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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1.7-8.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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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제연대

2회 한일시민사회 반핵포럼에 주목한다

수열 | 정책위원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가 벌어지고 난 후 세계 여러 나라가 핵발전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사고 전부터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던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을 ‘핵발전소 없는 국가’로 만들겠다고 선언해야 했다. G8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간 총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2020년대까지 가능한 빨리 자연에너지(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현재 약 9%)로 끌어올리도록 대담한 기술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5일 스위스는 2034년까지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향후 10년 내 기존의 핵발전소를 조기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지난 6월 12, 13일 핵발전 부활을 위해 이탈리아 정부가 실시한 국민투표에서는 유권자의 약 94% 반대표를 던졌다. 2014년부터 4기의 신형 원자로를 건설하고, 핵발전의 비중을 25%까지 높이겠다던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제 핵발전은 완전히 포기하고, 다른 재생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강고한 찬핵여론

이러한 상황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달라진 여론의 추이를 반영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5월 26일 일본, 미국, 프랑스, 러시아, 한국, 독일, 중국 7개국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과 프랑스의 경우 찬성이 다수를 차지했고, 한국과 중국은 비슷하며, 독일과 러시아, 일본에서는 반대가 다수를 차지했다. 일본은 사고 후 처음으로 반대 여론이 찬성을 넘어섰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한국의 경우 반핵의 비율이 사고 전 27%에서 사고 후 45%로 크게 증가했지만, 찬핵의 비율은 49%에서 45%로 소폭 감소했을 뿐이다. 한 반핵운동가는 이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아니었던 사람들이 반대로 돌아선 결과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에도 불구하고 강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한국의 찬핵 이데올로기를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렇게 강고한 한국의 찬핵 이데올로기는 이명박 정부의 핵발전 확대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월 17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을 방문해 “일본에 원전 사고가 생겼다면서 (원전이) 안 되겠다고 하는 건 후퇴하는 것”, “(원전 포기는) 인류가 기술 면에서 후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핵발전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은 인류의 기술을 후퇴시키고 있는 셈이다. 후쿠시마 사태로 인해 증폭된 반핵 여론에 밀려 정책 전환을 하고 있는 나라들을 비웃으며 이명박 정부는 핵발전 확대 정책을 굳건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의 찬핵 논리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가 계속 악화되는 가운데 국책연구소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흥미로운 보고서가 출간되었다. 「일본의 원전사고 발생 이후 주요국의 원전 정책 방향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 이후 여러 나라의 핵발전소 정책 변화를 짚어보며 그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로 인해 핵에 대한 경각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기존의 원자력 정책을 계속 추진할 전망이다. 모든 국가들은 원전에 대한 관리 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신규 건설 시 보다 강화된 안전기준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기존의 원자력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나 핵발전소의 가동 중단과 폐쇄 같은 조치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
둘째, 대부분의 핵발전 국가들은 전력의 대량공급원으로서 핵발전 비중이 매우 크다. 이와 더불어 경제적 효율성이나 환경에 대한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대안에너지원을 발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므로 기존의 핵발전 확대정책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셋째,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주요 발전자원은 정세가 불안한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공급 안정성과 가격 변동이 심하다. 수력과 풍력, 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는 기후 의존적이며 대규모의 안정적인 공급이 어렵다. 하지만 핵발전의 경우 재료인 우라늄이 지구상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발전원가가 낮아 안정성이 확보될 경우 가장 유력한 발전원이다.
넷째, 위와 같은 이유로 일본 후쿠시마 사태에도 불구하고 핵발전 비중은 당분간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기존 핵발전소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약하자면 핵발전이 전력 공급원으로서 비중이 크고, 여타 화석연료와는 달리 매장량 문제에서 자유로우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안정성만 확보된다면 가장 유력한 발전원이라는 말이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로 핵발전의 안정성을 언급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기존의 찬핵 논리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인류의 삶에서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다른 현실적 대안이 없기 때문에 안전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발전이 불가결한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핵발전의 비중이 크다?
