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대응을 넘어
세계 노동운동 활동가 인터뷰
G20 서울회의를 반대하는 한국의 사회운동 단체들은 지난 11월 6일부터 12일까지 “G20 민중 공동행동 주간”을 선포하고 각종 활동을 벌였다. 공동행동주간에 참여하기 위해 노조 지도자와 활동가들이 세계 각국에서 한국을 방문하였다. 얼마 전 출범한 노동자운동연구소는 국제적 네트워크가 아직 부족하지만, 이 기회를 활용하여 각국의 노동자 운동 활동가와 인터뷰할 수 있었다. 남아공노총(COSATU) 제르고 하메스(Jeorgo Hames) 수석부위원장, 남아공노총 소속 전국교육보건노동조합(NEHAWU) 조 뭄비사(Jo Mumbisa) 수석부위원장), 이탈리아 제1노총(CGIL) 니콜레타 로시(Nicoletta Rocchi) 국제국장, 국제노점상연합(StreetNet International) 팻 혼(Pat Horn) 국제 코디네이터 등과 인터뷰할 수 있었으며, 아르헨티나 신생노총(CTA) 마테 야누스(Maite Llanos) 동지와 루이스 캄포스(Luis Campos) 동지는 이메일로 서면 인터뷰하였다. 인터뷰 내용을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 노동계의 반응과 대안, 정치력 영향력 증진이라는 주제별로 정리하였다.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
이탈리아
2008년 말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는 2007년부터 이미 GDP가 하락하기 시작한 이탈리아를 강타하였다. 2008년을 거치며 더욱 심화된 경제위기의 결과 이탈리아의 경제는 2009년 전년대비 5.1%의 위축을 경험한다. 공식통계로는 2007년 2/4분기 6%에 머물던 실업률은 2009년 4/4분기 8.2%까지 치솟았으며, 특히 청소년들과 임시직 노동자들에 대한 영향이 컸다. 2008년과 2009년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세 가지 경기부양책을 도입하고 실업수당의 수혜 범위를 확장하였다. 이탈리아 로시 국제국장은 이러한 조치로는 전혀 충분치 않았다고 말한다.
“(베를루스코니) 중도우파정부의 대응은 미약합니다. 이탈리아의 실업률은 [실제로는] 12%를 향해가고 있고 비공식 노동이 많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불안정노동자가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사회보장과 실업수당 제도의 부담도 클뿐더러, 실업자에 대한 사회적 보장조치가 끝나는 내년이 되면 상황은 더 크게 악화될 것입니다.”
로시 국제국장은 이어 긴축정책이 공공부문의 일자리와 노동조건에 미친 악영향에 대해 설명하였다.
“정부는 [2013년까지] 30만 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삭감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정부기관에 고용되어 있거나, 교육부문에 종사하는 상당수 임시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겠지요. 정부 소속 노동자들은 단협을 갱신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임금도 동결되었습니다.”
이탈리아 은행 부문의 차입 구조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독일이나 영국 정부에 비하면 이탈리아 정부에게 여유가 있었으며, 상당한 국가부채에도 불구, 그리스나 스페인의 재정위기 상황보다는 그 심각성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로시 국제국장은 이탈리아 정부는 이러한 사실에 자부심만 느끼고 있을 게 아니라 국가부채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보건, 연금, 교육, 사회보장 축소 없는 경제 성장”을 가능케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아르헨티나
세계 금융경제 위기가 강타한 곳은 서구였지만, 중남미 역시 무역, 외국인직접투자, 송금 축소로 영향을 받았다. 아르헨티나는 2008년 4/4분기와 2009년 1/4분기에 실질 GDP 하락을 겪었고, 실업률은 동기간 7.4%에서 8.4%로 소폭 상승하였다. 그렇지만 아르헨티나는 정부의 일자리 유지 대책과 포괄적 경기부양책, 연금제도의 재사회화(1994년 사유화) 등을 통해 위기에 대처하였다.
야누스와 캄포스는 아르헨티나의 페론주의자인 페르난데스 정부의 위기대응 정책을 대체로 긍정하는 입장이었다.
“가장 중요한 대책 가운데 하나는 위기 상황 기업의 임금지급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집행한 것입니다. 정부는 국내산업을 수입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환율도 높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르헨티나 정부는 보편소득 프로그램을 시행하였습니다. 그중에 특기할 만한 것으로는 보편적 아동수당(AUH) 프로그램을 들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공식적 사회보장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부모 슬하에 있는 350만에 달하는 아이들에게 한 달 180페소(약 5만 원)를 지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또 정상 수급요건이 미달하는 노령층에게 연금지급을 확대한 것도 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야누스와 캄포스는 이러한 조치를 정부의 공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사회단체와 노조가 지난 수년간 요구해온 것입니다. CTA의 입장에서는 이 조치들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편적 아동수당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이 조치들이 위기 대응에 매우 효과적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남아공
세계 경제에 깊숙이 편입된 남아공은 경제위기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경기후퇴를 겪었으며, 이미 어려운 고용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실질 GDP 성장률은 2008년 4/4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2009년 1/4분기에는 거의 -8%를 기록하였다. 동기간 실업률은 21.9%에서 24.3%로 상승하였다. 실망 실업자까지 고려한다면 2009년 4/4분기 실업률은 훨씬 더 높은 31.2%로 추산할 수 있다. 정부대응은 노사정 3자 협상의 결과물인 핵심 산업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과 공공 일자리 프로그램을 비롯한 대규모 공공투자였다.
