체계에서 빼면 ‘전국네트워크 사업장(전국 규모 공기업)이 지역 사업에 결합하지 않는다,’ ‘지금도 안 하고 있는데 더 심각해 질 것이다’는 우려가 있어요. 또한 전국네트워크 사업장이 지역에 재정투입을 많이 해서 기업지부의 재정이 부족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습니다. 중앙 재정을 다시 한번 분석해서 전국네트워크 사업장의 재정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고 지역본부 골간의 문제는 사업의 배치와 사업에 대한 참여를 높여내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편으로, 중앙의 각종 회의체에 참가하는 대표를 지역본부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우리 조합원들이 알지도 못하고 투표만 하게 되는 폐단도 있어요. 그건 전부 공감합니다. 지금 계속 토론을 해서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현재 조직이 감당하기 어렵게 그려진 부분이 없지 않아요. 그걸 다시 수정해서 다시 가볍게 굴러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현대: 모두 근거 있는 이야기들이네요. 매우 중요하기도 하고요. 그 동안 산별이 노조로서 전국 규모 공기업 사업장에 대해 실질적인 지원과 관할 능력이 없었던 게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금속노조에서도 그랬던 거 같은데 기업별 형식을 없애면 ‘기업별 의식’이 없어지는 것처럼 조직 형식적으로 접근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공공노조에서는 그런 논의로 치닫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실질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하면 합의 못할 게 없을 거 같은데요.
이상무: 같이 연동돼서 하는 얘기가 바로 그겁니다. 제가 지역에 가서 하겠다는 것이죠. 전국 규모 공기업사업장하고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앙에서 지침을 내린다고 해도 전국 규모 공기업지부의 지역 현장으로 내려 보내지 않으면 여기서 회의하는 것으로 끝나고 마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위원장이 직접 지역에 내려가서 하겠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중앙에서 특별히 결정 안 해도 지역본부별로 사업을 해 나가게 될 것입니다. 또 우리의 공동의제인 미조직 전략조직화 사업에 전국네트워크(전국 규모 공기업지부)사업장이 복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대정부 투쟁, 미조직 전략조직화, 지역현장 결합, 이 세 가지가 같이 연동되면 산별다운 모습으로 변화 되고 발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공노조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 걱정을 많이 하는데,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공공운수 통합산별 추진
이현대: ‘공공노조’의 발전전망과 직결되어 있는 ‘공공운수 통합 산별’ 추진 과정에 대한 간략한 평가와 향후 통합 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입장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상무: 공공노조가 통합 산별을 목표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큰 틀의 목표는 변함이 없습니다. 공공노조만 통합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지만 우리를 통해 다른 데가 동의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빠르게는 공공노조, 운수노조와 연맹이 함께 입주해있는 이 건물 안에 있는 사무처만이라도 통합해서 운영하자고 동의가 되어 있고요. 물론 논의하면서 같이 결정해야 합니다. 통합 산별 일정은 같이 결정하고, 동의된 데만이라도 묶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산지하철이 산별전환을 결의해 놓은 상태인데, 운수노조하고 공공노조가 통합이 안 되니까 부산 지하철도 통합이 안 되는 거죠. 직할협의회로 남아 있는 단위들(산별 미전환노조)이 산별전환투표를 동시에 같이해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이대로 가는 것은 공공노조도 어렵고, 운수노조도 어렵고 통합 산별은 무망한 일이 되겠죠. 이런 정도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현대: 시급하고 힘 있게 결정해서 돌파를 해보자는 입장이시군요.
이상무: 그래서 내년은 통합 산별을 줄기차게 엮어 가기 위한 사업을 할 예정입니다. 최소한 2011년에는 결판을 내야 합니다. 그 때도 “공공노조가 통합 산별을 준비해 왔지만, 다른 조직은 안 되고 우리만 남았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거죠. 통합 산별 건설과정이 집행부가 조합원들을 기만한 듯한 과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집행부가 사업을 잘 못하는 이유가 통합 산별이 안 돼서 그런 것으로 치환해서도 안 된다는 말입니다. 조직발전을 위해 사활을 걸고 추진해야합니다.
공공부문 선진화 공세에 맞선 투쟁계획
이현대: 현재 이명박 정권의 ‘공공부분 선진화’ 공세의 특징과 이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공공부문 선진화 분쇄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선진화 분쇄 공투본)’을 포함한 공공노조의 투쟁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이상무: 공공부문 선진화 공세가 여러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노동탄압, 단체협약 개악으로 나타나고 있고 법 개정 문제가 있습니다. 투쟁하기 어려운 건 법 개정 문제입니다. 국민연금기금 운영법의 경우, 현재 가입자 단체들을 배제시키고 소위 ‘금융전문가’라는 전문투기꾼들한테 역할을 주겠다는 겁니다. 이 문제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노동자들한테만 싸우라고 할 수 없는 문제잖아요. 이것을 공공노조가 복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가스 민영화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가스공사 자체를 분할하기 부담되니까 천연가스 도입권을 재벌에게 나누어주자는 것이죠. 법안상정 시기를 내년 2월 국회로 보고 있는데, 12월 국회에 가서 싸우려고 하지만 공공노조가 이 투쟁을 내년 2월까지 지속해 가야하는 상황이라 어려움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투쟁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기간 동안 우리 조합원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국민을 상대로 지속적인 선전전을 해야 합니다. 투쟁은 공공노조가 주체가 되어서 하는 투쟁이지만, 연맹과 민주노총이 엄호하고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단체협약 개악 문제는 일정정도 막아내고 있지만, 아직은 진행 중입니다. 공공부문의 단체협약이 많이 후퇴하고 있는데, 특히 노동조합 활동과 전임자 부분에서 그렇습니다. 내년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같이 연루되어 있습니다. 열심히 투쟁하고 있지만 성과는 내지 못했습니다.
이현대: 연봉제, 성과급제,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제도 개악상황은 어떻습니까?
