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전망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라던 세계 경제위기는 끝났는가?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회복양상이 활기차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지배세력의 대부분도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논자들은 이중침체(더블딥)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경제가 다시 회복되고 있는지, 회복되고 있다면 회복양상이 어떠한지와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는지,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더블딥에 빠져들 가능성은 없는지, 더블딥에 빠져든다면 또다시 위기극복이 가능할 것인지 등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한국경제에 대한 간략한 전망도 해보기로 하자.
미국경제의 회복양상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률, 금융시장, 주택시장, 달러가치와 유가를 통해 경기회복 양상을 살펴보도록 하자.
각국의 성장률
각국의 성장률를 보면,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4분기까지 1년여의 마이너스 성장 뒤 3/4분기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미국이 전형적이다. 일본은 2/4분기부터, 한국은 1/4분기부터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영국, 스페인, 헝가리 같은 나라는 3/4분기에도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동안의 위기 전개과정을 보면 “미국경제가 재채기를 하면 다른 나라나 지역의 경제는 독감에 걸린다”는 것이 실증되고 있다. 즉 미국경제 위기 관련 뉴스가 지난 1-2년간 전 세계 언론을 지배했으나 다른 나라 사정은 미국보다 훨씬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발트 3국(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의 연간성장률은 -20% 정도의 최악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아이슬란드, 아일랜드의 성장률도 매우 열악하고 일본, 독일의 성장률도 미국에 비해서는 매우 나빴다. 거의 유일한 예외가 중국이다. 물론 중국도 전분기 대비 성장률로 환산하면 2008년 4/4분기에는 1% 정도까지 하락해 미국경제 위기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렇게 세계 각국 경제가 위기를 경험한 이유는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무역과 금융이 깊숙이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교역규모가 줄고 국제 금융이 일시적으로 원활치 않음으로써 경제활동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당연히도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과 해외금융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에서 타격이 컸다. 미국은 무역의존도도 낮을 뿐만 아니라 수입감소보다 수출감소가 적어 대외교역의 축소로 인한 피해가 멕시코, 대만, 한국, 일본, 독일 등에 비해 적었다. 또한 국제 금융체계의 위기에 직면해서 경상수지 적자가 심하거나 외채비중이 높은 (반)주변부의 타격이 컸던 반면에 국제신인도가 높은 중심부 국가들의 피해는 비교적 적었다.
미국경제는 3/4분기 성장률이 연율로 쳐서 2.2%로 발표되었는데, 일반적으로 회복기의 성장률은 하강기의 마이너스 성장률보다 그 절대치가 더 큰 체크(√)형을 띤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낮은 수치다.
금융시장
금융시장도 안정을 되찾았다. 우선 신용경색과 금융기관 및 기업들의 부도위험성으로 인해 높아진 가산금리들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내려갔다. 테드(TED) 스프레드(LIBOR(런던 은행간 금리)와 미 재무성 증권 3개월 물(안전자산)의 수익률의 차이)가 0.5%(50 basis) 이하로 하락했고(한 때 4.5%까지 치솟았다), A2P2 스프레드(양질의 비금융 기업어음 30일물 금리와 양호하지 않은 비금융 기업어음 30일물 금리 사이의 차이)도 한 때 6% 수준까지 상승했다가 현재로서는 1% 이하로 하락한 상태다.
투자은행 리만 브라더스 붕괴 이후 폭락세를 보였던 각국의 주가도 많이 상승하였다. 남미 등 일부 개도국의 주가는 거의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고, 미국의 경우도 위기 이전 최고치에 비해 한 때 56.8%까지 하락했던 주가(에스앤피 500 지수 기준)는 이제 그 하락이 3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 때 1929년 대불황 당시의 주가 하락 수준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많이 회복된 상태라 할 수 있다.
주택시장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연체 및 주택차압 증대와 폭등했던 주택가격의 하락 이 서로 물고 물리면서 각종 대출자산과 유사채권들(모기지기반 채권 MBS, 부채담보부증권 CDO 등)의 가격이 폭락했다. 이런 대출자산과 유사채권을 보유한 금융기관들은 부실해지고, 금융기관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 및 부도가 증가하면서 이것이 전체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지경에까지 이르고, 최종적으로는 각종 산업생산과 수요를 위축시킨 것이 현재 경제위기의 연쇄들이라면, 주택가격의 상승은 위기탈출의 중요한 신호다. 주택가격의 상승세로의 전환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연체 및 주택 차압 감소의 한 원인이 되고, 이는 다시 금융기관들이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대출자산과 유사채권들의 가격회복을 의미하고,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자산가격 회복은 금융기관의 기능을 다소 정상화하여 산업생산 및 수요 증대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케이스-쉴러 주택가격 지수에 따르면, 2006년 중반의 최고치에 비해 2009년 5월까지 약 32-33% 하락한 주택가격은 전월대비로 9월까지 연속해서 4개월 동안 상승하고 있다.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금 감면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9월 상승률은 0.3% 정도로서 8월달의 상승률 1.0%에 비하면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정부 지원프로그램은 11월로 종료예정이었으나 2010년 4월까지 연장되었다.
달러가치와 유가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가장 안전한 화폐로 인식되어온 달러가치는 다른 화폐의 가치에 비해 상승했고 유가는 폭락했는데, 경제위기가 완화되거나 경기회복 징후가 나타나면서 달러가치는 다른 통화(예를 들어 유로화)에 비해 다시 하락하고 있고, 유가는 다시 상승하고 있다. 달러가치는 위기가 한창이던 2월에 1유로당 약 1.28달러까지 상승했다가 11월에 약 1.5달러까지 하락했다. 2008년 7월 11일 1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은 유가는 경제위기가 심화하면서 2008년 12월 21일 약 34달러까지 하락했다가 현재는 다시 7-80달러까지 상승하였다. 그런데 달러가치는 12월 현재 약간 상승하였고, 유가도 70달러 후반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소결
결국 미국경제가 3/4분기 들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 회복되고 있는 것은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그 회복세는 그리 강하지 않다. 그리고 이런 회복마저도 주로는 노후차 교체시 제공되는 세금감면,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정부 지원 등 경기부양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런데 경기부양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효과는 2009년 3/4분기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2010년 3/4분기부터는 경기부양 규모가 전기에 비해 감소하게 되어 있어 2010년 하반기에는 성장률에 미치는 효과가 당연히도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정부의 위기대응 정책: 회복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전체 시스템의 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었던 시기, 일부에서는 1929년 대불황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시기가 올 1/4분기였다는 것을 상기하면 현재의 상황은 많이 나아진 상태다.
미국 정부나 연방준비위원회(연준)는 이 정도나마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하여 흡사 전쟁을 치르듯 가능한 한 모든 수단들을 동원하고 에너지를 집중시켰다. 1930년대 대불황 당시에 동원된 정책들이 다시 동원되었다.
통화정책
① 이자율 인하(가격 완화)
우선 대공황 전문가인 벤 버냉키 의장이 이끄는 연준은 시장에 ‘홍수가 날 정도로’ 자금을 공급하였다. 일단 이자율을 대폭 내렸다. 2007년 12월과 2008년 4월 사이에 연방기금금리 목표를 여섯 차례에 걸쳐 5.25%에서 2%로 내렸고 할인율은 같은 기간에 5.75%에서 2.25%로 낮췄다. 결국 2008년 12월에는 연방기금금리 목표를 0-0.25%로까지 낮췄다. 금융기관들이 공개시장조작정책을 통하여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풍부히 보유할 수 있도록 하였고 회원 은행들에 대한 대출이자율도 낮췄다.
② 수량완화
이자율이 0에 접근한 상태에서 통화량을 더 늘리기 위하여 미 연방준비은행은 기존에 구매 해주지 않았던 자산들을 구매 해주면서 통화량을 늘리는 수량완화 정책을 실시하였다. 2008년 11월에는 모기지 금리를 낮추기 위하여 국책 모기지 기관에서 6,0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기반 증권(MBS)을 구매한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단기 입찰 대출(TAF), 기간자산담보부증권대출(TALF) 같은 다양한 대출제도를 통해 은행 비은행 금융기관들에 자금을 공급하였다.
