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공공운수노조 공동 임금투쟁 대차게 해보자"
공공운수노조 사회보험지부 경인지회 권영규 정책부장 인터뷰
권영규 | 공공운수노조 사회보험지부 경인지회 정책부장
인터뷰어, 정리: 공성식 |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공공운수노조 사회보험지부 경인지회 정책부장이자 현장조직인 현장노동자회 의장을 맡고 계신 권영규 동지를 만나 2011년 임·단협 투쟁의 현황과 사회보험지부의 상황을 함께 진단해 보고, 사회보험지부를 비롯하여 공공부문 노동자운동의 혁신의 방향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다.
사회운동: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권영규 사회보험지부 경인지회 정책부장(이하 권영규): 건강보험공단 경기도 광주지사에서 일하고 있고 노조에서는 사회보험지부 경인지회 정책부장을 맡고 있다. 사회보험지부 내 현장조직인 현장노동자회의 의장이기도 하다. 90년에 입사했고 첫 발령지는 서울 관악지사였다. 그곳에서 계속 일하며 노동조합 활동도 하였고 99년에는 서울본부 사무국장으로 활동을 했다.
2005년 공단이 114명을 부당 원거리 전보를 내렸고 나도 포함되었다. 평소 공단의 정책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것이 사유였다.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전보 사유가 많았다. 상급자에게 인사를 안 했다고 전보를 받은 사람도 있었다. 나중에 지노위에서 어떤 지노위원이 사측 노무사에게 건강보험공단 수준이 이거 밖에 안 되냐며 뭐라 했을 정도였다. 원거리 전보는 사보와 같은 전국 사업장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기 위해 사측이 활용하는 주요한 무기이기도 하다. 노동조합 지침에 따라 114명은 원거리 전보를 거부하고 지명파업에 들어갔고 사측은 전보 거부를 사유로 114명을 해고했다. 이후 파업 등 투쟁이 계속되었으나 조합에서 사측과 재심의를 거쳐 복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재심의에 서면으로 진술서를 내야 했는데 나를 포함하여 일부는 이를 거부했다. 조합은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며 희생자로 인정하지도 않았다. 노사합의 내용이 순차적으로 생활권으로 다시 복귀시킨다는 거였는데 나는 1년 정도 가 있다가 이후 안양, 성남 등 조금씩 생활권으로 다시 들어오게 되어 지금 근무처인 광주로 온 지 1년 정도 지났다. 나는 그래도 비교적 잘 풀린 경우이고 2년도 넘게 원거리에 나가 있던 사람들도 있다. 최근에도 사측은 원거리 전보를 무기로 쓰고 있다. 노사협의회에서 전보 원칙을 합의하기도 하는데 그나마 경인지회는 노사협의회에서 전보가 가능한 지역을 정해서 생활권 전보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직장노조와의 힘있는 공동투쟁으로 연봉제를 저지하고 실질임금 인상 쟁취해야 한다
사회운동: 2011년 임금투쟁의 주요 이슈가 연봉제 도입 저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 2011년 임금투쟁의 주요 이슈와 요구안은 무엇인가?
권영규: 연봉제 도입을 저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사측은 3급 이상에 대해 연봉제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임금이 4년째 동결되었다. 실질임금이 엄청나게 하락한 셈이다. 따라서 물가 인상 수준을 뛰어 넘는 실질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또한 임금격차 축소와 동일직종 동일임금도 중요한 과제다. 임금이 동결되는 와중에 1급이나 2급[주: 3급까지 조합원 자격이 있음]의 임금은 오히려 올라서 임금격차가 커졌다. 최근 신입사원의 경우 삭감된 임금을 받고 있는데 이를 원상 복귀시켜야 한다. 징수업무 통합에 따라 연금에서 넘어 온 조합원과 원래 사회보험 조합원들과도 임금의 차이가 있다. 연금 쪽에서 넘어 온 조합원들이 조금 높은데 연금 수준으로 임금을 맞춰야 한다.
올해 임금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한국노총 소속인 직장노조와의 공동투쟁이다. 직장노조는 작년에 단체협약을 체결해서 올해는 임금협상밖에 없다. 연봉제를 막아 내고 임금 투쟁을 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직장노조와의 공동투쟁이 중요하다. 수도권의 여러 지회와 많은 조합원들이 직장노조와의 공동투쟁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고 공동투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지도부가 공동투쟁에 소극적이다. 그동안 공동투쟁을 해 본 경험도 없고 상호간에 갈등만 계속되다보니 불신이 크다. 현장노동자회는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해서 힘 있게 공동투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지부 집행부는 이를 아직까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사회운동: 지난 6월 총회 이후 밖에서 볼 때는 별 다른 투쟁 흐름이 없어 보인다. 8월 말 9월 초부터 부분 파업을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앞으로의 지부 투쟁 계획은 무엇이고 현장 분위기는 어떠한가?
권영규: 6월 총회 때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94%라는 역대 최고의 파업 찬성율을 보였다. 당시 총회 시기가 납부 기간이었는데 사측은 납부 기간에 총회를 한다며 총회 방해를 했지만 조합원들은 이러한 탄압을 뚫고 총회를 성사시켰다. 그런데 이후 지도부가 투쟁의 흐름을 상승시키지 못하고 투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측이 총회참석자에 대해 보복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현장투쟁을 조직하지 않고 법적으로 싸우겠다며 투쟁을 회피했다. 7-8월 투쟁계획에 “하계 휴가기간” 여섯 글자 밖에 없더라. 지도부가 9월 17일에 이사장이 갈리기 때문에 신임 이사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도부가 투쟁을 조직하지 않으면서 현장 분위기도 조금씩 소강상태에 빠졌다. 그러다 최근 갑자기 지명 파업을 하겠다고 한다. 투쟁을 하겠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좀 답답하다. 분위기를 만들고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가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다가 갑자기 지명파업을 한다고 하니 현장에서 당혹스러워 한다. 지금 지부 지도부는 뭐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답답하다.
