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 현장조직·활동가 연대회의 토론회
공공운수노조준비위 사업기조 및 방향에 대한 비판과 제언
<프로그램>
발제 ① 공공운수노조준비위 「사업기조 및 방향」 비판과 제언
- 정윤광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 공동실천위원회 회원)
② 공공운수 산별노조 건설 경과에 대한 비판과 제언
- 김형균 (철도노동자회 회원)
토론 ① 이현대 (사회진보연대 공동운영위원장)
② 김석 (노동자전선 정책위원)
2011년 6월 11일, <공공운수노조준비위 사업기조 및 방향에 대한 비판과 제언>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6월 24일 공공운수노조 창립대의원대회를 앞두고, 현재까지 제출된 중기사업기조와 방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공공운수노조가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토론회를 기획하고 준비한 주체는 ‘계급적 변혁적 노동운동을 위한 공공운수 현장조직·활동가 연대회의’다(이하 연대회의). 연대회의는 지난 3월 19일 유성유스호스텔에서 초동모임을 위한 수련회를 개최하고, 이후 대표자회의를 통해 조직을 구성하고 사업계획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연대회의에 참여 하고 있는 조직은 화물현장노동자회, 발전노동자현장투쟁위원회, 사회보험현장노동자회, 사회보험민주노조재건투, 철도노동자회, 철도현장노동자회, KT민주노동자회 등의 현장조직을 비롯해,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전선, 사노위 등의 정치조직이다. 연대회의는 그 명칭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각 현장조직들과 개인들이 참여할 수 있으며 월 1회 대표자회의를 통해 사업을 기획하고 현재 공공운수부문의 노동자 운동의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두 명의 발제와 두 명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우선 사노위의 정윤광은 ‘공공운수노조준비위 「사업기조 및 방향」 비판과 제언’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고, 두 번째로 철도노동자회의 김형균은 ‘공공운수 산별노조 건설 경과에 대한 비판과 제언’을 발제했다. 이에 대해 사회진보연대 이현대와 노동자전선의 김석이 토론문을 제출하여 논의하였다.
이글에서는 토론회에서 제출된 발제문과 토론문을 살펴보고, 이 토론회를 기획한 연대회의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공공운수노조 출범, 문제점과 대안에 대하여
정윤광, ‘ 공공운수노조(준) 중기사업계획은 공공운수노동운동의 패배의 결과’
정윤광은 현재 공공운수노조 중장기 사업계획으로 제출된 사업기조와 방향을 언급하고, 그 문제점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기 사업계획은 노동자 투쟁을 개량주의적 제도정치활동에 종속시키고 있는데, 특히 공공기관 의정포럼과 같은 시민 운동적 개혁운동은 궁극적으로는 입법 활동을 주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정치활동을 주요한 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운동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중요한 두 번의 선거를 축으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해서 제도권 진보정당들과 시민운동세력이 합세해서 선거승리를 목표로 하겠다는 것이다. 정윤광은 공공운수노조(준)의 중기 사업계획이 지난 수년간 공공운수노동운동의 패배의 결과를 담고 있으며, 공공운수 통합산별노조 추진과정상의 실패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진단한다.
지난 이명박 정권 3년간 공공부문 선진화에 맞서 공공노조와 운수노조는 공동전선을 쳐내지도 못하고 각개격파 되는 과정을 거쳤다. 투쟁의 패배는 공공운수 통합산별노조 추진과정상의 실패에 영향을 크게 받았고, 중첩된 상층구조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지도집행력의 무능력과 강력한 통일적 투쟁방침을 내오지 못한 데서 기인하였다고 정윤광은 주장했다. 그 결과로서 현재 공공운수노조(준)의 대사업장 투쟁력이 거의 무너져 있고, 이런 상황에서 총파업과 총력투쟁 전선을 구축이라는 과제를 달성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조건임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공공운수노조 중기 사업계획이 민주노총의 투쟁 회피계획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준) 투쟁계획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는 산별노조 건설, 민주노총 투쟁 동참, 공공운수노조 투쟁 선포로 요약되며, 2011년 하반기는 공공운수노조 요구 전면화, 2012년 상반기 총력투쟁 준비로 정리된다. 결국 2011년에는 철저하고 전면적인 투쟁은 하지 않고 투쟁선포와 (2012년) 투쟁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윤광은, 우리가 수많은 투쟁에서 보았듯이 내년에 싸우기 위해서 금년은 준비한다는 계획은 결국 금년은 싸우지 않는다는 것을 말할 뿐 내년의 투쟁은 다시 그때가 다가오면 그 상황에서 결정된다며,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김형균, ‘당면한 공공운수산업노조 ‘가입 및 전환’이 현실적으로 시급’
철도노동자회 김형균은 철도노조에 속한 노동자로서, 운수노조를 둘러싼 산별 전환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왜 운수노조는 조직전환을 가결시키기 위해 선동하던 것과 달리 확장된 단결의 구심으로 자리 잡지 못했는가? 왜 현재 추진 중인 공공운수노조는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야 하는 무엇으로 후퇴했는가? 김형균은 그 원인이 전반적인 계급관계 속에서 역사적으로 해명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계급적 단결과 총투쟁을 확장하는 구심으로서 산별노조가 필요하다. 둘째, 당면한 공공운수노조 ‘가입 및 전환’이 현실적으로 시급하다. 셋째, 2007년 철도노조투쟁의 뼈아픈 경험으로부터의 교훈을 도출하자.