에너지원으로서 핵발전의 비중은 나라마다 다르다. 보고서에 제시된 나라들 중 핵발전 비중이 가장 큰 나라는 프랑스인데, 전체 발전량의 75% 정도를 차지한다. 한국의 경우는 34.1%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력 생산에 대한 통계임을 유의해야 한다. 핵발전은 모두 전력 생산에 사용된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에너지 중에서 전력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2009년 한국의 최종 에너지 소비를 보면,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18.6%에 불과하다([표 2]). 그리고 이 전력을 생산하는 것 중에서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4.1%다([표 3]). 2009년 한국의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3%에 불과하다. 이는 지구적 수준에서 봐도 그렇다. 전 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16% 정도이고, 핵발전은 전 세계 전기 생산의 15%를 차지한다. 따라서 전 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핵발전은 2.4% 정도를 차지할 뿐이다. 몇몇 국가들의 전력 생산에서 핵발전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인류가 소비하는 에너지 차원에서 보면 핵발전의 비중은 대단히 작다.

핵발전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핵발전소 운영에서 온실가스가 거의 발생되지 않는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핵발전을 통한 전기 생산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면, 핵발전은 과대하고 복잡한 산업 기반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핵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의 전체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우라늄의 채굴과 제련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이는 대부분 화석연료에 의해 충당된다.
그린피스는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 「에너지기술전망 2010(Energy Technology Perspective 2010)」에 제시된 에너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자료를 발표했다. 자료는 전 세계 핵발전 능력이 2050년까지 4배 증가된다고 하더라도, 전 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이하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통해 감소될 수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 비율은 고작 4%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증가를 위해서는 새로운 원자로가 1,400기 필요하기 때문에 2050년까지 거의 10일마다 하나씩 새 원자로가 건설되어야 한다. 이에 들어갈 비용은 현 시세로 미화 10조 달러를 초과한다. 또한 핵발전소는 빨리 지어질 수 없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피크에 도달하게 될 단기간 내에 파국적인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그 어떠한 변화도 창출해낼 수 없다. 핵발전소의 평균 건설 기간은 1970년대 중반 66개월이었지만, 현재 116개월이다.
만약 핵발전이 전 세계적으로 대폭 증설된다고 해도 기후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유용한 에너지는 사용 후에 결국 폐에너지로 전환되는데, 이 에너지는 결국 열의 형태를 띠게 된다. 핵발전으로 지구 내 에너지의 증가가 지속되었을 때 지구의 기온 평형이 깨져 기후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나아가 핵발전소는 방사성 물질을 배출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온실가스 일부를 줄이기 위해 방사성 물질 배출을 대폭 늘리는 것은 인류에게 ‘구원’이 아니라 ‘재앙’일 따름이다.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 우라늄은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에너지 자원의 이용 예상기간은 석유가 40년, 천연가스가 60년, 석탄이 230년이며, 우라늄은 3,600년이다. 그러나 우라늄의 경우에는 ‘재처리 시’라는 단서 조항이 붙는다. 재처리는 사용한 핵연료를 다시 발전의 원료로 쓰도록 가공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핵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다. 재처리를 고려하지 않고 우라늄 매장량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경우에는 학자마다 추정치가 다르지만 대략 60-80년 정도로 얘기된다. 따라서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 우라늄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더불어 양질의 우라늄 광석은 제한적이다. 농도가 낮은 저등급 우라늄을 사용하면 제련과 농축에 더 많은 과정이 필요하고, 따라서 다른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재처리에 대해 조금만 더 이야기해보자.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는 경제성이 떨어지며, 안전하지도 않다는 게 중론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연료로 사용하는 고속로가 실용화된다고 하더라도, 재처리 과정에서 단 1%의 플루토늄을 제외하고는 별로 쓸모없는 우라늄과 기타 방사성 물질들이 남는다. 2006년 4월에 진행된 일본 로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의 시험 가동에서는 가동 개시 12일 만에 방사능 누출이 발견되어 재처리 시설의 높은 위험성이 드러났다. 로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은 애초 2006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18번이나 연기되어 2012년 10월에나 완공될 예정이고, 건설비용도 애초 7,000억 엔의 3배인 2조 1,930억 엔(약 29조 7천억 원)으로 늘어났다. 또한 재처리 과정에서 고준위 핵폐기물은 일부 재활용한다 하더라도 중저준위 핵폐기물의 부피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하게 된다.

