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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1.1-2.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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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전망과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 진단

임필수 | 정책위원장
미국의 2010년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6%를 기록한 데 이어 4/4분기에도 2% 중후반일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미국경제 더블딥 논란은 일단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하지만 세계 자본주의는 위기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추가적 양적완화정책을 시행 중이며, 유럽 각국에서는 재정위기가 재발하고 대규모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실행 중이다. 한국은 대외여건 변화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수출의존형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FTA 네트워크’ 구축과 노동신축화를 핵심 정책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장기적으로 한국사회의 불평등과 불안전이 심화됨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따뜻한 서민경제’를 집권 하반기 핵심구호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낮은 고용률, 고용형태별 기업규모별 이중구조라는 경제구조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노동자 대중이 겪고 있는 고통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세계 경제

1) 미국 경제, 2차 양적완화정책 실행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경기회복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11월 추가 양적완화정책(QE2)를 시행했다. 이미 8월 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만기도래하는 정부보증기관의 발행채와 보증 주택담보증권(MBS) 원금 회수분을 장기국채에 재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1월 3일에는 2011년 6월까지 6천억 달러 규모의 장기국채를 추가로 매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연준의 자산은 2007년 말 9천억 달러에서 2011년 6월 말에는 2.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준이 내년 상반기 이후에도 양적완화정책을 지속해야 하냐는 문제를 두고 월가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경제에서 저물가, 고실업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최소한 내년 말까지 연장되어야 한다는 의견부터 현재 시행되는 2차 추가 양적완화정책을 비판하는 입장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현재 양적완화정책을 반대하는 자들은 주로 보수파고, 이들이 현재 양적완화정책을 반대한다는 것은 곧 ‘청산’에 돌입하자는 것, 곧 대불황에 진입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에 통화정책 당국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표 1] 2010년 12월 6일 오바마, 공화당의 재정정책 합의 주요 내용
목적주요 내용예산 (억 달러)종료
감세연장▫ 전 소득계층에 대한 세율인하 (부시 감세)
▫ 부동산세, 증여세, 자본이득세, 배당세 인하
5,6842012
▫ 근로소득세 중 사회보장세 2% 인하1,116
실업자 보호▫ 장기실업수당 지원 연장5652011
저소득층 지원▫ 학자금 지원, 육아 지원4412012
기업투자 지원▫ 설비투자, R&D 투자, 재생에너지 개발 관련 투자 세액공제7722012
합계8,578 


한편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은 12월 6일 재정정책 합의안을 도출했다. 합의안에는 2001-2003년에 도입된 감세 정책을 지속한다는 것과 함께, 긴급 실업수당 지급 연장, 학자금 지원과 육아 지원,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이 포함되었다. 미국 의회예산국은 세수감소, 재정지출 확대효과가 2020년까지 8,578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백악관의 오바마 대통령과 새로운 공화당 의회 지도부가 합의한 재정정책 역시 미국 경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고 있지 못함을 보여준다.
최근 들어 미국 내에서는 2007-2009년 금융위기라는 표현 대신에 2007-2010년 금융위기라는 표현을 쓰는 논자들이 있다. 즉 위기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뜻이다. 미국이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실업률과 부동산 경기다. 2010년에도 실업률이 9%대 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비농가 취업자 수가 다시 증가로 돌아서고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감소하면서 고용사정이 다소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장기실업자가 크게 증가하여, 총실업자 중 27주 이상 실업 비중이 40%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고용 개선이 상당기간 지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부동산 경기도 2010년에 부진세가 지속되어 미국 주택 가격 지수는 2010년 9월 147.5로 이전 고점인 2006년 7월 206.5대비 28.6% 하락하였고 전년동월대비 증가율도 상승폭이 4개월 연속 축소되었다. 고용과 주택경기의 회복이 지연되면 경기 회복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2) 유럽 재정위기의 재발
그리스(1,100억 유로, 2010.5.2.)와 아일랜드(850억 유로, 2010.11.28.)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결정에도 불구하고 유로지역의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일랜드에 대해서는 유럽연합(EU)이 450억 유로, 국제통화기금(IMF)이 225억 유로를 지원하고 아일랜드가 175억 유로를 자체 조달하기로 했고, 자금은 재정지원(500억 유로), 은행 자본금 확충(350억 유로)에 활용될 예정이다. 11월 24일 아일랜드 정부는 8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향후 4년(2011-2014년)에 걸쳐 150억 유로에 달하는 재정긴축 방안을 발표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아일랜드 문제가 드러나자 그리스 위기 때와는 달리 신속하게 금융지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유로존 위기에 대한 불안은 더욱 가중되었다. 특히 포르투갈로 위기가 파급될 것이냐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을 끌었고, 포르투갈 경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스페인으로 위기가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점증했다.

