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최저임금 투쟁의 방향과 과제
전체 노동자 공동요구·공동투쟁의 단초를 만들자!
2010년 5월 28일, 최저임금위원회 산하 임금수준전문위원회에서 경총을 비롯한 사용자 단체들이 최저임금 동결안을 제출했다. 민주노총은 6월 4일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을 점거했고, 이후 6월 7일 경총 앞에서 농성을 하며 동결안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6월 11일 열린 전원회의에서도 사용자 단체들은 최저임금 동결을 고수했다. 최저임금위원장조차 수정안 제출을 요구했지만, 경영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을 또 다시 점거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노총 요구안 _ 시간당 1070원 인상하자!
민주노총은 2011년 1월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올해 4,110원보다 26%인상된 시급 5,180원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전체 노동자 월 정액임금 누계평균(2,153,500원)의 절반 수준인 1,076,700원(주 40시간 기준)을 목표로 산출한 것이다. 법정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노동자들이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 하한선이며, 더 이상은 내려서는 안 된다는 최후의 저지선이다. 사회보장제도가 열악한 한국사회에서 노동자의 생계는 전적으로 임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제 생계가 가능하도록 보장되어야 하며, 대폭 인상되어야 한다. 매년 최저임금이 조금씩 오르기는 했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활안정과 기초생계를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매우 낮은 수준이다.
OECD등 국제기구의 자료만을 보더라도 한국의 최저임금이 얼마나 낮은 지 알 수 있다. 한국은 전체 임금 근로자 가운데 중위임금의 2/3이하를 받는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OECD중 가장 큰 국가이다. 또한 OECD가 2010년 3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은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의 수준이 멕시코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수준이 낮고 저임금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노동자들간의 임금 격차가 커졌고, 시간이 갈수록 임금격차는 늘어나고 있다. 1988년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이래 최저임금은 전체 노동자 임금수준과 비교해 1/3 수준을 맴돌고 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의 평균 인상액을 보면, 최저임금은 단순평균으로 3만 4천 원 인상되어, 전체 노동자 급여 인상액 평균 11만 2천 원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 지난 20년 동안 2009년을 제외하면 최저임금 월급여인상액은 전체노동자 월급인상액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최저임금 동결하면 고용보장 된다는 경총의 기만성
상황이 이런데도 경총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해 최저임금 삭감을 주장했던 경총이 올해는 ‘노동생산성만 고려한다면 2011년 최저임금은 36.2% 삭감된 시급 2,624원이 되어야 하는데, 제반여건을 고려해 동결을 제안한다’며 선심 쓰듯 동결안을 내밀었다. 최저임금이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그 결과 저임금 단신근로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제 정책적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고용률이 감소할 것이라는 해묵은 주장으로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있는데, 경총과 대한상공회의소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절반 이상의 중소기업이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기존직원까지 줄인다’, ‘2000년을 기점으로 최저임금은 연평균 9% 이상 인상돼 영세·중소기업들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와 같은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는 이명박 정권 하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경총은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최저임금 삭감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동결 혹은 삭감이 고용을 보장한다는 주장은 이론적으로 명확한 근거가 없으며, 경제위기 하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심리를 이용해 실업 공포를 확산하려는 협박일 뿐이다. 궁극적으로 자본이 원하는 방향으로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하기 위한 것이다.
