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현장] 쉽지 않은 여성사업, 하지만 희망은 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에서 활동하면서 두 번째 3.8 여성의 날을 맞이한다. 사회단체, 정당, 여성단체와 함께 기획단을 꾸려 여러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기념하는 여성의 날이 아닌 투쟁하는 여성의 날, 투쟁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주인공이 되는 여성의 날 사업을 고민 중이다. 여성의 날을 앞두고, 민주노총 충북본부에서 그동안 진행한 여성사업을 돌아보며 성과와 과제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처음 여성사업을 맡게 되면서 느낀 점은 막막함이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여성위원회가 없고, 여성사업 담당이 있는 사업장도 거의 없다. 그나마 몇 명 되지 않는 산별이나 단위노조의 여성위원장, 여성부장도 전임이 아니라 활동이 어렵고 여성사업도 사업장 내 여성조합원 대상의 복지사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3.8 여성의 날을 빼면 여성사업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산별연맹 지역조직은 몇 명 되지 않는 상근자들이 조직, 총무, 선전 등 대부분의 실무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상근자가 여성사업까지 고민할 여력이 많지 않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여성사업을 함께 고민하고 같이 실행할 ‘주체’가 없다는 점이 가장 막막했다. 신자유주의가 몰고 온 비정규직의 증가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압박으로 인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많이 벌어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많은 것이 그나마 여성사업의 출발점이 됐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대부분인 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평등지부와 함께, 여성사업에 의지가 있는 몇몇 여성 간부들과 발맞춰 소박하게 여성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2011년 여성사업, 활기찬 시작
2011년 3.8여성의 날 투쟁은 이전에 여성의 날 투쟁을 진행해왔던 노동조합, 사회단체 동지들의 도움을 받아 준비를 시작했다. 사전행사로 현장의 조합원들이 직접 자기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여성노동자 이야기마당’을 진행했다. 총장실 점거 투쟁의 ‘원조’인 청주대 청소노동자, 특수고용의 대표적인 직종인 간병노동자, 각종 수당휴가도 챙기지 못하는 학교비정규직, 끈질긴 투쟁으로 시설폐쇄를 막아낸 충북희망원 사회복지사 등이 참여해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노동조건 뿐 아니라 노조활동에 대한 가족들의 태도, 최초로 출산휴가를 사용한 이야기,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와 투쟁 에피소드 등을 나눴다.
여성의 저임금과 비정규직화의 원인에 대해 분석하고, 민주노총 충북본부의 여성사업 현황과 실태도 점검했다. 여성의 과소대표성과, 권위적가부장적인 노동조합 내 문화, 성희롱 예방교육에 그치는 천편일률적 교육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3월 8일 당일에는 기자회견과 문화제를 진행했다. 청소노동자들의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 공연과 충북희망원 조합원들의 몸짓공연, 빵과 장미를 상품으로 건 퀴즈 코너, 희망나무 만들기 등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여성의 날의 의의를 공유할 수 있었다. 여성의 날을 전후로 몇몇 사업장에서 기조와 주요 요구에 관한 교육을 진행했다.
여성의 날 사업을 진행한 이후, 이 성과를 놓치고 가지 말고 ‘뭐라도 하자’는 의지로 릴레이 여성사업을 기획했다. 4개의 릴레이 사업을 기획했으나 실제로는 2개 밖에 진행되지 못했다. 첫 번째 사업은 YH노조 투쟁 당시 지부장이었던 최순영 동지의 강연. 노조 결성에서부터 신민당사 점거까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으며 여성노동자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사업은 괴산 산막이 옛길 야유회. 당시 투쟁 중이었던 청주시노인전문병원 간병노동자들과 함께 산길을 걷고, 막걸리에 젓가락 두드리고 노래도 곁들이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여성조합원 간의 친목과 단결을 다지는 좋은 계기였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 해고 투쟁이 벌어졌을 때, 여성노동자 투쟁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여성들 간의 연대를 도모하기 위해 ‘화이팅! 여성노동자’ 사업을 기획했다. 시립 병원이라 청주시청 앞에서 매일 출근 선전전을 했는데, 여성노동자 간 연대를 만들고 여성노동권 투쟁의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화요일마다 여성활동가들이 출근선전전에 결합했다. 해고 투쟁이었기 때문에 원직복직을 목표로 수탁업체와 하청업체의 비도덕성을 지적하는 가운데 여성노동권을 강조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 대부분 고령의 여성인 간병노동자들이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처하게 되는 사회구조를 분석하고, 사회적으로 저평가되는 돌봄노동, 여성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를 풀어내고자 소식지를 발행했다. 출근선전전에 결합하는 소소한 사업이었지만, 여성사업이 투쟁사업과 분리되어 여성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되기 쉬운데, 여성노동자 투쟁과 함께 가는 형태의 사업을 진행했다는 점이 뜻 깊었다.
