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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0.7-8.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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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이후, 대안좌파 형성의 험로

지방선거 결과 약평과 과제

이상훈 | 정책위원
6ㆍ2 지방선거 결과는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패배와 진보대연합의 실패로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기간 내내 압도적으로 유지해온 여론조사 대세론과 천안함 사태 효과에 도취해 있다가, 강한 역풍을 맞아 패배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반면 정권 심판론을 등에 업고 야권단일화 프레임을 밀어 붙인 민주당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반MB연합에 밀린 진보대연합 노선은 일찌감치 좌초하고 말았다. 반민중적이고 무능한 이명박 정권을 포함한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만을 기본으로, 대중들은 정치적 구심점을 찾고 있지 못하지만 진보세력들 또한 신뢰할 만한 세력으로 자신을 확립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진보정치 또한 여타의 기성정치 세력들과 구분되는 사회운동 정당으로서의 특성을 드러내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선거결과를 놓고 우리가 주되게 평가해야할 지점은 첫째, 촛불 이후 숨죽여온 민심이 되살아난 것으로 설명되곤 하는 한나라당의 패배가 가지는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지, 둘째, 민주당 선거승리의 견인차가 된 야권단일화, 반MB연합 바람 속에서 진보대연합은 어떻게 좌초되었는지를 따져 보고, 셋째, 지방선거 이후 대안좌파 형성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 패배의 정치적 의미: 뉴타운식 개발주의 선동의 실패와 정박점을 잃고 표류하는 대중정서의 반영

별다른 쟁점 없이 한나라당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됐던 6ㆍ2지방선거가 이변을 낳았다. 지방선거 전 기간을 지배했던 천안함과 한나라당 대세론이 강한 역풍을 맞은 것이다. 광역단체장에서 7(+친노 무소속1) 대 6으로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앞섰고, 기초단체장에서도 92 대 82로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앞질렀다. 하지만 지난 2002년, 2006년 선거에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집권여당 심판론으로 된서리를 맞았던 것에 비교해 본다면, 그렇게 호된 심판을 받았다고 단정하기는 애매한 결과다. 정당득표율에서도 한나라당은 39.8% 대 35.1%로 여전히 민주당을 앞선다. 정당 지지율이 앞서지만 당선자수에서 뒤진 것은 한나라당의 경우는 당내 공천탈락자들과 보수후보들이 분열하여 출마한 반면, 민주당은 야권단일화로 뒷심을 발휘한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번 선거이변은 날로 불평등해지는 경제위기 현실에 대한 대중의 강한 불만과 대안부재가 낳은 뿌리 깊은 정치 불신을 기본 배경으로 한다. 특히 결과적으로는 현직들이 선거에서 일반적으로 패배하는 ‘현직의 위기’ 현상이 관철된 것이다. 실제로 선거 당일 출구조사에서 나타난 선거영향 요소는 천암함 8%, 노풍 5%, 야권통합 5%, 세종시와 4대강 26%, 경제 44% 였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경제란 금융위기로 보다 심화된 빈부격차 확대와 고용불안, 노동통제 강화가 그 본질일 터이다. 그러나 현실의 많은 노동자 시민들에게 금융위기는 뉴타운이나 대박경제와 관련된 허구적인 개발주의적 신화의 실패로 인한 좌절감으로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세종시와 4대강 문제 역시 이러한 개발주의적 허상에 대한 반발과 관련된다. 