사회운동: 12월 11일에 단체협약이 만료되고 연금 등의 사례를 봤을 때 사측에서 강도 높은 단협 개악안을 들고 나오면서 무단협 상태로 몰고 가며 연봉제 도입 등을 협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임투가 늦어지면서 임투와 단협투쟁이 겹치게 되면 상당히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권영규: 직장노조는 올해 단협이 없어서 단협에 들어가면 전선이 더욱 교란될 수도 있다. 그래서 단협 갱신 압박에 시달리기 전에 투쟁의 수위를 높여서 연봉제 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런데 지부 집행부는 벌써부터 내년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 투쟁을 집중시키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면 안 된다. 이번 지명파업을 계기로 투쟁 수위를 계속 높여 가야 한다.
사보조합원들은 지도부가 결의하면 언제라도 파업에 들어 갈 수 있는 저력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사회운동: 지난 7월 요양직 노동자가 장기요양신청 가정을 방문했다가 스패너로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요양직 노동자들을 비롯한 건강보험공단 노동자들의 노동강도와 인력부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
권영규: 인력 부족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요양 쪽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고 올해 통합된 징수 부문도 인력이 부족해서 노동강도가 더 심해질 것 같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 공단 출범 이후 일은 계속 늘어나는데 인력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얼마나 인력이 부족하고 노동강도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노동조합에서 연구사업을 해서 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
사회운동: 노동강도가 강화는 인력 부족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단이 경영 효율화,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근태관리, 실적관리 등 각종 통제를 강화하고 개별 성과급을 도입하여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을 유도하는 등 노동통제와 상호 경쟁 유도의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공단의 노동 통제 실태와 이것이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권영규: ERP(Enterprise Resources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가 도입되면서 우리 업무의 일거수 일투족이 수치화되어 관리되고 통제받고 있다. 징수 업무의 경우 누가 하루 몇 건 처리했는지 다 자료로 남고 서로 비교가 된다. 개인 뿐 아니라 팀별 실적 목표와 요구는 자연스럽게 실적 저하에 책임있는 노동자들이 소외되는 상황을 만든다. 또 지사별 평가를 통해 성과급을 연계하여 개인별, 팀별, 지사별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성과급의 경우 아직 사회보험은 균등분배의 전통이 지켜지고 있기는 하다. 성과급이 나오면 중간 등급을 기준으로 균등하게 나눈다. 아직 과거의 공동체성이 남아 있는 부분이다.
사회운동: 인력부족, 노동강도 강화 등으로 조합원의 피로도와 불만이 엄청나게 쌓여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보험지부는 과거 1980-1990년대와 같은 투쟁력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공부문의 신자유주의 개혁의 결과 조합원들이 보수화되고 단체행동에 대한 피로도가 높고 노조를 중심으로 한 투쟁에 대해 별로 신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살아남으려는 성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장에서 보시기에 이러한 진단이 타당하다고 보시는가?
권영규: 물론 과거에 비해 조합원들이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업무도 많고 사측의 노동통제 때문이기도 하고 그 동안 노동조합에서 투쟁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노조 사이트의 경우 과거에 이슈가 되는 게시물의 경우 조회수가 5-6천 건이나 되었는데 지금은 1천 건도 안 된다. 일이 바쁘다보니 노조 사이트에 들어가기가 쉽지가 않다. 조합원들이 나이가 들기도 했다.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89년, 90년 입사자들이 지금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다. 10년 후면 대부분 퇴직한다. 나이가 들다 보니 아무래도 보수화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사보 조합원들은 여전히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투쟁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89년, 90년 공채로 입사하여 아무런 ‘빽’도 없는 상태에서 오직 옆에 동지만이 나의 ‘빽’이라는 생각들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이런저런 투쟁을 겪으면서 같이 살아 왔는데 이제 와서 조합을 등지는 것은 동지를 배신하는 것이라 다들 생각한다. 성과급 균등분배 처럼 여전히 공동체성이 남아 있기도 하다. 조합원들은 지도부가 분명하게 결의하고 이끌면 언제라도 파업에 들어갈 각오가 되어 있다.
사회운동: 2000년대 이후 입사한 조합원들은 어떤가. 초창기 입사자들과 차이가 클 것 같다.
권영규: 최근 입사한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자신의 노동조건에 대한 불만을 노동조합을 통해서 풀려고 하는 것이 약하다. 지난 선거 때 지방에서 요양보험 업무를 하는 한 젊은 조합원을 만났었다. 출장을 많이 다니는데 지금 나오는 출장비로는 기름값도 안 나온다고 해서 요구사항이 뭐냐고 물었더니 경차를 사달라고 하더라. 업무에 문제가 있으면 인력을 충원한다거나 현장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못하고 회사에 내 업무를 위해 이러이러한 것을 지원해달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지금 한국 사회가 취업이 워낙 어렵다보니 더 회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고 세대적 특성 때문인지 개별적인 욕구가 크고 개인주의도 강하다. 업무가 분할되어 있다보니 다른 업무를 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잘 모르기도 한다. 학생운동 경험도 없고 그러다보니 노동조합 활동에 익숙하지 않다. 또한 사측에서도 치밀하게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작업을 한다. 그래도 끊임없이 신규 입사자를 계속 만나고 챙기면서 노력을 하고는 있다. 젊은 세대들이 한번 큰 투쟁을 통해서 노동조합 활동을 경험해야 변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0년의 실리주의, 협조주의는 공공부문의 신자유주의 개혁을 막아내는데 실패했다
사회운동: 지부나 공공노조, 공공운수노조가 조합원의 저력을 모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겠는데, 2000년 이후 사회보험지부(노조)를 평가한다면 어떤가?
