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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1.11-12.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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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 유럽연합 정상회의는 무엇을 남겼나

류주형 | 정책위원장
10월 26-27일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유럽 재정위기 핵심 사안에 관한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민간채권단의 그리스 채권상각(헤어컷) 부담 비율을 50%로 확대하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1조 유로 수준으로 증액하고, 역내 은행들이 의무 자기자본비율(Tier I)을 9%로 확충하는 방안 등이 합의됐다. 이 외에도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에 1천억 유로 규모의 추가 구제금융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로써 난항을 겪던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될 수 있는 돌파구가 열렸다는 희망적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유럽 은행들이 현행 21%에서 50% 수준으로 손실 부담률을 높이기로 합의함으로써 그리스가 갚아야 할 채무 중 1천억 유로가 삭감되게 되었다. 또한 7월 정상회의 결과 4천4백억 유로로 증액된 EFSF를 추가로 증액하기로 함으로써, 그리스에 이어 추가로 발생할지 모를 재정위기에 대처할 여력도 커졌다. 이번 합의에 대해 호세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그리스 채권상각에 대한 민간은행의 참여가 적정한 수준이라고 평가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번 합의는 재정위기 차단을 위한 ‘진전된 조치’라고 환영했다. 과연 그런가?
현재 그리스는 ‘사실상의’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다. 다시 말해서, EFSF나 IMF와 같은 외부로부터의 유동성 공급이 끊기는 순간 자력으로 만기 도래 국가채무를 지불할 수 없는 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지게 된다. 2009년 이후 그리스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국채에 대한 연간 이자 지급액은 GDP 증가분을 상회하고 있다. 또 국가 신용등급도 정크본드 수준에 가깝다. 이미 7월 EU 정상회의에서 민간채권단이 그리스 국채의 21%를 채무상각에 합의했을 때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은 민간채권단의 채권상각 참여를 포함한 어떤 방식의 채무조정도 채무불이행으로 간주될 것이라며 비관론을 펼친 바 있다. 국제 신용등급평가기관들도 채무조정을 ‘부분적(selective) 채무불이행’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는 10월 초 EU, ECB, IMF로 구성된 ‘트로이카’ 실사단과 재정적자 감축에 관한 협상을 진행했다. 실사단은 그리스가 올해 재정적자 감축목표(GDP 대비 7.8%)를 달성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좀 더 강한 긴축 노력을 한다면 내년도 감축목표(GDP 대비 6.5%)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당초 9월에 예정되어 있었으나 감축목표 달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지급이 연기됐던 6차분 구제금융 80억 유로가 11월에 집행될 전망이다. 그런데 80억 유로는 11월(36억 유로), 12월(121억 유로)에 만기 도래하는 그리스 국채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뒤집어 말하면, 실사단의 조치는 어디까지나 그리스의 채무불이행이 불가피하다는 전제 하에 유럽연합 핵심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갖출 때까지 그 시한을 연기한 것에 불과했다. 즉 그리스에 대한 ‘통제된 채무불이행’(controlled default) 조치였던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EU 정상회의는 그리스 채무조정은 물론 유럽 은행권 자본확충에 관한 포괄적 협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대로 민간채권단이 그리스 부채를 50% 탕감해도 EU나 IMF, ECB 등 공공 보유 부채를 합치면 실제 부채 삭감 규모는 20%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스가 무리 없이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부채 비율 수준인 GDP 대비 80%로 낮추려면 민간 은행권이 거의 모든 그리스 채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무엇보다 이번 채무상각에 따라 민간 은행들이 그 부담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있다. 그리스의 1천억 유로를 포함하여, 나머지 재정위기 국가들(PIIGS)의 채무상각이 실시될 경우 총손실액은 2천 5백억 유로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유럽 은행들의 손실액 5천억 유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현재 유럽 각국은 재정지출을 통해 신용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해 그때와 달리 민간 은행이 손실을 자력으로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얼마 전 그리스 채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던 프랑스·벨기에계인 덱시아 은행이 파산 위기에 처한 이후 위험노출도가 심한 주요국 은행들이 연달아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있는데, 이 역시 민간 은행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유럽 각국 정부는 자본 확충을 약속했지만, 실제 자본확충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자본이 필요할지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다. 이번에 합의된 은행 자본확충 규모(약 1천억 유로)는 얼마 전 유럽은행감독청(EBA)이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근거를 둔 것인데, 민간 금융기관들은 최대 4천억 유로가 필요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결국 건전성 문제가 있는 몇몇 대형 은행들의 파산은 불가피할 것이고 이것이 은행체계를 통해 연쇄적인 위기를 야기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유럽연합이나 유럽 각국 정부가 신용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합의된 EFSF 증액 규모는 향후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으로의 위기 전염에 대응하기 위한 액수로 보기에는 불충분하다. 기금의 구체적 집행 방안을 둘러싸고 독일과 프랑스가 계속해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잠재적 불안 요소다. 추가로 EFSF를 증액하게 되면 주요국의 보증 부담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정부가 은행을 지원하는 전통이 있어 프랑스 은행과 프랑스 국채의 위험은 연동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만일 프랑스 신용등급이 하락한다면 EFSF 정책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종합한다면, 이번 합의는 당초의 비관적 예상에 비춰볼 때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재정위기국의 채무조정이나 EFSF의 추가 증액과 같은 추가적 대응방안이 제출될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세계 경제위기의 뇌관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 공조도 추진될 것이다. 당장 11월 초로 예정된 프랑스 깐느 G20 회의에서도 IMF가 EU를 지원해야 하고 이를 위해 막대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등 신흥국들이 기금을 출연해야 한다는 제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시도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이 재정위기의 궁극적 해결책인 ‘유럽연방’(United States of Europe)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EU가 긴축재정과 구제금융의 악순환 속에서 ‘그럭저럭 버티면서 시간을 버는’ 동안 그리스와 같은 주변국이나 독일과 같은 핵심국이 유로존을 탈퇴하려는 유인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U의 해체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준(Fed) 의장은 최근 “EU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말했고,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도 “유로존이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의 경우, “유로존은 점점 붕괴할 것이고, 그로 인한 충격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만큼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유럽 통합의 모순과 위기를 토양으로 여러 나라에서 국수주의와 인종주의에 기반을 둔 극우 인민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유럽 통합의 치명적 결함과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반동의 물결 속에서 과연 유럽 민중은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나?