아일랜드의 2011년 재정건전화 방안

1. 재정지출 축소 (40억 유로)
▫ 자녀복지수당을 자녀당 매월 10유로 삭감
▫ 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한 임금상한 설정(250,000유로/연)
▫ 수상 및 장관 임금 15% 삭감
▫ 연 12,000유로 이상 공무원연금 수혜자에 대한 연 4% 연금 지급액 삭감

2. 세수증대 (20억 유로)
▫ 국민보험 기여금 납부상한액 폐지
▫ 자영업자, 고소득공무원 등의 국민보험 기여금 증액
▫ 사적연금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 축소
▫ 고소득자 대상 각종 세금감면 혜택의 폐지
▫ 유류세 리터당 4센트 인상
▫ 예금이자세를 2%p 인상


유로존이 탄생한 후 아일랜드와 남유럽 4개국(PIIGS) 경제는 북유럽 수준으로 상향 수렴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었다. 이 국가들의 국채이자율은 독일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수렴했고, 인플레이션율이 높아 실질이자율이 낮았다. 이 국가들은 자금 조달비용이 크게 낮아지자 은행을 통해 외국자본이 급격히 유입되었고, 이는 소비와 투자로 이어졌다. 그런데 투자는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 국가의 산업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투자는 수출산업이나 수입재와 경쟁해야 하는 교역재가 아니라 부동산, 서비스에 집중되었다. 산업의 서비스화와 금융화가 진행되어 1997년 이후 이 국가들의 GDP 중 약 4%에 해당하는 자본이 제조업에서 빠져나와 금융서비스와 부동산 부문으로 이동했다.
유력한 구제금융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포르투갈의 경우도 198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경상수지가 계속 적자였으며, 특히 2000년대 들어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비율이 10% 내외의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 장기간에 걸친 경상수지 적자를 대외차입으로 보전함으로써 총외채가 급증했다. 2004-2009년 총외채는 연평균 13.1%씩 늘어나 2010년 6월 말 현재 GDP 대비 총외채 비율이 그리스나 스페인보다 높은 213%에 달한다. 구제금융을 통해 재정위기 확산을 막아 금융시장이 안정된다고 하더라도 유로단일통화제도의 내부적 결함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3) 중국의 구조개혁과 긴축정책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주요 개도국의 물가상승세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 국가들은 제조업 수출 부문에서 높은 생산성 향상으로 고성장을 이룩하면서도 낮은 인플레이션율을 보였다. 하지만 개도국들이 내수중심 성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빠른 물가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임금 상승이 생필품(식료품)과 서비스 수요 증대로 이어지면서 금리상승과 같은 긴축정책이 2011년에 지속될 전망이다. 개도국이 세계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추세가 이어지더라도 성장률 둔화 추세가 나타날 것이다.
중국에서는 2011년 ‘국민경제와 사회발전에 관한 12차 5개년 규획’이 시작된다. 중국 공산당은 향후 5년을 소강(小康)사회 전면 건설의 관건시기로 규정하고 있다. (소강사회란 ‘인민 모두 큰 걱정 없이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살림살이 수준을 달성한 사회’를 뜻한다.) 공산당은 내수확대와 농업현대화를 12차 5개년 규획의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의 인위적인 저평가뿐만 아니라 각종 원자재 시장의 가격 억제, 생산직 노동자의 임금상승을 억제하는 호구제를 수출지원책으로 사실상 활용했다. 현재 중국의 지니계수는 거의 0.5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임금인상과 농산물 가격 상승과 같은 가격 개혁, 소득분배 개혁 조치가 후진타오 주석이 천명한 ‘포용성 성장’의 대표적 정책이 될 것이다. 또한 법적으로 농업호구 보유 주민을 도시호구로 전환하려는 시도도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와 동시에 지나친 물가상승을 막고 긴축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11월 25일 국무원이 내놓은 ‘기본생활보장을 위한 물가안정 16개 항’을 보면 6개 항이 농산물 관련 조치였다. 농업생산을 발전시키고 농부산물 공급을 안정시켜 농산물 유통비용을 줄이자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는 농업생산유통구조를 개혁하는 중장기적 조치이기 때문에 식료품 가격 급등세를 단시간 내에 해결하기 어렵다. 중국 금융당국은 은행지준율과 금리인상을 잇따라 발표했고, 2011년 정책기조를 ‘적극적 재정과 온건한 화폐정책’으로 확정했다. (‘적당히 느슨한’ 화폐정책에서 ‘온건한’ 화폐정책으로 수정되었다.) 결국 중국은 농산물 가격 상승이나 임금상승과 같은 구조개혁과 동시에 물가안정과 긴축기조를 실행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4) 세계적 경제 불균형과 미중 환율갈등