권영규: 2000년 84일 파업 투쟁 이후 노동조합 내에서 투쟁파가 고립되었고 실리주의, 협조주의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이후 대부분의 선거에서 이러한 방향을 내세운 사람들이 당선되었다. 하지만 지난 10년의 실리주의, 협조주의의 결과가 무엇인가. 결국 인력감축, 상시적 구조조정, 노동통제 강화로 이어졌을 뿐이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노무현 정부와 민변 출신의 이성재 이사장이 노동조합에 우호적인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당시 집행부는 공단 이사장과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업무영역을 확대하여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업무가 확대되었지만 인력 충원은 없었고 결국 노동강도만 강화되는 꼴이 되었다. 그 사이에 민변 출신 이사장은 각종 신경영기법을 도입하여 노동통제를 강화해 나가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단협 개악을 시도했다. 인력 충원이 기본 전제가 되고 그 다음에 필요한 업무를 확대해야 하는데 거꾸로 접근한 것이다. 지도부는 조합원과 함께 투쟁하려고 하지 않고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우호적인 정책을 통과시키기 위해 로비하는데 바빴다. 로비로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 낼 수는 없다. 이게 가능하다면 돈 모아서 실력 있는 의원에게 몰아주면 되지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이 왜 필요하겠는가. 그게 안 되니까 노동조합이 필요하고 투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운동: 2012년 총대선을 앞두고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을 비롯하여 건강보험 개혁에 대한 요구를 여기저기서 많이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다.
권영규: '하나로'는 문제가 심각하다. '하나로'는 결국 노동자가 의료보험비를 더 내고 이를 가지고 정부를 설득해서 국가 지원도 늘려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더욱 확대하자는 것이다. 노동자가 돈을 더 내서 구걸하자는 꼴인데 그런다고 정부가 국가 지원을 늘리겠는가. 만약 의료보험비가 인상되면 민원이 엄청나게 빗발칠 것이다. 그런데 '하나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사회보험노동자들의 인력부족 문제는 언급하지도 않는다. '하나로'는 노동자의 구체적인 상황에는 관심이 없는 탁상공론이며 반계급적 정책이다.
건강보험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원칙이 중요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 같은 경우도 국가의 책임을 더 높여야 한다. 노인 요양은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해서 무조건 국가가 책임지고 요양기관도 국가가 직접 운영해야 한다. 예방적 차원에서 4-50대의 건강관리에 집중할 필요도 있다. 4-50대가 쓰러지면 가정이 파탄난다. 이들 세대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전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병원의 영리적 행위에 대해 통제를 제대로 해야 하는데 지금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병원의 의료비 청구를 심사하고 평가하는 기능은 건강보험공단이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가지고 있다. 공단은 자판기 역할만 하고 있다. 여타의 보험사와 달리 보험자로서 지출에 대한 평가 기능이 없다. 병원이나 약국의 부당한 의료비 청구나 부당한 진료를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평가 기능이 잘 되어야 하는데 지금 잘 안 되고 있고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사회운동: '하나로'와 같은 정책 대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정부의 탄압과 구조조정의 공세가 심각하고 현장의 조직력과 투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노동조합에 우호적인 제도를 만들고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해야 조합원들이 투쟁에 나설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이야기한다. 사회보험의 경우 2000년 이후 몇 번 투쟁을 중시하는 집행부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실제 의미 있는 투쟁을 조직하지는 못하고 중도하차하곤 했다. 현장을 중심으로 노동조합과 투쟁을 복원해야 한다는 원칙이 힘을 얻으려면 구체적인 대안과 실천계획이 필요한 것 같다.
권영규: 2000년 84일 파업 이후 선거에서 현장노동자회가 추천한 후보가 당선되었었다. 당시 지도부의 활동에 대해서는 보다 냉정하게 평가되고 현장노동자회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당시에는 이미 투쟁파가 고립되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역본부 등이 지도부의 뜻에 맞게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투쟁을 조직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었다. 2004년-2005년 집행부는 투쟁을 표방하고 당선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투쟁을 하지 않았다. 당선 되고 얼마 지나서 바로 투쟁을 포기했고 관료화된 모습을 보이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 집행부를 투쟁파 집행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안을 물어 보았다. 단순한 것이 진리일 수 있다. 2000년 이후 노동조건이 계속 후퇴하면서 조합원들의 불만은 엄청나게 쌓여 있다. 지도부가 분명하게 투쟁을 결의하고 조직한다면 조합원들은 언제라도 투쟁에 나설 것이다. 물론 노동자가 투쟁을 한다고 해서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다. 10번이면 1번 이길까 말까 한 것이 노동자의 투쟁이다. 진다고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강해지고 조합원들이 단련된다. 지도부가 투쟁에 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일상적으로 현장에서 투쟁을 만들어 가야 한다. 지금도 잘 되는 분회는 부당한 업무지시 등이 있을 때 현장 투쟁을 해서 막아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례들이 분회 밖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이런 사례들을 발굴해서 알려내고 현장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투쟁을 조직하면서 큰 투쟁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2012년에 정권을 상대로 한 공공운수노조 차원의 공동 임금투쟁을 대차게 해보자
