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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1.7-8.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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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와 보건의료

한미 FTA는 자본의 이해에 맞게 한국 보건의료를 재편하려는 시도다

이은주 | 정책위원
지난 『사회운동』 5·6월호는 한미 FTA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특히 정부는 FTA를 통해 서비스 시장을 개방하면 경쟁 강화로 효율성이 증대할 것이라고 하며, 그중에서도 공공부문이나 보건의료와 같은 사회서비스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 등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병의원 간의 경쟁은 이미 격화되어 있다. 그 결과 이윤이 많이 남는 미용분야로 의료 인력이 쏠려서 의원의 1차 의료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또 재벌병원의 거대화·고급화에 따라 지방 병원의 우수 인력 유출과 부실화가 심각하다. 이는 지방 거주민과 저소득층의 병원 접근성 감소로 이어진다. 의료기술 역시 이윤이 많이 남는 분야에서는 충분히 발전하고 있다. 한국은 CT, MRI와 같은 고가장비 구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꼭 필요하지만 이윤이 남지 않는 분야에서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의료가 시장에 개방되면 이러한 경향이 더욱 촉진된다. 정부가 말하는 ‘효율성 증대’는 병원과 같은 의료 자본이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는 효율성이다. 따라서 ‘의료시장개방을 통한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민중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병원의 이윤추구 억제, 공공의료 강화를 통해 1·2·3차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전국적으로 균형 있게 의료자원을 배분하고, 이윤이 남지 않아도 필요한 곳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의료 시장화의 모델인 미국을 보면, 한국의 의료가 시장에 개방될 경우 일자리는 대부분 행정부문에서 늘어날 것이다. 이들은 환자가 의료기관에 방문했을 때 어떤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했는지, 따라서 환자에게 어떤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후 의료기관이 보험회사로부터 보상받지 못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민간의료보험회사에 고용될 많은 직원은 회사로부터 가능한 적은 돈이 빠져나가도록 의료기관과 환자를 감시할 것이다.
의료를 시장에 개방하지 않아도 의료 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2008년 기준 한국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는 2.37명으로 OECD 평균인 6.74명의 35%에 불과하다. 대형병원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간호사 충원을 기피하여 간호사 한 명이 많은 일을 하게 한다. 이러한 노동 강도 강화 때문에 많은 간호사들은 취업 후 1~2년 만에 일을 그만둔다. 전체적으로 활동 간호사 수가 부족해져서 지방 병원에서는 간호사 충원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것이 등록된 간호사 중 활동 간호사가 66%에 불과한 이유이다. 피로와 수면부족이 축적된 간호사가 환자를 잘 돌볼 리 없다. 숙련될 기회를 주지 않고 매년 신규 간호사로 대체하는 병원에서 의료의 질이 높을 리 없다. 필요한 것은 민간의료보험회사를 배불릴 행정인력의 확대가 아니라 진짜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간호사 등 의료인력 충원을 통한 일자리 확대이다.
정부는 정작 필요한 것들을 외면하면서 ‘한미 FTA를 통한 의료시장개방, 경쟁력 강화’를 주문처럼 되뇌고 있다. 아래에서는 한미 FTA가 한국 보건의료부문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분석함으로써 ‘한미 FTA를 통한 의료시장개방’이 민중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그렇다면 정부의 한미 FTA 추진 의도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초국적 제약회사의 독점권한 강화로 의료비가 증가, 의약품 접근성 감소

