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1.7-8.101호
첨부파일
101_인터뷰_윤욱동.pdf

“치열한 준비과정으로 역동적인 지역노동운동을 만들자”

윤욱동 | 금속노조경기지부 수석부지부장
인터뷰어: 김유진 | 조직국장
기획/정리: 전준범 | 정책위원
우지영 | 회원

『사회운동』은 [인터뷰]를 통해 노동자운동의 혁신과 민중운동의 발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동지들을 만나 운동 과제와 쟁점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순서로 금속노조 경기지부 윤욱동 수석부지부장을 만났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긴 수염. 강렬한 인상만큼 윤욱동 수석부지부장은 총궐기투쟁과 지역노동운동의 강화에 열정적이었다.
이번 인터뷰는 『사회운동』 2011년 5·6월호에 실린 「경기지역총파업,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김유진)에 이어 경기지역총궐기를 제안하고 주도적으로 투쟁을 조직하고 있는 금속노조 경기지부(이하 경기지부) 활동가로부터 투쟁의 준비과정과 향후 과제에 대한 구체적 전망을 듣기 위해 기획되었다. 또한 인터뷰 과정에서 노동자 운동에 대한 전반적 평가와 혁신방향 역시 다룰 수 있었다.

사회운동: 소개를 부탁드린다. 노동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나 금속노조운동, 지역노동자 운동에 애정을 가지게 된 삶의 여정도 간략하게나마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윤욱동 수석부지부장(이하 윤욱동): 1986년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이때 반월공단, 노동자 도시로 이사를 왔다. 87년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87년 말 대통령 선거 때 구로구청으로 부정투표함을 실은 봉고차가 들어가다가 발각된 사건이 있었다. 그때 그걸 막는 싸움에 가게 되면서 정치적으로 각성하게 되었던 것 같다. 노동자투쟁보다 정치투쟁을 먼저 경험한 듯하다. 우리 또래 중 87년 투쟁이 계기가 되어 활동하는 사람이 아마 많을 텐데, 대학을 안 다녀서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 (웃음)
87년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반월공단에 취직을 했다. 제약회사에 다녔는데 7,8,9 노동자대투쟁 때 일주일간 점거투쟁이 있었다. 아쉽게도 노동조합 결성은 실패했지만 이때 노동운동과 인연이 시작되었다. 군대에 갔다 온 뒤로 91년에 반월공단에 있는 계양전동구에 입사했다. 노동조합이 있었지만 한국노총 소속 어용노조였다. 1년 정도 일을 하다가 대의원 활동을 시작해서 93년도에는 민주집행부가 들어서게 됐다. 이때 사무국장을 맡아 활동했고 그때부터 전노협 가입 시도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노동조합 운동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위원장이 공안기관의 협박에 무너지면서 파업을 앞둔 상황에서 직권조인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전노협 가입에 실패했다. 그리고 95년에는 내가 직접 위원장을 하게 됐다. 96년 2월 회사는 민주노총 가입을 빌미로 나에게 해고통지를 했다. 회사에서 쫓겨나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몇 개월 뒤에 노조 설립 이래 최초의 파업이 전개됐다. 그때 몇 달간 파업을 했는데 복직은 안 됐다. 회사가 직장폐쇄하고 구사대를 조직해서 조합원 쫓아내는 상황이었는데, 아마 조합원에 대해서만 직장폐쇄를 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례였던 것 같다. 회사 바깥에서 몇 달간 고생하고 노조가 무너지기 직전까지 갔었는데 마지막에 극적 합의에 이르렀다. 350명 조합원 중 30명 정도가 남았었는데 깃발 들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계양전기지회는 지금까지 경기지부 소속 사업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동자로서 투쟁하고 노동조합을 건설해나가면서 지역조직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인가 뼈저리게 고민했다