사회운동: 공공산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최근 공공운수노조가 오랜 산고 끝에 마침내 출범하기는 했다. 지난 수년간의 산별 전환 과정에서 조직형식적인 통합을 넘어 공동투쟁이 강화되는 화학적 결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이와 맞물려 공공부문의 많은 노동조합들이 후퇴를 거듭해 왔고 실리 중심의 기업별 노조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권영규: 원래 산별노조는 조합원들이 연대투쟁을 하면서 산별의 필요성을 느끼고 그 힘으로 건설되었어야 하는데 공공산별은 위로부터 졸속적으로 추진되었다. 당시 사보 지도부들도 산별 만능주의자들이었다. 내가 중앙운영위에서 산별무능론을 이야기했더니 “지금 시대가 산별의 시대인데 죽은 별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바보 취급을 하더라.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해보니까 안 되니까 없던 걸로 하자”라고 하면 조합원들은 노동조합 자체에 심각한 체념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동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 사업장들을 중심으로 대정부 공동 임투를 해야 한다. 노조 위원장이 좌파 우파를 막론하고 각 사업장을 만나서 설득을 하고 시기를 정해서 공동투쟁에 돌입해야 한다. 올해는 힘들더라도 내년에 반드시 공동투쟁을 해야 한다. 내년은 정권 말기이고 총선도 있는 만큼 이러한 국면을 최대한 활용해서 내년 1월부터 사보, 연금, 가스 등 주력 부대가 임투에 들어가고 발전, 철도도 함께 한다면, 공공운수노조가 차기에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올 연말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이상무 위원장이 자신의 결의를 분명히 밝히고 솔직하게 현재 상황을 같이 돌파하자고 사업장을 돌아다니면서 읍소도 하고 협박도 하고 했으면 좋겠다. 내가 나를 버리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또한 개별 단위에서 투쟁이 벌어지면 산별노조 차원에서 집중을 해 줘야 한다. 그런데 연금이 투쟁을 할 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사보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른 단위들이 투쟁에 함께 해서 “너희들이 흔들리면 우리가 다 죽는다”라는 메시지를 주었어야 했다. 조합원들이 냉정하게 판단해서 연봉제 합의가 부결되었지 만약에 가결되었으면 다른 사업장에서도 사측의 연봉제 도입이 강력하게 추진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투쟁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무처에 현장 출신 활동가들이 많아질 필요도 있다. 활동가들이 전임이 아니더라도 지도부 옆에서 현장의 상황을 전달하며 도움을 줘야 한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참 대단하다. 크레인에 올라가서 꿋꿋이 버티면서 이만한 투쟁을 만들었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이 투쟁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책임을 지고 투쟁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민주주의니, 광장이니 하면서 뒤로 숨기만 한다. 2008년 촛불 때도 그랬다. 민주노총이 뒤로 숨는데 누가 시청광장을 열어 주겠는가. 정말 이렇게 가면 안 된다. 노동조합으로 포괄되지 않았던 민중들은 오히려 깨어 있는데 노동조합이 책임을 지고 이들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데 위원장은 단식이나 하고 앉아 있다. 노동조합 활동은 혼자서 득도하기 위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다. 요새 노조 간부들이 단식을 많이 하는데 단식은 정말 투쟁을 하다가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때 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
민주노총이 뒤로 빠지면서 오히려 손학규, 유시민에게 판을 만들어주고 있다. 손학규, 유시민이 어떻게 당당하게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냐. 무릎 꿇고 사죄를 해도 모자란 판에. 이번 무상급식 투표도 오세훈이 졌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승리했다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만큼 민중들은 깨어 있지만 운동권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운동권이 노무현을 못 넘어서고 노무현을 따라가고 있다. 노무현이 누구냐. 배달호 열사가 돌아가셨을 때 “더 이상 죽음으로 항거하지 말라”고 하면서 노동운동을 엄청나게 탄압을 한 장본인 아닌가. 노무현을 따라 갈 것이 아니라 명확한 노동자의 관점에서 투쟁을 해 나가야 민중들의 지지도 얻을 수 있다. 조끼를 벗고 시민인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조끼를 입고 투쟁에 나서야 한다.
사회운동: 사회보험지부 활동가들이 사업장 내부에만 갇히고 다른 사업장의 투쟁에 대한 연대나 다른 사업장에 대한 관심과 일상적인 교류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권영규: 맞다. 현장노동자회 내부에서도 그러한 비판이 많다. 우리만 잘 싸운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다른 현장도 자신의 현장으로 바라보고 활동을 해야 한다는 각성, 자기 반성이 부족했다. 이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역량을 쌓아 나가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 소위 대공장으로서 사보가 자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내부에서 사측의 탄압도 심각하고 내부의 분란도 많다보니 더 밖의 일에 신경을 못 쓰기도 했다. 그 잘 나가던 KT도 결국 내부 현장을 지키지 못하니까 순식간에 무너지지 않았는가. 사보는 지도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비판하고 끌어내리면서 계속 내부 투쟁에 집중해왔다. 그러다보니 외부 활동의 비중이 적어진 점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내부에만 갇혀 있다는 지적은 타당하고 동의한다.
사회운동: 끝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해 달라.
권영규: 노동자들은 자본주의 사회가 존재하는 한 계급적으로 투쟁해야 한다. 그런데 노동조합은 지도부가 아무리 뛰어나도 조합원들을 뛰어 넘기는 어렵고 조합원을 기반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다. 조합원의 요구에 기반하며 싸우기도 하고 그래서 함께 그 한계를 넘어 서게 되면 다른 세계에 대한 전망도 고민하고 그러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싸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공공운수노조에서 공동 임금투쟁 대차게 해봤으면 한다. 사보에서도 한번 정권을 상대로 제대로 싸우고 그래서 후배들에게 정말 제대로 된 노동조합의 전통을 남겨 주고 싶다.