이러한 조치들이 없었다면 위기의 영향이 더 심각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하메스와 뭄비사 두 수석부위원장은 이 조치들이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말하였다.
“[2009년에] 백만 개의 일자리가 날아갔습니다. [구제금융 조치가 없었더라면] 광업과 자동차 부분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직물 분야 일자리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공장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수많은 노동자가 정리해고 당했습니다. COSATU는 여러 제안을 하였지만 [노사정 협상에서] 자본가들이 거부하였습니다. 가진 자들은 현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정부가 생각을 고쳐먹고 한 걸음 더 노동자의 편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비공식 부문
공식 부문 경제에 만연한 실업 때문에 많은 남아공인은 노점상이나 시장상인, 넝마주이 등 비공식 경제에 종사함으로써 생계를 꾸려나간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 침체 때문에 공식 부문과 마찬가지로 비공식 부분의 일자리도 감소하였다. 비공식 부문 고용은 2008년 2/4분기 기준 총고용의 17% 수준에서 2009년 3/4분기 15.5%로 하락하였다. 비공식 부문 실업자와 노동자 모두 상당 부분 정부의 구제 정책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다. StreetNet의 팻 혼 국제 코디네이터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전 세계 비공식 부문 노동자들이 이러한 상황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 노동자들이 위기로부터 완충지대에 있다는 생각은 신화에 불과합니다. 반대로 비공식 부문 노동자, 특히 여성은 세계 경제 피라미드의 최하층을 이루고 있고, 이들에 대한 보호조치도 공식 부문 노동자들보다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비공식 부문 기업과 노동자들은 경제위기 시 충격을 완화할 장치도 없고 다만 일을 계속해야만 할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가난이 심화되면서 실업의 문제도 부차화됩니다. 차상위 계층이 더 가난해질 뿐이니까요.
노동관련 입법에서 [비공식 부문 노동자들이] 고려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들은 노동자나 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적대적 대접만 받게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예를 들어 위기상황에서 아프리카의] 지자체들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노점상이 일하는] 공공부지를 매각합니다. 지방정부는 정부의 위기경감 대책에 함께 하지 않고 손 놓는 일도 있습니다.
팻 혼 코디네이터는 이러한 상황은 최근 위기에 의해 악화된 측면도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비공식 부문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어려움의 연장선에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항상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노점상은 경제주체로 여겨진 적이 없어요.” 팻 혼 코디네이터는 이번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아프리카 지역의 일반적 반응은 “위기는 무슨 위기? 좋았던 적이 아예 없었는데…”였다며 현지 반응을 전했다.
노동계의 대응과 대안
남아공
COSATU 대표자들은 현재의 위기가 과거로부터 극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동의하였다.
“이번 세계 금융위기는 남아공 노동자에게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남아공은 이번 위기 이전에도 이미 경기 침체를 겪고 있었습니다. 남아공이 민주화되기 이전부터 노동자들은 위기를 겪어온 것입니다. 1996년 성장·고용·재분배 전략(GEAR)이 도입은 이러한 위기에 일조하였습니다. 이 전략의 시행 결과 몇 개 부분의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경제성장은 겨우 3% 남짓이었습니다만, 그마저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약속했던 재분배는 없었고, 있는 사람들 재산만 불릴 뿐이었지요.”
성장·고용·재분배 전략은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정부가 추진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1996년 ANC 정부가 COSATU와 남아공 공산당(SACP)과의 3자 동맹에도 불구, 일방적으로 채택한 정책이다. 이 정책의 골자는 재정 적자 감소를 비롯하여 인플레이션 목표제, 세금 감면, 사유화, 무역 자유화, 외자유치, 수출주도 성장 등이다. COSATU는 남아공의 경기침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성장·고용·재분배 전략을 폐기하고 새로운 경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를 위해 COSATU는 ‘완전고용 성장경로’라는 새로운 경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완전고용 성장경로 전략은 다음의 6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아파르트헤이트 시기 및 뒤이은 16년간의 민주화 기간 발생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부의 재분배 2) 금융자본에 대한 통제와 산업발전 및 재분배 지원을 위한 통화정책 3) 인프라 발전, 신용 제공, 기술지원, 기술발전 및 훈련을 통한 지역 산업 육성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4) 공기업과 협동조합을 비롯한 집단적 형태의 소유권 보장 5) 기술 이전 및 경제 개발 정책 조율을 통한 지역 개발 6) 환경파괴, 생물 다양성 악영향, 토양 유실, 사막화, 온실가스 방출, 지표 및 지하수 오염 등에 대한 제한을 통한 환경적 지속 가능성 창출 등이 그것이다.