이상무: 개인별로 임금을 차별하는 성과연봉제는 지금까지는 막아냈습니다. 문제는 성과급입니다. 성과급이라는 것이 개인별 성과가 아닌 기관별 성과를 말하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기관경영평가를 해서 성과급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우리가 처음에는 이것을 거부하는 투쟁을 했었는데, 우리 기관이 안 받아도 그 돈을 다른 기관이 가져가니까 기관 간 경쟁으로 인해 막아내는 데 실패하고 상당히 오랫동안 고착화되어 있어요. 문제는 이 성과급을 끊임없이 개인별 성과로 전환하려는 공세를 하고 있는 점입니다. 그래서 노조에서 성과급을 1/N로 나눠서 주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단 정책을 막는데 실패했고 정책이 시행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합원들 수준에서 모아서 똑같이 분배한다는 겁니다. 임금피크제도 계속 추진되고 있고 한국노총 사업장에서도 도입되었습니다. 올해까지는 우리 노조 사업장에 임금 단체협약으로 들어온 데는 없지만 정부가 내년에는 표준모델을 만들어 강제하겠다고 하는 만큼 계속 투쟁해야할 과제입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선진화 정책에 2010년도의 주요한 추진사업이 연봉제입니다. 이 정책을 폐기하도록 하는 투쟁을 조직하고 실천해야하는 중요한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노동법 개악에 대해
이현대: 최근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동부, 경총, 한국노총이 ‘복수노조 2012년 7월 도입(창구단일화 전제)과 2010년 7월부터 노조 전임자 입금지급 금지’를 합의했습니다. 제도개악 저지 투쟁과 함께 무엇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상무: 공공운수연맹의 ‘선진화 분쇄 공투본’의 투쟁 과정이 이것과 연결되기를 바랐는데 잘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총연맹 수준에서는 충분히 복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경총, 한국노총, 노동부가 야합하는 과정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만약 이게 관철된다면 대한민국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1905년에 있었던 을사늑약 체결 시에 을사 5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것을 정당화시켜주는 것과 다름없는 거죠. 지금 한국노총을 앞세운 야합을 한나라당이 노사정 당사자 간의 합의로 인정하고 법제화한다면 을사늑약을 을사조약이라고 바꿔 불러야 할 것입니다. 왜냐면 을사늑약이 주권을 넘겨 준 거잖아요. 지금 이 야합은 결국 전체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저당 잡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투쟁이 얼마만큼 담보되는가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고 봅니다. 시멘트를 부어서 굳히는 걸 양생이라고 하잖아요. 양생되기 전에 우리가 투쟁을 얼마만큼 배치하고 실제 나서서 하느냐에 따라 형체가 없어질 수도 있고 바꿀 수도 있는 거죠. 굳어 버리고 나면 깨기가 힘들잖아요. 우리들의 준비태세를 보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민주노총뿐 아니라 노동운동하는 상층 간부들이 결의를 해야 합니다. 그것은 일제시대 나라를 뺏길 때 전체 국민들이 싸우지는 못할지라도 지사들이 있어서 투쟁했던 것과도 같습니다. 많은 것들을 감수하고 싸웠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이 그런 심정으로 결연하게 투쟁을 결의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결국 우리 조합원들이 동의하고 투쟁에 나오게 됩니다.
지역운동의 활성화와 공공노조
이현대: 민주노총 경기지역 본부장으로 역할을 하셨잖아요. 지역운동을 활성화하는데 지역본부/산별 지역본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상무: 지역에 내려가서 하겠다는 것은 공공노조 투쟁만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 등에 같이 하자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공공사업장 투쟁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4년 동안 지역의 투쟁을 결의하고 각 연맹지역대표와 지부 대표들로 구성된 운영위에서 사업을 결의하지만 그걸로 끝이었죠. 민주노총 경기본부 결의대회라고 말하고, 지역 본부장이 그 싸움 이기겠다고 천막농성 단식투쟁해도 투쟁대오는 항상 소규모 입니다. 그러니까 지역의 투쟁이 협소해지는 거죠. 지역의 운동이 위축되고, 자생적으로 투쟁이 만들어지는 게 없는 거예요. 지금은 중앙에서 지침 내려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노동 시민 단체들이 얼마만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가가 관건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얘기하는 노동해방, 산별건설, 노동자 정치세력화입니다. 제가 지역본부장을 했기 때문에 현장에 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도 각 지역본부 투쟁에 최대한 조직하고 함께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투쟁할 때 지역본부장이 투쟁사, 격려사 하고 가는 그런 것 말고 그 지역에 있는 타 연맹의 조합원 혹은 상근자들이 함께 와서 연대하는 기풍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도 공공이 아닌 다른 사업장 투쟁에 함께 복무해야 합니다.
조합원들과 활동가들에 대한 당부
이현대: 마지막으로 조합원들과 사회단체활동가들에게 한 마디 해 주세요.
이상무: 우리 공공노조 동지들한테는 이런 부탁을 하고 싶어요. 내 사업장을 넘어서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자고요. 그리고 지역 사회에서도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 스스로가 무장이 돼서 다른 이들에게 노동운동과 사회공공성을 얘기하는 사람으로 훈련되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민주노조를 지키고 사회변혁을 위해 끊임없이 어려운 조건에서도 운동하는 민주노총의 조합원동지와 사회단체 활동가동지들이 많이 계시죠. 언제 어느 곳에서라도 그 뜻을 버리지 말고 넓혀 나가서 한 사람 한 사람 동지들과 똑같은 활동가가 더 많아지도록 지금보다 더욱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 동지들이 노동자민중에게는 희망이고 기대이기도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다음에 현장에서 승리한 전사의 모습으로 만나기를 기원합니다.
전국공공서비스노조(이하 공공노조)는 2006년 11월 30일 출범한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산하의 산업노조이다. 올해 4년차를 맞이하고 있는 공공노조는 운수노조와 동시에 출범하면서 두 조직이 통합해 통합산별노조(가칭 공공운수노조)를 건설하는 것이 애초의 목표였다. 즉 공공노조와 운수노조는 통합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과도기 조직’으로 출발한 것이다. 공공운수연맹은 2008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통합산별노조 건설 추진방침’을 결정하고 2009년 5월 1일에는 통합산별노조를 정식으로 출범시키기로 결의했다. 그 결정에 따르면 2009년 10월에는 통합산별노조의 지도부를 직선으로 선출하여 2009년 11월부터는 과도기 체제를 마감하고 본격적으로 공공운수노조 시대를 열어가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2008년 운수노조 대의원대회에서 통합 산별 결의가 사실상 무산되는 등 통합산별추진 흐름이 지체되어 현재까지 난항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9년 9월 공공노조 3기 집행부(이상무 위원장-구권서 사무처장)가 출범했다. 통합산별노조 건설을 촉진하기 위한 과도기 집행부로 위상을 상정했던 2기 집행부(이영원 위원장)는 하반기 투쟁 및 조직개편 책임에 대한 부담으로 조기 사퇴했다. 이후 두 차례 공고에도 불구하고 선거 입후보자가 없었고, 비대위 시기를 거쳐 재공고 끝에 이상무-구권서 후보가 당선돼 공공노조 3기 체제를 열어가고 있다. 2기 집행부 사퇴와 3기 집행부 선거를 둘러싸고 지도집행력과 통합력의 위기가 드러나면서 공공노조 내 조직개편에 대한 논의가 증폭되었다.