즉 이번 선거에서 부동산 아파트 문제와 주가 불안이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들어 분명해진 부동산 대세하락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와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게 압승을 안겨주었던 뉴타운 건설 실패와 맞물리면서 한나라당의 개발주의 선동에 대한 대중적 불만을 형성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첫째, 이러한 대중적 불만이 실제적인 자산소유 여부와 상관없는 대다수의 노동자 시민들이 공유하는 허구적인 개발주의적 신화의 예정된 실패로 인한 좌절감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고, 나아가 둘째, 그러한 좌절감은 신자유주의적 정책이나 정치에 대한 집단적 대중적 저항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대안 없는 정치적 불신이나 반정치적 정서의 (모든 정당, 정치인 특히 현직에 대한) 형태로 표출된다는 점이다. 선거 직전까지 한나라당 압승으로 나타나던 판세가 불과 며칠 사이에 뒤집힌 사태 역시, 기본적으로는 이명박정권의 무능과 억압적 보수주의, 민주당의 무능에 대한 대중적 반발이 근저를 이루었겠지만, 사태를 보다 극적인 형태로 연출한 것은 정치적인 정박점을 잃고 표류하는 대중정서다. 즉 선거이전에 나타난 한나라당에 대한 높은 지지가 민심의 보수화가 아니었듯이, 한나라당 패배로 역전된 투표결과 역시 며칠사이에 민심이 진보 개혁적으로 돌아섰다고만 분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나라당에 대한 반발 때문에 민주당을 찍었지만 민주당이 자신들을 완전히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대표자와 피대표자간의 균열과 괴리가 크고 대표자들이 미디어나 이미지에 의존하다보니 감정적 과장이 크다. 그리고 그러한 정치행태가 역으로 대중들의 정치적 냉소주의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분석에 따르면, 여론조사기법의 신뢰도 같은 기술적 요인들을 따지기에 앞서, 원래 한나라당에 주어졌던 지지도 역시 현실에 대한 대중적 불만이 구정권에 대한 반발의 형태로 나타났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례로 불과 3년 전에 ‘놈현스럽다’는 말을 국어사전에 등재시키네 마네 하던 상황을 떠올려 보라! 당시 ‘놈현스럽다’는 항간의 우스갯소리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과 국가권력에 대한 대중의 일반적인 불신과 분노를 대변했다.
문제는 이러한 조건에서 사회 경제적 불평등과 민주주의 위기에 맞서는 좌익적인 이념과 실천들이 대안을 형성을 하지 못한 가운데, 불안정한 대중정서를 이용할 뿐이고 그 위험성을 강화하는 방식의 반MB연합 류의 포퓰리즘 정치가 힘을 얻는다는 데 있다. 반민중적인 정권을 심판함으로써 노동자 민중의 힘을 키우기보다는 대중적 분노의 힘을 소진시키고, 그 불안정성만을 키울 뿐인 포퓰리즘 정치의 위험이 대안 좌파형성의 정치적 토양을 침식하는 형국인 것이다.

후보단일화 프레임이 아닌 사회운동 프레임으로 진보대연합을

‘MB정권을 심판하자’는 좋은 뜻과는 달리 민주대연합과 반MB연합이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는 핵심이유는, 그것이 민주당 주도의 ‘후보단일화 프레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정권에 반대하는 노동자민중을 주체로 세우기보다는 표몰이로 동원할 뿐이며, 이명박은 안된다는 감정적 선동이 모든 정책적 계급적 이념적 차이를 압도하는 포퓰리즘이기 때문이다. 반MB연합의 승리로 세종시나 4대강 사업과 같은 지역개발정책이나 무상급식 같은 부분적인 정책수정은 가능할지 몰라도, FTA나 노동악법과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근간이 변경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의 선거놀음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MB정권을 심판하자’는 ‘사회운동 프레임’으로서의 진보대연합의 실현 여부가 우리의 관심사였다. 선거준비 초반기까지 양 진보정당은 원칙으로나마 <先진보대연합, 後반MB연합 활용>을 천명했다. 민주당이 지닌 현실적인 힘의 우위를 진보진영의 선 단결을 통해 완화시킨 뒤에, MB정권 심판이라는 대의와 민주당의 현실 득표력이라는 실리를 챙기자는 현실론이었다. 그러나 양 진보정당은 처음부터 ‘사회운동 프레임’으로서의 진보대연합을 생각하기보다는, 진보양당간의 ‘후보단일화 프레임’으로서 진보대연합을 추진했다. 그 결과 선거 준비가 본격화되기 시작하자마자 작은 단일화 프레임인 진보대연합은 큰 단일화 프레임인 반MB연합에 압도당하게 되었고, 민주노동당이 먼저 반MB연합을 따라 떠나고, 진보신당은 독자노선과 반MB연합 사이를 우왕좌왕하며 주저앉게 되었던 것이다.