윤욱동: 이후 지역에서 활동을 하다가 다시 공장에 취직했다. 대양금속이라는 철강회사였는데, 조용히 살기에는 공장이 너무 열악했다. 회사가 워낙 열악하다 보니 젊은 사람은 별로 없고 공장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40~50대가 많았다. 임금 수준도 너무 낮았다.
회사에 들어간 지 2년 정도 지났을 무렵 여름에 사고가 있었다. 정년퇴직이 1년 정도밖에 안 남은 노동자가 회장 온다고 지붕 천장 비 새는 부분을 수리하러 올라갔다가 떨어져서 즉사했고, 내가 마침 그 옆을 지나고 있었다. 앰뷸런스가 와서 싣고 가고 그 상황에서 옆에 기계는 돌아가고... 빨리 노조를 만들어야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20~30대가 거의 없는 사업장이었지만 젊은 친구들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는지 야간에 노동조합 가입원서를 만들어 돌렸다. 이후 노동조합 논의하는 과정에서 위원장 출마권유를 받게 되었다. 워낙 악랄한 기업이라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을 만류했지만, 나중에 형님들까지 다 싸인해 와가지고 총대 메라고 해서 하게 됐다. 대중적 분노가 모아지면서 조직을 하게 된 것이다.
대양금속 투쟁은 당시 지역에서 굉장히 중요한 투쟁이었다. 깡패와 구사대가 쳐들어왔을 때 조합원 60명이 격렬하게 저항해서 물리력으로 쫓아냈었다. 그래서 점점 깡패 인원이 400명까지 늘고 전경도 들어왔고, 공장은 아예 이전하게 됐다. 이 투쟁 도중 구치소 두 달 살고 패배하면서 끝나게 됐다.
그때 금속노조 경기지부의 역할이 뭔지 많이 생각했다. 지금 총궐기를 하는 것처럼 지역 차원에서 연대해서 싸웠으면 투쟁을 살려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다들 많이 아쉬워했다. 조합원들이 모범적으로 투쟁하고 연대투쟁도 열심히 했다. 조합원들의 생각과 자세가 조직적이고 비타협적이었는데 아쉽게 져버렸다. 당시 지역연대투쟁이 전혀 안 됐고 공동 파업 등에 대한 논의 자체가 안 됐다.
그런 경험 때문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지역총궐기를 조직하면서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 노동자로서 투쟁하고 노동조합을 건설해나가면서 지역조직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인가 뼈저리게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총파업 총궐기 지역연대전선 구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사회운동: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역 총파업, 지역 총궐기 투쟁은 금속 지역지부에서 제안하고 주도적으로 추진해나가고 있다. 경기지부 사업계획에는 “기업을 넘어선 연대라는 산별노조운동의 핵심원리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경기지부가 주도적인 실천을 해야 한다. 지역연대운동 강화를 통해 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열어야 한다. 지역차원의 단결과 연대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하여 2012년 지역총궐기를 목표로 2011년 지역총파업으로 그 기반을 구축하자”고 설명되어 있다. 개인적 의견을 포함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안 배경에 대해 설명해달라.