이번 『사회운동』은 민주노조 운동의 조직화 전략에 특별히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세계 경제위기가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한지원은 경제위기 하 노동조합의 조직화 전략을 새롭게 구성할 것을 신임 금속노조 집행부에 제안하고 있다. 박준도는 장기간에 걸친 현장 실사를 바탕으로 공단 조직화에 관해 진전된 문제의식을 선보인다. 이유미가 ‘여성노동자 조직화 현황과 과제’ <기획연재>의 마지막 순서로 작성한 전자산업 여성노동자 조직화에 관한 기사도 함께 읽기를 권한다. 이에 앞서 실린 두 번의 <기획연재> 내용을 심화하는 의미에서 조은석은 미국의 전략조직화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참고로, 다음 <기획연재>는 ‘보건의료운동의 이념역사과제’로 구성될 예정이다.
<시론>으로는 한미 FTA 국회비준 저지 투쟁과 제주 강정마을 군사기지화 저지 투쟁에 관한 이상훈과 수열의 기사를 실었다. 역시 하반기 주요 이슈 중 하나였던 ‘반값 등록금’ 투쟁에 관해서 이로운의 기고를 <제언>에 수록했다. 같은 코너에서 정영섭은 최근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이 박원순 후보의 야권 단일화에 동참한 것을 비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류주형은 서울시장 선거의 주요 특징을 <분석>하면서 향후 정치 지형을 전망한다. 이어서 2009년 용산 참사로 그 필요성이 더욱 부각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에 관한 이원호의 기사와, 최근 카다피 사망으로 더욱 큰 관심사가 되고 있는 리비아 민중혁명의 앞날을 전망하는 임필수의 기사를 싣는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장기불황 속에서 한국 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점검하는 박하순의 기사는 내년 정세 분석을 위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
<지상중계>에서는 지난 101호에서 소개한 공공운수노조 현장조직활동가 연대회의의 수련회 후기를 담았다. 또 버스노동자들의 민주노조 건설을 위한 투쟁에 앞장서고 지역 총파업까지 성사해낸 민주노총전북지역본부 이창석 사무처장 초청 워크숍 내용도 정리했다. <서평>으로는 향후 미국 헤게모니의 운명과 직결된 ‘달러 위기’를 전망하는 아이켄그린의 최근 저서와, 대안세계화 운동의 주역 중 하나인 비아 캄페시나를 소개하는 데스마레이즈의 저서를 다룬다. <지역과 현장>에서는 금호타이어, 포스코 등 광주 전남 지역에서 진행된 여러 노동자 투쟁을 종합적으로 소개한다. 류인근이 지역의 고락을 전한다. 역시 빈민운동의 한 복판에서 치열한 실천을 전개하고 있는 이동현은 최근 불거진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에 관한 고민을 들려준다.

다음 『사회운동』에는 2012년 신년 정세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우리 운동의 나아갈 방향을 제안하는 기사들을 실을 것이다. 2011년 마지막 『사회운동』도 열독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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