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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1.1-2.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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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연대체 건설 논의의 경과와 쟁점

정지영 | 사무처장
2010년 상반기에 민주노총이 제안한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긴 논의 기간이 보여주듯이,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는 그리 순탄치 않았고, 상설연대체가 제대로 건설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엄혹한 정세에 맞서 단결하여 투쟁해야 한다는 당위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단결투쟁의 당위만으로 힘 있게 연대운동이 출발하기란 녹록치 않은 조건들이 존재한다.
우선 지역과 대중조직의 기층이 전국적인 상설연대체 건설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상설연대체를 빠르게 건설하여 위로부터 지역연대체 건설 논의를 강제해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역과 기층이 전국적인 연대운동에 큰 관심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겪고 있는 운동의 어려움 때문이다. 그 어려움은 단순히 상설연대체의 필요성에 대한 당위나 상층의 방침만으로 극복되지 않으며, 따라서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 과정은 지역과 기층의 관심과 요구를 조직하고 모아내는 과정을 동반해야만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는 지난 시기 한국진보연대의 무리한 출범으로 연대운동에 가장 필수적인 상호 존중과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시작했다. 따라서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연대운동의 기풍을 살리는 과정을 동반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거의 일 년에 걸친 상설연대체 논의 과정이 이러한 과제들을 조금씩이나마 풀어왔는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을 하기 어렵다. 상설연대체가 제대로 건설될 것인지를 확신하기 어려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논의가 또다시 갈등과 불신만을 증폭시킨 채 끝을 맺는다면, 연대운동의 필요성에 대한 최소한의 동의지반마저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어떤 목표와 과제, 어떤 그럴듯한 안으로 상설연대체 건설을 합의할 것인가라는 논의를 넘어서, 구체적인 투쟁과 실천으로 대중들로부터 신뢰를 획득하고 상설연대체의 필요성과 존재 의미를 확인받아야 한다.


민주노총의 상설연대체 건설 제안

2010년 상반기 민주노총이 상설연대체 건설을 제안했을 때, 많은 단위들은 민주노총이 이명박 정권의 공세에 맞서 연대운동을 강화하기 위해 상설연대체 추진의 주체적인 역할을 자임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동시에 민주노총이 제안한 상설연대체(준) 구성 초안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었다.
우선 기간 연대운동, 특히 한국진보연대 출범 과정에 대한 평가가 없다는 점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었다. 전선체를 염두에 둔 상설연대체로 전국민중연대를 재편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가입단체의 상당수가 불참 의사를 피력하고 지역단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음에도 한국진보연대 출범이 강행되었다. 그 결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한국진보연대 가입 건으로 수차례 파행으로 치달았고, 그나마 존재하던 지역연대운동도 한국진보연대 가입 문제로 파탄에 이르렀다. 특정 정치세력이 자신이 집행부를 장악한 대중조직을 통해 다른 세력들의 반대를 돌파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무리하게 상설연대체의 재편을 추진한 결과가 대중조직 내부의 갈등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는 단지 일부 단체나 정치세력을 배제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정권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 비상하게 대응해야 할 때 노동자운동과 지역운동을 포함한 전체 운동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키는 심각한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반성적 평가가 꼭 필요하다.
또 다른 쟁점은 민주노총 안이 가진 내용의 문제였다. 민주노총의 초안은 시민운동 및 야당과의 연대를 당연한 듯이 전제했다.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민생민주국민회의나 ‘반MB 연합’과 같이 시민운동과의 연대, 나아가 민주당을 위시한 자유주의 세력과의 공조가 추진되어 왔고, 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상층 연대를 통해 활동공간과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또한 이런 방식의 연대가 민중운동의 주체적 투쟁역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상대화시키고 민중운동 내의 분열을 키워왔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쟁점적인 문제다. 더불어 지역연대운동과의 관계 문제도 쟁점이다. 중앙의 상설연대체 건설을 통해 지역연대체 건설의 지침을 내리고 지역연대운동을 재편하려는 구상은 지역연대운동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어렵다. 중앙의 역할은 전일적인 계통성 확보를 목표로 조직형식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 투쟁전선 형성을 통해 지역연대운동의 동인을 만들고, 각 지역의 연대체 운동이 서로의 경험과 성과를 교류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매개자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또한 조직형식적인 측면에서 현재 연대운동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의사결정 기구를 갖추려 한다는 점, 건설경로에 있어서 여러 단위들과의 충분한 논의 과정을 전제하지 않은 채 시급한 건설일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점이 비판되었다. 이런 여러 가지 쟁점에서 민주노총의 상설연대체(준) 구성 초안은 한국진보연대 출범 당시 추진하려 했던 내용과 조직형식을 답습하고 있으며, 따라서 민주노총이 거듭 실패한 한국진보연대 가입을 성사시키기 위한 우회로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었다.
민주노총의 구상이 무리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던 단위들은 새로운 상설연대체가 민중운동진영의 명실상부한 투쟁의 구심이 되기 위해서는 기간 연대운동을 진지하게 평가하고, 새로운 상설연대체의 내용이 한국진보연대의 그것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운동의 새로운 구심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심도 깊게 토론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공동의 투쟁과 실천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가야 한다고 제기했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 제기는 새로운 상설연대체 건설을 위한 진지한 논의 과제로 다뤄지기보다는 몇몇 단위의 입장으로 처리되었다. 한국진보연대는 자신의 출범 과정을 포함한 기간 연대운동에 대한 어떠한 평가도 밝히지 않았고(비판적인 평가를 무조건 인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쟁점으로 제기되었던 연대의 범위 문제, 지역연대운동과의 관계 문제, 2010년 하반기 G20 반대 투쟁을 포함한 공동투쟁 문제 등은 별도의 토론 과제조차 되지 못했다.
민주노총의 초안이 논의를 통해 변화되는 것도 아니고, 토론 과제를 하나씩 정리해가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논의는 계속 공전되었다. 논의가 진척되지 않자, 민주노총은 내부의 논의 과정을 거쳐서 다시 제안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상반기 내내 진행되었던 논의는 어떤 성과나 진전을 확인하지 못한 채 중단되었다.