또한 여성단체들과 함께 청주시 공무원 성추행 사건에 대응했다. 가해자는 평소에도 성희롱성추행을 일삼았고 과거에도 문제가 된 적이 있었음에도 요직에 오를 수 있었던 점, 조사과정에서 나타난 조사관의 2차 가해성 발언, 청주시 공무원들의 가해자 구제 서명운동 등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가 드러났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뿐 아니라 공직사회의 전반적인 문제가 지적되어야 했지만, 가해자가 워낙 상습범(?)이었기 때문에 공직사회에 돌아오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징계 요구가 우선의 목표가 됐다. 민주노총은 여성 공무원들에게 성희롱은 노동권의 침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투쟁에 결합했다.
그 밖에도 지역본부의 주요 교육사업인 ‘현장활동가 맞춤교육’에서 여성노동권을 주제로 한 강좌를 열었고, 전국 동시다발로 진행된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 원직복직 촉구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여성사업, 쉽지 않다
1년 동안 여러 여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아쉬움도 남고 뿌듯하기도 하다. 함께 했던 동지 중 한 명이 ‘여성사업은 의지 있는 2-3명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바꿔 말하면 현재 노동조합에서 여성사업이 잘 되지 않는 것은 의지 있는 2-3명이 모이기가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노동조합이 여성의제를 주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있다. 이는 남녀를 불문하고 인식 개선이 되어야 할 부분이다. 남성간부들은 여성사업을 여성조합원 대상의 사업으로 인식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여성이 많은 사업장에서는 ‘우리는 다 여성이라 별도의 여성사업은 필요 없다’는 인식이 드러나곤 한다. 지금까지 여성사업을 진행하는 데 임원들의 인식과 의지가 크게 도움이 되었던 점을 상기하면서 임원, 간부들의 공감대를 얻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겠다.
‘여성노동자 이야기마당’ 때 지적되었던 것 중 하나는 여성의 과소대표성이었다. 여성이 많은 사업장에서도 절반가량은 대표가 남성이었고, 남성이 많은 사업장에서 여성이 대표인 경우는 그야말로 손에 꼽았다. ‘여성들이 잘 나서지 않는다,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평가는 일면 맞을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당하다. 퇴근 후에 가사와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노동자들은 가족의 협조가 없으면 간부를 맡기 쉽지 않고, 여성이 대표성을 갖기 힘든 조직 문화가 존재한다. 여성간부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결혼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잘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여성간부 육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남성들은 술자리에서 인맥이나 친분을 쌓는데, 여성들에게는 쉽지 않다. 그래서 여성조합원들끼리 자주 만나 친목을 쌓고, 교류하는 것을 주요한 목표로 삼았는데, 여기서 생기는 딜레마는 ‘여성조합원’을 강조하다보면 남성들이 참여하기 어색해지고 여성사업은 여성들만 참여하는 사업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진행되는 동시에, 노동조합의 전체적인 흐름과 같이 가도록 임단협, 투쟁, 일상적인 사업에서 여성노동권의 문제의식을 녹여낼 기획이 필요하다.
총연맹 여성위원회에서 각 노동조합의 여성노동권 관련 임단협 내용을 검토한 바에 따르면, 힘 있는 노동조합을 제외한 신규사업장이나 비정규직사업장 노동자들은 법에 보장된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희롱 등 여성들이 겪는 문제가 제기되더라도 임단협에서는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부분들을 개선해나감과 동시에, 각종 투쟁과 발맞춰 가는 ‘화이팅! 여성노동자’와 같은 기획도 계속해서 만들어 가야겠다.
부담, 하지만 희망은 있다!
얼마 전 공공운수노조 사회보험지부 충북지회 여성조합원 교육을 진행하는 도중, 타임오프제로 인해 힘들게 확보한 여성조합원 교육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 총연맹 여성위원회에서도 타임오프 때문에 전임이 줄어들면서 여성사업 담당자들이 복귀하게 되어 여성사업을 진행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오간다. 노조탄압으로 노조활동 전반이 위축되고, 투쟁으로 얻은 성과마저 빼앗기는 와중에 여성사업도 더욱 위축되기 쉬운 조건이다.
작년에는 첫 발을 떼면서 “일단 모여보자, 뭐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이었다면, 올해는 보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착실하게 성과를 쌓아야 한다는 부담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부담만큼 희망도 분명히 있다. “에휴, 마이크 잡으면 떨려서 말 못해”라고 뒤로 빼던 여성조합원들이 정작 마이크만 잡으면 봇물 터지 듯 청산유수 이야기를 풀어내던 순간을 기억한다. 가부장적인 한국에서 여성으로, 노동자로 살아오면서 쌓인 게 퍽 많았을 것이다. 올해 여성의 날 사전행사로 진행된 ‘여성노동자 이야기마당’에서 여러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한 순간을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여성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이, 투쟁이 여성노동자로서 자부심을 갖게 해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여성사업을 시작하는 희망의 첫 발걸음이다.