최근 몇 년간 COSATU와 ANC와의 관계가 경색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COSATU는 여전히 남아공 정부가 이러한 제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COSATU의 두 대표자는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시 ANC 정부가 도입하여 제도화된 사회적 대화 기구를 노동자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장으로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우리는 ANC와 동맹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 정부가 새 경제 계획을 시행하도록 강제할 것입니다. 우리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적어도 우리의 견해를 표출하고 다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남아공에는] 사회적 대화를 위한 기구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기구를 없앤다면 문호를 닫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합의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파업을 조직할 것입니다. 이미 공공부문, 자동차, 광업 부문에서 파업이 일어났습니다.”
두 대표자는 5개년으로 계획된 완전고용 성장경로 전략이 불평등과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COSATU의 궁극적 목표가 이것에 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역시 강조하였다.
“[완전고용 성장경로는] 사회주의로 가는 길이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지금의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약화시키는 것일 뿐이지요.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이탈리아
CGIL은 대규모 대중집회를 통해 위기대응에 실패한 이탈리아 정부를 비판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CGIL의 로시 국제국장은 범유럽적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로시 국장은 또한 장기적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럽차원의 경제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하였다.
“유럽노총(ETUC)을 비롯한 유럽 전역의 다른 노동조합과 연계하여 지금껏 수많은 집회와 총파업을 벌여왔습니다. 10월 16일 금속 노동자들이 대규모 집회를 벌였습니다. 총연맹 차원에서 다른 노조들과 함께 11월 27일 또 한 번 대규모 집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 집회를 통해 일자리와 사회정의를 요구할 생각입니다. 유럽 차원의 투쟁이 더 필요합니다. 지금까진 ‘모두가 자국만을 위했을 뿐’입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간다면, 세계적 차원에서 승리란 요원한 일이 되겠지요. 유럽 차원에서 경제정책을 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CGIL은 유럽 차원의 인프라, 교육, 훈련에 관한 경제적·정치적 정책을 요구하는 ETUC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유럽 차원의 단협이 필요하며 공통의 재정정책과 노동정책을 펼쳐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사회모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지 시스템을 방어하고 유럽적 차원에서 재형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로시 국장의 언급은 ‘사회적 유럽’을 상기시켰는데, ‘사회적 유럽’이란 ‘유럽적 자본주의 사회 모델’의 우월성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파생되어 “유럽 시장의 긴밀한 통합 때문에 더 이상 국가적 수준만으로는 불가능해진 사회적 규제 및 보호를 더 높은 차원에서 재건할 것을 요구”하는 흐름이다. 사회적 유럽 담론은 유럽 통합의 불가피성과 필연성을 전제로 하며, 노동조합을 운동의 주체로서뿐만 아니라 사회적 대화의 적극적 파트너로 파악한다. 이는 비단 유럽의 노동조합뿐 아니라, 유럽 각국 정부 및 유럽 차원 기구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수용된 개념이다. 로시 국장의 언급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바, ETUC와 가입조직은 사회적 유럽 담론에 기반을 두고 자신의 요구를 주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르헨티나
남아공과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의 노동자들도 노사정 협의뿐만 아니라 파업과 시위를 통해 위기에 대응해 왔다.
“아르헨티나에 최악의 위기는 2008년 10월부터 2009년 6월까지였습니다. 이 동안 대부분 노동쟁의는 위기로 말미암은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직위해제, 대규모 해고, 임금체불, 직장폐쇄 등이 그것이지요. 우리 자료를 보면 2009년 노동쟁의의 55%가 위기로 인해 발생하였습니다. CTA는 2009년 4월 22일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였습니다. 또한 위기의 비용의 노동자 전가를 반대하는 정책도 추진하였습니다. CTA와 다른 노동운동 단체들은 3자 기구에 참여하여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하여, 사회보장제도를 공식부문 노동자뿐 아니라 모든 노동하는 민중을 대상으로 확대할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CTA의 비공식 부문 노동자에 대한 관심은 단지 립서비스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40%가 넘는 아르헨티나의 노동인구가 비공식 부문에 종사하고 있고, CTA는 노동운동 강화를 위해 이들을 조직하는 일이 필수적임을 인식하고 있다.
“[CTA는] 실업자, 특수고용자, 농민, 원주민 등을 조직하고 있으며, 오로지 고용주만이 CTA에 가입할 수 없습니다. CTA에게 있어 모든 부문의 노동자들에 대한 대표성을 획득한다는 것은 최우선 과제 중 하나입니다.”
비공식 부문
CTA는 StreetNet과 비공식적 관계를 맺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CTA는 StreetNet의 가맹조직과 유사한 논의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어떻게 자가고용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시킬 것이며, 이들의 힘을 어떻게 정치적 세력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등이 그것이다. 이 중 ‘사회연대 경제’에 관한 논의가 점점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적이고 수평적 구조를 갖추고 자가고용/비공식 부문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운영되는 집단적 경제 행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그 주된 목적은 이윤의 극대화가 아니다. CTA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이러한 아르헨티나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경제형태는 지난 100년 이상 존재해왔다.
