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고용전략회의 비판
이명박 정권의 고용확대 전략
지난 3월 고용률은 57.8%로 전년 동기대비 0.1% 포인트 하락했다. 2월 고용률이 56.6%로 전년 동기대비 0.4% 포인트 하락한 것에 비하면 나아졌지만, (계절요인을 감안했을 때 고용률은 각각 58.3%, 58.5%다) 2002년 고용률이 60%였고, 1997년 이전 고용률이 61%에 육박했던 점을 감안하면, 고용위기 상황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 12일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2%로 0.6%포인트 상향 조정할 만큼 경기회복 전망이 낙관적인 것에 비하면 고용전망은 매우 불투명한 셈이다.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고용 없는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명박 정권은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통한 고용창출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명박 정권은 서민들의 낮은 경기회복 체감도를 높이고, 현재 회복추세인 경기상황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2010년부터 기조를 고용유지가 아니라 고용창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고용전략회의는 이처럼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이를 집행하기 위한, 대통령이 직접 주관하고 관련 행정부처장을 소집하는 국가기구다. 국가고용전략회의는 고용률을 경제정책의 핵심지표로 삼아 이를 높이기 위한 정책적 방안들을 강구한다. 더 나아가 기획재정부는 고용정책의 대상을 실업자에서 취업애로계층(실업자 + 취업의사나 취업능력이 있는 사람 + 추가적인 취업희망자)으로 확대하여 실업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2010년 고용회복을 가시화하기 위해서는 하락추세인 고용률을 역전시켜 0.1%포인트 높여야 하는데, 국가고용전략회의는 이를 위해 일자리 25만개를 창출할 방안을 제시한다. (민간부문 일자리가 급격히 늘어날 수는 없으므로) 희망근로프로젝트, 보금자리주택,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정부재정사업을 중심으로 고용여건을 보완하고,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용지원센터와 민간고용중개기관의 역할을 확대하자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또한 취업장려수당 인턴제 도입 등을 통해 근로의욕을 높이고, (상시)고용인원을 늘리는 중소기업에게는 세액을 공제하여 구인유인을 확대하고, 공공기관은 단시간근로자 고용을 가능케 하도록 하여 고용형태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한편 국가고용전략회의는 중장기적 고용 회복을 위해 매년 0.1%포인트 고용률 상승, 10년 내 고용률 60% 달성을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한국사회고용의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는데, 첫째, 경제의 고용창출력을 제고하기 위해 산업정책 및 재정 세제 지원제도를 고용 친화적으로 개편하고, 임금근로자의 90%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의 성장토대를 강화한다. 둘째, (고용창출 여지가 큰 의료 교육 등) 서비스 산업을 선진화하고, 사회서비스 등 유망서비스 산업의 시장형성을 촉진한다. 셋째, 인력수급 전망 및 (구인과 구직간의) 미스매치 해소 방안을 마련하고, 인력양성 방안을 확대한다. 넷째, 유연근로제 단시간근로 등 근로형태를 다양화하고, 임금피크제 및 직무 성과급 확산 등 임금유연화를 추진하여 노동시장을 효율화한다는 계획을 제출하였다.
국가고용전략회의가 2010년 25만개 일자리 창출방안을 제안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를 비판했던 것은, 정부가 처음에는 경제성장률 5% 성장과 그에 따른 20만개 일자리 증대를 목표로 하다가, 고용률을 0.1% 포인트 높이겠다며 ‘25만 명 +α ’ 일자리 창출로 고용목표를 수정했기 때문이다. (국가고용전략회의 스스로 밝혔듯이) 이를 위해서는 정부재정지출로 공공부문에서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증대시키는 방안 밖에 없는데, 정작 일자리 관련 예산(고용창출, 고용유지, 고용촉진, 교육훈련 등)은 3조 3천억 원 가량 삭감되었다. 더구나 희망근로 등 재정일자리 사업을 조기에 시작해서 6월 이전에 집행을 완료하겠다고 한 점, 국가고용전략회의의 존재 자체가 이명박 정부의 고용의지를 상징한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지자체 선거를 앞둔 선거용 책략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단기적인 정부재정지출에 의존하는 일자리 창출방안은 그 자체로 임시적인 조치일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감세와 대규모 국책사업 등 재정 제약 상황에 종속된 한계적인 방안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3월부터 6월까지는 희망근로, 6월부터 11월까지는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 9월부터 12월까지는 주민공동체 사업 등 몇 개월 단위로 재원에 따라 일자리가 바뀌는 형태로 계획이 수립되었다.