2009년 10월 임시대의원회에서 조직개편안에 대한 심의가 연기된 상태이며, 2010년은 지도력을 재구축하고 조직적 통합력을 복구하기 위해 조직재편방향을 합의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사회진보연대는 조직 내외적인 어려운 조건에서 공공노조의 집행력을 책임지게 될 이상무 위원장을 만났다. 현재 공공노조에 대한 진단으로부터 시작해 경제위기 시기 공공부문의 투쟁, 통합산별건설, 조직재편 등에 대한 대담을 나누고, 이후 통합산별 건설까지의 고민을 들었다.
이상무 위원장은 현재 조직재편논의가 과도하게 ‘체계’에 집중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지역과 현장에서부터 운동을 만들고 이를 위해 위원장이 직접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한다. 조직재편에 대한 논의는 단지 조직의 형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운동을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 동안 골간조직 문제, 조직형태 문제에 논의가 집중되면서, 공공기관지부(전국적인 네트워크 사업장)와 지역지부 간의 논쟁이 비화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는 매우 다종다양한 업종들로 구성된 공공노조가 통합력을 창출하는 과정과도 관련되어 있다. 업종구성, 임금, 고용형태 뿐 아니라 1987년 이후 각 조직이 거쳐 온 노동조합운동의 역사적 궤적도 많은 차이가 있는 공공노조가 내부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초기업적인 연대정신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공공노조는 공공기관지부에 대한 중앙의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지역본부 형식을 둘러싼 논쟁을 넘어 실질적으로 지역지부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지역운동을 강화하기 위한 중앙과 지역지부의 긴밀한 논의와 실천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결합력이 형성될 것이다.
현재 공공노조는 통합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현실적 사업에 착수하고 있다. 이상무 위원장은 조직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실질적인 계획을 가지고 통합산별노조 건설을 추진하고, 산별추진과는 별개로 공공노조의 독자사업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2010년은 공공노조가 내적인 조직재편뿐 아니라 공공부문 선진화에 맞선 투쟁을 더욱 공세적으로 조직해야 할 시기이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초기부터 밀어붙인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위한 강경 드라이브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공공부문 선진화가 비단 몇몇 사업장이 아닌 공공부문 전체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나아가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권 생존권 투쟁으로 확장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한 때이다. 이번 대담은 공공노조가 이와 같은 역할을 자임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대담에 응해주신 이상무 위원장께 감사드린다.
산별답게, 노조답게
이현대: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맡으셔서 어깨가 무겁겠습니다. 이번 공공노조 선거에서 ‘산별답게 노조답게’를 슬로건으로 제시했는데, 큰 틀에서 민주노조/산별노조 활동에 대한 평가와 혁신의 방향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위원장님께서 생각하는 ‘산별답다는 것’, ‘노조답다는 것’의 의미와 지향점을 설명해 주십시오.
이상무: ‘산별답다’, ‘노조답다’는 게 정형화된 철학은 아니에요. 제 생각에 산별답다는 말은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구호입니다. 우리가 집회에서 노동자는 하나라고 외치는데,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가 생각해 봐야죠. 산별답다는 말은 그 구호를 현실로 나타내는 실천적인 활동을 말하는 겁니다. 정권은 노동법을 개악해서 노동자들을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분할해 지배하잖아요. 서로가 하나 되는 것을 방해합니다. 우리는 1997년부터 지금까지 10년을 그렇게 길들여져 왔어요. 그런 양극화에 따라서 대중들은 정규직은 비정규직보다 능력 있고 우월하게 사는 것 같이 느낍니다. 정권, 자본, 보수언론에 의해 끊임없이 조장되고 세뇌당하는 거죠. 그걸 깨는 것을 산별답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산별 전체 조합원들이 공통의 조직 목표를 공유하고 그걸 바로 세우는 것입니다. 특히 공공노조에는 여러 업종들이 모여 있습니다. 다양한 업종의 노동자들이 사회공공성 의제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건강보험보장성 확대, 기초노령연금 현실화, 비정규직 차별철폐, 최저임금 현실화 등을 얘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공공노조 전체가 이것을 같이 말할 수 있을 때 산별답다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노조답다’는 것은 사회전체 이익을 위해서 투쟁력을 유지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자본과 정권으로부터 밀리는 이유는, 산별을 지향하고 노동자가 하나라고 얘기하면서도 기업별로 안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조답다는 것은 각 개개인의 이익과 함께 사회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투쟁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일을 노동조합이 해야 한다는 것이죠. 최소한 산별노조를 만들었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노조가 투쟁의 기풍을 잃고 개악된 노조법이나 정부지침 테두리에 갇히게 되면서 조직보존의 논리로 수세적인 조직이기주의를 보이고 있는 게 현재 우리 상황입니다. 자긍심을 갖고 사회적 의제를 요구하고 쟁취해야 합니다. ‘산별답게, 노조답게’라는 것을 이렇게 정리하고 조합원들과 이야기하면서 공감을 얻어 운동을 이끌어 나가려고 합니다.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원인
이현대: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과 노동조합의 사회운동적 역할을 강조하시는 것 같네요. 현재는 공공만이 아니라 민주노조 전체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입니다. 민주노총이 산별중심으로 가려고 하지만 어려움에 봉착해 있고, 진보정당 운동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이상무: 제가 민주노총이나 민주노조운동 혁신방안에 대해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흉보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있지요. 잘못한다고 흉보면서 어느 날 내가 그 일을 하고 있는 거죠. 민주노총도 지난 과거에 우리를 낙담하게 했던 것들이 지금까지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사실 자본의 더 많은 이윤추구를 위해서 노동악법이 만들어진 것을 개탄하면서도, 각자의 삶이 어려워진 책임을 자신이 경제적으로 무능한 탓으로 돌리고 어려워진 삶에 낙담합니다. 자녀들이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 것을 기대하고 학원으로 내 모는 거죠. 사교육 잘못되었다고 얘기하면서도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그렇게 합니다. 임금이 높은 노동자들도, 열악한 조건에 맞벌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나보다 내 자녀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기대하면서 학원으로 내모는 거죠. 또한 좀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가 부를 가져다 줄 거라는 생각으로, 더 많은 융자를 떠안고 사는 모순에 빠져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방법으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나서기보다는 이윤추구에 혈안이 되어 있는 자본주의 유지 발전에 공헌하는 방식으로 살고 있습니다. 장시간의 노동과 임금 노예로 전락되어 살아가는 것을 외형으로 거부하는지 몰라도 내재적으로 다 수용하고 있는 겁니다.
