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10년, 수급권자의 목소리를 모으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의 의미, 10년의 현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되었다. 1999년 제정되어 2000년부터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은 수급 당사자를 ‘생활보호대상’이라 칭했던 것에서 ‘수급권자’로 명명하고 연령, 성별, 노동유무에 관계없이 소득이 일정 기준 이하면 누구나 복지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종전 생활보호법에서 진일보한 공공부조제도로서 평가받았다. 무엇보다도 법 제정 당시 광범위한 노동사회시민세력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기초법이 최저생계비를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정의함으로써 빈곤선을 재정의하고 기본적인 최저생활기준을 정한 데 있었다. IMF 외환위기의 여파로 빈곤과 실업이 확산된 상황에서 민중의 생활권을 제기하고 기본생활수준 확보라는 권리 실현과제를 제시한 사회적 연대의 계기였던 것이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열악한 최저생계비와 재산기준, 부양 의무자기준 등 진입장벽이 높았고, 수급의 조건으로 노동을 강요하는 조건부수급조항을 담은 반쪽짜리 제도로 출발하였다. 이는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 정책이란 성격을 반영하였다. 제도 시행 초기 중증장애인이자 노점상이었던 최옥란 열사의 투쟁과 죽음은 이러한 기초법의 한계를 분명히 폭로한 것이었다. 2001년 결성된 기초법연석회의는 최저생계비 현실화, 비현실적인 재산기준 완화 및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등 제도 독소조항의 개선을 요구하였다. 또한 소득수준 상으로 차상위층에 속하는 노동자에 대한 기초법 내에서의 욕구별 급여 마련, 장애인 특성을 고려한 제도 운영 등 기초법을 매개로 한 반빈곤운동의 확장을 꾀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기초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였고, 생활보호 시절과 다를 바 없는 수급(권)자들의 현실과, 제도 외곽에 방치된 이들이 부딪힌 진입장벽의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기초법 투쟁 역시 빈곤에 맞서는 유력한 투쟁 사안으로 부각되지 못하였다. 제도의 한계로 발생한 사각지대는 점점 넓어져, 지난 해 정부 공식통계자료를 보더라도 소득은 최저생계비 이하이지만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빈곤인구가 410만 명에 달한다. 현재 수급자는 2008년 12월 기준으로 약 153만 명(85만 4천 가구)으로 전 인구 대비 수급자 비율이 3.1% 수준이다.
제도 10년을 맞는 지금, 기초법을 둘러싼 논의의 출발점은 한국사회의 빈곤의 현실에 맞서 ‘누가’, 복지정책 사회정책에 대한 ‘어떠한 요구’를 제기할 것인가는 점이다. 지난 10년간의 사회운동의 대응은 어떠한 권리담론에 기반하며 누가 주체가 되어 누구와 연대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이명박 정부 빈곤ㆍ사회정책 기조와 기초생활보장제도 현실화 운동의 의미
이명박 정부는 2010년 5%의 경제성장률, 20만 명의 취업자 증가, 15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2월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는 121만 6천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만 8천 명 증가했다. 지난 2000년 2월 122만 3천 명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로 5.0%에 달하는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경기회복으로 구직활동인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존 일자리 취업자가 일자리를 잃는 양상은 뚜렷하다. 최근 5년간 제조업 등 광공업 취업자 수는 40만 명가량 감소했으며, 도소매 음식숙박업 취업자 수 역시 40만 명가량 감소하는 등 기존 취업자 수가 대거 통계에서 사라지고 서비스 취업자만이 증가추세를 나타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노동 고용 정책은 기존 일자리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과 병행되는 가운데 정부 주도의 일자리 정책으로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연내 미국, 유럽 등과의 FTA 비준 가능성이 높아지고, 대외개방을 매개로 한 노동유연화 강화 흐름이 예상된다.
