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운동연구소 출범기념 토론회 지상중계
경제위기와 운동의 위기를 넘어, 대안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노동자운동의 과제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10월 21일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출범기념 토론회를 가졌다. 사전 워크숍으로 10월 7일 ‘한국 제조업의 현실과 금속노조운동의 쟁점’과 10월 14일 ‘경제위기시대의 공공운수노동자운동의 전략’을 진행했다. 기념토론회는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대해 전망하며 한국노동자운동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자리였다. 연구소에서 박하순 소장과 한지원 연구실장이 발표를 하고, 토론자로 김태연 노동전선 집행위원장, 서장수 민중행동 상근활동가, 임승철 혁신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정일부 한국노동운동연구소 부소장이 참석했으며 노조활동가들과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토론에 함께해주었다.
1부 토론회: 세계 경제위기 현황과 전망
1부 토론은 박하순 노동자운동연구소장의 세계 경제위기 현황과 전망 발표로 시작했다. 박하순 소장은 2007년 미국에서 시작해 경제위기가 세계로 번진 후 2009년을 기점으로 대체로 주요국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경제위기가 끝났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경제위기 이후 금리인하 및 수량완화 같은 통화정책과 대규모 경기부양 같은 케인스주의적 정책, 금융부문과 자동차 산업에 막대한 자금지원, G20으로 상징되는 국제적인 공조 등을 추진했다. 이 같은 정책들이 일정하게 효과를 발휘해서 경제 상황이 호전되었으며 중국이나 인도 등 거대 개도국들의 강력한 성장세 또한 불황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현황은 위기가 종료 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정적인 징후들이 강하다. 성장세는 대폭 하락해 여전히 더블딥(경기 재침체) 가능성이 논의될 정도이고, 미미한 성장으로 인해 신규 고용창출이 둔화되어 고용상황이 전후 최악이다. 특히 부동산-주택부문, 대외부채와 환율, 추가경기부양 가능성이 미국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문제인데 녹록지 않다. 우선 부동산-주택부문 가격이 추가적으로 5-10%가 하락한다면 이는 주택담보대출에 기초한 각종 유사채권들의 가격 하락으로 인해 금융기관 부실을 야기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환해야 할 주택담보 대출금보다 주택가격이 낮은 일명 ‘깡통주택’을 보유한 가구 수가 주택담보대출 이용가구의 약 23%인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 자명하며 이는 가계소비 위축을 초래할 것이다. 다음으로 대외조건을 보면 미국경제가 유로화나 엔화, 위안화의 대폭적인 절상을 통해서 수출을 늘려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만만치 않다. 유럽은 단기간에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국가부채 문제가 있어 유로화 가치 상승이 어렵고, 엔화 가치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반면 중국은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구가하고 있어 위안화 절상 여력이 있지만 미국이 중국을 설득하고 강제할 수단이 없다면 위안화 절상을 통한 대 중국 수출 증가도 여의치 않다. 추가경기부양 가능성 역시 낮은데, 늘어가는 정부부채와 공화당의 견제로 인해 오바마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장기불황과 준 디플레이션, 일정한 성장 이후 스태그플레이션, 무역수지 적자 및 대외부채 증대 등 연옥(煉獄)의 상태를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중국에 거는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지만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헤게모니 국가가 되기 어렵다. 오히려 역량이상의 역할을 맡아 거품을 형성하고 붕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편 이윤율추이를 통해 미국자본주의를 분석해 보면 앞으로 자본생산성의 후퇴와 정체상태를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단기이윤율 역시 1997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없어 상당기간 불황이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주택부문의 추가적 악화나 남부유럽의 재정위기, 중국의 저성장 궤도로의 진입 등의 요인들이 겹친다면 심각한 위기가 재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는 순국제투자잔액으로 표시되는 순대외자산의 마이너스 규모는 줄어들었으나 노동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여 자본은 엄청난 이익을 향유한 반면 가계는 임금억제와 고용불안 등으로 부채증대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경제가 양호한 편이지만 중국경제가 저성장궤도로 진입한다거나 원화가치의 급격한 절상이 이뤄질 경우 위기 메커니즘이 작동하면서 상당한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박하순 소장은 세계경제를 전망하고 한국경제 현황을 분석하면서 노동자운동은 자본주의 이후를 모색할 시점이라며 발표를 마무리 했다. 이어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환율문제에 대한 발표자의 의견을 물었다. 박하순 소장은 중국이 위안화를 어느 정도 절상할 여력을 가지고 있고 절상하게 된다면 불균형문제를 일정 해소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개발도상국은 외국자본 유입에 따른 통화가치 상승, 거품생성, 자본 유출, 환율의 급등락으로 외환위기가 재발하는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중국 역시 수출 규모를 유지시킬 필요가 있어 안정적인 외환 관리 기조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중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을 통해 무역수지 적자를 해결 하려는 시도가 동아시아를 주축으로 하는 달러환류 메커니즘의 변화를 추진하려는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 있었다. 박하순 소장은 미국이 달러환류 메커니즘 구조를 유지하는 선에서 위안화 절상과 달러가치 하락을 유도해 중국의 미국 채권구입이 줄더라도 미국의 수출을 늘려 불균형 문제를 진정시키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2부 토론회: 한국 노동자운동의 이념과 과제
2부 토론은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이 한국 노동자운동의 이념과 과제를 발표하고 토론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한지원 연구실장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 시대에 민주노조운동의 이념적 지향으로 사회운동노조를 제안했고, 현실적 조직체계로 산별조직체계 논쟁의 연착륙과 지역운동 강화형 조직 건설을 제시했다. 또한 사회운동적 방식으로의 노조법 개정에 대응하자고 주장했다.