산별노조의 건설이 부진한 이유도 스스로 진보를 말하지만 노동자들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별 노조에 안착되어 있는 거죠. 민주노총이 1995년에 출범하고 그 당시 산별노조와 정치세력화를 지향으로 설정했지만, 20년이 다 되도록 바꾸어내지 못했습니다. 기업별 노조에서 집행부를 하는 사람들이 과연 산별전환을 위해 노력했는지 되돌아 봐야 합니다. 정치세력화도 같은 맥락인데 선거 때만 되면 후보 발굴하고 세액공제 사업으로 그치고 맙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지속적인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진보진영의 분열로 인해 조합원들에게 정치세력화의 희망을 말하기도 낯이 뜨겁습니다. 10년 넘게 정치세력화를 이야기했는데 별반 발전이 없는 거고요. 노동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행동이 전제되어야 정치세력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자신의 일터를 벗어나 집에 들어와 있는 시간에 누구와 만나는지 지역에서 무얼 하는지 돌아보아야 해요. 제대로 된 교육이 없었고 현장 실천이 없었어요. 실제로 정치는 표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끼리만 표를 찍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미 알잖아요. 민주노총 조합원이나 진보를 지향하는 많은 사람들한테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을 돌아보면 거기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수영, 탁구, 족구, 독서, 산악회 등 모임도 있을 거고, 주민자치센터 같은데 보면 자율방범대, 의용소방대 같은 것도 있지요. 지역에서 많은 동호회가 형성되어 있어요. 그런데 실제 우리 조합원들이 그런 곳에 들어가나요? 물론 자기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거죠. 쉬는 날 또는 업무 끝나고 밤 시간에 지역에 가서 각종 동호회나 자선단체에 가서 같이 활동을 하고 그들과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노동운동이나 정부의 노동탄압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은 조중동을 여과 없이 보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하고 우리가 친분관계를 형성하고 그러고 난 다음에 정부가 하는 4대강 삽질사업, 복지예산감축, 노동탄압, 공무원 노조 탄압이 잘못되었다고 알려내야 해요.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투표행사 할 때 우리를 신뢰하고 표를 찍어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조합원에게 노동자 정치세력화 필요하다고 어느 당 찍으라고 말만했지 누구도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실천하고 있지 않다는 얘깁니다. 바로 이런 일들을 할 때 우리가 언론 하나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이야기들을 알려 나갈 수 있는 겁니다. 80만 조합원들이 자기 지역에서 민주노총을 얘기하고,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의제를 얘기하고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얘기할 때, 그게 산별운동이고 정치세력화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그런 것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해 보지 않았어요. 이런 것을 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현대: 네, 위원장께서 말씀하신 내용에 답이 다 있겠네요. 산별이 되었든 당이 되었든 현장 조합원들이 직접 운동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시지요?
이상무: 제가 어디가도 꼭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 아침 6시에 운동하러 나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제가 축구를 잘은 못하지만 거기 가서 그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운동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제가 어떤 일을 하는 지도 알죠. 그 자리에서 제가 노동운동이나 정치에 대해 짧게 얘기 하는데, 그 사람들이 우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소위 관변단체라고 할 만한 자율 방범대는 지자체 돈을 지원받아서 야간에 청소년 선도사업을 합니다. 매주 월요일 밤 봉사활동을 1년 넘게 하니까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대원들에게 민주노총과 진보정치가 관심사가 되기도 하고 대화의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역의 작은 모임에 참여하고 그렇게 기반을 넓혀 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위기와 공공부문 노동자운동
이현대: 세계적 차원의 경제위기라는 조건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전체 민주노조운동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상무: 경제위기가 왜 왔는지는 다 알잖아요. 자본은 무한이윤추구를 위해서 별의 별것을 다 만듭니다. 노동과 생산이 없이 이윤을 내는 각각의 제도들을 만들고, 투기가 전면 허용되고 투기자본이 국경 없이 넘나들면서 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그러한 과정이 우리한테는 고통으로 다가왔습니다. 자본이 지나다닌 자리는 모두 황폐화되었어요. ‘펄벅의 대지’에 나오는 메뚜기 떼와 같습니다. 메뚜기가 직접적으로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데 그들이 훑고 간 대지에는 사람들이 먹어야 할 곡식, 가축이 먹어야 할 풀들이 없어지는 거예요. 그로 인해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이죠. 국제투기자본이 그와 똑같다고 할 수 있어요. 그 메뚜기 떼들이 넘어 오는 것을 규제완화해서 다 풀어놓은 것입니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소득의 재분배가 필요한데, 가진 자들이 엄청 거세게 반발하죠. 당분간 일자리가 없더라도 최소한도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건강보험보장성 확대, 기초노령연금 현실화 등을 요구해야 합니다. 자녀를 양육하고 부모를 부양할 만큼 경제적 능력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라는 거죠. 또 공기업을 판다는 것은 국민의 재산을 없애고 그 부담을 국민에게 지우는 것입니다. 공기업 매각, 민영화,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내용을 가지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투쟁을 조직해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이 시기에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조직하고 투쟁해야 할 내용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러한 투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사회공공성 의제를 이제 전면에 걸어 실천하고,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인 사업과 투쟁을 배치해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경제위기 조건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선거 때 저의 공약도 그랬고 내년 사업계획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1-2년 안에 되진 않겠지만 끊임없이 실천해야 합니다.