윤욱동: 산별노조 운동이 10년 되었는데 10년을 돌아보면 오히려 연대운동은 후퇴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산별 수직구조를 강화하면서 역으로 지역운동이 공동화되었기 때문이다. 산별노조가 건설되면서 노동자 수, 조합비, 상근자 규모 등 여러 자원이 확보되니까 다른 곳 힘 빌릴 필요도 없고 신경 쓸 필요도 없다는 식의 경향이 상층부터 현장까지 작동되고 있다. 기업별 의식을 넘어보자고 만든 산별운동이 오히려 기업별 의식을 강화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금속노조 차원의 타임오프제 대응만 보더라도 총자본의 공격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은커녕 최소한의 방어조차도 안 되고 있다. 해당 지역지부나 사업장에서 알아서 방어하는 문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핵심사업장이 깨지는데도 불구하고, 각자 현상 유지하는 선에서 대응하다 보니 금속 노조 내의 연대투쟁조차 잘 안되고 기업별 벽은 더 높아진다.
바깥에서 보기에 금속노조는 확대간부라도 모아서 한진중공업이나 유성기업 투쟁에 결합하니까 힘이 세 보이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본의 공격이 그 정도 수준에서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침에 따라 실행되는 형식적이고 일회성의 집회참가로는 전망이 없다. 그런 방식이 금속산별 내부의 연대도 더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그러다 보니 상황이 계속 나빠진다. 금속노조 경기지부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업장에서 투쟁이 벌어지면 그 투쟁의 성격, 지역적 파급력 등에 대해서 성격규정을 할 필요가 없어져 버린다. 그냥 ‘아, 금속 사업장 어디가 구조조정해서 싸우고 있구나’ 정도로만 이해된다. 우리는 열심히 대응한다 하지만 이미 어떤 기업이 탄압을 자행한다는 것은 역관계에서 밀려 있다는 것인데, 지역사회에서 쟁점화가 같이 되지 않으면 현장에서 힘에 밀려 무너진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법적으로 유리한 판결을 받더라도 역관계에서 밀릴 경우 대부분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적 투쟁의 강고함과 더불어 지역차원의 엄호가 동시에 필요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투쟁 양상은 포기하면 안 되기 때문에 버티고 있는 모양새다. 그걸 적들이 알고 있으니 눈 하나 깜짝하겠나? 돌파구를 열지 못하는 상황에서 계속 깨져나가면 한편에는 패배감, 다른 한편에는 조직보신주의가 만연한다. 그러다 보면 지도부에 대한 비난의 화살도 늘어가고 지도력과 대중과의 관계가 파탄난다.
이 상황 속에서 어떻게 돌파구를 열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우리끼리 똘똘 뭉쳐도 안 되는 상황이 확인되고 있다. 자본이 이미 세계화되면서 노동자를 우습게 여긴다. 지역전선, 전국전선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의 고민이 항상 있어야지 그게 없으면 개별사업장에서 아무리 조직력이나 의식이 높다 하더라도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연대가 강화되어야 하고, 연대 강화를 위해서는 현재 무너진 무언가를 복원해야 하고, 복원을 위해서는 그를 위한 계획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당위적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는 정당성, 명분, 자신감 등을 만들어가기 위한 계획을 작년 12월부터 고민했다. 조합원 교육을 꾸준히 추진해오면서 활로를 개척해보자는 조합원들의 의지, 미친 듯이 해보겠다는 지도부의 의지를 모아온 것이다. 처음에는 고개만 끄덕끄덕하던 조합원들도 이제는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조합원 교육을 시작한 4월 이후 굵직한 일정을 밟아왔다. 5월 조합원 총회를 통해 진행하게 된 ‘경기도본부 결의대회’는 대중적 힘을 한 번 보여주는 자리였고, 새로운 의미의 투쟁을 하려고 한다는 조합원 스스로의 의미부여를 위한 과정이었다. ‘경기도본부 결의대회’의 경우 사전에 ‘지역전선 구축을 위해 우리가 총대 메자. 금속노조 아니면 누가 할래’ 이런 동기부여가 되어 있었다. 경기지부가 경기도본부(이하 도본부)와 다른 산별 등에 총궐기 투쟁을 제안해온 과정도 지역운동에 대한 전망 속에서 조합원과 호흡하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결의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6.11 도민대회까지 왔다. 도민대회는 애초에 예정되어 있던 일정이기도 했지만, 내부에서부터 준비 과정을 차근차근 만들었고 총궐기 자체가 지역 노동운동에서 주요 화두로 떠오르다 보니 도본부 산하 산별조직들이 모두 참석했다. 아마 몇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집중 투쟁 일정을 잡더라도 일정 박기 식으로 해서는 전망이 없다. 똑같은 투쟁을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의결해서 일회적으로 탄압 사업장에 찾아가 집회를 하면 별다른 감동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해서는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아 날 더운데 또 집회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집회에 왜 왔는지 짜증나고 ‘언제 끝나나’ 이런 지루한 느낌을 가진다. 반대로 아래로부터의 연대와 자발성이 형성된다면 조합원들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 경기지부의 판단이다. 아래로부터의 연대와 자발성이 형성되면 다음을 준비하는 것도 수월하다. 다음에 이보다 더 잘하자는 조합원 스스로의 결의를 모아낼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정확한 조직진단에 바탕을 둔 치열한 논쟁으로 역동적인 대중운동을 만들어야

사회운동: 총궐기 논의 과정에서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경기지부에서는 지금까지의 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도본부나 다른 산별까지 포함한다면 지금까지 지역총파업 진행과정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진행과정에서 추가된 고민들은 무엇인가?