하지만 지난 2월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유연근무제 확산방안이 발표되고,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2010 고용회복 프로젝트」에 따라 일자리 창출 관련 정책들이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고용전략회의가 단지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 기구만은 아니다. 말 그대로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시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용전략을 구상하고 이를 집행하는 기구인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저임금 노동의 정당화와 파견노동의 확산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이 정부가 임금노동자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고용을 더욱 늘리겠다고 한 점이다. 여기에는 ‘청년 실업자가 31만 명인데 중소기업 인력부족은 16만 명’과 같은 노동시장 수급불균형문제를 해결하면 고용문제가 일정정도 해소된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따라서 구인 구직을 전국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망과 같은 기본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용중개기관에 대한 민간위탁을 확대하여 구인과 구직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 기준(사업주 제시임금이 평균임금보다 낮고, 2주 동안 모집인원의 3배수 이상이 알선했던 일자리)을 완화하여 모집기간 1주, 150만 원 이하의 일자리는 무조건 중개가 가능하게 하였다. 또 공공―민간 고용중개기관 사이에 전산네트워크 등을 구축하는 비용을 지원하고, DB에 등록된 구직자를 DB에 등록된 일자리에 취업시켰을 때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교육훈련까지 일관하면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식으로 고용중개기관 민간위탁을 확대하도록 하였다.
또한 (장기실업자의 신규고용촉진장려금 지원 대상 요건을 6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하긴 하였지만) 취업애로계층이 이 시스템을 통해 중소기업에 취업할 경우 취업장려수당(1개월 경과 시 30만원, 6개월 경과 시 50만원, 12개월 경과 시 100만원)을 1년간 본인에게 지원하고, 중소기업 청년인턴 사업을 3만 명으로 확대하는 등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방안과 상시고용인원을 전년도보다 증가시킨 중소기업에 대하여 1인당 300만원의 세액을 공제하는 식으로 구인유인을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하였다.
고용알선업무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안정적인 내부노동시장과 부족한 외부노동시장, 즉 (움직이지 않는 경직된) 비경제활동인구를 노동시장으로 유인할 때 그나마 효과가 있다.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는 국면에서 임시 일용직을 확대할 때 고용확대의 의미가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취업애로계층의 대다수는 (경제위기로 인해 고용의 불안전성이 높아지는 이유로 인해)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노동자고, 이들을 상대로 하는 취업알선이 전문화되고 확대된다고 한들 고용상태가 개선될 리가 없다. 더구나 중소기업 ‘빈 일자리’가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일자리라는 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의도가 다른 곳에 있는 것이다.
고용지원서비스를 민간위탁하는 것은 직업소개와 직업훈련도 연계하고, 정부재정지원과 함께 전문화 대형화를 유도하여 직업소개업의 사적이윤을 보장해준다는 문제점 말고도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오늘날 직업소개소들이 음으로 양으로 파견 용역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많은 직업소개소들이 알선하는 업종과 영역이 세분화되어 있고, 실제로 구직을 필요로 하는 중소 제조업의 구인 구직 정보를 불법파견 하도급 업체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용지원서비스를 민간위탁해서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파견 허용 문제를 우회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 제조업 파견 허용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최근 노동부와 각종 국책연구소들에서 제조업 파견의 필요성을 흘리는 것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방안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직접적인 효과보다는 저임금 일자리를 일반화함과 동시에 파견 용역 업무의 확대를 꾀하면서, 저임금에 노동3권을 보장하지 않아도 되는 일자리를 확산하는 방책에 불과하다.