우선, 산별노조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조직형식을 뛰어넘을 수 있는 내용과 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직형식이 어떠하다 하더라도 아래로부터의 계급적 분노와 의식적 각성에 근거한 대중적 역동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자본의 현장통제에 맞서 현장권력이 살아있다면, 조직형식을 뛰어 넘어 공동투쟁을 조직할 수도, 산별노조라는 조직형식이 실질적인 파괴력으로 전화할 수도 있다. 산별교섭이니, 대정부 교섭이니 하는 요구 역시 현장조직력 복원 없이는 의미 없는 주문일 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조직형식의 전환에만 집중한 산별노조 운동이 양적으로 확대되었다 하더라도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현재 6월 24일 창립을 앞둔 공공운수노조 건설에 힘을 쏟자는 주장이다. 공공노조, 운수노조, 미전환노조라는 3분할 구조와 연맹이라는 조직적 상황은 중앙 집중도, 수평적 연대도 어려운 구조다. 전임자 배치와 재정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서도 비효율적인 현재 상태는 벗어나야 하며, 이러한 점에서 공공운수노조로의 가입 및 전환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공공운수노조로의 전환은 산별노조 건설논의와 대중조직단위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대중조직의 조직적 결정을 자조직적 이해에 근거하여 해태하는 종파주의는 극복되어야 하고, 6월 이전에 ‘가입 및 전환’을 완료하고자 했던 계획은 이미 불가능하더라도 '가입 및 전환' 약속 자체는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공공부문과 운수부문에 걸쳐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규모가 큰 철도노조의 책임 있는 태도를 강조했다. 철도 현장조직 역시 조직전환의 긍정적 의미와 과제에 대해 적극적인 자기 의제화와 구체적인 실천 방침을 내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셋째로 2007년 당시 철노노조의 집행부이기도 했던 본인의 소회를 정리하며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2007년 철도노동자회 주요 구성원들은 철도노조 집행부였다. 당시 집행부는 비정규직 투쟁(KTXㆍ새마을 비정규직 투쟁, 직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과 전반적인 구조조정(인원충원, 외주화저지, ERP저지 등)을 주요 쟁점으로 투쟁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투쟁이 가능한 노조와의 목적의식적 공동파업을 초기부터 추진했었다. 실제 공동파업이 가능한 곳은 화물연대본부 뿐이었는데 정작 결정적인 시기에 공동파업은 철도노조 내부 조직력의 문제로 무산되고 말았다. 화물연대와 철도본부의 공동투쟁 실패 이후, 당시 지도부는 참담했고 그 책임을 지고 중앙집행부(중상집)는 모두 사퇴하고 말았다. 김형균은 이 과정에서 뼈저린 교훈은 무엇이었는지 질문한다. 그것은 지도부의 목적의식만이 아니라 현장지도력을 비롯한 골간체계를 올바른 경향으로 조직해야만 위력적인 전술운용도, 공동파업도 확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완전한 현장권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의 전략적인 지역ㆍ직종ㆍ현장 지도력이 태세를 갖출 수 있어야 다양한 전술운용도, 위력적인 공동투쟁 전술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자본과 국가권력의 통제기구, 언론, 사회적 관심 등 모든 초점은 실질적인 물리력(단결력, 투쟁 파괴력)을 중심으로 집중된다. 이때에 산업별 노조나 연맹체계는 모두 여기에 종속변수가 되며 지원체계로 작동할 뿐이다. 그 물리력의 1차적 규정은 현장지도력을 구심으로 한 현장권력이라는 점을 강하게 주장했다.
실천을 위한 비판, 비판을 넘어서는 대안을 만들어가자
각각의 발제는 현재 공공운수노조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공공운수부문 노동운동에서 주요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 철도본부 현장조직 구성원의 날카로운 비판과 솔직한 고민을 담고 있었다. 이와 같은 두 발제에 대해 노동자 전선 김석과 사회진보연대 이현대는 토론문을 통해 의견을 피력했다.