초국적 제약회사만을 위한 특혜,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
먼저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알아보자.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식약청에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시판허가를 신청한 경우, 식약청은 신청한 사람의 신원을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권자(주로 초국적 제약회사)에게 통보하고, 특허기간 중 제네릭 의약품 시판을 금지하는 제도이다.
현재 식약청의 역할은 신청된 의약품이 안전성·유효성 기준에 적합한지 판단하여 시판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특허권은 그를 통해 얻는 이익이 오로지 특허권자 개인에게 돌아가는 사적 권리이므로 어느 의약품이 자신의 특허를 침해하였는지를 조사할 의무는 특허권자에게 있다. 결국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특허권자가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할 일을 세금으로 운영하는 식약청에서 대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특허권자가 제네릭 의약품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 손해를 모두 배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2000년에서 2008년까지 유효약리성분의 물질특허 에 대한 무효심판에서 제네릭 의약품 제약사가 오리지널 의약품 제약사를 상대로 승소한 사건은 총 48건 중 37건으로 승소율이 77.1%에 달한다. 특허청이 엄격한 심사기준 없이 특허권을 남발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이렇게 남발된 특허권을 식약청이 무조건 인정하고 제네릭 의약품 생산을 일단 금지하는 것으로, 특허 무효 소송에서 제네릭 의약품 제약회사가 승소하더라도 지연된 시간 동안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결국 건강보험재정과 환자들이 증가하는 의료비를 모두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로 인한 국내 제약업계의 기대매출 손실 규모는 제네릭 의약품 시판이 9개월 지연될 경우 연간 367억~794억 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제네릭 의약품 시판이 지연되는 기간은 최소 의약품특허침해소송에서 1심 법원이 판결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미국의 경우 30개월)에서 최대 특허권 존속기간인 20년으로 보아야 하므로 손실 규모는 위의 추정치를 훨씬 초과할 것이다.
또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도입되면 특허권자가 스스로 침해를 감시하고 소송하지 않아도 후발의약품의 시장 진입이 자동으로 막히게 된다. 따라서 하나의 의약품에 대해 약간의 제형이나 구조 변경을 통해 새로운 특허를 계속 등재하여 특허가 계속 유지되게 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특허기간은 더욱 연장되고, 그만큼 국민의료비는 증가하게 된다.

지적재산권의 세계화와 FTA
사실 1986년에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지적재산권을 무역대상에 포함하기 전까지는 상당수의 나라가 특허권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1986년까지 한국을 포함하여 50개국에 달하는 나라들이 의약품 특허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특허권이나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을 뒤엎은 것은 컴퓨터 회사 IBM과 제약회사 화이자였다. IBM과 화이자는 1980년대에 레이건 정권이 개발도상국의 지적재산권 제도를 바꾸어 미국의 산업을 보호하는 통상정책을 전개하도록 강한 입김을 넣었다. 두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강제력 있는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위해 무역 제제를 사용할 수 있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가 출범하기 6개월 전에 화이자는 미국의 13개 다국적기업과 지적재산권위원회(IPC)를 결성하였다. IPC는 자체적으로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기준을 만들고 유럽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에게 컴퓨터 프로그램과 의약품을 포함한 광범위한 지적재산권의 국제협정안을 민간에서 만들 것을 설득하였다. 그리하여 미국, 유럽, 일본의 경제단체로 구성된 ‘지식소유권에 관한 미, 일, 유럽 민간3극회의’를 발족시켰다. 민간3극회의는 강제력 있는 지적재산권에 관한 국제협약이 된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 시안을 만드는 동시에 각국 정부를 설득하였다. 결국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발효가 된 TRIPs협정은 10년에 걸친 화이자의 작품인 셈이다.
제약회사는 TRIPs협정보다 더 강한 특허보호를 원하지만 화이자가 10년 만에 TRIPs협정을 완성했을 때와는 달리 개발도상국 정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민중들은 이제 특허로 인한 폐해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매번 WTO각료회의가 전 세계 민중들의 투쟁으로 무산되는 등 TRIPs협정을 바꾸기란 예전처럼 쉽지 않게 되었다. TRIPs협정보다 더 강한 특허보호기준을 강제할 수 있는 ‘한방’이 있었으니, 그것이 FTA이다. 미국정부는 FTA협상안에 TRIPs협정보다 독점기간을 연장하고, 특허대상을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의약품 특허, 승인, 약값에 관한 사항을 모두 담았다. 그리고 각국의 공공정책으로 손해를 보았을 때 기업이 직접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권한을 넣었다. 또 한 번의 세계 규칙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초국적 제약회사의 독점을 보장하는 또 하나의 특허권, 의약품 자료독점권
한미 FTA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 외에도 의약품 자료독점권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의약품의 자료독점권은 사실상 신약재심사제도를 통해 인정하고 있다. 약사법에 의하면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해야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는데, 신약에 대해서는 재심사제도를 두어 품목허가일로부터 4년 혹은 6년이 경과하면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식약청장은 재심사 기간에 다른 자가 동일한 품목에 대한 허가를 받으려면 “최초 허가 시 제출된 자료가 아닌 것으로서 이와 동등 범위 이상의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신약이 실제로 안전하고 유효한지를 다시 심사하겠다는 신약재심사제도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으며 상위법인 약사법으로부터 아무런 위임을 받지 않은 사항을 훈령에 불과한 식약청장 고시로 정한 것이다. 또한, 영업비밀보호법이나 약사법의 다른 규정에 의해 최초 허가 시 제출된 자료는 공개가 금지되어 있는데, 후발 신청자가 알 수도 없는 자료에 비추어 ‘동등 범위 이상의 자료’를 내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또 이미 안전하고 유효하다고 판단된 의약품에 대해 중복 시험을 강요하는 것은 사회적인 낭비이다.
2003년 한국 식약청 조사에 따르면, 신약에 대한 특허권이 만료되었으나 신약재심사제도로 보호되는 품목은 물질 특허 26건, 방법 특허 81건으로 모두 100건이 넘었다. 결국 자료독점권의 목적은 특허권과 별개로 초국적 제약회사의 시장독점을 보장하는 것으로, 고가의 의약품 독점 가격을 최소한 5년 동안 연장하여 의료비를 증가시키고,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는 지적재산권장에서 “안전성 또는 유효성 정보를 제출한 인의 동의 없이는 다른 인이 그 정보에 기초하여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을 시판하는 것을 시판허가일로부터 최소한 5년간 승인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함으로써 의약품 자료독점권을 전면적으로 인정하고, 그 범위를 유사의약품에까지 확대하며, 식약청 고시에 불과했던 것을 협정문에 명시함으로써 되돌리거나 변경할 수 없도록 하였다. 이러한 유사의약품 자료독점에 의한 국내제약업계의 피해액은 연 2,545억 원(5년간 7,635억 원)으로 추산된다.