※ 바쁜 와중에도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해주신 권영규 정책부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인터뷰어, 정리: 공성식 |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공공운수노조 사회보험지부 경인지회 정책부장이자 현장조직인 현장노동자회 의장을 맡고 계신 권영규 동지를 만나 2011년 임·단협 투쟁의 현황과 사회보험지부의 상황을 함께 진단해 보고, 사회보험지부를 비롯하여 공공부문 노동자운동의 혁신의 방향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다.
사회운동: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권영규 사회보험지부 경인지회 정책부장(이하 권영규): 건강보험공단 경기도 광주지사에서 일하고 있고 노조에서는 사회보험지부 경인지회 정책부장을 맡고 있다. 사회보험지부 내 현장조직인 현장노동자회의 의장이기도 하다. 90년에 입사했고 첫 발령지는 서울 관악지사였다. 그곳에서 계속 일하며 노동조합 활동도 하였고 99년에는 서울본부 사무국장으로 활동을 했다.
2005년 공단이 114명을 부당 원거리 전보를 내렸고 나도 포함되었다. 평소 공단의 정책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것이 사유였다.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전보 사유가 많았다. 상급자에게 인사를 안 했다고 전보를 받은 사람도 있었다. 나중에 지노위에서 어떤 지노위원이 사측 노무사에게 건강보험공단 수준이 이거 밖에 안 되냐며 뭐라 했을 정도였다. 원거리 전보는 사보와 같은 전국 사업장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기 위해 사측이 활용하는 주요한 무기이기도 하다. 노동조합 지침에 따라 114명은 원거리 전보를 거부하고 지명파업에 들어갔고 사측은 전보 거부를 사유로 114명을 해고했다. 이후 파업 등 투쟁이 계속되었으나 조합에서 사측과 재심의를 거쳐 복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재심의에 서면으로 진술서를 내야 했는데 나를 포함하여 일부는 이를 거부했다. 조합은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며 희생자로 인정하지도 않았다. 노사합의 내용이 순차적으로 생활권으로 다시 복귀시킨다는 거였는데 나는 1년 정도 가 있다가 이후 안양, 성남 등 조금씩 생활권으로 다시 들어오게 되어 지금 근무처인 광주로 온 지 1년 정도 지났다. 나는 그래도 비교적 잘 풀린 경우이고 2년도 넘게 원거리에 나가 있던 사람들도 있다. 최근에도 사측은 원거리 전보를 무기로 쓰고 있다. 노사협의회에서 전보 원칙을 합의하기도 하는데 그나마 경인지회는 노사협의회에서 전보가 가능한 지역을 정해서 생활권 전보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직장노조와의 힘있는 공동투쟁으로 연봉제를 저지하고 실질임금 인상 쟁취해야 한다
사회운동: 2011년 임금투쟁의 주요 이슈가 연봉제 도입 저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 2011년 임금투쟁의 주요 이슈와 요구안은 무엇인가?
권영규: 연봉제 도입을 저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사측은 3급 이상에 대해 연봉제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임금이 4년째 동결되었다. 실질임금이 엄청나게 하락한 셈이다. 따라서 물가 인상 수준을 뛰어 넘는 실질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또한 임금격차 축소와 동일직종 동일임금도 중요한 과제다. 임금이 동결되는 와중에 1급이나 2급[주: 3급까지 조합원 자격이 있음]의 임금은 오히려 올라서 임금격차가 커졌다. 최근 신입사원의 경우 삭감된 임금을 받고 있는데 이를 원상 복귀시켜야 한다. 징수업무 통합에 따라 연금에서 넘어 온 조합원과 원래 사회보험 조합원들과도 임금의 차이가 있다. 연금 쪽에서 넘어 온 조합원들이 조금 높은데 연금 수준으로 임금을 맞춰야 한다.
올해 임금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한국노총 소속인 직장노조와의 공동투쟁이다. 직장노조는 작년에 단체협약을 체결해서 올해는 임금협상밖에 없다. 연봉제를 막아 내고 임금 투쟁을 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직장노조와의 공동투쟁이 중요하다. 수도권의 여러 지회와 많은 조합원들이 직장노조와의 공동투쟁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고 공동투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지도부가 공동투쟁에 소극적이다. 그동안 공동투쟁을 해 본 경험도 없고 상호간에 갈등만 계속되다보니 불신이 크다. 현장노동자회는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해서 힘 있게 공동투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지부 집행부는 이를 아직까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사회운동: 지난 6월 총회 이후 밖에서 볼 때는 별 다른 투쟁 흐름이 없어 보인다. 8월 말 9월 초부터 부분 파업을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앞으로의 지부 투쟁 계획은 무엇이고 현장 분위기는 어떠한가?
권영규: 6월 총회 때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94%라는 역대 최고의 파업 찬성율을 보였다. 당시 총회 시기가 납부 기간이었는데 사측은 납부 기간에 총회를 한다며 총회 방해를 했지만 조합원들은 이러한 탄압을 뚫고 총회를 성사시켰다. 그런데 이후 지도부가 투쟁의 흐름을 상승시키지 못하고 투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측이 총회참석자에 대해 보복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현장투쟁을 조직하지 않고 법적으로 싸우겠다며 투쟁을 회피했다. 7-8월 투쟁계획에 “하계 휴가기간” 여섯 글자 밖에 없더라. 지도부가 9월 17일에 이사장이 갈리기 때문에 신임 이사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도부가 투쟁을 조직하지 않으면서 현장 분위기도 조금씩 소강상태에 빠졌다. 그러다 최근 갑자기 지명 파업을 하겠다고 한다. 투쟁을 하겠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좀 답답하다. 분위기를 만들고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가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다가 갑자기 지명파업을 한다고 하니 현장에서 당혹스러워 한다. 지금 지부 지도부는 뭐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답답하다.
