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자유무역협정과 노동조항
미국 노동조합의 무역, 노동기준 연계 전략에 대한 평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한국 정부가 서명한 FTA에 노동조항(labor provision)이 포함되는 최초의 사례다. 이는 미국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한국정부는 미국정부가 제시한 핵심 노동조항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표명했지만 미국은 의회비준의 전제조건이라며 2007년에 수정안까지 제시하고 결국 관철시켰다.
미국노총(AFL-CIO)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무역협정에 체결국의 노동ㆍ환경기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항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무역, 사회조항 연계를 요구했다. 미국 정부는 FTA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려는 목적으로 이러한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하지만 AFL-CIO는 한미 FTA에 대해 노동ㆍ환경조항이 여전히 미흡하고 실패한 무역모델을 답습하고 있다며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 글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첫째, 미국식 FTA 모델에서 노동조항은 어떤 기본구조와 특징을 지녔는가. 둘째, 한미 FTA의 노동조항은 미국이 그 이전에 체결한 것에 비해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가. 셋째,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후 노동조항 이행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긍정적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넷째, 그에 비추어 볼 때 한미 FTA 노동조항은 조금이라도 유의미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는가. 다섯째, 미국 노동조합이 추구하는 국제적인 노동권 강화는 어떤 맥락에서 제시되었는가, 그 함의는 무엇인가. 여섯째, 미국 노동조합이 그 수단으로 제시하는 무역 노동기준 연계에 대해 한국 노동자운동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한미 FTA 노동조항의 기본 구조와 특징
1994년에 발효된 NAFTA는 미국이 맺은 FTA에 노동조항이 포함된 최초의 사례다. NAFTA에는 노동ㆍ환경조항이 부속협정 형식으로 포함되었다. 이중 노동협정을 북미노동협력협정(NAALC)이라고 부른다. 또한 미국이 맺은 양자 간 FTA에서 노동조항이 설치된 최초의 사례는 2000년 10월에 체결한 요르단과의 협정이다. 2003년 이후 미국이 체결한 14개국과의 FTA에도 노동조항이 포함되었다. 이스라엘과 맺은 협정만 예외다.
한미 FTA 노동조항의 원형은 북미노동협력협정이기 때문에 핵심적 특징을 공유한다. 그렇다면 북미노동협력협정의 특징은 무엇인가. 첫째, 협정 체결국에 대해 노동법이나 기준을 상호조율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 둘째, 협정 체결국에 노동관련 당국(노동부)을 대체할 새로운 노동법 집행기관의 설립을 요구하지 않는다. 셋째, 노동 분쟁과 관련하여 고용주의 유죄 여부를 판결하거나 위반자들에게 시정조치를 명령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는 초국가적인 법원을 설립하지 않는다. 결국 북미노동협력협정의 핵심개념은 체결국이 법 내용이나 법 집행 권한 및 절차에 대해서는 주권을 유지하되 체결국이 ‘자국의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enforcement)’하도록 촉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체결국은 공동으로 노동 문제와 노동법 집행 문제를 검토할 수 있는 제도를 수립해야 하며, 이는 구체적으로 당사국이 국내 노동법의 집행 현황에 대한 국제적, 독립적인 비판적인 검토와 평가, 심지어 중재의 가능성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미 FTA의 기본 특징은 큰 틀에서 NAFTA과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면 분쟁해결 절차가 NAFTA의 사례처럼 중재를 통한 노동환경 개선보다 직접적인 무역제재에 상당히 무게를 싣는 형태로 최종 타결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먼저 한미 FTA 노동조항의 기본구조를 살펴보고 그 의미와 특징을 검토하자.
1) 한미 FTA 노동조항의 기본구조
한미 FTA의 19장은 노동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를 노동 장(labor chapter)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글에서는 두 표현을 모두 사용한다.) 노동 장은 양국 정부가 국제노동기준 준수를 위해 다음과 같은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첫째, 국제노동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
“작업장에서의 기본원칙 및 권리에 관한 국제노동기구의 선언과 그 후속조치에 기술된 대로 자국의 법 및 규정, 그리고 그에 따른 관행에서 다음의 권리를 채택하고 유지한다.
가. 결사의 자유
나. 단체교섭권의 효과적인 인정
다. 모든 형태의 강제적 또는 강요에 의한 노동의 철폐
라. 아동노동의 효과적 폐지, 그리고 그 협정의 목적상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의 금지
마.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의 철폐.” (19.2조 기본노동권 1항)
둘째, 무역, 투자 촉진을 위해 국제노동기준을 저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느 쪽 당사국도 양 당사국간의 무역 또는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19.2조 기본노동권] 제1항을 이행하는 자국의 법률 또는 규정의 적용을 면제하거나 달리 이탈하거나, 또는 적용을 면제하겠다거나 달리 이탈하겠다고 제의하지 아니한다.” (19.2조 기본노동권 2항)
셋째, 국제노동기준이 반영된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노동권에 대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어떠한 당사국도 이 협정의 발효일 이후, 양 당사국간 무역 또는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작위 또는 부작위의 지속적 또는 반복적 과정을 통하여 19.2조 제1항에 따라 자국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노동법을 포함한 자국의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못하여서는 아니 된다.” (19.3조 노동법의 적용 및 집행 1항)
“각 당사국은 특정한 사안에 있어서 자국 법에 따라 인정된 이해관계를 가진 인이 자국 노동법의 집행을 위한 재판소에 대한 적절한 접근권을 가지도록 보장한다. 그러한 재판소는 행정·준사법·사법 또는 노동재판소를 포함할 수 있다. 각 당사국은 자국 노동법의 집행을 위한 그러한 재판소의 절차가 공정하고 공평하며 투명할 것을 보장한다.” (19.4조 절차적 보장 및 대중 인식 1항, 2항)
넷째, 국제노동기준 준수를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 운영한다. 즉 공중의견제출제도, 정부 간 협의절차, 분쟁해결제도를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권을 보호한다. 이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한국과 미국 정부는 노동 장을 이행할 목적으로 노동부 내에 접촉선 역할을 하는 부서를 지정한다. (NAFTA의 경우, 행정사무국(NAO)이라고 불렀다.) 접촉선은 노동 장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개인, 집단이 제출한 의견을 접수하고 신속하게 검토한다. 이를 공중의견제출제도라고 부른다.
그리고 당사국은 상대방 접촉선을 통해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양국은 만족스러운 해결에 도달하기 위해 신속히 모든 시도를 취하며, 어떤 사람이나 기관에 자문이나 지원을 구할 수도 있다. 협의가 사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노동협의회를 소집할 수 있다. 노동협의회는 한미 양국의 노동부와 그밖의 적절한 기관, 부처의 고위 공무원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노동 장의 이행을 감독하는 기관이다. (이를 정부 간 협의절차라고 부른다.) 노동협의회가 60일 이내에 사안을 해결하지 못하면 일반분쟁해결절차가 개시된다.
2) 한미 FTA 노동조항의 특징
① 국제노동기준의 법제화 조항
우선 ‘국제노동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무가 곧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의무화한 것이 아니라 다만 핵심 노동기준을 자국 노동법과 관행으로 채택, 유지하도록 한다는 것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은 핵심 협약을 비준한 경우가 한국보다 더 적기 때문에 한미 FTA 체결이 양국 정부에 협약 비준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런데 한미 FTA에서 법제화 의무를 규정한 표현이 과거 미국이 맺은 FTA에 비해 더 강해졌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예를 들어 미국-싱가포르 FTA은 “노력해야 한다”(shall strive to~)는 문언 형식을 취해서 국내법 정비는 체결국의 법적 의무라기보다는 일반적 노력의무로 간주될 수 있었다. 반면 한미 FTA는 “해야 한다”(shall~)는 문언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정부는 “ILO 기본권선언은 ILO 미비준국가인 경우에도 기본권에 관한 원칙을 존중, 증진, 실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는 ILO 회원국으로 당연하게 준수하고 있는 의무이기 때문에 한미 FTA로 인해 추가적인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그 자체로 국내법령을 제ㆍ개정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님”이라고 밝히고 있다(노동부, ‘한미 FTA 노동분야 추가협의 결의’, 2007.6.29). 또한 노동부는 의무 위반으로 분쟁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무역투자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상대국이 입증해야 하므로 실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한국 정부는 기본노동권 법제화 조항이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 협약을 비준할 필요도 없고, 국내 노동법을 개정할 필요도 없다고, 즉 아무 것도 바뀌는 것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② 무역, 투자를 촉진을 위한 노동기준 저하 금지 조항
이 조항은 협상 과정에서 양국 정부 간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한국 정부는 국제기준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국내 노동법의 보호수준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미국 정부는 국내 노동법의 기존 보호수준은 저하될 수 없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한국 정부는 현행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국내 노동법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데(예를 들어 경제자유구역에서는 무급 주휴를 인정한다), 이 조항이 국내 노동법상 보호수준을 저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분쟁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 조항에 우려를 표명한 또 다른 논리를 보면, 미국은 ‘해고의 자유’ 법리를 채택하고 있으나 한국은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사용자가 입증하지 않으면 고용관계를 정리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은 노동시간과 임금에 관한 규제를 면하기 위해 고용관계를 종료시키는 게 수월하지만 한국은 해고가 제한되기 때문에 노동시간과 임금에 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분쟁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 조항에 반대했지만 결국 협정문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노동부는 이 역시도 “기본 노동권이 아닌 사항에 대해서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며, 기본 노동권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기본 노동권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준을 낮추어 적용하는 경우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님”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노동부는 “한국 노동법에서만 규율하고 있는 것이 확실한 연차 휴가, 휴일은 협정문 적용대상이 되지 않음을 명백히 했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노동협정의 이행을 관장하는 기구인 노동협의에서 양국 노동법을 비교 검토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하여 협정문 적용대상의 ‘형평성’을 확보하겠다, 즉 한국에서 임금과 노동시간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명하고 있다.
③ 노동법의 효과적 집행, 절차적 권리(사법적 권리) 보장
우선 협정이 지시하는 바가 체결국 정부가 모든 노동법이 아니라 협정문에 명시된 국제노동기준과 직접 관련된 노동법에 한해 효과적인 집행 의무를 담당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각 당사국들은 법 내용이나 법 집행 권한, 절차와 관련하여 주권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협정 문안에는 “이 장(19장 노동)의 어떠한 규정도 당사국의 당국이 다른 쪽 당사국의 영역에서 노동법 집행활동을 수행하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아니한다”(19.4조 절차적 보장 및 대중 인식 2항)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북미노동협력협정에는 ‘사법부의 판결이 수정되거나 재검토되지 않는다’고 명시했고, 미국-호주 FTA도 ‘노동협정상 어떠한 규정도 당사국 사법부의 재판에 대한 심사요구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별도로 두었다는 점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법률 ‘집행’ 개념을 넓게 해석하여 입법과 사법도 포함되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법의 경우는 사법기관의 판단이 타당한가 여부를 두고 양국 간 주권이 마찰할 소지가 있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미국이 추진하는 노동조항은 사법기관의 구체적 판례가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다만 ‘절차적 권리 보장’, 즉 사법절차의 공정성, 객관성,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④ 공중의견제출제도, 정부간 협의절차, 분쟁해결제도
우선 공중의견제출제도는 양국 정부의 행정 조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개별 기업의 행위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즉 기업의 노동법 위반 사례가 있을 경우 해당국 정부가 노동법에 따른 시정 조치를 지속적으로 집행하지 않을 경우에 문제를 삼는다는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공중의견제출제도, 분쟁해결제도가 새로운 제도이며 도입될 경우 정치적, 행정적 부담이 과다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근거로 수용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의회비준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고, 결국 제도들이 도입되었다.