단시간근로 일자리와 변형근로제의 확산
고용유지가 아니라 고용창출을 위한 핵심적 방안으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단시간근로와 유연근로와 같은 근로형태의 다양화다. 2009년 12월, 진동섭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상황 등을 봐선 정규직 풀타임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유연근무제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고 정책 구체화를 위해 부처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 바 있다. 물론 그 자리에서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비춰 우리나라의 단시간 근무 비중은 매우 낮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방안은 2차 국가고용전략회의 때 “유연근무제 확산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소수가 장시간 근로하는 관행(획일적인 전일제 중심의 고용관행)으로 인해 유연근무확대에 한계가 있고, 그에 따라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제기배경 중 하나다. 더구나 이와 같은 관행은 여성의 취업률을 급감시키기 때문에 여성의 낮은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단시간근로와 같은 유연근무제의 도입이 유용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당연히 전체 고용률을 제고하는 데 빠른 길이기도 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공부문에서 먼저 유연근무제를 실시할 수 있는 선도모델을 발굴 확산해야 한다는 점을 국가고용전략회의는 강조하고 있다. 단시간(시간제) 근무 형태를 확대하기 위해 직무를 공유하고, 전일제에서 시간제 근무로 전환할 것을 독려하며, 시간제 근무인력 충원을 꾀하고 있다. 심지어는 공공기관 인력수급의 핵심인 정원관리 방식마저 인원수 외에 총 근로시간으로도 관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노동부 콜센터, (시간 연장) 보육시설처럼 업무분할이 가능한 직무에서에서 신규 고용을 할 때 단시간 근로자를 채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민간부문에서도 단시간 근로가 확산될 수 있도록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세웠다. 의료기관, 유통 서비스업과 같은 업종에서 중소기업 위주로 상용직으로 단시간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늘어나는 고용인원에 대해 (40만원 한도 내에서 신규 단시간 근로자 임금의 50%를 1년간 지원하는 등) 소요비용 일부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더 나아가 ‘민간부문 확산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 가정 양립형 단시간 근로 모델을 확산하는 것’이라는 전제 아래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도확산 특별팀을 구성하였다. 지자체, 경제인단체, 기업 등이 한자리에 모여 이를 운영하면서, 단시간 근로 적합 직종을 발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유통과 보건 의료 등 여성노동자들이 많고, 업무집중으로 인해 노동력 공급이 탄력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업종에서 단시간 근로자를 채용하고 확산할 수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많은 정책조언자들이 단시간근로를 확산하는 데 있어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보호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고용창출방안에는 이를 강구하는 것도 포함되었다. 단시간근로자 차별시정 등 근로조건을 보호하고, 단시간근로자 사회보험가입 요건을 월 60시간 이상으로 완화하는 등의 방안을 세운 것이다. 또한 유연근로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2010년 내에 이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주요한 내용은 첫째, 정부지원 및 규제제도에 있어 상시근로자수 산정기준을 고용시간을 고려한 종업원 수(예컨대 20시간 이하 노동자는 0.5명)로 개선하는 것, 둘째,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현행 3개월에서 6개월 내지는 1년으로 연장하는 방안 등이 있다. 즉 변형근로제의 확대도입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단시간 근로와 같은 유연한 근로형태가 (통계수치로서의) 고용률을 개선할 것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이것이 실제 노동조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다. 첫째, 무엇보다도 시간당 임금이 현격히 낮은 상황에서 단시간 근로 노동자가, 해당 가구가 충분한 소득을 얻을 리 없다. 단시간 노동자와 장시간 노동자의 공존 속에서 노동자들은 부족한 소득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은 노동시간을 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고, 이는 또다시 시간급을 낮추는 파괴적인 경쟁양상으로 이어진다. 시간급은 낮아지고 노동자들은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문제는 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시간의 신축화, 유연근로는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집단성, 노동조합으로의 단결가능성을 해친다. 출퇴근 시간이 각각 개별 노동자들마다 다르고, 노동자들의 사적인 일상이 일―가정(여가/취업준비)을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으로 채워지는 사이, 노동조합의 존재는 잊히기 마련이다. 노동조합이 형해화되고, 노동권을 유지하고 쟁취하기 위한 기구이자 민주주의의 공간으로서, 공동체로서의 노동조합의 위상은 더더욱 하락하게 된다. 반면 단시간 근로는 일체의 빈틈의 노동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주는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어 더 많은 이윤을 얻게 된다. 단시간 근로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집단은 오로지 사용자인 자본가들뿐이다.
노조탄압은 유연안정성의 전제
국가고용전략회의가 내세운 방안들은 과거 노무현 정권 아래에서도 여러 정책 자문 집단들이 네덜란드 모델이라느니, 덴마크 모델이라느니 하며 논의해왔던 것이기도 하다. 저성장시대 유연안정성의 제고만이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주장으로 말이다. 이 같은 유연안정성 확립의 전제가 무엇인지를 국가고용전략회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해 보자.
