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복지 아카데미, 99%의 대안 찾기
대중운동의 요구와 투쟁에 기반을 둔 민중복지에 대한 모색
2012년 1-2월, 빈곤사회연대와 포럼사회복지와노동의 주최로 <민중복지 아카데미, 99%의 대안 찾기>가 진행되었다. 강좌는 총 8강으로 구성되었으며, 복지담론에 대한 네 가지 거시적 토론주제와 사회서비스, 의료, 연금, 기초생활보장제도라는 네 가지 구체적 쟁점을 담았다.
민중복지 아카데미는 2010-2011년을 경유하며 복지담론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로부터 독립된 담론과 실천 공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제안되었다. 민중들의 복지확대 요구와 그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지만, 정권재창출 혹은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목적에 강하게 종속된 현재의 복지담론은 선거연합과 득표를 위한 수단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또한 빈곤과 불평등을 심화시킨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정책적 전환이 없이 제기되는 복지국가 논쟁은 계급적 이해를 반영한 복지국가 담론의 발전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복지와 관련된 담론, 논쟁, 실천이 지나치게 선거일정으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계급적 요구와 연대의 확장에 기여하기 위한 담론의 모색과 실천이 필요하다.
강의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총 90여 명이 강의를 신청, 매 강좌 당 50-60여 명의 인원이 참여해 복지국가 담론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또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학생, 사회단체 및 노동조합의 활동가, 사회복지사, 홈리스행동의 회원 등 사회복지의 제공자와 수급자가 함께 했던 강연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본 지면에서는 몇몇 강좌의 내용과 주요 토론을 소개하려 한다. 전체 강의가 하나의 귀결점을 갖고 기획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수렴되는 결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강좌의 제목처럼 ‘99%의 대안 찾기’를 완수한 것은 아니지만, 복지국가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과 주장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복지국가, 불안한 삶의 대안이 될 수 있나? (2012.1.4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원이자 빈곤사회연대 정책위원인 제갈현숙은 복지국가에 대한 자유주의, 보수주의, 개혁주의, 혁명주의적 시각을 소개하고, 현재 복지담론이 확대 된 배경에 대해 진단했다. 복지국가 담론의 확대는 다층적으로 이루어져 왔지만 그 직접적인 계기는 2010 지자체 선거였다. ‘선별복지 vs 보편복지’의 구도가 ‘보수 vs 진보’라는 프레임으로 확대되며, 복지담론이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접적으로는 신자유주의의 한계와 노동의 약화, 그로인해 심화된 중산층의 복지 요구를 들 수 있다. 개인 및 가계 실질소득의 감소와 부채증대, 상시적인 고용불안정 및 실업,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은 복지에 대한 욕구와 관심을 상승시켰다.
하지만 선별주의와 보편주의는 보수와 진보를 가를 수 있는 기준이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복지제공 방식일 뿐이다. 제갈현숙은 현재의 복지국가 담론을 사회투자국가론에 기반을 둔 담론과 보편주의 원칙을 기반에 둔 담론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비판했다.
사회투자국가론에 기반을 둔 담론으로는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가 주장하는 선진복지국가론을 검토할 수 있는데, 선진복지국가론의 실내용을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 시기 제출됐던 ‘비전 2030’과 근본적인 차이점을 가지지 않는다. 박근혜의 한국형 복지국가론 역시 사회투자(예방, 인적자본 향상, 성장 친화적 복지국가), 생애주기별 균형, 현금과 서비스 급여의 균형, 공사역할 균형, 다층적 사회안정망 구축이라는 5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으며, 수급권자의 자활이나 고용제제를 강화하는 특징을 보인다. 역동적 복기국가론도 사회투자국가론의 ‘인적투자’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수용하고 있으며 김대중 정부로부터 이명박 정부에 이르며 제시된 ‘지식기반사회’, ‘사회적 자본’과 같은 개념과 근본적 차별성을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서구의 사회투자국가로 변화하기에는 여전히 냉전체제의 군사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환경을 갖고 있고, 역사적으로 고전적 복지국가 체제를 가져본 적이 없다. 또한 유럽의 사회투자국가모델이 한국이 직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냐는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남긴다.
