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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2.3-4.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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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_서평_조영민.pdf

한국 자동차산업의 가치사슬, 생산방식, 고용관계 분석

김철식, 『대기업 성장과 노동의 불안정화』(백산서당, 2011)

조영민 | 회원
자동차산업은 20세기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릴 만큼 자본주의 발전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은 보급률의 포화상태와 수요둔화, 신흥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적 설비확장 등으로 인해 공급과잉 상황에 이르게 되었으며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산업 전반이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에 자동차기업들은 내부 생산을 통한 전통적인 가치 창출보다는 잉여가치를 이전해 오는 다양한 수익획득 전략을 추구하면서 생산전략에 변화를 추진하게 되었다.
『대기업 성장과 노동의 불안정화』에서 저자는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축적전략을 살펴본다. 재벌 대기업을 정점으로 수직 계열화 되어있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바탕으로, 가치사슬 분석을 통해 새로운 생산기술이 생산과정과 기업 간 분업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며, 이러한 구조변화 속에서 원·하청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형태는 어떠한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이 글에서는 현대차그룹 기술혁신의 핵심인 모듈화와 플랫폼 통합을 중심으로 책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하고자 한다.


생산기술의 변화: 모듈화와 플랫폼 통합

제품 판매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극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완성차기업들은 유연성을 확보하고 비용절감을 추진해 나간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핵심적으로 모듈화와 플랫폼 통합이라는 새로운 생산기술을 적용하여 자동차 제작 및 조립 방식을 변화시킨다. 새로운 생산기술의 적용은 완성차 개별 기업을 뛰어넘어 자동차산업의 가치사슬 구조를 통해 원료조달과 가공, 중간 부품 및 최종생산으로 이어지는 생산의 연계 구조와, 연관 기업들까지 새롭게 통제·조정하게 된다.

모듈화와 풀랫폼 통합
모듈생산이란 개별 부품을 조달하여 최종 조립을 수행하는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복수의 부품을 조립하여 ‘모듈’(module)이라는 하나의 보다 큰 복합 부품 단위를 만들어 이를 최종 조립라인에 투입함으로써 최종 생산의 복잡성을 줄이는 생산방식을 말한다. 한편, 플랫폼(platform)이란 구동체계, 운전석, 차축체계, 바닥, 연료체계 등 자동차의 기본구조를 구성하는 부분을 말하는 것으로, 플랫폼 통합 전략이란 복수의 차종을 동일한 기본구조를 갖도록 설계함으로써 생산비용 및 제품 개발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다양한 모델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플랫폼이 통합되면 외적 형태만 변형하여 여러 모델의 차량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플랫폼에서 나오는 다양한 모델은 중요부품을 규격화·표준화함으로써 부품 공용화가 가능하고 조립과정이 유사하기 때문에 동일한 조립라인에서 모듈 단위의 대체만으로도 다양한 파생모델을 생산할 수 있다.
자동차의 기본구조와 부품을 표준화하는 플랫폼 통합과, 중간 조립과정을 도입하여 기존 최종 조립공정의 상당 부분을 모듈 조립 공정으로 이전하는 모듈화는 완성차기업의 내부 생산기능을 축소·단순화하고 생산의 외부화와 분산을 용이하게 만든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완성차 기업이 내부화했던 엔진과 변속기, 차체(프레스)와 같은 부분까지도 조금씩 축소·외부화하는 구실을 제공하며, 핵심 부품뿐만 아니라 최종 조립공정까지도 외부화하게 만든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경차 조립공정이 사라졌으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최종 완성차 제품을 조달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 제조공정 전체를 외부화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며 다른 차종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 따라 완성차기업의 내부 생산 축소 경향이 갈수록 심화될 수 있으며, 부품 공급사슬에서 모듈 조립공장은 한층 더 중요해진다.

모듈업체의 등장
1990년대 들어 일본의 린 생산방식 적용에서 한계에 부딪힌 유럽의 완성차업체들로부터 시작된 모듈화는 2000년대 들어 현대자동차그룹에 의해 한국 자동차산업에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모듈 생산역량을 갖춘 부품기업이 부족한 조건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계열사를 중심으로 모듈기업을 직접 육성하는 방식을 취했고, 그러한 그룹 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모듈업체는 짧은 시간에 급속히 성장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이하 모비스)를 핵심 모듈기업으로 육성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여타의 모듈기업 및 1차 부품기업을 모비스의 하위부품기업으로 재편하는 전략을 추진한다. ‘완성차기업-하위부품기업’으로 연결되었던 가치사슬 내에 중간관리기업의 등장함으로써 기업 간 분업은 보다 중층적이고 위계화 된다.
모듈업체는 모듈의 제조, 개발뿐만 아니라 완성차 조립공정에 맞추어 납품을 적시화서열화하는 것을 관리함으로써 품질과 재고관리 역할도 수행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완성차기업이 내부 생산을 축소외부화 함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생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자동차 생산 전반에 대한 조정과 관리역할을 하는 ‘중간관리기업’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모비스의 이러한 역할분담에 따라 완성차기업은 타사 제품과 외적 차별화와 다양화를 기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기획·디자인 역량을 집중하고 핵심부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되어 효율성이 높아지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모비스가 설비 투자는 최소화하면서 완성차기업과 유사하게 대부분의 생산기능을 외부화하고 최종 조립라인만 가지고 모듈사업 전체를 관장하려 한다는 것이다. 또한 노동력을 용역업체 혹은 사내하청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비스는 모듈공장 생산노동력 전부가 사내하청 노동력으로 구성된 ‘비정규직 공장’이다. 이는 완성차업체가 내부에서 추진해 왔지만 노동조합의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수량적 유연성을 본격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모습은 가치사슬 연계를 따라 하위부품기업으로 다시 확산되면서 자동차산업 전반의 노동의 불안정화를 유발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임금과 고용의 불안정화