미국의 무역적자는 2009년 3,749억 달러였고, 이 가운데 대중국 적자는 2,268억 달러(60.3%)에 이르고 2010년에 더욱 확대되었다. 미국과 중국 간 환율갈등은 10월 22-23일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시장결정적 환율제’와 ‘경상수지 목표 관리제’에 합의하면서 동시에 IMF 쿼터를 신흥국에 6% 이상 이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기서 경상수지 목표 관리제는 향후 회원국이 합의할 ‘예시적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국에 대해서는 G20 상호평가과정을 통해 근본원인을 진단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환율유연성 제고’라는 문구가 추가되었다. 위안화가 달러에 고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는 중국에 변동환율제로 이행하라고 압력을 높인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G20 합의로 환율전쟁이 휴전에 들어갔다고 볼 수도 있으나 결정적으로 이번 선언은 구속력이 약하다. 느슨한 합의인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조차 흑자국인 독일이 반대하고 일본이 소극적이어서 2011년 합의 도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미국이 금기를 깨고 G2 의제(곧 중국 환율문제)를 G20에 들여왔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가 지닌 심각한 문제점을 반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의 갈등이 봉합되기 어렵기 때문에 G20에서 미중 환율문제에 관해 진정으로 실효성 있는 조치가 나오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G3(미국, 일본, 한국)를 강화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 문제를 앞으로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고 점점 더 그 강도를 높일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안보 문제와 중첩되어 중국과 미국-일본-한국 간 긴장은 점점 더 고조될 것이다.


한국경제 전망과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한국경제는 세계경제, 특히 미국경제와 중국경제의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세계 금융위기를 잉태한 위기 요인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 미국이 외형적으로나마 미약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중국이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지속할 수 있다면 한국도 2000년대 위기 이전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이명박 정부는 공정사회, 서민희망, 따뜻한 사회와 같은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며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창출과 노동신축화를 핵심기조로 하는 경제정책을 정당화하고자 한다.

1) 이명박 정부의 ‘따뜻한 서민경제’
이명박 정부는 2010년 12월 14일 <2011년 경제정책방향과 과제: 다함께 잘사는 선진일류경제>를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있으며 민간부문 자생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있으나 서민 체감경기 개선이 충분하지 못하다며 이명박 정부는 2011년 중점 정책과제의 하나로 서민경제 활성화와 삶의 질 제고를 통한 ‘따뜻한 서민경제’를 내세웠다. (정부가 따뜻한 서민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제시하는 방책에는 일자리 창출기반 강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자영업과 농어업과 같은 성장지체부문 경쟁력 제고, 취약계층 지원과 중산층 확충이 포함된다.)