만성화된 경제위기 상황에서, 실업률이 높아지고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노동자 민중의 소득 하락으로 연결되고 있다. 정부는 경제위기가 일시적으로 회복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각국 실질소득은 작년 대비 3.3%나 줄어 2003년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경제위기의 한파는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더욱 매섭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소득 하위 20% 가구는 한 달에 고작 93만 원을 벌고 134만 원의 지출을 하고 있어 매달 41만 원 넘게 적자를 보고 있다. 소득불평등과 빈부격차는 갈수록 높아져 지니계수는 0.325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소득5분위배율(도시근로자의 소득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배율)은 단순소득만 비교하면 작년 3분기에 7.54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사회정책의 방향을 시장의 원리에 따라 적극적으로 재편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의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빈곤층에 대한 지원이 시장에서의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수준에서 이루어질뿐만 아니라 지원의 수단, 타 정책과의 연계방식 역시 시장의 구축을 도모하는 방향 하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사회정책 전반에서 계층과 집단에 따라 차별화, 분절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맞춤형 사회안전망 확대’라는 수사를 통해 이러한 사회정책의 본질을 포장한다. 대표적인 ‘친서민’ 정책이라고 선전하는 보금자리주택, 미소금융정책도 오히려 부동산거품을 키우고 가난한 서민을 볼모로 한 돈 놀음을 향하고 있다. 일시적인 경제회복의 수혜는 수출대기업, 부동산이나 주식을 가진 자산가, 감세로 혜택을 보는 고소득층에 국한되고 있다. 2010년 복지예산 편성과정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 에너지 지원 등 각종 지원액 감소 및 수급자 축소 추계 등의 지원축소 경향과 지난 3년간 증가해왔던 사회서비스 분야(활동보조 서비스 등 바우처 사업 중심)의 수급기준을 엄격히 하거나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등의 정책 변화가 강화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부와 여당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축소하고 빈곤층 지원 정책에 ‘맞춤형’, ‘희망’ 등의 수사를 덧붙여 ‘자산형성’, ‘노동연계복지’ 성격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이명박 정부의 의도는 올해 예산 편성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올해 기초생활보장예산은 2009년 추경예산대비 6,802억 원(8.5%) 감소하였다(생계급여 104억 원 감소, 주거급여 920억 원 감소, 긴급복지지원예산 1,004억 원 감소,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 903억 원 전액 삭감, 의료급여 104억 원 감소, 생계비 융자 598억 원 감소 등). 반면 자활지원예산은 2009년 추경예산에 비해 692억 원이 늘었고, ‘희망키움통장’ 등 자산형성프로그램이 새롭게 도입되었다. 이미 서울시에서 민간후원을 활용한 ‘희망드림뱅크’, ‘희망플러스통장’ 등 자산형성 지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빈곤비지니스’라 할 수 있는 미소금융, 취업 후 학자금상환제가 새롭게 도입되었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인적자원 활용을 통한 사회투자국가 실현 담론에 기반을 둔 사회정책기조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이다. 민간 자원 활용성 빈곤층 자산형성사업과 아동에 대한 투자, 여성 노인인력 활용 등에 대한 강조가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대두되는 사회보장을 비롯한 사회정책 확대 요구를 대중이 처한 근본 위기 원인에 대한 사후 처방이자, 미래 빈곤에 대한 예방책이라는 역설적인 형태로 수렴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둘러싼 투쟁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진행될 때 신자유주의 정책 개혁을 거부하고 노동자민중의 계급적 요구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연대로서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첫째, 제도 수급의 기준선이자 사회적 빈곤선으로서 최저생계비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최저임금, 여타 사회보장제도의 기준선과 연동 가능해야 한다. 빈곤사회연대는 빈곤선을 상대적 빈곤의 개념으로 평균소득과 연동할 것을 주장해왔다. 이는 복지급여를 통한 소득보장과 노동을 통한 소득이 개인이 처한 어떠한 조건에서라도 일정 수준의 생활을 유지 가능케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둘째, 빈민의 노동권을 부정하는 가운데 노동을 강요하는 노동연계복지(기초생활보장법 상의 조건부수급조항)의 폐지를 통해 복지 수급권자를 차별하고 낙인찍는 기제들에 대해 투쟁해야 한다. 셋째, 한시적이고 선별적 현금 지원형태로 일부 빈민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 교육, 주거 등에 있어 보편적이고 공적인 보장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을 전체 과제로 인식하고 함께 투쟁해야 한다.