이현대: 경제위기로 노동자들의 삶이 어려워지면 국가재정을 많이 투여하고 사회복지를 확대하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도 재정규모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냥 나열식이 되는 건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요. 한정된 재정 안에서 교육, 의료 등 각종 사회복지 예산을 확대하라고 요구해야 할 텐데 노동자들의 요구도 우선순위를 정해서 ‘핵심적인 공동요구안’과 같은 방식으로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자신의 분야에 예산을 달라는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또한 금속에서는 해외 투자기업이 20%나 되는데 쌍용자동차, 위니아만도 등 소위 ‘먹튀 자본’들이 기술유출과 자본유출, 구조조정을 일삼고 있습니다. 또한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자본들이 투기를 통해 우리 노동자들이 생산한 사회적 부를 빼앗아가고 있잖아요. 따라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산업분야가 다르더라도 금융투기 및 외자유출 통제 등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공동의 요구로 같이 싸워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상무: 당연히 함께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선은 내가 알고 하고자 하는 사업이 그렇게 다양하고 구체적인 데까지는 미치지 못한다는 게 진솔한 고백일 것입니다. 20년 이상을 공공부문의 제도 문제 가지고 얘기해 왔기 때문에 한계는 있겠죠. 하지만 전체 노동진영이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같이 해야죠. 과거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민주노총의 과제와 주요 요구가 쭉 나열되죠. 그걸 전체 노동자가 나서서 하는 것도 있고, 어느 부문은 각 연맹이 중심사업으로 세워서 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공공, 사무금융 등 부문이 나눠지기는 하죠. 전체 과제는 다 같이 복무해야 할 것이며, 어떤 부문은 해당조직이 앞장서서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부문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
이현대: 정권과 자본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상대적인 고임금과 높은 복지수준’을 지목하며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데,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와 관련하여 어떤 논리와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논리적 대응 뿐 아니라 공공부문 현실에 대한 대응도 필요할 텐데요.
이상무: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언론이 없다는 겁니다. 보도 매체가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정부가 쏟아내는 모든 것들을 여과 없이 국민들이 듣게 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공공부문 노동자, 공무원, 전교조가 왜 공격을 받고 있나 돌아봐야 합니다. 정부가 공격할 때 국민들의 정서를 가장 많이 좌우하는 게 살기 어려운 시기에 저 놈들은 돈 많이 받는다고 혹세무민하는 겁니다. 정말 치졸한 일인데 국민을 분열시키는 일이잖아요. 국가정책이 공공부문을 황폐화하고 재벌과 투기자본에 이윤을 가져다줍니다.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에 복무하는 거죠. 비정규직으로 사는 것이 내가 제대로 못 가르쳐서, 아들, 딸이 공부를 못해서 등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죠. 사회적 저항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는 국가의 정책이 국민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고 소수의 가진 자들을 위해 계속 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 가장 앞장서 있는 사람들이 국가 정책과 직결되는 공공부문, 공무원, 전교조 조합원들입니다. 이 사람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온갖 억지를 다 갖다 붙이는 겁니다. 공무원노조 위원장으로 당선된 사람을 해임시켜 놓고, 해임되었기 때문에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합니다. 통합공무원노조 양성윤 위원장은 선출되자마자 해임되어 공무원노조법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어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 합법적으로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법을 무시하고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이 잘 모르는 거죠.
마찬가지로 공공부문의 노동자들이 임금이 과연 높은가요? 실제 그렇지 않거든요. 정말 높은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아니고, 낙하산 인사로 임명돼서 정부의 시녀로 살아가는 고위직들입니다. 그들이 공공부문의 임금 구조와 복지수준을 왜곡시키는 겁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공기업은 노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끊임없이 임금가이드 라인을 설정했어요. 3년째 임금이 동결되어서 물가인상률을 따져보면 15% 임금 저하가 생긴 겁니다. 그리고 한 직장에서 20여 년 근무한 사람들이 연봉 4-5천만 원 받는 게 대단히 많이 받는 건가요? 20여 년 씩 근무하는 사람이 부모님이 안 계시다고 가정해도 고등학교, 대학교 다니는 자녀가 있는데, 4인 가구가 연 4천만 원으로 이 사회에서 노후를 대비하면서 윤택하게 살 수 있는 건가요? 아닙니다. 직장이 있어서 근근이 먹고 사는 것입니다. 정부의 이러한 혹세무민에 대해 대안은 없습니다. 우리의 투쟁이 정당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투쟁을 통해서 알려낼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깨지고 희생을 당해도 그것을 뛰어넘는 투쟁이 대안입니다. 더디긴 하지만 우리들이 이렇게 정당하다는 것을 계속 알려내야 합니다. 그 속에서 바꿔나가야 합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간 격차
이현대: 위원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정권과 자본이 임금축소와 더 많은 이윤추구를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면서 노동자 간 격차를 확대해 놓고, 이러한 현실을 악용하여 정규직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이러한 정권과 자본의 의도를 폭로하고 맞서 싸워나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도 이런 격차를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무: 제가 앞서 말했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기초노령연금 현실화, 최저임금 현실화, 비정규직 차별철폐, 이런 투쟁들이 곧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는 겁니다. 우리 공공노조를 보면 사업장이 매우 많은데, 규모 있는 공기업도 있고 용역 업체의 비정규직도 있고, 최저 임금보다 10원 높은 노동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임금 교섭해서 100원 인상시키기가 쉽지 않은 거죠. 실제 우리가 정부를 상대로 해서 최저임금을 인상시키는 투쟁으로 전체 판을 만들어 놓으면 우리 산별로 조직되지 않은 사업장까지도 포함됩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는 건강이 가장 위협받는 사람들,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겁니다. 실제 돈 많은 사람들은 국민건강보험 없어도 된다고 하잖아요. 공단에 내는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면 부유층은 사보험으로 충분히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영리 병원 도입, 의료민영화에 찬성하는 거죠. 병원에서 본인부담금을 최소화하거나 무료로 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결국 실질 임금을 인상시키는 것입니다. 본인들이 부양해야 할 자기 부모님 세대의 기초노령연금이 현실화되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그걸 만드는 게 지금 임금의 차이를 완화시키는 것이라고 봐요. 내 임금을 덜어서 나눠 줄 수는 없더라도 말입니다. 실제 우리 임금을 깎으면 다른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더 많이 주나요? 아니잖아요. 이러한 사회적 의제가 전체 노동자,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소득향상으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주장하는 겁니다.