핵발전소의 안전만 확보하면 된다?
<한겨레> 4월 18일자 보도에 따르면 ‘원전은 큰 지진이나 지진해일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내용의 일본 교과서 부교재가 수정될 계획이라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기사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지극히 복잡한 핵발전소 시설에서 사고를 발생시킬 수 있는 요인을 일일이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설계자인 오구라 시로씨는 지난 3월 16일 도쿄의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설계 당시 지진해일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에 가까운 상태였다고 고백했다.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서방의 정부들과 핵 산업계는 소련 정부의 사고 은폐 시도와 함께 체르노빌 핵발전소 자체의 문제를 대형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는 격납 용기와 같이 방사능의 유출을 막아줄 수 있는 차폐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차폐시설도 결코 만능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수소폭발과 압력제어장치 폭발로 인해 격납용기가 파손되었고 방사능 유출은 막을 수 없었다. 또한 추가적인 수소폭발을 막기 위해서 격납 용기에 구멍을 내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증기를 끊임없이 배출해야 했다. 다중 차폐시설은 더 이상 원자력 안전 신화를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이는 단지 사고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핵발전을 하고 남은 폐연료봉인 고준위 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 핵폐기물을 방사능 수치가 통제 가능한 수치로 떨어질 때까지 콘크리트 벽 안에 격리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플루토늄-239의 경우 반감기만 2만 4천 년에 달한다. 이러한 과정을 10번은 거쳐야 ‘인간이 다룰 수 있는 위험 상태’가 된다. 이에 비한다면 콘크리트 차단벽의 수명은 순식간에 불과하다.


핵발전은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후쿠시마 사태는 핵발전의 문제가 결코 개별 국가의 정책으로 이해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국 정부와 핵 산업계가 선전하는 것처럼 한국의 핵발전소가 안전하고 지진 위험성이 극히 낮다고 하더라도 핵사고의 위험에서 안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유럽 여러 나라들이 피해를 입고, 사고 발생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피해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그 나라들이 보유한 핵발전소의 안전이 취약했기 때문이 아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반도 주변은 수많은 핵발전소로 둘러싸여 있으며, 수많은 핵발전소들의 건설 중이거나 준비 중에 있다. 2008년 5월 대지진이 발생했던 중국의 쓰촨성에서는 2010년 말 현재 8기의 핵발전소가 건설될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 지진대망 보도에 따르면 쓰촨성에서는 대지진 이후에만도 총 86,403회의 크고 작은 여진이 발생했다. 이중 6.0-6.9 규모의 지진이 8차례, 5.0-5.9 규모의 지진이 40차례나 된다. 또한 쓰촨성 지진국이 지난 4월 발표한 지진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한달 동안에만 쓰촨성에서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10차례나 발생했다.
후쿠시마 사태 초기, 편서풍의 영향으로 한국은 방사성 물질의 피해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때부터 중국의 사고 위험성이 지적되었다. 광둥성, 저장성 등 동쪽 해안가에 위치한 중국의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굳이 편서풍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 피해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후쿠시마 사태를 통해 분명하게 확인했다. 또한 5중의 방호벽을 자랑하던 핵발전의 안전 신화는 그저 신화에 불과했음도 드러났다. 완벽한 안전장치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으며, 수많은 사고 원인을 일일이 통제하기도 불가능하다. 정부와 핵 산업계가 주장하는 한국의 지진 위험성이 극히 낮다는 말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일본과 중국의 자연재해 위험성이 상존한다. 개별 국가가 아무리 핵발전소의 안전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자연재해를 통제할 수 없는 한, 인류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적극적인 국제연대의 흐름, 한일시민사회 반핵포럼

핵발전의 문제는 결코 개별 국가 차원에서 접근할 수 없으며, 핵발전에서 벗어나는 탈핵의 길은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반핵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세계의 사회운동들과 긴밀한 연대를 사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후쿠시마 사태를 계기로 한동안 침체되었던 반핵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다시 불붙고 있음을 우리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심심치 않게 확인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후쿠시마 사태 직후 6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네카베스트하임 핵발전소 주위에 45km의 인간 사슬 만들기를 하는 등 활발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6월 11일 일본 도쿄에서는 세 곳에서 대규모의 집회가 벌어졌고, 밤에는 신주쿠역 앞에서 2만 명이 모여 투쟁을 전개하는 등 전국적인 반핵 투쟁이 벌어졌다.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과의 연대를 통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성과를 교류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교류의 경험과 성과는 꾸준하게 축적되어야 한다.
