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위선의 무기에 맞서 싸운다
미국 반핵활동가 앨리스 슬레이터(Alice Slater) 인터뷰
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되기 한 달 전인 2월 25일, 미국은 캘리포니아 주 반덴버그 공군 기지에서 시뮬레이션 핵탄두가 배치된 미닛맨 III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실험했다. 47개 국가 정상들과 국제기구 수장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해 핵테러 방지와 핵시설 안전 방안 등 소위 핵안보 논의를 준비하는 동안 미국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전 세계에 핵전력을 상기시켰다.
반덴버그 기지에서의 탄도미사일 실험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이번 실험에 이어 3월 1일에 2차 실험이 진행될 예정이며, 2012년에 총 5개 실험이 계획되어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탄도미사일 실험은 반덴버그 기지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탄도미사일 실험에서 다른 점은 비교적 활발한 저항이 표출되었다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은 물론이고 산타바브라, 로스앤젤레스 등 여러 캘리포니아 도시에서 2월 25일 전후로 기자회견, 시내 집회, 촛불집회가 벌여졌다. 동부에 위치한 필라델피아에서까지 집회가 열렸다. 24일에 수백 명이 여러 지역에서 버스를 타고 자정 직전에 반덴버그 공군 기지 앞에 집결했다. 집회 현장에서 14명이 반덴버그 기지 안쪽으로 행진하다 연행되기도 했다. 이러한 다양한 행동들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막지는 못했지만 핵안보를 내세우면서 핵전력을 과시하는 미국정부의 위선을 강력히 규탄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미국의 탄도미사일 실험과 미국 반핵운동의 상대적으로 활발한 대응은 주목할 만하다. 핵안보정상회의의 역할과 우리의 대응전략을 정확히 잡기 위해서 핵안보정상회의를 제안한 미국의 핵정책 동향과 그에 대응하는 운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 반핵운동의 확장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수준에서 사고해야하며, 더불어 미국 반핵운동과의 소통 또한 중요하다. 이런 두 가지 목표로 필자는 미국 반전반핵운동에서 오래 동안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앨리스 슬레이터와 대화를 나누었다. 이 글은 슬레이터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미국 핵정책, 핵안보정상회의의 의미와 미국 반핵운동의 현황을 다룬다.
30년의 반핵운동 경험
앨리스 슬레이터는 현재 ‘원자시대 평화연구소’의 뉴욕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원자시대 평화연구소는 평화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추구하기 위해서 1982년에 설립되었다. 핵군축에 관련한 교육과 연구, 로비활동을 진행하며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특별 협의적 지위(consultative status with ECOSOC)로 유엔 내에서 시민사회대표로 발언하고 있다. 핵폐기를 위한 세계적 운동을 도모하는 ‘핵폐기2000 세계 네트워크’(Abolition 2000 Global Network)의 초기 제안단체이다. 슬레이터는 핵폐기2000 집행위원 겸 핵에너지 위원회의 공동 위원장이다. 동시에 핵정책 변호인 위원회(Lawyers Committee for Nuclear Policy), 우주배치 핵무기와 핵발전 반대 세계 네트워크(Global Network Against Weapons and Nuclear Power in Space), 평화와 정의 연대(United for Peace and Justice) 등 다양한 반핵단체에 참여하고 있다.
슬레이터 대표와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서 반핵운동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앨리스 슬레이터(이하 슬레이터): 1984년에 상법 변호사로 일하기 시작했는데, 핵군비 규제를 위한 변호인연합(Lawyers Alliance for Nuclear Arms Control)의 회의광고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LANAC에 가입해서 고르바초프 정권 시절에 현재의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 위치한 소련의 핵실험장을 방문할 수 있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군축을 위한 경제학자 모임(Economists Alliance for Arms Reduction)의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고, 미국의 핵무기복합체를 민간산업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네바다 핵실험장, 로스앨러모스와 리버모어 연구소, 나바호 우라늄 광산, 켄터키와 오하이오 농축시설 등 많은 황폐하고 오염된 핵시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1995년에 핵비확산조약(NPT)이 무기한 연장되었다. 핵보유국들이 NPT를 따르거나 핵무기를 포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고, 많은 활동가들은 핵군축을 요구하기 위해 유엔회의에 참여했다. 나는 다른 많은 활동가들과 함께 핵폐기2000을 결성했다. 핵폐기2000은 핵무기와 원자로의 뗄 수 없는 연관성을 인식하여 핵무기와 핵발전의 폐기를 요구한다. 우리는 변호인과 과학자, 정책전문가를 불러 ‘핵무기협약’ 초안을 작성했다. 우리의 협약안은 15년 후에 유엔의 공식 안으로 채택되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핵군축에 대한 5포인트 기획’에서 언급되었다. 지금 여러 국가가 논의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핵발전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 위해서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관한 국제기관을 요구하였는데 2008년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설립으로 우리 요구가 쟁취되었다.
슬레이터가 언급한 핵무기협약은 현재 미국 반핵운동의 핵심 요구라고 할 수 있다. 그녀가 말했듯 핵무기협약에 관한 활동은 15년의 역사를 지닌다. 슬레이터를 비롯한 많은 반핵활동가의 노력으로 협약안이 작성되어 1997년 코스타리카에 의해 논의자료로 유엔에 제출되었다. 10여 년 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2007년에 개정된 안이 코스타리카와 말레시아에 의해 다시 제출되었다. 2008년에는 평화의 응원자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핵군축에 대한 5 포인트 계획’을 발표하면서 NPT 회원국들에 핵무기협약에 대한 협상을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서 2010년 NPT평가회의 최종문서에서 반기문의 5포인트 계획과 핵무기협약이 언급되었다. 2011년에 유엔 군축회의에서는 핵무기협약이 제한적으로나마 논의되었다.