이번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노동자운동은 1990년대 이후 선진국 노조의 주요 노선이었던 사회적 합의주의와 경제적 실리주의로는 더 이상 노조를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음을 확인했다. 한국에서는 기존 사회협약 전략과 별반 차이가 없는 역동적 복지 담론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는 노동시장유연화와 복지를 맞교환 한다는 전략이다. 역동적 복지는 정부가 주장하는 유연안정성과 비슷한 내용인데다 현재의 세력관계에서 복지보다 유연성만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다. 이제 한국 민주노조운동은 자본주의를 변혁하고, 대안세계를 창출한다는 지향을 분명히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운동노조의 핵심은 대중운동 내부에서 대안세계를 위한 새로운 조건을 확립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한다. 이는 노동자 스스로가 과학적 인식을 통해 자기통치할 능력을 배가하지 못한다면 결국 20세기 사회주의를 넘어설 수 없다는 평가에 기반을 둔다. 또한 사회운동노조는 정치적 의제는 정당에 위임하고 경제투쟁만을 담당하는 노조, 당의 명령에 의해서 움직이는 노조를 지양한다. 노동조합을 특정 모델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대중조직으로 사고하며 노동자가 스스로 통치할 조건을 형성하는 노조노선이다. 한편 이념 정립을 위해 교육과 정파갈등 문제를 우회할 수 없다. 대중적인 노선 토론의 부재로 인해 정파갈등이 부정적인 방식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이념적 강화와 정파문제 해결은 같은 문제이다. 그래서 투쟁과 일상 활동에서 노조 교육토론에 대한 긴장감을 가져야 하며, 노조 단협을 통해 교육시간을 확보하고 실제 교육 토론이 진행되어야 한다.
조직적 과제로는 위기에 빠진 산별노조 운동이 지역운동을 강화하고 초기업적노조운동을 혁신하는 데 주력할 것을 제안한다. 산별 조직 편제 문제를 중심으로 조직 내적 긴장감을 형성하는 것보다 지역지부운동의 모범을 더욱 전략적으로 집중 육성하고, 대공장 노조들이 지역운동을 통해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편 산별노조 완성 정도에 따라 총연맹의 역할이 정책연구와 정치세력화 관련 업무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반노조 정책이 일반적인 한국 정치 현실에서 총연맹을 중심으로 한 전국적 투쟁전선 구축은 피할 수 없는 일이며, 민주노조운동 확대에도 필수적이다. 현재 민주노총의 지도력이 현격히 저하되어 있는 상태라 전국적 투쟁전선 구축을 위해 산별노조 간 공동투쟁의 원칙과 기풍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대중운동이 실제로 진행되는 지역에서 지역연대운동의 구심으로서, 총연맹 활동의 집행기구로서 지역본부의 위상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다음으로 저성장-위기 반복 상황에서의 투쟁과제를 제시했다. 첫째로 최저임금투쟁의 확대재편을 통한 연대임금 투쟁의 필요성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자본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강화시켜 비용을 절감하려 한다.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수직적 하청 생산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이 같은 양상은 더욱 첨예해질 것이다. 이에 맞서는 민주노조의 전략은 공동의 임금인상을 통해 임금격차를 완화함으로써 노동자 단결의 계기를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한편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몇 가지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나누기는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과 공명하며 기존 노동자의 노동 강도 강화와 저임금 일자리 양산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고용 유연화, 시간 유연화를 제도적으로 역전시킬 만한 정치적 힘이 부재한 상황에서 우선은 현실 가능한 공동 임금 투쟁으로 최저임금을 발전시키는 것에 집중해보자. 최저임금-전조합원 임금인상 요구액을 공동의 정액인상요구안으로 맞추어 투쟁하는 것이다. 조직 노동자와 최저임금영향에 있는 노동자들이 공동 임금 요구안을 내걸고 함께 싸우며 임금 격차를 축소시키는 방식으로 최저임금투쟁의 틀을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저임금투쟁의 위상을 대폭 확대하고 총연맹을 중심으로 한 한국식 연대임금 투쟁의 방식을 찾아보자.
중장기적인 과제로 국제적 수준에서 노동자운동의 세력화와 자본주의 변혁을 도모하는 대안세계화 운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 민주노조운동은 국제적 사회운동에 친화적인 형태로 변화하기 위한 의식적 노력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유무역협정, G20, APEC 투쟁 등의 국제적 의제에 대한 전략적 투쟁, 세계사회포럼과 같은 국제적 사회운동 흐름에 대한 적극적 동참, 로비조직화 된 국제노동조직(국제노총(ITCU), 국제금속노조연맹(IMF) 등)을 넘어선 투쟁하는 노조 간의 중장기적 연대와 전략 수립 등이 필요하다.