그런데 한미 FTA 노동 조항의 분쟁해결 절차는 정부 간 협의를 통한 노동환경 개선을 넘어서 직접적인 무역제재 가능성을 약간 더 확대했다는 특징을 지닌다. 첫째, 한국 내에서는 ‘공중의견제출제도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자국의 협정문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이의 제기를 허용하지 않거나(북미노동협력협정은 심의대상 범위를 타당사국 영토에서 발생하는 노동법 관련 사항으로 규정했다) ▲각국의 협정문 이행기관이 먼저 의견을 접수하여 스크린한 후 상대국에 통보, 협의하는 방식을 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한미 FTA 노동 장에서는 이러한 제한이 가해지지 않았다.
둘째, 북미노동협력협정은 노동기준을 세 영역으로 구분하여 각각 이행절차를 달리하지만, 한미 FTA 노동 장은 그러한 명시적 구분이 없다.
셋째, 2007년 4월 타결안은 노동 장의 모든 의무 불이행을 특별분쟁해결절차에 따르도록 하였지만, 6월 재협상안은 일반분쟁해결절차와 연결하여 일반 상품관련 분쟁과 동일한 해결절차를 적용하기로 했다. 특별분쟁해결절차에 따르면 분쟁해결심판기구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무역제재 전에 벌과금을 부과하며(건당 최대 1,500만 달러), 납부된 벌과금은 공동위원회가 설치한 기금에 납부되어 위반국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사용된다. 하지만 일반분쟁해결절차를 따르게 되면 시정명령 위반에 대해 바로 무역제재가 가능하다. 위반국의 선택에 의해 벌과금 납부도 가능하나, 이는 제소국에 주는 배상의 성격을 띠게 된다. 따라서 한미 FTA 노동 장의 최종 타결 문안이 변화했다는 것은 그만큼 협정문상 의무 이행 강제력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제약이 동반된다는 사실도 확인해야 한다. 첫째, 협정 위반에 대한 제소가 모두 접촉선에 의해 검토되는 것은 아니다. 협정 부속서한에 따라 ▲자국에서 먼저 구제절차를 요청하지 않거나 ▲ILO에서 검토 중인 사안이 결론이 나기 전이나 ▲중복, 유사한 내용을 복수로 공중의견을 제출하는 것은 검토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이는 북미노동협력협정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둘째, 한미 양국은 무역이나 투자에 끼치는 효과가 입증될 수 있는 실질적인 경우에만 분쟁해결절차에 회부한다는 내용의 미 무역대표부 명의의 서한을 한국 측에 송부키로 하였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노동 장 관련 사안이 실제 분쟁해결절차에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북미노동협력협정의 이행 사례와 함의
그렇다면 만일 한미 FTA가 비준, 발효된다면 노동 장은 어떤 기능을 할 것인가. 아직 한미 FTA가 비준, 발효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를 예측하는 것은 이른 일이다. 하지만 NAFTA의 이행 사례를 검토하면서 노동 장에 대한 평가 시각을 가다듬을 수 있다.
NAFTA가 발효된 1994년 이후 2005년까지 제기된 공중의견제출제도 사례는 총 34건이다. 위반 국가별로 보면 미국정부 11건, 캐나다 정부 2건, 멕시코 정부 21건이다. 기본권 유형별로 보면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사항 25건, 단체교섭 관련 사항 11건, 파업권 관련 사항 3건, 아동노동 관련 사항 2건, 채용·고용상 차별 관련 사항 5건, 최저근로기준 관련 사항 12건, 산업안전보건 15건이다(사항별 중복 가능). 정부조치 유형별로 나누면 노동법 집행, 절차적 권리보장 관련 사항이 대부분이며, 노동입법에 관한 사항은 1건이다. 처리 결과를 보면 검토 거부 8건, 공청회 개최 16건, 장관급 회의 개최 14건으로 중재패널 단계까지 가거나 집행추징금 또는 무역제재가 가해진 경우는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NAFTA는 기본 노동권 사안별로 이행 단계를 달리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그럼 몇 가지 사례를 보자.
1) 북미노동협력협정 이행 사례
① 1994년 멕시코 마킬라도라 소니(MDM) 사례
이 사건은 1994년 1월 NAFTA가 발효된 후 미국 행정사무국이 접수한 세 번째 사례다. MDM은 소니 자회사로 멕시코 마킬라도라에 5개 공장을 운영했다. 1994년 10월 국제노동권기금, 멕시코 전국민주법률가연합, 마킬라도라정의연합, 미국친우봉사회 등 4개 단체는 멕시코 정부가 결사의 자유에 관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제소했다. 제소자는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시도하자 MDM 회사 측이 위협과 압력을 가하고 결국 해고를 자행했으며, 회사 경영진이 기존 노동조합과 지역 당국과 결탁하여 경영진의 요구에 순응하는 노동조합 지도부를 선출하려 했으며, 멕시코 당국은 독립노조의 등록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노동시간 등 노동기준에 관한 제소도 있었으나 ‘멕시코 노동법에 따라 멕시코에서 먼저 구제절차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검토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제소자의 요청사항은 ▲미국 NAO가 NAALC 16항 규정에 따라 사건을 검토할 것 ▲미국 NAO가 텍사스 라레도에서 공청회를 열고 증인을 위해 통역과 비자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 ▲멕시코가 소니사에 국제협약과 자국 노동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할 것 ▲미국 NAO가 NAALC 22조에 따라 장관급 협의를 열도록 미국 노동부장관에게 권고할 것이었다. NAO는 절차 가이드라인에 따라 접수된 진정 건을 심사대상으로 할 것인지를 60일 내에 결정해야 하며, 공개보고서를 120일 내에 공표해야 했다.
NAO 심사의 목적은 MDM사가 멕시코 노동법을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멕시코 정부가 NAALC에 규정된 의무, 즉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자국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고 ▲노동법과 단체협약이 시행되도록 재판소에 적절한 접근권을 가지도록 하며 ▲재판소의 절차가 공정, 평등,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보장하였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었다. 특히 북미노동협력협정에서 결사의 자유 사안은 (한미 FTA와 달리) 무역제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장관급 협의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하여 심사가 진행되었다.
미국 NAO는 1995년 2월 13일 멕시코 샌안토니오에서 공청회를 개최했고(NAO는 공청회의 목적이 공중에게 이 사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일 뿐, 개인적 권리에 대한 재판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혔다), 1995년 4월 11일 공개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노동자들이 퇴직금을 수령하도록 회사의 압력이 있었고 노조활동에 대한 협박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노동조합 등록절차에 대해서 장관급 협의 대상이 되도록 권고했다. 이는 복직, 체불임금 지급, 교섭명령과 같은 개별적인 권리구제 문제는 당사국 자치의 영역으로 둔 북미노동협력협정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NAO 보고서 발표 후 미국 로버트 라이히 노동부장관은 멕시코 산티아고 오나테 노동사회복지장관에게 장관급 협의를 요청하여, 1995년 6월 26일 장관회의에서 아래와 같은 합의를 도출했다. ▲노동조합 등록과 확인에 관하여 시행체계를 개선하고 공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협동 세미나를 3회 개최한다 ▲노동조합 등록 및 그 시행체계에 관한 연구를 멕시코 노동사회복지부 후원으로 3명의 독립적 노동법 전문가가 실시한다 ▲멕시코 노동사회복지부 공무원이 MDM사 관계자, 기존 노조와 독립노조 관계자 등과 미국 NAO 보고서 내용에 대해 협의한다 ▲이상의 모든 조치 결과에 대해 공표한다.
② 1997년 멕시코 마킬라도라 기업의 임신 검사 사례
1997년 5월 미국과 멕시코의 노동, 인권단체(인권감시, 국제노동권기금, 멕시코민주법률가연합)는 미국 행정사무국에 “멕시코 마킬라도라에서 정부가 용인하는 광범위한 성차별이 자행되고 있다”고 제소했다. 즉 고용주가 여성 구직자에게 임신 검사를 요구하고 양성으로 판정될 경우 채용을 거부하고 임신한 노동자의 경우 퇴직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3개월 유급 출산휴가를 회피하고자 했고, 당국은 이를 때로는 태만히 여기거나 때로는 공공연하게 지지함으로써 북미노동협력협정이 규정한 멕시코 정부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1998년 1월 미국 행정사무국은 이를 확인하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1998년 10월 장관급협의에 참가한 캐나다, 미국, 멕시코 노동부 장관은 몇 가지 프로그램에 합의했다. 여기에는 정부 공무원이 참가하는 워크숍, 여성 노동자 지원, 성차별 이슈에 대한 국제회의가 포함되었다. 또한 지목된 기업 중 일부는 임신 검사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의회 야당은 임시검사 금지를 명확히 밝히는 입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제소에 참가한 단체가 1998년 12월에 발표한 후속 보고서에 따르면 임신 검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던 기업이 여전히 임신 검사를 지속했다.
③ 1998년 미국 워싱턴 주 사과 산업 사례
1998년 멕시코 노동, 인권 단체는 미국 노동법이 워싱턴 주 사과 산업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제소했다. 즉 농장노동조합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 대한 법적 보호가 결여되어 있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며, 보건·안전 관련 위반이 광범위하며(농약의 위험),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와 직업안전보건국(OSHA)과 같은 노동법 집행기관의 예산이 삭감되었으며, 두 개의 주요 사과 포장선적기업 고용주가 노동조합 대표자 선거에 개입하여 위협과 협박을 가했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거대 사과 생산업체에 속한 과수원과 창고에 고용된 노동자는 45,000명을 넘었고 대부분은 멕시코 출신이었다. 제소자는 멕시코 정부가 노동협력협정이 규정한 검토, 자문, 평가, 중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안전ㆍ보건 문제를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전적 제재까지 가능한 사안이었다. 따라서 미국 기업은 큰 충격을 받았고 일부 기업 지도자는 노동협력협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멕시코의 행정사무국은 1999년 8월 보고서를 발간했고, 장관급협의의 결과로 2000년 5월 18일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성명은 행동계획으로서 정부 간 회의를 워싱턴과 멕시코시티에서 개최하고, 미국 행정사무국이 워싱턴과 야키마에서 공개포럼을 조직하며,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 삼국이 이주노동자에 관한 지침을 발표하기로 했다.