사회공공성투쟁
이현대: ‘사회공공성’ 투쟁이 공공기관 노동자의 투쟁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으로만 제기되거나, 사회 변혁적 전망이 아니라 미봉적인 요구로만 제시된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상무: 자신의 사업장에 직결되었을 때만 투쟁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사업에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공공노조가 주장하는 것이 그러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임금 단체협상 시기도 아니고 구조조정도 없는 시기에 그저 평온하게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그런 사회적 의제를 가지고 전국을 순회하면서 조합원들을 교육하고 지역주민들을 만나야 합니다. 주중에 한번 정도 집회를 열어야 하고요. 전국을 돌면서 이걸 끊임없이 반복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저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맞아!’ 그렇게 생각하고 선전물 하나라도 직접 받아보는 거겠죠. 그 과정에서 우리 조합원들도 공공노조가 그런 사업 하는 게 맞다 생각하고, 자신이 공공노조 조합원인 것에 자긍심을 갖는 것이죠. 그게 내면화되고 언제라도 표출돼야 하는 겁니다.
우리가 주장하는 요구를 알려내고, 공공노조가 그것을 실천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사회 변혁적 전망이 아니라 임시방편으로 자기들의 이익만 챙기려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불식시킬 수 있습니다.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승산도 없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출신입니다. 노조활동을 하게 된 이유도 처음에 입사해서 일을 하는 데 이 제도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입니다. 이 제도를 노동조합을 통해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사내 제안제도를 통해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노동조합을 통해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려내는 활동을 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주민들의 항의를 받아가면서도 제도가 잘못되어 있으니까 우리가 바꿀 때까지 참고 함께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10여 년의 지속적인 투쟁으로 제도를 통합시켰습니다. 건강보험제도를 통합시킨 것은 정말 가치 있는 일이었습니다. 당위적인 구호가 아니라, 공공노조가 사회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노조의 비정규직 조직화사업과 전략조직화사업
이현대: 공공노조가 추진하는 주요사업 중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 전략조직화 사업 등이 있는데, 공공노조에 있어서 ‘비정규 사업’이 갖고 있는 의미와 향후 사업방향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이상무: 아직 완벽한 통합 산별을 못 만들었지만 공공노조 설립 이후 가장 잘한 사업이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과 전략조직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산별정신을 바탕으로 잘 해왔습니다. 물론 이 성과가 한번에 다 나타날 순 없지만 공공노조가 있는 한 더 많이 확대하고 지속해야 하는 사업입니다. 앞에서 제가 전국을 순회해서 알려내겠다고 하는 게 이것과 연동되는 겁니다. 사실 노조를 만드는 게 엄청나게 힘든 일입니다. 몇 개월을 싸워야 합니다. 사용자가 인정 안하니까요. 몇 개월을 싸울 때 다른 지역 사람들이 투쟁에 결합한다는 게 지리적인 위치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쉽지는 않아요. 그런데 위원장이 그곳에 내려가서 그 지역에서 일주일씩 거주하고 순회하면서, 그런 투쟁사업장이 있다고 알려내고, 집중해서 지원하고 투쟁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갖고 승리를 만들어나가는 거죠. 그렇게 하다보면 위원장이 안 다녀도 지역의 동지들이 사업을 이렇게 한다면 이길 수 있고 우리가 모이면 이긴다는 것을 익히게 되겠죠.
실제 공기업의 전국 네트워크 사업장인 대공장사업장에서는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하기 힘듭니다. 거기 전임자들이 몇 명 있어도 다른 사업장의 미조직 조직화 사업을 못하는 거죠. 결국 현장의 활동가들이나 지역본부의 상근자들이 상담이나 선전을 통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위원장이 그 지역에 가서 지역의 대표자들을 만나고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것이죠. 지역 본부에서 모으는 것보다는 훨씬 힘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기업의 소위 대공장 노동자들한테 그 투쟁의 의미에 대해 알려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그 사업장 노동자들의 조건을 높이는 거지만 우리 후세를 위한 투쟁인 거죠. 후세에 비정규직으로 살게 될 우리의 아이들이 지금 보다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복무하도록 하는 거죠. 복무의 당위성이 생기는 겁니다. 그런 역할을 하면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하는 동지들이 힘을 좀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조직이라서가 아니라, 미조직 조직화 사업을 공공노조만큼 잘 하는 데가 없는 것 같습니다. 경기본부장 하면서도 실제 지역 본부에 9개 지부가 있었지만 미조직 조직화 사업이 그렇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조건이 쉽지 않지만 끊임없이 애를 쓰고 전략조직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공공노조가 방향을 잘 잡아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
이현대: 지역지부 소속의 비정규직 사업장들을 조직하는 건 많은 성과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장이 워낙 열악하고 규모가 작다보니 상근자나 임원들이 교섭이나 임금 단체 협상이 많아서 일상적인 조직관리, 교육, 훈련에는 어려움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조직화된 노조를 활성화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반노조나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을 조직하는 지역지부와 같이 초업종 지역노조들이 봉착하는 문제입니다. 공공노조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지원해서 모범적인 사례를 많이 만들었으면 합니다.
이상무: 공공노조 서경지부에는 많은 업종들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뜯어놓고 보면 정말 열악한 사업장입니다. 서경지부가 사업을 정말 잘하고 있고, 지부의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서울본부의 임원과 사무처의 활동도 눈부십니다. 노조에서도 서울본부 사무처에 3명이 파견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집중해야 할 곳에 배치하는 거죠. 물론 인원이 한정되어 있긴 합니다만. 서울이나 인천이 비정규직 미조직 사업장과 전략 조직사업을 할 만한 단위가 많습니다. 집중해서 사업을 만들어가야겠죠.
공공노조 조직개편의 쟁점
이현대: 최근 ‘공공노조’ 조직개편의 핵심적인 쟁점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고, 향후 공공노조의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상무: 현재 통합 산별을 가정하고 그려놓은 시스템이 너무 방만하고 비대하다는 분석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우리 몸에 맞게 다시 만들어야 하지 않나 해서 계속 토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 토론이 약간의 오해를 가지고, 서로가 이해하지 못한 채 진행된 바가 있습니다. 크게 두 축으로 볼 수 있는데, 한 축은 전국네트워크 사업장인 공기업의 입장이 하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사업에 관련한 겁니다.