윤욱동: 고민이 무지 많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의 의미를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무슨 공자님 말씀처럼 그저 그런 옳은 말로 생각하는 것 같다. 어느 노조가 임금인상 10만 원을 요구한다고 가정해보자. 지도부가 능력이 좋고 교섭을 잘해서 해결사 식으로 9만 9천 원을 따내고, 이에 대해 형식적으로 찬반투표하는 노동조합이 있을 수 있다. 반면, 결과적으로는 1만 원 밖에 임금을 못 올렸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합원들이 내부에서 진지하게 토론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 한계와 과제를 발견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논의를 한 경우가 있다고 하자. 이 두 노조 중에 어느 노조에 미래가 있을까? 1만 원 짜리 노조에게 미래가 있다고 확신한다.
5·12 선포대회를 준비할 때에도 조직 라인을 가동해서 형식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진행하게 되면 다음을 준비할 수 없기 때문에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준비과정에서 우리 내부 체계를 정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본부, 경기지부, 다른 산별 사이에 어떤 입장 차이가 있고 각 조직내부 상태가 어떤지 토론하고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과정이 축적된다면 언젠가 뻥파업이 아니라 진짜 총파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디데이 잡아서 큰 일정만 잡아놓는 식으로 준비를 하면 미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준비하게 되면 연대의 기운도 나오지 않고, 서로의 의견차만 더 벌어지고, 다시는 이런 것 하지 말자는 평가까지 나오게 된다. 현재 노동운동 내 사업준비 행태가 많은 부분이 그렇다. 알맹이 없고, 과정 없고, 과정에 치열함이 없이, 집회일정을 잡아놓고, 이제는 그것마저도 힘들어서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 내부의 한계를 점검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면 긴장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형식적으로 할 때와 긴장 걸려서 할 때는 완전히 다르다. 조직의 실력이 대중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탁상공론하면 말 잘하는 사람이 대장하면 되는 것이지만, 대중조직의 계급투쟁은 그런 걸로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과정을 잘 밟아가는 것이 경기지부가 생각하는 총궐기다. 과정에서 진단하고 논쟁하고, 서로 입장차를 좁히고 작은 실천을 해나가고, 그런 것이 응축되어 나타나면 그게 총파업이고 이후 총궐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운동의 역동성을 대중적으로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노동자계급으로서 위상과 역할에 맞는 운동을 하는 것이 지금 가장 공격적이고 공세적인 투쟁이다. 그리고 그런 투쟁은 박수를 받으면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지금 실제로 박수 받으면서 투쟁하고 있다.

윤욱동: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민중들의 고조되는 불만을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임오프가 터지면 대응하고, 주요 사업장 직장폐쇄되면 대응하고, 이런 방식은 한계가 있다. 또한 미조직노동자들이 그런 투쟁에 관심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 그런 투쟁들이 사회적 정치적으로 들끓는, 조직되지 않은 분노와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 분노를 누가 조직할 것인가? 자발적으로 어느 날 갑자기 분노가 모아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런 정치적 사회적 문제, 예를 들어 이명박 정권, 재벌 문제 등을 전면적으로 제기하고 대중적 분노를 모을 수 있는 것은 조직된 노동자라고 봤다. 그래서 조직된 10%가 그 외 90%를 향한 메시지를 전하고, 우리가 먼저 행동한 후 함께할 것을 촉구하자고 주장했다. 이러한 정치적 문제제기에 유성기업, 외국투기자본문제, 정리해고, 비정규직, 최저임금과 같은 과제가 포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식으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고 가두로 나가야 한다. 노동자계급으로서 위상과 역할에 맞는 운동을 하는 것이 지금 가장 공격적이고 공세적인 투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투쟁은 박수를 받으면서 할 수 있을 거라고 봤고, 지금 실제로 박수 받으면서 투쟁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지도력 역시 이런 투쟁 과정에서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도본부와 민주노총 지역지부 활동에 아쉬운 측면이 많다. 아직도 이해도, 의견차, 온도차가 많다. 어느 산별조직은 경기본부에서 이런 일 하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는 곳도 있다. 한편 어느 지역지부는 모든 자기사업을 총파업으로 연결시켜버리기도 한다. 아쉽긴 하지만, 이런 현실은 우리의 주체적 역량을 확인하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처음부터 다 잘 될 것이라고 생각진 않았다. 어쨌든 이런 투쟁과정을 밟았기 때문에 실력부족도 드러나는 것이지 아예 안 했다면 우리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사회운동: 내부적 문제점을 확인하고 긴장감을 형성하게 된 것이 구체적 성과라고 보시는 것 같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는 말은 투쟁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의식이 높아지고 단결력이 강화되어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라고 이해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 사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텐데, 이에 대한 고민을 말씀해달라.