김석, ‘공공운수부문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이 필요’
김석은 우여곡절 끝에 6월 24일로 가시화되고 있는 통합 공공운수노조의 출범이 운동 노선 강화, 현장 조직력 혁신, 계급적 연대의식 강화 등 산업노조로서의 기본적 자기정체성 확립과는 동떨어진 채 형식적 완성에만 치중하여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다. 이는 통합 산별 추진이 시작된 이래 줄기차게 이야기되어온 소위 ‘물적·인적 자원의 통합을 통한 강한 산별’과도 거리가 먼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김석은 공공운수노조(준)가 지금의 상황에 대한 조직적 평가도, 이 평가에 따른 책임 추궁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조직형식적 정리에만 치우친 현재의 산별이 그 어떤 전망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평가도 없고, 책임지는 단위도 없고, 전망도 없는 3無 산별이 이 통합 산별의 주요 특징이라고 비판한다.
이를 위해 김석은 공공운수부문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혁신을 위해 먼저 필요한 것은 평가와 성찰이다. 먼저 지난 몇 년 동안의 통합 산별노조 건설의 좌초와 현재의 파행적 건설에 대한 엄밀한 평가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종파적 이해에 사로잡힌 채 통합 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조직적 합의를 무시하고 조직 운영을 파행으로 끌고 갔던 행태에 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파 역시 이러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계급적, 변혁적 산별 건설에 대한 원칙은 올바르나 그러한 주장을 대중적으로 각인하고 현장을 재조직화하기 위한 기획과 실천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도피와 책임 회피에 다름 아니었으며, 산별 추진 과정으로부터의 자기 소외는 이후의 연맹 및 준비위 운영, 나아가 현장에 대한 자기 목소리 조직화로부터 스스로를 유리시킨 것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상층 정치’에 대한 외면과 무관심이 ‘현장 조직화’에 대한 올곧은 실천으로 귀결되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현대, ‘산별건설은 총노동 전선 구축, 민주노조 총단결을 위한 하나의 과정’
사회진보연대 이현대는 두 발제자(정윤광, 김형균)의 발제문에 대부분 동의하면서 몇 가지 함께 고민해보아야 할 지점을 짚었다. 정윤광이 지적하듯 현재 공공운수노조는 4년 전 공공노조와 운수노조가 건설된 당시와 비교해보아도 산별노조의 조직력이 크게 취약해진 상태이며, 현재 제출된 중기 사업계획에 드러난 조직 강화 전략에는 한계가 많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사업전체를 부정하는 방식보다는, 오히려 사업계획의 긍정적인 부분을 강화하고 부정적인 부분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며 토론하는 것이 적절한 시점이라는 제안으로 서두를 열었다.
또한 김형균의 발제에 대해서는, 기업별 조직을 넘어 산별노조(공공운수노조) 건설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산별노조 운동은 기업을 넘어서 노동자계급의 보다 일반적인 요구를 걸고 투쟁할 수 있는 조직형태이다. 따라서 현재 공공운수노조 건설의 여러 문제를 비판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산별노조를 건설하자는 방식의 비판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산별노조 운동의 여러 한계, 이를 주도하는 상층 정파세력의 한계를 이유로 건설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현재 공공운수부문 노동자운동은 산별노조로 단결을 확대강화해 가지 않으면 기업별 단위로 각개격파될 우려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최근 복수노조 허용 정세에서 발전노조, 도시철도노조 등에서 어용 기업별노조 세력의 발호는 이러한 우려를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현대는 초기업조직으로서 산별노조를 강조하는 것은, 총노동 전선 구축, 민주노조 총단결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사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산별노조 건설은 민주노조 운동의 단결(총연맹 차원의 단결 강화)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기 때문에 민주노총보다는 산별노조를 강조하는 흐름도 정파를 막론하고 확산되고 있으나, 각 산별노조(노동자)의 독자적 이해란 있을 수 없으며 총노동 투쟁전선을 중심에 두어야한다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이현대는 공공운수노조의 발전전망을 고민하는 데 있어, 지도부 구성에서부터 현장투쟁까지 유기적으로 결합·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장 투쟁을 위해 단위 사업장 지도부에 개입, 견인할 수 있는 계획도 있어야 한다. 위아래에서 손발이 잘 맞아야 투쟁도 만들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의 균열이 더 커지게 될 시기에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구상과 계획을 세우고, 상층지도부와 현장이 함께 준비하고 실행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회 이후 과제
이번 토론회는 연대회의가 공공운수노조 출범을 앞두고 제출된 중장기계획에 대한 비판과 제언을 하는 자리이며, 현재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고 ‘계급적 변혁적’ 공공운수노동운동의 단초를 마련하는 시작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대회의 참가 조직들과 활동가들이 ‘계급적, 변혁적’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으며, 현장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 한 우리의 주장은 공허한 수사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주장이 현실을 변혁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도록 과제를 정선하고 실천해야 할 때이다.