2009년 3월에 공개시장 조작위원회는 국책모기지 기관의 MBS 7,500억 달러를 추가로 구매하여 국책 모기지 기관의 MBS를 1.25조 달러까지 늘린다는 결정을 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국책 모기지 기관 발행 채권 1,000억 달러를 추가 구매하여 2,000억 달러까지 늘리고, 장기 재무성증권을 2009년 동안 3,000억 달러어치를 구매하여 시중 자금 시장의 여건을 개선시키기로 하였다. 그만큼 연방준비은행의 자산규모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2008년 10월 이후 연방준비은행의 자산규모는 대폭 증가하였다. 초기에는 단기 금융시장,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이 대폭 늘었다가,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 정책을 통해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단기 금융시장이 정상화되면서, 국책 모기지기관 발행 MBS 등의 구매가 대폭 늘어났다. 주택 모기지 시장을 국책 기관을 중심으로 살리고자 한 데서 초래된 변화라 할 수 있다.
재정정책
2008년 2월 부시 정부 아래에서 1,680억불의 소득세 환급조치가 있었고, 오바마 당선 이후 2009년 2월에 7,870억불의 경기부양법안(ARRA)이 통과되었다. 이 중 35%는 감세를 내용으로 하고 있고, 65%는 재정지출 증대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즉 연방 세금 삭감, 실업보험 및 다른 사회보장 급여 확대, 교육, 의료, 인프라(에너지 부문 포함)에 대한 투자 증대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 중 750억불은 주택소유자에게 지원이 되었다(HASP).
노후 차량 대신 친환경차 구입 시 주어지는 세금감면,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8,000달러 세제 혜택(11월 말 종료예정이었으나 2010년 4월까지 연장하였다) 등으로 인하여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고 주택판매가 증가하였다. 골드만 삭스 은행에서는 이런 정책효과로 주택가격이 5% 정도 상승하였다고 하고했다.
구조조정정책
1930년대 대불황 당시 재건금융공사(RFC)를 본 딴 부실자산 구조 프로그램(TARP)을 통해 7,000억 달러의 자금이 조성되었고, 시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많은 은행들의 주식을 매입하여 자본금확충을 도왔고, 세계 최대 보험사인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을 국유화하였다. 또한 자동차 회사 지엠과 크라이슬러도 지원하였다. 그리고 3,060억 달러의 시티그룹 자산에 대한 지급보증을 해 주었고,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대해서도 1,180억 달러의 지급보증을 해주었다.
AIG의 구제금융은 수차례에 걸쳐 무려 1,820억달러에 달했는데, AIG로부터 일종의 채권보험상품인 신용부도스왑(CDS)을 구매한 금융기관들은 자신이 보유한 유사채권들의 부실을 AIG에게 전가시킬 수 있었다. AIG는 이런 부실을 감당할 수 없어서 정부가 개입하였다. 즉 정부가 AIG에 계속해서 자금을 투입하고 국유화하였는데, 이로써 미국계 금융회사(대표적으로 골드만 삭스)뿐만 아니라 스위스, 독일 은행도 구제했다. 수혜를 입은 AIG의 거래상대방 중 골드만 삭스는 129억 달러,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Societe Generale)는 119억 달러, 독일의 도이치방크(Deutsche Bank)는 118억 달러, 영국의 바클레이스(Barclays)는 79억 달러를 지불받았다(2008년 9월 16일-2008년 12월 31일). 민관 합작 부실자산 매입 프로그램(PPIP)을 가동하여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매입하려 하였으나 계획이 대폭 축소되었다.
국제협력
G20 회의를 개최하여 보호무역 방지, 재정지출 증대 결의 등을 통해 경제위기의 확산을 방지하고자 했다. 개도국 경제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G20은 G8을 대체해 가고 있다. 특히 중국은 경기부양규모를 국내총생산 대비 12% 이상으로 책정하여 세계적인 경제회복에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불안한 회복
미국 경제가 위와 같은 요인에 의하여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으나 매우 불안한 회복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한 변수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고용: 실업률 증가
미국경제가 3/4분기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고 하나 실업률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실업률은 6월 9.5%, 7월 9.4%, 8월 9.7%, 9월 9.8%를 기록한 이후 10월에는 10.2%를 기록하였고 11월에는 10.0%로 약간 하락하였다. 위기 이전에 비해 거의 74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하였는데 경제위기가 아닌 시기 약간씩 증가했을 일자리수까지 감안하면 정상적인 시기보다 800-900만 개가 적은 것이다. 실업자와 구직단념자, 그리고 경제상황 때문에 단시간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합친 최광의의 실업률(U6)은 5월 16.4%, 6월 16.5%, 7월 16.3%, 8월 16.8%, 9월 17.0%, 10월 17.5%로 급증하다가 11월엔 17.2%로 약간 하락하였다.
경기부양책이 시행되고 이로 인해 일자리가 일부 지켜지거나 늘어났음에도 이런 성과가 나온 것인데, 미국의 실업률 증가세는 경제성장률에 비하면 이례적으로 높다.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이후에도 실업률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것은 해고가 과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미미한 성장이 진행되는 가운데 노동강도의 강화 및 노동생산성 증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실업증가는 소비증대를 어렵게 한다거나, 모기지 연체 및 주택차압 증대를 초래하여 주택 관련 각종 채권의 부실을 심화시켜, 현재의 플러스 성장추세를 꺾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택시장: 연체 및 유질처분 증대
미국 모기지은행연합회(Mortgage Bankers Association, MBA)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체 및 유질처분(차압) 과정에 있는 비율이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2009년 3/4분기에도 14.4%로, 2009년 2/4분기 13.16%에 비해 1.24%포인트가 늘어났다. 9.64%가 연체상태에 있어 2009년 2/4분기 말 연체율 9.24%에 비해 0.4%포인트가 늘어났다.
유질처분 과정에 있는 건수의 비율은 2009년 3/4분기에 4.47%로 2/4분기 4.30%에 비해 늘어났다.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든 프라임(우량) 모기지든 계속해서 연체 및 유질처분 비율이 늘가고 있다. 서브프라임의 연체 및 유질처분 비율은 40%를 넘어섰다. 전체 모기지의 76%를 차지하는 프라임 모기지의 연체 및 유질처분 비율도 10%를 넘어서, “이제 우리 모두 서브프라임이다”라는 말까지 생겨나고 있다. 프라임 연체 및 유질처분이 늘어나는 이유는 실업률 증대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겠다. 당연히 실업률이 늘어나는 한 프라임 모기지의 연체 및 유질처분도 늘어갈 것이다.
주택시장에서 또 문제가 되는 것이 상환해야 할 모기지가액보다 집값이 더 싼 언더워터(속칭 깡통) 문제다. 퍼스트 아메리카 코로직(First American CoreLogic)에 따르면, 3/4분기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구 중 23%, 1천 7십만 가구가 언더워터 상태다. 그리고 언더워터 가구 비중이 매우 높은 주는 5개 주인데 네바다주(65%), 아리조나주(48%), 플로리다주(45%), 미시간주(37%), 그리고 캘리포니아주(35%)이다. 숫자로 보면 캘리포니아가 240만 가구, 플로리다주가 200만 가구에 이른다. 주별로 심각성이 매우 다르다.
이렇게 연체 및 유질처분 비율이 늘어가고 언더워터가 심각해져 유질처분이 늘어간다면 이런 모기지를 기초로 발행된 유사채권은 쉽사리 정상 가격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고 심지어는 더욱 하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국제화폐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금융기관이 2009년 상반기까지 상각한 부실 규모는 1.3조달러에 이르고 2010년 4/4분기까지 추가로 1.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위기를 경과하면서 금융기관의 자산가격을 기록하는 데 있어서 시가평가제를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회계방침을 변경해 주었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부실은 공개된 대차대조표를 통해서는 알 수 없고 그 실체는 여전히 은폐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은폐된 부실로 인하여 금융기관들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좀비은행), 대출은 여전히 지지부진하여 소비와 투자 수요 증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카드대출 부실 증대
주택모기지(11조 달러) 연체뿐만 아니라, 그 규모가 주택모기지 규모에 현저히 못 미치기는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3조 달러)와 카드 연체율도 2/4분기까지는 여전히 커지고 있다. 그리고 주택가격은 이전 최고치에 비해 32-33%가 하락한 반면,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은 9월에 이전 최고치에 비해 약 43%가 하락하였다. 이로 인한 모기지대출 부실이 매우 심각할 것이다. (중소형 은행의 경우 상업용부동산 대출비중이 대형은행에 비해 매우 높은데 뒤에서 거론할 중소형 은행의 부실은 이것과 관련이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융의 부진
주택시장의 거품형성과 붕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투자주체가 현저히 변화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현저히 감소하였다. 정부 보증 기관(패니매이, 프레디맥, 지니매이)이 보유하거나 보증하는 대출규모가 9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고, 은행의 모기지대출도 줄었고, 한때 40% 정도에 달하던 ‘비국책기관에 의한 증권화’도 거의 소멸되었다. 결국 거품이 거대하게 형성되던 시기의 주택담보대출 방식이 거의 소멸하다시피 한 상태다. 그래서 2009년 10월 현재 순 주택담보대출가액은 마이너스 상태를 보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이전과 같은 상태에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기타
감소한 수출입 규모의 더딘 회복, 개인저축률 증대, 재정적자/정부부채 증대, 금리인상, 투자부진으로 인한 잠재성장률 저하, 금융규제 미비 등도 미국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요소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미국의 수출입이 경제위기 이후 한 단계 내려간 다음 그 회복이 쉽지 않다. 동아시아 수출달러 환류 위에서 소비와 투자를 늘렸던 미국민들이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면서 수입을 줄이게 되었고, 또한 미국 이외의 국가들의 경제는 미국보다 더 나빠져 미국으로부터 수입(=미국의 대외수출)을 줄이면서 전반적으로 국제무역이 축소되고 있다.