개악 노조법 대응은 민주노조운동의 원칙과 방향을 다시 세우는 방향이어야 한다. 유급전임자의 근로시간면제 범위까지 다루는 타임오프제의 최종 목표는 노조 활동가들을 기업 내 노사관계에 묶어두는 것이다. 산별 교섭 체계를 무력화하고 기업에서 노조 생존을 위해 복수노조 간 실리 경쟁에 몰두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는 노조의 성격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노조법 재개정이 당장은 쉽지 않은 만큼 산별노조와 기업노조들에서는 조합비 인상을 통해 이후 무급전임자까지 활동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기금을 미리 조성하고, 초기업 노조운동과 민중연대 활동에 대한 조합원들의 충분한 동의를 조직할 수 있는 교육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토론자 발표
첫 번째 토론자인 김태연 노동전선 집행위원장은 민주노조 운동의 조직 투쟁을 둘러싼 조건이 지난 15년간 지속적인 변화를 겪은 상태이며 우리가 투쟁의 재구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우선 민주노총의 총파업 전선과 산별파업이 와해되었으며 파업전술 측면에서 난관이 많음을 지적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치총파업의 기초인 지역 연대파업을 일상화하고 총연맹과 산별 역시 이러한 인식 하에 투쟁을 재구성할 것을 주장했다. 그리고 파업권이 전면 봉쇄당한 전교조, 공무원노조, 필수공익사업장 등은 제2의 노조건설운동 차원으로서 파업권 쟁취투쟁을 전개하자고 했다. 한편 이번 타임오프 투쟁이 단협상에는 타임오프 한도 내로 유급 전임자를 정하고, 별도합의 형식으로 무급전임자의 임금을 충당하는 방식이었는데 그 효과가 임시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 평가했다. 타임오프제는 민주노조운동의 약화를 초래해 양노총 체계를 고착시켜 자본과 정권의 분할전략이 큰 비용 없이 먹혀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2011년 40만 총파업투쟁을 제안하고 있는데 2012년 대선에서 야권단일화를 통한 진보적 정권교체와 연결되어있다고 했다. 이 때 노동법 재개정 투쟁이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며 정치적인 교란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고 제2의 단결권 투쟁에 나서야 함을 강조했다. 한편 2011년 복수노조 체제 아래에서 산별노조의 위기를 새로운 산별노조운동의 계기로 삼자고 했다. 그는 현재 산별노조운동은 산업 노동대중의 절실한 요구를 기반으로 공동투쟁을 경유하지 못해 대체로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게다가 복수노조 체계에서 교섭창구가 강제적으로 단일화되면 소수노조가 사실상 노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고 산별교섭 자체가 무력화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산별노조운동을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하며 단위사업장 현장에서는 정규-비정규 연대파업, 지역 차원에서는 고용불안에 맞서는 지역총파업을 만드는 데 일관되게 노력할 것을 주장했다. 현재 민주노조운동은 정규직중심인데 자본의 공세 속에서 점차 우경화되었다며 새로운 주체가 조직화되고 투쟁으로 나서는 경로를 전망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사회운동노조는 대안세계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정치조직(정당)의 역할이 무엇인지 불분명하고 혁명적 생디칼리즘과 차별점이 무엇이지 지적했다. 그리고 활동가들의 사상적이고 실천적인 일대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의견 발표를 정리했다.
두 번째 토론자는 서장수 민중행동 상근활동가였다. 한지원 연구실장의 발표문에 대한 의견에 이어 지역 연대운동의 강화를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우선 연구실장이 발표문에서 주장하고 있는 사회운동노조가 이념적 지향으로 남지 않고 구체적인 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지 사회운동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결의만으로는 부족하듯 이념에 걸맞은 조직형태와 운영원리 등을 포함한 구체적이 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임금 투쟁에 대해서는 임금격차를 좁히는 투쟁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임금격차만의 문제로만 제기하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연대임금투쟁의 상과 현실가능성 그리고 노동자단결로 나타날 수 있는 성과나 효과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국제연대가 현장과 지역차원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역에서 타임오프제 투쟁에 대한 혼란이 많았는데, 타임오프제를 노조에 대한 총체적 탄압으로서가 아니라 노조전임자 임금 문제로 이해하고 있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복수노조의 경우 타임오프 투쟁 대응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응방안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지역 연대운동의 강화를 위한 제언을 했다. 민주노조운동의 사회운동적 역할 강화를 위해 첫째로 이념적 혁신을 넘어 현장이 사회운동과 소통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자고 했다. 두 번째로는 노조 내부 현안뿐 아니라 지역의 현안과 투쟁을 알리는 선전사업을 강화하고 마지막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의 위상을 복원시킬 수 있도록 고민할 것을 주장했다. 지역을 중심으로 연대운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연대운동들이 하나의 의제를 가지고 공동으로 대응하고 토론하면서 투쟁을 모으는 활동을 강화하자고 했다. 운동이 원심화되고 개별화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제어하고 지역전선을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노동운동과 다른 운동이 소통하고 횡단할 수 있도록 지역운동을 총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세 번째로 임승철 혁신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이 발표했다. 한국 노동운동은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메타적 대안담론과 현실적 전략전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호혜적인 사회협동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경제구조의 혁신을 통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완전고용을 추구 하면서 생존권이 보장되는 시스템을 형성하자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노동존중의 사회협동경제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삼아 제2민주노조운동과 제2노동자정치세력화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2민주노조운동은 아래로부터의 민주노조 복원과 한국적 산별노조운동에 기반을 둔 민주노총의 정치사회적 실천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정치사회적 조합주의 운동노선이다. 