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G20 정상회의인가
G20을 빌미로 진행되는 노점상 단속 강화와 최악의 인종차별적 조치
올 11월 11-12일에 서울에서 5차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올해 G20 의장국인 한국은 2월 27-28일에 인천 송도에서 열린 재무차관 중앙은행부총재 회의를 시작으로 회의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개최를 ‘국격 향상’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G20을 앞두고 G20 기간 내 집회 및 시위를 원천봉쇄하고 군대를 동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했다. 또한 ‘국격 향상’이라는 미명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노점상에 대한 탄압을 진행하고 있다.
G20을 앞두고 벌어지는 정부의 노점상 탄압
얼마 전 서울 선릉역 주변에서 토스트 장사를 하던 노점상이 유서를 남기고 사라져 그를 찾는 소동이 있었다. 다행히 유서를 남겼던 노점상은 무사히 돌아왔다. 왜 이런 소동이 벌어졌나? G20 정상회의를 앞둔 무리한 노점단속이 원인이었다. 하루에 오전 3시간 동안 토스트 장사를 하는데, 강남역삼지구대에서 하루에도 2~4차례 단속이 나왔다고 한다. 이 노점상은 3시간 동안 언제 단속이 나오나 마음을 졸이며 장사를 했고, 단속이 나오면 준비한 물건을 다 팔지도 못하고 장사를 접어야 했고, 또 하루 벌이를 훌쩍 넘는 벌금을 내야했다.
강남구는 올해 1월부터 G20 정상회의 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도시 환경, 기초 질서 분야의 대대적 정비에 나선다고 밝혔다. 또 서울시는 지난 5월 G20 정상회의에 대비해 25개 자치구의 ‘도로특별정비반’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도로특별정비반은 25개 자치구에 88개 반, 400여 명으로 구성되며 순찰과 정비,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고 한다. 서울시는 도로파손 등의 도로정비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간선도로변의 노점철거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서울시 전역에 노점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국제행사 때마다 노점상들의 수난은 계속됐다. 2005년 아펙, 2002년 월드컵, 2000년 아셈 등 국제행사를 앞두고 대대적인 노점상 철거가 진행됐다. 단속은 각 국 참가자들의 숙소 및 방문지, 이동경로 등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올해는 주요 숙소지인 용산구,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종로구, 중구, 서대문구, 마포구, 성동구 등의 호텔 주변과 이동경로인 강서구 양천구 등의 노점이 집중 단속을 받을 것이다.
올해는 세계디자인수도로 서울이 선정된 해(일명 ‘디자인 서울’)이고, 이에 발맞춰 2007년부터 진행해온 각종 디자인 사업(디자인 거리, 동대문디자인파크&플라자, 한강르네상스 등)을 마무리하려고 할 것이다. 또 종로대로변의 노점상을 이면도로로 밀어 넣고, 노점허가제를 실시한 사례를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노점관리대책을 더욱 확대 실시할 것이다.
G20 정상회의, 디자인서울 완성, 노점관리대책 확대가 공명하면서 서울시는 체계적이고 치밀한 노점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이명박은 한국이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세계 리더 국가로 진입하고, 그에 걸맞은 리더십을 보이고 한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또 ‘선진국 중의 선진국’만 가입할 수 있다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의 회원국으로 가입하고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새천년 개발의제 원조국으로 지위를 상승시켰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빈곤을 확산하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G20을 빌미로 한 이주노동자 합동단속 6월부터 시작
법무부는 G20의 성공적 개최라는 미명 아래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예고된 법무부, 노동부, 경찰을 동원한 미등록이주노동자 집중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미등록이주민(미등록이주노동자)은 국내에 18만 명이 체류 중이고 이번 조치를 통해 1만 명 이상 자진출국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특히 법무부는 이번 집중단속이 있기 전 출입국관리법 개악(안)을 4월에 통과 시킨 바 있고 법안으로는 최단기간 3개월 만인 오는 8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집중단속은 사전 포석인 출입국관리법 개악의 조속한 정착의 의미와 함께 이명박 정부의 이주민 정책의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일련의 조치인 것이다.