사회운동: 12월 11일에 단체협약이 만료되고 연금 등의 사례를 봤을 때 사측에서 강도 높은 단협 개악안을 들고 나오면서 무단협 상태로 몰고 가며 연봉제 도입 등을 협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임투가 늦어지면서 임투와 단협투쟁이 겹치게 되면 상당히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권영규: 직장노조는 올해 단협이 없어서 단협에 들어가면 전선이 더욱 교란될 수도 있다. 그래서 단협 갱신 압박에 시달리기 전에 투쟁의 수위를 높여서 연봉제 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런데 지부 집행부는 벌써부터 내년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 투쟁을 집중시키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면 안 된다. 이번 지명파업을 계기로 투쟁 수위를 계속 높여 가야 한다.
사보조합원들은 지도부가 결의하면 언제라도 파업에 들어 갈 수 있는 저력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사회운동: 지난 7월 요양직 노동자가 장기요양신청 가정을 방문했다가 스패너로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요양직 노동자들을 비롯한 건강보험공단 노동자들의 노동강도와 인력부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
권영규: 인력 부족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요양 쪽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고 올해 통합된 징수 부문도 인력이 부족해서 노동강도가 더 심해질 것 같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 공단 출범 이후 일은 계속 늘어나는데 인력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얼마나 인력이 부족하고 노동강도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노동조합에서 연구사업을 해서 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
사회운동: 노동강도가 강화는 인력 부족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단이 경영 효율화,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근태관리, 실적관리 등 각종 통제를 강화하고 개별 성과급을 도입하여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을 유도하는 등 노동통제와 상호 경쟁 유도의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공단의 노동 통제 실태와 이것이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권영규: ERP(Enterprise Resources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가 도입되면서 우리 업무의 일거수 일투족이 수치화되어 관리되고 통제받고 있다. 징수 업무의 경우 누가 하루 몇 건 처리했는지 다 자료로 남고 서로 비교가 된다. 개인 뿐 아니라 팀별 실적 목표와 요구는 자연스럽게 실적 저하에 책임있는 노동자들이 소외되는 상황을 만든다. 또 지사별 평가를 통해 성과급을 연계하여 개인별, 팀별, 지사별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성과급의 경우 아직 사회보험은 균등분배의 전통이 지켜지고 있기는 하다. 성과급이 나오면 중간 등급을 기준으로 균등하게 나눈다. 아직 과거의 공동체성이 남아 있는 부분이다.
사회운동: 인력부족, 노동강도 강화 등으로 조합원의 피로도와 불만이 엄청나게 쌓여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보험지부는 과거 1980-1990년대와 같은 투쟁력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공부문의 신자유주의 개혁의 결과 조합원들이 보수화되고 단체행동에 대한 피로도가 높고 노조를 중심으로 한 투쟁에 대해 별로 신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살아남으려는 성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장에서 보시기에 이러한 진단이 타당하다고 보시는가?
권영규: 물론 과거에 비해 조합원들이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업무도 많고 사측의 노동통제 때문이기도 하고 그 동안 노동조합에서 투쟁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노조 사이트의 경우 과거에 이슈가 되는 게시물의 경우 조회수가 5-6천 건이나 되었는데 지금은 1천 건도 안 된다. 일이 바쁘다보니 노조 사이트에 들어가기가 쉽지가 않다. 조합원들이 나이가 들기도 했다.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89년, 90년 입사자들이 지금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다. 10년 후면 대부분 퇴직한다. 나이가 들다 보니 아무래도 보수화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사보 조합원들은 여전히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투쟁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89년, 90년 공채로 입사하여 아무런 ‘빽’도 없는 상태에서 오직 옆에 동지만이 나의 ‘빽’이라는 생각들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이런저런 투쟁을 겪으면서 같이 살아 왔는데 이제 와서 조합을 등지는 것은 동지를 배신하는 것이라 다들 생각한다. 성과급 균등분배 처럼 여전히 공동체성이 남아 있기도 하다. 조합원들은 지도부가 분명하게 결의하고 이끌면 언제라도 파업에 들어갈 각오가 되어 있다.
사회운동: 2000년대 이후 입사한 조합원들은 어떤가. 초창기 입사자들과 차이가 클 것 같다.
권영규: 최근 입사한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자신의 노동조건에 대한 불만을 노동조합을 통해서 풀려고 하는 것이 약하다. 지난 선거 때 지방에서 요양보험 업무를 하는 한 젊은 조합원을 만났었다. 출장을 많이 다니는데 지금 나오는 출장비로는 기름값도 안 나온다고 해서 요구사항이 뭐냐고 물었더니 경차를 사달라고 하더라. 업무에 문제가 있으면 인력을 충원한다거나 현장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못하고 회사에 내 업무를 위해 이러이러한 것을 지원해달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지금 한국 사회가 취업이 워낙 어렵다보니 더 회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고 세대적 특성 때문인지 개별적인 욕구가 크고 개인주의도 강하다. 업무가 분할되어 있다보니 다른 업무를 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잘 모르기도 한다. 학생운동 경험도 없고 그러다보니 노동조합 활동에 익숙하지 않다. 또한 사측에서도 치밀하게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작업을 한다. 그래도 끊임없이 신규 입사자를 계속 만나고 챙기면서 노력을 하고는 있다. 젊은 세대들이 한번 큰 투쟁을 통해서 노동조합 활동을 경험해야 변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0년의 실리주의, 협조주의는 공공부문의 신자유주의 개혁을 막아내는데 실패했다
사회운동: 지부나 공공노조, 공공운수노조가 조합원의 저력을 모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겠는데, 2000년 이후 사회보험지부(노조)를 평가한다면 어떤가?