이어서 한지원 연구실장의 발표문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우선 산별노조 운동방향에 대해서 중앙교섭 우선주의의 과오를 벗어나자는 주장은 긍정적이나 발표문에서 제시하는 현실적인 투쟁이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식 산별노조로의 이행전략을 선택하자고 했다. 그리고 민주노총 임금요구안과 최저임금인상액 요구액을 일치시켜 투쟁하자는 주장은 실현불가능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노동자들 간의 임금격차 축소를 위해 공동임금투쟁을 강화하자는 발표문의 주장은 산업별 업종별 임금 편차가 크고 지불능력이 천차만별인 조건이라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업종별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투쟁을 해야 하며 역산별 흐름을 저지하기 위해서 주간연속 2교대제-월급제 쟁취 공동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산별노조의 지역지부를 통한 지역연대투쟁의 강화가 산별노조운동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오히려 임금 및 근로조건이 유사한 자동차 대기업 단위들의 공동임단투를 중심으로 사내 하청 및 사외 협력업체 노조들과 함께할 수 있는 업종별 임단투를 강화하면서 연대의식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역본부의 위상을 대폭 강화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 경로가 개별적 산별지역지부가 해결할 수 없는 지역공단 및 지역사회 복지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연대단위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편 복수노조 시행은 민주노조운동의 최대위기가 될 것이라 전망하며 민주노총은 단위노조의 1사 1노조 원칙을 사수하면서 한국노총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반MB연대전선으로 견인하는 획기적인 제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제2민주노조운동과 한국적 산별노조운동의 전개로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미조직 대중과의 소통을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끝으로 발표문이 2012년 총선 대선에서 집권세력 교체(민주당)에 기대를 거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주장에 대해 노동운동진영이 재반격과 도약의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의미 있으며 이를 위해 반MB반신자유주의 공동전선으로 모여야 한다고 했다.
네 번째 토론자는 정일부 한국노동운동연구소 부소장이었다. 부소장은 사회진보연대와 노동자운동 연구소가 젊은 활동가들이 많아 자산이 상당하므로 보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대끼는 것에 비중을 두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로 시작했다. 현재 노동운동 위기의 원인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 부족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최소한 1980년대 변혁운동과 1987년 이후 대중운동 고양이 단절적으로 변화 발전하게 된 역사에서부터 찾아야 한다고 했다. 1987년 이전의 변혁운동이 현실운동에 대한 구체성 없이 추상적인 수준에서 전략전술 논의에만 매몰되어 있었던 점이나, 1987년 이후 대중운동의 발전과정에서 변혁운동 세력들이 제대로 결합하지 못하면서 자생성을 크게 극복하지 못하게 된 점들이 운동의 위기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라도 노동운동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 노동운동의 지향을 뚜렷이 하고 현장 노동자들의 토론을 통한 교육운동이 절실하다는 의견에 동감한다고 했다. 그러나 발표문의 사회운동노조는 조직에 대한 상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속산별운동은 지역차원의 초기업운동을 중심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발표문에서처럼 조직재편문제로 갈등을 조성하지 말고 현실 가능한 방법을 택하자는 입장은 사실상 기업별 노조를 옹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총연맹 지역본부의 위상을 강화해 지역연대운동의 모범을 만들자는 주장은 반대할 사람은 없으나 현실적으로 추진되지 못하는 원인과 실행 가능한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임단투에 대해서는 하나의 산업 내에서도 기업별 분절에 의한 통일적인 교섭과 투쟁이 지난한 상황인데 어떠한 유인과 강제력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자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기념토론회를 마치며
기념토론회는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위기 하에 노동자운동 역시 위기임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노동자운동이 자본주의를 넘어 대안세계를 건설하는 운동에 나서기 위해 노조가 노동자들의 대중운동기관으로서 거듭나는 사회운동노조로서 지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운동노조의 구체적인 상이 무엇이냐는 토론자들의 질문에 연구소는 사회운동노조를 특정한 모델로 제시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주의와 경제적 실리주의로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제기한 것이며 노동자들의 자기통치의 조건을 마련하자는 것임을 밝혔다. 한편 산별노조운동이 봉착한 난관을 헤쳐 나갈 방안과 총연맹의 역할을 토론하고 노동자들을 분할하고 경쟁을 심화시키는 자본에 맞서 단결하기 위한 공동의 투쟁과제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산별지역지부를 강화하고 총연맹을 중심으로 전국적 투쟁전선을 구축하자는 연구소의 주장에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노동자들의 단결을 강화하기 위해 제시한 공동투쟁과제에 대해서도 토론자들은 추진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해결해야하는 과제가 있음을 지적해 주었다. 노동자운동 연구소는 토론자와 참석자들이 지적한 문제와 고민을 받아 안아 현장과 지역에 밀착한 연구 활동을 다짐하고 일상적으로 토론할 것을 제안하며 토론회를 마쳤다.