④ 1998년 캐나다 맥도날드 직장 부분 폐쇄 사례
1998년 10월 퀘벡노동동맹, 국제노동권기금, 전미트럭운전사노동조합(팀스터스)은 퀘벡 세인트허버트의 맥도날드 식당이 노동조합 등록 직전에 폐쇄했다고 제소했다. 퀘벡 법원은 노동조합을 회피하기 위한 부분 폐쇄를 허용했고, 맥도날드는 그 식당이 체인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부분폐쇄를 금지하지만 전면폐쇄는 허용한다.) 따라서 이는 북미노동협력협정에서 사법권이 문제가 된 첫 번째 사안이었다. 1998년 12월 미국 행정사무국은 맥도날드 사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1999년 4월 미국과 캐나다 행정사무국, 제소자, 캐나다 노동부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다. 퀘벡 정부는 직장폐쇄에 관한 주 노동법을 검토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문제에 관한 법률적 구제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2) 북미노동협력협정에 대한 평가시각
북미노동협력협정에 대해 미국 노동계 내에 일부 긍정적 평가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즉 공중의견제출제도와 공개청문회에서 노동기준 미준수가 심의되고 이것이 국내 여론을 불러일으켜 정부의 태도 변화나 기업의 협력을 유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멕시코 정부의 기본권 침해에 대해 미국 노동단체가 미국 행정사무국에 제소하거나, 미국의 침해에 대해 멕시코 노동단체가 멕시코 행정사무국에 제소함으로써 노동조합, 인권단체의 연대가 강화되는 계기로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노동조합은 그것이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간주했다. 예를 들어 가장 핵심적인 노동기준인 결사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미비하고, 심지어 가장 높은 단계의 이행조치도 실질적인 무역제재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집행추징금은 협정 위반국의 노동법 집행을 개선하는 데 사용된다.) 위의 MDM 사례에서 NAO의 장관급 협의 보고서도 “모든 법적인 수단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독립노조를 등록시키기 위한 시도는 실패했고, 해고된 노동자들은 여전히 복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의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거나 적절한 퇴직금을 받았을지는 몰라도 그들의 해고가 독립노조 설립과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없다”고 언급하여 이러한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AFL-CIO는 NAFTA와 그 후 체결된 양자 간 FTA가 “단 하나의 노동권 관련 의무, 즉 정부가 자국의 노동법을 집행해야 할 의무만이 분쟁해결 체계를 통해 실제로 강제될 수 있다. 노동 장에 포함된 다른 모든 의무는 명백히도 분쟁해결 체계로 다뤄지지 않으며 따라서 완전히 강제될 수 없다. 당사국은 ILO 기준을 충족해야 할 의무를 지니지 않으며, 협정 하에서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자국의 노동법을 심지어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노동조합 역시 북미노동협력협정이 ILO가 인정하는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하지 못하며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하여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여 거의 실효성이 없다고 보았다.
3) 한미 FTA 노동 장에 대한 미국 노동조합의 평가 시각
그렇다면 북미노동협력협정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볼 때 한미 FTA 노동 장은 어떠한가. 미국 AFL-CIO와 주요 산별노조가 참여하는 노동자문위원회가 2007년 4월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상공회의소는 무역촉진권(신속협상권)의 목표를 충족하도록 노동 장을 협상하는 데 시종일관 실패하였다.”
즉 ▲ILO의 핵심 노동기준을 준수할 의무를 강제하기 위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국내 노동법이 제공하는 보호수준을 악화시키지 못하게 막을 수 없다, ▲ILO의 핵심 노동기준인 고용 차별에 관해 한국 정부가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노동관계에 저개발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억압, 폭력, 분쟁이 없다는 인식도 잘못된 것이다. 최근 ILO가 제출한 보고서를 보더라도 한국 정부는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체포와 고소를 활용하며 ▲사업장 수준에서 복수노조를 금지하며 ▲노동조합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며 ▲필수공익사업장에 포함되는 공공서비스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부당한 정리해고가 자행되며 ▲노동기본권을 거부하기 위해 비정규 고용관계를 활용하며 ▲공무원노동조합을 폭력적으로 억압한다.
또한 AFL-CIO가 발표한 한미 FTA 해설 자료에 따르면, 2007년 5월 10일 의회와 행정부는 양자 간 무역협정의 노동 장에 포함되어야 할 새로운 모델에 합의했다. 그 후 새로운 모델은 한미 FTA 심의에 포함되었다. 새로운 모델은 과거 도미니카공화국-중앙아메리카자유무역협정(DR-CAFTA)이나 바레인, 오만, 모로코와 맺은 협정에 담긴 노동법 집행 기준보다 약간 개선된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심각한 우려 사항을 담고 있다. 첫째, 노동기준에 관련하여 오직 1998년에 ILO가 채택한 ‘작업장에서의 기본원칙과 권리에 관한 선언’만을 언급하고 있다. 둘째, 노동법에 대한 정의에 연방정부의 법과 주정부의 법이 모두 포함된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지 않고 있다. (즉 협정이 적용되는 대상에 주정부 법이 배제된다면 노동권 보장 효과가 크게 축소될 수 있고, 양국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셋째, 제소자가 투자와 무역 관련성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장애물이 될 것이다.
2010년 9월 28일 민주노총과 AFL-CIO가 공동으로 발표한 「한미 FTA 노동자 공동성명서」도 “한미 FTA는 노동과 환경 조항에 있어서 약간의 중요한 진전이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며, 이전 협정들이 기반하고 있는 똑같은 실패한 무역모델을 여전히 전반적으로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명서는 정부 협상가들이 “2007년 무역협정 모델의 노동·환경 조항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투자, 정부조달, 서비스(금융서비스 포함) 등 기타 중요한 장에 관한 노동자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다뤄야만 한다”면서 “만약 우리가 제기한 우려를 다루는 전면적인 재검토와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조합원들이 노동조합 및 연맹과 협력하여 한미 FTA를 강력히 반대하도록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서는 현재 155명의 미국 하원 의원이 지지한 ‘무역개혁·책임·발전·고용법’(TRADE Act)에는 필수공공서비스 민영화 또는 탈규제 금지, 외국인 투자 및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허용,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 적용배제, 투자와 투자자에 대한 엄밀한 개념 정의 등의 원칙이 담겨있고 이것이 한미 FTA 전면 재검토·재협상의 최소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노동조합의 무역, 노동-환경기준 연계 전략
이처럼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민주노총과 AFL-CIO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양자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AFL-CIO는 무역협정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강제력 있는 노동권’을 촉진하는 협상이 포함되어야 한다며 무역과 노동ㆍ환경기준의 연계를 원칙적으로 지지한다. (물론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AFL-CIO는 미국 정부가 추진했던 FTA 각각에 대해서는 그 한계를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반면 민주노총은 “한미 FTA가 비정규직을 확산시키고 구조조정 압력과 사회양극화를 촉진하여 노동기본권 행사를 근본적으로 제한할 것이라는 점에서 노동권을 한미 FTA와 연계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권과 환경권은 한미 FTA의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한미 양국이 즉각 보장해야 할 기본권”이며 “한미 FTA 협상에 끼워서 보편적 노동권 문제를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무역과 노동ㆍ환경기준 연계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연계 전략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듯 보인다. 즉 연계 전략이 FTA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노동권 개선에 실효성이 없으며 노동권 개선이 반드시 무역과 연계될 필요가 없다는 인식에 근거를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FTA 각각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도 무역과 노동기준 연계를 원칙적으로 지지하는 전략이 앞으로도 유효한 것이냐는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AFL-CIO의 무역 정책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수립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정치적, 이론적 근거를 살펴본 후 간략한 평가를 내리겠다.
1) AFL-CIO 무역정책의 역사적 배경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 노동조합의 재활성화 전략에 핵심은 조직화, 협상력 강화, 내부적 재구조화였다. 하지만 국제상업이 확장되면서 국제무역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AFL-CIO의 스위니 새 지도부는 미국 노동조합의 변화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과거 1934년 상호무역협정법에서 1962년 무역확대법에 이르는 시기 동안 미국 노동조합은 초당파적인 자유무역동맹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했다. 노동조합은 국제무역의 이익을 향유했고 노동조합 지도부는 무역자유화가 공산주의의 위협을 막는 보호자라고 보았다. AFL-CIO는 외국 노동조합에 개입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미국의 대외정책을 지지하는 노동조합 곧 반공노조를 후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AFL-CIO는 광범위한 대중적 기반을 지닌 급진적 노동조합과 관계를 단절하곤 했다. 따라서 과거에 AFL-CIO가 세계무역에서 노동권을 말하는 것은 공허할 따름이었다.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 미국경제가 쇠퇴하기 시작하자 노동집약적이며 해외수입품과 경쟁해야 하는 산업부문에 속한 비숙련, 저숙련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부터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1970-80년대에 미국 노동조합의 주요 관심사는 수입품 유입을 틀어막거나 해외시장(대표적으로 일본)을 비틀어 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1970년대 동안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대통령 닉슨과 카터, 초민족기업, 수출의존적 농업 지역이나 선벨트 지역 출신 공화당 의원의 일치된 노력으로 인해 노동조합은 패배를 거듭했다. 노동조합은 1988년 총괄무역경쟁력법을 입법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 노동조합이 강력히 지지한 ‘게파트 수정안’은 일본처럼 미국에 대해 만성적으로 대규모 무역흑자를 누리는 국가에 대해 쿼터나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는 대개 삭제되거나 약화되어 슈퍼 301조로 대체되었다. 1970-80년대 동안 노동조합의 영향력은 계속 침식되었다. 북부 도시에 기반을 둔 산업노동력이 쇠퇴하면서 노동조합원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반면 1980년대 기업의 정치행동위원회가 제공하는 정치자금 액수는 폭증했다.
1990년대에 이르자 노동조합의 관심은 개발도상국과 무역ㆍ투자자유화 문제를 둘러싼 싸움으로 이동했다. 그 첫 번째 싸움은 NAFTA였다. 노동조합이 볼 때 NAFTA의 핵심 문제는 무역이라기보다는 투자였다. 초민족기업이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멕시코로 산업체를 이전하겠다는 위협 때문에 노동조합이 임금과 노동규칙에 관해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1992년에 부시 행정부가 체결한 NAFTA에는 노동, 환경조항이 없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선거운동을 거치며 변화가 발생했다. 부시의 경쟁자인 클린턴은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신민주당’을 추구하면서도 민주당의 핵심 유권자 집단인 노동조합이 소외되는 것을 피하고자 했다. 민주당 내부가 NAFTA 찬반론으로 분열된 상태에서 클린턴은 양다리를 걸치는 태도를 취하다가 최종적으로 핵심 노동기준과 환경문제, 수입품의 급증 문제를 부속협정으로 다룬다는 조건으로 협정을 찬성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노동조합은 클린턴의 제안에 비판적이었지만, 실제로 부속협정에 기대를 품기도 했다.