확대된 논의, 여전한 쟁점

지난 10월 1일, 민주노총은 ‘상설연대체 건설을 위한 제 단체 대표자 간담회’를 소집했다. 민주노총이 내부 논의를 통해서 수정한 상설연대체 구성안은 상반기 진행되었던 논의를 반영했다기보다는 대의원대회 구조와 같이 논란이 되는 조항을 삭제하고 본조직 출범 일정을 2010년 말로 변경한 것이었다. 게다가 지역이나 현장 단위의 논의를 적극적으로 조직하기 위한 기획은 없이 지역단위까지 동시에 상설연대체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은 여전했다. 새롭게 대표자 간담회를 소집함으로써 논의에 참석하는 단위는 많아졌으나, 상반기부터 제기된 쟁점은 여전히 남았다.
대표자 간담회에서 현 시기 공동투쟁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투쟁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확인되었지만, 상설연대체의 위상, 건설 경로, 시기 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확인되었다. 대표자 간담회의 결정사항에 따라 집행책임자 회의를 구성하고, 10월 19일 상설연대체 건설에 관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한국진보연대 참가 단위들은 단결이 필요한 정세라는 점을 강조하며 민주노총 원안에 찬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대중조직들의 입장을 모았으니 빠르게 상설연대체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모두가 상반기부터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에 결합해 온 단위들이었지만, 상반기에 제기된 쟁점에 대한 입장이나 평가, 현재 연대운동의 조건에 대한 진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진보연대에 참가하지 않는 단위들은 기간 연대운동에 대한 평가를 제출하며, 이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과 불신이 현재 연대운동이 놓여 있는 객관적인 현실임을 제기했다. 이런 현실에서 출발하는 연대운동체는 실천적인 공동투쟁을 중심으로 위상과 목표, 운영원칙을 수립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토론회는 상설연대체 건설을 둘러싼 이견과 쟁점을 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후 집행책임자회의에서 토론회를 통해 확인된 쟁점을 정리하여 하나씩 토론해가는 방식으로 논의가 지속되었다.1) 상설연대체의 위상에 대해서는 느슨하고 낮은 수준의 공동투쟁체로 출발한다는 것이 합의되었다. 느슨한 공동투쟁체의 성격에 맞춰 강령은 두지 않기로 하였으나, 목표와 과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였다.
우선 민주노총이 제출한 목표와 과제 초안에 담고 있는 과제가 ‘느슨한 수준의 공동투쟁체’라는 위상에 비춰 과도하게 전략적 과제들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제기가 있었다. 목표와 과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수록 더욱 높은 수준의 많은 과제들이 계속 추가되어 제 민중의 생존권과 기본권 쟁취라는 과제에서부터 금융자본 몰수, 반독점 민주화, 한반도의 통일 등 한국사회의 변혁 지향들을 총망라한 과제가 제출된 것이다. 과제 자체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현재의 연대운동 수준과 조건에 대한 판단으로부터 낮은 수준의 공동투쟁체라는 위상이 도출된 것에 비추어볼 때, 분명 과도한 측면이 존재한다.
더욱 논란이 되었던 것은 6.15, 10.4 공동선언 이행요구와 보수야당,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대연합 문제다. 6.15, 10.4 공동선언 이행요구는 민중운동 내부의 노선 차이를 집약하는 통일운동을 둘러싼 문제와 깊이 결부되어, 그 자체에 대한 판단과 입장의 차이가 존재한다.2) 또한 공동선언 이행 요구가 민주당을 비롯한 보수야당과의 전략적 연대라는 방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쟁점이 제기되었다.
보수야당 및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대연합 문제는 2012년 권력재편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첨예한 쟁점이 되었다. 느슨한 공동투쟁체가 각 조직, 특히 정당들의 정치방침을 강제할 수 없으므로, 이 문제는 각 단위가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 있었던 반면, 2012년 총대선과 같은 시기에 상설연대체 참가 단위들이 각자의 정치방침에 따라 움직인다면 어렵게 출범한 상설연대체가 무력화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도 제기되었다.
사실 이런 쟁점들은 민중운동 내부의 노선 차이, 현재 정세에 대한 판단 및 그에 따른 전술 차이, 기간 연대운동 과정에서 쌓여온 상호 불신이 집약되어 있는 제기되는 문제들이다. 따라서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논의와 신뢰 형성의 과정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동의 투쟁과 실천을 통한 신뢰 형성