핵무기협약에 대한 제안은 NPT 체제가 지난 40년 동안 핵보유국의 실질적인 감축을 강제할 수 없었다는 비판적 인식에서 출발한다. 생화학무기와 지뢰에 관한 협약을 모델로 작성된 핵무기협약안은 핵무기의 개발과 생산, 실험, 배치, 비축, 전달, 위협이나 사용 금지와 완전한 폐기라는 내용을 기본으로 하는데, NPT의 결점을 극복해 ‘국제적 통제 하에 핵무기 폐기를 완수할 법적 구속력이 있는 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몇 년 동안 핵무기협약 쟁취를 위한 세계적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핵무기와 핵발전의 ‘뗄 수 없는 연계’
슬레이터 대표는 핵무기협약 쟁취를 우선적인 목표로 보고 있으며, 그녀의 핵심 활동은 핵군축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소개만 봐도 핵무기 문제와 핵발전소 문제가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는 핵발전 과정에서 핵무기의 원료가 될 수 있는 핵물질이 축적되기 때문에 핵발전소가 존재하는 한 핵무기의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핵무기와 핵발전소의 연계를 대중에 알리고,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핵발전소 건설 사업을 반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림 1] 핵연료 순환 과정
슬레이터: 월스트리트 점령에서 내가 참여하는 반전 실무팀과 지속가능성 실무팀은 핵무기와 원자로의 연계에 관한 강연회를 계획하고 있다. 대부분 미국인들은 핵발전 과정을 통해서 핵무기를 위한 원료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들으면 충격을 받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2차 핵무기 군축의 규모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프라하 연설을 통해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인생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최근에는 조지아 주에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위해서 80억 달러 규모의 대출보증을 약속했다. 1979년 스리마일 사고 이후에 처음있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 사업이다.
슬레이터 대표는 핵발전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면서 오바마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원자력협력협정도 언급했다. 현재 오바마 정권은 미국 핵기술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여러 나라들과 원자력협력협정을 논의하고 있다. 2009년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비슷한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 협정을 통해서 UAE는 핵무기 원료를 만들 수 있는 우라늄 농축이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UAE 협정이 체결됐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이 협정이 향후 원자력협력협정의 기준으로 사용될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협정의 기준을 완화하지 않으면 많은 협정을 체결하지 못하고 발전소 수출을 확대하는 것이 어려울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금지 원칙을 포기하고 사례별로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요르단이나 베트남과의 협상은 마지막 단계에 있는데 금지조항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1974년에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체결했다.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이 지금 재협상 중인데, 이명박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금지 조항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베트남과의 협정이 기준이 되면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더 어려울 듯하다. 슬레이터 대표는 다음과 같이 미국의 핵무역 정책을 비판했다.
슬레이터: 오마바 대통령의 핵무역 정책은 핵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보다 많은 국가가 핵무기의 원료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추구할 것이다. 미국이 핵발전소를 수출하는 다른 나라들과 경쟁을 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베트남, 아랍에미리트 등 많은 나라에 핵기술을 팔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핵안보정상회의 논의 의제로 선정된 핵물질규제를 미국의 거래대상국에 요구하지 않는다. 거대한 위선이다.
위선의 무기
미국 핵정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슬레이터 대표는 ‘위선’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사용했다. 그녀는 핵안보정상회의도 미국의 핵 위선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한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핵물질’의 안보를 이야기하지만 이를 미국에는 적용하지 않다고 강조하며, ‘핵안보’ 개념 자체가 모순이라고 말했다. 핵무기와 핵발전의 완전한 폐기 없이 ‘핵안보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핵안보정상회의 기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슬레이터: 핵안보정상회의의 실제 의도는 군비규제나 위험한 핵분열성 물질의 안전화가 가능하다는 신화를 전파해 핵보유국과 그들의 핵우산 아래 보호를 받는 동맹국들의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핵보유국들이 핵물질 안전화와 핵시설 점검에 관련해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는 척하면서 핵비보유국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다. 사실 미국의 핵물질에 대한 점검이나 안전화에 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없다.
슬레이터 대표는 미국 정부의 핵기술 개발정책, 대이란 정책에서도 위선을 찾는다. 2월 25일에 실행된 탄도미사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슬레이터: 미국의 위선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핵에 관련한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국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그 주장의 정당성을 아예 무력화시킨다는 사실을 보지 못한다. 전 세계를 협박하고 거만하게 핵무기를 실험하고 개발하면서 다른 나라들은 핵무기를 보유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탄도미사일 실험을 반대하기 위해서 슬레이터 대표가 속한 원자시대평화연구소는 서명운동을 조직했다. 서명서는 슬레이터의 비판을 반영하여 실험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핵 탑재 미사일 미닛맨 III의 지속적인 실험은 미국의 이중 잣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미국 정부는 탄도미사일을 계속 실험하면서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원시적이고 단거리인 미사일을 실험하면 위선적으로 규탄하고 도덕적인 분노까지 표현한다. 이와 같은 이중 잣대는 핵확산을 유도하여 세계를 보다 위험한 상황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서명서에서 언급된 미국이 비판하는 ‘다른 나라’는 분명히 북한과 이란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 반전반핵운동은 특히 미국의 대이란 정책을 중요한 의제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충분하다.