뒤늦게 미약한 힘이나마 몇몇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사회운동 단위들이 진보양당간의 先진보대연합을 추진하기 위한 테이블 구성을 시도했으나, 그때는 이미 시기적으로 뒤늦었고, 지역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세력의 힘이 전체 선거 판도를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탓으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결과를 민주대연합의 승리라고 평가하는 민주노동당의 정세인식은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관점이다. 나아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다수파를 포함한 민주대연합파들은 벌써부터 2012년 민주당과의 공동 집권, 공동내각구상을 공개석상에서 천명하고 공식적인 문건에서 언급하고 있는 지경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장, 경기도지사는 물론이고 거의 모든 수도권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불출마하거나 사퇴했다. 이를 대가로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인천 남동구과 동구 구청장을 얻었다. 또 그 외에 울산 북구청과 142석의 지방의회 의석을 얻는 선전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승리가 민주당의 포퓰리즘적인 선거연합의 일부분일 수는 있어도, 선거 이후 노동자 민중운동의 성장과 단결을 전진 시키는 것에 어떻게 기여하게 될지는 의문이다. MB만은 안된다, MB만은 피하고 보자는 식의 평가는 자족적이다. 물론 특정 시점과 조건에서는 불가피한 ‘차악의 정치’, ‘방어적 선거정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진보정치의 이념과 노선,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그러한 특정한 조건을 만들어내는 데 충분히 노력했는지, 패권적인 민주당 중심의 무분별한 야권단일화 바람에 줄서기를 하며, 콩고물을 챙기는 데 급급했는지는 너무도 자명하다. 더욱이 지난 10여 년간 이어져온 반신자유주의 운동과 운동혁신의 노력을 한순간에 부정하는 행위를 전술적이고 일시적인 방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나 크다. 한편으로는 탄압받는 노동자들을 찾아 현안문제의 해결을 약속하며 지지를 부탁하고 그 뒤에서는 민주당과의 정책공조로 권력 분점이니 공동 집권이니 하는 전략을 전략이랍시고 내세우는 것은 노동자 정치를 팔아먹는 작태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노조탄압을 막는 방어막으로서의 효과 역시 단순한 주관적 안도감을 넘어서는 어떤 효과가 있을 수 있는지는 불분명한 일이다. 오히려 위기에 빠진 노동자운동이 근본적인 자기혁신을 이루는 것을 막아서고 장기적인 대안전략 마련을 유보하면서 기득권 지키기와 자기만족적 양보교섭을 일상화시킬 위험이 커질 것이다.
한편 민주노동당의 좌파를 자임하며 분당한 진보신당 역시, 5+4에 참가했다가 뒤늦게 내쫓기다시피 독자노선을 선택했으나, 당의 사활을 걸었던 서울시장선거와 경기도선거에서조차 민주당과의 연합에 관해 서로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는,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했다. 광역의원 3석을 포함해서 25석의 기초의원을 당선시켰다지만, 진보신당의 이번 선거결과는 당의 존립과 정체성을 위협할 만한 지경이다. 이러한 진보신당의 실패는 진보신당 스스로가 짊어져야할 몫이겠지만, 민주대연합에 우선하는 진보대연합을 주도하고 상징했던 정치세력, 민주노동당이 아닌 좌파 진보정당을 자임했던 정치세력의 실패라는 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대안 좌파 형성의 험로에서,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고립과 분열을 이겨내자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대중운동과 이념에 기반하지 않은 노동자 정치가 발붙일 곳은 점점 사라지게 될 것이다. 끝까지 사퇴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견지했으나 3%대의 저조한 득표율과 사면초가 고립무원의 지경에 빠지게 된 진보 정치인 노회찬의 현실이 그러하다. 길은 하나다. 무너진 원칙을 바로 세워 다시 나가는 것이다.