이 공백을 중국이 중심이 되는 아시아 지역이 약간 메우고 있으나 아직은 역부족이다. 미국내 주택시장과 금융기관이 정상화되고, 미국민의 부채축소(디레버리징)가 중단되어야 국제무역이 성장할 것이다. 당분간 미미한 성장이나 이전보다 낮은 수준의 균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와중에 그 규모는 처음 것보다 작다 할지라도 제 2의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국제무역의 미미한 성장도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성장지체의 한 원인이 될 것이다.
미국의 개인저축률이 위기 이후 증가하였는데 이것도 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저축이 증대했기보다는 전에는 소득 이상의 소비를 하던 계층이 소비자 신용이 주어지지 않아서 소비를 줄이게 되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이야기일 것이다. (미 연준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대출규모는 연율로 쳐서 전월 대비 1.7% 하락하였다. 이는 9개월 연속 하락이다.) 아무튼 전반적으로는 저축률의 증대로 나타나는데 현재의 과다한 부채, 주택시장의 침체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저축률이 이전보다 높게 유지될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도 축소될 것이다. 미국민의 소비둔화를 중국 등 경상수지 흑자를 크게 내고 있는 나라에서 내수를 진작시키면서 메워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이 또한 이후 활발한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재정지출 증대로 미국은 재정적자가 대규모로 발생하고 정부부채가 급속히 증대되고 있다. 일본 등의 사례를 보았을 때 현재의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규모를 통제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경제위기가 쉽게 극복이 안 되는 상황에서 최소한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어렵게 하는 요소는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실업률 수준 등을 보았을 때 인플레이션이나 금리인상을 걱정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일정하게 경제가 회복된 이후 단행될 금리인상은 저금리에 적응해 온 경제주체들에게 많은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하겠다.
투자부진으로 인한 잠재성장률 저하도 문제가 될 것이다. 혁신을 통한 생산성 증대가 담보되지 않는 투자확대는 이윤율저하를 가속화시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겠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생산수단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이번 위기를 교훈 삼아 다음 위기를 예방하기 위하여 금융규제가 일부 논의되었으나 그것이 제대로 실천에 옮겨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이번 위기를 경과하면서 대형 상업은행들이 투자은행들을 인수합병하면서 완전한 겸업은행체제를 갖추게 되었는데(글래스 스티걸법의 최종적인 역전 즉 케인즈주의적 금융억압이 실시되기 전인 대공황 이전 시기로의 복귀), 이는 이후 또 다른 거품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물론 정보기술산업에서의 거품형성과 붕괴, 주택시장에서의 거품형성과 붕괴를 연이어 경험하였고, 주택시장과 금융기관의 정상화의 길이 멀어서, 단기간 안에 다시 거품이 형성되기가 쉽지 않고 정부당국으로서도 거품형성을 방치하지 않으려 노력할 것임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거품형성 자체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수단도 별반 없는 바에야 또 다른 거품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어 보인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거품이 형성될 수도 있고, 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의 일일 수도 있겠으나, 거품이 형성된다면 그 거품의 붕괴 효과는 이번 거품 붕괴 효과보다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거품붕괴의 파괴력을 높일 수밖에 없는 국제적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의 순국제투자자산의 마이너스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새로운 거품이 붕괴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의 교란 규모가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어느 정도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상당한 규모이고 이 경상수지 적자가 대폭 줄지 않는다면 미국의 순국제투자자산의 마이너스 규모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미국 경제 전망
경제위기 이후 전망을 하기 전에 이윤율 곡선을 통해 현재의 경제위기를 가늠해 보기로 하자. 미국의 이윤율 대용으로서 비금융법인자본 수익률(=영업이익/생산된 고정자본) 곡선에 따르면 1960년대 중반 전후 최고치를 기록한 이윤율은 이후 하락하고 있다.
이윤율 하락은 금융화를 야기하였고, 1980년대 이후 이윤율을 회복시키기 위해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이 일반화되었다.
<그림 1> 미국 비금융법인자본 수익률
* 자료: 미 경제분석청(http://www.bea.gov/index.htm)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 또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정책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중심부에서는 이윤율이 1997년까지는 약간 상승하는 추세를 나타낸다. 그 후 이윤율은 1997년의 고점, 2001년의 저점, 2006년의 저점을 오가다가, 2007년, 2008년에는 이윤율이 다시 낮아지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의 위기는 이윤율 하락의 극복을 위해 시도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효력이 다하고, 그것이 야기한 금융투기거품의 형성과 붕괴가 반복되면서 초래되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1960년대 중반 이윤율이 최고치로 올라갔고, 그 이후 이윤율이 낮아진 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 인해 이윤율이 일정하게 회복되었는데, 2000/2001년에 정보기술부문의 거품이 형성되었다가 거품이 한차례 붕괴했고, 다시 주택시장에서 거듭 거품이 형성되었다가 붕괴하여 현재의 위기가 초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그림 1> 참조).
또한 현재의 위기를 이윤율을 구성하는 자본생산성의 위기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 2>에서 보듯이 ‘국민소득/민간 비주택부문 고정자산’으로 계산한 자본생산성은 1980년대 이후를 보면 1997-2000년 사이에 최고치를 형성했다가 그 이후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자본생산성(=노동생산성/기술적 구성)은 이윤율을 규정하는 변수인데, 1965-66년 자본생산성이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락하면서 1973-74년 위기, 1980년, 1981-82년 위기가 초래된 것처럼 2001년의 위기와 2008년의 위기도 자본생산성이 하락하면서 초래된 위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에 대한 다양한 공격을 통해 이윤분배율을 높여 이윤율 회복 시도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자본생산성을 되돌릴 수 없다면 더욱 커다란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림 2> 미국의 자본생산성(1929-2008)
* 자료: 미 경제분석청(http://www.bea.gov/index.htm)
이제 전망을 해 보도록 하자. 앞서 이야기했듯이 미국 경제 회복은 아직은 매우 미약하다. 그런데다 2009년 3분기에 피크에 이른 경기부양책 효과가 줄어들고 있고, 앞서 이야기한 여러 부정적인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경제가 V 자형태로 신속하고 활발하게 회복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래서 U 자형(느린 회복), L 자형(장기침체), W 자형(더블딥) 중의 하나이거나 이들의 조합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예상으로는 연체 및 차압의 증가, 금융기관의 감추어진 부실, 주택담보대출 금융의 부진, 실업률 증가, 재정적자/정부부채의 증가 등의 변수를 고려하건대 장기침체에 가까운 느린 회복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기업이윤의 획기적인 증대는 어려울 텐데 몇 가지의 잠재적인 불안요인들이 겹친다면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추가부실로 인하여 2차 금융위기가 도래하고 이는 더블딥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대형은행 부실 이후 중소규모 은행의 부도가 이어지고 있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가 문제은행으로 지목하고 있는 은행만도 500개 이상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중소규모 은행의 부실은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하락과 관련 모기지의 연체 증가와 관련이 있다.)