1부 토론회: 세계 경제위기 현황과 전망
1부 토론은 박하순 노동자운동연구소장의 세계 경제위기 현황과 전망 발표로 시작했다. 박하순 소장은 2007년 미국에서 시작해 경제위기가 세계로 번진 후 2009년을 기점으로 대체로 주요국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경제위기가 끝났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경제위기 이후 금리인하 및 수량완화 같은 통화정책과 대규모 경기부양 같은 케인스주의적 정책, 금융부문과 자동차 산업에 막대한 자금지원, G20으로 상징되는 국제적인 공조 등을 추진했다. 이 같은 정책들이 일정하게 효과를 발휘해서 경제 상황이 호전되었으며 중국이나 인도 등 거대 개도국들의 강력한 성장세 또한 불황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현황은 위기가 종료 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정적인 징후들이 강하다. 성장세는 대폭 하락해 여전히 더블딥(경기 재침체) 가능성이 논의될 정도이고, 미미한 성장으로 인해 신규 고용창출이 둔화되어 고용상황이 전후 최악이다. 특히 부동산-주택부문, 대외부채와 환율, 추가경기부양 가능성이 미국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문제인데 녹록지 않다. 우선 부동산-주택부문 가격이 추가적으로 5-10%가 하락한다면 이는 주택담보대출에 기초한 각종 유사채권들의 가격 하락으로 인해 금융기관 부실을 야기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환해야 할 주택담보 대출금보다 주택가격이 낮은 일명 ‘깡통주택’을 보유한 가구 수가 주택담보대출 이용가구의 약 23%인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 자명하며 이는 가계소비 위축을 초래할 것이다. 다음으로 대외조건을 보면 미국경제가 유로화나 엔화, 위안화의 대폭적인 절상을 통해서 수출을 늘려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만만치 않다. 유럽은 단기간에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국가부채 문제가 있어 유로화 가치 상승이 어렵고, 엔화 가치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반면 중국은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구가하고 있어 위안화 절상 여력이 있지만 미국이 중국을 설득하고 강제할 수단이 없다면 위안화 절상을 통한 대 중국 수출 증가도 여의치 않다. 추가경기부양 가능성 역시 낮은데, 늘어가는 정부부채와 공화당의 견제로 인해 오바마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장기불황과 준 디플레이션, 일정한 성장 이후 스태그플레이션, 무역수지 적자 및 대외부채 증대 등 연옥(煉獄)의 상태를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중국에 거는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지만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헤게모니 국가가 되기 어렵다. 오히려 역량이상의 역할을 맡아 거품을 형성하고 붕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편 이윤율추이를 통해 미국자본주의를 분석해 보면 앞으로 자본생산성의 후퇴와 정체상태를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단기이윤율 역시 1997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없어 상당기간 불황이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주택부문의 추가적 악화나 남부유럽의 재정위기, 중국의 저성장 궤도로의 진입 등의 요인들이 겹친다면 심각한 위기가 재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는 순국제투자잔액으로 표시되는 순대외자산의 마이너스 규모는 줄어들었으나 노동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여 자본은 엄청난 이익을 향유한 반면 가계는 임금억제와 고용불안 등으로 부채증대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경제가 양호한 편이지만 중국경제가 저성장궤도로 진입한다거나 원화가치의 급격한 절상이 이뤄질 경우 위기 메커니즘이 작동하면서 상당한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박하순 소장은 세계경제를 전망하고 한국경제 현황을 분석하면서 노동자운동은 자본주의 이후를 모색할 시점이라며 발표를 마무리 했다. 이어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환율문제에 대한 발표자의 의견을 물었다. 박하순 소장은 중국이 위안화를 어느 정도 절상할 여력을 가지고 있고 절상하게 된다면 불균형문제를 일정 해소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개발도상국은 외국자본 유입에 따른 통화가치 상승, 거품생성, 자본 유출, 환율의 급등락으로 외환위기가 재발하는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중국 역시 수출 규모를 유지시킬 필요가 있어 안정적인 외환 관리 기조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중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을 통해 무역수지 적자를 해결 하려는 시도가 동아시아를 주축으로 하는 달러환류 메커니즘의 변화를 추진하려는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 있었다. 박하순 소장은 미국이 달러환류 메커니즘 구조를 유지하는 선에서 위안화 절상과 달러가치 하락을 유도해 중국의 미국 채권구입이 줄더라도 미국의 수출을 늘려 불균형 문제를 진정시키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2부 토론회: 한국 노동자운동의 이념과 과제
2부 토론은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이 한국 노동자운동의 이념과 과제를 발표하고 토론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한지원 연구실장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 시대에 민주노조운동의 이념적 지향으로 사회운동노조를 제안했고, 현실적 조직체계로 산별조직체계 논쟁의 연착륙과 지역운동 강화형 조직 건설을 제시했다. 또한 사회운동적 방식으로의 노조법 개정에 대응하자고 주장했다.