첫째, 현재 2012년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민주당 등 신자유주의 세력과 함께 추진하는 의정포럼 및 정치연합에 대해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이는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가 지적한 바이며, 연대회의의 주요한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2012년 총대선을 바라보고 추진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무원칙한 반MB 선거 연합계획이 공공운수부문 운동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현장을 살려내고, 투쟁조직을 위한 기획이 필요하다.
둘째, 이를 위해서는 현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지도부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현장 투쟁의 의미를 밝히고 실천적으로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현장의 상태는 지도부에게 투쟁 회피의 알리바이가 될 수도 있고, 투쟁을 극적으로 확장시키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발제와 토론이 끝난 후 플로어 토론에서 한 참자가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어느 토론회에서 의정포럼을 비판했더니 의정포럼을 옹호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현장투쟁이 안 되니까 분위기를 만들고 현장투쟁이 일어 날 수 있게 의정포럼을 하는 것이다.’ 이것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현상은 맞게 지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노조 중앙의 사업기획과 기조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장이 어떤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의 기층 조직력을 침식하면서 현장투쟁의 부재를 핑계로 상층대응을 통한 정치적 해결을 추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현장 투쟁의 실질적 조직화 없이 투쟁만을 강조할 때의 한계는 자명하다.
셋째, 현장조직력을 세우는 과정에서 지역 및 지역지부 조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전국규모 기업별조직의 경우, 각종 권한이 지부장(본부장)에게 집중되면서 이들의 동의가 없이는 산별노조 중앙 차원에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물론, 현재 한국에서 산별교섭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한계 때문에 기업별조직의 권한을 인정할 수밖에는 없지만, 이런 상태를 방치하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공공운수노조는 기업별노조들의 연합체인 연맹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역 및 지역지부를 통해 산별노조가 현장조합원들과 직접 만나고 단결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할 것이다. 공공운수노조의 조직설계 상 지역본부는 매우 약화된 상태이나 이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계획 없이는 공공운수노조가 연맹 수준의 조직운영을 벗어나기 힘들다. 지난 수년간 공공노조와 운수노조를 통해 조직 확대를 달성한 영역은 주로 지역지부 등 초기업 지부를 통한 중소 영세 비정규직 사업장이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넷째, 6월 24일 공공운수노조 창립대의원대회 이후에도 통합 산별을 강화하기 위한 기획을 꾸준하게 계속되어야 한다. 기존의 산별노조가 충분히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타당하나, 그것이 그동안의 성과를 무로 돌리거나 산별노조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제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산별노조의 과제는 새롭게 토론되어야 하고, 공공운수노조는 힘 있게 출범하여 올곧은 역할을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다섯째, 연대회의를 강화하기 위한 기획을 세워가야 한다. 현재까지 현장조직들은 각 사업장 또는 업종별로 고립되어 있고, 관심영역의 차이가 있어 실천적으로 단사나 업종의 이해관계에 머물러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단지 현장조직만들의 문제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공기업 선진화에 실질적인 투쟁을 만들어오지 못한 우리 노동운동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현장조직들은 노동운동의 위기 속에서 목적의식적으로 전투적 변혁적 노동운동을 지켜내려는 노력을 해왔다. 연대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현장조직들이 87년 이후 노조민주화투쟁을 이끌어 왔던 세대들의 헌신적인 투쟁과 경험으로 현재까지도 운동의 어려움을 돌파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연대회의는 이러한 현장조직들과 활동가들이 함께 토론하고 연대하면서, 공공운수부문의 노동운동을 발전시켜 내고 공공운수노동운동의 현장기반을 구축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2011년 연봉제, 유연임금제, 정보화 등 현장의 노동자 통제는 더욱 치밀해지고, 7월 1일 복수노조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공공기관 사측의 노골적인 탄압이 가세되고 있다. 이러한 정황들은 이명박 정권이 공공부문 운동을 말살하기 위해 추진하는 선진화 공세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단위사업장 만의 대응이 아닌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현재 연대회의가 준비 중인 ‘현장조직활동강화 프로젝트’는 매우 의미 있고 주목할 만한 기획이다. 각 조직들의 조건을 정확히 진단하고, 연대회의를 중심으로 활동을 모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6월 24일 공공운수노조 출범은 다년간 논의되어 왔던 공공운수부문 산별운동 과정에 대해 많은 반성과 교훈을 던져 주고 있다. 공공부문 선진화라는 벽에 막혀 공동투쟁을 기획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이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내자. 연대회의는 공공운수노조가 그러한 역할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올곧은 입장을 마련하고, 실질적인 기획과 실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발제 ① 공공운수노조준비위 「사업기조 및 방향」 비판과 제언