물론 단기간 안에 더블딥이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윤율의 이론궤도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자본축적 궤도는 누운 S자형, 즉 로지스틱 곡선을 그린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금융규제 미비로 또 다른 거품이 형성되고 그것이 붕괴해 경제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한편 경제위기가 일정하게 회복된다 하더라도 고용 없는 회복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다. 1990년대부터(1991년, 2001년)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뒤에도 실업률이 장기에 걸쳐 하락했으며(이런 상황에서 성장률이 높을 수가 없다), 감소된 일자리를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매우 길어지고 있다. 현재의 위기에서도 이런 사태가 반복된다면 미국경제가 위기 이전의 고용규모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5-6년 이상이 소요되거나 그 안에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한다면 10% 내외의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 현황 및 전망
한국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저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고용문제가 지속되고 있고 임금억제나 비정규직 문제 또한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그러다가 경상수지가 악화되거나 대외여건이 불리해지면 금융불안이 야기된다. 한국경제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현황을 살펴보고, 간략한 전망을 해보기로 하자.
한국경제의 현황
한국경제는 이번 심각한 위기국면 이전에도 1997-98년 경제위기 이후 장기불황이라 할만한 저성장상태를 지속하고 있었다. 1999/2000년 거품으로 판명된 IT 호황, 신용카드 남발로 인한 2002년의 호황 이후로는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줄곧 3-5%대를 기록하고 있다. 위기 이전 7% 내외의 성장률에 비하면 현저히 낮아진 것이다. 또한 민족경제 구성원의 소득상황을 보다 잘 보여주는 국민총소득(GNI) 성장률은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언제나 0-3%대를 기록하여 국내총생산 성장률보다 2%포인트 정도 낮았다. 즉 한국경제는 1997-98년의 경제위기를 계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서 극복하고자 하였으나 이를 확실히 극복하지 못한 채 이전의 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림 3> 분기성장률(2001.1/4-2009.3/4)
* 왼쪽 윗선: 전년동기대비성장률, 왼쪽 아랫선: 전기대비성장률
그러나 이런 저성장 아래에서도 작은 경기순환은 있는데 2년 정도를 주기로 짧은 경기회복과 경기후퇴가 반복되고 있었다. 그런데 2007년 4/4분기에 정점을 기록한 작은 경기순환이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만나면서 심각한 경제위기로 빠져들었고 2008년 4/4분기에는 아이엠에프 당시 위기가 한창이던 때와 유사한 양상을 나타내기도 했다(<그림 3> 참조).
매출액영업이익률에 유형자산회전률(=매출액/유형자산)을 곱해 계산한 제조업 유형자산영업이익률을 이윤율 대용으로 사용하여 최근 한국경제에서의 이윤율 운동을 살펴보기로 하자(<그림 4>참조).
1979-80년 경제위기로 낮아졌을 이익률은 3저호황이 시작된 해인 86년까지 일정하게 회복한다. 그 이후 1989년, 1992-93년, 1996년, 1998-99년, 2001년 이익률은 저점을 형성한다.
<그림 4> 제조업의 유형자산영업이익률(1984-2008년)
* 자료: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각년호
2002년 이후 이윤율은 약간 회복하였는데 2004년 이익률이 최고점에 이르렀다가 2005년 2006년 연속 하락한 뒤 2007년과 2008년에는 이윤율이 고개를 약간 쳐든 상태다. 2004년의 높은 이익률과 1996년과 2006년의 낮은 이익률은 반도체 가격 상승과 하락으로 경기상황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지고 낮아진 것으로 추측이 된다. 한편 2007년과 2008년의 이익률 회복은 유형자산회전율이 상승한데서 기인하였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IMF 위기 이후를 저성장 시기라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2년 이후 이익률은 어느 정도 개선이 되었다. 이는 지속적인 구조조정 속에서 고정자본의 절약과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위기에 부도기업이 급증하지 않은 이유는 2003년 이후 이렇게 확보한 상당한 규모의 이윤과 투자축소로 인한 부채비율 감소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경제는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맞이하여 대외부문에서 심각한 위기를 경험하였고, 이 여파로 2008년 4/4분기의 경우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하였다. 경상수지 적자로의 전환, 대외채무의 급증 및 순국제투자잔액(=대외투자-외국인투자)의 마이너스 규모의 급증으로 인하여 환율이 폭등해 결국 미국과 통화스왑을 통해 달러를 조달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물경제 역시 심각한 양상을 나타냈다. 국제무역은 심각한 수축을 경험하였고 물가폭등, 투자축소 등이 잇따라 2008년 4/4분기에는 전기대비 성장률이 -5.1%(미국처럼 연율로 환산할 경우 약 -19%)까지 추락하였다. 일부 한계기업은 파산지경에 이르렀고 쌍용자동차 등에서는 대규모 해고가 진행되었고 많은 기업에서 임금억제 및 감소가 있었다.
대체로 2009년 3/4분기에 들어서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멈추게 되는데 한국경제는 이보다 먼저 1/4분기부터 전기대비 성장률이 미약하게나마 플러스로 돌아섰다.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이런 추세전환은 심각한 재정적자를 감수한 대규모 재정정책, 그리고 제로금리와 수량완화로 표현된 통화정책, 금융기관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정책 등이 미국에서 시행되었고 국제적인 협력과 공조를 통해 이와 유사한 정책이 각국에서 집행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1/4분기부터 미약하나마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은 세계적으로 보면 이례적인데(영국이나 스페인같은 나라는 3/4분기까지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는 2008년 4/4분기 성장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격히 더 낮았고(기저효과), 대폭적인 환율상승(원화가치 평가절하)에 기초해 다른 나라들보다 수출감소가 덜했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미국 다음으로 컸던 경기부양 규모,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과 성장의 덕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한편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으로 인해 실업률도 3.2%로 매우 낮은데 그렇다고 고용의 질이 양호한 것은 아니다. 이런 낮은 실업률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저임금 불안정 노동인 희망근로 등이 증가하여 이룩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열악한 일자리를 통해서나마 50대 이상의 실업률은 낮아졌는지 모르지만 30대 등 젊은 계층의 고용은 여전히 나쁜 상태이다. 요컨대 고용불안은 여전하고 저임금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경제 전망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2009년에 0.2% 성장을 할 것이라 한다. 그리고 2010년에는 4.6%, 2011년에는 4.8%의 성장을 할 것이라 한다. IMF 위기 이전의 7% 내외의 성장은 아니지만 위기국면에서 낮은 성장이나마 정상적인 성장궤도로의 복귀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표 1> 한국은행의 경제성장 전망
전망을 위해 2009년의 분기별 성장률을 살펴보자. 1/4분기, 2/4분기, 3/4분기 성장률은 각각 0.1%, 2.6%, 3.2%에 달했다. 그리고 3/4분기 3.2% 성장의 대부분(2.8%)은 재고증가의 효과라 한다. 그래서 4/4분기 성장률은 대폭 낮아져서 0.3%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 한다. 사정이 이렇다면 한국은행의 2010년 전망은 낙관적으로 보인다. 2008년 4/4분기 급격한 침체 이후 진행되었던 짧은 회복국면이 2009년 4/4분기부터 조정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OECD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경기부양의 순 효과가 2008년에 23%, 2009년에 49%, 2010년에 28%로 분배되어 있다. 앞서 미국의 사례에서 이야기했듯이 경기부양의 생산증대효과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순간 경기부양으로 인한 생산증가율 효과는 부(-)의 수치를 갖게 된다. 2010년의 경우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국내총생산 증가효과가 2009년보다 적기 때문에 이것만 보면 2010년의 국내총생산 증가율 효과는 부(-)의 수치라는 것이다.
또한 2009년의 회복이 중국의 경기부양 및 성장에 힘입은 바가 큰데 중국경제의 경우 과잉투자로 인한 거품형성을 우려하여 최근 경기부양책을 다시 거둬들이고 있다. 이 역시 부정적인 변수다. 결국 2009년의 성장목표는 쉽게 달성 가능한 목표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중장기적 전망은 당연히도 미국경제와 중국경제, 그리고 세계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또한 대외수지가 악화하거나 미국이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금융위기에 발생하면 쉽게 금융적 불안이 커진다. 그래서 미국경제가 미약한 회복 이후 더블딥의 양상을 보인다면, 중국의 과잉투자가 문제가 된다면, 유럽 몇 나라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한국경제는 또다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거칠게 전망을 해 보면 한국경제는 IMF 위기 이후 저성장 혹은 장기불황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일어날 충격파에 끊임없이 요동을 칠 것이다. 당연히 저임금 비정규직 등 고용문제의 해결도 요원할 것이다. 현재의 위기적 양상이 지속되는 한.