당장의 일시적인 고립을 두려워해서 민주당과의 연합을 노동자 민중에게 강변하는 자기 기만에 빠진다면, 무너진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복원과 계급형성 이행전략 대안의 수립은 마지막 남은 재생의 싹마저 철저하게 파괴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번번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구체적인 기반과 진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사회운동노조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사회운동노조가 주동이 되는 노동자대중운동만이 정치적 고립과 분열을 극복할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당장 지방선거 이후 이명박 정권은 한편으로는 기왕에 조성된 대북긴장정책을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위기를 동반하며 심화 확산된 경제-금융위기를 배경으로 하여, 늦춰진 건설사 워크아웃과 공공부문 선진화정책을 필두로 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공세에 나설 것이다. 민주당의 선거 승리로 잠시 잠깐 이명박의 공세가 늦춰지는 것으로 보일 수는 있겠지만, 이번에 당선된 민주당 당선자들은 1998년의 김대중이 그랬듯이 파탄난 지방재정적자를 해소하는 해결사로 나서게 될 것이다. 세계경제위기의 격랑과 한반도 전쟁위기 국면이 더욱더 심화된다면, 민주당과의 연합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끊임없는 양보와 굴종만을 강요할 뿐이다.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반MB연합의 정치로 노동자 정치를 팔아먹을 것인가, 표류하는 민심의 큰 흐름을 다잡아, 노동자민중운동의 힘을 믿고 의지하면서 노동자 민중정치가 직면한 고립과 분열의 난관을 이겨나갈 것인가! 이것이 지방선거 이후 노동자 사회운동의 연합을 통한 대안좌파 형성의 험로 앞에 놓인 첫 번째 갈림길이다.


[보론] 반MB연합 비판의 쟁점들

다양한 반MB연합들의 공통요소와 진정한 쟁점

반MB연합은 스펙트럼이 넓고 각양각색의 모양새를 지닌다. 민주당이나 친노세력과의 선거연합이나 정책연합을 지칭하는 협의의 연합전략을 기본으로, (진보대연합을 포함하는) 이명박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운동, 조직, 연합의 형태와 내용을 반MB라고 부르는 광의의 틀까지 다양하다. 명칭에서도 민주대연합이라는 좀 더 모호한 개념이 혼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반MB연합과 연대들이 공통으로 가지는 본질적 요소들이 있다. 그것은 이명박정권과의 대결을 당면 전선의 기본 성격으로 하되, 급진적인 대중운동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을 주요 전술형태로 삼으며, 반MB 선거승리를 다른 과제들에 우선시한다는 것, 그리고 다른 계급적 사상적 기준보다는 MB정권에 대한 찬반을 기준으로 연대연합의 틀을 짠다는 것이다.
특히 당면 전선의 성격이나 연대연합의 기준을 반MB로 규정하는 것은 이명박정권의 등장으로 인해 지난 10여 년간 형성되어온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조건이 바뀌었다는 강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개혁정권에서 보수정권으로의 퇴행이 전선의 성격을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돌려놓았다는 것이다. 이른바 민주주의연합이냐 반신자유주의연합이냐는 쟁점이다. 하지만 이명박정권은 반신자유주의전선의 대척점에 위치하며, 민주주의는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중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반신자유주의가 대립되는 것은 아니다. 반신자유주의가 민주주의 운동과 배치되는 것도 아니며, 현 시기에 요청되는 민주주의 운동이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연합의 알리바이가 되어서도 곤란하다. 더욱이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이명박정권과의 시급한 대중적 정치적 대결은 회피하면서, 부분적인 경제투쟁이나 복지정책 요구에 집중하는 활동인 것인 양 볼 수는 없다. 반신자유주의가 새로운 민주주의(운동)의 재구성과 같은 대안적 혁신과제에 맹목적이라는 억측도 존재하는데, 그것은 반신자유주의가 현시대의 민주주의 재구성의 특수한 형태라는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즉 반신자유주의연합이냐 민주주의연합이냐 식의 논쟁은 수많은 이념과 전략전술적인 쟁점들이 얽혀있는 거대한 문제이지만, 이러한 본질론적인 쟁점만으로는 분명한 운동적ㆍ정치적 쟁점이 드러나지 않거나 왜곡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쟁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주체역량을 고려한 계급역관계에 대한 판단과 연대연합전략의 수립의 쟁점, 즉 민주당과 친노파가 주도하는 반MB연합이 아니라, 노동자민중 주도의 반신자유주의적 반MB연합은 가능한가라는 문제다. 하지만 반MB연합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민주노동당 주류들 역시, 민족민주운동 세력의 자기발전 전략으로 반MB를 사고하는 것이지, 민주당-친노파에 일방적으로 투항하는 계획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비판의 초점은 단순히 민주당과 친노파의 신자유주의적 본질을 폭로하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초점은 현재의 계급역관계, 즉 정세를 가로지르는 전략전술적 목표가 과연 반MB 선거승리인지, 다수의 반MB연합론이 호언장담하는 노동자민중진영 주도의 반MB연합은 실재하는지, 반MB연합의 계급적 헤게모니는 무엇인지에 맞추어져야 한다.