윤욱동: 교육 사업은 정말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보통 교육을 진행할 때 내용 생산 과정 자체도 어렵고, 또 생산된 내용을 조합원 전체적으로 교육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경기지부는 그래도 시스템은 갖춰져 있어서 내용을 생산하면 조합원까지 전달될 수 있지만, 다른 산별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시스템 구축이 대단히 어려워서 도본부 기획팀에서도 교육 선전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시스템이 미비하고 조합원까지 소통이 안 되는 구조는 심각한 문제다.
지부는 현재 대중투쟁을 하고 있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어떤 주체적 과제와 자긍심을 갖고 활동할지에 대한 스스로의 근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고민하고 있다. 현안이 발생하면 사업장 찾아가서 집회를 하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당장 긴박한 사태가 아니라면, 열악한 사업장에서 투쟁하는 동지들과 함께 금속 조합원으로서 무언가를 하자는 구체적인 기획을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실제로 성과를 만든다면 자부심이 대단해질 것이다. 사용자들 입장에서도 노동자들이 다른 사업장 문제로 투쟁하니까 현장으로 불러들이려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현장의 조직력도 높아지고 우리의 요구도 더 잘 관철될 수 있다. 발상을 그렇게 전환해야 할 것 같다. 금속노조 정도 되면 그런 방식으로 운동을 해야 고립되지 않고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산별도 마찬가지다. 개별 투쟁을 어떻게 사회 쟁점화하고 확장할까를 늘 고민해야 한다. 자기문제, 닥치는 문제만 가지고 싸우는 패턴이 고착화되어 있다. 이런 패턴 하에서는 공격받으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이런 관점을 잡아가는 구체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도본부 차원에서도 이를 확장시켜야 되는데, 우리가 먼저 실천하면서 대중적으로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힘이 들겠지만 조합원의 힘이 있기 때문에 도본부와 지역지부에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고, 이미 조합원들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방향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우리 조합원들도 깊이 있게 의식화될 수 있을 것이고 타 산별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운동: 지금까지 주로 총궐기 준비과정과 현황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이후 투쟁의 성과로 남기고자 하는 구체적 과제는 무엇인가?

윤욱동: 조합원의 일상적 실천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총궐기 제안 이후 간부는 주 1회 실천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조합원까지 확대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투쟁 방향에 있어서 우리가 지지하고 엄호해야 할 투쟁의 내용을 조합원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삼고 있다. 그 속에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를 교육과 선전 등을 통해 구체화하고 싶다. 또한 올해 이러한 투쟁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자기 사업장에서 일상활동을 자발적으로 해나가자는 결의를 하고, 상급단위로부터의 지침이 아니더라도 자발적 실천을 확대하도록 하는 단위를 만드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이런 주체적 활동과 자발성이 있을 때, 노동자들의 의식화는 물론이고 선진노동자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끊임없이 만들어질 것이며, 그 과정에서 간부가 양성되는 것도 가능하다. 조합원의 구체적 실천, 현장 의식 강화, 사회적 문제를 실천하는 노동자로 거듭나는 구체적 연결고리를 고민하고 있다.

대중투쟁에 기반을 둔 연대운동의 성과들은 결과적으로 운동조직 간 불필요한 이권다툼이나 탁상공론식 이견이 남발되는 상황도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을 염두에 두고 큰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운동: 미조직노동자 조직화에 대한 과제에 대해서는 어떤 판단을 가지고 있나?