2011년 11월 8일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 핵개발 보고서’를 통해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위한 다양한 작업을 해왔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하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이란의 핵무장 의도가 드러났다고 주장하면서 강력한 경제 재재를 시행했다. 이란은 미국의 압박에 강력히 반발하고 원유 수출이 중단될 경우 선제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해협을 열도록 행동을 취하겠다”면서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협박했다. 또한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만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다면 이스라엘의 동맹국인 미국의 군사적 개입은 불가피해 보인다.
슬레이터는 오바마 정부의 이란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은 위선적일 뿐 아니라 국제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슬레이터: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미국은 폭력을 준비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NPT는 (우라늄 농축)권리를 (이란에) 부여한다. NPT는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이름으로 핵무기 보유를 포기한 나라에는 핵폭탄의 공장인 핵발전소의 열쇠를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많은 미국 활동가들은 이란의 핵위협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없을 뿐더러 이란이 원시적인 핵무기를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핵보유국인 이스라엘과 미국의 압도적인 핵전력을 이길 수 없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레이터는 미국 국민들이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정부와 기업에 의해 통제된 언론이 (이란의) 핵무기를 빌미로 테러와 공격에 대한 대중의 공포를 부채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라크전쟁과 이어진 과정이 다시 반복될 거라고 우려했다.
슬레이터: 비슷한 상황에서 미국은 이라크를 침략했다. 부시 대통령이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전쟁에 대한 지지를 조직하기 위해서 있지도 않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떠들며 미국을 위협하는 버섯구름 이미지를 그렸다.
군, 산업, 학계, 정치 복합체
그녀는 아쉽게도 많은 미국인들이 이라크 전쟁의 실수를 벌써 잊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인 대부분은 핵무기에 대해서 미국 핵정책의 도발성은 생각하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로부터의 위협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맹목의 원인을 그녀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슬레이터: 북한이나 이란이 미국의 실제적인 위협이라고 믿고 국민들이 전쟁과 제재를 지지하도록 정부와 기업들은 자신들이 지배하는 언론을 이용한다. 전쟁이나 제재정책을 반대하는 정치인의 목소리는 주요 언론에 반영되지 않는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군산업학계정치 복합체에 포위되고 있다.
군산학정 복합체는 핵산업을 통해서 이득을 보는 소수 엘리트 집단을 지칭한다. 미국 패권의 유지를 직업으로 하는 군사지도자, 핵무기 기술의 개발과 생산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는 록히드마틴이나 보잉 같은 핵산업 기업들, 핵기술 개발로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연구기관과 학자, 의회에서 그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의미한다. 슬레이터 대표는 이 강력한 세력이 미국 핵정책에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고 여론까지 지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핵, 화석연료 등 ‘더러운’ 연료 산업들도 부정부패한 정치과정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지속불가능한 오염 에너지가 계속 사용되도록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프라하 연설에서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하자마자 “내 인생에서 볼 수 없다”라고 해명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핵군축을 이야기하면서도 2013년 국방예산에서 핵시설과 핵무기를 유지하고 개선하기 위해서 올해에 비해 5% 증가된 액수인 76억 달러를 책정하고 핵발전소 건설을 위해서 8억 덜러 대출보증을 결정한 이유도 군산업학계정치 복합체의 막대한 영향력과 이데올로기적 지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슬레이터 대표는 설명한다.
경제위기, 월가점령운동, NATOG8 반대 투쟁: 반핵운동의 발전 기회
그러나 슬레이터 대표는 최근 미국 정세에 대해서 희망적이다. 경제위기가 핵군축을 요구하고 운동을 건설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슬레이터: 현재 경제위기 속에서 핵무기가 실제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많아지고 있고 대중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좋은 일이다. 예산위기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삭감할 기회다. 예를 들어 로스앨러모스 플루토늄피트 공장 건설 사업이 얼마 전에 중단되었다.
플루토늄피트 공장 건설 사업은 2006년에 뉴멕시코 주에 위치한 로스앨러모스연구소에서 시작된 ‘화학금속공학연구 대체시설’(Chemistry and Metallurgy Research Replacement Facility, CMRR) 공사를 말한다. 완성되면 이 시설은 핵무기의 폭발체로 작동하는 플루토늄 피트를 생산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 군산학정 복합체의 파괴적인 이해관계의 상징으로 많은 비판을 받던 CMRR은 2014년에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미국의 예산위기 속에서 일정이 연기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2013년 국방예산에서 CMRR 건설을 위한 예산이 크게 삭감되고 건설계획이 5년 연장되었다. 최소한 한 가지 문제에서는 군산학정 복합체가 경제위기에 패배한 셈이다.
슬레이터 대표는 또한 월가점령운동의 미국정세에 대한 영향을 언급했다.