지난 시기 연대운동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쟁점들에 관한 이견이 좁혀지지도 않는 상황에서 상설연대체의 필요성을 대중적으로 확인받고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경로를 찾아야 했다.
노동전선은 11월 23일 집행책임자 회의에 “상설연대체 건설에 대한 입장”이라는 문서를 제출하면서, 공동투쟁의 과제를 중심으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재 쟁점이 되는 문제들은 준비위원회 기간 동안 논의를 거쳐 본조직을 출범하자고 제안했다. ‘쟁점에 대한 합의가 다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라도, 정세와 기층 대중운동이 요구하는 공동투쟁을 방기할 수는 없다, 준비위원회를 2010년 내에 구성하여 공동투쟁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한편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한 논의를 지속시키는 경로를 모색하자, 이런 과정은 현재 연대운동을 둘러싼 상호불신을 실천 투쟁 속에서 해소하면서 현재 이견이 있는 쟁점에 대해서도 신뢰 속에서 논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는 취지였다.
노동전선은 준비위원회가 주요하게 제기해야 할 과제의 기준으로 1) 민중들의 절박한 생존권 요구, 2) 정책적 이데올로기적 요구가 아니라 대중투쟁을 형성할 수 있는 요구, 3) 상설연대체 참가 단위들의 공동투쟁이 가능한 요구를 제시하고, 이에 따라 준비위원회 시기 공동투쟁을 벌일 과제로서 1)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노동기본권 쟁취, 2) 쌀값 보장 등 농민 생존권 쟁취, 3) 노점상, 철거민의 생존권 쟁취, 4) 민중탄압분쇄, 5) 반전평화사수를 제출했다.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 소속 단위들은 노동전선의 입장이 6.15, 10.4 공동선언 이행요구를 삭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우려를 했다. 어렵게 합의해 온 과정을 후퇴시키는 안이며 통일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안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노동전선 및 그 안을 지지하는 단위들은 한반도 평화 통일이나 공동선언 요구가 민중운동 내의 노선 차이를 집약하는 쟁점임은 분명하지만, 공동투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이를 위한 연대체를 건설하자는 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상설연대체 건설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쟁점은 아니며, 향후 논의를 지속하여 합의를 만들어갈 문제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더불어 그 논의 과정에서조차 절박한 공동투쟁을 진행할 과제가 모두에게 있으므로 이를 중심으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입장임을 재차 강조했다.
당위처럼 상설연대체 건설 과정은 투쟁의 과정이어야 한다고 되뇌어지고 있지만, 건설 논의의 무게는 상층에서 세력 간의 합의와 타협을 이루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동자 투쟁과 연평도 사태에 대한 대응을 경과하면서, 상층의 논의로 건설되는 상설연대체가 진정으로 강력한 공동투쟁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회의가 더욱 커졌다. 대중적인 공동투쟁을 중심으로 한 준비위원회 시기를 갖자는 제안은 이런 의문과 회의를 타개하자는 제안이기도 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연평도 사태와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은 제조업에 만연한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하고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공세를 막아내는 전체 노동자운동, 민중운동에 중요한 투쟁이었다. 이런 의미에 덧붙여 상설연대체 논의 과정에 있어서는 상설연대체 건설로 정세적으로 중요한 투쟁을 전국화하고 힘을 모을 수 있음을 검증하는 의미를 지니기도 했다.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에 참가한 모든 단위들이 이런 의미를 확인하면서 급박한 대응을 위해 상황실을 구성했다. 그러나 실제 투쟁의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가 상황실의 계획을 방기하거나 결정사항을 일방적으로 뒤집는 일이 계속되었다. 상설연대체 집행책임자 회의에 다섯 개의 단위가 이런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의 태도를 비판하는 평가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투쟁은 상설연대체의 필요성을 운동 진영 제 세력에게 확인시킴으로써 건설 과정에 힘을 붙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를 하는 이 와중에도 공동으로 결의한 투쟁과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경험은 상설연대체 건설에 대한 회의감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었다.