StreetNet은 2010년 8월에 열린 3차 세계총회에서 사회연대경제 촉진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이 결의안에는 노점상과 기타 자가고용 노동자들의 활동이 사회적 책임, 기업가정신, 연대의 원리와 가치로 운영되는 “새로운 경제부문(사회연대경제)의 형성으로 귀결됐으며, 이는 민주주의와 경제적 시민권의 발달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인간이 자본보다 중시되는 지속가능한 경제 모델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 결의안은 StreetNet의 가맹조직들이 정부를 압박하여 사회연대경제와 그 구성원을 지원하여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고, 새로운 기업문화를 창출하며, 경제활동을 지역적 필요와 연계시킬 수 있도록 촉구하고 있다. 팻 혼 코디네이터는 사회연대경제의 촉진이야말로 노점상과 기타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이 직면한 ‘항상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StreetNet이 제시하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우리에게 가장 긍정적인 비전입니다. [이 결의안은] 공식 입장으로서, 새로운 정치-경제적 비전의 시발입니다. 일종의 사회주의적 비전이지요. [이러한 비전을 통해서] 우리는 단순히 방어적인 투쟁에서 한 발 더 나갈 수 있습니다.”
정치력 영향력 강화
노동자운동연구소가 인터뷰한 모든 노조 대표들은 노동자의 제안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자의 단결과 정치적 영향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탈리아
로시 국장은 정치적 영향력 강화를 위해선 CGIL과 다른 두 노총, 즉 기독교계 CISL과 사민주의계열의 UIL 사이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중도우파 정부는 3대 노총 사이의 관계를 경색시키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다른 두 노총은 정부에 조금 더 협력적입니다. 노총들과 정부는 우리로서는 도저히 못 받아들일 합의를 맺었습니다.”
로시 국장은 CGIL 내부의 정치적 견해 차이가 단결의 장벽이 된다는 언급도 하였다.
“[이탈리아에는] 새로운 정당이 생겼습니다. 니키 벤돌라(Niki Vendola)가 속한 SEL(좌파·생태·자유)이 그것인데요, 여기에 공산당과 민주당도 있습니다. CGIL은 이 모든 정당과 관계가 있지요. [다른 두 정당 소속도 있지만] 노조의 고위 간부 중 상당수가 SEL 소속입니다. 그렇지만 노조 간부와 평조합원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건 큰 문제입니다. 단결이 전제되지 않으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로시 국장은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 수준에서 단결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남아공
COSATU 의 대표자들은 ANC가 신성장경로 전략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하는 데 있어 사회운동과 시민사회세력과의 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완전고용 성장경로 전략은 남아공에서 널리 반향이 있습니다. 시민사회와 함께 이를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를 조직했으며, 앞으로 함께 캠페인을 벌여나갈 것입니다.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선 시민사회를 동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COSATU의 대표자들은 ANC와 남아공 공산당과의 동맹 또한 강조하였지만,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서만 ANC가 올바른 목표를 추구하도록 강제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ANC 안에는 노동자, 시민운동 세력, 자본가, 민족주의자, 공산주의자 등 제반 세력이 투쟁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ANC의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합니다. 돈이 있는 이들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묻어버리길 원합니다. 민중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실질적인 동맹이 필요합니다.”
아르헨티나
CTA 역시 노동운동과 시민사회단체 간의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CTA는 이를 원칙으로 확립하고 조직 구조 속에 반영하여 부문 간 장벽을 뛰어넘는 노동자의 단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CTA에는 개별 노동자의 직접 가입 이외에도 다양한 가입형태가 있다.
“CTA에는 사회운동, 그러니까 실업자 단체, 농민단체 등이 가입할 수 있습니다. 이 단체들의 대표자가 CTA의 집행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CTA는 인권단체, 군사독재 청산 법정활동, 성차별에 반대하는 입법을 위한 여성단체, 거대 곡물기업로부터 보호를 위한 규제를 청원하는 농민 단체 등 대부분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CTA는 이러한 활동들이 정치적 영향력 확산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체들은 위기 시 전략적 동맹입니다. 민중들의 영향력 증진은 CTA의 근본적 변화와 지속가능하고, 배타적이지 않고, 평등하고, 공정한 개발 모델을 쟁취하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입니다.”
비공식 부문
CTA 대표자와 마찬가지로 팻 혼 코디네이터 역시 공식-비공식 부문 노동자 간 연대와 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StreetNet은] 노조와 비공식 부문 노동자 조직이 함께 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증진시킬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연대와 공동행동을 촉구하는 것이지요. 저는 이를 확신하고 있습니다. 노조가 고용된 노동자만을 조직해서는 노동인구를 완전히 대변하기란 요원해질 것입니다.”