슬레이터: 월가 점령운동을 비롯해 여러 풀뿌리 운동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더러운’ 연료산업에 대한 보조금과 세금 우대 조치를 인식하고 이에 대항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추구하는 풀뿌리 운동이 강해지고 있다. 이들이 신규발전소 건설을 막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
캘리포니아의 탄도미사일 실험 반대운동, 조지아의 핵발전소 반대 운동, 원자시대평화연구소와 같은 전문조직의 교육과 대정부 로비활동 등 다양한 흐름들이 몇 개월 후에 시카고에서 모일 예정이다. 오는 5월 19-21일에 NATO와 G8 정상회의가 시카고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세계경제의 안정, 군사적 안보에 대한 협조를 빌미로 강대국의 경제적, 군사적 패권 유지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이 두 회의는 집중 투쟁의 대상이 될 것이다. 슬레이터 대표는 반핵운동에서의 NATO과 G8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슬레이터: 지구와 세계 평화를 위한 결정적인 순간이 될 것 같다. 우리는 NATO를 해체하고 유엔헌장에 의해 수립된 평화유지 방법과 같은 국제법에 기반한 체제로 대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엔헌장에 명시된 평화유지 방법은 비토권을 지닌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에 의해 무시되었다. 이 5개국은 NPT 하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되는 나라들이다. 위선적인 이중 잣대가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는 핵확산을 금지하는 NPT를 위반한 NATO의 핵공유정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벨기에, 독일, 터기, 네덜란드, 이탈이아 등 5개 유럽 국가에 핵무기를 비축하고 있다. NATO가 정당한 사용이라고 주장하는 핵억지력은 NATO 정책에서 사라져야 한다. 시카고에서 평화세력과 초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세계화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힘을 합쳐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이다.
슬레이터 대표는 한국 반전반핵운동이 NATOG8 투쟁에 함께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녀는 NATOG8 투쟁 외에도 여러 활동방안을 제안했다.
슬레이터: 아시아민중들이 핵폐기2000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다음 NPT 평가회의를 위한 준비회의가 4월 30일부터 5월 11일까지 비엔나에서 열리는데 대표를 보냈으면 좋겠다. 우리 핵폐기2000 총회가 5월 5일 비엔나에서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 국회의원들을 ‘핵 비확산과 군축을 위한 국회의원회의’(Parliamentarians for Nuclear Non-Proliferation and Disarmament)에 가입시키고, 시장들을 ‘평화시장회의’(Mayors for Peace)에 가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슬레이터 대표가 제안한 활동들은 모두 핵무기협약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핵폐기2000은 핵무기협약안이 처음 작성됐을 때 핵심 역할을 하였고 2007년부터 200여개 조직들과 함께 핵무기 폐기를 위한 국제 캠페인(ICAN, 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이라는 이름으로 핵무기협약 쟁취운동을 벌였다. 핵 비확산과 군축을 위한 국회의원회의와 평화시장회의는 국회의원과 시장이 핵무기협약을 비롯해 핵군축 정책을 지지하는 공약을 밝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80개국 800명의 국회의원들이 2000년에 시작된 핵 비확산과 군축을 위한 국회의원회의에 참여하고 있으며, 153개국 5,126명의 시장과 그들이 대표하는 도시가 1982년에 시작된 평화시장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두 네트워크는 최근에 핵폐기2000의 지원으로 많이 확대되었다. 슬레이터 대표는 현재 핵무기협약을 체결을 위한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슬레이터: 경제위기, 월가점령운동, NATOG8 정상회의, 핵 비확산과 군축을 위한 국회의원회의의 확산, 반기문의 5포인트 계획 등의 상황 속에서 핵무기협약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이 보유한 핵탄두를 300개까지 낮출 수 있다면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인디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다른 핵보유국에 핵 금지 협상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민중의 세계적인 반핵운동을 건설하자
슬레이터 대표의 활동 제안은 미국 반핵운동의 강점과 약점을 잘 보여준다. 강점은 국제적인 관점과 범위라고 할 수 있다. 슬레이터 대표를 비롯해 미국의 많은 반핵 활동가들은 핵 패권에 있어서 미국 정부의 특수한 역할을 이해하면서도 핵군축과 핵폐기가 일국적인 차원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여 다양한 국제적인 논의 틀과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단점은 유엔 중심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반핵운동은 대체로 각국 정부를 핵폐기의 주체로 보고, 유엔을 핵군축폐기 논의와 활동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대중적인 조직화보다 유엔 틀 내에서 각국 정부에 대한 로비 활동이 보다 큰 비중을 자치하며,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패권 기구인 유엔의 성격을 충분히 비판하지 못한다. 결국 미국 반핵운동은 군산학정 복합체에 대한 기본 이해를 가지고 있지만, 핵으로 이득을 보는 소수 엘리트와 다수 세계 민중간의 심각한 권력 불평등의 반전이나 민중의 통제 하에서의 핵폐기에 대한 전망은 아직까지 갖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망은 유엔 내에서의 로비활동 보다 핵과 핵을 둘러싼 권력관계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강화하고 조직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미국 반핵운동은 이러한 한계를 분명히 지니고 있지만 위 내용에서 보듯 변하고 있다. 그들의 시야는 유엔에서 점점 대중들로 넓어지고 있는 듯하다. 탄도미사일 실험과 핵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에 이어 대 NATOG8 투쟁을 통해 충분히 대중성이 강화될 수 있다.