국가고용전략회의는 일자리가 확대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고용구조의 이중구조를 지목하고 있다. 고용구조의 이중구조란 대공장 정규직 근로자가 단체협약에 의해 과보호되고 있는 반면, 하청 중소기업 근로자는 어떠한 보호도 없어 노동조건이 점점 더 열악해져, (근로빈곤층이 양산될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대기업 취업을 선호하여 노동시장이 구조적으로 왜곡된다는 주장이다. 즉 노동자들이 풀타임의 정규직 일자리를 선호하지, 단시간 근로와 같은 유연한 형태의 일자리를 외면한다는 것이다. (경제위기 상황이 아니라) 이것이 지금 현재 고용률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국가고용전략회의는 2009년 일자리 나누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고용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가 일자리 나누기를 유도했는데 기업들이 (그리고 노동조합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근무형태 다양화’보다는 ‘임금조정형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본래의 목적이 퇴색했다는 주장이다.
물론 2009년 상당수 노동조합들이 임금조정형태를 선호했던 것은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기인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존재가 ‘근무형태를 다양화’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인 것은 사실이다.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최소의 목적이 일자리를 지키고 노동자의 임금을 방어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의 입장에서, 불황기 저성장시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일자리 창출(정확히는 통계상의 고용률 제고)은 필수적인데, 대공장 노동조합의 존재,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와 고용안정도의 차이는 (불안전한 일자리 확산을 통한) 고용확대의 걸림돌이자 시정대상일 수밖에 없다.
현 정권이 공공부문을 필두로 단체협약을 해지해가면서 대기업 노동조합 탄압에 전례 없이 집중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노동시장의 구조적 왜곡을 시정하는 것은 중장기적 계획이다. 이렇게 보면 이명박 정권은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순치하는 것을 중장기적 대응방안으로 간주하고 있는 셈이다.
좀 더 정확히 규정하자. 국가가 단기근로를 확산시키는 데 있어 제도적 장벽으로 지목한 것은 일상적인 해고가 어렵다는 것이고, 이는 강한 노동조합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대기업 노조 뿐만 아니라 화물연대나 건설노조를 탄압하는 것은 이 처럼 강한 노동조합이 불안전한 일자리 확산의 최대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의 일자리 창출 방안이 기만적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3월 고용률은 57.8%로 전년 동기대비 0.1% 포인트 하락했다. 2월 고용률이 56.6%로 전년 동기대비 0.4% 포인트 하락한 것에 비하면 나아졌지만, (계절요인을 감안했을 때 고용률은 각각 58.3%, 58.5%다) 2002년 고용률이 60%였고, 1997년 이전 고용률이 61%에 육박했던 점을 감안하면, 고용위기 상황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 12일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2%로 0.6%포인트 상향 조정할 만큼 경기회복 전망이 낙관적인 것에 비하면 고용전망은 매우 불투명한 셈이다.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고용 없는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명박 정권은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통한 고용창출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명박 정권은 서민들의 낮은 경기회복 체감도를 높이고, 현재 회복추세인 경기상황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2010년부터 기조를 고용유지가 아니라 고용창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고용전략회의는 이처럼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이를 집행하기 위한, 대통령이 직접 주관하고 관련 행정부처장을 소집하는 국가기구다. 국가고용전략회의는 고용률을 경제정책의 핵심지표로 삼아 이를 높이기 위한 정책적 방안들을 강구한다. 더 나아가 기획재정부는 고용정책의 대상을 실업자에서 취업애로계층(실업자 + 취업의사나 취업능력이 있는 사람 + 추가적인 취업희망자)으로 확대하여 실업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2010년 고용회복을 가시화하기 위해서는 하락추세인 고용률을 역전시켜 0.1%포인트 높여야 하는데, 국가고용전략회의는 이를 위해 일자리 25만개를 창출할 방안을 제시한다. (민간부문 일자리가 급격히 늘어날 수는 없으므로) 희망근로프로젝트, 보금자리주택,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정부재정사업을 중심으로 고용여건을 보완하고,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용지원센터와 민간고용중개기관의 역할을 확대하자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또한 취업장려수당 인턴제 도입 등을 통해 근로의욕을 높이고, (상시)고용인원을 늘리는 중소기업에게는 세액을 공제하여 구인유인을 확대하고, 공공기관은 단시간근로자 고용을 가능케 하도록 하여 고용형태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한편 국가고용전략회의는 중장기적 고용 회복을 위해 매년 0.1%포인트 고용률 상승, 10년 내 고용률 60% 달성을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한국사회고용의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는데, 첫째, 경제의 고용창출력을 제고하기 위해 산업정책 및 재정 세제 지원제도를 고용 친화적으로 개편하고, 임금근로자의 90%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의 성장토대를 강화한다. 둘째, (고용창출 여지가 큰 의료 교육 등) 서비스 산업을 선진화하고, 사회서비스 등 유망서비스 산업의 시장형성을 촉진한다. 셋째, 인력수급 전망 및 (구인과 구직간의) 미스매치 해소 방안을 마련하고, 인력양성 방안을 확대한다. 넷째, 유연근로제 단시간근로 등 근로형태를 다양화하고, 임금피크제 및 직무 성과급 확산 등 임금유연화를 추진하여 노동시장을 효율화한다는 계획을 제출하였다.