의약품 가격결정에 대한 권한 강화를 협정문에 직접 명시
또 특허의약품 모두를 혁신적이라고 규정하여 모든 특허의약품에 높은 약값을 줄 수 있도록 하고, 특허의약품·의료기기의 가치를 경쟁적 시장도출 가격에 기초하거나 자국(초국적 제약회사)이 제공하는 급여액에서 이를 적절히 인정, 비교제품보다 증가한 급여액을 신청하도록 허용, 결정이 내려진 후에도 증가한 급여액 신청을 허용, 추가적인 적응증에 대한 급여 신청을 허용함으로써 제약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 의약품·의료기기의 가격산정 및 규제와 관련하여 이해관계인(초국적 제약회사)에게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제공하고, 결정에 의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신청자(초국적 제약회사)의 요청에 따라 중앙정부의 보건의료 당국으로부터 독립적으로 결정을 검토하는 기구를 설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초국적 제약회사에게 한국 정부의 결정을 거부할 권한을 주고 있다.


민간의료보험회사의 폭리 규제 불가능, 개인질병정보 유출

현재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은 전 국민을 포괄하고 있지만 그 보장성이 60%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사람들은 큰 병에 걸렸을 때 발생하는 고액의 의료비에 대한 불안감으로 대부분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다. 이 문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왜냐하면 건강보험은 100원을 내면 기업과 정부의 분담금을 포함해 158원을 급여비로 돌려주는 반면, 민간의료보험은 100원을 내면 30~60원을 급여비로 돌려주고 나머지는 기업이 이윤으로 가져가는 비효율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간의료보험은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큰 사람들을 가입시키지 않는다든지, 여러 가지 조건을 달아 급여비를 지급하지 않으려고 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민간의료보험의 폐해 때문에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많은 나라는 민간의료보험에 상품 표준화, 가입 차별금지, 지급률 하한선 규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 금융서비스장에서는 (건전성 사유 외에는) 신금융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떤 형태의 민간의료보험 상품에 대해서도 규제가 불가능해져서 가입자를 보호할 수 없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건강보험을 대체하려는 목적을 가진 민간의료보험이 건강보험을 잠식하는 형태의 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어 건강보험이 약화되면 사람들은 민간의료보험에 더 많이 가입하려 할 것이고 건강보험은 존재의 정당성을 잃어가면서 축소될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내면서도 더 적게 보장받아서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는, 현재 미국처럼 공공의료보험이 없어서 값비싼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때 실손의료보험이 허용되면서 민간의료보험은 건강보험을 제외한 의료비를 포괄할 수 있게 되었고, 크게 확대되었다. 또 정부는 병원과 연계한 민간의료보험을 가능하게 하려고 ‘환자유인알선행위’를 허용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하려 했으나 각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 과정은 2005년 유출 공개되어 파문을 일으켰던 ‘삼성생명 내부전략보고서’의 계획과 정확히 일치한다. 또 금융서비스장의 부속서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정보를 ‘자국 영역 안과 밖으로 전자적 또는 그 밖의 형태로 이전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개인질병정보의 국내외 유출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영리병원 허용에 따르는 의료비 상승, 의료양극화 심화