반MB연합은 민주당 주도의 후보단일화 선거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반MB연합은 민주당의 패권적인 후보단일화를 밀어붙이는 정치협상 테이블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한나라당에 반대하고 이명박정권을 심판하자는데 반대할 좌파는 없다. 반MB투쟁을 노동자민중과 좌파 정치세력이 아니면 누가하는가 말인가! 문제는 민주당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단순한 선거정치가 아니라 진정으로 ‘MB정권을 심판하자’는 ‘사회운동 프레임’으로서의 정치연합의 실현이다. ‘나쁜 정권을 심판하자’는 당위적 모토만 받아들이면서, 어떤 내용의 정치연합인지, 누가 주도하는 심판인지, 심판의 결과는 어떤 것인지를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명박정권은 반신자유주의운동이 정면으로 부딪혀 대결할 수밖에 없는 억압적 보수주의 정권이다. 그러나 ‘MB정권에 대한 선거승리’가 현 시기 노동자민중운동이 직면한 사활적인 최우선 과제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MB정권을 선거에서 패배시켜야만 우리운동이 살아남는다는 식의 레토릭은 반MB선거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과장어법일 뿐이다. 반MB선거가 산적한 다른 노동자투쟁 과제들이나 진보의 재구성과 같은 전략과제들을 압도하고 뒷전으로 미루어 마땅하다고 볼 합당한 근거는 없다. 현재의 정세와 선거구도 아래에서 반MB 선거 승리는 민주당의 선거승리를 의미하는 것이지, 노동자민중운동의 승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MB정권이 얼마나 반민중적인지, MB정권의 탄압이 얼마나 거센지에 관한 항변이 반MB선거연합을 무조건적으로 합리화시켜줄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MB연합을 노동자민중운동의 주동적 전략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결국은 민주당의 선거승리를 위해 반신자유주의적인 운동의제를 포기 양보하고, 노동자민중운동을 구(舊)집권세력의 정치적 품안에 내던지는 것에 불과하다.
비판적 지지 20년의 지난 역사에 뒤이어 5+4의 경험에서 다시 한번 증명된 바와 같이, (진보정당에게 약속했던) 부분적인 양보조치와 합의안들을 일순간에 뒤집어버리는 민주당의 기만적인 패권성은 그저 말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합의를 뒤집은 것은 협상파트너로 나섰던 민주당 지도부가 아니었다. 판을 깬 것은 “우리는 종교 자원봉사 집단이 아니라 정치정당”이라며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기당 지도부에게 항의한 민주당 지역대의원들의 반발이었고, 이러한 반발은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의 현실적인 힘의 관계를 반영한 객관적인 정치구조의 자연스러운 작동 결과인 것이다. 만약 이런 현실적 정치구조가 바뀌지 않는 가운데, 또 다시 2012년 총선-대선에서 민주대연합을 다시 추진하고 노동자민중의 주도권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현실정치구조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순진무구한 정치적 무지의 소산이거나, 민주당과의 뻔한 야합을 정당화하기 위한 정치 사기술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민중적인 정권을 심판하자는데 이견을 달 수 없다거나, 선거에서 MB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야당연합이 승리하는 것이 노동자민중운동을 탄압해온 반민중정권을 퇴진시키기라도 하는 것인 양 혼동하는 것은 합리적 토론을 억압하고 객관적인 현실을 왜곡할 뿐이다. 실질적인 정책적 측면을 봐도 그렇다. 선거초반기에 진보신당을 몰아내는 것으로 파탄난 5+4에서 논의된 정책의제들을 보면, 반MB연합은 세종시나 4대강 사업과 같은 지역개발정책이나 무상급식 같은 부분적인 정책수정을 포함할 뿐, FTA나 비정규직 노동악법과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근간에는 어떤 수정도 가하지 않는다.