1993년 5월 클린턴 행정부는 정부가 자국의 노동ㆍ환경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는지를 책임지는 독립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제안은 기업, 미국 공화당과 멕시코, 캐나다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다. 노동조합은 협상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클린턴 정부는 결국 제안을 철회하고 독립위원회보다 훨씬 약화된 형태로 노동기준의 강제 메커니즘이 성립되었다. AFL-CIO는 노동 부속협정에 충격을 받았고 공식적으로 NAFTA에 계속 반대 입장을 펼쳤고 노동조합들은 워싱턴과 기층에서 NAFTA 반대투쟁의 수위를 높였다. 초기 국면에서는 NAFTA 반대 투쟁이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국 1993년 11월에 하원과 상원에서 234 대 200, 61 대 38로 비준안이 통과되었다. 노동조합은 의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승리를 거둘 수 없었다.
클린턴은 1996년 재선에 성공한 후 새로운 FTA를 추진하고자 했다. 이제 그는 기업과 공화당의 지지를 얻어서 새로운 신속처리권한을 얻고자 노동·환경기준이 포함되지 않은 ‘깨끗한 협정’을 고려했다. 하지만 1997년 2월 스위니 집행부는 협정 대상국의 임금과 노동기준을 향상시키는 조항을 포함하지 않는 모든 NAFTA 확대 협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클린턴 정부가 신속처리권한을 갱신하려는 것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신속처리법안에 반대하는 캠페인 동안 미국 노동조합은 큰 변화를 추구했다. 스위니는 이렇게 말했다. “문제는 우리가 국제주의자냐 여부가 아니다. 문제는 우리의 국제주의가 어떤 가치의 복무할 것이냐다.” AFL-CIO는 세계 경제통합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전환했다. 동시에 AFL-CIO와 민주당 자유주의 집단이 맺은 정치적 동맹은 세계화가 수출 대기업과 초민족기업의 이익보다는 미국과 세계의 일반적 이익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게파트 의원은 이를 ‘세계화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세계화를 위한 규칙’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동자운동은 개발도상국의 노동ㆍ환경 기준을 요구했다. 이는 개발도상국에서 생활수준을 높이고, 빈곤국에서 미국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중간계급을 확대하며, 미국의 일자리, 임금, 환경을 침식할 수 있는 ‘바닥을 향한 경쟁’을 예방하자는 것이었다. 미국 노동조합은 신속처리법에 반대하기 위해 NAFTA 반대투쟁 당시보다 더 적극적으로 환경운동, 인권운동, 소비자안전운동과 협력했다. 1998년 시애틀 투쟁은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NAFTA와 신속처리권 반대 투쟁으로 경험을 구축한 WTO 반대 활동가들의 극적인 가두시위 때문이었다.
2) 무역과 노동ㆍ환경기준 연계의 논리적 근거
AFL-CIO는 미국진보연구소가 발표한 「노동권은 훌륭한 무역정책이 될 수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논리적 정당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논리를간략히 살펴보자. 미국 경제는 심각한 무역적자 증가에 직면해 있다(2004년 중반 이후 GDP의 5% 이상). 즉 미국은 생산한 것 이상으로 소비를 하고 있으며 소비를 위해서 국내 자산을 매각하고 있고(재무부 채권, 은행, 건물, 기타 실물자산), 2007년 말 미국은 2.4조 달러의 순대외부채를 지고 있다. 이는 결국 미국 생활수준의 하락을 초래하는데 경제 다른 부분에 대한 투자를 희생시키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몇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우선 생산비용의 기능이다. 해외 생산자가 노동, 환경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일자리 상실, 불평등 증가를 야기할 것이고 미국에서 사회안전망에 대한 요구를 증가시킬 것이다. 이는 결국 미국이 해외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킨다. 반면 생산자가 노동, 환경 비용을 책임진다면, 그 부담을 사회에 전가시키지 않게 되고 이는 생산자가 생산품과 서비스의 질에 기초하여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더 좋은 노동기준은 해외 국가에서 노동자 소득과 수당의 증가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동반할 것이다. 고용주가 현존하는 노동을 활용하는 새롭고 더 좋은 길을 발견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에 더 빠른 생산성 증가, 더 빠른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해외 국가의 노동생산성 증가나 환율 변화도 미국의 무역적자에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미국의 정책담당자는 미국 경제의 혁신에 투자해야 하고, 해외 국가의 인위적인 환율 개입을 억제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무역 상대국, 특히 저개발국가의 더 좋은 노동기준은 미국의 수출과 수입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해외 노동자의 소득을 신장시킴으로써 미국 수출품에 대한 수요를 증대할 수 있다. 이것이 세계경제 성장을 위한 ‘선순환’ 전략이다. 선순환을 창출하는 데 있어서 필요부가결한 부분은 ‘강제력 있는 노동권’(enforceable labor rights)을 촉진하는 것이며 이는 무역협정의 한 부분으로서 노동권에 관한 협상을 포함하는 것이다.
3) 무역, 노동기준 연계 요구에 대한 평가
1960년대 유럽 공동시장의 사례처럼 자본주의 성장기에 자본주의 발전 수준이 비슷한 국가들 간 경제통합은 상호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관점에서 볼 때 생산성 수준이 높은 국가와 생산성 수준이 낮은 국가 사이의 비교우위에 따른 국제무역은 반드시 불평등교환 즉 가치의 이전이 발생한다. 생산성 수준의 격차가 큰 국가 사이에서 상품 교환은 서로 다른 노동시간이 투여된 상품의 교환을 뜻하고, 그러한 교환은 곧 노동시간당 임금 격차를 의미한다. 즉 국가 간의 노동시간당 임금 격차가 국제무역에서 발생하는 불평등교환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또한 생산성 수준의 격차가 큰 국가 사이의 상품 교환이란 비교우위에 따른 생산특화를 통해서 세계적 수준에서 절약된 노동시간이 생산성이 높은 국가에 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생산성 수준이 높은 국가는 이윤율이 높고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을 특화하고 생산성 수준이 낮은 국가는 이윤율이 낮고 느리게 성장하는 부문을 특화하게 됨으로써 국가 간에 ‘상대적 저발전’이라는 문제가 등장한다. 역으로 생각하면 국가 간 임금격차를 축소한다는 것은 불평등교환 즉 가치의 이전을 축소하고 국가 간에 상대적 저발전이란 문제를 축소한다는 것을 뜻한다. 즉 국가 간 임금 격차를 축소하려는 노력은 국제무역이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불평등교환을 축소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국제적으로 노동 기준을 강화하고 최저임금, 노동시간, 직업안전보건 등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국제적 불평등을 축소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나아가 21세기 세계 자본주의는 무역 네트워크를 전제하지 않더라도 (중심부 국가에서 주변부 국가로) 자본의 일방적 이전 즉 초민족기업의 직접 투자나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해서 부를 영유하며, (주변부 국가에서 중심부 국가로) 노동의 일방적 이전 즉 이주노동자 수입을 통해서도 부를 영유한다. 따라서 미국식 FTA 모델이 추구하는 투자자유화, 금융자유화, 지적 재산권 확대를 제한하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전 세계적인 수준에서 노동권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조합 운동이 적극적인 연대와 공동행동을 모색한다는 것은 현재 정세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투자자유화와 초민족기업의 소유권 개념의 확대, 금융자유화, 지적 재산권 확대에 대항하는 투쟁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수단으로 FTA를 체결한 상대국의 무역제재를 활용한다는 전략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달리 말하면 현재 한국정부가 노동권을 탄압한다는 것을 근거로 미국정부에 한국에 대한 무역제재를 요청한다는 것이 바람직한 효과를 낳을 수 있을까. 이는 노동과 자본의 투쟁이 민족국가 간 분쟁으로 전환됨으로써 보호주의, 국수주의적 대립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이는 노동권 강화를 위한 투쟁을 오히려 고립시키거나 노동자 국제연대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위험도 있다. 중심부 국가와 주변부 국가 간 불평등교환을 축소하고 노동조건의 하향경쟁을 제한하는 노동기준 강화를 목표로 노동자 국제연대를 실현하기 위해 대중운동을 형성한다는 것과 그 수단으로 정부 간 무역제재에 호소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결론
한미 FTA가 체결된 후 한국정부는 노동 장이 도입되었다고 실질적으로 변화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노동 장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해야 한다는 것을 의무화한 것이 아니다. 다만 핵심 노동기준을 자국 노동법과 관행으로 채택, 유지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 한미 FTA로 인해 추가적인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그 자체로 국내법령을 제ㆍ개정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언했다. 무역, 투자 촉진을 위해 국제노동기준을 저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도 동일하게 간주했다. 한국정부가 앞장서서 노동 장이 아무 의미도 없다고 선전하고 있는 꼴이다. 이를 반영하여 한국 기업을 대변하는 경총도 노동 장 때문에 큰 문제가 벌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NAFTA에 노동조항이 처음 포함된 이후 미국 정부는 FTA에 대한 지지를 모으기 위해 점진적으로 노동조항에 변화를 가했다. 특히 한미 FTA의 노동 장은 위반 사안을 일반분쟁해결절차로 다루기로 했다는 점에서 형식적 변화를 지닌다. 하지만 노동부는 의무 위반으로 분쟁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무역 또는 투자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상대국이 입증해야 하므로 실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단언했다. 또한 공중의견제출제도의 경우, 북미노동협력협정 사례에서 노동원칙 사안별로 이행절차를 구분한 것처럼 그에 가해진 제약이 다소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과되는 제약이 많기 때문에 공중의견제출제도가 활발히 활용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1990년대 클린턴 정부 당시는 노동조항이 NAFTA 체결의 전제조건이라는 대선 공약이 있었으므로 클린턴 정부로서는 그 유효성을 입증해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양국 정부(노동부)가 이러저러한 근거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공중의견 검토를 거부하거나 아무런 효과도 발휘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제약이 존재한다. 즉 기본 노동권 보장은 FTA 노동 장의 형식적 완결성이 아니라 정부 의지가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정부는 한미 FTA 체결 과정에서 임금과 노동시간을 비롯한 규제 수준을 앞으로 더욱 악화시키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만약 한미 FTA가 비준, 발효된다면 NAFTA 사례처럼 양국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의 연대를 위해 노동 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앞으로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한미 노동자연대의 필수조건은 노동 장이 제공하는 제도가 아니라 노동자 국제연대의 필요성, 긴급성에 대한 노동자 대중의 인식이다. 예를 들어 한국 대기업의 미국 현지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공장 간 생산물량 경쟁이 아니라 노동권 강화를 위한 연대가 필수불가결하다는 대중적 인식과 행동이 더욱 중요하다.