미국경제의 회복양상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률, 금융시장, 주택시장, 달러가치와 유가를 통해 경기회복 양상을 살펴보도록 하자.
각국의 성장률
각국의 성장률를 보면,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4분기까지 1년여의 마이너스 성장 뒤 3/4분기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미국이 전형적이다. 일본은 2/4분기부터, 한국은 1/4분기부터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영국, 스페인, 헝가리 같은 나라는 3/4분기에도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동안의 위기 전개과정을 보면 “미국경제가 재채기를 하면 다른 나라나 지역의 경제는 독감에 걸린다”는 것이 실증되고 있다. 즉 미국경제 위기 관련 뉴스가 지난 1-2년간 전 세계 언론을 지배했으나 다른 나라 사정은 미국보다 훨씬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발트 3국(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의 연간성장률은 -20% 정도의 최악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아이슬란드, 아일랜드의 성장률도 매우 열악하고 일본, 독일의 성장률도 미국에 비해서는 매우 나빴다. 거의 유일한 예외가 중국이다. 물론 중국도 전분기 대비 성장률로 환산하면 2008년 4/4분기에는 1% 정도까지 하락해 미국경제 위기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렇게 세계 각국 경제가 위기를 경험한 이유는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무역과 금융이 깊숙이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교역규모가 줄고 국제 금융이 일시적으로 원활치 않음으로써 경제활동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당연히도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과 해외금융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에서 타격이 컸다. 미국은 무역의존도도 낮을 뿐만 아니라 수입감소보다 수출감소가 적어 대외교역의 축소로 인한 피해가 멕시코, 대만, 한국, 일본, 독일 등에 비해 적었다. 또한 국제 금융체계의 위기에 직면해서 경상수지 적자가 심하거나 외채비중이 높은 (반)주변부의 타격이 컸던 반면에 국제신인도가 높은 중심부 국가들의 피해는 비교적 적었다.
미국경제는 3/4분기 성장률이 연율로 쳐서 2.2%로 발표되었는데, 일반적으로 회복기의 성장률은 하강기의 마이너스 성장률보다 그 절대치가 더 큰 체크(√)형을 띤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낮은 수치다.
금융시장
금융시장도 안정을 되찾았다. 우선 신용경색과 금융기관 및 기업들의 부도위험성으로 인해 높아진 가산금리들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내려갔다. 테드(TED) 스프레드(LIBOR(런던 은행간 금리)와 미 재무성 증권 3개월 물(안전자산)의 수익률의 차이)가 0.5%(50 basis) 이하로 하락했고(한 때 4.5%까지 치솟았다), A2P2 스프레드(양질의 비금융 기업어음 30일물 금리와 양호하지 않은 비금융 기업어음 30일물 금리 사이의 차이)도 한 때 6% 수준까지 상승했다가 현재로서는 1% 이하로 하락한 상태다.
투자은행 리만 브라더스 붕괴 이후 폭락세를 보였던 각국의 주가도 많이 상승하였다. 남미 등 일부 개도국의 주가는 거의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고, 미국의 경우도 위기 이전 최고치에 비해 한 때 56.8%까지 하락했던 주가(에스앤피 500 지수 기준)는 이제 그 하락이 3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 때 1929년 대불황 당시의 주가 하락 수준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많이 회복된 상태라 할 수 있다.
주택시장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연체 및 주택차압 증대와 폭등했던 주택가격의 하락 이 서로 물고 물리면서 각종 대출자산과 유사채권들(모기지기반 채권 MBS, 부채담보부증권 CDO 등)의 가격이 폭락했다. 이런 대출자산과 유사채권을 보유한 금융기관들은 부실해지고, 금융기관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 및 부도가 증가하면서 이것이 전체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지경에까지 이르고, 최종적으로는 각종 산업생산과 수요를 위축시킨 것이 현재 경제위기의 연쇄들이라면, 주택가격의 상승은 위기탈출의 중요한 신호다. 주택가격의 상승세로의 전환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연체 및 주택 차압 감소의 한 원인이 되고, 이는 다시 금융기관들이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대출자산과 유사채권들의 가격회복을 의미하고,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자산가격 회복은 금융기관의 기능을 다소 정상화하여 산업생산 및 수요 증대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케이스-쉴러 주택가격 지수에 따르면, 2006년 중반의 최고치에 비해 2009년 5월까지 약 32-33% 하락한 주택가격은 전월대비로 9월까지 연속해서 4개월 동안 상승하고 있다.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금 감면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9월 상승률은 0.3% 정도로서 8월달의 상승률 1.0%에 비하면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정부 지원프로그램은 11월로 종료예정이었으나 2010년 4월까지 연장되었다.
달러가치와 유가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가장 안전한 화폐로 인식되어온 달러가치는 다른 화폐의 가치에 비해 상승했고 유가는 폭락했는데, 경제위기가 완화되거나 경기회복 징후가 나타나면서 달러가치는 다른 통화(예를 들어 유로화)에 비해 다시 하락하고 있고, 유가는 다시 상승하고 있다. 달러가치는 위기가 한창이던 2월에 1유로당 약 1.28달러까지 상승했다가 11월에 약 1.5달러까지 하락했다. 2008년 7월 11일 1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은 유가는 경제위기가 심화하면서 2008년 12월 21일 약 34달러까지 하락했다가 현재는 다시 7-80달러까지 상승하였다. 그런데 달러가치는 12월 현재 약간 상승하였고, 유가도 70달러 후반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소결
결국 미국경제가 3/4분기 들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 회복되고 있는 것은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그 회복세는 그리 강하지 않다. 그리고 이런 회복마저도 주로는 노후차 교체시 제공되는 세금감면,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정부 지원 등 경기부양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런데 경기부양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효과는 2009년 3/4분기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2010년 3/4분기부터는 경기부양 규모가 전기에 비해 감소하게 되어 있어 2010년 하반기에는 성장률에 미치는 효과가 당연히도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정부의 위기대응 정책: 회복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전체 시스템의 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었던 시기, 일부에서는 1929년 대불황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시기가 올 1/4분기였다는 것을 상기하면 현재의 상황은 많이 나아진 상태다.
미국 정부나 연방준비위원회(연준)는 이 정도나마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하여 흡사 전쟁을 치르듯 가능한 한 모든 수단들을 동원하고 에너지를 집중시켰다. 1930년대 대불황 당시에 동원된 정책들이 다시 동원되었다.
통화정책
① 이자율 인하(가격 완화)
우선 대공황 전문가인 벤 버냉키 의장이 이끄는 연준은 시장에 ‘홍수가 날 정도로’ 자금을 공급하였다. 일단 이자율을 대폭 내렸다. 2007년 12월과 2008년 4월 사이에 연방기금금리 목표를 여섯 차례에 걸쳐 5.25%에서 2%로 내렸고 할인율은 같은 기간에 5.75%에서 2.25%로 낮췄다. 결국 2008년 12월에는 연방기금금리 목표를 0-0.25%로까지 낮췄다. 금융기관들이 공개시장조작정책을 통하여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풍부히 보유할 수 있도록 하였고 회원 은행들에 대한 대출이자율도 낮췄다.
② 수량완화
이자율이 0에 접근한 상태에서 통화량을 더 늘리기 위하여 미 연방준비은행은 기존에 구매 해주지 않았던 자산들을 구매 해주면서 통화량을 늘리는 수량완화 정책을 실시하였다. 2008년 11월에는 모기지 금리를 낮추기 위하여 국책 모기지 기관에서 6,0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기반 증권(MBS)을 구매한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단기 입찰 대출(TAF), 기간자산담보부증권대출(TALF) 같은 다양한 대출제도를 통해 은행 비은행 금융기관들에 자금을 공급하였다.