국가고용전략회의가 2010년 25만개 일자리 창출방안을 제안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를 비판했던 것은, 정부가 처음에는 경제성장률 5% 성장과 그에 따른 20만개 일자리 증대를 목표로 하다가, 고용률을 0.1% 포인트 높이겠다며 ‘25만 명 +α ’ 일자리 창출로 고용목표를 수정했기 때문이다. (국가고용전략회의 스스로 밝혔듯이) 이를 위해서는 정부재정지출로 공공부문에서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증대시키는 방안 밖에 없는데, 정작 일자리 관련 예산(고용창출, 고용유지, 고용촉진, 교육훈련 등)은 3조 3천억 원 가량 삭감되었다. 더구나 희망근로 등 재정일자리 사업을 조기에 시작해서 6월 이전에 집행을 완료하겠다고 한 점, 국가고용전략회의의 존재 자체가 이명박 정부의 고용의지를 상징한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지자체 선거를 앞둔 선거용 책략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단기적인 정부재정지출에 의존하는 일자리 창출방안은 그 자체로 임시적인 조치일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감세와 대규모 국책사업 등 재정 제약 상황에 종속된 한계적인 방안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3월부터 6월까지는 희망근로, 6월부터 11월까지는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 9월부터 12월까지는 주민공동체 사업 등 몇 개월 단위로 재원에 따라 일자리가 바뀌는 형태로 계획이 수립되었다.
하지만 지난 2월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유연근무제 확산방안이 발표되고,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2010 고용회복 프로젝트」에 따라 일자리 창출 관련 정책들이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고용전략회의가 단지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 기구만은 아니다. 말 그대로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시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용전략을 구상하고 이를 집행하는 기구인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저임금 노동의 정당화와 파견노동의 확산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이 정부가 임금노동자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고용을 더욱 늘리겠다고 한 점이다. 여기에는 ‘청년 실업자가 31만 명인데 중소기업 인력부족은 16만 명’과 같은 노동시장 수급불균형문제를 해결하면 고용문제가 일정정도 해소된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따라서 구인 구직을 전국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망과 같은 기본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용중개기관에 대한 민간위탁을 확대하여 구인과 구직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 기준(사업주 제시임금이 평균임금보다 낮고, 2주 동안 모집인원의 3배수 이상이 알선했던 일자리)을 완화하여 모집기간 1주, 150만 원 이하의 일자리는 무조건 중개가 가능하게 하였다. 또 공공―민간 고용중개기관 사이에 전산네트워크 등을 구축하는 비용을 지원하고, DB에 등록된 구직자를 DB에 등록된 일자리에 취업시켰을 때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교육훈련까지 일관하면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식으로 고용중개기관 민간위탁을 확대하도록 하였다.
또한 (장기실업자의 신규고용촉진장려금 지원 대상 요건을 6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하긴 하였지만) 취업애로계층이 이 시스템을 통해 중소기업에 취업할 경우 취업장려수당(1개월 경과 시 30만원, 6개월 경과 시 50만원, 12개월 경과 시 100만원)을 1년간 본인에게 지원하고, 중소기업 청년인턴 사업을 3만 명으로 확대하는 등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방안과 상시고용인원을 전년도보다 증가시킨 중소기업에 대하여 1인당 300만원의 세액을 공제하는 식으로 구인유인을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하였다.