노동자 간 경쟁과 분할을 조장하기 위한 의도
경총이 주장하듯이 최저임금이 삭감되면 일자리가 확대되어 고용을 보장할 수 있을까. 경제위기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구체적 현실을 살펴보자. 기업들이 최저임금을 지키더라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적절한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그래서 무수히 많은 노동자들이 잔업과 특근을 해서 임금을 높이게 된다. 법정근로시간을 일하는 것만으로는 생활을 유지할 수 없고, 소득이 모자라기 때문에 최대한의 연장근로를 원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퇴근 후 휴식시간을 보장 받기보다 어떻게 해서든 연장, 야간근무를 통해 더 많은 수당을 받으려 한다. 이렇게 노동자들이 노동시간을 자발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은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을 유발한다. 자본은 저임금의 불안정한 고용상황을 이용해서 노동자들을 더 많이 착취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동결되면 일자리가 확대된다는 것은 노동자들의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 지급해야 할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으면서 초과 착취를 통해 초과 이윤을 달성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또한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도 중소기업 구인난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도 자세히 보아야 한다. 지난 6월 12일 노동부는 인력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제조업 등의 ‘빈 일자리’에 취업하면 취업장려수당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런 계획까지 내 놓을 정도면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꽤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실업률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구인난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자들이 중소기업에 취직하기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심각한 저임금과 매우 열악한 근로조건 때문이다. 자본과 정권은 구인난 해소를 위해 취업자들에게 ‘구직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하지만, 현재 중소기업의 임금으로는 적정한 생활이 불가능하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노동조건이 개선되면 취업률이 늘어나고 구인난도 해결될 것이다. 경총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률을 높일 것이라는 주장은 고용과 임금 문제를 충돌시킴으로써 노동계급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일 뿐이다.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그러한 경쟁은 노동강도를 강화해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주체적인 존재가 되지 못한 채 자본이 원하는 메커니즘으로 움직이게 된다. 자본은 그 틈에서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하는 노동신축화를 강화하고 자신들의 배를 불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급격히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최저임금을 지키는 척 하면서 악용하고 있는 현실을 보아야 한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보면 2009년 8월 최저임금 4,000원 미만인 사람이 210만명(12.8%)이었고, 2010년 3월 최저임금 4,110원 미만인 사람은 211만명 (12.7%)이다. 평균잡아 매년 12%를 상회하는 정도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자들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수많은 기업들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액을 지키는 척 하면서 다른 수당을 슬그머니 없애버려 실질 임금을 깎아버리거나, 정해진 최저임금은 깎지 못하니까 이런저런 구실로 근무시간을 교묘하게 줄이는 일이 무수히 벌어지고 있다. 법으로 정해진 최저임금조차 지키지 않거나 요리조리 빠져나갈 구멍만 만들면서, 경제위기 아래 실업대란·고용불안정의 문제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인 것처럼 말하는 것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알 수 있다.
실질적 공동요구 공동투쟁의 단초를 만들자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을 노동자 정액급여의 절반으로 요구해 왔다. 국제적으로도 평균임금 50%나 중위소득 2/3등의 방식으로 빈곤의 기준을 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 민주노총의 요구안이 합당하고 명확한 근거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최임위의 결정방식을 보면 경영계와 노동계의 힘겨루기 속에 최저임금을 공익위원들이 결정해 버림으로써 사실상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50% 요구는 실제적으로 쟁취할 목표라기보다는 요구할 수 있는 최고치로서 상징적인 의미에 머물고 있으며, 최저임금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적은 대다수의 조합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데 한계가 있다. 50% 요구는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조합원들이 시혜적 입장을 넘어 참여하기 위한 동일한 기반을 형성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
한편, 요구수준에 비해 타결수준은 매우 낮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민주노총 여타 사업장과 비교했을 때 임금인상 달성률이 과도하게 낮은 것이다.
최저임금 투쟁에서 비정규직 정규직 연대 강화는 늘 중요한 과제로 제시되어 왔다. 이를 위해 정규직 노동자들은 함께 투쟁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임금이 올라가는 것만큼 최저임금도 올라야 한다’는 인식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공동투쟁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의 인식을 바꾸어내기 위한 노력뿐 아니라 실질적인 연대가 가능하기 위한 구조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동반되어야 한다. 실질적인 국민임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이 제시하는 임금요구안이 최저임금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산별노조 중앙 교섭을 확대해서 최저임금이 그 구조 안에서 논의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최저임금이 민주노총 교섭구조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저임금 요구액과 민주노총 임금요구액의 동일한 기반을 형성할 매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정규직 요구액과 동일한 액수를 최저임금 인상 요구액으로 정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최고율의 인상’ 운운하는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맞서 ‘인상액’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폭로하자는 것이다. 최저임금 월급여인상액수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전체노동자 월급여인상액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최소한 민주노총 임금인상 요구안과 동일한 액수 인상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는 50%요구안보다 적게 보이지만, 지속적으로 임금격차를 줄일 수 있다. 즉, 현재 민주노총의 50%요구는 목표에 도달한다고 해도 50%를 고착시키는 반면, 동일한 임금인상 요구는 점차적으로 격차를 축소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인상액수가 같아진다고 해서 곧바로 정규직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투쟁에 적극 나서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금속노조가 정규직 비정규직 동일한 액수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해서 곧바로 단결이 확보되지 않았던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최저임금 투쟁 전술을 전환하고 투쟁을 확대하는 데에 유의미한 문제제기가 될 수 있다. 최저임금 투쟁이 절박하고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위력적으로 전개되지 못하는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의 기반을 만들고 단결을 모색해보는 시도를 해 보자는 것이다. 이는 비단 최저임금 투쟁뿐만 아니라 노동자간 격차가 확대되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노동자 운동이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최저임금 투쟁,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하여
