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로부터의 편지
[편집자 주] 지난해 말 손승환 동지가 법정 구속되어 8개월 징역을 살고 있다. 손동지는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하던 2009년 7월 22일 국회 앞 집회에 참석했다. 그런데 손동지는 집회 중에 수상한 행동을 보이며 집회 참석자들의 사진을 찍는 사람을 발견했다. 손동지는 그에게 사복경찰인지를 물으며, 불법 채증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경찰이 아니라고 발뺌했고, 손동지와 한동안 승강이를 벌였다.
그 며칠 뒤인 8월 6일, 골목길에 잠복 중이던 경찰은 손동지를 급습하여 강제 연행했다. 경찰이 붙인 죄목은 집시법 위반에 공무집행방해, 공용물건은닉죄 등이었다. 손동지와 승강이를 벌인 사람은 사복경찰로, 경찰의 카메라를 훼손했다는 어이없는 내용이었다. 1심 재판에서 손동지는 징역 8개월에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말 11월 항소가 기각되면서 곧바로 법정 구속되었다. 재판부는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실형으로 인한 도망 염려로 구속한다”고 밝혔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억울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손승환 동지는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동료들을 걱정하며 밝게 생활하고 있다. 『사회운동』은 손승환 동지의 근황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상훈 형께
일요일 오후 햇살이 참 따뜻합니다. 이곳도 일요일은 쉬는 날이라 여유롭습니다. 다른 동지들은 주말도 이런저런 일로 바쁠 텐데 저만 편하게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아직까지 일교차가 큰데 건강 잘 챙기고 있으신지요? 형이 부탁하신 기관지에 실은 편지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힘드네요. 기관지에 담을 만한 내용이 잡히지 않습니다.
여기 처음 들어왔을 때는 이런저런 할 말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편지 한 장 제대로 쓰는 것도 힘들어졌습니다. 제가 워낙 글 솜씨가 없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번개처럼 지나갑니다. 운동 30분하는 것과 면회하느라 왔다 갔다 하는 게 한 시간정도 걸리는데요. 그 일을 빼면 하루 종일 2평도 안 되는 방안에만 있는데, 저녁에 이불을 펼 때가 되면, “참 번개같이 하루가 또 갔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 읽고, 밥 먹고, 면회 부르면 나갔다 오고. 그러다보면 별로 하는 일도 없이 시간이 너무 잘 가서 신기합니다. 그러다보니 제 형기는 벌써 100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4개월을 여기 있었습니다.
여기서도 매일노동뉴스를 받아 봅니다. 뉴스를 통해 읽은 총선 결과는 뭐라고 표현하기 정말 뭐한 찹찹한 마음이 듭니다. 야권연대니, MB심판이니, 정권교체니 하는 말들도 불편했고, 신자유주의 세력의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진보정당도 이제 결코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걸 보여준 총선인 것 같습니다. 이제 대선까지 가는 과정에서 더 이상 철지난 ‘MB심판’에 매몰되지 말고,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제 문제점들을 짚어내고, 노동자 민중들이 주체가 되는 투쟁을 만들어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을 보니, 당장 이번 총선 평가를 다들 어떻게 하고 있을지 대략 예상되는 바가 있어, 걱정이 앞서고 우려가 깊습니다.
민주노총의 계획대로라면 제가 출소하고 나면, 바로 8월 총파업에 돌입해야 하는 건데요. 꼭 투쟁현장을 여기저기 신나게 뛰어다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뛰어다니려면 여기서 찐 뱃살도 좀 빼고 나가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너무 많이 앉아 있어서 그런 것 같아 요즘엔 자주 서 있으려고 하고, 짧은 운동시간에 최대한 뛰어 보려고 노력중입니다. 우리의 투쟁이 한번 모이면 잘 흩어지지 않아야 할 텐데, 제 뱃살만 잘 모이는 건 아닌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사회진보연대 다른 동지들께도 안부 전해주시고, 항상 즐거운 생활과 활동을 이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2012년 4월14일 승환 드림
그 며칠 뒤인 8월 6일, 골목길에 잠복 중이던 경찰은 손동지를 급습하여 강제 연행했다. 경찰이 붙인 죄목은 집시법 위반에 공무집행방해, 공용물건은닉죄 등이었다. 손동지와 승강이를 벌인 사람은 사복경찰로, 경찰의 카메라를 훼손했다는 어이없는 내용이었다. 1심 재판에서 손동지는 징역 8개월에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말 11월 항소가 기각되면서 곧바로 법정 구속되었다. 재판부는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실형으로 인한 도망 염려로 구속한다”고 밝혔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억울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손승환 동지는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동료들을 걱정하며 밝게 생활하고 있다. 『사회운동』은 손승환 동지의 근황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상훈 형께
일요일 오후 햇살이 참 따뜻합니다. 이곳도 일요일은 쉬는 날이라 여유롭습니다. 다른 동지들은 주말도 이런저런 일로 바쁠 텐데 저만 편하게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아직까지 일교차가 큰데 건강 잘 챙기고 있으신지요? 형이 부탁하신 기관지에 실은 편지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힘드네요. 기관지에 담을 만한 내용이 잡히지 않습니다.
여기 처음 들어왔을 때는 이런저런 할 말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편지 한 장 제대로 쓰는 것도 힘들어졌습니다. 제가 워낙 글 솜씨가 없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번개처럼 지나갑니다. 운동 30분하는 것과 면회하느라 왔다 갔다 하는 게 한 시간정도 걸리는데요. 그 일을 빼면 하루 종일 2평도 안 되는 방안에만 있는데, 저녁에 이불을 펼 때가 되면, “참 번개같이 하루가 또 갔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 읽고, 밥 먹고, 면회 부르면 나갔다 오고. 그러다보면 별로 하는 일도 없이 시간이 너무 잘 가서 신기합니다. 그러다보니 제 형기는 벌써 100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4개월을 여기 있었습니다.
여기서도 매일노동뉴스를 받아 봅니다. 뉴스를 통해 읽은 총선 결과는 뭐라고 표현하기 정말 뭐한 찹찹한 마음이 듭니다. 야권연대니, MB심판이니, 정권교체니 하는 말들도 불편했고, 신자유주의 세력의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진보정당도 이제 결코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걸 보여준 총선인 것 같습니다. 이제 대선까지 가는 과정에서 더 이상 철지난 ‘MB심판’에 매몰되지 말고,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제 문제점들을 짚어내고, 노동자 민중들이 주체가 되는 투쟁을 만들어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을 보니, 당장 이번 총선 평가를 다들 어떻게 하고 있을지 대략 예상되는 바가 있어, 걱정이 앞서고 우려가 깊습니다.
민주노총의 계획대로라면 제가 출소하고 나면, 바로 8월 총파업에 돌입해야 하는 건데요. 꼭 투쟁현장을 여기저기 신나게 뛰어다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뛰어다니려면 여기서 찐 뱃살도 좀 빼고 나가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너무 많이 앉아 있어서 그런 것 같아 요즘엔 자주 서 있으려고 하고, 짧은 운동시간에 최대한 뛰어 보려고 노력중입니다. 우리의 투쟁이 한번 모이면 잘 흩어지지 않아야 할 텐데, 제 뱃살만 잘 모이는 건 아닌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사회진보연대 다른 동지들께도 안부 전해주시고, 항상 즐거운 생활과 활동을 이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2012년 4월14일 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