보편주의 원칙을 기반에 둔 담론은 민주당의 ‘3(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3(반값등록금, 일자리, 주거) 복지국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민주당은 3+3복지국가를 제안하며 보편주의 담론을 수용하였으나 구체적인 재원조달 계획이 보수적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수사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진보신당의 ‘사회연대 복지국가’와 민노당의 ‘노동중심 평화복지국가’는 스웨덴식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 모형을 반영함으로써, 보편적 복지 원리와 노동시장의 1차 분배에 대해 강조하는 유사성을 보였다. 이러한 담론들은 대부분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 모델을 반영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유럽과 달리 노동계급의 운동과 부르주와 정치와의 대결이 구조화되고 제도화된 경험이 없으며, 20세기 초 노르딕 모형의 특수성을 고려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를 곧바로 한국사회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또한 현재 담론들은 생산영역의 변화보다 재분배 영역의 조정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된다. 보편복지에 대한 초/몰 계급적 공감대에 기초한 현재의 담론들은 사회복지 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복지담론의 과잉정치화 시대에서 제갈현숙은 다음과 같은 대안 전략을 제안했다. 먼저 노동자의 연대와 직접적인 정치가 이뤄져야 한다. 국가영역의 확대나 공공기관 확대보다는 노동자들의 정치를 토대로 한 반자본주의 전략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노동이 주목해야 할 복지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따라 사회적 위협이 더욱 높아진 계층에 대한 실질적인 사회보장이다. 보편주의에 반대하는 선별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위험이 더 큰 집단에게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등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세 번째로 분화된 노동계급의 보편성과 선별성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다층적인 노동문제는 보편복지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의 근본모순을 노동의 영역과 사회의 영역에 명확히 세워 각각에 준하는 대안을 구성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장화된 공적 자원의 공급구조를 해결해야 한다. 사유재와 사회복지재화 등을 시장을 통해 교환하도록 하는 사회복지 민영화는 개선되어야 하며, 비대해진 민간기관은 공공기관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제안했다.
다시 사회권을 생각한다. (2012.2.1 류은숙)
인권연구소 ‘창’의 류은숙은 사회권에 대해 강의했다. 인권의 개념 중 자유권에 비해 생소한 개념인 사회권은 ‘사회(Social)’의 어원인 라틴어 socialis, 결연이라는 뜻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사회 속에 결연한 모든 사람은 구성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동체의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기본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권 개념은 복지를 필요로 하지만 모든 복지제도가 그 자체로 사회‘권’이라고 보기엔 힘든데, 이는 권리가 어떠한 상호의존성을 바탕에 두고 실현되는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의 권리는 돈이 떨어지는 순간 끝나는 권리다. 기여(의무)가 없으면 권리도 없다는 식의 논리는 경제적 부가 없으면 정치적 자유도 없는 것처럼 취급해 권리의 상호의존성을 왜곡한다. 결국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가 확보되어야 하며 연대에 대한 가치 판단과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여기서 사회적 합의란 연대에 대한 구성원들의 동의와 실현이다. 모든 구성원의 권리를 지켜 나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이를 통해서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권과 사회권을 대비시켜 생각하곤 한다. 류은숙은 사회권에 대해 그 효과는 적으면서 많은 돈이 들고 어려운 것이라는 통념을 갖는 것을 경계했다. 모든 권리는 점진적으로 움직이지만 그 권리를 쟁취하려는 노력은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 번에 바뀌는 권리란 없지만 그것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데 있어 지체해서는 안 된다. 사회권과 다른 권리들은 배타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권은 확장된 개념의 자유이자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설명했다.
세대간 계약, 갈등 또는 연대? (2012.2.33 우승명)
포럼사회복지와노동 우승명은 연금제도를 중심으로 복지국가 담론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연금의 운영방식인 부과방식과 적립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공적연금을 공격하고 민영화하려는 논리에 대해 비판했다.