그동안 빈곤사회연대를 비롯한 사회운동세력은 이를 원칙으로 대응해왔으나, 현재의 이명박 정권 하에서 이러한 기대가 실현될 것이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과거 민주개혁세력이 말하는 ‘좋은 시절’이 다시 돌아온다 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과제를 매개로 주체들의 현실을 드러내고 연대를 도모했던 ‘운동’의 흐름이 존재했었고 이를 더욱 발전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600만 명에 가까운 기초생활 수급(권)자(410만 명의 비수급 빈곤층을 포함)의 요구가 무엇인지 사회운동이 인식하고 계급적 단결과 연대를 지향하는 노동자민중의 과제에 포함시켜야 한다.
<기초생활보장권리찾기행동> 구성 취지와 2010 기초생활보장제도 현실화를 위한 주요 과제
2009년 기초생활 수급자의 ‘근로능력’을 의사 진단서를 통해 판단토록 했던 복지부의 지침과 이에 따른 용산구청의 수급권자 무더기 강제전환 사건에 대응하며 <기초생활보장권리찾기행동>(이하 <권리찾기행동>)이 구성되었다. 집단 이의신청 등의 대응으로 지침은 철회되었으나, 복지부는 올해부터 자의적인 판단기준으로 수급(권)자의 근로능력을 평가토록 하는 ‘근로능력판정기준’을 만들어 시행 중이며 <권리찾기행동>은 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권리찾기행동>은 현재 사회보장을 필요로 하는 수급(권)자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처해있고 무엇을 요구하는지 밝히고자 한다. 이들이 처한 조건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질병, 장애, 실직 등으로 빈곤에 처한 상황에서 이 사회가 요구하는 강도 높은 노동과 낮은 임금으로 빈곤을 탈출할 수 없었던 상황을 겪은 이래, 사회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둘째, 수급(권)자들은 낮은 학력과 사회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관계망과 노동을 통한 삶의 희망을 실현할 가능성을 찾고 있다. 이들이 바로 자신들의 삶을 옥죄고 있는 사회적 환경을 개선해나갈 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 주체다. 셋째,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보장하는 소득과 지원체계를 통해서는 인간다운 삶은커녕 점점 더 빈곤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이들 모두가 인격과 권리를 가진 인간이자 시민이라는 점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한 국민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지원체계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빈곤선 이하에 처한 수급권자의 권리에 기초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 그러나 보건복지가족부는 부정수급률이 높아졌다는 것을 근거로 수급자격을 까다롭게 하며 수급권자를 걸러내기에 바쁘고, 이는 일선 행정 과정에서 수급권자를 옥죄는 근거로 기능하고 있다. <권리찾기행동>은 수급당사자의 목소리를 모아나가기 위한 실천을 전개할 것이다. 또한 끊임없이 등장하는 빈곤의 자기책임론과 가난한 이들에게 노동은 반드시 가해져야 할 징벌이라는 정부의 논리를 넘어 연대의 확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특히 수급권자의 권리를 부정하고 수급권자를 무능한 인간으로 몰아세우는 잣대에 대한 비판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복지 수급의 권리는 수급권자와 평등과 인권을 지향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지키고 확장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되었다. 1999년 제정되어 2000년부터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은 수급 당사자를 ‘생활보호대상’이라 칭했던 것에서 ‘수급권자’로 명명하고 연령, 성별, 노동유무에 관계없이 소득이 일정 기준 이하면 누구나 복지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종전 생활보호법에서 진일보한 공공부조제도로서 평가받았다. 무엇보다도 법 제정 당시 광범위한 노동사회시민세력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기초법이 최저생계비를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정의함으로써 빈곤선을 재정의하고 기본적인 최저생활기준을 정한 데 있었다. IMF 외환위기의 여파로 빈곤과 실업이 확산된 상황에서 민중의 생활권을 제기하고 기본생활수준 확보라는 권리 실현과제를 제시한 사회적 연대의 계기였던 것이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열악한 최저생계비와 재산기준, 부양 의무자기준 등 진입장벽이 높았고, 수급의 조건으로 노동을 강요하는 조건부수급조항을 담은 반쪽짜리 제도로 출발하였다. 