세계화라는 조건에서 국제노동기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동자 국제연대는 두말할 나위 없이 긴급하다. 이는 국제무역이 동반하는 불평등교환, 즉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부의 이전을 축소하고 주변국의 상대적 저발전을 완화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확장하기 위해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또한 노동조합은 초민족기업의 소유권을 강화하고 그들에 부를 집중시키는 수단인 투자자유화, 금융자유화, 지적 재산권 강화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의 중심에 서야 한다. 하지만 그 수단으로서 무역제재 강화에 호소하는 미국 노동조합의 무역, 노동기준 연계 전략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어떤 의도에 따른 것이든 보호주의, 국수주의적 반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오히려 노동자 국제연대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한미 FTA 저지 투쟁은 한국정부의 동시다발 FTA 추진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그동안 축적한 투쟁과 토론을 바탕으로 FTA 모델에 일반적 인식, 그에 대응하기 일반적 목표와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체결국 간 손익계산 논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역자유화, 투자자유화의 본질에 대한 통일적 인식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며 정부와 기업의 공격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일반적 목표와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미국노총(AFL-CIO)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무역협정에 체결국의 노동ㆍ환경기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항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무역, 사회조항 연계를 요구했다. 미국 정부는 FTA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려는 목적으로 이러한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하지만 AFL-CIO는 한미 FTA에 대해 노동ㆍ환경조항이 여전히 미흡하고 실패한 무역모델을 답습하고 있다며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 글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첫째, 미국식 FTA 모델에서 노동조항은 어떤 기본구조와 특징을 지녔는가. 둘째, 한미 FTA의 노동조항은 미국이 그 이전에 체결한 것에 비해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가. 셋째,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후 노동조항 이행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긍정적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넷째, 그에 비추어 볼 때 한미 FTA 노동조항은 조금이라도 유의미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는가. 다섯째, 미국 노동조합이 추구하는 국제적인 노동권 강화는 어떤 맥락에서 제시되었는가, 그 함의는 무엇인가. 여섯째, 미국 노동조합이 그 수단으로 제시하는 무역 노동기준 연계에 대해 한국 노동자운동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한미 FTA 노동조항의 기본 구조와 특징
1994년에 발효된 NAFTA는 미국이 맺은 FTA에 노동조항이 포함된 최초의 사례다. NAFTA에는 노동ㆍ환경조항이 부속협정 형식으로 포함되었다. 이중 노동협정을 북미노동협력협정(NAALC)이라고 부른다. 또한 미국이 맺은 양자 간 FTA에서 노동조항이 설치된 최초의 사례는 2000년 10월에 체결한 요르단과의 협정이다. 2003년 이후 미국이 체결한 14개국과의 FTA에도 노동조항이 포함되었다. 이스라엘과 맺은 협정만 예외다.
한미 FTA 노동조항의 원형은 북미노동협력협정이기 때문에 핵심적 특징을 공유한다. 그렇다면 북미노동협력협정의 특징은 무엇인가. 첫째, 협정 체결국에 대해 노동법이나 기준을 상호조율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 둘째, 협정 체결국에 노동관련 당국(노동부)을 대체할 새로운 노동법 집행기관의 설립을 요구하지 않는다. 셋째, 노동 분쟁과 관련하여 고용주의 유죄 여부를 판결하거나 위반자들에게 시정조치를 명령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는 초국가적인 법원을 설립하지 않는다. 결국 북미노동협력협정의 핵심개념은 체결국이 법 내용이나 법 집행 권한 및 절차에 대해서는 주권을 유지하되 체결국이 ‘자국의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enforcement)’하도록 촉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체결국은 공동으로 노동 문제와 노동법 집행 문제를 검토할 수 있는 제도를 수립해야 하며, 이는 구체적으로 당사국이 국내 노동법의 집행 현황에 대한 국제적, 독립적인 비판적인 검토와 평가, 심지어 중재의 가능성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미 FTA의 기본 특징은 큰 틀에서 NAFTA과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면 분쟁해결 절차가 NAFTA의 사례처럼 중재를 통한 노동환경 개선보다 직접적인 무역제재에 상당히 무게를 싣는 형태로 최종 타결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먼저 한미 FTA 노동조항의 기본구조를 살펴보고 그 의미와 특징을 검토하자.
1) 한미 FTA 노동조항의 기본구조
한미 FTA의 19장은 노동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를 노동 장(labor chapter)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글에서는 두 표현을 모두 사용한다.) 노동 장은 양국 정부가 국제노동기준 준수를 위해 다음과 같은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첫째, 국제노동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
“작업장에서의 기본원칙 및 권리에 관한 국제노동기구의 선언과 그 후속조치에 기술된 대로 자국의 법 및 규정, 그리고 그에 따른 관행에서 다음의 권리를 채택하고 유지한다.
가. 결사의 자유
나. 단체교섭권의 효과적인 인정
다. 모든 형태의 강제적 또는 강요에 의한 노동의 철폐
라. 아동노동의 효과적 폐지, 그리고 그 협정의 목적상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의 금지
마.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의 철폐.” (19.2조 기본노동권 1항)
둘째, 무역, 투자 촉진을 위해 국제노동기준을 저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느 쪽 당사국도 양 당사국간의 무역 또는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19.2조 기본노동권] 제1항을 이행하는 자국의 법률 또는 규정의 적용을 면제하거나 달리 이탈하거나, 또는 적용을 면제하겠다거나 달리 이탈하겠다고 제의하지 아니한다.” (19.2조 기본노동권 2항)
셋째, 국제노동기준이 반영된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노동권에 대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어떠한 당사국도 이 협정의 발효일 이후, 양 당사국간 무역 또는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작위 또는 부작위의 지속적 또는 반복적 과정을 통하여 19.2조 제1항에 따라 자국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노동법을 포함한 자국의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못하여서는 아니 된다.” (19.3조 노동법의 적용 및 집행 1항)
“각 당사국은 특정한 사안에 있어서 자국 법에 따라 인정된 이해관계를 가진 인이 자국 노동법의 집행을 위한 재판소에 대한 적절한 접근권을 가지도록 보장한다. 그러한 재판소는 행정·준사법·사법 또는 노동재판소를 포함할 수 있다. 각 당사국은 자국 노동법의 집행을 위한 그러한 재판소의 절차가 공정하고 공평하며 투명할 것을 보장한다.” (19.4조 절차적 보장 및 대중 인식 1항, 2항)
넷째, 국제노동기준 준수를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 운영한다. 즉 공중의견제출제도, 정부 간 협의절차, 분쟁해결제도를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권을 보호한다. 이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한국과 미국 정부는 노동 장을 이행할 목적으로 노동부 내에 접촉선 역할을 하는 부서를 지정한다. (NAFTA의 경우, 행정사무국(NAO)이라고 불렀다.) 접촉선은 노동 장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개인, 집단이 제출한 의견을 접수하고 신속하게 검토한다. 이를 공중의견제출제도라고 부른다.
그리고 당사국은 상대방 접촉선을 통해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양국은 만족스러운 해결에 도달하기 위해 신속히 모든 시도를 취하며, 어떤 사람이나 기관에 자문이나 지원을 구할 수도 있다. 협의가 사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노동협의회를 소집할 수 있다. 노동협의회는 한미 양국의 노동부와 그밖의 적절한 기관, 부처의 고위 공무원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노동 장의 이행을 감독하는 기관이다. (이를 정부 간 협의절차라고 부른다.) 노동협의회가 60일 이내에 사안을 해결하지 못하면 일반분쟁해결절차가 개시된다.
2) 한미 FTA 노동조항의 특징
① 국제노동기준의 법제화 조항
우선 ‘국제노동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무가 곧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의무화한 것이 아니라 다만 핵심 노동기준을 자국 노동법과 관행으로 채택, 유지하도록 한다는 것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은 핵심 협약을 비준한 경우가 한국보다 더 적기 때문에 한미 FTA 체결이 양국 정부에 협약 비준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런데 한미 FTA에서 법제화 의무를 규정한 표현이 과거 미국이 맺은 FTA에 비해 더 강해졌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예를 들어 미국-싱가포르 FTA은 “노력해야 한다”(shall strive to~)는 문언 형식을 취해서 국내법 정비는 체결국의 법적 의무라기보다는 일반적 노력의무로 간주될 수 있었다. 반면 한미 FTA는 “해야 한다”(shall~)는 문언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정부는 “ILO 기본권선언은 ILO 미비준국가인 경우에도 기본권에 관한 원칙을 존중, 증진, 실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는 ILO 회원국으로 당연하게 준수하고 있는 의무이기 때문에 한미 FTA로 인해 추가적인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그 자체로 국내법령을 제ㆍ개정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님”이라고 밝히고 있다(노동부, ‘한미 FTA 노동분야 추가협의 결의’, 2007.6.29). 또한 노동부는 의무 위반으로 분쟁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무역투자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상대국이 입증해야 하므로 실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한국 정부는 기본노동권 법제화 조항이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 협약을 비준할 필요도 없고, 국내 노동법을 개정할 필요도 없다고, 즉 아무 것도 바뀌는 것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② 무역, 투자를 촉진을 위한 노동기준 저하 금지 조항
이 조항은 협상 과정에서 양국 정부 간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한국 정부는 국제기준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국내 노동법의 보호수준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미국 정부는 국내 노동법의 기존 보호수준은 저하될 수 없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한국 정부는 현행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국내 노동법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데(예를 들어 경제자유구역에서는 무급 주휴를 인정한다), 이 조항이 국내 노동법상 보호수준을 저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분쟁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 조항에 우려를 표명한 또 다른 논리를 보면, 미국은 ‘해고의 자유’ 법리를 채택하고 있으나 한국은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사용자가 입증하지 않으면 고용관계를 정리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은 노동시간과 임금에 관한 규제를 면하기 위해 고용관계를 종료시키는 게 수월하지만 한국은 해고가 제한되기 때문에 노동시간과 임금에 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분쟁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 조항에 반대했지만 결국 협정문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노동부는 이 역시도 “기본 노동권이 아닌 사항에 대해서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며, 기본 노동권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기본 노동권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준을 낮추어 적용하는 경우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님”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노동부는 “한국 노동법에서만 규율하고 있는 것이 확실한 연차 휴가, 휴일은 협정문 적용대상이 되지 않음을 명백히 했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노동협정의 이행을 관장하는 기구인 노동협의에서 양국 노동법을 비교 검토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하여 협정문 적용대상의 ‘형평성’을 확보하겠다, 즉 한국에서 임금과 노동시간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명하고 있다.
③ 노동법의 효과적 집행, 절차적 권리(사법적 권리) 보장
우선 협정이 지시하는 바가 체결국 정부가 모든 노동법이 아니라 협정문에 명시된 국제노동기준과 직접 관련된 노동법에 한해 효과적인 집행 의무를 담당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각 당사국들은 법 내용이나 법 집행 권한, 절차와 관련하여 주권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협정 문안에는 “이 장(19장 노동)의 어떠한 규정도 당사국의 당국이 다른 쪽 당사국의 영역에서 노동법 집행활동을 수행하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아니한다”(19.4조 절차적 보장 및 대중 인식 2항)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북미노동협력협정에는 ‘사법부의 판결이 수정되거나 재검토되지 않는다’고 명시했고, 미국-호주 FTA도 ‘노동협정상 어떠한 규정도 당사국 사법부의 재판에 대한 심사요구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별도로 두었다는 점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법률 ‘집행’ 개념을 넓게 해석하여 입법과 사법도 포함되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법의 경우는 사법기관의 판단이 타당한가 여부를 두고 양국 간 주권이 마찰할 소지가 있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미국이 추진하는 노동조항은 사법기관의 구체적 판례가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다만 ‘절차적 권리 보장’, 즉 사법절차의 공정성, 객관성,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④ 공중의견제출제도, 정부간 협의절차, 분쟁해결제도
우선 공중의견제출제도는 양국 정부의 행정 조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개별 기업의 행위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즉 기업의 노동법 위반 사례가 있을 경우 해당국 정부가 노동법에 따른 시정 조치를 지속적으로 집행하지 않을 경우에 문제를 삼는다는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공중의견제출제도, 분쟁해결제도가 새로운 제도이며 도입될 경우 정치적, 행정적 부담이 과다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근거로 수용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의회비준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고, 결국 제도들이 도입되었다.