또한 한국진보연대 소속 단위들은 연평도 사태 이후 급박한 한반도 정세에 대한 대응을 상설연대체 논의 단위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하지 않은 채, 야 4당 및 시민단체들과 독자적인 대응을 진행했다. 한국진보연대 소속 단위들이 계속해서 6.15, 10.4 공동선언 이행이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한 민중운동 진영의 공통 과제이며 연평도 사태 이후 급박한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투쟁의 과제이므로 상설연대체의 과제로 수용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해왔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런 방식은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견해 차이가 있더라도 상설연대체를 통해 공동으로 논의하고 투쟁하면서 차이를 좁혀가겠다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기보다는,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 야 4당,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우선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에 많은 단위들이 참여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기층 대중조직, 대중운동의 상황은 날로 어려워지는데 이명박 정권과 자본의 노동자 민중에 대한 공세는 한층 강해지고 있는 조건에서,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해보고자 하는 노력이다. 상설연대체 건설의 목표는 세력 간의 협상과 타협을 통해 상설연대체 구성안과 조직의 틀을 완성하는 것에 있지 않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연평도 사태 이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응에서 민주노총이나 한국진보연대가 보여준 모습은 상설연대체를 민중운동 진영의 투쟁체로 사고하기보다는 구성 자체를 목표로 접근하고 있다는 불신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노총의 신중하고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상설연대체 건설을 제안한 민주노총은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에 있었던 모든 과정을 현재 연대운동이 놓인 조건으로서 진지하고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2010년 초 상설연대체 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민주노총은 연대운동을 둘러싼 갈등과 쟁점을 대중조직과 정치조직의 갈등으로 인식하는 태도를 보였다.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상황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지난 3차 대표자회의에서처럼 민주노총 핵심 사업담당자가 ‘대중조직의 결의를 정치조직들이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는 식의 발언을 통해 민주노총 내부 논의를 여과 없이 전달’하는 것은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에 참여하는 단위들의 상호신뢰를 훼손하여 그동안 어렵게 논의해온 성과를 한순간에 허물어 버릴 수도 있는 위험스러운 태도이다. 민주노총이 대중조직과 정치조직을 나누어 그 이해를 대립시키며 어느 일방을 분파주의로 몰아가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면, 이는 연대운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자임하고자 하는 민주노총의 결의를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새롭게 건설하려는 상설연대체의 미래에도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대중운동과 대중조직의 중심성은 그 조직의 중심적 지위와 요구를 강조하는 것에서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정세를 뒤흔들 민중의 강력한 투쟁에서 자기 대중을 주체로 세우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데서 발휘되는 것이며, 이런 책임과 중심성을 인정하지 않는 단위는 없다.