윤욱동: 안산시흥노동자권리찾기 사업단(준)에 경기지부가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활동은 미흡한 편이다. 앞서 말했듯 조직된 10%가 90%를 위해 움직인다는 것이 기본적 발상이기 때문에 미조직노동자 조직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는 안산지부 선전전에 매주 수요일에 결합하고 있지만 아직 집행부 수준의 사업에 머물러 있는데, 이를 뛰어넘어 일상활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사업단 수준에서 현장을 추동하는 게 쉬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기존 시스템 속에서 조합원들이 미조직노동자 조직화를 자기 과제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어렵다. 실제로 이런 흐름을 만들려면 많은 고민과 에너지, 조직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또한 시민들의 호응 속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 미조직조직화가 중요하다고 얘기한다고 곧바로 조합원들의 몸이 움직이기는 어렵다. 도본부 중심으로 지역지부를 강화하는 활동을 하고 문제의식을 모아나간다면 가능할 것이다.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도본부가 관장하고, 지역지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몇 군데 지역지부라도 사전에 충분히 토론하고, 해당 지부에 경기지부 사업장이 최대한 복무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면 집행부 수준의 사업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지역지부가 가동되고, 거기에 산별 지역조직, 사업장들이 복무하는 것을 목적의식적으로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미조직조직화가 지역지부의 주요 사업이 되도록 만드는 것도 우리의 계획과 연결되어 있다. 민주노총의 지역조직 내부에서 연대의 기운이 복원되고 확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저녁 시간에 꾸준히 지역활동을 전개하고 그 성과가 공유되기 시작하면 현재 도본부나 산별 차원의 활동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같이 투쟁을 기획하고 공식적으로 자주 만나게 되면 더 효율적인 회의 체계도 갖추게 되고 생산적인 토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연대운동의 성과들은 결과적으로 운동조직 간 불필요한 이권다툼이나 탁상공론식 이견이 남발되는 상황도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을 염두에 두고 큰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운동: 말씀 중간 중간에 지역노동자 운동의 강화가 가지는 정치적 조직적 의미를 다양한 층위에서 고민하시고 있다는 점이 묻어난다. 노동운동 내에서 현장활동을 강화하자는 주장과 지역노동운동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대립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상당히 있는 것 같다. 지역노동운동의 중요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윤욱동: 그런 이분법적 사고가 고착화되어 있고, 심지어 유연성을 강조하는 사람을 회색분자로 보는 분위기도 있다. 지역이 무엇인지 그 개념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산별노조는 기본적으로 자본의 재편에 따라 형성된 산업구조에 맞게 만들어진 수직적 구조다. 반면 지역은 그 안에 다양한 성격의 자본이 공존하고, 생활의 공간도 존재한다. 또 조직된 노동자, 미조직 노동자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있다. 그 안에서 노조가 많은 훈련을 할 수 있다. 연대 운동도 지역 내에서 훈련하는 것이다. 물론 산별노조 내에서도 연대운동이 존재하고 가능하지만, 보다 일상적인 연대투쟁과 훈련은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기본이다. 퇴근 후에 잠깐이라도 다양한 노동자를 만나고 의견을 나눌 수 있고, 그 속에서 운동의 방향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이루어진다. 산별의 수직적 체계만 가동되면 지역적 훈련이 안 되니까 운동의 발전이 어려워진다. 그런 역할이 지역 안에 있다.
민주노총이 파업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은 아니다. 투쟁을 회피하는 지도부가 있을 수도 있지만, 실제 파업을 하자고 하면 조직의 골간에서 화두가 되고 논쟁이 되고 결의가 모아져야 가능한 것인데 그게 안 되니까 뻥파업이 되고 마는 것이다. 애초에 파업을 할 수 없는 상태인데, 중요하니까 파업 하자고 하고, 그러다 보니 파업을 못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조차 우스운 일이 되어버렸다. 결국 이제는 뻥파업도 못하는 분위기 아닌가. 결국 지역지부가 화두를 던지고 논쟁을 형성하고 결의를 모아나야 총파업도 가능해질 텐데, 현재 지역지부는 연락책 수준으로 사고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지부를 강화하자는 말은 지역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면서 실제로 운동을 형성하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런 전제가 없다면 매해 사업계획서에 나오는 지역지부 강화하자는 말은 ‘죽은 말’에 불과하다. 지역지부가 강화되어야 민주노총이라는 조직이 파업하고, 투쟁할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대중에게서 신뢰받는 조직이 될 수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큰 싸움을 만들어야 자본도 두려움을 갖게 될 것이다.