- 정윤광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 공동실천위원회 회원)
② 공공운수 산별노조 건설 경과에 대한 비판과 제언
- 김형균 (철도노동자회 회원)
토론 ① 이현대 (사회진보연대 공동운영위원장)
② 김석 (노동자전선 정책위원)
2011년 6월 11일, <공공운수노조준비위 사업기조 및 방향에 대한 비판과 제언>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6월 24일 공공운수노조 창립대의원대회를 앞두고, 현재까지 제출된 중기사업기조와 방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공공운수노조가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토론회를 기획하고 준비한 주체는 ‘계급적 변혁적 노동운동을 위한 공공운수 현장조직·활동가 연대회의’다(이하 연대회의). 연대회의는 지난 3월 19일 유성유스호스텔에서 초동모임을 위한 수련회를 개최하고, 이후 대표자회의를 통해 조직을 구성하고 사업계획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연대회의에 참여 하고 있는 조직은 화물현장노동자회, 발전노동자현장투쟁위원회, 사회보험현장노동자회, 사회보험민주노조재건투, 철도노동자회, 철도현장노동자회, KT민주노동자회 등의 현장조직을 비롯해,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전선, 사노위 등의 정치조직이다. 연대회의는 그 명칭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각 현장조직들과 개인들이 참여할 수 있으며 월 1회 대표자회의를 통해 사업을 기획하고 현재 공공운수부문의 노동자 운동의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두 명의 발제와 두 명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우선 사노위의 정윤광은 ‘공공운수노조준비위 「사업기조 및 방향」 비판과 제언’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고, 두 번째로 철도노동자회의 김형균은 ‘공공운수 산별노조 건설 경과에 대한 비판과 제언’을 발제했다. 이에 대해 사회진보연대 이현대와 노동자전선의 김석이 토론문을 제출하여 논의하였다.
이글에서는 토론회에서 제출된 발제문과 토론문을 살펴보고, 이 토론회를 기획한 연대회의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공공운수노조 출범, 문제점과 대안에 대하여
정윤광, ‘ 공공운수노조(준) 중기사업계획은 공공운수노동운동의 패배의 결과’
정윤광은 현재 공공운수노조 중장기 사업계획으로 제출된 사업기조와 방향을 언급하고, 그 문제점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기 사업계획은 노동자 투쟁을 개량주의적 제도정치활동에 종속시키고 있는데, 특히 공공기관 의정포럼과 같은 시민 운동적 개혁운동은 궁극적으로는 입법 활동을 주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정치활동을 주요한 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운동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중요한 두 번의 선거를 축으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해서 제도권 진보정당들과 시민운동세력이 합세해서 선거승리를 목표로 하겠다는 것이다. 정윤광은 공공운수노조(준)의 중기 사업계획이 지난 수년간 공공운수노동운동의 패배의 결과를 담고 있으며, 공공운수 통합산별노조 추진과정상의 실패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진단한다.
지난 이명박 정권 3년간 공공부문 선진화에 맞서 공공노조와 운수노조는 공동전선을 쳐내지도 못하고 각개격파 되는 과정을 거쳤다. 투쟁의 패배는 공공운수 통합산별노조 추진과정상의 실패에 영향을 크게 받았고, 중첩된 상층구조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지도집행력의 무능력과 강력한 통일적 투쟁방침을 내오지 못한 데서 기인하였다고 정윤광은 주장했다. 그 결과로서 현재 공공운수노조(준)의 대사업장 투쟁력이 거의 무너져 있고, 이런 상황에서 총파업과 총력투쟁 전선을 구축이라는 과제를 달성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조건임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공공운수노조 중기 사업계획이 민주노총의 투쟁 회피계획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준) 투쟁계획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는 산별노조 건설, 민주노총 투쟁 동참, 공공운수노조 투쟁 선포로 요약되며, 2011년 하반기는 공공운수노조 요구 전면화, 2012년 상반기 총력투쟁 준비로 정리된다. 결국 2011년에는 철저하고 전면적인 투쟁은 하지 않고 투쟁선포와 (2012년) 투쟁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윤광은, 우리가 수많은 투쟁에서 보았듯이 내년에 싸우기 위해서 금년은 준비한다는 계획은 결국 금년은 싸우지 않는다는 것을 말할 뿐 내년의 투쟁은 다시 그때가 다가오면 그 상황에서 결정된다며,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김형균, ‘당면한 공공운수산업노조 ‘가입 및 전환’이 현실적으로 시급’
철도노동자회 김형균은 철도노조에 속한 노동자로서, 운수노조를 둘러싼 산별 전환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왜 운수노조는 조직전환을 가결시키기 위해 선동하던 것과 달리 확장된 단결의 구심으로 자리 잡지 못했는가? 왜 현재 추진 중인 공공운수노조는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야 하는 무엇으로 후퇴했는가? 김형균은 그 원인이 전반적인 계급관계 속에서 역사적으로 해명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계급적 단결과 총투쟁을 확장하는 구심으로서 산별노조가 필요하다. 둘째, 당면한 공공운수노조 ‘가입 및 전환’이 현실적으로 시급하다. 셋째, 2007년 철도노조투쟁의 뼈아픈 경험으로부터의 교훈을 도출하자.