공동요구 공동투쟁의 단초를 만드는 것은 민주노총 전 조합원이 최저임금 투쟁을 자신의 투쟁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경로를 형성하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여성연맹과 공공노조 서경지부를 비롯한 최저임금 적용 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은 우리 모두에게 모범이 되어 왔다. 국가가 고시하는 최저임금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해당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자신의 요구로 제기하고 주체화되어 투쟁해 온 것이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한계에 부딪히고 있으며, 최저임금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것에 비하여 최저임금투쟁을 위력적으로 만들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저임금계층의 임금인상투쟁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우 낮은 노조 조직율과 절대적 다수가 각종 차별과 초과 착취에 여과 없이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 조직화의 문제, 정규직 노동자들과 공동요구를 만드는 등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이 본격적으로 최저임금 투쟁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다. 그 동안 최저임금 투쟁이 가진 위상은 점점 커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6월은 ‘최저임금 투쟁의 달’로 많은 노동자들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6월 29일까지 투쟁 수위를 높이고 6월 29일 최임위 앞 집회는 실질적인 ‘전국노동자대회’로 성사시켜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구조에서 우리의 투쟁이 최저임금 결정에 큰 압박이 되기는 힘든 조건도 있다. 2010년 최저임금 투쟁은 이러한 여러 한계를 극복하는 단초를 만드는 투쟁이 되어야 한다. 특히 6월 반짝 투쟁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지속적인 흐름을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 최저임금이 결정된 후에도 현재 추진 중인 최저임금법 개악의 흐름을 놓치지 말고,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해마다 6월이 되면 최임위 회의실 안에서는 교섭하고 밖에서는 농성하다가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흩어지고 다시 다음해 6월을 기약하는 투쟁의 패턴을 변화시켜야 한다.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구조를 바꾸어내고, 현재 최임투쟁이 가진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권고하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연대, 실질적인 임금격차 축소를 가져올 수 없다. 정규직의 임금인상투쟁과 최저임금 투쟁이 사실상 다른 메커니즘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위적인 요구, 시혜적 수준의 연대를 넘어, 자신의 투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 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 간의 공동요구·공동투쟁을 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나가자.
장기적으로는 투쟁전술에 있어서도 단순 동원형 농성과 집회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임위 앞 집회를 넘어서 거리시위나 파업이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자본과 정권과의 승부, 전체 노동자들의 공동요구 공동투쟁을 위한 논의를 시작으로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싸움을 만들어보자.
민주노총 요구안 _ 시간당 1070원 인상하자!
민주노총은 2011년 1월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올해 4,110원보다 26%인상된 시급 5,180원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전체 노동자 월 정액임금 누계평균(2,153,500원)의 절반 수준인 1,076,700원(주 40시간 기준)을 목표로 산출한 것이다. 법정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노동자들이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 하한선이며, 더 이상은 내려서는 안 된다는 최후의 저지선이다. 사회보장제도가 열악한 한국사회에서 노동자의 생계는 전적으로 임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제 생계가 가능하도록 보장되어야 하며, 대폭 인상되어야 한다. 매년 최저임금이 조금씩 오르기는 했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활안정과 기초생계를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매우 낮은 수준이다.
OECD등 국제기구의 자료만을 보더라도 한국의 최저임금이 얼마나 낮은 지 알 수 있다. 한국은 전체 임금 근로자 가운데 중위임금의 2/3이하를 받는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OECD중 가장 큰 국가이다. 또한 OECD가 2010년 3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은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의 수준이 멕시코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수준이 낮고 저임금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노동자들간의 임금 격차가 커졌고, 시간이 갈수록 임금격차는 늘어나고 있다. 1988년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이래 최저임금은 전체 노동자 임금수준과 비교해 1/3 수준을 맴돌고 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의 평균 인상액을 보면, 최저임금은 단순평균으로 3만 4천 원 인상되어, 전체 노동자 급여 인상액 평균 11만 2천 원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 지난 20년 동안 2009년을 제외하면 최저임금 월급여인상액은 전체노동자 월급인상액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최저임금 동결하면 고용보장 된다는 경총의 기만성
상황이 이런데도 경총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해 최저임금 삭감을 주장했던 경총이 올해는 ‘노동생산성만 고려한다면 2011년 최저임금은 36.2% 삭감된 시급 2,624원이 되어야 하는데, 제반여건을 고려해 동결을 제안한다’며 선심 쓰듯 동결안을 내밀었다. 최저임금이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그 결과 저임금 단신근로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제 정책적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고용률이 감소할 것이라는 해묵은 주장으로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있는데, 경총과 대한상공회의소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절반 이상의 중소기업이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기존직원까지 줄인다’, ‘2000년을 기점으로 최저임금은 연평균 9% 이상 인상돼 영세·중소기업들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와 같은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는 이명박 정권 하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경총은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최저임금 삭감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동결 혹은 삭감이 고용을 보장한다는 주장은 이론적으로 명확한 근거가 없으며, 경제위기 하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심리를 이용해 실업 공포를 확산하려는 협박일 뿐이다. 궁극적으로 자본이 원하는 방향으로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하기 위한 것이다.