사회운동: 지역운동의 중요성, 민주노총의 골간이 그런 운동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런데 산업구조 내에서 자본의 전략에 대한 대응도 여전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금속노조에서 완성차지부는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를 무너뜨리려는 자본의 공격방향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동희오토 투쟁은 비정규직 문제를 내걸고 진행되었지만, 여기에는 기아자동차지부를 약화시키는 외주화 등의 문제에 대한 산별노조로서의 고민도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 대한 산별노조 차원의 대응계획을 강조하는 맥락과 지역운동을 강조하는 맥락은 결이 다를 수 있다.

윤욱동: 그동안 지역연대전선 복원을 많이 이야기하고 다니다 보니, 그럼 산별은 없애자는 거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이분법적인 사고이다. 지역 안에 산별이 다 있다. 그 안에 연대하고 훈련하고 느끼게 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산별노조의 계급적 의식이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경기에 있는 조합원과 부산에 있는 조합원이 어떻게 구체적인 고민을 갖고 연대를 하겠나? 같은 산별에 있는 조합원으로서 일정에 참가할 수는 있겠지만 한 조직에 속해있는 노동자라고 해서 서로를 구체적인 연대의 주체로 느끼기는 쉽지 않다. 지역에서 직접 부대끼는 훈련을 해야 금속노조가 부산 한진중공업 투쟁에 집중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겠나? 산업에 국한된, 자본의 형태에 근거한 산별노조의 형식적 측면을 뛰어넘기 위해서도 그런 일상적 경험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당연히 산별과 지역이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으면서 작동되는 것이 맞다. 어느 하나가 삐거덕거리면 서로 안 된다. 하지만 지역연대활동이 잘 되는 곳은 다른 곳보다 계급적으로 각성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적 연대가 잘 안 되는 지역의 노조는 제기하신 부분에 대한 고민도 거의 없을 것이다.
현재의 노동운동이 문제점들은 매우 복잡해 보이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지역지부가 바로 서면 여러 고민들의 실마리가 잡힐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이 대중적 신뢰와 조직력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실천해나가는 한 발을 내딛는다면 여러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섭 중에 인지컨트롤스 사측은 다른 노조는 안 가는데 왜 너희들은 유성투쟁에 가느냐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인지 조합원들은 '유성기업 문제가 우리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제있냐?' 이렇게 대응했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투쟁하고 조합원이 움직이는 게 우리가 하려는 것이다.

사회운동: 자본과 정권이 금속노조 핵심사업장에 대한 준비된 파괴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유성기업 투쟁 역시 그 최근의 사례일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경기지역에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보는가? 현장의 반응이나 고민도 궁금하다.

윤욱동: 금속노조 위원장과 인터뷰가 필요한 내용인 것 같다. (웃음)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하면, 최근 몇 년을 지나면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고 생각한다. 발레오, 상신브레이크 등 핵심사업장들이 무너지고, 쌍용차 투쟁에서도 자본은 ‘대들면 깨진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다. 이어서 지역 핵심사업장 몇 군데를 기획해서 깨고 2011년을 맞이했는데. 그러자마자 현대차자본이 주간연속2교대를 빌미로 유성기업을 공격했고 정부가 이를 확실하게 밀어주고 있다.
이 정도 공격이 들어오면 금속노조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이 고민되어야 하는데 특별한 것이 없다. 금속 지역지부, 사업장 등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잔업을 안 하거나 퇴근 후에 사업장들이 돌아가면서 순번을 정해서 계속 연대를 가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힘을 축적하는 과정이 있으면, 날짜를 잡아서 집결투쟁을 벌이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방식의 계획을 세워나가야 할 때인데, 여전히 확대간부를 조직하는 것 이상을 시도해보지 않는 것은 관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안산에서는 두 시간 정도면 아산까지 갈 수 있다. 가서 유성 동지들을 만나고, 돌아온 뒤 그 투쟁을 다시 지역에 알려나가면서 조합원들이 자기과제를 가질 수 있는 기획을 해야 한다. 자발적 흐름들을 조직하면서 우리가 유성투쟁 엄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전술을 배치해야 유성기업 문제로 파업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금속노조 확대간부 2,000명이 연대투쟁을 가는 것보다 사업장별로 조합원이 꾸준하게 계속 가는 방법이 자본이 더 두려워하는 일일 것이다. 아래에서부터 현재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결의하고 해내면 그다음에 더 높은 결의도 할 수 있다.