부과방식은 일정기간 연금으로 지급되는 급여 총액을 동일 기간 걷힌 보험료(혹은 세금) 수입으로 충당하는 재정방식이고, 적립방식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와 이를 투자해 얻은 수익을 적립해두었다가 그 가입자가 정년에 이르면 보험료와 투자수익을 합해서 되돌려주는 재정방식이다. 부과방식은 세대 간 암묵적인 약속에 기초해있으며 이는 세대 간 사회적 연대이고 적립방식은 기여액에 따라 소득을 보장받는다는 측면에서 사보험/개인퇴직연금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공적연금제도를 공격하는 대표적인 근거는 바로 노령화 문제이다. 노령화로 인해 막대한 비용이 국가재정의 부담이 되고 결국 지속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인데, 이에 대해 우승명은 고령화가 공적연금의 수입-지출구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피할 수 없는 결과가 아니며 노동시장의 구조변화와 이윤배분 구조 변화 등을 통해서 충분히 정책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금의 민영화가 노동자와 사용자의 부담을 동시에 경감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연금이 민영화되면 낮은 공적연금의 보장성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추가적인 사적연금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부담은 가중된다. 뿐만 아니라 개인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안 될 경우 최저생활 보장 수준의 공적연금에만 의존하게 되는 노인빈곤층의 문제는 오히려 심각해질 수 있다.
우승명은 현재 국민연금에 대한 사적연금의 공격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장을 강조했다. 첫째, 국민연금제도의 개혁은 재정건전성이 아니라 보장성 강화와 노인 빈곤 해결의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국민연금 재정문제는 지출억제가 아닌 수입원 확대로 해결해야 한다. 셋째, 연금민영화는 해결책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심화시킨다. 관련해서, 노동개혁은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제조건임이므로 임금인상 및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기금이 정부의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구체적인 가입자, 즉 노동자들이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담론의 홍수 시대, 진짜 대안을 말하기
이 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강연이 있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 케인즈주의로의 회귀가 아닌 새로운 대안이 중요함을 강조한 남구현, 복지국가의 형성과 유형을 소개하고 한국의 상황을 설명한 정혜주,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바우처를 중심으로 설명하며 민영화에 따른 공공성 후퇴를 지적한 이선정, 한국 의료체계와 건강불평등 문제에 대한 이해부터 현재 무상의료 공약의 내용과 쟁점을 정리하고 의료자본 통제와 건강권투쟁의 의미를 대한 설명한 김태훈, 사회보장제도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과 과제에 대해 이야기한 김선미의 강의 역시 현재 복지담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내용이었다.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한나라당조차 ‘보수가 변하면 나라가 바뀐다’며 ‘생애주기별 복지제도’를 제안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변화를 이야기하고 복지를 이야기하는 시기다. 보수정권 하에서 어느 때보다 급진적인 복지정책과 담론이 쏟아지고 있는 때에 누가 무엇을 어떻게 주장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허구적인 프레임경쟁으로 정치에 대한 환멸을 다시 한 번 생산할 것인가, 위기의 시대 대안을 창출하고 계급적 연대를 강화해 나갈 것인가?
빈곤사회연대는 이번 포럼을 준비함에 있어서 현 시기 복지국가 담론에 대한 공동의 인식과 토론으로부터 출발하고자 한 바 있다. 추후 평가회의와 향후 계획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강의를 함께 준비하고 참여했던 사람들이 후속모임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대안과 주장을 마련해 나가야 할 과제가 앞으로 남아 있다. 주제별 워크샵과 자조모임 등 가능한 형태로 다양하게 해나갈 계획이다.