2009년 3월에 공개시장 조작위원회는 국책모기지 기관의 MBS 7,500억 달러를 추가로 구매하여 국책 모기지 기관의 MBS를 1.25조 달러까지 늘린다는 결정을 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국책 모기지 기관 발행 채권 1,000억 달러를 추가 구매하여 2,000억 달러까지 늘리고, 장기 재무성증권을 2009년 동안 3,000억 달러어치를 구매하여 시중 자금 시장의 여건을 개선시키기로 하였다. 그만큼 연방준비은행의 자산규모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2008년 10월 이후 연방준비은행의 자산규모는 대폭 증가하였다. 초기에는 단기 금융시장,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이 대폭 늘었다가,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 정책을 통해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단기 금융시장이 정상화되면서, 국책 모기지기관 발행 MBS 등의 구매가 대폭 늘어났다. 주택 모기지 시장을 국책 기관을 중심으로 살리고자 한 데서 초래된 변화라 할 수 있다.
재정정책
2008년 2월 부시 정부 아래에서 1,680억불의 소득세 환급조치가 있었고, 오바마 당선 이후 2009년 2월에 7,870억불의 경기부양법안(ARRA)이 통과되었다. 이 중 35%는 감세를 내용으로 하고 있고, 65%는 재정지출 증대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즉 연방 세금 삭감, 실업보험 및 다른 사회보장 급여 확대, 교육, 의료, 인프라(에너지 부문 포함)에 대한 투자 증대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 중 750억불은 주택소유자에게 지원이 되었다(HASP).
노후 차량 대신 친환경차 구입 시 주어지는 세금감면,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8,000달러 세제 혜택(11월 말 종료예정이었으나 2010년 4월까지 연장하였다) 등으로 인하여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고 주택판매가 증가하였다. 골드만 삭스 은행에서는 이런 정책효과로 주택가격이 5% 정도 상승하였다고 하고했다.
구조조정정책
1930년대 대불황 당시 재건금융공사(RFC)를 본 딴 부실자산 구조 프로그램(TARP)을 통해 7,000억 달러의 자금이 조성되었고, 시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많은 은행들의 주식을 매입하여 자본금확충을 도왔고, 세계 최대 보험사인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을 국유화하였다. 또한 자동차 회사 지엠과 크라이슬러도 지원하였다. 그리고 3,060억 달러의 시티그룹 자산에 대한 지급보증을 해 주었고,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대해서도 1,180억 달러의 지급보증을 해주었다.
AIG의 구제금융은 수차례에 걸쳐 무려 1,820억달러에 달했는데, AIG로부터 일종의 채권보험상품인 신용부도스왑(CDS)을 구매한 금융기관들은 자신이 보유한 유사채권들의 부실을 AIG에게 전가시킬 수 있었다. AIG는 이런 부실을 감당할 수 없어서 정부가 개입하였다. 즉 정부가 AIG에 계속해서 자금을 투입하고 국유화하였는데, 이로써 미국계 금융회사(대표적으로 골드만 삭스)뿐만 아니라 스위스, 독일 은행도 구제했다. 수혜를 입은 AIG의 거래상대방 중 골드만 삭스는 129억 달러,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Societe Generale)는 119억 달러, 독일의 도이치방크(Deutsche Bank)는 118억 달러, 영국의 바클레이스(Barclays)는 79억 달러를 지불받았다(2008년 9월 16일-2008년 12월 31일). 민관 합작 부실자산 매입 프로그램(PPIP)을 가동하여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매입하려 하였으나 계획이 대폭 축소되었다.
국제협력
G20 회의를 개최하여 보호무역 방지, 재정지출 증대 결의 등을 통해 경제위기의 확산을 방지하고자 했다. 개도국 경제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G20은 G8을 대체해 가고 있다. 특히 중국은 경기부양규모를 국내총생산 대비 12% 이상으로 책정하여 세계적인 경제회복에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불안한 회복
미국 경제가 위와 같은 요인에 의하여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으나 매우 불안한 회복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한 변수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고용: 실업률 증가
미국경제가 3/4분기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고 하나 실업률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실업률은 6월 9.5%, 7월 9.4%, 8월 9.7%, 9월 9.8%를 기록한 이후 10월에는 10.2%를 기록하였고 11월에는 10.0%로 약간 하락하였다. 위기 이전에 비해 거의 74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하였는데 경제위기가 아닌 시기 약간씩 증가했을 일자리수까지 감안하면 정상적인 시기보다 800-900만 개가 적은 것이다. 실업자와 구직단념자, 그리고 경제상황 때문에 단시간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합친 최광의의 실업률(U6)은 5월 16.4%, 6월 16.5%, 7월 16.3%, 8월 16.8%, 9월 17.0%, 10월 17.5%로 급증하다가 11월엔 17.2%로 약간 하락하였다.
경기부양책이 시행되고 이로 인해 일자리가 일부 지켜지거나 늘어났음에도 이런 성과가 나온 것인데, 미국의 실업률 증가세는 경제성장률에 비하면 이례적으로 높다.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이후에도 실업률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것은 해고가 과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미미한 성장이 진행되는 가운데 노동강도의 강화 및 노동생산성 증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실업증가는 소비증대를 어렵게 한다거나, 모기지 연체 및 주택차압 증대를 초래하여 주택 관련 각종 채권의 부실을 심화시켜, 현재의 플러스 성장추세를 꺾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택시장: 연체 및 유질처분 증대
미국 모기지은행연합회(Mortgage Bankers Association, MBA)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체 및 유질처분(차압) 과정에 있는 비율이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2009년 3/4분기에도 14.4%로, 2009년 2/4분기 13.16%에 비해 1.24%포인트가 늘어났다. 9.64%가 연체상태에 있어 2009년 2/4분기 말 연체율 9.24%에 비해 0.4%포인트가 늘어났다.
유질처분 과정에 있는 건수의 비율은 2009년 3/4분기에 4.47%로 2/4분기 4.30%에 비해 늘어났다.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든 프라임(우량) 모기지든 계속해서 연체 및 유질처분 비율이 늘가고 있다. 서브프라임의 연체 및 유질처분 비율은 40%를 넘어섰다. 전체 모기지의 76%를 차지하는 프라임 모기지의 연체 및 유질처분 비율도 10%를 넘어서, “이제 우리 모두 서브프라임이다”라는 말까지 생겨나고 있다. 프라임 연체 및 유질처분이 늘어나는 이유는 실업률 증대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겠다. 당연히 실업률이 늘어나는 한 프라임 모기지의 연체 및 유질처분도 늘어갈 것이다.
주택시장에서 또 문제가 되는 것이 상환해야 할 모기지가액보다 집값이 더 싼 언더워터(속칭 깡통) 문제다. 퍼스트 아메리카 코로직(First American CoreLogic)에 따르면, 3/4분기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구 중 23%, 1천 7십만 가구가 언더워터 상태다. 그리고 언더워터 가구 비중이 매우 높은 주는 5개 주인데 네바다주(65%), 아리조나주(48%), 플로리다주(45%), 미시간주(37%), 그리고 캘리포니아주(35%)이다. 숫자로 보면 캘리포니아가 240만 가구, 플로리다주가 200만 가구에 이른다. 주별로 심각성이 매우 다르다.
이렇게 연체 및 유질처분 비율이 늘어가고 언더워터가 심각해져 유질처분이 늘어간다면 이런 모기지를 기초로 발행된 유사채권은 쉽사리 정상 가격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고 심지어는 더욱 하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국제화폐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금융기관이 2009년 상반기까지 상각한 부실 규모는 1.3조달러에 이르고 2010년 4/4분기까지 추가로 1.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위기를 경과하면서 금융기관의 자산가격을 기록하는 데 있어서 시가평가제를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회계방침을 변경해 주었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부실은 공개된 대차대조표를 통해서는 알 수 없고 그 실체는 여전히 은폐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은폐된 부실로 인하여 금융기관들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좀비은행), 대출은 여전히 지지부진하여 소비와 투자 수요 증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카드대출 부실 증대
주택모기지(11조 달러) 연체뿐만 아니라, 그 규모가 주택모기지 규모에 현저히 못 미치기는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3조 달러)와 카드 연체율도 2/4분기까지는 여전히 커지고 있다. 그리고 주택가격은 이전 최고치에 비해 32-33%가 하락한 반면,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은 9월에 이전 최고치에 비해 약 43%가 하락하였다. 이로 인한 모기지대출 부실이 매우 심각할 것이다. (중소형 은행의 경우 상업용부동산 대출비중이 대형은행에 비해 매우 높은데 뒤에서 거론할 중소형 은행의 부실은 이것과 관련이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융의 부진
주택시장의 거품형성과 붕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투자주체가 현저히 변화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현저히 감소하였다. 정부 보증 기관(패니매이, 프레디맥, 지니매이)이 보유하거나 보증하는 대출규모가 9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고, 은행의 모기지대출도 줄었고, 한때 40% 정도에 달하던 ‘비국책기관에 의한 증권화’도 거의 소멸되었다. 결국 거품이 거대하게 형성되던 시기의 주택담보대출 방식이 거의 소멸하다시피 한 상태다. 그래서 2009년 10월 현재 순 주택담보대출가액은 마이너스 상태를 보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이전과 같은 상태에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기타
감소한 수출입 규모의 더딘 회복, 개인저축률 증대, 재정적자/정부부채 증대, 금리인상, 투자부진으로 인한 잠재성장률 저하, 금융규제 미비 등도 미국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요소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미국의 수출입이 경제위기 이후 한 단계 내려간 다음 그 회복이 쉽지 않다. 동아시아 수출달러 환류 위에서 소비와 투자를 늘렸던 미국민들이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면서 수입을 줄이게 되었고, 또한 미국 이외의 국가들의 경제는 미국보다 더 나빠져 미국으로부터 수입(=미국의 대외수출)을 줄이면서 전반적으로 국제무역이 축소되고 있다.