이는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 정책이란 성격을 반영하였다. 제도 시행 초기 중증장애인이자 노점상이었던 최옥란 열사의 투쟁과 죽음은 이러한 기초법의 한계를 분명히 폭로한 것이었다. 2001년 결성된 기초법연석회의는 최저생계비 현실화, 비현실적인 재산기준 완화 및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등 제도 독소조항의 개선을 요구하였다. 또한 소득수준 상으로 차상위층에 속하는 노동자에 대한 기초법 내에서의 욕구별 급여 마련, 장애인 특성을 고려한 제도 운영 등 기초법을 매개로 한 반빈곤운동의 확장을 꾀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기초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였고, 생활보호 시절과 다를 바 없는 수급(권)자들의 현실과, 제도 외곽에 방치된 이들이 부딪힌 진입장벽의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기초법 투쟁 역시 빈곤에 맞서는 유력한 투쟁 사안으로 부각되지 못하였다. 제도의 한계로 발생한 사각지대는 점점 넓어져, 지난 해 정부 공식통계자료를 보더라도 소득은 최저생계비 이하이지만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빈곤인구가 410만 명에 달한다. 현재 수급자는 2008년 12월 기준으로 약 153만 명(85만 4천 가구)으로 전 인구 대비 수급자 비율이 3.1% 수준이다.
제도 10년을 맞는 지금, 기초법을 둘러싼 논의의 출발점은 한국사회의 빈곤의 현실에 맞서 ‘누가’, 복지정책 사회정책에 대한 ‘어떠한 요구’를 제기할 것인가는 점이다. 지난 10년간의 사회운동의 대응은 어떠한 권리담론에 기반하며 누가 주체가 되어 누구와 연대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이명박 정부 빈곤ㆍ사회정책 기조와 기초생활보장제도 현실화 운동의 의미
이명박 정부는 2010년 5%의 경제성장률, 20만 명의 취업자 증가, 15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2월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는 121만 6천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만 8천 명 증가했다. 지난 2000년 2월 122만 3천 명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로 5.0%에 달하는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경기회복으로 구직활동인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존 일자리 취업자가 일자리를 잃는 양상은 뚜렷하다. 최근 5년간 제조업 등 광공업 취업자 수는 40만 명가량 감소했으며, 도소매 음식숙박업 취업자 수 역시 40만 명가량 감소하는 등 기존 취업자 수가 대거 통계에서 사라지고 서비스 취업자만이 증가추세를 나타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노동 고용 정책은 기존 일자리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과 병행되는 가운데 정부 주도의 일자리 정책으로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연내 미국, 유럽 등과의 FTA 비준 가능성이 높아지고, 대외개방을 매개로 한 노동유연화 강화 흐름이 예상된다.
만성화된 경제위기 상황에서, 실업률이 높아지고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노동자 민중의 소득 하락으로 연결되고 있다. 정부는 경제위기가 일시적으로 회복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각국 실질소득은 작년 대비 3.3%나 줄어 2003년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경제위기의 한파는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더욱 매섭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소득 하위 20% 가구는 한 달에 고작 93만 원을 벌고 134만 원의 지출을 하고 있어 매달 41만 원 넘게 적자를 보고 있다. 소득불평등과 빈부격차는 갈수록 높아져 지니계수는 0.325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소득5분위배율(도시근로자의 소득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배율)은 단순소득만 비교하면 작년 3분기에 7.54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사회정책의 방향을 시장의 원리에 따라 적극적으로 재편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의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빈곤층에 대한 지원이 시장에서의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수준에서 이루어질뿐만 아니라 지원의 수단, 타 정책과의 연계방식 역시 시장의 구축을 도모하는 방향 하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사회정책 전반에서 계층과 집단에 따라 차별화, 분절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맞춤형 사회안전망 확대’라는 수사를 통해 이러한 사회정책의 본질을 포장한다. 