고용알선업무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안정적인 내부노동시장과 부족한 외부노동시장, 즉 (움직이지 않는 경직된) 비경제활동인구를 노동시장으로 유인할 때 그나마 효과가 있다.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는 국면에서 임시 일용직을 확대할 때 고용확대의 의미가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취업애로계층의 대다수는 (경제위기로 인해 고용의 불안전성이 높아지는 이유로 인해)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노동자고, 이들을 상대로 하는 취업알선이 전문화되고 확대된다고 한들 고용상태가 개선될 리가 없다. 더구나 중소기업 ‘빈 일자리’가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일자리라는 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의도가 다른 곳에 있는 것이다.
고용지원서비스를 민간위탁하는 것은 직업소개와 직업훈련도 연계하고, 정부재정지원과 함께 전문화 대형화를 유도하여 직업소개업의 사적이윤을 보장해준다는 문제점 말고도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오늘날 직업소개소들이 음으로 양으로 파견 용역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많은 직업소개소들이 알선하는 업종과 영역이 세분화되어 있고, 실제로 구직을 필요로 하는 중소 제조업의 구인 구직 정보를 불법파견 하도급 업체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용지원서비스를 민간위탁해서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파견 허용 문제를 우회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 제조업 파견 허용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최근 노동부와 각종 국책연구소들에서 제조업 파견의 필요성을 흘리는 것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방안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직접적인 효과보다는 저임금 일자리를 일반화함과 동시에 파견 용역 업무의 확대를 꾀하면서, 저임금에 노동3권을 보장하지 않아도 되는 일자리를 확산하는 방책에 불과하다.
단시간근로 일자리와 변형근로제의 확산
고용유지가 아니라 고용창출을 위한 핵심적 방안으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단시간근로와 유연근로와 같은 근로형태의 다양화다. 2009년 12월, 진동섭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상황 등을 봐선 정규직 풀타임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유연근무제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고 정책 구체화를 위해 부처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 바 있다. 물론 그 자리에서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비춰 우리나라의 단시간 근무 비중은 매우 낮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방안은 2차 국가고용전략회의 때 “유연근무제 확산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소수가 장시간 근로하는 관행(획일적인 전일제 중심의 고용관행)으로 인해 유연근무확대에 한계가 있고, 그에 따라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제기배경 중 하나다. 더구나 이와 같은 관행은 여성의 취업률을 급감시키기 때문에 여성의 낮은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단시간근로와 같은 유연근무제의 도입이 유용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당연히 전체 고용률을 제고하는 데 빠른 길이기도 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공부문에서 먼저 유연근무제를 실시할 수 있는 선도모델을 발굴 확산해야 한다는 점을 국가고용전략회의는 강조하고 있다. 단시간(시간제) 근무 형태를 확대하기 위해 직무를 공유하고, 전일제에서 시간제 근무로 전환할 것을 독려하며, 시간제 근무인력 충원을 꾀하고 있다. 심지어는 공공기관 인력수급의 핵심인 정원관리 방식마저 인원수 외에 총 근로시간으로도 관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노동부 콜센터, (시간 연장) 보육시설처럼 업무분할이 가능한 직무에서에서 신규 고용을 할 때 단시간 근로자를 채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민간부문에서도 단시간 근로가 확산될 수 있도록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세웠다. 의료기관, 유통 서비스업과 같은 업종에서 중소기업 위주로 상용직으로 단시간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늘어나는 고용인원에 대해 (40만원 한도 내에서 신규 단시간 근로자 임금의 50%를 1년간 지원하는 등) 소요비용 일부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더 나아가 ‘민간부문 확산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 가정 양립형 단시간 근로 모델을 확산하는 것’이라는 전제 아래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도확산 특별팀을 구성하였다. 지자체, 경제인단체, 기업 등이 한자리에 모여 이를 운영하면서, 단시간 근로 적합 직종을 발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유통과 보건 의료 등 여성노동자들이 많고, 업무집중으로 인해 노동력 공급이 탄력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업종에서 단시간 근로자를 채용하고 확산할 수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많은 정책조언자들이 단시간근로를 확산하는 데 있어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보호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고용창출방안에는 이를 강구하는 것도 포함되었다. 