아직은 대부분 노조가 비공식 부문 노동자들의 이해에 무관심한 편이긴 하지만, 팻 혼 코디네이터는 이 분야에서 StreetNet의 성과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StreetNet은 남반구 노조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중남미 지역의 CUT나, 민주노총, COSATU가 그 예이지요. 콜롬비아 CUT는 노점상 조직을 새로 출범시켰습니다. StreetNet은 현재 COSATU와 [비공식부문 노동자 조직의] 전국동맹을 건설하기 위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결론
COSATU와 CTA, CGIL, StreetNet 활동가와의 대화를 통해 이들 노동자 조직의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과 그 대응방향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눈앞에 닥친 위기에 대한 방어적 대응이 아닌, 장기적인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향한 역량 증진에 방점을 찍고 있는 노동운동의 흐름이 있다는 것이다. CGIL의 범유럽 연대와 “사회적 유럽” 추구, COASTU의 완전고용 성장경로 전략, CTA의 혁신적인 부문을 초월한 조직화, StreetNet의 사회연대경제와 공식-비공식 부문 간 연대를 호소하는 결의문 등에서 사회 변화를 위한 비전과 국제 노동운동의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확인한 각국 노동운동의 전략에는 많은 쟁점이 포함되어 있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계급적 통일성 증진과 국제 연대를 위한 새로운 틀을 모색하면서 주요국 노동조합의 전략과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적 평가를 수행할 것이다.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
이탈리아
2008년 말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는 2007년부터 이미 GDP가 하락하기 시작한 이탈리아를 강타하였다. 2008년을 거치며 더욱 심화된 경제위기의 결과 이탈리아의 경제는 2009년 전년대비 5.1%의 위축을 경험한다. 공식통계로는 2007년 2/4분기 6%에 머물던 실업률은 2009년 4/4분기 8.2%까지 치솟았으며, 특히 청소년들과 임시직 노동자들에 대한 영향이 컸다. 2008년과 2009년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세 가지 경기부양책을 도입하고 실업수당의 수혜 범위를 확장하였다. 이탈리아 로시 국제국장은 이러한 조치로는 전혀 충분치 않았다고 말한다.
“(베를루스코니) 중도우파정부의 대응은 미약합니다. 이탈리아의 실업률은 [실제로는] 12%를 향해가고 있고 비공식 노동이 많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불안정노동자가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사회보장과 실업수당 제도의 부담도 클뿐더러, 실업자에 대한 사회적 보장조치가 끝나는 내년이 되면 상황은 더 크게 악화될 것입니다.”
로시 국제국장은 이어 긴축정책이 공공부문의 일자리와 노동조건에 미친 악영향에 대해 설명하였다.
“정부는 [2013년까지] 30만 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삭감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정부기관에 고용되어 있거나, 교육부문에 종사하는 상당수 임시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겠지요. 정부 소속 노동자들은 단협을 갱신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임금도 동결되었습니다.”
이탈리아 은행 부문의 차입 구조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독일이나 영국 정부에 비하면 이탈리아 정부에게 여유가 있었으며, 상당한 국가부채에도 불구, 그리스나 스페인의 재정위기 상황보다는 그 심각성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로시 국제국장은 이탈리아 정부는 이러한 사실에 자부심만 느끼고 있을 게 아니라 국가부채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보건, 연금, 교육, 사회보장 축소 없는 경제 성장”을 가능케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아르헨티나
세계 금융경제 위기가 강타한 곳은 서구였지만, 중남미 역시 무역, 외국인직접투자, 송금 축소로 영향을 받았다. 아르헨티나는 2008년 4/4분기와 2009년 1/4분기에 실질 GDP 하락을 겪었고, 실업률은 동기간 7.4%에서 8.4%로 소폭 상승하였다. 그렇지만 아르헨티나는 정부의 일자리 유지 대책과 포괄적 경기부양책, 연금제도의 재사회화(1994년 사유화) 등을 통해 위기에 대처하였다.
야누스와 캄포스는 아르헨티나의 페론주의자인 페르난데스 정부의 위기대응 정책을 대체로 긍정하는 입장이었다.
“가장 중요한 대책 가운데 하나는 위기 상황 기업의 임금지급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집행한 것입니다. 정부는 국내산업을 수입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환율도 높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르헨티나 정부는 보편소득 프로그램을 시행하였습니다. 그중에 특기할 만한 것으로는 보편적 아동수당(AUH) 프로그램을 들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공식적 사회보장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부모 슬하에 있는 350만에 달하는 아이들에게 한 달 180페소(약 5만 원)를 지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또 정상 수급요건이 미달하는 노령층에게 연금지급을 확대한 것도 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야누스와 캄포스는 이러한 조치를 정부의 공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사회단체와 노조가 지난 수년간 요구해온 것입니다. CTA의 입장에서는 이 조치들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편적 아동수당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이 조치들이 위기 대응에 매우 효과적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남아공
세계 경제에 깊숙이 편입된 남아공은 경제위기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경기후퇴를 겪었으며, 이미 어려운 고용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실질 GDP 성장률은 2008년 4/4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2009년 1/4분기에는 거의 -8%를 기록하였다. 동기간 실업률은 21.9%에서 24.3%로 상승하였다. 실망 실업자까지 고려한다면 2009년 4/4분기 실업률은 훨씬 더 높은 31.2%로 추산할 수 있다. 정부대응은 노사정 3자 협상의 결과물인 핵심 산업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과 공공 일자리 프로그램을 비롯한 대규모 공공투자였다.
이러한 조치들이 없었다면 위기의 영향이 더 심각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하메스와 뭄비사 두 수석부위원장은 이 조치들이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말하였다.