우선, 산별노조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조직형식을 뛰어넘을 수 있는 내용과 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직형식이 어떠하다 하더라도 아래로부터의 계급적 분노와 의식적 각성에 근거한 대중적 역동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자본의 현장통제에 맞서 현장권력이 살아있다면, 조직형식을 뛰어 넘어 공동투쟁을 조직할 수도, 산별노조라는 조직형식이 실질적인 파괴력으로 전화할 수도 있다. 산별교섭이니, 대정부 교섭이니 하는 요구 역시 현장조직력 복원 없이는 의미 없는 주문일 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조직형식의 전환에만 집중한 산별노조 운동이 양적으로 확대되었다 하더라도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현재 6월 24일 창립을 앞둔 공공운수노조 건설에 힘을 쏟자는 주장이다. 공공노조, 운수노조, 미전환노조라는 3분할 구조와 연맹이라는 조직적 상황은 중앙 집중도, 수평적 연대도 어려운 구조다. 전임자 배치와 재정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서도 비효율적인 현재 상태는 벗어나야 하며, 이러한 점에서 공공운수노조로의 가입 및 전환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공공운수노조로의 전환은 산별노조 건설논의와 대중조직단위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대중조직의 조직적 결정을 자조직적 이해에 근거하여 해태하는 종파주의는 극복되어야 하고, 6월 이전에 ‘가입 및 전환’을 완료하고자 했던 계획은 이미 불가능하더라도 '가입 및 전환' 약속 자체는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공공부문과 운수부문에 걸쳐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규모가 큰 철도노조의 책임 있는 태도를 강조했다. 철도 현장조직 역시 조직전환의 긍정적 의미와 과제에 대해 적극적인 자기 의제화와 구체적인 실천 방침을 내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셋째로 2007년 당시 철노노조의 집행부이기도 했던 본인의 소회를 정리하며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2007년 철도노동자회 주요 구성원들은 철도노조 집행부였다. 당시 집행부는 비정규직 투쟁(KTXㆍ새마을 비정규직 투쟁, 직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과 전반적인 구조조정(인원충원, 외주화저지, ERP저지 등)을 주요 쟁점으로 투쟁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투쟁이 가능한 노조와의 목적의식적 공동파업을 초기부터 추진했었다. 실제 공동파업이 가능한 곳은 화물연대본부 뿐이었는데 정작 결정적인 시기에 공동파업은 철도노조 내부 조직력의 문제로 무산되고 말았다. 화물연대와 철도본부의 공동투쟁 실패 이후, 당시 지도부는 참담했고 그 책임을 지고 중앙집행부(중상집)는 모두 사퇴하고 말았다. 김형균은 이 과정에서 뼈저린 교훈은 무엇이었는지 질문한다. 그것은 지도부의 목적의식만이 아니라 현장지도력을 비롯한 골간체계를 올바른 경향으로 조직해야만 위력적인 전술운용도, 공동파업도 확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완전한 현장권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의 전략적인 지역ㆍ직종ㆍ현장 지도력이 태세를 갖출 수 있어야 다양한 전술운용도, 위력적인 공동투쟁 전술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자본과 국가권력의 통제기구, 언론, 사회적 관심 등 모든 초점은 실질적인 물리력(단결력, 투쟁 파괴력)을 중심으로 집중된다. 이때에 산업별 노조나 연맹체계는 모두 여기에 종속변수가 되며 지원체계로 작동할 뿐이다. 그 물리력의 1차적 규정은 현장지도력을 구심으로 한 현장권력이라는 점을 강하게 주장했다.
실천을 위한 비판, 비판을 넘어서는 대안을 만들어가자
각각의 발제는 현재 공공운수노조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공공운수부문 노동운동에서 주요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 철도본부 현장조직 구성원의 날카로운 비판과 솔직한 고민을 담고 있었다. 이와 같은 두 발제에 대해 노동자 전선 김석과 사회진보연대 이현대는 토론문을 통해 의견을 피력했다.
