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2.3-4.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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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_연남동에서_류주형.pdf

표류하는 민주노총

류주형 | 정책위원장
민주노총 집행부의 독단과 전횡이 도를 넘고 있다. 다가올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고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통합당도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방침을 밀어붙이기 위해서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지난 1월 31일 열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정족수 미달로 유회되어 정치방침과 선거방침을 논의하지 못했다. 다만, 통합진보당 창당을 민주노총 정치사업의 성과로 간주하는 사업평가에 대한 수정안을 45%에 가까운 대의원이 찬성했다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집행부가 제출한 선거방침이 통과되리란 보장은 없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가 열렸다. 집행부는 여러 지역본부·산별연맹 대표자들의 강력한 반대와 퇴장에도 불구하고 끝내 표결로 안건을 처리하는 무리수를 두었다. 이날 특히 논란이 된 내용은 ‘비례대표 투표를 하나의 정당에 집중하는 방안’이었다.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사회당을 대상으로 조합원 의견을 물어 비례대표 집중 투표 정당을 정하자는 것이었다. 이후 상임집행위원회는 전화 여론조사 방식으로 집중 투표 정당을 정하기로 했다.
2월 27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79.3%를 얻은 통합진보당이 18.0%를 얻은 진보신당과 2.7%를 얻은 사회당을 누르고 민주노총의 집중 투표 정당이 되었다.
민주노총이 총선에서 지지할 정당을 조합원 여론조사로 결정한 것은 얼핏 보면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관철하려는 집행부의 정파적 의도가 깊숙이 배어있다.
사실 집행부는 작년 말 통합진보당 결성 과정이나 올해 초 정치방침과 선거방침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과정을 제대로 밟지 않았다. 공식 의결기구인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유회되고 별도의 위임절차도 밟지 못한 안건을 하급 기구인 중집에서 졸속적으로 처리한 것도 민주노조 운동의 회의 원칙에 맞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치러진 여론조사는 그야말로 황당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말았다. 애초 여론조사 방식을 반대했던 다수의 산별노조/연맹과 지역본부가 제외된 결과, ‘조사에 응하고 싶은 조직과 조합원’만이 표본으로 취합된 것이다. 여론조사로 조직의 중요한 방침을 정한다는 발상도 상식 이하지만, 여론조사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측정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표본추출 절차마저 지키지 않은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결과적으로 이번 여론조사는 민주주의를 가장하여 통합진보당을 둘러싼 비판을 잠재우려는 다수파의 패권적 발상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집행부의 독단과 전횡을 제어하고자 많은 수의 대의원들이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해서 선거방침을 재론할 것을 주문하며 2월 27일 소집요구서를 접수했다. 의결 절차의 문제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 볼 때에도, ‘국민참여당과 통합한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며 따라서 민주노총의 지지 정당이 될 수 없다’는 수많은 조합원과 대의원의 문제제기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집행부는 또 다시 상식 이하의 행태를 되풀이했다. 집행부는 대의원대회 소집 요청에 대해 규약의 근거조차 없는 대단히 사소하고 형식적인 부분을 문제삼아 ‘소집 요구 접수 불가, 보완 요구’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우여곡절을 거쳐 대의원대회가 소집될 것으로 예상되긴 하지만, 집행부의 해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 진출과 함께 여소야대 국면 창출을 통해 ‘한 번에 열개 법안을 백일 안에’ 쟁취하겠다는 사업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반대하는 조직 내부 의견과 절차를 무시한 비민주적 방침으로, 더욱이 국민참여당과 민주통합당에게 면죄부를 주는 반노동자적 방침으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임시 대의원대회를 통해 잘못된 선거방침을 바로잡고 올바른 정치세력화의 원칙과 방향에 관한 전조직적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
지금, 민주노총은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이번 『사회운동』은 3월 말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즈음하여 ‘핵안보 전략 비판과 대안’을 <특집>으로 구성했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변화와 한미동맹의 강화, 그리고 후쿠시마 핵 사태의 교훈이라는 측면에서 오늘날 반전 반핵 평화운동의 방향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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