그런데 한미 FTA 노동 조항의 분쟁해결 절차는 정부 간 협의를 통한 노동환경 개선을 넘어서 직접적인 무역제재 가능성을 약간 더 확대했다는 특징을 지닌다. 첫째, 한국 내에서는 ‘공중의견제출제도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자국의 협정문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이의 제기를 허용하지 않거나(북미노동협력협정은 심의대상 범위를 타당사국 영토에서 발생하는 노동법 관련 사항으로 규정했다) ▲각국의 협정문 이행기관이 먼저 의견을 접수하여 스크린한 후 상대국에 통보, 협의하는 방식을 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한미 FTA 노동 장에서는 이러한 제한이 가해지지 않았다.
둘째, 북미노동협력협정은 노동기준을 세 영역으로 구분하여 각각 이행절차를 달리하지만, 한미 FTA 노동 장은 그러한 명시적 구분이 없다.
셋째, 2007년 4월 타결안은 노동 장의 모든 의무 불이행을 특별분쟁해결절차에 따르도록 하였지만, 6월 재협상안은 일반분쟁해결절차와 연결하여 일반 상품관련 분쟁과 동일한 해결절차를 적용하기로 했다. 특별분쟁해결절차에 따르면 분쟁해결심판기구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무역제재 전에 벌과금을 부과하며(건당 최대 1,500만 달러), 납부된 벌과금은 공동위원회가 설치한 기금에 납부되어 위반국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사용된다. 하지만 일반분쟁해결절차를 따르게 되면 시정명령 위반에 대해 바로 무역제재가 가능하다. 위반국의 선택에 의해 벌과금 납부도 가능하나, 이는 제소국에 주는 배상의 성격을 띠게 된다. 따라서 한미 FTA 노동 장의 최종 타결 문안이 변화했다는 것은 그만큼 협정문상 의무 이행 강제력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제약이 동반된다는 사실도 확인해야 한다. 첫째, 협정 위반에 대한 제소가 모두 접촉선에 의해 검토되는 것은 아니다. 협정 부속서한에 따라 ▲자국에서 먼저 구제절차를 요청하지 않거나 ▲ILO에서 검토 중인 사안이 결론이 나기 전이나 ▲중복, 유사한 내용을 복수로 공중의견을 제출하는 것은 검토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이는 북미노동협력협정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둘째, 한미 양국은 무역이나 투자에 끼치는 효과가 입증될 수 있는 실질적인 경우에만 분쟁해결절차에 회부한다는 내용의 미 무역대표부 명의의 서한을 한국 측에 송부키로 하였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노동 장 관련 사안이 실제 분쟁해결절차에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북미노동협력협정의 이행 사례와 함의
그렇다면 만일 한미 FTA가 비준, 발효된다면 노동 장은 어떤 기능을 할 것인가. 아직 한미 FTA가 비준, 발효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를 예측하는 것은 이른 일이다. 하지만 NAFTA의 이행 사례를 검토하면서 노동 장에 대한 평가 시각을 가다듬을 수 있다.
NAFTA가 발효된 1994년 이후 2005년까지 제기된 공중의견제출제도 사례는 총 34건이다. 위반 국가별로 보면 미국정부 11건, 캐나다 정부 2건, 멕시코 정부 21건이다. 기본권 유형별로 보면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사항 25건, 단체교섭 관련 사항 11건, 파업권 관련 사항 3건, 아동노동 관련 사항 2건, 채용·고용상 차별 관련 사항 5건, 최저근로기준 관련 사항 12건, 산업안전보건 15건이다(사항별 중복 가능). 정부조치 유형별로 나누면 노동법 집행, 절차적 권리보장 관련 사항이 대부분이며, 노동입법에 관한 사항은 1건이다. 처리 결과를 보면 검토 거부 8건, 공청회 개최 16건, 장관급 회의 개최 14건으로 중재패널 단계까지 가거나 집행추징금 또는 무역제재가 가해진 경우는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NAFTA는 기본 노동권 사안별로 이행 단계를 달리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그럼 몇 가지 사례를 보자.
1) 북미노동협력협정 이행 사례
① 1994년 멕시코 마킬라도라 소니(MDM) 사례
이 사건은 1994년 1월 NAFTA가 발효된 후 미국 행정사무국이 접수한 세 번째 사례다. MDM은 소니 자회사로 멕시코 마킬라도라에 5개 공장을 운영했다. 1994년 10월 국제노동권기금, 멕시코 전국민주법률가연합, 마킬라도라정의연합, 미국친우봉사회 등 4개 단체는 멕시코 정부가 결사의 자유에 관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제소했다. 제소자는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시도하자 MDM 회사 측이 위협과 압력을 가하고 결국 해고를 자행했으며, 회사 경영진이 기존 노동조합과 지역 당국과 결탁하여 경영진의 요구에 순응하는 노동조합 지도부를 선출하려 했으며, 멕시코 당국은 독립노조의 등록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노동시간 등 노동기준에 관한 제소도 있었으나 ‘멕시코 노동법에 따라 멕시코에서 먼저 구제절차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검토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제소자의 요청사항은 ▲미국 NAO가 NAALC 16항 규정에 따라 사건을 검토할 것 ▲미국 NAO가 텍사스 라레도에서 공청회를 열고 증인을 위해 통역과 비자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 ▲멕시코가 소니사에 국제협약과 자국 노동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할 것 ▲미국 NAO가 NAALC 22조에 따라 장관급 협의를 열도록 미국 노동부장관에게 권고할 것이었다. NAO는 절차 가이드라인에 따라 접수된 진정 건을 심사대상으로 할 것인지를 60일 내에 결정해야 하며, 공개보고서를 120일 내에 공표해야 했다.
NAO 심사의 목적은 MDM사가 멕시코 노동법을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멕시코 정부가 NAALC에 규정된 의무, 즉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자국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고 ▲노동법과 단체협약이 시행되도록 재판소에 적절한 접근권을 가지도록 하며 ▲재판소의 절차가 공정, 평등,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보장하였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었다. 특히 북미노동협력협정에서 결사의 자유 사안은 (한미 FTA와 달리) 무역제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장관급 협의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하여 심사가 진행되었다.
미국 NAO는 1995년 2월 13일 멕시코 샌안토니오에서 공청회를 개최했고(NAO는 공청회의 목적이 공중에게 이 사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일 뿐, 개인적 권리에 대한 재판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혔다), 1995년 4월 11일 공개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노동자들이 퇴직금을 수령하도록 회사의 압력이 있었고 노조활동에 대한 협박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노동조합 등록절차에 대해서 장관급 협의 대상이 되도록 권고했다. 이는 복직, 체불임금 지급, 교섭명령과 같은 개별적인 권리구제 문제는 당사국 자치의 영역으로 둔 북미노동협력협정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NAO 보고서 발표 후 미국 로버트 라이히 노동부장관은 멕시코 산티아고 오나테 노동사회복지장관에게 장관급 협의를 요청하여, 1995년 6월 26일 장관회의에서 아래와 같은 합의를 도출했다. ▲노동조합 등록과 확인에 관하여 시행체계를 개선하고 공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협동 세미나를 3회 개최한다 ▲노동조합 등록 및 그 시행체계에 관한 연구를 멕시코 노동사회복지부 후원으로 3명의 독립적 노동법 전문가가 실시한다 ▲멕시코 노동사회복지부 공무원이 MDM사 관계자, 기존 노조와 독립노조 관계자 등과 미국 NAO 보고서 내용에 대해 협의한다 ▲이상의 모든 조치 결과에 대해 공표한다.
② 1997년 멕시코 마킬라도라 기업의 임신 검사 사례
1997년 5월 미국과 멕시코의 노동, 인권단체(인권감시, 국제노동권기금, 멕시코민주법률가연합)는 미국 행정사무국에 “멕시코 마킬라도라에서 정부가 용인하는 광범위한 성차별이 자행되고 있다”고 제소했다. 즉 고용주가 여성 구직자에게 임신 검사를 요구하고 양성으로 판정될 경우 채용을 거부하고 임신한 노동자의 경우 퇴직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3개월 유급 출산휴가를 회피하고자 했고, 당국은 이를 때로는 태만히 여기거나 때로는 공공연하게 지지함으로써 북미노동협력협정이 규정한 멕시코 정부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1998년 1월 미국 행정사무국은 이를 확인하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1998년 10월 장관급협의에 참가한 캐나다, 미국, 멕시코 노동부 장관은 몇 가지 프로그램에 합의했다. 여기에는 정부 공무원이 참가하는 워크숍, 여성 노동자 지원, 성차별 이슈에 대한 국제회의가 포함되었다. 또한 지목된 기업 중 일부는 임신 검사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의회 야당은 임시검사 금지를 명확히 밝히는 입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제소에 참가한 단체가 1998년 12월에 발표한 후속 보고서에 따르면 임신 검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던 기업이 여전히 임신 검사를 지속했다.
③ 1998년 미국 워싱턴 주 사과 산업 사례
1998년 멕시코 노동, 인권 단체는 미국 노동법이 워싱턴 주 사과 산업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제소했다. 즉 농장노동조합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 대한 법적 보호가 결여되어 있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며, 보건·안전 관련 위반이 광범위하며(농약의 위험),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와 직업안전보건국(OSHA)과 같은 노동법 집행기관의 예산이 삭감되었으며, 두 개의 주요 사과 포장선적기업 고용주가 노동조합 대표자 선거에 개입하여 위협과 협박을 가했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거대 사과 생산업체에 속한 과수원과 창고에 고용된 노동자는 45,000명을 넘었고 대부분은 멕시코 출신이었다. 제소자는 멕시코 정부가 노동협력협정이 규정한 검토, 자문, 평가, 중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안전ㆍ보건 문제를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전적 제재까지 가능한 사안이었다. 따라서 미국 기업은 큰 충격을 받았고 일부 기업 지도자는 노동협력협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멕시코의 행정사무국은 1999년 8월 보고서를 발간했고, 장관급협의의 결과로 2000년 5월 18일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성명은 행동계획으로서 정부 간 회의를 워싱턴과 멕시코시티에서 개최하고, 미국 행정사무국이 워싱턴과 야키마에서 공개포럼을 조직하며,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 삼국이 이주노동자에 관한 지침을 발표하기로 했다.