단시간근로자 차별시정 등 근로조건을 보호하고, 단시간근로자 사회보험가입 요건을 월 60시간 이상으로 완화하는 등의 방안을 세운 것이다. 또한 유연근로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2010년 내에 이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주요한 내용은 첫째, 정부지원 및 규제제도에 있어 상시근로자수 산정기준을 고용시간을 고려한 종업원 수(예컨대 20시간 이하 노동자는 0.5명)로 개선하는 것, 둘째,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현행 3개월에서 6개월 내지는 1년으로 연장하는 방안 등이 있다. 즉 변형근로제의 확대도입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단시간 근로와 같은 유연한 근로형태가 (통계수치로서의) 고용률을 개선할 것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이것이 실제 노동조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다. 첫째, 무엇보다도 시간당 임금이 현격히 낮은 상황에서 단시간 근로 노동자가, 해당 가구가 충분한 소득을 얻을 리 없다. 단시간 노동자와 장시간 노동자의 공존 속에서 노동자들은 부족한 소득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은 노동시간을 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고, 이는 또다시 시간급을 낮추는 파괴적인 경쟁양상으로 이어진다. 시간급은 낮아지고 노동자들은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문제는 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시간의 신축화, 유연근로는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집단성, 노동조합으로의 단결가능성을 해친다. 출퇴근 시간이 각각 개별 노동자들마다 다르고, 노동자들의 사적인 일상이 일―가정(여가/취업준비)을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으로 채워지는 사이, 노동조합의 존재는 잊히기 마련이다. 노동조합이 형해화되고, 노동권을 유지하고 쟁취하기 위한 기구이자 민주주의의 공간으로서, 공동체로서의 노동조합의 위상은 더더욱 하락하게 된다. 반면 단시간 근로는 일체의 빈틈의 노동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주는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어 더 많은 이윤을 얻게 된다. 단시간 근로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집단은 오로지 사용자인 자본가들뿐이다.
노조탄압은 유연안정성의 전제
국가고용전략회의가 내세운 방안들은 과거 노무현 정권 아래에서도 여러 정책 자문 집단들이 네덜란드 모델이라느니, 덴마크 모델이라느니 하며 논의해왔던 것이기도 하다. 저성장시대 유연안정성의 제고만이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주장으로 말이다. 이 같은 유연안정성 확립의 전제가 무엇인지를 국가고용전략회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해 보자.
국가고용전략회의는 일자리가 확대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고용구조의 이중구조를 지목하고 있다. 고용구조의 이중구조란 대공장 정규직 근로자가 단체협약에 의해 과보호되고 있는 반면, 하청 중소기업 근로자는 어떠한 보호도 없어 노동조건이 점점 더 열악해져, (근로빈곤층이 양산될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대기업 취업을 선호하여 노동시장이 구조적으로 왜곡된다는 주장이다. 즉 노동자들이 풀타임의 정규직 일자리를 선호하지, 단시간 근로와 같은 유연한 형태의 일자리를 외면한다는 것이다. (경제위기 상황이 아니라) 이것이 지금 현재 고용률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국가고용전략회의는 2009년 일자리 나누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고용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가 일자리 나누기를 유도했는데 기업들이 (그리고 노동조합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근무형태 다양화’보다는 ‘임금조정형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본래의 목적이 퇴색했다는 주장이다.
물론 2009년 상당수 노동조합들이 임금조정형태를 선호했던 것은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기인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존재가 ‘근무형태를 다양화’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인 것은 사실이다.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최소의 목적이 일자리를 지키고 노동자의 임금을 방어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의 입장에서, 불황기 저성장시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일자리 창출(정확히는 통계상의 고용률 제고)은 필수적인데, 대공장 노동조합의 존재,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와 고용안정도의 차이는 (불안전한 일자리 확산을 통한) 고용확대의 걸림돌이자 시정대상일 수밖에 없다.
현 정권이 공공부문을 필두로 단체협약을 해지해가면서 대기업 노동조합 탄압에 전례 없이 집중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노동시장의 구조적 왜곡을 시정하는 것은 중장기적 계획이다. 이렇게 보면 이명박 정권은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순치하는 것을 중장기적 대응방안으로 간주하고 있는 셈이다.
좀 더 정확히 규정하자. 국가가 단기근로를 확산시키는 데 있어 제도적 장벽으로 지목한 것은 일상적인 해고가 어렵다는 것이고, 이는 강한 노동조합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대기업 노조 뿐만 아니라 화물연대나 건설노조를 탄압하는 것은 이 처럼 강한 노동조합이 불안전한 일자리 확산의 최대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의 일자리 창출 방안이 기만적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