김석, ‘공공운수부문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이 필요’
김석은 우여곡절 끝에 6월 24일로 가시화되고 있는 통합 공공운수노조의 출범이 운동 노선 강화, 현장 조직력 혁신, 계급적 연대의식 강화 등 산업노조로서의 기본적 자기정체성 확립과는 동떨어진 채 형식적 완성에만 치중하여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다. 이는 통합 산별 추진이 시작된 이래 줄기차게 이야기되어온 소위 ‘물적·인적 자원의 통합을 통한 강한 산별’과도 거리가 먼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김석은 공공운수노조(준)가 지금의 상황에 대한 조직적 평가도, 이 평가에 따른 책임 추궁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조직형식적 정리에만 치우친 현재의 산별이 그 어떤 전망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평가도 없고, 책임지는 단위도 없고, 전망도 없는 3無 산별이 이 통합 산별의 주요 특징이라고 비판한다.
이를 위해 김석은 공공운수부문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혁신을 위해 먼저 필요한 것은 평가와 성찰이다. 먼저 지난 몇 년 동안의 통합 산별노조 건설의 좌초와 현재의 파행적 건설에 대한 엄밀한 평가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종파적 이해에 사로잡힌 채 통합 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조직적 합의를 무시하고 조직 운영을 파행으로 끌고 갔던 행태에 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파 역시 이러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계급적, 변혁적 산별 건설에 대한 원칙은 올바르나 그러한 주장을 대중적으로 각인하고 현장을 재조직화하기 위한 기획과 실천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도피와 책임 회피에 다름 아니었으며, 산별 추진 과정으로부터의 자기 소외는 이후의 연맹 및 준비위 운영, 나아가 현장에 대한 자기 목소리 조직화로부터 스스로를 유리시킨 것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상층 정치’에 대한 외면과 무관심이 ‘현장 조직화’에 대한 올곧은 실천으로 귀결되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현대, ‘산별건설은 총노동 전선 구축, 민주노조 총단결을 위한 하나의 과정’
사회진보연대 이현대는 두 발제자(정윤광, 김형균)의 발제문에 대부분 동의하면서 몇 가지 함께 고민해보아야 할 지점을 짚었다. 정윤광이 지적하듯 현재 공공운수노조는 4년 전 공공노조와 운수노조가 건설된 당시와 비교해보아도 산별노조의 조직력이 크게 취약해진 상태이며, 현재 제출된 중기 사업계획에 드러난 조직 강화 전략에는 한계가 많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사업전체를 부정하는 방식보다는, 오히려 사업계획의 긍정적인 부분을 강화하고 부정적인 부분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며 토론하는 것이 적절한 시점이라는 제안으로 서두를 열었다.
또한 김형균의 발제에 대해서는, 기업별 조직을 넘어 산별노조(공공운수노조) 건설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산별노조 운동은 기업을 넘어서 노동자계급의 보다 일반적인 요구를 걸고 투쟁할 수 있는 조직형태이다. 따라서 현재 공공운수노조 건설의 여러 문제를 비판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산별노조를 건설하자는 방식의 비판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산별노조 운동의 여러 한계, 이를 주도하는 상층 정파세력의 한계를 이유로 건설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현재 공공운수부문 노동자운동은 산별노조로 단결을 확대강화해 가지 않으면 기업별 단위로 각개격파될 우려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최근 복수노조 허용 정세에서 발전노조, 도시철도노조 등에서 어용 기업별노조 세력의 발호는 이러한 우려를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현대는 초기업조직으로서 산별노조를 강조하는 것은, 총노동 전선 구축, 민주노조 총단결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사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산별노조 건설은 민주노조 운동의 단결(총연맹 차원의 단결 강화)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기 때문에 민주노총보다는 산별노조를 강조하는 흐름도 정파를 막론하고 확산되고 있으나, 각 산별노조(노동자)의 독자적 이해란 있을 수 없으며 총노동 투쟁전선을 중심에 두어야한다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이현대는 공공운수노조의 발전전망을 고민하는 데 있어, 지도부 구성에서부터 현장투쟁까지 유기적으로 결합·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장 투쟁을 위해 단위 사업장 지도부에 개입, 견인할 수 있는 계획도 있어야 한다. 위아래에서 손발이 잘 맞아야 투쟁도 만들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의 균열이 더 커지게 될 시기에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구상과 계획을 세우고, 상층지도부와 현장이 함께 준비하고 실행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회 이후 과제
이번 토론회는 연대회의가 공공운수노조 출범을 앞두고 제출된 중장기계획에 대한 비판과 제언을 하는 자리이며, 현재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고 ‘계급적 변혁적’ 공공운수노동운동의 단초를 마련하는 시작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대회의 참가 조직들과 활동가들이 ‘계급적, 변혁적’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으며, 현장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 한 우리의 주장은 공허한 수사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주장이 현실을 변혁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도록 과제를 정선하고 실천해야 할 때이다.