대표적인 ‘친서민’ 정책이라고 선전하는 보금자리주택, 미소금융정책도 오히려 부동산거품을 키우고 가난한 서민을 볼모로 한 돈 놀음을 향하고 있다. 일시적인 경제회복의 수혜는 수출대기업, 부동산이나 주식을 가진 자산가, 감세로 혜택을 보는 고소득층에 국한되고 있다. 2010년 복지예산 편성과정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 에너지 지원 등 각종 지원액 감소 및 수급자 축소 추계 등의 지원축소 경향과 지난 3년간 증가해왔던 사회서비스 분야(활동보조 서비스 등 바우처 사업 중심)의 수급기준을 엄격히 하거나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등의 정책 변화가 강화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부와 여당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축소하고 빈곤층 지원 정책에 ‘맞춤형’, ‘희망’ 등의 수사를 덧붙여 ‘자산형성’, ‘노동연계복지’ 성격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이명박 정부의 의도는 올해 예산 편성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올해 기초생활보장예산은 2009년 추경예산대비 6,802억 원(8.5%) 감소하였다(생계급여 104억 원 감소, 주거급여 920억 원 감소, 긴급복지지원예산 1,004억 원 감소,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 903억 원 전액 삭감, 의료급여 104억 원 감소, 생계비 융자 598억 원 감소 등). 반면 자활지원예산은 2009년 추경예산에 비해 692억 원이 늘었고, ‘희망키움통장’ 등 자산형성프로그램이 새롭게 도입되었다. 이미 서울시에서 민간후원을 활용한 ‘희망드림뱅크’, ‘희망플러스통장’ 등 자산형성 지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빈곤비지니스’라 할 수 있는 미소금융, 취업 후 학자금상환제가 새롭게 도입되었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인적자원 활용을 통한 사회투자국가 실현 담론에 기반을 둔 사회정책기조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이다. 민간 자원 활용성 빈곤층 자산형성사업과 아동에 대한 투자, 여성 노인인력 활용 등에 대한 강조가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대두되는 사회보장을 비롯한 사회정책 확대 요구를 대중이 처한 근본 위기 원인에 대한 사후 처방이자, 미래 빈곤에 대한 예방책이라는 역설적인 형태로 수렴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둘러싼 투쟁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진행될 때 신자유주의 정책 개혁을 거부하고 노동자민중의 계급적 요구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연대로서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첫째, 제도 수급의 기준선이자 사회적 빈곤선으로서 최저생계비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최저임금, 여타 사회보장제도의 기준선과 연동 가능해야 한다. 빈곤사회연대는 빈곤선을 상대적 빈곤의 개념으로 평균소득과 연동할 것을 주장해왔다. 이는 복지급여를 통한 소득보장과 노동을 통한 소득이 개인이 처한 어떠한 조건에서라도 일정 수준의 생활을 유지 가능케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둘째, 빈민의 노동권을 부정하는 가운데 노동을 강요하는 노동연계복지(기초생활보장법 상의 조건부수급조항)의 폐지를 통해 복지 수급권자를 차별하고 낙인찍는 기제들에 대해 투쟁해야 한다. 셋째, 한시적이고 선별적 현금 지원형태로 일부 빈민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 교육, 주거 등에 있어 보편적이고 공적인 보장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을 전체 과제로 인식하고 함께 투쟁해야 한다.
그동안 빈곤사회연대를 비롯한 사회운동세력은 이를 원칙으로 대응해왔으나, 현재의 이명박 정권 하에서 이러한 기대가 실현될 것이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과거 민주개혁세력이 말하는 ‘좋은 시절’이 다시 돌아온다 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과제를 매개로 주체들의 현실을 드러내고 연대를 도모했던 ‘운동’의 흐름이 존재했었고 이를 더욱 발전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600만 명에 가까운 기초생활 수급(권)자(410만 명의 비수급 빈곤층을 포함)의 요구가 무엇인지 사회운동이 인식하고 계급적 단결과 연대를 지향하는 노동자민중의 과제에 포함시켜야 한다.