정당들의 총대선 득표전략으로 인해 복지담론이 과잉정치화 되고 있는 현 시기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현실의 노동자, 빈민 등 대중운동의 요구와 권리에 기반을 둔 운동전략이다. 대중운동의 주체적 요구에 기반을 둔 복지요구가 제기되어야 하며, 이것은 다시 대중운동의 주체형성에 기여하는 복지담론과 운동전략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민중복지를 실현해나가는 불가역적인 흐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하게 제기되는 복지요구와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투쟁을 결합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민중복지 아카데미는 2010-2011년을 경유하며 복지담론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로부터 독립된 담론과 실천 공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제안되었다. 민중들의 복지확대 요구와 그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지만, 정권재창출 혹은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목적에 강하게 종속된 현재의 복지담론은 선거연합과 득표를 위한 수단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또한 빈곤과 불평등을 심화시킨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정책적 전환이 없이 제기되는 복지국가 논쟁은 계급적 이해를 반영한 복지국가 담론의 발전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복지와 관련된 담론, 논쟁, 실천이 지나치게 선거일정으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계급적 요구와 연대의 확장에 기여하기 위한 담론의 모색과 실천이 필요하다.
강의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총 90여 명이 강의를 신청, 매 강좌 당 50-60여 명의 인원이 참여해 복지국가 담론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또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학생, 사회단체 및 노동조합의 활동가, 사회복지사, 홈리스행동의 회원 등 사회복지의 제공자와 수급자가 함께 했던 강연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본 지면에서는 몇몇 강좌의 내용과 주요 토론을 소개하려 한다. 전체 강의가 하나의 귀결점을 갖고 기획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수렴되는 결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강좌의 제목처럼 ‘99%의 대안 찾기’를 완수한 것은 아니지만, 복지국가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과 주장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복지국가, 불안한 삶의 대안이 될 수 있나? (2012.1.4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원이자 빈곤사회연대 정책위원인 제갈현숙은 복지국가에 대한 자유주의, 보수주의, 개혁주의, 혁명주의적 시각을 소개하고, 현재 복지담론이 확대 된 배경에 대해 진단했다. 복지국가 담론의 확대는 다층적으로 이루어져 왔지만 그 직접적인 계기는 2010 지자체 선거였다. ‘선별복지 vs 보편복지’의 구도가 ‘보수 vs 진보’라는 프레임으로 확대되며, 복지담론이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접적으로는 신자유주의의 한계와 노동의 약화, 그로인해 심화된 중산층의 복지 요구를 들 수 있다. 개인 및 가계 실질소득의 감소와 부채증대, 상시적인 고용불안정 및 실업,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은 복지에 대한 욕구와 관심을 상승시켰다.
하지만 선별주의와 보편주의는 보수와 진보를 가를 수 있는 기준이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복지제공 방식일 뿐이다. 제갈현숙은 현재의 복지국가 담론을 사회투자국가론에 기반을 둔 담론과 보편주의 원칙을 기반에 둔 담론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비판했다.
사회투자국가론에 기반을 둔 담론으로는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가 주장하는 선진복지국가론을 검토할 수 있는데, 선진복지국가론의 실내용을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 시기 제출됐던 ‘비전 2030’과 근본적인 차이점을 가지지 않는다. 박근혜의 한국형 복지국가론 역시 사회투자(예방, 인적자본 향상, 성장 친화적 복지국가), 생애주기별 균형, 현금과 서비스 급여의 균형, 공사역할 균형, 다층적 사회안정망 구축이라는 5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으며, 수급권자의 자활이나 고용제제를 강화하는 특징을 보인다. 역동적 복기국가론도 사회투자국가론의 ‘인적투자’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수용하고 있으며 김대중 정부로부터 이명박 정부에 이르며 제시된 ‘지식기반사회’, ‘사회적 자본’과 같은 개념과 근본적 차별성을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서구의 사회투자국가로 변화하기에는 여전히 냉전체제의 군사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환경을 갖고 있고, 역사적으로 고전적 복지국가 체제를 가져본 적이 없다. 또한 유럽의 사회투자국가모델이 한국이 직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냐는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남긴다.