노동자 간 경쟁과 분할을 조장하기 위한 의도
경총이 주장하듯이 최저임금이 삭감되면 일자리가 확대되어 고용을 보장할 수 있을까. 경제위기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구체적 현실을 살펴보자. 기업들이 최저임금을 지키더라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적절한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그래서 무수히 많은 노동자들이 잔업과 특근을 해서 임금을 높이게 된다. 법정근로시간을 일하는 것만으로는 생활을 유지할 수 없고, 소득이 모자라기 때문에 최대한의 연장근로를 원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퇴근 후 휴식시간을 보장 받기보다 어떻게 해서든 연장, 야간근무를 통해 더 많은 수당을 받으려 한다. 이렇게 노동자들이 노동시간을 자발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은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을 유발한다. 자본은 저임금의 불안정한 고용상황을 이용해서 노동자들을 더 많이 착취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동결되면 일자리가 확대된다는 것은 노동자들의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 지급해야 할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으면서 초과 착취를 통해 초과 이윤을 달성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또한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도 중소기업 구인난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도 자세히 보아야 한다. 지난 6월 12일 노동부는 인력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제조업 등의 ‘빈 일자리’에 취업하면 취업장려수당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런 계획까지 내 놓을 정도면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꽤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실업률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구인난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자들이 중소기업에 취직하기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심각한 저임금과 매우 열악한 근로조건 때문이다. 자본과 정권은 구인난 해소를 위해 취업자들에게 ‘구직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하지만, 현재 중소기업의 임금으로는 적정한 생활이 불가능하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노동조건이 개선되면 취업률이 늘어나고 구인난도 해결될 것이다. 경총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률을 높일 것이라는 주장은 고용과 임금 문제를 충돌시킴으로써 노동계급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일 뿐이다.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그러한 경쟁은 노동강도를 강화해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주체적인 존재가 되지 못한 채 자본이 원하는 메커니즘으로 움직이게 된다. 자본은 그 틈에서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하는 노동신축화를 강화하고 자신들의 배를 불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급격히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최저임금을 지키는 척 하면서 악용하고 있는 현실을 보아야 한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보면 2009년 8월 최저임금 4,000원 미만인 사람이 210만명(12.8%)이었고, 2010년 3월 최저임금 4,110원 미만인 사람은 211만명 (12.7%)이다. 평균잡아 매년 12%를 상회하는 정도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자들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수많은 기업들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액을 지키는 척 하면서 다른 수당을 슬그머니 없애버려 실질 임금을 깎아버리거나, 정해진 최저임금은 깎지 못하니까 이런저런 구실로 근무시간을 교묘하게 줄이는 일이 무수히 벌어지고 있다. 법으로 정해진 최저임금조차 지키지 않거나 요리조리 빠져나갈 구멍만 만들면서, 경제위기 아래 실업대란·고용불안정의 문제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인 것처럼 말하는 것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알 수 있다.
실질적 공동요구 공동투쟁의 단초를 만들자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을 노동자 정액급여의 절반으로 요구해 왔다. 국제적으로도 평균임금 50%나 중위소득 2/3등의 방식으로 빈곤의 기준을 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 민주노총의 요구안이 합당하고 명확한 근거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최임위의 결정방식을 보면 경영계와 노동계의 힘겨루기 속에 최저임금을 공익위원들이 결정해 버림으로써 사실상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50% 요구는 실제적으로 쟁취할 목표라기보다는 요구할 수 있는 최고치로서 상징적인 의미에 머물고 있으며, 최저임금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적은 대다수의 조합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데 한계가 있다. 50% 요구는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조합원들이 시혜적 입장을 넘어 참여하기 위한 동일한 기반을 형성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
한편, 요구수준에 비해 타결수준은 매우 낮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민주노총 여타 사업장과 비교했을 때 임금인상 달성률이 과도하게 낮은 것이다.