공공노조의 태생을 보면, 우선 국가로부터 지배간섭을 받고 있는 공기업들이 모여서 우리가 각각 기업별로 있어서는 정부에 대응하기 힘드니까 하나로 묶자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대정부 투쟁을 강화하고 중앙 교섭창구를 만들어내자는 거죠. 또 다른 측면은 산별노조를 통해 업종을 넘어서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대정부 투쟁은 힘 있게 해 보지도 못하고 대정부 교섭 창구가 만들어 진 것도 아니죠. 대정부 투쟁을 잘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방식으로 논의했으면 쉬웠을 텐데 그러지 못했어요. ‘5톤 차에 10톤을 실어서는 조직이 되지 않는다,’ ‘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되다 보니까 조직 내 각 이견 그룹이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 문제는 모두 해소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편 미조직 조직화사업은 성과가 나타나면서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어요. 여기에는 재정과 인력을 많이 투입할 수밖에 없는 거고요.
조직체계 개편 관련해서는 지역본부를 골간 체계로 둘 것인가 아닌가가 주요하게 쟁점이 되는 것처럼 나타났는데요. 사실은 그렇게 지역본부의 골간체계에 집중해서 대립 각을 세울 일은 아닙니다. 양쪽 다 공기업 대정부 투쟁도 동의가 되고, 지역의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도 동의가 되는 것이니까요. 지역본부를 골간체계에서 빼면 ‘전국네트워크 사업장(전국 규모 공기업)이 지역 사업에 결합하지 않는다,’ ‘지금도 안 하고 있는데 더 심각해 질 것이다’는 우려가 있어요. 또한 전국네트워크 사업장이 지역에 재정투입을 많이 해서 기업지부의 재정이 부족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습니다. 중앙 재정을 다시 한번 분석해서 전국네트워크 사업장의 재정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고 지역본부 골간의 문제는 사업의 배치와 사업에 대한 참여를 높여내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편으로, 중앙의 각종 회의체에 참가하는 대표를 지역본부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우리 조합원들이 알지도 못하고 투표만 하게 되는 폐단도 있어요. 그건 전부 공감합니다. 지금 계속 토론을 해서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현재 조직이 감당하기 어렵게 그려진 부분이 없지 않아요. 그걸 다시 수정해서 다시 가볍게 굴러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현대: 모두 근거 있는 이야기들이네요. 매우 중요하기도 하고요. 그 동안 산별이 노조로서 전국 규모 공기업 사업장에 대해 실질적인 지원과 관할 능력이 없었던 게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금속노조에서도 그랬던 거 같은데 기업별 형식을 없애면 ‘기업별 의식’이 없어지는 것처럼 조직 형식적으로 접근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공공노조에서는 그런 논의로 치닫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실질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하면 합의 못할 게 없을 거 같은데요.
이상무: 같이 연동돼서 하는 얘기가 바로 그겁니다. 제가 지역에 가서 하겠다는 것이죠. 전국 규모 공기업사업장하고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앙에서 지침을 내린다고 해도 전국 규모 공기업지부의 지역 현장으로 내려 보내지 않으면 여기서 회의하는 것으로 끝나고 마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위원장이 직접 지역에 내려가서 하겠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중앙에서 특별히 결정 안 해도 지역본부별로 사업을 해 나가게 될 것입니다. 또 우리의 공동의제인 미조직 전략조직화 사업에 전국네트워크(전국 규모 공기업지부)사업장이 복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대정부 투쟁, 미조직 전략조직화, 지역현장 결합, 이 세 가지가 같이 연동되면 산별다운 모습으로 변화 되고 발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공노조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 걱정을 많이 하는데,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공공운수 통합산별 추진
이현대: ‘공공노조’의 발전전망과 직결되어 있는 ‘공공운수 통합 산별’ 추진 과정에 대한 간략한 평가와 향후 통합 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입장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상무: 공공노조가 통합 산별을 목표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큰 틀의 목표는 변함이 없습니다. 공공노조만 통합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지만 우리를 통해 다른 데가 동의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빠르게는 공공노조, 운수노조와 연맹이 함께 입주해있는 이 건물 안에 있는 사무처만이라도 통합해서 운영하자고 동의가 되어 있고요. 물론 논의하면서 같이 결정해야 합니다. 통합 산별 일정은 같이 결정하고, 동의된 데만이라도 묶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산지하철이 산별전환을 결의해 놓은 상태인데, 운수노조하고 공공노조가 통합이 안 되니까 부산 지하철도 통합이 안 되는 거죠. 직할협의회로 남아 있는 단위들(산별 미전환노조)이 산별전환투표를 동시에 같이해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이대로 가는 것은 공공노조도 어렵고, 운수노조도 어렵고 통합 산별은 무망한 일이 되겠죠. 이런 정도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현대: 시급하고 힘 있게 결정해서 돌파를 해보자는 입장이시군요.
이상무: 그래서 내년은 통합 산별을 줄기차게 엮어 가기 위한 사업을 할 예정입니다. 최소한 2011년에는 결판을 내야 합니다. 그 때도 “공공노조가 통합 산별을 준비해 왔지만, 다른 조직은 안 되고 우리만 남았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거죠. 통합 산별 건설과정이 집행부가 조합원들을 기만한 듯한 과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집행부가 사업을 잘 못하는 이유가 통합 산별이 안 돼서 그런 것으로 치환해서도 안 된다는 말입니다. 조직발전을 위해 사활을 걸고 추진해야합니다.
공공부문 선진화 공세에 맞선 투쟁계획
이현대: 현재 이명박 정권의 ‘공공부분 선진화’ 공세의 특징과 이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공공부문 선진화 분쇄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선진화 분쇄 공투본)’을 포함한 공공노조의 투쟁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이상무: 공공부문 선진화 공세가 여러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노동탄압, 단체협약 개악으로 나타나고 있고 법 개정 문제가 있습니다. 투쟁하기 어려운 건 법 개정 문제입니다. 국민연금기금 운영법의 경우, 현재 가입자 단체들을 배제시키고 소위 ‘금융전문가’라는 전문투기꾼들한테 역할을 주겠다는 겁니다. 이 문제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노동자들한테만 싸우라고 할 수 없는 문제잖아요. 이것을 공공노조가 복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가스 민영화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가스공사 자체를 분할하기 부담되니까 천연가스 도입권을 재벌에게 나누어주자는 것이죠. 법안상정 시기를 내년 2월 국회로 보고 있는데, 12월 국회에 가서 싸우려고 하지만 공공노조가 이 투쟁을 내년 2월까지 지속해 가야하는 상황이라 어려움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투쟁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기간 동안 우리 조합원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국민을 상대로 지속적인 선전전을 해야 합니다. 투쟁은 공공노조가 주체가 되어서 하는 투쟁이지만, 연맹과 민주노총이 엄호하고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단체협약 개악 문제는 일정정도 막아내고 있지만, 아직은 진행 중입니다. 공공부문의 단체협약이 많이 후퇴하고 있는데, 특히 노동조합 활동과 전임자 부분에서 그렇습니다. 내년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같이 연루되어 있습니다. 열심히 투쟁하고 있지만 성과는 내지 못했습니다.