또한 한계가 있지만 슬레이터 대표가 제안한 국제 활동방안은 큰 의미가 있다. 핵 비확산과 군축을 위한 국회의원회의와 평화시장회의와는 정치인의 네트워크지만 핵군축에 대한 공약을 얻어내는 활동이 대중적 교육사업과 연결될 수 있으며, 지역의 활동을 국제적인 운동과 연결시킬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핵무기협약은 NPT 체제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새로운 체제를 모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여러 나라 반핵운동의 공동 요구가 됨으로써 운동의 국제적인 단결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한국에서 핵안보정상회를 계기로 다양한 진보세력들이 모여 핵군축과 핵발전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그 동안 침묵하던 반핵운동이 핵안보정상회 대응을 통해 다시금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것이 일회 행사에 대항하는 일시적인 활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속적인 반핵운동을 건설하기위해서 이번 기회를 우리의 운동 전략을 논의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이 논의에서 반핵운동이 일국적인 차원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슬레이터 대표가 제안한 활동방안을 비롯해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국제적인 반핵운동을 검토하고 의미있게 결합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반덴버그 기지에서의 탄도미사일 실험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이번 실험에 이어 3월 1일에 2차 실험이 진행될 예정이며, 2012년에 총 5개 실험이 계획되어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탄도미사일 실험은 반덴버그 기지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탄도미사일 실험에서 다른 점은 비교적 활발한 저항이 표출되었다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은 물론이고 산타바브라, 로스앤젤레스 등 여러 캘리포니아 도시에서 2월 25일 전후로 기자회견, 시내 집회, 촛불집회가 벌여졌다. 동부에 위치한 필라델피아에서까지 집회가 열렸다. 24일에 수백 명이 여러 지역에서 버스를 타고 자정 직전에 반덴버그 공군 기지 앞에 집결했다. 집회 현장에서 14명이 반덴버그 기지 안쪽으로 행진하다 연행되기도 했다. 이러한 다양한 행동들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막지는 못했지만 핵안보를 내세우면서 핵전력을 과시하는 미국정부의 위선을 강력히 규탄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미국의 탄도미사일 실험과 미국 반핵운동의 상대적으로 활발한 대응은 주목할 만하다. 핵안보정상회의의 역할과 우리의 대응전략을 정확히 잡기 위해서 핵안보정상회의를 제안한 미국의 핵정책 동향과 그에 대응하는 운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 반핵운동의 확장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수준에서 사고해야하며, 더불어 미국 반핵운동과의 소통 또한 중요하다. 이런 두 가지 목표로 필자는 미국 반전반핵운동에서 오래 동안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앨리스 슬레이터와 대화를 나누었다. 이 글은 슬레이터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미국 핵정책, 핵안보정상회의의 의미와 미국 반핵운동의 현황을 다룬다.
30년의 반핵운동 경험
앨리스 슬레이터는 현재 ‘원자시대 평화연구소’의 뉴욕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원자시대 평화연구소는 평화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추구하기 위해서 1982년에 설립되었다. 핵군축에 관련한 교육과 연구, 로비활동을 진행하며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특별 협의적 지위(consultative status with ECOSOC)로 유엔 내에서 시민사회대표로 발언하고 있다. 핵폐기를 위한 세계적 운동을 도모하는 ‘핵폐기2000 세계 네트워크’(Abolition 2000 Global Network)의 초기 제안단체이다. 슬레이터는 핵폐기2000 집행위원 겸 핵에너지 위원회의 공동 위원장이다. 동시에 핵정책 변호인 위원회(Lawyers Committee for Nuclear Policy), 우주배치 핵무기와 핵발전 반대 세계 네트워크(Global Network Against Weapons and Nuclear Power in Space), 평화와 정의 연대(United for Peace and Justice) 등 다양한 반핵단체에 참여하고 있다.
슬레이터 대표와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서 반핵운동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앨리스 슬레이터(이하 슬레이터): 1984년에 상법 변호사로 일하기 시작했는데, 핵군비 규제를 위한 변호인연합(Lawyers Alliance for Nuclear Arms Control)의 회의광고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LANAC에 가입해서 고르바초프 정권 시절에 현재의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 위치한 소련의 핵실험장을 방문할 수 있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군축을 위한 경제학자 모임(Economists Alliance for Arms Reduction)의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고, 미국의 핵무기복합체를 민간산업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네바다 핵실험장, 로스앨러모스와 리버모어 연구소, 나바호 우라늄 광산, 켄터키와 오하이오 농축시설 등 많은 황폐하고 오염된 핵시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1995년에 핵비확산조약(NPT)이 무기한 연장되었다. 핵보유국들이 NPT를 따르거나 핵무기를 포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고, 많은 활동가들은 핵군축을 요구하기 위해 유엔회의에 참여했다. 나는 다른 많은 활동가들과 함께 핵폐기2000을 결성했다. 핵폐기2000은 핵무기와 원자로의 뗄 수 없는 연관성을 인식하여 핵무기와 핵발전의 폐기를 요구한다. 우리는 변호인과 과학자, 정책전문가를 불러 ‘핵무기협약’ 초안을 작성했다. 우리의 협약안은 15년 후에 유엔의 공식 안으로 채택되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핵군축에 대한 5포인트 기획’에서 언급되었다. 지금 여러 국가가 논의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핵발전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 위해서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관한 국제기관을 요구하였는데 2008년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설립으로 우리 요구가 쟁취되었다.
슬레이터가 언급한 핵무기협약은 현재 미국 반핵운동의 핵심 요구라고 할 수 있다. 그녀가 말했듯 핵무기협약에 관한 활동은 15년의 역사를 지닌다. 슬레이터를 비롯한 많은 반핵활동가의 노력으로 협약안이 작성되어 1997년 코스타리카에 의해 논의자료로 유엔에 제출되었다. 10여 년 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2007년에 개정된 안이 코스타리카와 말레시아에 의해 다시 제출되었다. 2008년에는 평화의 응원자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핵군축에 대한 5 포인트 계획’을 발표하면서 NPT 회원국들에 핵무기협약에 대한 협상을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서 2010년 NPT평가회의 최종문서에서 반기문의 5포인트 계획과 핵무기협약이 언급되었다. 2011년에 유엔 군축회의에서는 핵무기협약이 제한적으로나마 논의되었다.