노동과정의 변화
모듈화와 플랫폼의 통합의 특징은 표준화와 규격화의 진전을 통해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전문성’과 ‘숙련’ 향상을 통해서가 아니라 ‘표준화’를 통해서 유연성을 달성하는 생산이 시도됨으로써 자동차산업 전반의 노동과정 또한 표준화와 자동화가 진전된다.
완성차기업의 경우 내부 노동과정을 조립공정 중심으로 재편함과 동시에 조립공정 자체도 단순화한다. 차제, 프레스, 도장공정의 높은 자동화 비율은 이들 공정에 투입된 노동력을 극소화하고 대부분의 노동력을 조립공정에 집중시킨다. 한편, 모듈화·자동화의 진전으로 조립공정 자체의 업무도 단순화된다. 이렇게 표준화되고 단순화된 노동과정에서 숙련보다는 단순반복작업을 최대한 빨리 수행할 수 있는 ‘숙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다. 이는 노동력의 대체 가능성을 높이고, 완성차기업이 보다 용이하게 생산을 축소외부화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모듈기업의 경우 완성차기업으로부터 조립기능을 이전받으면서 예전부터 생산해 오던 부품가공 중심에서 단순작업이 주를 이루는 모듈조립 공정 중심으로 변해간다. 한편 하위 부품업체는 투자의 한계로 인해 설비투자가 진행된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의 노동과정이 달라지며, 이에 따라 숙련노동과 미숙련노동이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와 같이 가치사슬 내에서 점하는 위치에 따라 노동과정의 변화는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지만 전반적으로 새로운 가치사슬은 노동의 탈숙련화와 대체가능성을 높임으로써 미숙련 저임금노동의 활용과 광범위한 외주화와 같이 임금과 고용조건이 불안정해지도록 하고 있다.

임금과 고용
가치사슬 구조 변화로 인한 임금과 고용의 불안정화 경향은 노동자의 소속 기업이 가치사슬에서 점하는 위치와 노동자의 고용형태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난다.
경제 환경의 악화 속에 완성차기업은 투자 확대보다 규모 축소와 외부화, 비용절감을 통한 단기수익 극대화를 추구한다. 또한 수직 계열화되어 있는 원·하청 가치사슬을 통해 비용과 위험을 하위부품업체로 전가하면서 외주화와 납품단가 인하와 같은 방식으로 하위부품업체의 잉여가치를 이전해 온다. 이에 따라 완성차와 부품기업의 수익 격차는 확대되고, 양자 사이의 임금격차 폭도 커지게 된다. 하위부품기업으로 갈수록 부품의 단가가 전체적으로 낮아지고 있으면, 이는 하위부품기업의 수익성과 지불능력을 악화시킴으로써 임금이 하락하는 현상을 낳고 있다. 한편, 하위부품업체는 상위기업이 부과하는 비용절감과 물량조절 압력을 외주화와 비정규직화를 통해 대응하고 있으며, 자신보다 하위의 기업에게 재전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외주화와 비정규직화, 부등가교환을 통한 외부로부터의 잉여가치 흡수 경향은 단순히 가치사슬 정점에 있는 재벌 대기업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가치사슬 위계의 모든 단계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경향이 된다.
완성차 대기업 내부 노동시장의 경우 임금에서 상여금과 성과금, 초과 노동 수당의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임금안정성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으며, 내부 진입을 폐쇄함으로써 규모가 축소되고 평균근속연수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고용과 임금이 단일한 형태로 유지되는 것으로 보였지만 비정규직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서로 다른 임금과 고용구조가 공존하는 분절 노동시장으로 변화했다.


계급적 단결과 연대가 우리의 무기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 재벌 대기업의 성장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그러나 그것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해 왔듯이 재벌을 정점으로 수직 계열화 되어 있는 한국 산업 구조를 통해 대기업이 비용과 위험을 하위부품기업으로 전가하고, 수익은 자신에게 이전시키는 축적전략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매커니즘 하에서의 기업별 교섭 투쟁은 비용과 위험을 외부로 전가하고 자기 조합원 보호에 집중하는 실리주의적 경향을 강화하거나,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 의해 고립되고 무력화되는 모습으로 귀결되어 왔다. 따라서 원·하청 노동자,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부품사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를 통한 공동투쟁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용과 위험을, 조직되지 않은 더 열악한 기업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구조 자체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한편 가치사슬 구조에 새롭게 등장한 모듈업체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구조재편으로 완성차기업의 생산이 이곳으로 이전되고 있으며, 완성차 모듈 부품의 비용과 품질을 책임지며 하위부품업체들을 통제·관리하는 중간관리기업으로서 자동차산업 전반에서 그 역할과 위상이 커지고 있다. 또한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공정 전부를 비정규직화(사내하청)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개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는 완성차기업의 의도를 공론화하고 재벌의 이윤 강화만을 위한 가치사슬 구조재편에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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