[표 2] 이명박 정부가 제시하는 2011년 주요 경제지표 전망
 2010년2011년
경제성장률6.1%5% 내외
취업자 증감31만 명28만 명
소비자 물가2.9%3% 수준
경상수지290억 불160억 불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보건복지부 업무계획: 서민이 행복한 나라, 따뜻한 대한민국>도 ‘경제성장의 온기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으로 골고루 퍼지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의 복지재정이 OECD 국가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수준이나 고령화를 비롯해 복지수요 증가로 인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1) 보건복지부는 지속적인 복지재정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 전달체계 구축이 아직까지 미흡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꼭 필요한 사람에게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복지전달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중점과제라고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가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실제로 지니계수가 2008년 0.296에서 0.293으로 소폭 하락했고, 5분위 배율도 같은 기간 4.97에서 4.92로 떨어졌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소득격차 완화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 1분위(하위 20%)의 소득이 최근 증가한 것은 정부, 공공기관의 이전소득 확대가 주요한 원인이다.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시생계구호금, 생활안정자금을 신설 또는 증액하는 방식으로 이전지출 규모가 직접 늘어나거나, 실업률 증가에 따라 실업급여액이 자동 증가하는 사례처럼 자동안정화장치 작동에 따라 이전지출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에 도입된 희망근로 프로젝트도 소득 격차 확대 방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고소득층은 부동산부문의 역자산효과로 인해 임대소득이 부진했고, 자산의 평가손실이 컸다.
그러나 세계적 차원에서 산업간 성장률 격차 확대,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 경제위기에 따른 투자 부진, 숙련 기술 인력과 전문직에 대한 보상 증가로 인해 소득격차가 장기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만약 한국에서 고용이 회복되고 실업률이 안정되면 역으로 이전지출의 소득기여도는 과거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며, 임시근로 대책이나 한시적 생계구호는 이미 종료되고 있다. 고소득층이 입은 타격은 부동산 시장이 다소 불확실하기 때문에 지속될 수도 있으나 주식과 같은 다른 자산으로 포트폴리오 구성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역자산효과가 점차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의 이전지출액 증가나 공공근로사업이 소득불평등 악화를 어느 정도 저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소득격차 완화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2)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따라 소득격차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장기적 추세가 진정한 문제다.

2)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 ‘국가고용전략 2020’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창출 기반을 확충해 따뜻한 서민경제를 달성하겠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2011년 계획은 2010년 10월에 발표한 <국가고용전략 2020>과 완전히 동일하다.3) 그 요체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고용시스템’이다.
먼저 정부는 직업소개, 직업훈련, 파견을 패키지로 제공할 수 있는 ‘복합고용서비스 기업’을 도입하여 민간고용서비스기관의 대형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고용서비스라는 표현은 노동자도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으로 묘사하지만, 민간고용서비스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자본가일 뿐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중간착취를 법이 허용하는 경우만 제외하고는 완전히 금지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고용서비스 업체들이 지난 수년간 불법·탈법을 가리지 않고 근로자공급사업(파견)을 해왔고, 인사·노무관리 외주용역사업을 수행해왔다. 정부 방침은 아직까지 불법·탈법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인력공급사업을 완전히 합법화하겠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또한 정부는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 제한(2년) 예외대상을 확대하여 신설기업이나 용역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청소경비업무를 추가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곧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켜 사용기간 제한 규정을 아예 없애자는 논거만 제공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시간제 근로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상용형 시간제 일자리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직무분할효과보다는 임금삭감과 노동강도 강화 효과가 더 크다. 전일제 고용으로 8시간분 임금을 주어야 할 일자리가 6시간분 임금을 주는 일자리로 대체되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초과근무시간을 적립한 후 필요할 때 휴가로 사용하는 근로시간저축휴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연장근로에 대해서 1.5배 시급을 적용하지 않고 그 대신 그 임금을 일거리가 적을 때의 휴가로 대체한다는 뜻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제시하는 일자리 확충 기반 강화란 노동신축화를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동을 재조직해서 다시금 도래할 경제위기 국면에서 자본에 닥칠 손실을 더 손쉽게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 놓겠다는 것이다.