이현대: 연봉제, 성과급제,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제도 개악상황은 어떻습니까?
이상무: 개인별로 임금을 차별하는 성과연봉제는 지금까지는 막아냈습니다. 문제는 성과급입니다. 성과급이라는 것이 개인별 성과가 아닌 기관별 성과를 말하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기관경영평가를 해서 성과급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우리가 처음에는 이것을 거부하는 투쟁을 했었는데, 우리 기관이 안 받아도 그 돈을 다른 기관이 가져가니까 기관 간 경쟁으로 인해 막아내는 데 실패하고 상당히 오랫동안 고착화되어 있어요. 문제는 이 성과급을 끊임없이 개인별 성과로 전환하려는 공세를 하고 있는 점입니다. 그래서 노조에서 성과급을 1/N로 나눠서 주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단 정책을 막는데 실패했고 정책이 시행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합원들 수준에서 모아서 똑같이 분배한다는 겁니다. 임금피크제도 계속 추진되고 있고 한국노총 사업장에서도 도입되었습니다. 올해까지는 우리 노조 사업장에 임금 단체협약으로 들어온 데는 없지만 정부가 내년에는 표준모델을 만들어 강제하겠다고 하는 만큼 계속 투쟁해야할 과제입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선진화 정책에 2010년도의 주요한 추진사업이 연봉제입니다. 이 정책을 폐기하도록 하는 투쟁을 조직하고 실천해야하는 중요한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노동법 개악에 대해
이현대: 최근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동부, 경총, 한국노총이 ‘복수노조 2012년 7월 도입(창구단일화 전제)과 2010년 7월부터 노조 전임자 입금지급 금지’를 합의했습니다. 제도개악 저지 투쟁과 함께 무엇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상무: 공공운수연맹의 ‘선진화 분쇄 공투본’의 투쟁 과정이 이것과 연결되기를 바랐는데 잘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총연맹 수준에서는 충분히 복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경총, 한국노총, 노동부가 야합하는 과정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만약 이게 관철된다면 대한민국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1905년에 있었던 을사늑약 체결 시에 을사 5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것을 정당화시켜주는 것과 다름없는 거죠. 지금 한국노총을 앞세운 야합을 한나라당이 노사정 당사자 간의 합의로 인정하고 법제화한다면 을사늑약을 을사조약이라고 바꿔 불러야 할 것입니다. 왜냐면 을사늑약이 주권을 넘겨 준 거잖아요. 지금 이 야합은 결국 전체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저당 잡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투쟁이 얼마만큼 담보되는가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고 봅니다. 시멘트를 부어서 굳히는 걸 양생이라고 하잖아요. 양생되기 전에 우리가 투쟁을 얼마만큼 배치하고 실제 나서서 하느냐에 따라 형체가 없어질 수도 있고 바꿀 수도 있는 거죠. 굳어 버리고 나면 깨기가 힘들잖아요. 우리들의 준비태세를 보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민주노총뿐 아니라 노동운동하는 상층 간부들이 결의를 해야 합니다. 그것은 일제시대 나라를 뺏길 때 전체 국민들이 싸우지는 못할지라도 지사들이 있어서 투쟁했던 것과도 같습니다. 많은 것들을 감수하고 싸웠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이 그런 심정으로 결연하게 투쟁을 결의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결국 우리 조합원들이 동의하고 투쟁에 나오게 됩니다.
지역운동의 활성화와 공공노조
이현대: 민주노총 경기지역 본부장으로 역할을 하셨잖아요. 지역운동을 활성화하는데 지역본부/산별 지역본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상무: 지역에 내려가서 하겠다는 것은 공공노조 투쟁만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 등에 같이 하자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공공사업장 투쟁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4년 동안 지역의 투쟁을 결의하고 각 연맹지역대표와 지부 대표들로 구성된 운영위에서 사업을 결의하지만 그걸로 끝이었죠. 민주노총 경기본부 결의대회라고 말하고, 지역 본부장이 그 싸움 이기겠다고 천막농성 단식투쟁해도 투쟁대오는 항상 소규모 입니다. 그러니까 지역의 투쟁이 협소해지는 거죠. 지역의 운동이 위축되고, 자생적으로 투쟁이 만들어지는 게 없는 거예요. 지금은 중앙에서 지침 내려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노동 시민 단체들이 얼마만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가가 관건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얘기하는 노동해방, 산별건설, 노동자 정치세력화입니다. 제가 지역본부장을 했기 때문에 현장에 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도 각 지역본부 투쟁에 최대한 조직하고 함께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투쟁할 때 지역본부장이 투쟁사, 격려사 하고 가는 그런 것 말고 그 지역에 있는 타 연맹의 조합원 혹은 상근자들이 함께 와서 연대하는 기풍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도 공공이 아닌 다른 사업장 투쟁에 함께 복무해야 합니다.
조합원들과 활동가들에 대한 당부
이현대: 마지막으로 조합원들과 사회단체활동가들에게 한 마디 해 주세요.
이상무: 우리 공공노조 동지들한테는 이런 부탁을 하고 싶어요. 내 사업장을 넘어서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자고요. 그리고 지역 사회에서도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 스스로가 무장이 돼서 다른 이들에게 노동운동과 사회공공성을 얘기하는 사람으로 훈련되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민주노조를 지키고 사회변혁을 위해 끊임없이 어려운 조건에서도 운동하는 민주노총의 조합원동지와 사회단체 활동가동지들이 많이 계시죠. 언제 어느 곳에서라도 그 뜻을 버리지 말고 넓혀 나가서 한 사람 한 사람 동지들과 똑같은 활동가가 더 많아지도록 지금보다 더욱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 동지들이 노동자민중에게는 희망이고 기대이기도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다음에 현장에서 승리한 전사의 모습으로 만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