물론 이전 개혁정권시절과 비교할 수 없는 강도로 교사 공무원 노조 등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노조말살정책이 자행되고 있고, 탄압에 대한 긴급한 방어가 요구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교육감의 등장과 같은 선거결과들이 전교조 탄압저지투쟁에 큰 힘을 보태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표면적으로나마 정치정당의 직접적인 선거개입이 금지된 가운데, 전교조의 조직적 역량과 진보사회단체들의 개입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조건 아래 치러진 교육감선거의 특수한 사례가 반MB연합을 정당화시켜 줄 수는 없다. 교육감선거에서 승리한 지역에서 노조탄압저지운동이 간접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선거승리만으로 탄압이 저지되는 것도, 선거승리가 노동조합과 진보사회운동을 대체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MB에 대한 선거승리가 대중적인 사기진작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자 민중운동과 진보정치의 조직적 성과를 포기하고 정치사상적 독자성을 훼손하면서, 얻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대중적 사기진작이 결국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환호가 될지는 고민해볼 일이다.

반MB연합이 가지는 포퓰리즘적 특성과 위험들

이러한 반MB연합의 정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일반화된 포퓰리즘 정치가 가지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공유한다. 첫째, 인민대중에 대한 감정적 호소를 통해 그들을 동원하지만, 이념과 사회운동을 중심으로 인민대중을 (운동과 정치의) 주체로 세우기보다는 소수정치세력의 표몰이 대상으로 동원할 뿐이다. 야당이 된 민주당과 친노 세력들은 이른바 소통을 새로운 정치덕목으로 제시하면서, 인민대중을 대변하고 그들을 향해 직접 호소하지만, 그 내용은 별다른 내용 없이 지극히 감정적인 호소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은 구정권 탓을 할 뿐이고, 민주당은 모든 것이 MB탓이라는 말뿐이다. 반MB연합은 이념 없는 반정권정서, 사회운동 없는 현직정권 선거 심판론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미 노무현 자신이 생전에 한나라당과의 공동정부구성을 제안했을 정도로 여야 정당들간의 정책적 사상적 차별성은 없어진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역설적이지만 이들 간의 중도주의적인 수렴이 진행될수록, 정치계급 내부의 다툼은 점점 더 극단적이고 과장된 감정적 어법으로 난잡하게 진행된다. 이러한 대결은 한편으로는 차별성이 없어진 정치 계급 내 생존경쟁의 한 방식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도무지 해결방안을 찾기 어려운 경제위기와 불가피한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위기비용전가 정책들을 호도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가 주목하고 극복해야할 지점은 노동자운동과 진보정당들이 이러한 포퓰리즘적인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을 대중적으로 효과적이고 강력한 선전 전략이라고 안이하게 판단하면서 서서히 답습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대중들은 정치적 구심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지만, 진보세력은 신뢰할 만한 세력으로 자신을 확립하는 데 실패했다. 진보정치세력은 사회운동 정당으로서의 특성을 드러내는 데 실패한 것이다. 