3) 한미 FTA와 대외경제정책
이명박 정부는 <2011년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구축의 가속화다. 우선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실무추진단을 구성하여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2011년 1분기 내에 국회에 제출하고 한EU FTA도 2011년 7월 1일에 발효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그리고 협상이 진행 중인 호주, 터키, 콜롬비아와의 FTA도 2011년 중 협상타결을 추진하고, 시장 선점과 자원협력을 위해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FTA 추진국을 지속적으로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역내 경제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한중 FTA는 협상개시 여부나 시기를 판단하고, 한일 FTA도 여건을 감안하여 협상재개 여부를 판단하며, 한중일 FTA는 2012년까지 산관학 공동연구를 마무리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아시아태평양파트너십(TPP)의 경우는 2011년 연구용역 결과를 감안하여 참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대외경제정책은 미국의 동아시아 구상에 강한 영향력을 받기 때문에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현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은 모두 FTAAP에 동의하지만 시기, 계획,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애초 미국은 FTAAP가 도하개발의제(DDA)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충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지니고 있었고, 미국이 APEC에 참여하는 주된 목적은 아시아에서 미국을 배제하는 경제협력기구가 부상하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하지만 2008년 DDA가 좌초한 후 미국은 자신의 구상을 수정했다. 2008년 2월 미국은 싱가포르, 칠레, 뉴질랜드, 브루나이 등 이른바 ‘P-4’(범태평양전략경제협력협정 회원국)와 금융서비스와 투자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라면서 “미국과 FTA를 체결한 멕시코, 호주 및 페루도 동참할 경우 범APEC FTA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4) 2006년에 체결된 P-4 협정은 상품, 서비스, 투자, 경쟁, 지적재산권, 정부조달을 포함하는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협정이었을 뿐만 아니라 남아메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대륙 국가가 함께 참여한 지역 간 자유무역협정이었다. (한국은 이미 P-4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거나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은 미국과 P-4 국가들로부터 협상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았다.) 이 협상은 P-4 국가와 미국, 호주, 페루, 말레이시아, 베트남이 참여하는 범태평양파트너십(TPP)으로 발전했다. TPP는 무역투자자유화에 원칙적으로 예외를 두지 않으며 모든 무역 상품에 대해 100% 관세철폐를 지향하고 있다.
TPP는 현재 일본에서 매우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0년 11월 요코하마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본 민주당 소속 간 나오토 총리는 “제3의 개국을 한다는 자세로 TPP 참가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일본 정부는 내년 6월까지 TPP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 발 물러선 상태이지만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강력해 보인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일본 정부가 TPP 참여를 검토하게 된 배경이다. 그것은 첫째로 한미 FTA다.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일본 내각부는 한국만 미국, EU, 중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일본 GDP는 연간 6천억∼7천억 엔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정책을 입안하는 경제산업성도 “일본이 TPP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한국과 미국의 FTA로 인해 오는 2020년 자동차·전자·기계 수출에서 1조 5천억 엔, 국내 생산에서 3조 7천억 엔의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주장은 미국이 원하는 ‘경쟁적 자유화’의 전형적인 양상이다. 즉 시장선점을 명분으로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유화를 추진하도록 유도한다는 미국의 전략이 일본 정부의 입장으로 공식화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배경은 일본과 중국의 영토분쟁(조어도)과 미일 동맹의 강화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일본이 TPP 참여를 결정하면 한국도 경쟁적으로 TPP 참여 문제가 공론화될 것이며, 미일군사동맹이 강화되면서 중국과 세력경쟁이 격화되면 역시 미국과의 포괄적 경제안보동맹관계를 주창하는 목소리가 확대될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한미 FTA와 한EU FTA 체결에 주력하면서 TPP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한국의 FTA 추진 전략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 구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