권영규: 2000년 84일 파업 투쟁 이후 노동조합 내에서 투쟁파가 고립되었고 실리주의, 협조주의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이후 대부분의 선거에서 이러한 방향을 내세운 사람들이 당선되었다. 하지만 지난 10년의 실리주의, 협조주의의 결과가 무엇인가. 결국 인력감축, 상시적 구조조정, 노동통제 강화로 이어졌을 뿐이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노무현 정부와 민변 출신의 이성재 이사장이 노동조합에 우호적인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당시 집행부는 공단 이사장과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업무영역을 확대하여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업무가 확대되었지만 인력 충원은 없었고 결국 노동강도만 강화되는 꼴이 되었다. 그 사이에 민변 출신 이사장은 각종 신경영기법을 도입하여 노동통제를 강화해 나가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단협 개악을 시도했다. 인력 충원이 기본 전제가 되고 그 다음에 필요한 업무를 확대해야 하는데 거꾸로 접근한 것이다. 지도부는 조합원과 함께 투쟁하려고 하지 않고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우호적인 정책을 통과시키기 위해 로비하는데 바빴다. 로비로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 낼 수는 없다. 이게 가능하다면 돈 모아서 실력 있는 의원에게 몰아주면 되지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이 왜 필요하겠는가. 그게 안 되니까 노동조합이 필요하고 투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운동: 2012년 총대선을 앞두고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을 비롯하여 건강보험 개혁에 대한 요구를 여기저기서 많이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다.
권영규: '하나로'는 문제가 심각하다. '하나로'는 결국 노동자가 의료보험비를 더 내고 이를 가지고 정부를 설득해서 국가 지원도 늘려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더욱 확대하자는 것이다. 노동자가 돈을 더 내서 구걸하자는 꼴인데 그런다고 정부가 국가 지원을 늘리겠는가. 만약 의료보험비가 인상되면 민원이 엄청나게 빗발칠 것이다. 그런데 '하나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사회보험노동자들의 인력부족 문제는 언급하지도 않는다. '하나로'는 노동자의 구체적인 상황에는 관심이 없는 탁상공론이며 반계급적 정책이다.
건강보험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원칙이 중요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 같은 경우도 국가의 책임을 더 높여야 한다. 노인 요양은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해서 무조건 국가가 책임지고 요양기관도 국가가 직접 운영해야 한다. 예방적 차원에서 4-50대의 건강관리에 집중할 필요도 있다. 4-50대가 쓰러지면 가정이 파탄난다. 이들 세대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전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병원의 영리적 행위에 대해 통제를 제대로 해야 하는데 지금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병원의 의료비 청구를 심사하고 평가하는 기능은 건강보험공단이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가지고 있다. 공단은 자판기 역할만 하고 있다. 여타의 보험사와 달리 보험자로서 지출에 대한 평가 기능이 없다. 병원이나 약국의 부당한 의료비 청구나 부당한 진료를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평가 기능이 잘 되어야 하는데 지금 잘 안 되고 있고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사회운동: '하나로'와 같은 정책 대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정부의 탄압과 구조조정의 공세가 심각하고 현장의 조직력과 투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노동조합에 우호적인 제도를 만들고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해야 조합원들이 투쟁에 나설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이야기한다. 사회보험의 경우 2000년 이후 몇 번 투쟁을 중시하는 집행부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실제 의미 있는 투쟁을 조직하지는 못하고 중도하차하곤 했다. 현장을 중심으로 노동조합과 투쟁을 복원해야 한다는 원칙이 힘을 얻으려면 구체적인 대안과 실천계획이 필요한 것 같다.
권영규: 2000년 84일 파업 이후 선거에서 현장노동자회가 추천한 후보가 당선되었었다. 당시 지도부의 활동에 대해서는 보다 냉정하게 평가되고 현장노동자회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당시에는 이미 투쟁파가 고립되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역본부 등이 지도부의 뜻에 맞게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투쟁을 조직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었다. 2004년-2005년 집행부는 투쟁을 표방하고 당선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투쟁을 하지 않았다. 당선 되고 얼마 지나서 바로 투쟁을 포기했고 관료화된 모습을 보이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 집행부를 투쟁파 집행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안을 물어 보았다. 단순한 것이 진리일 수 있다. 2000년 이후 노동조건이 계속 후퇴하면서 조합원들의 불만은 엄청나게 쌓여 있다. 지도부가 분명하게 투쟁을 결의하고 조직한다면 조합원들은 언제라도 투쟁에 나설 것이다. 물론 노동자가 투쟁을 한다고 해서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다. 10번이면 1번 이길까 말까 한 것이 노동자의 투쟁이다. 진다고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강해지고 조합원들이 단련된다. 지도부가 투쟁에 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일상적으로 현장에서 투쟁을 만들어 가야 한다. 지금도 잘 되는 분회는 부당한 업무지시 등이 있을 때 현장 투쟁을 해서 막아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례들이 분회 밖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이런 사례들을 발굴해서 알려내고 현장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투쟁을 조직하면서 큰 투쟁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2012년에 정권을 상대로 한 공공운수노조 차원의 공동 임금투쟁을 대차게 해보자