현재 법무부의 집중단속은 ‘자진출국 프로그램’으로 포장돼 함께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 자진출국 기간 동안 본국으로 돌아가는 이주민들에 한해 5년 동안의 입국규제를 유예해주고 고용허가제로 들어올 수 있는 한국어시험 응시자격을 주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정부는 제조업의 노동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올해 외국인 노동인력 쿼터를 줄였다. 그리고 상당수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이미 취업 자격이 있는 제한 연령대(고용허가제는 40세 미만)가 지났기 때문에 자진출국 한다고 해도 다시 들어올 수 없게 된다.
미등록이주노동자도 이러한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이번 법무부의 자진출국 프로그램은 전혀 실효성이 없다. 정부는 단지 미등록이주노동자를 단속할 명분을 찾기 위해 허울 좋은 정책을 내걸고 있을 뿐이다. 법무부는 이러한 정책을 통해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을 법테두리 밖으로 밀어내고 엄정한 법질서 확립이라는 미명 아래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을 철저히 단속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경찰청은 법무부의 발표와 함께 ‘G20 정상회의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미등록체류자 단속을 전국 전역에서 매우 공격적인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미등록체류자의 대부분은 체류기간을 넘겨 노동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대부분으로 경찰의 직접적 공격의 대상은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되고 있다. 이번 특별 단속은 경찰청 주도로 50일 동안 진행될 것이라 예고하고 있지만 이번 단속을 계기로 정부는 미등록이주노동자를 범죄자화시키고, 출입국법상 단속권한이 없는 경찰의 단속을 정당화시켜 경찰의 미등록이주노동자 단속을 정당화한다는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경찰은 단속의 표적을 1) 범죄 혐의자, 2) 칼 등의 흉기를 가진 외국인들, 3) 지명 수배 중인 외국인, 4) 성 매매자, 5) 미등록이주노동자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미등록체류 자체를 범죄로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미등록체류는 형사범이 아닌 행정법 위반으로 명확히 구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종 강력범죄와 동일시하면서 국내 체류 중인 미등록이주노동자 전체를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범죄 집중 단속’은 한국 정부가 모든 이주민들과 이주노동자들을 향해 벌이는 인종적 편견, 인종차별주의 그리고 계급 차별 정책으로 G20 정상회의는 단지 이 나라의 이주민들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한 편리한 알리바이일 뿐인 것이다.
G20을 앞두고 정부의 이러한 외국인과 미등록이주민에 대한 일련의 조치는 심각한 인권침해와 더불어 인종차별적 조치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앞서 지적한 출입국관리법 개악과 5, 6월부터 시작된 이주민집중단속은 그간 정부의 일방적 이주민 탄압정책의 일환이다. 이로써 정부가 앞장서 한국사회에 구조적 인종주의의 이데올로기를 조장하고 인종차별을 국가적 차원에서 시민사회에 내재화시킨다는 사실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부의 공격에 맞서 대중적인 투쟁을 준비하자
이명박 정부는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주민들과 노점상에 대한 선제적 공격을 시작했다.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발언력이 가장 취약한 계급을 그 첫 제물로 선택한 것이다.
2010년 현재, 노점관리대책으로 인해 노점상 운동은 혼란을 겪고 있고 분열되어 있다. G20 정상회의를 빌미로 한 노점단속강화와 노점관리대책의 확대에 맞서 어느 때보다 노점상운동의 단결된 투쟁이 중요한 때이다. 또한 우리는 올해 하반기 정부주도로 시작되는 미등록이주노동자 집중단속이 한국사회에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 한다. 한 나라의 인권과 사회적 권리의 척도가 되는 이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녀들의 권리를 함께 찾아 나가는 것이 우리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기반을 형성하는 시작점이다. 이것과 함께 다시금 올해 벌어지게 될 이주노동자들의 운동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