처음 여성사업을 맡게 되면서 느낀 점은 막막함이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여성위원회가 없고, 여성사업 담당이 있는 사업장도 거의 없다. 그나마 몇 명 되지 않는 산별이나 단위노조의 여성위원장, 여성부장도 전임이 아니라 활동이 어렵고 여성사업도 사업장 내 여성조합원 대상의 복지사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3.8 여성의 날을 빼면 여성사업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산별연맹 지역조직은 몇 명 되지 않는 상근자들이 조직, 총무, 선전 등 대부분의 실무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상근자가 여성사업까지 고민할 여력이 많지 않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여성사업을 함께 고민하고 같이 실행할 ‘주체’가 없다는 점이 가장 막막했다. 신자유주의가 몰고 온 비정규직의 증가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압박으로 인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많이 벌어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많은 것이 그나마 여성사업의 출발점이 됐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대부분인 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평등지부와 함께, 여성사업에 의지가 있는 몇몇 여성 간부들과 발맞춰 소박하게 여성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2011년 여성사업, 활기찬 시작
2011년 3.8여성의 날 투쟁은 이전에 여성의 날 투쟁을 진행해왔던 노동조합, 사회단체 동지들의 도움을 받아 준비를 시작했다. 사전행사로 현장의 조합원들이 직접 자기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여성노동자 이야기마당’을 진행했다. 총장실 점거 투쟁의 ‘원조’인 청주대 청소노동자, 특수고용의 대표적인 직종인 간병노동자, 각종 수당휴가도 챙기지 못하는 학교비정규직, 끈질긴 투쟁으로 시설폐쇄를 막아낸 충북희망원 사회복지사 등이 참여해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노동조건 뿐 아니라 노조활동에 대한 가족들의 태도, 최초로 출산휴가를 사용한 이야기,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와 투쟁 에피소드 등을 나눴다.
여성의 저임금과 비정규직화의 원인에 대해 분석하고, 민주노총 충북본부의 여성사업 현황과 실태도 점검했다. 여성의 과소대표성과, 권위적가부장적인 노동조합 내 문화, 성희롱 예방교육에 그치는 천편일률적 교육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3월 8일 당일에는 기자회견과 문화제를 진행했다. 청소노동자들의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 공연과 충북희망원 조합원들의 몸짓공연, 빵과 장미를 상품으로 건 퀴즈 코너, 희망나무 만들기 등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여성의 날의 의의를 공유할 수 있었다. 여성의 날을 전후로 몇몇 사업장에서 기조와 주요 요구에 관한 교육을 진행했다.
여성의 날 사업을 진행한 이후, 이 성과를 놓치고 가지 말고 ‘뭐라도 하자’는 의지로 릴레이 여성사업을 기획했다. 4개의 릴레이 사업을 기획했으나 실제로는 2개 밖에 진행되지 못했다. 첫 번째 사업은 YH노조 투쟁 당시 지부장이었던 최순영 동지의 강연. 노조 결성에서부터 신민당사 점거까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으며 여성노동자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사업은 괴산 산막이 옛길 야유회. 당시 투쟁 중이었던 청주시노인전문병원 간병노동자들과 함께 산길을 걷고, 막걸리에 젓가락 두드리고 노래도 곁들이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여성조합원 간의 친목과 단결을 다지는 좋은 계기였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 해고 투쟁이 벌어졌을 때, 여성노동자 투쟁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여성들 간의 연대를 도모하기 위해 ‘화이팅! 여성노동자’ 사업을 기획했다. 시립 병원이라 청주시청 앞에서 매일 출근 선전전을 했는데, 여성노동자 간 연대를 만들고 여성노동권 투쟁의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화요일마다 여성활동가들이 출근선전전에 결합했다. 해고 투쟁이었기 때문에 원직복직을 목표로 수탁업체와 하청업체의 비도덕성을 지적하는 가운데 여성노동권을 강조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 대부분 고령의 여성인 간병노동자들이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처하게 되는 사회구조를 분석하고, 사회적으로 저평가되는 돌봄노동, 여성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를 풀어내고자 소식지를 발행했다. 출근선전전에 결합하는 소소한 사업이었지만, 여성사업이 투쟁사업과 분리되어 여성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되기 쉬운데, 여성노동자 투쟁과 함께 가는 형태의 사업을 진행했다는 점이 뜻 깊었다.