또한 후쿠시마 사태를 계기로 다시 불붙고 있는 핵발전소 반대의 흐름은 반드시 핵무기 문제와 결합되어야 한다. 핵발전소와 핵무기의 문제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문제라면 운동 진영의 대응 역시 통합적이어야 한다. 1985년 영광핵발전소 건설 중단 투쟁, 1990년 안면도 핵폐기장 반대 투쟁, 1994년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 투쟁 등 강력했던 한국의 반핵운동은 애초 생존권의 문제와 더불어 한반도 비핵지대화라는 전망을 함께 갖고 있었다. 한반도 비핵지대화는 단순히 핵무기의 배치 여부를 넘어 주한 미군과 미국의 한반도 전략의 문제, 그리고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한반도 변혁 전망을 포괄하는 쟁점이었다. 그러나 미군의 전술 핵무기 철수와 반핵운동의 침체 속에서 사회 변혁 전망은 유실되었고, 한국의 반핵운동은 핵발전소와 핵폐기장 반대를 중심으로 한 환경시민운동 진영의 것으로 축소되었다. 핵무기 문제는 반전운동 진영 일부에서만 그 명맥이 유지되었으나, 그나마 북한의 핵무기 개발 문제가 불거지자 그 성격에 대한 논란 속에 사회운동의 적극적인 사고와 대응은 억압되었다. 후쿠시마 사태를 계기로 핵발전의 문제가 대중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지금, 핵발전의 문제가 결코 핵무기와 분리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투쟁을 확장해야 한다.
지난 몇 년 간 환경운동 진영과 반전평화운동 진영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교류하며 상호 침투와 결합을 모색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2010년 ‘G20 민중회의’ 기간에 ‘한일시민사회 반핵포럼’(이하 반핵포럼)이 진행되었다. 반핵포럼은 한국과 일본 정부, 핵산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핵발전소 수출과 핵확산 움직임에 맞서 양국 시민사회 단체의 공동행동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진행되었다. 핵발전소 수출을 둘러싼 한일 양국의 경쟁구도, 일본의 핵연료 재처리 공장 문제, 한국의 핵연료 재처리 추진 문제 등 양국이 공통으로 진행하고 있는 핵발전 르네상스 문제, PSI 등 미국의 핵전략에 적극적으로 조응하고 있는 한일 양국의 문제 등에 공동 대응할 필요성에 한일 양국의 반핵평화 단체들이 공감했다. 참가단체들은 단기적 이벤트를 넘어 지속적인 반핵발전소-반핵평화 운동 간의 연대운동을 결의했으며, 그 성과로 반핵포럼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두 번째 반핵포럼이 올해 8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다.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 투하일을 기점으로 일본에서 전국적 규모로 진행되는 반핵대회(원수폭금지 세계대회) 기간 동안 일본 반핵 운동과의 교류, 국제회의, 집회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일시민사회 반핵포럼의 의제

핵발전 르네상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명박 정부의 핵발전 확대 의지는 확고하다. 이명박 정부의 소위 ‘핵발전 르네상스’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소화하고 핵발전 비중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으로, 현재 전력 생산의 30%대를 차지하는 핵발전 비중을 6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핵발전 확대에 목을 매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핵/전력 산업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2030년까지 총에너지 소비가 연평균 1.7%씩 증가할 것으로 가정하고, 이에 대비한 에너지 공급 계획을 마련한다. 수요관리를 통해 증가율을 1.2%로 낮추는 것이 목표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2030년의 에너지수요는 2006년 대비 32% 증가할 것으로 계측된다. 에너지 수요에는 당연히 전력 수요도 포함된다. 따라서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발전설비 증가, 즉 핵발전 확대가 필요하게 된다.