사회운동: 공공산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최근 공공운수노조가 오랜 산고 끝에 마침내 출범하기는 했다. 지난 수년간의 산별 전환 과정에서 조직형식적인 통합을 넘어 공동투쟁이 강화되는 화학적 결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이와 맞물려 공공부문의 많은 노동조합들이 후퇴를 거듭해 왔고 실리 중심의 기업별 노조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권영규: 원래 산별노조는 조합원들이 연대투쟁을 하면서 산별의 필요성을 느끼고 그 힘으로 건설되었어야 하는데 공공산별은 위로부터 졸속적으로 추진되었다. 당시 사보 지도부들도 산별 만능주의자들이었다. 내가 중앙운영위에서 산별무능론을 이야기했더니 “지금 시대가 산별의 시대인데 죽은 별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바보 취급을 하더라.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해보니까 안 되니까 없던 걸로 하자”라고 하면 조합원들은 노동조합 자체에 심각한 체념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동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 사업장들을 중심으로 대정부 공동 임투를 해야 한다. 노조 위원장이 좌파 우파를 막론하고 각 사업장을 만나서 설득을 하고 시기를 정해서 공동투쟁에 돌입해야 한다. 올해는 힘들더라도 내년에 반드시 공동투쟁을 해야 한다. 내년은 정권 말기이고 총선도 있는 만큼 이러한 국면을 최대한 활용해서 내년 1월부터 사보, 연금, 가스 등 주력 부대가 임투에 들어가고 발전, 철도도 함께 한다면, 공공운수노조가 차기에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올 연말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이상무 위원장이 자신의 결의를 분명히 밝히고 솔직하게 현재 상황을 같이 돌파하자고 사업장을 돌아다니면서 읍소도 하고 협박도 하고 했으면 좋겠다. 내가 나를 버리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또한 개별 단위에서 투쟁이 벌어지면 산별노조 차원에서 집중을 해 줘야 한다. 그런데 연금이 투쟁을 할 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사보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른 단위들이 투쟁에 함께 해서 “너희들이 흔들리면 우리가 다 죽는다”라는 메시지를 주었어야 했다. 조합원들이 냉정하게 판단해서 연봉제 합의가 부결되었지 만약에 가결되었으면 다른 사업장에서도 사측의 연봉제 도입이 강력하게 추진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투쟁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무처에 현장 출신 활동가들이 많아질 필요도 있다. 활동가들이 전임이 아니더라도 지도부 옆에서 현장의 상황을 전달하며 도움을 줘야 한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참 대단하다. 크레인에 올라가서 꿋꿋이 버티면서 이만한 투쟁을 만들었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이 투쟁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책임을 지고 투쟁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민주주의니, 광장이니 하면서 뒤로 숨기만 한다. 2008년 촛불 때도 그랬다. 민주노총이 뒤로 숨는데 누가 시청광장을 열어 주겠는가. 정말 이렇게 가면 안 된다. 노동조합으로 포괄되지 않았던 민중들은 오히려 깨어 있는데 노동조합이 책임을 지고 이들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데 위원장은 단식이나 하고 앉아 있다. 노동조합 활동은 혼자서 득도하기 위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다. 요새 노조 간부들이 단식을 많이 하는데 단식은 정말 투쟁을 하다가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때 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
민주노총이 뒤로 빠지면서 오히려 손학규, 유시민에게 판을 만들어주고 있다. 손학규, 유시민이 어떻게 당당하게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냐. 무릎 꿇고 사죄를 해도 모자란 판에. 이번 무상급식 투표도 오세훈이 졌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승리했다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만큼 민중들은 깨어 있지만 운동권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운동권이 노무현을 못 넘어서고 노무현을 따라가고 있다. 노무현이 누구냐. 배달호 열사가 돌아가셨을 때 “더 이상 죽음으로 항거하지 말라”고 하면서 노동운동을 엄청나게 탄압을 한 장본인 아닌가. 노무현을 따라 갈 것이 아니라 명확한 노동자의 관점에서 투쟁을 해 나가야 민중들의 지지도 얻을 수 있다. 조끼를 벗고 시민인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조끼를 입고 투쟁에 나서야 한다.
사회운동: 사회보험지부 활동가들이 사업장 내부에만 갇히고 다른 사업장의 투쟁에 대한 연대나 다른 사업장에 대한 관심과 일상적인 교류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권영규: 맞다. 현장노동자회 내부에서도 그러한 비판이 많다. 우리만 잘 싸운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다른 현장도 자신의 현장으로 바라보고 활동을 해야 한다는 각성, 자기 반성이 부족했다. 이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역량을 쌓아 나가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 소위 대공장으로서 사보가 자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내부에서 사측의 탄압도 심각하고 내부의 분란도 많다보니 더 밖의 일에 신경을 못 쓰기도 했다. 그 잘 나가던 KT도 결국 내부 현장을 지키지 못하니까 순식간에 무너지지 않았는가. 사보는 지도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비판하고 끌어내리면서 계속 내부 투쟁에 집중해왔다. 그러다보니 외부 활동의 비중이 적어진 점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내부에만 갇혀 있다는 지적은 타당하고 동의한다.
사회운동: 끝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해 달라.
권영규: 노동자들은 자본주의 사회가 존재하는 한 계급적으로 투쟁해야 한다. 그런데 노동조합은 지도부가 아무리 뛰어나도 조합원들을 뛰어 넘기는 어렵고 조합원을 기반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다. 조합원의 요구에 기반하며 싸우기도 하고 그래서 함께 그 한계를 넘어 서게 되면 다른 세계에 대한 전망도 고민하고 그러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싸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공공운수노조에서 공동 임금투쟁 대차게 해봤으면 한다. 사보에서도 한번 정권을 상대로 제대로 싸우고 그래서 후배들에게 정말 제대로 된 노동조합의 전통을 남겨 주고 싶다.
※ 바쁜 와중에도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해주신 권영규 정책부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