이번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노동자운동은 1990년대 이후 선진국 노조의 주요 노선이었던 사회적 합의주의와 경제적 실리주의로는 더 이상 노조를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음을 확인했다. 한국에서는 기존 사회협약 전략과 별반 차이가 없는 역동적 복지 담론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는 노동시장유연화와 복지를 맞교환 한다는 전략이다. 역동적 복지는 정부가 주장하는 유연안정성과 비슷한 내용인데다 현재의 세력관계에서 복지보다 유연성만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다. 이제 한국 민주노조운동은 자본주의를 변혁하고, 대안세계를 창출한다는 지향을 분명히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운동노조의 핵심은 대중운동 내부에서 대안세계를 위한 새로운 조건을 확립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한다. 이는 노동자 스스로가 과학적 인식을 통해 자기통치할 능력을 배가하지 못한다면 결국 20세기 사회주의를 넘어설 수 없다는 평가에 기반을 둔다. 또한 사회운동노조는 정치적 의제는 정당에 위임하고 경제투쟁만을 담당하는 노조, 당의 명령에 의해서 움직이는 노조를 지양한다. 노동조합을 특정 모델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대중조직으로 사고하며 노동자가 스스로 통치할 조건을 형성하는 노조노선이다. 한편 이념 정립을 위해 교육과 정파갈등 문제를 우회할 수 없다. 대중적인 노선 토론의 부재로 인해 정파갈등이 부정적인 방식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이념적 강화와 정파문제 해결은 같은 문제이다. 그래서 투쟁과 일상 활동에서 노조 교육토론에 대한 긴장감을 가져야 하며, 노조 단협을 통해 교육시간을 확보하고 실제 교육 토론이 진행되어야 한다.
조직적 과제로는 위기에 빠진 산별노조 운동이 지역운동을 강화하고 초기업적노조운동을 혁신하는 데 주력할 것을 제안한다. 산별 조직 편제 문제를 중심으로 조직 내적 긴장감을 형성하는 것보다 지역지부운동의 모범을 더욱 전략적으로 집중 육성하고, 대공장 노조들이 지역운동을 통해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편 산별노조 완성 정도에 따라 총연맹의 역할이 정책연구와 정치세력화 관련 업무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반노조 정책이 일반적인 한국 정치 현실에서 총연맹을 중심으로 한 전국적 투쟁전선 구축은 피할 수 없는 일이며, 민주노조운동 확대에도 필수적이다. 현재 민주노총의 지도력이 현격히 저하되어 있는 상태라 전국적 투쟁전선 구축을 위해 산별노조 간 공동투쟁의 원칙과 기풍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대중운동이 실제로 진행되는 지역에서 지역연대운동의 구심으로서, 총연맹 활동의 집행기구로서 지역본부의 위상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다음으로 저성장-위기 반복 상황에서의 투쟁과제를 제시했다. 첫째로 최저임금투쟁의 확대재편을 통한 연대임금 투쟁의 필요성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자본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강화시켜 비용을 절감하려 한다.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수직적 하청 생산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이 같은 양상은 더욱 첨예해질 것이다. 이에 맞서는 민주노조의 전략은 공동의 임금인상을 통해 임금격차를 완화함으로써 노동자 단결의 계기를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한편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몇 가지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나누기는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과 공명하며 기존 노동자의 노동 강도 강화와 저임금 일자리 양산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고용 유연화, 시간 유연화를 제도적으로 역전시킬 만한 정치적 힘이 부재한 상황에서 우선은 현실 가능한 공동 임금 투쟁으로 최저임금을 발전시키는 것에 집중해보자. 최저임금-전조합원 임금인상 요구액을 공동의 정액인상요구안으로 맞추어 투쟁하는 것이다. 조직 노동자와 최저임금영향에 있는 노동자들이 공동 임금 요구안을 내걸고 함께 싸우며 임금 격차를 축소시키는 방식으로 최저임금투쟁의 틀을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저임금투쟁의 위상을 대폭 확대하고 총연맹을 중심으로 한 한국식 연대임금 투쟁의 방식을 찾아보자.
중장기적인 과제로 국제적 수준에서 노동자운동의 세력화와 자본주의 변혁을 도모하는 대안세계화 운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 민주노조운동은 국제적 사회운동에 친화적인 형태로 변화하기 위한 의식적 노력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유무역협정, G20, APEC 투쟁 등의 국제적 의제에 대한 전략적 투쟁, 세계사회포럼과 같은 국제적 사회운동 흐름에 대한 적극적 동참, 로비조직화 된 국제노동조직(국제노총(ITCU), 국제금속노조연맹(IMF) 등)을 넘어선 투쟁하는 노조 간의 중장기적 연대와 전략 수립 등이 필요하다.