다음으로 핵발전소 수출을 통한 경제적 성과 쌓기라고 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핵발전소 수출 체결 시 계약금액이 400억 달러라고 선전했다가 금세 200억 달러, 다시 186억 달러로 규모가 작아졌고, 공사비용 중 110억 달러 정도를 한국의 수출입은행을 통해 빌려 주기로 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나마 한국은 원자로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이 없어 일본의 도시바와 같은 회사에 외주를 줘야하고, 따라서 경제적 효과는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UAE에 건설되는 핵발전소의 폐기물까지 한국이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새로운 수출동력’ 운운하면서 경제적 치적을 부풀리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미원자력협정과 핵연료 재처리
1973년 발효되어 2014년에 만료되는 한미원자력협정은 핵발전 연료의 이용에 관해 한국과 미국이 맺은 협정으로, 한국이 핵분열성 물질이나 기술을 유입하거나 유출하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핵연료의 농축과 재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그동안 한국의 우파들은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한국도 핵주권을 가져야 한다고 소리 높여왔다.
한국 정부 역시 협정 개정에 적극적이다. 표면적으로는 핵발전소 수출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협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한국이 핵발전소를 수출하려면 미국의 별도 허가가 필요하다. 또 수출 대상국에서 핵분열성 물질과 기술의 유출을 막으려면 대상국 또한 미국과 비슷한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따라서 협정 개정을 통해 이러한 수출 장애요인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핵연료 재처리 문제에 있다. 현재 협정이 금지하고 있는 핵연료 재처리를 가능하도록 협정을 고치는 것이 한국 정부의 계획이다. 사실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문제는 핵산업계의 사활적인 문제다. 앞서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자료를 살펴보았듯이 재처리를 하지 않을 경우 핵발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우라늄의 부존량은 극히 한정적이다. 따라서 핵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핵연료의 재처리가 필수적이다. 또한 한국만 하더라도 2006년 말 기준으로 7,960톤의 사용후핵연료, 즉 폐연료봉이 핵발전소 안에 보관되어 있다. 폐연료봉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어떤 나라도 제대로 처분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저 격리 보관할 뿐이다. 따라서 핵발전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더라도 폐연료봉의 처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핵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건식 제련법(파이로 프로세싱)의 경우 핵무기의 원료가 될 수 있는 순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습식 제련법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나 건식 제련법은 2010년 현재 개발 단계의 기술에 불과하며, 실제로 검증된 사례가 없다. 또한 건식 제련법을 통해서도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미국에서조차 난색을 표하고 있다.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2012년 3월 서울에서 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2010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핵안보정상회의는 미국의 핵 정책, 즉 압도적인 핵 우위 정책의 고수와 NPT 체제의 유지, 핵 테러리즘의 차단을 위한 물리적 수단 강구 등을 관철시키기 위한 회의였다. 핵안보정상회의가 보여준 것은 애초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핵 없는 세계’의 구상이 아니라 ‘핵 테러 없는 세계’를 위한 세계 각국의 협조와 대응 요구였고, 이는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로 대표되는 적극적 반확산 정책의 국제적 수용과 확산이었다. 미국의 반확산 정책과 한국 정부의 적극적 편입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커다란 축이 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핵 정책을 적극 지지하며 PSI 참여, 한국형 MD 추진을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적극적인 비판을 제기해야 한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추진하고 있는 반확산 정책은 결코 탈핵의 길이 아니라 핵보유국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 시도임을 폭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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