“[2009년에] 백만 개의 일자리가 날아갔습니다. [구제금융 조치가 없었더라면] 광업과 자동차 부분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직물 분야 일자리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공장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수많은 노동자가 정리해고 당했습니다. COSATU는 여러 제안을 하였지만 [노사정 협상에서] 자본가들이 거부하였습니다. 가진 자들은 현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정부가 생각을 고쳐먹고 한 걸음 더 노동자의 편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비공식 부문
공식 부문 경제에 만연한 실업 때문에 많은 남아공인은 노점상이나 시장상인, 넝마주이 등 비공식 경제에 종사함으로써 생계를 꾸려나간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 침체 때문에 공식 부문과 마찬가지로 비공식 부분의 일자리도 감소하였다. 비공식 부문 고용은 2008년 2/4분기 기준 총고용의 17% 수준에서 2009년 3/4분기 15.5%로 하락하였다. 비공식 부문 실업자와 노동자 모두 상당 부분 정부의 구제 정책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다. StreetNet의 팻 혼 국제 코디네이터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전 세계 비공식 부문 노동자들이 이러한 상황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 노동자들이 위기로부터 완충지대에 있다는 생각은 신화에 불과합니다. 반대로 비공식 부문 노동자, 특히 여성은 세계 경제 피라미드의 최하층을 이루고 있고, 이들에 대한 보호조치도 공식 부문 노동자들보다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비공식 부문 기업과 노동자들은 경제위기 시 충격을 완화할 장치도 없고 다만 일을 계속해야만 할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가난이 심화되면서 실업의 문제도 부차화됩니다. 차상위 계층이 더 가난해질 뿐이니까요.
노동관련 입법에서 [비공식 부문 노동자들이] 고려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들은 노동자나 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적대적 대접만 받게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예를 들어 위기상황에서 아프리카의] 지자체들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노점상이 일하는] 공공부지를 매각합니다. 지방정부는 정부의 위기경감 대책에 함께 하지 않고 손 놓는 일도 있습니다.
팻 혼 코디네이터는 이러한 상황은 최근 위기에 의해 악화된 측면도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비공식 부문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어려움의 연장선에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항상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노점상은 경제주체로 여겨진 적이 없어요.” 팻 혼 코디네이터는 이번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아프리카 지역의 일반적 반응은 “위기는 무슨 위기? 좋았던 적이 아예 없었는데…”였다며 현지 반응을 전했다.
노동계의 대응과 대안
남아공
COSATU 대표자들은 현재의 위기가 과거로부터 극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동의하였다.
“이번 세계 금융위기는 남아공 노동자에게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남아공은 이번 위기 이전에도 이미 경기 침체를 겪고 있었습니다. 남아공이 민주화되기 이전부터 노동자들은 위기를 겪어온 것입니다. 1996년 성장·고용·재분배 전략(GEAR)이 도입은 이러한 위기에 일조하였습니다. 이 전략의 시행 결과 몇 개 부분의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경제성장은 겨우 3% 남짓이었습니다만, 그마저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약속했던 재분배는 없었고, 있는 사람들 재산만 불릴 뿐이었지요.”
성장·고용·재분배 전략은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정부가 추진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1996년 ANC 정부가 COSATU와 남아공 공산당(SACP)과의 3자 동맹에도 불구, 일방적으로 채택한 정책이다. 이 정책의 골자는 재정 적자 감소를 비롯하여 인플레이션 목표제, 세금 감면, 사유화, 무역 자유화, 외자유치, 수출주도 성장 등이다. COSATU는 남아공의 경기침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성장·고용·재분배 전략을 폐기하고 새로운 경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를 위해 COSATU는 ‘완전고용 성장경로’라는 새로운 경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완전고용 성장경로 전략은 다음의 6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아파르트헤이트 시기 및 뒤이은 16년간의 민주화 기간 발생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부의 재분배 2) 금융자본에 대한 통제와 산업발전 및 재분배 지원을 위한 통화정책 3) 인프라 발전, 신용 제공, 기술지원, 기술발전 및 훈련을 통한 지역 산업 육성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4) 공기업과 협동조합을 비롯한 집단적 형태의 소유권 보장 5) 기술 이전 및 경제 개발 정책 조율을 통한 지역 개발 6) 환경파괴, 생물 다양성 악영향, 토양 유실, 사막화, 온실가스 방출, 지표 및 지하수 오염 등에 대한 제한을 통한 환경적 지속 가능성 창출 등이 그것이다.
최근 몇 년간 COSATU와 ANC와의 관계가 경색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COSATU는 여전히 남아공 정부가 이러한 제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COSATU의 두 대표자는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시 ANC 정부가 도입하여 제도화된 사회적 대화 기구를 노동자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장으로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우리는 ANC와 동맹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 정부가 새 경제 계획을 시행하도록 강제할 것입니다. 우리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적어도 우리의 견해를 표출하고 다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남아공에는] 사회적 대화를 위한 기구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기구를 없앤다면 문호를 닫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합의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파업을 조직할 것입니다. 이미 공공부문, 자동차, 광업 부문에서 파업이 일어났습니다.”
두 대표자는 5개년으로 계획된 완전고용 성장경로 전략이 불평등과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COSATU의 궁극적 목표가 이것에 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역시 강조하였다.