보편주의 원칙을 기반에 둔 담론은 민주당의 ‘3(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3(반값등록금, 일자리, 주거) 복지국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민주당은 3+3복지국가를 제안하며 보편주의 담론을 수용하였으나 구체적인 재원조달 계획이 보수적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수사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진보신당의 ‘사회연대 복지국가’와 민노당의 ‘노동중심 평화복지국가’는 스웨덴식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 모형을 반영함으로써, 보편적 복지 원리와 노동시장의 1차 분배에 대해 강조하는 유사성을 보였다. 이러한 담론들은 대부분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 모델을 반영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유럽과 달리 노동계급의 운동과 부르주와 정치와의 대결이 구조화되고 제도화된 경험이 없으며, 20세기 초 노르딕 모형의 특수성을 고려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를 곧바로 한국사회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또한 현재 담론들은 생산영역의 변화보다 재분배 영역의 조정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된다. 보편복지에 대한 초/몰 계급적 공감대에 기초한 현재의 담론들은 사회복지 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복지담론의 과잉정치화 시대에서 제갈현숙은 다음과 같은 대안 전략을 제안했다. 먼저 노동자의 연대와 직접적인 정치가 이뤄져야 한다. 국가영역의 확대나 공공기관 확대보다는 노동자들의 정치를 토대로 한 반자본주의 전략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노동이 주목해야 할 복지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따라 사회적 위협이 더욱 높아진 계층에 대한 실질적인 사회보장이다. 보편주의에 반대하는 선별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위험이 더 큰 집단에게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등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세 번째로 분화된 노동계급의 보편성과 선별성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다층적인 노동문제는 보편복지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의 근본모순을 노동의 영역과 사회의 영역에 명확히 세워 각각에 준하는 대안을 구성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장화된 공적 자원의 공급구조를 해결해야 한다. 사유재와 사회복지재화 등을 시장을 통해 교환하도록 하는 사회복지 민영화는 개선되어야 하며, 비대해진 민간기관은 공공기관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제안했다.
다시 사회권을 생각한다. (2012.2.1 류은숙)
인권연구소 ‘창’의 류은숙은 사회권에 대해 강의했다. 인권의 개념 중 자유권에 비해 생소한 개념인 사회권은 ‘사회(Social)’의 어원인 라틴어 socialis, 결연이라는 뜻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사회 속에 결연한 모든 사람은 구성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동체의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기본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권 개념은 복지를 필요로 하지만 모든 복지제도가 그 자체로 사회‘권’이라고 보기엔 힘든데, 이는 권리가 어떠한 상호의존성을 바탕에 두고 실현되는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의 권리는 돈이 떨어지는 순간 끝나는 권리다. 기여(의무)가 없으면 권리도 없다는 식의 논리는 경제적 부가 없으면 정치적 자유도 없는 것처럼 취급해 권리의 상호의존성을 왜곡한다. 결국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가 확보되어야 하며 연대에 대한 가치 판단과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여기서 사회적 합의란 연대에 대한 구성원들의 동의와 실현이다. 모든 구성원의 권리를 지켜 나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이를 통해서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권과 사회권을 대비시켜 생각하곤 한다. 류은숙은 사회권에 대해 그 효과는 적으면서 많은 돈이 들고 어려운 것이라는 통념을 갖는 것을 경계했다. 모든 권리는 점진적으로 움직이지만 그 권리를 쟁취하려는 노력은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 번에 바뀌는 권리란 없지만 그것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데 있어 지체해서는 안 된다. 사회권과 다른 권리들은 배타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권은 확장된 개념의 자유이자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설명했다.
세대간 계약, 갈등 또는 연대? (2012.2.33 우승명)
포럼사회복지와노동 우승명은 연금제도를 중심으로 복지국가 담론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연금의 운영방식인 부과방식과 적립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공적연금을 공격하고 민영화하려는 논리에 대해 비판했다.