첫째, 현재 2012년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민주당 등 신자유주의 세력과 함께 추진하는 의정포럼 및 정치연합에 대해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이는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가 지적한 바이며, 연대회의의 주요한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2012년 총대선을 바라보고 추진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무원칙한 반MB 선거 연합계획이 공공운수부문 운동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현장을 살려내고, 투쟁조직을 위한 기획이 필요하다.
둘째, 이를 위해서는 현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지도부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현장 투쟁의 의미를 밝히고 실천적으로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현장의 상태는 지도부에게 투쟁 회피의 알리바이가 될 수도 있고, 투쟁을 극적으로 확장시키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발제와 토론이 끝난 후 플로어 토론에서 한 참자가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어느 토론회에서 의정포럼을 비판했더니 의정포럼을 옹호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현장투쟁이 안 되니까 분위기를 만들고 현장투쟁이 일어 날 수 있게 의정포럼을 하는 것이다.’ 이것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현상은 맞게 지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노조 중앙의 사업기획과 기조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장이 어떤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의 기층 조직력을 침식하면서 현장투쟁의 부재를 핑계로 상층대응을 통한 정치적 해결을 추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현장 투쟁의 실질적 조직화 없이 투쟁만을 강조할 때의 한계는 자명하다.
셋째, 현장조직력을 세우는 과정에서 지역 및 지역지부 조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전국규모 기업별조직의 경우, 각종 권한이 지부장(본부장)에게 집중되면서 이들의 동의가 없이는 산별노조 중앙 차원에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물론, 현재 한국에서 산별교섭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한계 때문에 기업별조직의 권한을 인정할 수밖에는 없지만, 이런 상태를 방치하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공공운수노조는 기업별노조들의 연합체인 연맹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역 및 지역지부를 통해 산별노조가 현장조합원들과 직접 만나고 단결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할 것이다. 공공운수노조의 조직설계 상 지역본부는 매우 약화된 상태이나 이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계획 없이는 공공운수노조가 연맹 수준의 조직운영을 벗어나기 힘들다. 지난 수년간 공공노조와 운수노조를 통해 조직 확대를 달성한 영역은 주로 지역지부 등 초기업 지부를 통한 중소 영세 비정규직 사업장이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넷째, 6월 24일 공공운수노조 창립대의원대회 이후에도 통합 산별을 강화하기 위한 기획을 꾸준하게 계속되어야 한다. 기존의 산별노조가 충분히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타당하나, 그것이 그동안의 성과를 무로 돌리거나 산별노조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제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산별노조의 과제는 새롭게 토론되어야 하고, 공공운수노조는 힘 있게 출범하여 올곧은 역할을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다섯째, 연대회의를 강화하기 위한 기획을 세워가야 한다. 현재까지 현장조직들은 각 사업장 또는 업종별로 고립되어 있고, 관심영역의 차이가 있어 실천적으로 단사나 업종의 이해관계에 머물러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단지 현장조직만들의 문제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공기업 선진화에 실질적인 투쟁을 만들어오지 못한 우리 노동운동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현장조직들은 노동운동의 위기 속에서 목적의식적으로 전투적 변혁적 노동운동을 지켜내려는 노력을 해왔다. 연대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현장조직들이 87년 이후 노조민주화투쟁을 이끌어 왔던 세대들의 헌신적인 투쟁과 경험으로 현재까지도 운동의 어려움을 돌파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연대회의는 이러한 현장조직들과 활동가들이 함께 토론하고 연대하면서, 공공운수부문의 노동운동을 발전시켜 내고 공공운수노동운동의 현장기반을 구축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2011년 연봉제, 유연임금제, 정보화 등 현장의 노동자 통제는 더욱 치밀해지고, 7월 1일 복수노조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공공기관 사측의 노골적인 탄압이 가세되고 있다. 이러한 정황들은 이명박 정권이 공공부문 운동을 말살하기 위해 추진하는 선진화 공세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단위사업장 만의 대응이 아닌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현재 연대회의가 준비 중인 ‘현장조직활동강화 프로젝트’는 매우 의미 있고 주목할 만한 기획이다. 각 조직들의 조건을 정확히 진단하고, 연대회의를 중심으로 활동을 모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6월 24일 공공운수노조 출범은 다년간 논의되어 왔던 공공운수부문 산별운동 과정에 대해 많은 반성과 교훈을 던져 주고 있다. 공공부문 선진화라는 벽에 막혀 공동투쟁을 기획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이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내자. 연대회의는 공공운수노조가 그러한 역할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올곧은 입장을 마련하고, 실질적인 기획과 실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