진보정당의 후보들은 나머지 보수정당들의 후보들과 거의 유사하게 인식되었다. 얼마나 득표를 했고 얼마나 많은 의석을 당선시켰는가도 중요하겠지만, 진보정치세력이 대중들에게 어떤 세력으로 인식되었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사회운동을 선거라는 공간에서 구체화하는 데 실패한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진보정당들의 선거활동, 특히 반MB연대 류의 선거활동은 참신성만을 강조하고 다양해보이기를 추구할 뿐, 이념적으로 불분명했으며, 근본적인 원인진단이나 해법보다는 이러저러한 것들을 해주겠다는 식의 포퓰리즘적인 정책들, 예컨대 무상급식처럼 한국의 교육문제를 호도하는 정책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물론 선전선동을 쉽고 대중적으로 간략한 감성적 어법으로 한다고 해서 모두 포퓰리즘은 아니다. 잘못된 것은 참신성이나 이미지와 같은 감성적 선전방식에 지나치게 골몰한 나머지, 사회운동적인 정치의 기본을 져버리기 시작한 점이다. 무엇 무엇을 해주겠다던가, 이런저런 이미지 선전에 골몰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러저런 것들을 함께 바꿉시다, 이런 운동을 벌이자는 제안과 논쟁, 대안제시가 선거운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실의 모든 문제를 오로지 MB와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저지른 말실수 같은 것들 때문에 일어난 일인 것처럼 선동한다든가, 그 같은 네거티브 선거 캠페인을 대중적인 정치선전의 전부로 착각한다든가, 몇몇 시혜적인 부분적 복지공약을 진보정치의 금과옥조인 것처럼 호도한다든가, 심지어는 자본가 기업중심의 지역개발정책을 노동자시민들의 허구적 욕망으로 가공하면서 노동자 시민을 위하는 길인 양 떠드는 활동 등은 냉정히 비판 평가해야 할 것이다.
둘째, 서민적이거나 친노동자적인 수식어를 사용하지만 근본적인 정책전환으로 나아가기보다는, 시혜적인 복지정책의 부분적 도입에 그칠 뿐이다. 말은 친노동자적이지만 자본주의적 근간을 위협할 만한 사안에 관한 행동은 여느 보수주의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정권은 항상 서민과 함께 할 것을 386의 언어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개혁정권은 비정규악법을 제정하고, 집회현장에서 노동자 농민들을 구타살해하고, 한미FTA를 추진하고, 평택미군기지이전과 이라크 파병을 자행했다. 민주당 대표는 올해 민주노총 메이데이 집회 연사로 나섰다. 거기서 그는 노동자들을 기만하는 MB정권을 심판하자고 외쳤다. 하지만 유시민 국참당 후보는 5+4에서 끝까지 비정규직 사용제한사유에 합의하지 않았고, 한명숙이나 다른 야당후보들도 지역복지를 이야기하면서도 노무현정권 시절 제정된 노동악법들과 FTA, 파병 등과 관련한 정책전환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었다. 오로지 MB 탓, 4대강 탓, 세종시 탓이었다. 한나라당과 다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이미 실시 중인 부분 무상급식을 확대 시행하겠다는 정도였다.
셋째, 포퓰리즘은 좌파의 퇴조 이후 반신자유주의전선 안팎에서 좌파를 참칭하면서, 대안좌파 형성의 노력을 좌초시킨다. 포퓰리즘이 그 자체로는 나빠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포퓰리즘은 겉으로나마 가난한 인민들의 편임을 자임하고, 부자들과 억압적 보수주의와 격렬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나쁜 것은 말과 행동을 달리하면서 좌파를 참칭하기 때문에 전선을 교란시키면서 대안 좌파의 형성과 발전을 지체시키고 가로 막기 때문이다. 물론 진보정치와 노동자운동의 혁신이 지체된 모든 책임을 포퓰리즘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노동자운동에 대한 포퓰리즘 정치세력의 포섭력이 강화될수록 노동자운동의 실리주의적 경향과 지배정치 의존적인 경향은 강화되어 왔다.