핵무기협약에 대한 제안은 NPT 체제가 지난 40년 동안 핵보유국의 실질적인 감축을 강제할 수 없었다는 비판적 인식에서 출발한다. 생화학무기와 지뢰에 관한 협약을 모델로 작성된 핵무기협약안은 핵무기의 개발과 생산, 실험, 배치, 비축, 전달, 위협이나 사용 금지와 완전한 폐기라는 내용을 기본으로 하는데, NPT의 결점을 극복해 ‘국제적 통제 하에 핵무기 폐기를 완수할 법적 구속력이 있는 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몇 년 동안 핵무기협약 쟁취를 위한 세계적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핵무기와 핵발전의 ‘뗄 수 없는 연계’
슬레이터 대표는 핵무기협약 쟁취를 우선적인 목표로 보고 있으며, 그녀의 핵심 활동은 핵군축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소개만 봐도 핵무기 문제와 핵발전소 문제가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는 핵발전 과정에서 핵무기의 원료가 될 수 있는 핵물질이 축적되기 때문에 핵발전소가 존재하는 한 핵무기의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핵무기와 핵발전소의 연계를 대중에 알리고,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핵발전소 건설 사업을 반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림 1] 핵연료 순환 과정
슬레이터: 월스트리트 점령에서 내가 참여하는 반전 실무팀과 지속가능성 실무팀은 핵무기와 원자로의 연계에 관한 강연회를 계획하고 있다. 대부분 미국인들은 핵발전 과정을 통해서 핵무기를 위한 원료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들으면 충격을 받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2차 핵무기 군축의 규모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프라하 연설을 통해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인생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최근에는 조지아 주에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위해서 80억 달러 규모의 대출보증을 약속했다. 1979년 스리마일 사고 이후에 처음있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 사업이다.
슬레이터 대표는 핵발전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면서 오바마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원자력협력협정도 언급했다. 현재 오바마 정권은 미국 핵기술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여러 나라들과 원자력협력협정을 논의하고 있다. 2009년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비슷한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 협정을 통해서 UAE는 핵무기 원료를 만들 수 있는 우라늄 농축이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UAE 협정이 체결됐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이 협정이 향후 원자력협력협정의 기준으로 사용될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협정의 기준을 완화하지 않으면 많은 협정을 체결하지 못하고 발전소 수출을 확대하는 것이 어려울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금지 원칙을 포기하고 사례별로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요르단이나 베트남과의 협상은 마지막 단계에 있는데 금지조항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1974년에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체결했다.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이 지금 재협상 중인데, 이명박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금지 조항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베트남과의 협정이 기준이 되면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더 어려울 듯하다. 슬레이터 대표는 다음과 같이 미국의 핵무역 정책을 비판했다.
슬레이터: 오마바 대통령의 핵무역 정책은 핵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보다 많은 국가가 핵무기의 원료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추구할 것이다. 미국이 핵발전소를 수출하는 다른 나라들과 경쟁을 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베트남, 아랍에미리트 등 많은 나라에 핵기술을 팔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핵안보정상회의 논의 의제로 선정된 핵물질규제를 미국의 거래대상국에 요구하지 않는다. 거대한 위선이다.
위선의 무기
미국 핵정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슬레이터 대표는 ‘위선’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사용했다. 그녀는 핵안보정상회의도 미국의 핵 위선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한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핵물질’의 안보를 이야기하지만 이를 미국에는 적용하지 않다고 강조하며, ‘핵안보’ 개념 자체가 모순이라고 말했다. 핵무기와 핵발전의 완전한 폐기 없이 ‘핵안보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핵안보정상회의 기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슬레이터: 핵안보정상회의의 실제 의도는 군비규제나 위험한 핵분열성 물질의 안전화가 가능하다는 신화를 전파해 핵보유국과 그들의 핵우산 아래 보호를 받는 동맹국들의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핵보유국들이 핵물질 안전화와 핵시설 점검에 관련해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는 척하면서 핵비보유국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다. 사실 미국의 핵물질에 대한 점검이나 안전화에 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없다.
슬레이터 대표는 미국 정부의 핵기술 개발정책, 대이란 정책에서도 위선을 찾는다. 2월 25일에 실행된 탄도미사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슬레이터: 미국의 위선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핵에 관련한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국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그 주장의 정당성을 아예 무력화시킨다는 사실을 보지 못한다. 전 세계를 협박하고 거만하게 핵무기를 실험하고 개발하면서 다른 나라들은 핵무기를 보유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탄도미사일 실험을 반대하기 위해서 슬레이터 대표가 속한 원자시대평화연구소는 서명운동을 조직했다. 서명서는 슬레이터의 비판을 반영하여 실험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핵 탑재 미사일 미닛맨 III의 지속적인 실험은 미국의 이중 잣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미국 정부는 탄도미사일을 계속 실험하면서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원시적이고 단거리인 미사일을 실험하면 위선적으로 규탄하고 도덕적인 분노까지 표현한다. 이와 같은 이중 잣대는 핵확산을 유도하여 세계를 보다 위험한 상황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서명서에서 언급된 미국이 비판하는 ‘다른 나라’는 분명히 북한과 이란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 반전반핵운동은 특히 미국의 대이란 정책을 중요한 의제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충분하다.