민중운동의 단결과 공동투쟁을 위한 상설연대체 건설

이명박 정권 집권 하반기, 끝나지 않은 세계경제 위기와 고조되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라는 엄혹한 정세에 맞서 민중의 요구와 권리를 지켜내는 강력한 투쟁의 필요성은 여전히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의 기본 바탕이다. 순탄치 않은 논의 과정을 거쳐 왔고, 그 과정이 연대운동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거나 지역과 대중으로부터의 지지를 다져왔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상설연대체의 기본 바탕은 여전히 놓칠 수 없다.
사회진보연대, 전빈련, 진보신당, 노동전선, 다함께, 사회당, 사노위, 전국학생행진, 전국노동자회, 노사과연 이상 10개 단위는 지난 12월 22일 3차 대표자회의에 상설연대체 준비위원회 구성안을 제출했다. 이 안은 많은 이견과 쟁점, 해소되지 않은 불신을 접어두고, 정권과 자본의 착취와 탄압에 맞서 강력한 투쟁을 벌이면서, 상설연대체를 진정한 단결과 투쟁의 구심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힘을 모으자는 취지를 담았다.
사실 준비위원회 구성안은 순탄치 않은 과정을 인내해 온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의 성과이기도 하다.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에 참여한 모든 단위들이 수개월을 논의한 결과, 새롭게 건설할 상설연대체는 △민중생존권 쟁취 △반제 반신자유주의 투쟁전선 구축 △사회 전반의 민주주의와 사회공공성 실현 △반전평화 및 한반도 평화통일 실현을 목표로 갖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더불어 공동투쟁을 통해 대중적 신뢰를 획득하는 준비위원회 시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준비위원회 구성안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노동기본권 쟁취 △쌀값 보장 등 농민 생존권 쟁취 △노점상, 철거민의 생존권 쟁취 △민중탄압분쇄 △반전평화사수를 2011년 준비위원회의 투쟁 과제로 제시했다. 물론 이 과제들은 2011년 정세전망과 투쟁계획 논의를 통해 더욱 구체화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6.15, 10.4 공동선언 요구를 표기할 것이냐의 문제를 넘어서 민중운동의 모든 단위가 함께 힘을 모아 강력한 공동투쟁을 만들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현재 연대운동이 많은 이견과 차이, 무엇보다 불신 위에 놓여 있지만, 이를 넘어설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논의 속에서 서로의 차이와 이견을 계속해서 확인하기보다 2011년 구체적인 투쟁과 실천으로 상설연대체의 필요성과 존재 의미를 확인받아야 한다. 어떤 목표와 과제를 합의할 것인가라는 논의를 넘어서 2011년 어떻게 공동투쟁을 현실화하고 공동실천을 강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1) 정리된 쟁점은 다음과 같다. ① 상설연대체의 성격, ② 건설시점, ③ 보수야당,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대연합문제, ④ 연대체 운영원칙, ⑤ 강령과 과제의 문제, ⑥ 조직체계, ⑦ 기타(지역연대체 건설이 중앙과 동시진행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 합의방식에서 합의정신에 기초하되 2/3찬성을 기본으로 하자는 의견, 사무처 구성에서 정치적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 한국사회 여성의 문제, 식량주권의 문제 등에 대한 적극적 반영요청, 빈민운동조직들의 상황에 대한 고려요청). 본문으로

2) 6.15, 10.4 선언에 대한 평가와 따라서 그것을 운동의 요구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민중운동 진영의 입장은 단일하지 않다. 6.15, 10.4 선언이 한축으로는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자본이 주도하는 경제통합을 유도하고 또 한축으로는 한미 동맹 강화, 현대화의 구상과 맞물려 있으며 따라서 한반도의 근본적 평화를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 운동진영 내에 존재하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 한미동맹 해체, 한반도 평화 실현이라는 긴급한 과제에 힘을 모으는 것에는 이견이 없고 실제로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투쟁, PSI를 포함한 한미 군사훈련 반대 투쟁 등을 민중운동의 공동투쟁으로 진행해 온 경험이 있음에도, 6.15 공동선언을 기념하고 이행을 촉구하는 운동과 사업이 민중운동 전체의 공동 사업으로 진행되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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