또한 여성단체들과 함께 청주시 공무원 성추행 사건에 대응했다. 가해자는 평소에도 성희롱성추행을 일삼았고 과거에도 문제가 된 적이 있었음에도 요직에 오를 수 있었던 점, 조사과정에서 나타난 조사관의 2차 가해성 발언, 청주시 공무원들의 가해자 구제 서명운동 등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가 드러났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뿐 아니라 공직사회의 전반적인 문제가 지적되어야 했지만, 가해자가 워낙 상습범(?)이었기 때문에 공직사회에 돌아오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징계 요구가 우선의 목표가 됐다. 민주노총은 여성 공무원들에게 성희롱은 노동권의 침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투쟁에 결합했다.
그 밖에도 지역본부의 주요 교육사업인 ‘현장활동가 맞춤교육’에서 여성노동권을 주제로 한 강좌를 열었고, 전국 동시다발로 진행된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 원직복직 촉구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여성사업, 쉽지 않다
1년 동안 여러 여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아쉬움도 남고 뿌듯하기도 하다. 함께 했던 동지 중 한 명이 ‘여성사업은 의지 있는 2-3명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바꿔 말하면 현재 노동조합에서 여성사업이 잘 되지 않는 것은 의지 있는 2-3명이 모이기가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노동조합이 여성의제를 주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있다. 이는 남녀를 불문하고 인식 개선이 되어야 할 부분이다. 남성간부들은 여성사업을 여성조합원 대상의 사업으로 인식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여성이 많은 사업장에서는 ‘우리는 다 여성이라 별도의 여성사업은 필요 없다’는 인식이 드러나곤 한다. 지금까지 여성사업을 진행하는 데 임원들의 인식과 의지가 크게 도움이 되었던 점을 상기하면서 임원, 간부들의 공감대를 얻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겠다.
‘여성노동자 이야기마당’ 때 지적되었던 것 중 하나는 여성의 과소대표성이었다. 여성이 많은 사업장에서도 절반가량은 대표가 남성이었고, 남성이 많은 사업장에서 여성이 대표인 경우는 그야말로 손에 꼽았다. ‘여성들이 잘 나서지 않는다,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평가는 일면 맞을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당하다. 퇴근 후에 가사와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노동자들은 가족의 협조가 없으면 간부를 맡기 쉽지 않고, 여성이 대표성을 갖기 힘든 조직 문화가 존재한다. 여성간부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결혼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잘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여성간부 육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남성들은 술자리에서 인맥이나 친분을 쌓는데, 여성들에게는 쉽지 않다. 그래서 여성조합원들끼리 자주 만나 친목을 쌓고, 교류하는 것을 주요한 목표로 삼았는데, 여기서 생기는 딜레마는 ‘여성조합원’을 강조하다보면 남성들이 참여하기 어색해지고 여성사업은 여성들만 참여하는 사업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진행되는 동시에, 노동조합의 전체적인 흐름과 같이 가도록 임단협, 투쟁, 일상적인 사업에서 여성노동권의 문제의식을 녹여낼 기획이 필요하다.
총연맹 여성위원회에서 각 노동조합의 여성노동권 관련 임단협 내용을 검토한 바에 따르면, 힘 있는 노동조합을 제외한 신규사업장이나 비정규직사업장 노동자들은 법에 보장된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희롱 등 여성들이 겪는 문제가 제기되더라도 임단협에서는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부분들을 개선해나감과 동시에, 각종 투쟁과 발맞춰 가는 ‘화이팅! 여성노동자’와 같은 기획도 계속해서 만들어 가야겠다.
부담, 하지만 희망은 있다!
얼마 전 공공운수노조 사회보험지부 충북지회 여성조합원 교육을 진행하는 도중, 타임오프제로 인해 힘들게 확보한 여성조합원 교육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 총연맹 여성위원회에서도 타임오프 때문에 전임이 줄어들면서 여성사업 담당자들이 복귀하게 되어 여성사업을 진행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오간다. 노조탄압으로 노조활동 전반이 위축되고, 투쟁으로 얻은 성과마저 빼앗기는 와중에 여성사업도 더욱 위축되기 쉬운 조건이다.
작년에는 첫 발을 떼면서 “일단 모여보자, 뭐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이었다면, 올해는 보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착실하게 성과를 쌓아야 한다는 부담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부담만큼 희망도 분명히 있다. “에휴, 마이크 잡으면 떨려서 말 못해”라고 뒤로 빼던 여성조합원들이 정작 마이크만 잡으면 봇물 터지 듯 청산유수 이야기를 풀어내던 순간을 기억한다. 가부장적인 한국에서 여성으로, 노동자로 살아오면서 쌓인 게 퍽 많았을 것이다. 올해 여성의 날 사전행사로 진행된 ‘여성노동자 이야기마당’에서 여러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한 순간을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여성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이, 투쟁이 여성노동자로서 자부심을 갖게 해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여성사업을 시작하는 희망의 첫 발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