개악 노조법 대응은 민주노조운동의 원칙과 방향을 다시 세우는 방향이어야 한다. 유급전임자의 근로시간면제 범위까지 다루는 타임오프제의 최종 목표는 노조 활동가들을 기업 내 노사관계에 묶어두는 것이다. 산별 교섭 체계를 무력화하고 기업에서 노조 생존을 위해 복수노조 간 실리 경쟁에 몰두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는 노조의 성격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노조법 재개정이 당장은 쉽지 않은 만큼 산별노조와 기업노조들에서는 조합비 인상을 통해 이후 무급전임자까지 활동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기금을 미리 조성하고, 초기업 노조운동과 민중연대 활동에 대한 조합원들의 충분한 동의를 조직할 수 있는 교육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토론자 발표
첫 번째 토론자인 김태연 노동전선 집행위원장은 민주노조 운동의 조직 투쟁을 둘러싼 조건이 지난 15년간 지속적인 변화를 겪은 상태이며 우리가 투쟁의 재구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우선 민주노총의 총파업 전선과 산별파업이 와해되었으며 파업전술 측면에서 난관이 많음을 지적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치총파업의 기초인 지역 연대파업을 일상화하고 총연맹과 산별 역시 이러한 인식 하에 투쟁을 재구성할 것을 주장했다. 그리고 파업권이 전면 봉쇄당한 전교조, 공무원노조, 필수공익사업장 등은 제2의 노조건설운동 차원으로서 파업권 쟁취투쟁을 전개하자고 했다. 한편 이번 타임오프 투쟁이 단협상에는 타임오프 한도 내로 유급 전임자를 정하고, 별도합의 형식으로 무급전임자의 임금을 충당하는 방식이었는데 그 효과가 임시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 평가했다. 타임오프제는 민주노조운동의 약화를 초래해 양노총 체계를 고착시켜 자본과 정권의 분할전략이 큰 비용 없이 먹혀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2011년 40만 총파업투쟁을 제안하고 있는데 2012년 대선에서 야권단일화를 통한 진보적 정권교체와 연결되어있다고 했다. 이 때 노동법 재개정 투쟁이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며 정치적인 교란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고 제2의 단결권 투쟁에 나서야 함을 강조했다. 한편 2011년 복수노조 체제 아래에서 산별노조의 위기를 새로운 산별노조운동의 계기로 삼자고 했다. 그는 현재 산별노조운동은 산업 노동대중의 절실한 요구를 기반으로 공동투쟁을 경유하지 못해 대체로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게다가 복수노조 체계에서 교섭창구가 강제적으로 단일화되면 소수노조가 사실상 노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고 산별교섭 자체가 무력화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산별노조운동을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하며 단위사업장 현장에서는 정규-비정규 연대파업, 지역 차원에서는 고용불안에 맞서는 지역총파업을 만드는 데 일관되게 노력할 것을 주장했다. 현재 민주노조운동은 정규직중심인데 자본의 공세 속에서 점차 우경화되었다며 새로운 주체가 조직화되고 투쟁으로 나서는 경로를 전망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사회운동노조는 대안세계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정치조직(정당)의 역할이 무엇인지 불분명하고 혁명적 생디칼리즘과 차별점이 무엇이지 지적했다. 그리고 활동가들의 사상적이고 실천적인 일대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의견 발표를 정리했다.
두 번째 토론자는 서장수 민중행동 상근활동가였다. 한지원 연구실장의 발표문에 대한 의견에 이어 지역 연대운동의 강화를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우선 연구실장이 발표문에서 주장하고 있는 사회운동노조가 이념적 지향으로 남지 않고 구체적인 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지 사회운동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결의만으로는 부족하듯 이념에 걸맞은 조직형태와 운영원리 등을 포함한 구체적이 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임금 투쟁에 대해서는 임금격차를 좁히는 투쟁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임금격차만의 문제로만 제기하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연대임금투쟁의 상과 현실가능성 그리고 노동자단결로 나타날 수 있는 성과나 효과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국제연대가 현장과 지역차원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역에서 타임오프제 투쟁에 대한 혼란이 많았는데, 타임오프제를 노조에 대한 총체적 탄압으로서가 아니라 노조전임자 임금 문제로 이해하고 있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복수노조의 경우 타임오프 투쟁 대응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응방안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지역 연대운동의 강화를 위한 제언을 했다. 민주노조운동의 사회운동적 역할 강화를 위해 첫째로 이념적 혁신을 넘어 현장이 사회운동과 소통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자고 했다. 두 번째로는 노조 내부 현안뿐 아니라 지역의 현안과 투쟁을 알리는 선전사업을 강화하고 마지막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의 위상을 복원시킬 수 있도록 고민할 것을 주장했다. 지역을 중심으로 연대운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연대운동들이 하나의 의제를 가지고 공동으로 대응하고 토론하면서 투쟁을 모으는 활동을 강화하자고 했다. 운동이 원심화되고 개별화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제어하고 지역전선을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노동운동과 다른 운동이 소통하고 횡단할 수 있도록 지역운동을 총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세 번째로 임승철 혁신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이 발표했다. 한국 노동운동은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메타적 대안담론과 현실적 전략전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호혜적인 사회협동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경제구조의 혁신을 통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완전고용을 추구 하면서 생존권이 보장되는 시스템을 형성하자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노동존중의 사회협동경제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삼아 제2민주노조운동과 제2노동자정치세력화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2민주노조운동은 아래로부터의 민주노조 복원과 한국적 산별노조운동에 기반을 둔 민주노총의 정치사회적 실천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정치사회적 조합주의 운동노선이다. 