이 공백을 중국이 중심이 되는 아시아 지역이 약간 메우고 있으나 아직은 역부족이다. 미국내 주택시장과 금융기관이 정상화되고, 미국민의 부채축소(디레버리징)가 중단되어야 국제무역이 성장할 것이다. 당분간 미미한 성장이나 이전보다 낮은 수준의 균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와중에 그 규모는 처음 것보다 작다 할지라도 제 2의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국제무역의 미미한 성장도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성장지체의 한 원인이 될 것이다.
미국의 개인저축률이 위기 이후 증가하였는데 이것도 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저축이 증대했기보다는 전에는 소득 이상의 소비를 하던 계층이 소비자 신용이 주어지지 않아서 소비를 줄이게 되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이야기일 것이다. (미 연준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대출규모는 연율로 쳐서 전월 대비 1.7% 하락하였다. 이는 9개월 연속 하락이다.) 아무튼 전반적으로는 저축률의 증대로 나타나는데 현재의 과다한 부채, 주택시장의 침체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저축률이 이전보다 높게 유지될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도 축소될 것이다. 미국민의 소비둔화를 중국 등 경상수지 흑자를 크게 내고 있는 나라에서 내수를 진작시키면서 메워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이 또한 이후 활발한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재정지출 증대로 미국은 재정적자가 대규모로 발생하고 정부부채가 급속히 증대되고 있다. 일본 등의 사례를 보았을 때 현재의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규모를 통제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경제위기가 쉽게 극복이 안 되는 상황에서 최소한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어렵게 하는 요소는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실업률 수준 등을 보았을 때 인플레이션이나 금리인상을 걱정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일정하게 경제가 회복된 이후 단행될 금리인상은 저금리에 적응해 온 경제주체들에게 많은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하겠다.
투자부진으로 인한 잠재성장률 저하도 문제가 될 것이다. 혁신을 통한 생산성 증대가 담보되지 않는 투자확대는 이윤율저하를 가속화시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겠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생산수단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이번 위기를 교훈 삼아 다음 위기를 예방하기 위하여 금융규제가 일부 논의되었으나 그것이 제대로 실천에 옮겨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이번 위기를 경과하면서 대형 상업은행들이 투자은행들을 인수합병하면서 완전한 겸업은행체제를 갖추게 되었는데(글래스 스티걸법의 최종적인 역전 즉 케인즈주의적 금융억압이 실시되기 전인 대공황 이전 시기로의 복귀), 이는 이후 또 다른 거품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물론 정보기술산업에서의 거품형성과 붕괴, 주택시장에서의 거품형성과 붕괴를 연이어 경험하였고, 주택시장과 금융기관의 정상화의 길이 멀어서, 단기간 안에 다시 거품이 형성되기가 쉽지 않고 정부당국으로서도 거품형성을 방치하지 않으려 노력할 것임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거품형성 자체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수단도 별반 없는 바에야 또 다른 거품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어 보인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거품이 형성될 수도 있고, 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의 일일 수도 있겠으나, 거품이 형성된다면 그 거품의 붕괴 효과는 이번 거품 붕괴 효과보다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거품붕괴의 파괴력을 높일 수밖에 없는 국제적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의 순국제투자자산의 마이너스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새로운 거품이 붕괴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의 교란 규모가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어느 정도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상당한 규모이고 이 경상수지 적자가 대폭 줄지 않는다면 미국의 순국제투자자산의 마이너스 규모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미국 경제 전망
경제위기 이후 전망을 하기 전에 이윤율 곡선을 통해 현재의 경제위기를 가늠해 보기로 하자. 미국의 이윤율 대용으로서 비금융법인자본 수익률(=영업이익/생산된 고정자본) 곡선에 따르면 1960년대 중반 전후 최고치를 기록한 이윤율은 이후 하락하고 있다.
이윤율 하락은 금융화를 야기하였고, 1980년대 이후 이윤율을 회복시키기 위해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이 일반화되었다.
<그림 1> 미국 비금융법인자본 수익률
* 자료: 미 경제분석청(http://www.bea.gov/index.htm)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 또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정책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중심부에서는 이윤율이 1997년까지는 약간 상승하는 추세를 나타낸다. 그 후 이윤율은 1997년의 고점, 2001년의 저점, 2006년의 저점을 오가다가, 2007년, 2008년에는 이윤율이 다시 낮아지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의 위기는 이윤율 하락의 극복을 위해 시도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효력이 다하고, 그것이 야기한 금융투기거품의 형성과 붕괴가 반복되면서 초래되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1960년대 중반 이윤율이 최고치로 올라갔고, 그 이후 이윤율이 낮아진 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 인해 이윤율이 일정하게 회복되었는데, 2000/2001년에 정보기술부문의 거품이 형성되었다가 거품이 한차례 붕괴했고, 다시 주택시장에서 거듭 거품이 형성되었다가 붕괴하여 현재의 위기가 초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그림 1> 참조).
또한 현재의 위기를 이윤율을 구성하는 자본생산성의 위기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 2>에서 보듯이 ‘국민소득/민간 비주택부문 고정자산’으로 계산한 자본생산성은 1980년대 이후를 보면 1997-2000년 사이에 최고치를 형성했다가 그 이후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자본생산성(=노동생산성/기술적 구성)은 이윤율을 규정하는 변수인데, 1965-66년 자본생산성이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락하면서 1973-74년 위기, 1980년, 1981-82년 위기가 초래된 것처럼 2001년의 위기와 2008년의 위기도 자본생산성이 하락하면서 초래된 위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에 대한 다양한 공격을 통해 이윤분배율을 높여 이윤율 회복 시도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자본생산성을 되돌릴 수 없다면 더욱 커다란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림 2> 미국의 자본생산성(1929-2008)
* 자료: 미 경제분석청(http://www.bea.gov/index.htm)
이제 전망을 해 보도록 하자. 앞서 이야기했듯이 미국 경제 회복은 아직은 매우 미약하다. 그런데다 2009년 3분기에 피크에 이른 경기부양책 효과가 줄어들고 있고, 앞서 이야기한 여러 부정적인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경제가 V 자형태로 신속하고 활발하게 회복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래서 U 자형(느린 회복), L 자형(장기침체), W 자형(더블딥) 중의 하나이거나 이들의 조합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예상으로는 연체 및 차압의 증가, 금융기관의 감추어진 부실, 주택담보대출 금융의 부진, 실업률 증가, 재정적자/정부부채의 증가 등의 변수를 고려하건대 장기침체에 가까운 느린 회복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기업이윤의 획기적인 증대는 어려울 텐데 몇 가지의 잠재적인 불안요인들이 겹친다면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추가부실로 인하여 2차 금융위기가 도래하고 이는 더블딥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대형은행 부실 이후 중소규모 은행의 부도가 이어지고 있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가 문제은행으로 지목하고 있는 은행만도 500개 이상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중소규모 은행의 부실은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하락과 관련 모기지의 연체 증가와 관련이 있다.)