④ 1998년 캐나다 맥도날드 직장 부분 폐쇄 사례
1998년 10월 퀘벡노동동맹, 국제노동권기금, 전미트럭운전사노동조합(팀스터스)은 퀘벡 세인트허버트의 맥도날드 식당이 노동조합 등록 직전에 폐쇄했다고 제소했다. 퀘벡 법원은 노동조합을 회피하기 위한 부분 폐쇄를 허용했고, 맥도날드는 그 식당이 체인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부분폐쇄를 금지하지만 전면폐쇄는 허용한다.) 따라서 이는 북미노동협력협정에서 사법권이 문제가 된 첫 번째 사안이었다. 1998년 12월 미국 행정사무국은 맥도날드 사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1999년 4월 미국과 캐나다 행정사무국, 제소자, 캐나다 노동부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다. 퀘벡 정부는 직장폐쇄에 관한 주 노동법을 검토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문제에 관한 법률적 구제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2) 북미노동협력협정에 대한 평가시각
북미노동협력협정에 대해 미국 노동계 내에 일부 긍정적 평가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즉 공중의견제출제도와 공개청문회에서 노동기준 미준수가 심의되고 이것이 국내 여론을 불러일으켜 정부의 태도 변화나 기업의 협력을 유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멕시코 정부의 기본권 침해에 대해 미국 노동단체가 미국 행정사무국에 제소하거나, 미국의 침해에 대해 멕시코 노동단체가 멕시코 행정사무국에 제소함으로써 노동조합, 인권단체의 연대가 강화되는 계기로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노동조합은 그것이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간주했다. 예를 들어 가장 핵심적인 노동기준인 결사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미비하고, 심지어 가장 높은 단계의 이행조치도 실질적인 무역제재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집행추징금은 협정 위반국의 노동법 집행을 개선하는 데 사용된다.) 위의 MDM 사례에서 NAO의 장관급 협의 보고서도 “모든 법적인 수단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독립노조를 등록시키기 위한 시도는 실패했고, 해고된 노동자들은 여전히 복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의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거나 적절한 퇴직금을 받았을지는 몰라도 그들의 해고가 독립노조 설립과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없다”고 언급하여 이러한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AFL-CIO는 NAFTA와 그 후 체결된 양자 간 FTA가 “단 하나의 노동권 관련 의무, 즉 정부가 자국의 노동법을 집행해야 할 의무만이 분쟁해결 체계를 통해 실제로 강제될 수 있다. 노동 장에 포함된 다른 모든 의무는 명백히도 분쟁해결 체계로 다뤄지지 않으며 따라서 완전히 강제될 수 없다. 당사국은 ILO 기준을 충족해야 할 의무를 지니지 않으며, 협정 하에서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자국의 노동법을 심지어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노동조합 역시 북미노동협력협정이 ILO가 인정하는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하지 못하며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하여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여 거의 실효성이 없다고 보았다.
3) 한미 FTA 노동 장에 대한 미국 노동조합의 평가 시각
그렇다면 북미노동협력협정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볼 때 한미 FTA 노동 장은 어떠한가. 미국 AFL-CIO와 주요 산별노조가 참여하는 노동자문위원회가 2007년 4월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상공회의소는 무역촉진권(신속협상권)의 목표를 충족하도록 노동 장을 협상하는 데 시종일관 실패하였다.”
즉 ▲ILO의 핵심 노동기준을 준수할 의무를 강제하기 위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국내 노동법이 제공하는 보호수준을 악화시키지 못하게 막을 수 없다, ▲ILO의 핵심 노동기준인 고용 차별에 관해 한국 정부가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노동관계에 저개발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억압, 폭력, 분쟁이 없다는 인식도 잘못된 것이다. 최근 ILO가 제출한 보고서를 보더라도 한국 정부는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체포와 고소를 활용하며 ▲사업장 수준에서 복수노조를 금지하며 ▲노동조합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며 ▲필수공익사업장에 포함되는 공공서비스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부당한 정리해고가 자행되며 ▲노동기본권을 거부하기 위해 비정규 고용관계를 활용하며 ▲공무원노동조합을 폭력적으로 억압한다.
또한 AFL-CIO가 발표한 한미 FTA 해설 자료에 따르면, 2007년 5월 10일 의회와 행정부는 양자 간 무역협정의 노동 장에 포함되어야 할 새로운 모델에 합의했다. 그 후 새로운 모델은 한미 FTA 심의에 포함되었다. 새로운 모델은 과거 도미니카공화국-중앙아메리카자유무역협정(DR-CAFTA)이나 바레인, 오만, 모로코와 맺은 협정에 담긴 노동법 집행 기준보다 약간 개선된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심각한 우려 사항을 담고 있다. 첫째, 노동기준에 관련하여 오직 1998년에 ILO가 채택한 ‘작업장에서의 기본원칙과 권리에 관한 선언’만을 언급하고 있다. 둘째, 노동법에 대한 정의에 연방정부의 법과 주정부의 법이 모두 포함된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지 않고 있다. (즉 협정이 적용되는 대상에 주정부 법이 배제된다면 노동권 보장 효과가 크게 축소될 수 있고, 양국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셋째, 제소자가 투자와 무역 관련성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장애물이 될 것이다.
2010년 9월 28일 민주노총과 AFL-CIO가 공동으로 발표한 「한미 FTA 노동자 공동성명서」도 “한미 FTA는 노동과 환경 조항에 있어서 약간의 중요한 진전이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며, 이전 협정들이 기반하고 있는 똑같은 실패한 무역모델을 여전히 전반적으로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명서는 정부 협상가들이 “2007년 무역협정 모델의 노동·환경 조항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투자, 정부조달, 서비스(금융서비스 포함) 등 기타 중요한 장에 관한 노동자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다뤄야만 한다”면서 “만약 우리가 제기한 우려를 다루는 전면적인 재검토와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조합원들이 노동조합 및 연맹과 협력하여 한미 FTA를 강력히 반대하도록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서는 현재 155명의 미국 하원 의원이 지지한 ‘무역개혁·책임·발전·고용법’(TRADE Act)에는 필수공공서비스 민영화 또는 탈규제 금지, 외국인 투자 및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허용,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 적용배제, 투자와 투자자에 대한 엄밀한 개념 정의 등의 원칙이 담겨있고 이것이 한미 FTA 전면 재검토·재협상의 최소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노동조합의 무역, 노동-환경기준 연계 전략
이처럼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민주노총과 AFL-CIO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양자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AFL-CIO는 무역협정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강제력 있는 노동권’을 촉진하는 협상이 포함되어야 한다며 무역과 노동ㆍ환경기준의 연계를 원칙적으로 지지한다. (물론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AFL-CIO는 미국 정부가 추진했던 FTA 각각에 대해서는 그 한계를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반면 민주노총은 “한미 FTA가 비정규직을 확산시키고 구조조정 압력과 사회양극화를 촉진하여 노동기본권 행사를 근본적으로 제한할 것이라는 점에서 노동권을 한미 FTA와 연계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권과 환경권은 한미 FTA의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한미 양국이 즉각 보장해야 할 기본권”이며 “한미 FTA 협상에 끼워서 보편적 노동권 문제를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무역과 노동ㆍ환경기준 연계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연계 전략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듯 보인다. 즉 연계 전략이 FTA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노동권 개선에 실효성이 없으며 노동권 개선이 반드시 무역과 연계될 필요가 없다는 인식에 근거를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FTA 각각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도 무역과 노동기준 연계를 원칙적으로 지지하는 전략이 앞으로도 유효한 것이냐는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AFL-CIO의 무역 정책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수립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정치적, 이론적 근거를 살펴본 후 간략한 평가를 내리겠다.
1) AFL-CIO 무역정책의 역사적 배경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 노동조합의 재활성화 전략에 핵심은 조직화, 협상력 강화, 내부적 재구조화였다. 하지만 국제상업이 확장되면서 국제무역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AFL-CIO의 스위니 새 지도부는 미국 노동조합의 변화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과거 1934년 상호무역협정법에서 1962년 무역확대법에 이르는 시기 동안 미국 노동조합은 초당파적인 자유무역동맹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했다. 노동조합은 국제무역의 이익을 향유했고 노동조합 지도부는 무역자유화가 공산주의의 위협을 막는 보호자라고 보았다. AFL-CIO는 외국 노동조합에 개입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미국의 대외정책을 지지하는 노동조합 곧 반공노조를 후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AFL-CIO는 광범위한 대중적 기반을 지닌 급진적 노동조합과 관계를 단절하곤 했다. 따라서 과거에 AFL-CIO가 세계무역에서 노동권을 말하는 것은 공허할 따름이었다.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 미국경제가 쇠퇴하기 시작하자 노동집약적이며 해외수입품과 경쟁해야 하는 산업부문에 속한 비숙련, 저숙련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부터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1970-80년대에 미국 노동조합의 주요 관심사는 수입품 유입을 틀어막거나 해외시장(대표적으로 일본)을 비틀어 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1970년대 동안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대통령 닉슨과 카터, 초민족기업, 수출의존적 농업 지역이나 선벨트 지역 출신 공화당 의원의 일치된 노력으로 인해 노동조합은 패배를 거듭했다. 노동조합은 1988년 총괄무역경쟁력법을 입법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 노동조합이 강력히 지지한 ‘게파트 수정안’은 일본처럼 미국에 대해 만성적으로 대규모 무역흑자를 누리는 국가에 대해 쿼터나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는 대개 삭제되거나 약화되어 슈퍼 301조로 대체되었다. 1970-80년대 동안 노동조합의 영향력은 계속 침식되었다. 북부 도시에 기반을 둔 산업노동력이 쇠퇴하면서 노동조합원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반면 1980년대 기업의 정치행동위원회가 제공하는 정치자금 액수는 폭증했다.
1990년대에 이르자 노동조합의 관심은 개발도상국과 무역ㆍ투자자유화 문제를 둘러싼 싸움으로 이동했다. 그 첫 번째 싸움은 NAFTA였다. 노동조합이 볼 때 NAFTA의 핵심 문제는 무역이라기보다는 투자였다. 초민족기업이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멕시코로 산업체를 이전하겠다는 위협 때문에 노동조합이 임금과 노동규칙에 관해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1992년에 부시 행정부가 체결한 NAFTA에는 노동, 환경조항이 없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선거운동을 거치며 변화가 발생했다. 부시의 경쟁자인 클린턴은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신민주당’을 추구하면서도 민주당의 핵심 유권자 집단인 노동조합이 소외되는 것을 피하고자 했다. 민주당 내부가 NAFTA 찬반론으로 분열된 상태에서 클린턴은 양다리를 걸치는 태도를 취하다가 최종적으로 핵심 노동기준과 환경문제, 수입품의 급증 문제를 부속협정으로 다룬다는 조건으로 협정을 찬성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노동조합은 클린턴의 제안에 비판적이었지만, 실제로 부속협정에 기대를 품기도 했다.
1993년 5월 클린턴 행정부는 정부가 자국의 노동ㆍ환경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는지를 책임지는 독립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제안은 기업, 미국 공화당과 멕시코, 캐나다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다. 노동조합은 협상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클린턴 정부는 결국 제안을 철회하고 독립위원회보다 훨씬 약화된 형태로 노동기준의 강제 메커니즘이 성립되었다. AFL-CIO는 노동 부속협정에 충격을 받았고 공식적으로 NAFTA에 계속 반대 입장을 펼쳤고 노동조합들은 워싱턴과 기층에서 NAFTA 반대투쟁의 수위를 높였다. 초기 국면에서는 NAFTA 반대 투쟁이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국 1993년 11월에 하원과 상원에서 234 대 200, 61 대 38로 비준안이 통과되었다. 노동조합은 의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승리를 거둘 수 없었다.