이어서 한지원 연구실장의 발표문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우선 산별노조 운동방향에 대해서 중앙교섭 우선주의의 과오를 벗어나자는 주장은 긍정적이나 발표문에서 제시하는 현실적인 투쟁이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식 산별노조로의 이행전략을 선택하자고 했다. 그리고 민주노총 임금요구안과 최저임금인상액 요구액을 일치시켜 투쟁하자는 주장은 실현불가능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노동자들 간의 임금격차 축소를 위해 공동임금투쟁을 강화하자는 발표문의 주장은 산업별 업종별 임금 편차가 크고 지불능력이 천차만별인 조건이라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업종별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투쟁을 해야 하며 역산별 흐름을 저지하기 위해서 주간연속 2교대제-월급제 쟁취 공동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산별노조의 지역지부를 통한 지역연대투쟁의 강화가 산별노조운동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오히려 임금 및 근로조건이 유사한 자동차 대기업 단위들의 공동임단투를 중심으로 사내 하청 및 사외 협력업체 노조들과 함께할 수 있는 업종별 임단투를 강화하면서 연대의식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역본부의 위상을 대폭 강화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 경로가 개별적 산별지역지부가 해결할 수 없는 지역공단 및 지역사회 복지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연대단위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편 복수노조 시행은 민주노조운동의 최대위기가 될 것이라 전망하며 민주노총은 단위노조의 1사 1노조 원칙을 사수하면서 한국노총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반MB연대전선으로 견인하는 획기적인 제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제2민주노조운동과 한국적 산별노조운동의 전개로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미조직 대중과의 소통을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끝으로 발표문이 2012년 총선 대선에서 집권세력 교체(민주당)에 기대를 거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주장에 대해 노동운동진영이 재반격과 도약의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의미 있으며 이를 위해 반MB반신자유주의 공동전선으로 모여야 한다고 했다.
네 번째 토론자는 정일부 한국노동운동연구소 부소장이었다. 부소장은 사회진보연대와 노동자운동 연구소가 젊은 활동가들이 많아 자산이 상당하므로 보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대끼는 것에 비중을 두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로 시작했다. 현재 노동운동 위기의 원인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 부족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최소한 1980년대 변혁운동과 1987년 이후 대중운동 고양이 단절적으로 변화 발전하게 된 역사에서부터 찾아야 한다고 했다. 1987년 이전의 변혁운동이 현실운동에 대한 구체성 없이 추상적인 수준에서 전략전술 논의에만 매몰되어 있었던 점이나, 1987년 이후 대중운동의 발전과정에서 변혁운동 세력들이 제대로 결합하지 못하면서 자생성을 크게 극복하지 못하게 된 점들이 운동의 위기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라도 노동운동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 노동운동의 지향을 뚜렷이 하고 현장 노동자들의 토론을 통한 교육운동이 절실하다는 의견에 동감한다고 했다. 그러나 발표문의 사회운동노조는 조직에 대한 상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속산별운동은 지역차원의 초기업운동을 중심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발표문에서처럼 조직재편문제로 갈등을 조성하지 말고 현실 가능한 방법을 택하자는 입장은 사실상 기업별 노조를 옹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총연맹 지역본부의 위상을 강화해 지역연대운동의 모범을 만들자는 주장은 반대할 사람은 없으나 현실적으로 추진되지 못하는 원인과 실행 가능한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임단투에 대해서는 하나의 산업 내에서도 기업별 분절에 의한 통일적인 교섭과 투쟁이 지난한 상황인데 어떠한 유인과 강제력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자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기념토론회를 마치며
기념토론회는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위기 하에 노동자운동 역시 위기임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노동자운동이 자본주의를 넘어 대안세계를 건설하는 운동에 나서기 위해 노조가 노동자들의 대중운동기관으로서 거듭나는 사회운동노조로서 지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운동노조의 구체적인 상이 무엇이냐는 토론자들의 질문에 연구소는 사회운동노조를 특정한 모델로 제시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주의와 경제적 실리주의로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제기한 것이며 노동자들의 자기통치의 조건을 마련하자는 것임을 밝혔다. 한편 산별노조운동이 봉착한 난관을 헤쳐 나갈 방안과 총연맹의 역할을 토론하고 노동자들을 분할하고 경쟁을 심화시키는 자본에 맞서 단결하기 위한 공동의 투쟁과제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산별지역지부를 강화하고 총연맹을 중심으로 전국적 투쟁전선을 구축하자는 연구소의 주장에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노동자들의 단결을 강화하기 위해 제시한 공동투쟁과제에 대해서도 토론자들은 추진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해결해야하는 과제가 있음을 지적해 주었다. 노동자운동 연구소는 토론자와 참석자들이 지적한 문제와 고민을 받아 안아 현장과 지역에 밀착한 연구 활동을 다짐하고 일상적으로 토론할 것을 제안하며 토론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