부과방식은 일정기간 연금으로 지급되는 급여 총액을 동일 기간 걷힌 보험료(혹은 세금) 수입으로 충당하는 재정방식이고, 적립방식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와 이를 투자해 얻은 수익을 적립해두었다가 그 가입자가 정년에 이르면 보험료와 투자수익을 합해서 되돌려주는 재정방식이다. 부과방식은 세대 간 암묵적인 약속에 기초해있으며 이는 세대 간 사회적 연대이고 적립방식은 기여액에 따라 소득을 보장받는다는 측면에서 사보험/개인퇴직연금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공적연금제도를 공격하는 대표적인 근거는 바로 노령화 문제이다. 노령화로 인해 막대한 비용이 국가재정의 부담이 되고 결국 지속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인데, 이에 대해 우승명은 고령화가 공적연금의 수입-지출구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피할 수 없는 결과가 아니며 노동시장의 구조변화와 이윤배분 구조 변화 등을 통해서 충분히 정책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금의 민영화가 노동자와 사용자의 부담을 동시에 경감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연금이 민영화되면 낮은 공적연금의 보장성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추가적인 사적연금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부담은 가중된다. 뿐만 아니라 개인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안 될 경우 최저생활 보장 수준의 공적연금에만 의존하게 되는 노인빈곤층의 문제는 오히려 심각해질 수 있다.
우승명은 현재 국민연금에 대한 사적연금의 공격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장을 강조했다. 첫째, 국민연금제도의 개혁은 재정건전성이 아니라 보장성 강화와 노인 빈곤 해결의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국민연금 재정문제는 지출억제가 아닌 수입원 확대로 해결해야 한다. 셋째, 연금민영화는 해결책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심화시킨다. 관련해서, 노동개혁은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제조건임이므로 임금인상 및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기금이 정부의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구체적인 가입자, 즉 노동자들이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담론의 홍수 시대, 진짜 대안을 말하기
이 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강연이 있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 케인즈주의로의 회귀가 아닌 새로운 대안이 중요함을 강조한 남구현, 복지국가의 형성과 유형을 소개하고 한국의 상황을 설명한 정혜주,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바우처를 중심으로 설명하며 민영화에 따른 공공성 후퇴를 지적한 이선정, 한국 의료체계와 건강불평등 문제에 대한 이해부터 현재 무상의료 공약의 내용과 쟁점을 정리하고 의료자본 통제와 건강권투쟁의 의미를 대한 설명한 김태훈, 사회보장제도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과 과제에 대해 이야기한 김선미의 강의 역시 현재 복지담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내용이었다.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한나라당조차 ‘보수가 변하면 나라가 바뀐다’며 ‘생애주기별 복지제도’를 제안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변화를 이야기하고 복지를 이야기하는 시기다. 보수정권 하에서 어느 때보다 급진적인 복지정책과 담론이 쏟아지고 있는 때에 누가 무엇을 어떻게 주장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허구적인 프레임경쟁으로 정치에 대한 환멸을 다시 한 번 생산할 것인가, 위기의 시대 대안을 창출하고 계급적 연대를 강화해 나갈 것인가?
빈곤사회연대는 이번 포럼을 준비함에 있어서 현 시기 복지국가 담론에 대한 공동의 인식과 토론으로부터 출발하고자 한 바 있다. 추후 평가회의와 향후 계획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강의를 함께 준비하고 참여했던 사람들이 후속모임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대안과 주장을 마련해 나가야 할 과제가 앞으로 남아 있다. 주제별 워크샵과 자조모임 등 가능한 형태로 다양하게 해나갈 계획이다.
정당들의 총대선 득표전략으로 인해 복지담론이 과잉정치화 되고 있는 현 시기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현실의 노동자, 빈민 등 대중운동의 요구와 권리에 기반을 둔 운동전략이다. 대중운동의 주체적 요구에 기반을 둔 복지요구가 제기되어야 하며, 이것은 다시 대중운동의 주체형성에 기여하는 복지담론과 운동전략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민중복지를 실현해나가는 불가역적인 흐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하게 제기되는 복지요구와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투쟁을 결합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