클린턴은 1996년 재선에 성공한 후 새로운 FTA를 추진하고자 했다. 이제 그는 기업과 공화당의 지지를 얻어서 새로운 신속처리권한을 얻고자 노동·환경기준이 포함되지 않은 ‘깨끗한 협정’을 고려했다. 하지만 1997년 2월 스위니 집행부는 협정 대상국의 임금과 노동기준을 향상시키는 조항을 포함하지 않는 모든 NAFTA 확대 협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클린턴 정부가 신속처리권한을 갱신하려는 것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신속처리법안에 반대하는 캠페인 동안 미국 노동조합은 큰 변화를 추구했다. 스위니는 이렇게 말했다. “문제는 우리가 국제주의자냐 여부가 아니다. 문제는 우리의 국제주의가 어떤 가치의 복무할 것이냐다.” AFL-CIO는 세계 경제통합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전환했다. 동시에 AFL-CIO와 민주당 자유주의 집단이 맺은 정치적 동맹은 세계화가 수출 대기업과 초민족기업의 이익보다는 미국과 세계의 일반적 이익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게파트 의원은 이를 ‘세계화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세계화를 위한 규칙’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동자운동은 개발도상국의 노동ㆍ환경 기준을 요구했다. 이는 개발도상국에서 생활수준을 높이고, 빈곤국에서 미국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중간계급을 확대하며, 미국의 일자리, 임금, 환경을 침식할 수 있는 ‘바닥을 향한 경쟁’을 예방하자는 것이었다. 미국 노동조합은 신속처리법에 반대하기 위해 NAFTA 반대투쟁 당시보다 더 적극적으로 환경운동, 인권운동, 소비자안전운동과 협력했다. 1998년 시애틀 투쟁은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NAFTA와 신속처리권 반대 투쟁으로 경험을 구축한 WTO 반대 활동가들의 극적인 가두시위 때문이었다.
2) 무역과 노동ㆍ환경기준 연계의 논리적 근거
AFL-CIO는 미국진보연구소가 발표한 「노동권은 훌륭한 무역정책이 될 수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논리적 정당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논리를간략히 살펴보자. 미국 경제는 심각한 무역적자 증가에 직면해 있다(2004년 중반 이후 GDP의 5% 이상). 즉 미국은 생산한 것 이상으로 소비를 하고 있으며 소비를 위해서 국내 자산을 매각하고 있고(재무부 채권, 은행, 건물, 기타 실물자산), 2007년 말 미국은 2.4조 달러의 순대외부채를 지고 있다. 이는 결국 미국 생활수준의 하락을 초래하는데 경제 다른 부분에 대한 투자를 희생시키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몇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우선 생산비용의 기능이다. 해외 생산자가 노동, 환경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일자리 상실, 불평등 증가를 야기할 것이고 미국에서 사회안전망에 대한 요구를 증가시킬 것이다. 이는 결국 미국이 해외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킨다. 반면 생산자가 노동, 환경 비용을 책임진다면, 그 부담을 사회에 전가시키지 않게 되고 이는 생산자가 생산품과 서비스의 질에 기초하여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더 좋은 노동기준은 해외 국가에서 노동자 소득과 수당의 증가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동반할 것이다. 고용주가 현존하는 노동을 활용하는 새롭고 더 좋은 길을 발견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에 더 빠른 생산성 증가, 더 빠른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해외 국가의 노동생산성 증가나 환율 변화도 미국의 무역적자에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미국의 정책담당자는 미국 경제의 혁신에 투자해야 하고, 해외 국가의 인위적인 환율 개입을 억제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무역 상대국, 특히 저개발국가의 더 좋은 노동기준은 미국의 수출과 수입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해외 노동자의 소득을 신장시킴으로써 미국 수출품에 대한 수요를 증대할 수 있다. 이것이 세계경제 성장을 위한 ‘선순환’ 전략이다. 선순환을 창출하는 데 있어서 필요부가결한 부분은 ‘강제력 있는 노동권’(enforceable labor rights)을 촉진하는 것이며 이는 무역협정의 한 부분으로서 노동권에 관한 협상을 포함하는 것이다.
3) 무역, 노동기준 연계 요구에 대한 평가
1960년대 유럽 공동시장의 사례처럼 자본주의 성장기에 자본주의 발전 수준이 비슷한 국가들 간 경제통합은 상호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관점에서 볼 때 생산성 수준이 높은 국가와 생산성 수준이 낮은 국가 사이의 비교우위에 따른 국제무역은 반드시 불평등교환 즉 가치의 이전이 발생한다. 생산성 수준의 격차가 큰 국가 사이에서 상품 교환은 서로 다른 노동시간이 투여된 상품의 교환을 뜻하고, 그러한 교환은 곧 노동시간당 임금 격차를 의미한다. 즉 국가 간의 노동시간당 임금 격차가 국제무역에서 발생하는 불평등교환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또한 생산성 수준의 격차가 큰 국가 사이의 상품 교환이란 비교우위에 따른 생산특화를 통해서 세계적 수준에서 절약된 노동시간이 생산성이 높은 국가에 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생산성 수준이 높은 국가는 이윤율이 높고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을 특화하고 생산성 수준이 낮은 국가는 이윤율이 낮고 느리게 성장하는 부문을 특화하게 됨으로써 국가 간에 ‘상대적 저발전’이라는 문제가 등장한다. 역으로 생각하면 국가 간 임금격차를 축소한다는 것은 불평등교환 즉 가치의 이전을 축소하고 국가 간에 상대적 저발전이란 문제를 축소한다는 것을 뜻한다. 즉 국가 간 임금 격차를 축소하려는 노력은 국제무역이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불평등교환을 축소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국제적으로 노동 기준을 강화하고 최저임금, 노동시간, 직업안전보건 등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국제적 불평등을 축소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나아가 21세기 세계 자본주의는 무역 네트워크를 전제하지 않더라도 (중심부 국가에서 주변부 국가로) 자본의 일방적 이전 즉 초민족기업의 직접 투자나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해서 부를 영유하며, (주변부 국가에서 중심부 국가로) 노동의 일방적 이전 즉 이주노동자 수입을 통해서도 부를 영유한다. 따라서 미국식 FTA 모델이 추구하는 투자자유화, 금융자유화, 지적 재산권 확대를 제한하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전 세계적인 수준에서 노동권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조합 운동이 적극적인 연대와 공동행동을 모색한다는 것은 현재 정세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투자자유화와 초민족기업의 소유권 개념의 확대, 금융자유화, 지적 재산권 확대에 대항하는 투쟁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수단으로 FTA를 체결한 상대국의 무역제재를 활용한다는 전략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달리 말하면 현재 한국정부가 노동권을 탄압한다는 것을 근거로 미국정부에 한국에 대한 무역제재를 요청한다는 것이 바람직한 효과를 낳을 수 있을까. 이는 노동과 자본의 투쟁이 민족국가 간 분쟁으로 전환됨으로써 보호주의, 국수주의적 대립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이는 노동권 강화를 위한 투쟁을 오히려 고립시키거나 노동자 국제연대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위험도 있다. 중심부 국가와 주변부 국가 간 불평등교환을 축소하고 노동조건의 하향경쟁을 제한하는 노동기준 강화를 목표로 노동자 국제연대를 실현하기 위해 대중운동을 형성한다는 것과 그 수단으로 정부 간 무역제재에 호소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결론
한미 FTA가 체결된 후 한국정부는 노동 장이 도입되었다고 실질적으로 변화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노동 장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해야 한다는 것을 의무화한 것이 아니다. 다만 핵심 노동기준을 자국 노동법과 관행으로 채택, 유지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 한미 FTA로 인해 추가적인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그 자체로 국내법령을 제ㆍ개정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언했다. 무역, 투자 촉진을 위해 국제노동기준을 저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도 동일하게 간주했다. 한국정부가 앞장서서 노동 장이 아무 의미도 없다고 선전하고 있는 꼴이다. 이를 반영하여 한국 기업을 대변하는 경총도 노동 장 때문에 큰 문제가 벌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NAFTA에 노동조항이 처음 포함된 이후 미국 정부는 FTA에 대한 지지를 모으기 위해 점진적으로 노동조항에 변화를 가했다. 특히 한미 FTA의 노동 장은 위반 사안을 일반분쟁해결절차로 다루기로 했다는 점에서 형식적 변화를 지닌다. 하지만 노동부는 의무 위반으로 분쟁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무역 또는 투자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상대국이 입증해야 하므로 실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단언했다. 또한 공중의견제출제도의 경우, 북미노동협력협정 사례에서 노동원칙 사안별로 이행절차를 구분한 것처럼 그에 가해진 제약이 다소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과되는 제약이 많기 때문에 공중의견제출제도가 활발히 활용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1990년대 클린턴 정부 당시는 노동조항이 NAFTA 체결의 전제조건이라는 대선 공약이 있었으므로 클린턴 정부로서는 그 유효성을 입증해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양국 정부(노동부)가 이러저러한 근거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공중의견 검토를 거부하거나 아무런 효과도 발휘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제약이 존재한다. 즉 기본 노동권 보장은 FTA 노동 장의 형식적 완결성이 아니라 정부 의지가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정부는 한미 FTA 체결 과정에서 임금과 노동시간을 비롯한 규제 수준을 앞으로 더욱 악화시키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만약 한미 FTA가 비준, 발효된다면 NAFTA 사례처럼 양국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의 연대를 위해 노동 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앞으로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한미 노동자연대의 필수조건은 노동 장이 제공하는 제도가 아니라 노동자 국제연대의 필요성, 긴급성에 대한 노동자 대중의 인식이다. 예를 들어 한국 대기업의 미국 현지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공장 간 생산물량 경쟁이 아니라 노동권 강화를 위한 연대가 필수불가결하다는 대중적 인식과 행동이 더욱 중요하다.
세계화라는 조건에서 국제노동기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동자 국제연대는 두말할 나위 없이 긴급하다. 이는 국제무역이 동반하는 불평등교환, 즉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부의 이전을 축소하고 주변국의 상대적 저발전을 완화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확장하기 위해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또한 노동조합은 초민족기업의 소유권을 강화하고 그들에 부를 집중시키는 수단인 투자자유화, 금융자유화, 지적 재산권 강화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의 중심에 서야 한다. 하지만 그 수단으로서 무역제재 강화에 호소하는 미국 노동조합의 무역, 노동기준 연계 전략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어떤 의도에 따른 것이든 보호주의, 국수주의적 반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오히려 노동자 국제연대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한미 FTA 저지 투쟁은 한국정부의 동시다발 FTA 추진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그동안 축적한 투쟁과 토론을 바탕으로 FTA 모델에 일반적 인식, 그에 대응하기 일반적 목표와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체결국 간 손익계산 논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역자유화, 투자자유화의 본질에 대한 통일적 인식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며 정부와 기업의 공격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일반적 목표와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