사회운동: 경기지역의 사례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에 우창정기, 인지컨트롤스 직장폐쇄 사례가 있었고, 이 외에도 장투 사업장들이 있다. 집단교섭 투쟁 과정에서 연대 분위기가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또 인지 조합원들의 유성 투쟁에 대한 연대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자세히 듣고 싶다.

윤욱동: 인지는 작년에 투쟁하면서 만들어진 활력이 있다. 어떤 이들은 그들이 아직 신생노조라서 그렇다고 보기도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조합원들이 유성사태 초기에는 휴가를 내고 연대하러 갔다. 그 사업장은 노동시간이 길기 때문에 회사에서 반차를 만들었는데, 그걸 쓰면서 초기에 20명씩 갔다. 확대간부, 조합원 이렇게 돌아가면서 다녀왔다. 그래도 휴가를 너무 많이 써서 라인이 두 개가 멈췄다. 옛날 같으면 회사가 불법이라고 고소고발 했을 텐데, 투쟁 경험 속에 노조 조직력이 확인되다 보니 회사가 조합원들의 자발적 행동에 대해 부담을 많이 느꼈는지 그냥 넘어갔다. 그다음 주 임금교섭이 있었는데, 인지는 최저임금 사업장이라 임금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얘기도 많았겠지만, 교섭 중에 유성기업 얘기만 하다가 끝났다고 한다. 회사는 다른 노조는 안 가는데 왜 너희들은 그렇게 가느냐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조합원들은 '유성기업 문제가 우리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제있냐?' 이렇게 대응했다. 회사는 상당히 공포감을 느꼈을 것이고 협상력이 높아졌을 것이다. 임금 인상만 가지고 이야기했으면 그렇게 안 됐을 것이다. 그렇게 연대하면서 토요일에 특근을 안 하고 유성투쟁에 갈 사람을 모집했는데, 주야간 50명씩인데 46명이 갔으니까 야간조 빼고 다 간 것이다. 가면서 모금을 했더니 80만 원이 모였다. 플래카드는 틀만 짜가서 각자 자기가 쓴 플래카드 걸어놓고 왔단다. 이런 실천은 확대간부회의나 상집회의에서 결정된 지침이 아니다. 작년에 투쟁하면서 훈련된 것이고 자발 실천을 조직한 것이다. 그렇게 투쟁하고 조직하고 조합원이 움직이는 게 우리가 하려는 것이다. 그러면 조합원이 훈련되고 의식화되고 공동체적 분위기가 생겨서 안가는 사람 가는 사람 상관없이 의지를 모을 수 있다. 그렇게 하니까 지회 교섭력도 높아지고, 조합원들 기운이 남다르니까 유성 조합원들도 연대의 기운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직장폐쇄 관련해서는 사전판단이 있었다. 지부 운영위에서 직장폐쇄 사태가 벌어지면 우리는 즉각 파업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미리 정했었다. 이에 따라 집단교섭 사업장들이 다 파업에 참가했다. 사측에서는 원칙대로 대응하는지 아닌지 지켜보았을 텐데, 실제로 즉각 파업을 해버리니까 놀랐을 것이다. 그래서 노동부도 긴장해서 회사 측을 설득했다. 인지의 경우는 사측에서 초반에 노조를 깨려고 강하게 나왔었다가, 노조가 안 깨지고 오히려 공단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이탈하는 조합원도 없다 보니 역으로 회사가 밀리는 형국이 됐다. 유리한 조건에서 직장폐쇄를 풀고 현장으로 들어가니 비조합원이나 계약직 할 것 없이 노동조합을 다시 보게 되었다. 금속노조 위상을 우창이나 인지가 많이 세웠다. 사전에 예측하고 공감대를 만들고 결의를 하다 보니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 지역총파업의 구체적 그림이 보이지 않아도 사람들이 투쟁에 책임있게 결합하는 것은 그런 작년의 밑거름이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사회운동: 마지막으로 사회진보연대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윤욱동: 사회진보연대는 젊은 활동가들이 많은 인상이다. 진취적인 자세로 사회운동의 중요한 역할을 해나가면 좋겠다. 현장에 대한 감각과 투쟁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면서 운동해나가면 아름다울 것 같다.


※ 2시간이 넘는 인터뷰 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해주신 윤욱동 수석부지부장님 그리고 경기지부 동지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주제어
노동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