2011년 11월 8일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 핵개발 보고서’를 통해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위한 다양한 작업을 해왔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하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이란의 핵무장 의도가 드러났다고 주장하면서 강력한 경제 재재를 시행했다. 이란은 미국의 압박에 강력히 반발하고 원유 수출이 중단될 경우 선제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해협을 열도록 행동을 취하겠다”면서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협박했다. 또한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만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다면 이스라엘의 동맹국인 미국의 군사적 개입은 불가피해 보인다.
슬레이터는 오바마 정부의 이란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은 위선적일 뿐 아니라 국제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슬레이터: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미국은 폭력을 준비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NPT는 (우라늄 농축)권리를 (이란에) 부여한다. NPT는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이름으로 핵무기 보유를 포기한 나라에는 핵폭탄의 공장인 핵발전소의 열쇠를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많은 미국 활동가들은 이란의 핵위협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없을 뿐더러 이란이 원시적인 핵무기를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핵보유국인 이스라엘과 미국의 압도적인 핵전력을 이길 수 없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레이터는 미국 국민들이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정부와 기업에 의해 통제된 언론이 (이란의) 핵무기를 빌미로 테러와 공격에 대한 대중의 공포를 부채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라크전쟁과 이어진 과정이 다시 반복될 거라고 우려했다.
슬레이터: 비슷한 상황에서 미국은 이라크를 침략했다. 부시 대통령이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전쟁에 대한 지지를 조직하기 위해서 있지도 않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떠들며 미국을 위협하는 버섯구름 이미지를 그렸다.
군, 산업, 학계, 정치 복합체
그녀는 아쉽게도 많은 미국인들이 이라크 전쟁의 실수를 벌써 잊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인 대부분은 핵무기에 대해서 미국 핵정책의 도발성은 생각하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로부터의 위협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맹목의 원인을 그녀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슬레이터: 북한이나 이란이 미국의 실제적인 위협이라고 믿고 국민들이 전쟁과 제재를 지지하도록 정부와 기업들은 자신들이 지배하는 언론을 이용한다. 전쟁이나 제재정책을 반대하는 정치인의 목소리는 주요 언론에 반영되지 않는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군산업학계정치 복합체에 포위되고 있다.
군산학정 복합체는 핵산업을 통해서 이득을 보는 소수 엘리트 집단을 지칭한다. 미국 패권의 유지를 직업으로 하는 군사지도자, 핵무기 기술의 개발과 생산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는 록히드마틴이나 보잉 같은 핵산업 기업들, 핵기술 개발로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연구기관과 학자, 의회에서 그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의미한다. 슬레이터 대표는 이 강력한 세력이 미국 핵정책에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고 여론까지 지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핵, 화석연료 등 ‘더러운’ 연료 산업들도 부정부패한 정치과정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지속불가능한 오염 에너지가 계속 사용되도록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프라하 연설에서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하자마자 “내 인생에서 볼 수 없다”라고 해명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핵군축을 이야기하면서도 2013년 국방예산에서 핵시설과 핵무기를 유지하고 개선하기 위해서 올해에 비해 5% 증가된 액수인 76억 달러를 책정하고 핵발전소 건설을 위해서 8억 덜러 대출보증을 결정한 이유도 군산업학계정치 복합체의 막대한 영향력과 이데올로기적 지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슬레이터 대표는 설명한다.
경제위기, 월가점령운동, NATOG8 반대 투쟁: 반핵운동의 발전 기회
그러나 슬레이터 대표는 최근 미국 정세에 대해서 희망적이다. 경제위기가 핵군축을 요구하고 운동을 건설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슬레이터: 현재 경제위기 속에서 핵무기가 실제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많아지고 있고 대중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좋은 일이다. 예산위기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삭감할 기회다. 예를 들어 로스앨러모스 플루토늄피트 공장 건설 사업이 얼마 전에 중단되었다.
플루토늄피트 공장 건설 사업은 2006년에 뉴멕시코 주에 위치한 로스앨러모스연구소에서 시작된 ‘화학금속공학연구 대체시설’(Chemistry and Metallurgy Research Replacement Facility, CMRR) 공사를 말한다. 완성되면 이 시설은 핵무기의 폭발체로 작동하는 플루토늄 피트를 생산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 군산학정 복합체의 파괴적인 이해관계의 상징으로 많은 비판을 받던 CMRR은 2014년에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미국의 예산위기 속에서 일정이 연기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2013년 국방예산에서 CMRR 건설을 위한 예산이 크게 삭감되고 건설계획이 5년 연장되었다. 최소한 한 가지 문제에서는 군산학정 복합체가 경제위기에 패배한 셈이다.
슬레이터 대표는 또한 월가점령운동의 미국정세에 대한 영향을 언급했다.
슬레이터: 월가 점령운동을 비롯해 여러 풀뿌리 운동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더러운’ 연료산업에 대한 보조금과 세금 우대 조치를 인식하고 이에 대항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추구하는 풀뿌리 운동이 강해지고 있다. 이들이 신규발전소 건설을 막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
캘리포니아의 탄도미사일 실험 반대운동, 조지아의 핵발전소 반대 운동, 원자시대평화연구소와 같은 전문조직의 교육과 대정부 로비활동 등 다양한 흐름들이 몇 개월 후에 시카고에서 모일 예정이다. 오는 5월 19-21일에 NATO와 G8 정상회의가 시카고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세계경제의 안정, 군사적 안보에 대한 협조를 빌미로 강대국의 경제적, 군사적 패권 유지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이 두 회의는 집중 투쟁의 대상이 될 것이다. 슬레이터 대표는 반핵운동에서의 NATO과 G8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슬레이터: 지구와 세계 평화를 위한 결정적인 순간이 될 것 같다. 우리는 NATO를 해체하고 유엔헌장에 의해 수립된 평화유지 방법과 같은 국제법에 기반한 체제로 대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엔헌장에 명시된 평화유지 방법은 비토권을 지닌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에 의해 무시되었다. 이 5개국은 NPT 하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되는 나라들이다. 위선적인 이중 잣대가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는 핵확산을 금지하는 NPT를 위반한 NATO의 핵공유정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벨기에, 독일, 터기, 네덜란드, 이탈이아 등 5개 유럽 국가에 핵무기를 비축하고 있다. NATO가 정당한 사용이라고 주장하는 핵억지력은 NATO 정책에서 사라져야 한다. 시카고에서 평화세력과 초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세계화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힘을 합쳐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이다.