이명박 정부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있으나 자영업자, 중소기업을 비롯해 서민 체감경기 개선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진단하며 공정사회, 서민희망, 따뜻한 사회와 같은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복지예산이 꾸준히 증가했고 특히 경제위기에 긴급예산 편성을 통해 이전지출을 확대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로 소득격차를 극대화해온 신자유주의 정책, 전략이라는 구조적 원인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가 복지’라는 구호로 일자리 창출 기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확대는 노동신축화에 근간을 두며, 대체로 지금보다 더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제공하는 일자리의 유지 수준에 머물거나 고용형태별, 기업규모별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자유무역협정 네트워크의 구축을 핵심적 대외경제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 체제에서는 한편으로 국내고정자본 투자가 감소하고 또 한편으로 초민족자본의 경제 지배력 확대에 따른 ‘국부유출’이라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TPP에 참여할 의지를 밝히면서 동아시아에서 경쟁적 자유화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한국은 한미 FTA 체결을 통해 이미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 구상에 큰 한 발을 내디뎠다. 한국 민중운동은 한미 FTA가 대표하는 한국정부의 대외경제정책과 일자리 정책으로 포장되는 노동신축화정책에 맞서 싸우며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따뜻한 서민경제’의 허구성을 폭로해야 한다.


1) 2011년 정부예산안은 총지출 기준 309.6조 원으로 2010년에 비해 5.7% 증가했고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겼다. 이중 지방이전지출(지방교부세, 교육교부금, 지자체보조금)은 95.5조원으로 6.6% 증가했다. 당초 서민희망과 미래대비를 내걸고 복지, 교육, R&D 예산을 크게 늘렸으나 최근 연평도 사태를 계기로 국방예산이 크게 늘어났다. 예산액 규모 순서로 보면 보건복지노동 예산이 86.3조 원, 교육예산이 41.3조 원(지방교육교부금 35.3조 원), 국방예산이 31.3조 원, SOC예산이 24.3조 원(4대강 사업 3.3조 원), R&D 예산이 14.9조 원을 차지한다. 특히 복지예산 비중이 전체 예산 대비 27.9%를 차지하면서 최근 양적인 팽창이 두드러진다. 2008년부터 기초노령연금과 장기요양보험이 개시되면서 노인 및 고령화 관련 예산이 크게 증가하였다. 2006-2011년 고령화예산의 평균증가율이 33.0%이며, 영유아 청소년 여성을 주된 수급자로 하는 저출산 예산의 평균 증가율은 27.9%다. 저출산고령화 전체 예산의 평균증가율은 25.7%에 달한다. 본문으로

2) 한편 저소득층이 소득개선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1분위(하위 20%)의 경우 소득처분 자유도(총소득에서 탄력성이 가장 낮은 식료품비와 주거수도광열비 지출, 경상조세와 연금, 사회보장비, 이자비용을 제하고 남은 나머지의 비중)가 50.6%인 반면 5분위(상위 20%)는 80.8% 수준이다. 2010년 상반기에 경상조세와 연금, 사회보장비가 각각 43.2%, 12.1%, 23.1% 증가했다. (반면 이들의 소득증가율은 16.9%였다.) 또한 식료품비가 소비자물가보다 더 높이 상승했다. 반면 고소득층 지출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교육비는 소비자물가보다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었다. 결국 저소득층 실질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악화된 셈이다. 본문으로

3) 이에 관해서는 사회운동 2010년 11-12월호에 실린 박준도, ‘국가고용전략 2020 비판: 노동자 간 경쟁을 격화하는 일자리 나누기와 노동시간 신축화’를 참조할 수 있다. 본문으로

4) APEC 그 자체는 협상체가 아닌 자발적 포럼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FTAAP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 하나의 방법은 이미 진행되었거나 진행되고 있는 FTA 협상들을 APEC 틀 내로 통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APEC에 소속된 채널을 창설해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APEC에 소속된 채널을 통해 협상을 진행하려면 APEC의 규칙을 수정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중국은 FTAAP가 매우 높은 수준의 개방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은행, 통신, 운송, 국유산업, 농업부문의 전면 개방). 따라서 중국은 회원국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통합 속도를 조절하고 회원국의 조건을 반영하는 통합 범위와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이미 서명한 지역무역협정이나 자유무역협정은 중국-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의 사례처럼 중국의 경제발전 수준에 상응하는 ‘맞춤형’ 협정이었다. 따라서 여러 APEC 회원국이 참여하는 소지역 협상(예를 들어 미국과 P-4 국가와의 협상)을 진행하고 이를 아시아태평양 경제통합으로 결합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 구상이라는 인식이 부상하게 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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