“[완전고용 성장경로는] 사회주의로 가는 길이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지금의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약화시키는 것일 뿐이지요.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이탈리아
CGIL은 대규모 대중집회를 통해 위기대응에 실패한 이탈리아 정부를 비판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CGIL의 로시 국제국장은 범유럽적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로시 국장은 또한 장기적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럽차원의 경제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하였다.
“유럽노총(ETUC)을 비롯한 유럽 전역의 다른 노동조합과 연계하여 지금껏 수많은 집회와 총파업을 벌여왔습니다. 10월 16일 금속 노동자들이 대규모 집회를 벌였습니다. 총연맹 차원에서 다른 노조들과 함께 11월 27일 또 한 번 대규모 집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 집회를 통해 일자리와 사회정의를 요구할 생각입니다. 유럽 차원의 투쟁이 더 필요합니다. 지금까진 ‘모두가 자국만을 위했을 뿐’입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간다면, 세계적 차원에서 승리란 요원한 일이 되겠지요. 유럽 차원에서 경제정책을 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CGIL은 유럽 차원의 인프라, 교육, 훈련에 관한 경제적·정치적 정책을 요구하는 ETUC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유럽 차원의 단협이 필요하며 공통의 재정정책과 노동정책을 펼쳐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사회모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지 시스템을 방어하고 유럽적 차원에서 재형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로시 국장의 언급은 ‘사회적 유럽’을 상기시켰는데, ‘사회적 유럽’이란 ‘유럽적 자본주의 사회 모델’의 우월성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파생되어 “유럽 시장의 긴밀한 통합 때문에 더 이상 국가적 수준만으로는 불가능해진 사회적 규제 및 보호를 더 높은 차원에서 재건할 것을 요구”하는 흐름이다. 사회적 유럽 담론은 유럽 통합의 불가피성과 필연성을 전제로 하며, 노동조합을 운동의 주체로서뿐만 아니라 사회적 대화의 적극적 파트너로 파악한다. 이는 비단 유럽의 노동조합뿐 아니라, 유럽 각국 정부 및 유럽 차원 기구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수용된 개념이다. 로시 국장의 언급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바, ETUC와 가입조직은 사회적 유럽 담론에 기반을 두고 자신의 요구를 주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르헨티나
남아공과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의 노동자들도 노사정 협의뿐만 아니라 파업과 시위를 통해 위기에 대응해 왔다.
“아르헨티나에 최악의 위기는 2008년 10월부터 2009년 6월까지였습니다. 이 동안 대부분 노동쟁의는 위기로 말미암은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직위해제, 대규모 해고, 임금체불, 직장폐쇄 등이 그것이지요. 우리 자료를 보면 2009년 노동쟁의의 55%가 위기로 인해 발생하였습니다. CTA는 2009년 4월 22일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였습니다. 또한 위기의 비용의 노동자 전가를 반대하는 정책도 추진하였습니다. CTA와 다른 노동운동 단체들은 3자 기구에 참여하여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하여, 사회보장제도를 공식부문 노동자뿐 아니라 모든 노동하는 민중을 대상으로 확대할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CTA의 비공식 부문 노동자에 대한 관심은 단지 립서비스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40%가 넘는 아르헨티나의 노동인구가 비공식 부문에 종사하고 있고, CTA는 노동운동 강화를 위해 이들을 조직하는 일이 필수적임을 인식하고 있다.
“[CTA는] 실업자, 특수고용자, 농민, 원주민 등을 조직하고 있으며, 오로지 고용주만이 CTA에 가입할 수 없습니다. CTA에게 있어 모든 부문의 노동자들에 대한 대표성을 획득한다는 것은 최우선 과제 중 하나입니다.”
비공식 부문
CTA는 StreetNet과 비공식적 관계를 맺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CTA는 StreetNet의 가맹조직과 유사한 논의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어떻게 자가고용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시킬 것이며, 이들의 힘을 어떻게 정치적 세력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등이 그것이다. 이 중 ‘사회연대 경제’에 관한 논의가 점점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적이고 수평적 구조를 갖추고 자가고용/비공식 부문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운영되는 집단적 경제 행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그 주된 목적은 이윤의 극대화가 아니다. CTA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이러한 아르헨티나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경제형태는 지난 100년 이상 존재해왔다.
StreetNet은 2010년 8월에 열린 3차 세계총회에서 사회연대경제 촉진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이 결의안에는 노점상과 기타 자가고용 노동자들의 활동이 사회적 책임, 기업가정신, 연대의 원리와 가치로 운영되는 “새로운 경제부문(사회연대경제)의 형성으로 귀결됐으며, 이는 민주주의와 경제적 시민권의 발달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인간이 자본보다 중시되는 지속가능한 경제 모델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 결의안은 StreetNet의 가맹조직들이 정부를 압박하여 사회연대경제와 그 구성원을 지원하여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고, 새로운 기업문화를 창출하며, 경제활동을 지역적 필요와 연계시킬 수 있도록 촉구하고 있다. 팻 혼 코디네이터는 사회연대경제의 촉진이야말로 노점상과 기타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이 직면한 ‘항상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StreetNet이 제시하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우리에게 가장 긍정적인 비전입니다. [이 결의안은] 공식 입장으로서, 새로운 정치-경제적 비전의 시발입니다. 일종의 사회주의적 비전이지요. [이러한 비전을 통해서] 우리는 단순히 방어적인 투쟁에서 한 발 더 나갈 수 있습니다.”