슬레이터 대표는 한국 반전반핵운동이 NATOG8 투쟁에 함께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녀는 NATOG8 투쟁 외에도 여러 활동방안을 제안했다.
슬레이터: 아시아민중들이 핵폐기2000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다음 NPT 평가회의를 위한 준비회의가 4월 30일부터 5월 11일까지 비엔나에서 열리는데 대표를 보냈으면 좋겠다. 우리 핵폐기2000 총회가 5월 5일 비엔나에서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 국회의원들을 ‘핵 비확산과 군축을 위한 국회의원회의’(Parliamentarians for Nuclear Non-Proliferation and Disarmament)에 가입시키고, 시장들을 ‘평화시장회의’(Mayors for Peace)에 가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슬레이터 대표가 제안한 활동들은 모두 핵무기협약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핵폐기2000은 핵무기협약안이 처음 작성됐을 때 핵심 역할을 하였고 2007년부터 200여개 조직들과 함께 핵무기 폐기를 위한 국제 캠페인(ICAN, 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이라는 이름으로 핵무기협약 쟁취운동을 벌였다. 핵 비확산과 군축을 위한 국회의원회의와 평화시장회의는 국회의원과 시장이 핵무기협약을 비롯해 핵군축 정책을 지지하는 공약을 밝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80개국 800명의 국회의원들이 2000년에 시작된 핵 비확산과 군축을 위한 국회의원회의에 참여하고 있으며, 153개국 5,126명의 시장과 그들이 대표하는 도시가 1982년에 시작된 평화시장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두 네트워크는 최근에 핵폐기2000의 지원으로 많이 확대되었다. 슬레이터 대표는 현재 핵무기협약을 체결을 위한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슬레이터: 경제위기, 월가점령운동, NATOG8 정상회의, 핵 비확산과 군축을 위한 국회의원회의의 확산, 반기문의 5포인트 계획 등의 상황 속에서 핵무기협약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이 보유한 핵탄두를 300개까지 낮출 수 있다면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인디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다른 핵보유국에 핵 금지 협상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민중의 세계적인 반핵운동을 건설하자
슬레이터 대표의 활동 제안은 미국 반핵운동의 강점과 약점을 잘 보여준다. 강점은 국제적인 관점과 범위라고 할 수 있다. 슬레이터 대표를 비롯해 미국의 많은 반핵 활동가들은 핵 패권에 있어서 미국 정부의 특수한 역할을 이해하면서도 핵군축과 핵폐기가 일국적인 차원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여 다양한 국제적인 논의 틀과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단점은 유엔 중심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반핵운동은 대체로 각국 정부를 핵폐기의 주체로 보고, 유엔을 핵군축폐기 논의와 활동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대중적인 조직화보다 유엔 틀 내에서 각국 정부에 대한 로비 활동이 보다 큰 비중을 자치하며,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패권 기구인 유엔의 성격을 충분히 비판하지 못한다. 결국 미국 반핵운동은 군산학정 복합체에 대한 기본 이해를 가지고 있지만, 핵으로 이득을 보는 소수 엘리트와 다수 세계 민중간의 심각한 권력 불평등의 반전이나 민중의 통제 하에서의 핵폐기에 대한 전망은 아직까지 갖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망은 유엔 내에서의 로비활동 보다 핵과 핵을 둘러싼 권력관계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강화하고 조직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미국 반핵운동은 이러한 한계를 분명히 지니고 있지만 위 내용에서 보듯 변하고 있다. 그들의 시야는 유엔에서 점점 대중들로 넓어지고 있는 듯하다. 탄도미사일 실험과 핵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에 이어 대 NATOG8 투쟁을 통해 충분히 대중성이 강화될 수 있다.
또한 한계가 있지만 슬레이터 대표가 제안한 국제 활동방안은 큰 의미가 있다. 핵 비확산과 군축을 위한 국회의원회의와 평화시장회의와는 정치인의 네트워크지만 핵군축에 대한 공약을 얻어내는 활동이 대중적 교육사업과 연결될 수 있으며, 지역의 활동을 국제적인 운동과 연결시킬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핵무기협약은 NPT 체제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새로운 체제를 모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여러 나라 반핵운동의 공동 요구가 됨으로써 운동의 국제적인 단결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한국에서 핵안보정상회를 계기로 다양한 진보세력들이 모여 핵군축과 핵발전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그 동안 침묵하던 반핵운동이 핵안보정상회 대응을 통해 다시금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것이 일회 행사에 대항하는 일시적인 활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속적인 반핵운동을 건설하기위해서 이번 기회를 우리의 운동 전략을 논의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이 논의에서 반핵운동이 일국적인 차원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슬레이터 대표가 제안한 활동방안을 비롯해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국제적인 반핵운동을 검토하고 의미있게 결합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