최저임금 투쟁에서 비정규직 정규직 연대 강화는 늘 중요한 과제로 제시되어 왔다. 이를 위해 정규직 노동자들은 함께 투쟁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임금이 올라가는 것만큼 최저임금도 올라야 한다’는 인식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공동투쟁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의 인식을 바꾸어내기 위한 노력뿐 아니라 실질적인 연대가 가능하기 위한 구조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동반되어야 한다. 실질적인 국민임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이 제시하는 임금요구안이 최저임금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산별노조 중앙 교섭을 확대해서 최저임금이 그 구조 안에서 논의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최저임금이 민주노총 교섭구조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저임금 요구액과 민주노총 임금요구액의 동일한 기반을 형성할 매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정규직 요구액과 동일한 액수를 최저임금 인상 요구액으로 정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최고율의 인상’ 운운하는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맞서 ‘인상액’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폭로하자는 것이다. 최저임금 월급여인상액수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전체노동자 월급여인상액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최소한 민주노총 임금인상 요구안과 동일한 액수 인상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는 50%요구안보다 적게 보이지만, 지속적으로 임금격차를 줄일 수 있다. 즉, 현재 민주노총의 50%요구는 목표에 도달한다고 해도 50%를 고착시키는 반면, 동일한 임금인상 요구는 점차적으로 격차를 축소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인상액수가 같아진다고 해서 곧바로 정규직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투쟁에 적극 나서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금속노조가 정규직 비정규직 동일한 액수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해서 곧바로 단결이 확보되지 않았던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최저임금 투쟁 전술을 전환하고 투쟁을 확대하는 데에 유의미한 문제제기가 될 수 있다. 최저임금 투쟁이 절박하고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위력적으로 전개되지 못하는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의 기반을 만들고 단결을 모색해보는 시도를 해 보자는 것이다. 이는 비단 최저임금 투쟁뿐만 아니라 노동자간 격차가 확대되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노동자 운동이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최저임금 투쟁,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하여
공동요구 공동투쟁의 단초를 만드는 것은 민주노총 전 조합원이 최저임금 투쟁을 자신의 투쟁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경로를 형성하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여성연맹과 공공노조 서경지부를 비롯한 최저임금 적용 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은 우리 모두에게 모범이 되어 왔다. 국가가 고시하는 최저임금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해당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자신의 요구로 제기하고 주체화되어 투쟁해 온 것이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한계에 부딪히고 있으며, 최저임금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것에 비하여 최저임금투쟁을 위력적으로 만들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저임금계층의 임금인상투쟁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우 낮은 노조 조직율과 절대적 다수가 각종 차별과 초과 착취에 여과 없이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 조직화의 문제, 정규직 노동자들과 공동요구를 만드는 등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이 본격적으로 최저임금 투쟁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다. 그 동안 최저임금 투쟁이 가진 위상은 점점 커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6월은 ‘최저임금 투쟁의 달’로 많은 노동자들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6월 29일까지 투쟁 수위를 높이고 6월 29일 최임위 앞 집회는 실질적인 ‘전국노동자대회’로 성사시켜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구조에서 우리의 투쟁이 최저임금 결정에 큰 압박이 되기는 힘든 조건도 있다. 2010년 최저임금 투쟁은 이러한 여러 한계를 극복하는 단초를 만드는 투쟁이 되어야 한다. 특히 6월 반짝 투쟁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지속적인 흐름을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 최저임금이 결정된 후에도 현재 추진 중인 최저임금법 개악의 흐름을 놓치지 말고,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해마다 6월이 되면 최임위 회의실 안에서는 교섭하고 밖에서는 농성하다가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흩어지고 다시 다음해 6월을 기약하는 투쟁의 패턴을 변화시켜야 한다.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구조를 바꾸어내고, 현재 최임투쟁이 가진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권고하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연대, 실질적인 임금격차 축소를 가져올 수 없다. 정규직의 임금인상투쟁과 최저임금 투쟁이 사실상 다른 메커니즘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위적인 요구, 시혜적 수준의 연대를 넘어, 자신의 투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 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 간의 공동요구·공동투쟁을 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나가자.
장기적으로는 투쟁전술에 있어서도 단순 동원형 농성과 집회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임위 앞 집회를 넘어서 거리시위나 파업이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자본과 정권과의 승부, 전체 노동자들의 공동요구 공동투쟁을 위한 논의를 시작으로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싸움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