물론 단기간 안에 더블딥이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윤율의 이론궤도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자본축적 궤도는 누운 S자형, 즉 로지스틱 곡선을 그린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금융규제 미비로 또 다른 거품이 형성되고 그것이 붕괴해 경제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한편 경제위기가 일정하게 회복된다 하더라도 고용 없는 회복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다. 1990년대부터(1991년, 2001년)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뒤에도 실업률이 장기에 걸쳐 하락했으며(이런 상황에서 성장률이 높을 수가 없다), 감소된 일자리를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매우 길어지고 있다. 현재의 위기에서도 이런 사태가 반복된다면 미국경제가 위기 이전의 고용규모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5-6년 이상이 소요되거나 그 안에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한다면 10% 내외의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 현황 및 전망
한국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저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고용문제가 지속되고 있고 임금억제나 비정규직 문제 또한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그러다가 경상수지가 악화되거나 대외여건이 불리해지면 금융불안이 야기된다. 한국경제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현황을 살펴보고, 간략한 전망을 해보기로 하자.
한국경제의 현황
한국경제는 이번 심각한 위기국면 이전에도 1997-98년 경제위기 이후 장기불황이라 할만한 저성장상태를 지속하고 있었다. 1999/2000년 거품으로 판명된 IT 호황, 신용카드 남발로 인한 2002년의 호황 이후로는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줄곧 3-5%대를 기록하고 있다. 위기 이전 7% 내외의 성장률에 비하면 현저히 낮아진 것이다. 또한 민족경제 구성원의 소득상황을 보다 잘 보여주는 국민총소득(GNI) 성장률은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언제나 0-3%대를 기록하여 국내총생산 성장률보다 2%포인트 정도 낮았다. 즉 한국경제는 1997-98년의 경제위기를 계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서 극복하고자 하였으나 이를 확실히 극복하지 못한 채 이전의 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림 3> 분기성장률(2001.1/4-2009.3/4)
* 왼쪽 윗선: 전년동기대비성장률, 왼쪽 아랫선: 전기대비성장률
그러나 이런 저성장 아래에서도 작은 경기순환은 있는데 2년 정도를 주기로 짧은 경기회복과 경기후퇴가 반복되고 있었다. 그런데 2007년 4/4분기에 정점을 기록한 작은 경기순환이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만나면서 심각한 경제위기로 빠져들었고 2008년 4/4분기에는 아이엠에프 당시 위기가 한창이던 때와 유사한 양상을 나타내기도 했다(<그림 3> 참조).
매출액영업이익률에 유형자산회전률(=매출액/유형자산)을 곱해 계산한 제조업 유형자산영업이익률을 이윤율 대용으로 사용하여 최근 한국경제에서의 이윤율 운동을 살펴보기로 하자(<그림 4>참조).
1979-80년 경제위기로 낮아졌을 이익률은 3저호황이 시작된 해인 86년까지 일정하게 회복한다. 그 이후 1989년, 1992-93년, 1996년, 1998-99년, 2001년 이익률은 저점을 형성한다.
<그림 4> 제조업의 유형자산영업이익률(1984-2008년)
* 자료: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각년호
2002년 이후 이윤율은 약간 회복하였는데 2004년 이익률이 최고점에 이르렀다가 2005년 2006년 연속 하락한 뒤 2007년과 2008년에는 이윤율이 고개를 약간 쳐든 상태다. 2004년의 높은 이익률과 1996년과 2006년의 낮은 이익률은 반도체 가격 상승과 하락으로 경기상황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지고 낮아진 것으로 추측이 된다. 한편 2007년과 2008년의 이익률 회복은 유형자산회전율이 상승한데서 기인하였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IMF 위기 이후를 저성장 시기라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2년 이후 이익률은 어느 정도 개선이 되었다. 이는 지속적인 구조조정 속에서 고정자본의 절약과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위기에 부도기업이 급증하지 않은 이유는 2003년 이후 이렇게 확보한 상당한 규모의 이윤과 투자축소로 인한 부채비율 감소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경제는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맞이하여 대외부문에서 심각한 위기를 경험하였고, 이 여파로 2008년 4/4분기의 경우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하였다. 경상수지 적자로의 전환, 대외채무의 급증 및 순국제투자잔액(=대외투자-외국인투자)의 마이너스 규모의 급증으로 인하여 환율이 폭등해 결국 미국과 통화스왑을 통해 달러를 조달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물경제 역시 심각한 양상을 나타냈다. 국제무역은 심각한 수축을 경험하였고 물가폭등, 투자축소 등이 잇따라 2008년 4/4분기에는 전기대비 성장률이 -5.1%(미국처럼 연율로 환산할 경우 약 -19%)까지 추락하였다. 일부 한계기업은 파산지경에 이르렀고 쌍용자동차 등에서는 대규모 해고가 진행되었고 많은 기업에서 임금억제 및 감소가 있었다.
대체로 2009년 3/4분기에 들어서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멈추게 되는데 한국경제는 이보다 먼저 1/4분기부터 전기대비 성장률이 미약하게나마 플러스로 돌아섰다.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이런 추세전환은 심각한 재정적자를 감수한 대규모 재정정책, 그리고 제로금리와 수량완화로 표현된 통화정책, 금융기관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정책 등이 미국에서 시행되었고 국제적인 협력과 공조를 통해 이와 유사한 정책이 각국에서 집행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1/4분기부터 미약하나마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은 세계적으로 보면 이례적인데(영국이나 스페인같은 나라는 3/4분기까지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는 2008년 4/4분기 성장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격히 더 낮았고(기저효과), 대폭적인 환율상승(원화가치 평가절하)에 기초해 다른 나라들보다 수출감소가 덜했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미국 다음으로 컸던 경기부양 규모,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과 성장의 덕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한편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으로 인해 실업률도 3.2%로 매우 낮은데 그렇다고 고용의 질이 양호한 것은 아니다. 이런 낮은 실업률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저임금 불안정 노동인 희망근로 등이 증가하여 이룩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열악한 일자리를 통해서나마 50대 이상의 실업률은 낮아졌는지 모르지만 30대 등 젊은 계층의 고용은 여전히 나쁜 상태이다. 요컨대 고용불안은 여전하고 저임금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경제 전망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2009년에 0.2% 성장을 할 것이라 한다. 그리고 2010년에는 4.6%, 2011년에는 4.8%의 성장을 할 것이라 한다. IMF 위기 이전의 7% 내외의 성장은 아니지만 위기국면에서 낮은 성장이나마 정상적인 성장궤도로의 복귀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표 1> 한국은행의 경제성장 전망
전망을 위해 2009년의 분기별 성장률을 살펴보자. 1/4분기, 2/4분기, 3/4분기 성장률은 각각 0.1%, 2.6%, 3.2%에 달했다. 그리고 3/4분기 3.2% 성장의 대부분(2.8%)은 재고증가의 효과라 한다. 그래서 4/4분기 성장률은 대폭 낮아져서 0.3%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 한다. 사정이 이렇다면 한국은행의 2010년 전망은 낙관적으로 보인다. 2008년 4/4분기 급격한 침체 이후 진행되었던 짧은 회복국면이 2009년 4/4분기부터 조정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OECD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경기부양의 순 효과가 2008년에 23%, 2009년에 49%, 2010년에 28%로 분배되어 있다. 앞서 미국의 사례에서 이야기했듯이 경기부양의 생산증대효과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순간 경기부양으로 인한 생산증가율 효과는 부(-)의 수치를 갖게 된다. 2010년의 경우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국내총생산 증가효과가 2009년보다 적기 때문에 이것만 보면 2010년의 국내총생산 증가율 효과는 부(-)의 수치라는 것이다.
또한 2009년의 회복이 중국의 경기부양 및 성장에 힘입은 바가 큰데 중국경제의 경우 과잉투자로 인한 거품형성을 우려하여 최근 경기부양책을 다시 거둬들이고 있다. 이 역시 부정적인 변수다. 결국 2009년의 성장목표는 쉽게 달성 가능한 목표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중장기적 전망은 당연히도 미국경제와 중국경제, 그리고 세계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또한 대외수지가 악화하거나 미국이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금융위기에 발생하면 쉽게 금융적 불안이 커진다. 그래서 미국경제가 미약한 회복 이후 더블딥의 양상을 보인다면, 중국의 과잉투자가 문제가 된다면, 유럽 몇 나라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한국경제는 또다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거칠게 전망을 해 보면 한국경제는 IMF 위기 이후 저성장 혹은 장기불황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일어날 충격파에 끊임없이 요동을 칠 것이다. 당연히 저임금 비정규직 등 고용문제의 해결도 요원할 것이다. 현재의 위기적 양상이 지속되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