정치력 영향력 강화
노동자운동연구소가 인터뷰한 모든 노조 대표들은 노동자의 제안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자의 단결과 정치적 영향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탈리아
로시 국장은 정치적 영향력 강화를 위해선 CGIL과 다른 두 노총, 즉 기독교계 CISL과 사민주의계열의 UIL 사이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중도우파 정부는 3대 노총 사이의 관계를 경색시키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다른 두 노총은 정부에 조금 더 협력적입니다. 노총들과 정부는 우리로서는 도저히 못 받아들일 합의를 맺었습니다.”
로시 국장은 CGIL 내부의 정치적 견해 차이가 단결의 장벽이 된다는 언급도 하였다.
“[이탈리아에는] 새로운 정당이 생겼습니다. 니키 벤돌라(Niki Vendola)가 속한 SEL(좌파·생태·자유)이 그것인데요, 여기에 공산당과 민주당도 있습니다. CGIL은 이 모든 정당과 관계가 있지요. [다른 두 정당 소속도 있지만] 노조의 고위 간부 중 상당수가 SEL 소속입니다. 그렇지만 노조 간부와 평조합원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건 큰 문제입니다. 단결이 전제되지 않으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로시 국장은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 수준에서 단결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남아공
COSATU 의 대표자들은 ANC가 신성장경로 전략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하는 데 있어 사회운동과 시민사회세력과의 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완전고용 성장경로 전략은 남아공에서 널리 반향이 있습니다. 시민사회와 함께 이를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를 조직했으며, 앞으로 함께 캠페인을 벌여나갈 것입니다.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선 시민사회를 동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COSATU의 대표자들은 ANC와 남아공 공산당과의 동맹 또한 강조하였지만,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서만 ANC가 올바른 목표를 추구하도록 강제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ANC 안에는 노동자, 시민운동 세력, 자본가, 민족주의자, 공산주의자 등 제반 세력이 투쟁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ANC의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합니다. 돈이 있는 이들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묻어버리길 원합니다. 민중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실질적인 동맹이 필요합니다.”
아르헨티나
CTA 역시 노동운동과 시민사회단체 간의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CTA는 이를 원칙으로 확립하고 조직 구조 속에 반영하여 부문 간 장벽을 뛰어넘는 노동자의 단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CTA에는 개별 노동자의 직접 가입 이외에도 다양한 가입형태가 있다.
“CTA에는 사회운동, 그러니까 실업자 단체, 농민단체 등이 가입할 수 있습니다. 이 단체들의 대표자가 CTA의 집행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CTA는 인권단체, 군사독재 청산 법정활동, 성차별에 반대하는 입법을 위한 여성단체, 거대 곡물기업로부터 보호를 위한 규제를 청원하는 농민 단체 등 대부분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CTA는 이러한 활동들이 정치적 영향력 확산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체들은 위기 시 전략적 동맹입니다. 민중들의 영향력 증진은 CTA의 근본적 변화와 지속가능하고, 배타적이지 않고, 평등하고, 공정한 개발 모델을 쟁취하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입니다.”
비공식 부문
CTA 대표자와 마찬가지로 팻 혼 코디네이터 역시 공식-비공식 부문 노동자 간 연대와 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StreetNet은] 노조와 비공식 부문 노동자 조직이 함께 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증진시킬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연대와 공동행동을 촉구하는 것이지요. 저는 이를 확신하고 있습니다. 노조가 고용된 노동자만을 조직해서는 노동인구를 완전히 대변하기란 요원해질 것입니다.”
아직은 대부분 노조가 비공식 부문 노동자들의 이해에 무관심한 편이긴 하지만, 팻 혼 코디네이터는 이 분야에서 StreetNet의 성과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StreetNet은 남반구 노조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중남미 지역의 CUT나, 민주노총, COSATU가 그 예이지요. 콜롬비아 CUT는 노점상 조직을 새로 출범시켰습니다. StreetNet은 현재 COSATU와 [비공식부문 노동자 조직의] 전국동맹을 건설하기 위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결론
COSATU와 CTA, CGIL, StreetNet 활동가와의 대화를 통해 이들 노동자 조직의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과 그 대응방향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눈앞에 닥친 위기에 대한 방어적 대응이 아닌, 장기적인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향한 역량 증진에 방점을 찍고 있는 노동운동의 흐름이 있다는 것이다. CGIL의 범유럽 연대와 “사회적 유럽” 추구, COASTU의 완전고용 성장경로 전략, CTA의 혁신적인 부문을 초월한 조직화, StreetNet의 사회연대경제와 공식-비공식 부문 간 연대를 호소하는 결의문 등에서 사회 변화를 위한 비전과 국제 노동운동의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확인한 각국 노동운동의 전략에는 많은 쟁점이 포함되어 있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계급적 통일성 증진과 국제 연대를 위한 새로운 틀을 모색하면서 주요국 노동조합의 전략과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적 평가를 수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