나아가 이제 우리는 반MB연합이나 ‘연합의 정치’라는 형태로 진보정치, 진보정당들의 포퓰리즘화가 확산되어가는 사태를 크게 우려해마지 않는다. 실제로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평가를 통해 작은 이득을 버리고, 반MB라는 대의를 택했다고 했다. 또 반MB를 위해 가장 앞장서서 선봉에서 싸운 것은 진보정당과 노동자운동이기 때문에 실제적인 득표수보다 많은 무형의 이득을 취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진보신당의 심상정씨 또한 선거이후 줄기차게 ‘연합의 정치’라는 화두를 던지며, 진보신당이 안티노무현, 안티민노당의 좁은 틀을 깨고, 국민참여당과 민주당의 일부를 포함하여 대중의 반MB열망을 대변하는 광폭 정당으로 재탄생돼야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 같은 주장은 마치 한국판 제3의 길을 주창하는 것처럼 들린다. 유럽의 제3의 길이 사민주의를 신자유주의와 공명하는 사회 자유주의로 변질시켰다면, 연합의 정치가 주창하는 새로운 전망은 코포러티즘적 지향을 가지는 민주노총 상층의 일부와 사민주의적 지향을 가지는 진보정당의 일부를, 민주당의 일부와 촛불정치세력 등과 한데 묶는 포퓰리즘적인 연합의 정치로 변질시키고자 하는 듯하다. 추측컨대 현재는 민주노동당이 추진하는 2012 공동 집권 전략이 더 힘을 받고 있는 듯하지만, 만약 민주당이 선거에서 대패했었다면, 진보신당의 일각에서 추진 중인 촛불연합 류, 제3의 길 류의 연합정치가 더 힘을 얻었을 것이다. 결국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일부가 추진 중인 연합의 정치는 거의 비슷한 선거정치 틀 내에서 경쟁 중인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공동의 원칙으로 강조했었던 이른바 先진보대연합-後민주대연합론 역시 계급정치실현을 위한 사회운동 계획을 앞세우는 전략이 아니라 진보양당간의 후보단일화(=진보대연합)를 민주당과의 단일화에 앞서 추진한다는 선거 전략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진보대연합의 실패와 반MB민주대연합으로의 흡수는 후보단일화 전략이라는 선거 전략적 경쟁의 결과이며, 반MB선거연합을 상위의 대의(?)로 전제한 결과였던 것이다.(단지 그 비중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포퓰리즘은 노무현의 영정을 둘러맨 민주당, 친노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노무현식의 본연의 정치가적 포퓰리즘에 뒤이어, (반MB 야권 후보단일화 선거프레임의 일정한 성공을 배경으로) 여러 진보 개혁적 정당들과 그들의 선거연합들이 주동이 되는 보다 진화되고 공격적인 형태의 좌파적 포퓰리즘과 다양한 연합의 정치가 난립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 와중에서 반MB연합은 공동 집권 전략을 추진 중인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주류, 진보신당 일부가 공유하는 전략이자, 부재한 이념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고 있다. 단지 좌파를 참칭하는 수준을 넘어, 현실적인 정치일정을 포함한 구체적인 수준의 전략을 노동자 민중운동의 다수가 자신의 전망으로 내세우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지방선거 이후 엇갈리고 있는 평가와 진보정치 재편전략 논란은 이행기적 혼란의 일부라는 점을 말이다.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가 시시각각 진행 중인 정세의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현 시기 정세를 분석하고 새로운 좌파적 전망을 수립할 준거를 잃는 것이다. 반한나라당 선거와 야당후보들의 당선을 위한 합종연횡을 기획하는데 골몰하기보다는, 노동자 사회운동의 재건과 새로운 계급적 단결의 형성을 위한 혁신과제들과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에 맞선 반신자유주의 노동자 사회운동들이 선차적이고 사활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반MB연합에서의 헌신성을 높이자는 전략과 노동자 사회운동의 대안적 주도권을 형성해 내자는 전망은 전혀 다른 계급적 사상적 근거를 지닌 두 개의 대립되는 전략이며, 이 두 전략은 멀지 않은 시기에 서로 대립투쟁 관계에 돌입될 운명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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