현재 한국에서 영리법인병원은 의료법상 금지되어 있다. 병원 경영을 통해서 얻은 이윤을 병원 바깥으로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바꾸어 병원 경영을 통해 얻은 이윤을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병원 영리법인화이다.
한편 한국에서 의료서비스는 대부분 민간에 의해 공급되고 있다. 공공병원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특히 거대 자본이 병원 영역으로 진출하면서 세운 전략은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병원을 가능한 한 크고 고급스럽게 만들고 유능한 인재를 끌어와 환자들을 유인하는 한편, 의료서비스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여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었다. 그러자 환자들은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재벌 병원에 가게 되었고 적절한 규모와 실력을 갖추고 있던 지방의 3차 병원들은 점점 경영이 어려워지고 인력 유출을 겪게 되었다. 환자들은 더욱더 재벌 병원을 찾게 되고 지역 간, 병원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재벌 병원은 이제 모여드는 환자들에게 필요 이상의 의료서비스를 권유하거나 보험이 되지 않는 비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최대한 많은 이윤을 얻어내려 한다.
영리병원이 금지되어 있는 지금도 이렇게 병원의 이윤추구행위로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과 의사·환자 간 불신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영리병원이 허용된다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병원이 이윤을 많이 남겨서 주주들에게 많은 이윤을 배당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투자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윤은 모두 환자에게서 나온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영리병원을 허용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02년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전용 의료기관 설립 허용, 2005년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전용 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 허용,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내 외국인 의료기관 설립 허용 단계를 밟아왔으며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내 영리병원 허용을 추진 중이다. 한미 FTA는 보건의료서비스를 미래유보 항목으로 두었지만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에 규정된 의료기관, 약국의 설치와 원격의료서비스 공급과 관련한 우대조치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이 허용하는 영리병원과 그에 대한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 조약에서 명시한 개방의무를 다해야 함을 말한다. 결국 한미 FTA는 제주도민과 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영리병원의 개방 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이는 영리병원으로 인한 의료비 상승, 의료양극화 등의 부작용을 심화시킬 것이다.
결국 한미 FTA를 통해 보건의료부문에서 이익을 얻는 것은 환자들이 아니라 다국적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 민간의료보험회사, 재벌병원과 같은 의료자본과 투자자들이다. 그리고 정부는 이들 자본의 이해에 맞게 국내법을 꾸준히 바꾸어왔다. 한미 FTA는 자본의 입맛에 맞게 한국 보건의료를 재편하려는 시도이며 이를 통한 의료시장개방은 자본만을 위한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2006년 이래 뜨겁게 타올랐던 한미 FTA 반대 물결은 한동안 소강상태이다. 이대로라면 한미 FTA가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한국 정부는 2008년 10월 국회에 제출됐다가 번역 오류로 철회했던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지난 6월 3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하였다. 미국 의회가 8월6일부터 시작되는 휴회 전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리 없이 진행된다면 한국 정부 역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사회운동은 보건의료뿐 아니라 모든 방면에서 자본의 이익을 위해 사회를 재편하고자 하는 한미 FTA의 국회 비준을 막아내기 위한 투쟁을 다시 한 번 만들어내야 한다. FTA를 이슈로 집중 투쟁 계획을 세우고 교육, 토론, 선전과 조직화를 통해 FTA 반대 여론을 확산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한미 FTA 국회 비준을 막아내지 못하더라도 이번 투쟁을 제대로 해야 나중에 한미 FTA를 통과시킨 책임을 끝까지 물을 수 있다. 한미 FTA로 인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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