<기초생활보장권리찾기행동> 구성 취지와 2010 기초생활보장제도 현실화를 위한 주요 과제
2009년 기초생활 수급자의 ‘근로능력’을 의사 진단서를 통해 판단토록 했던 복지부의 지침과 이에 따른 용산구청의 수급권자 무더기 강제전환 사건에 대응하며 <기초생활보장권리찾기행동>(이하 <권리찾기행동>)이 구성되었다. 집단 이의신청 등의 대응으로 지침은 철회되었으나, 복지부는 올해부터 자의적인 판단기준으로 수급(권)자의 근로능력을 평가토록 하는 ‘근로능력판정기준’을 만들어 시행 중이며 <권리찾기행동>은 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권리찾기행동>은 현재 사회보장을 필요로 하는 수급(권)자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처해있고 무엇을 요구하는지 밝히고자 한다. 이들이 처한 조건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질병, 장애, 실직 등으로 빈곤에 처한 상황에서 이 사회가 요구하는 강도 높은 노동과 낮은 임금으로 빈곤을 탈출할 수 없었던 상황을 겪은 이래, 사회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둘째, 수급(권)자들은 낮은 학력과 사회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관계망과 노동을 통한 삶의 희망을 실현할 가능성을 찾고 있다. 이들이 바로 자신들의 삶을 옥죄고 있는 사회적 환경을 개선해나갈 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 주체다. 셋째,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보장하는 소득과 지원체계를 통해서는 인간다운 삶은커녕 점점 더 빈곤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이들 모두가 인격과 권리를 가진 인간이자 시민이라는 점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한 국민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지원체계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빈곤선 이하에 처한 수급권자의 권리에 기초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 그러나 보건복지가족부는 부정수급률이 높아졌다는 것을 근거로 수급자격을 까다롭게 하며 수급권자를 걸러내기에 바쁘고, 이는 일선 행정 과정에서 수급권자를 옥죄는 근거로 기능하고 있다. <권리찾기행동>은 수급당사자의 목소리를 모아나가기 위한 실천을 전개할 것이다. 또한 끊임없이 등장하는 빈곤의 자기책임론과 가난한 이들에게 노동은 반드시 가해져야 할 징벌이라는 정부의 논리를 넘어 연대의 확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특히 수급권자의 권리를 부정하고 수급권자를 무능한 인간으로 몰아세우는 잣대에 대한 비판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복지 수급의 권리는 수급권자와 평등과 인권을 지향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지키고 확장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권리찾기행동이 준비하고 있는 기초법 개정청원안
* <기초생활보장권리찾기행동>에서는 기초법 시행 10년을 평가하며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개정을 위한 청원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2009년 실태조사 사업에 참여한 수급당사자들의 서명을 조직하는 서명운동과 사회운동, 노동조합 등 단체 및 개인의 청원서명을 모아 3월 중으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서명용지는 빈곤사회연대 antipoor.jinbo.net에서 받을 수 있다).
① 부양 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본인의 소득·재산만을 기준으로 수급자로 선정해야 합니다.
② 비현실적인 재산과 소득 기준을 개선해야 합니다.
- 생계급여를 낮추는 가짜 소득 ‘추정소득’을 부과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 중고차만 있어도 수급에서 탈락합니다. 자동차의 소득 산정 기준을 대폭 낮춰야 합니다.
- 재산의 소득환산율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합니다.
③ 너무 낮은 최저생계비 이제 현실화해야 합니다. 상대빈곤선 도입만이 해결 방법입니다.
-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소득이 최저생계비 결정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④ 근로를 강제적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수급조항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 자활사업 참여는 수급권자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⑤ 3년마다 빈곤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⑥ 수급권자의 권리보장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 급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제공되는 여러 서비스에 대해서도 알리도록 해야 합니다.
- 급여가 바뀔 때도 사전에 자세히 설명하고, 이의신청의 권리에 대해 알리도록 해야 합니다.
-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수급자와 수급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직접 참여해야 합니다.
- 수급자의 명의를 도용하면 처벌 받도록 해야 합니다.
⑦ 차상위 계층에 대해서도 의료, 자활, 교육, 주거 등 개별 급여를 지원해야 합니다.
⑧ 기초생활보장비용은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전액 국비로 보장해야 합니다.
-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으로 인해 일선 공무원들의 수급거부 사례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