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현장] 경계에 선 지역지부, 그 이후
지역의 미조직비정규노동자 모여라!
“공공노조는 특정한 기업에 속하지 않은 해고자, 실업자, 예비노동자도 조직대상으로 하고 있다. 공공노조는 기업별로 조직된 노동자뿐만 아니라 더 많은 노동자를 조직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건설한 산업노조이다. 더 많은 노동자를 조직하고 조직된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을 높여내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투쟁에 나서게 하는 것이 산업노조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산업노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효과적인 조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 지부는 그 한계지점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전국단위 업종지부 또한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 활동을 강화하고, 기업단위가 통합된 업종지부의 경우 여러 가지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고, 지역조직단위를 지역지부로 통폐합 확대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공공노조 지부조직의 지향은 노동자들의 업종과 기업을 넘어 생활 속에서 조직하고 투쟁할 수 있는 지역지부이어야 한다.”
- 2007. 12. 5. 공공노조 조직발전위원회 중간보고서
2007년 공공노조는 조직발전 논의를 거치며 ‘지역지부’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업종과 기업을 넘어 생활 속에서 조직하고 투쟁하는 기본단위’로 정리한다. 즉 공공노조의 업종본부가 정책사업과 대정부·대사용자 교섭을 그 역할로 한다면, 초업종·초기업 지역 지부는 업종과 기업을 뛰어넘어 지역을 근거로 공공부문 노동자를 조직하고 투쟁하는 것을 역할로 하며, 지역본부는 업종본부와 업종지부, 초업종·초기업지부를 아우르고 지원하면서 지역의 사회공공성 강화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향에 따른 조직의 기본방침은 미조직노동자를 조직화하는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지역지부로 편제하고, 현재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지부들이 지역지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세워졌다.
이후 서울경인지부의 경우 대학청소용역노동자를 중심으로 미조직비정규노동자들을 대거 조직하고, 이들의 요구를 ‘집단교섭’이라는 틀과 ‘생활임금’이라는 의제로 모으고, 조합원들이 3월 8일 여성의 날을 기점으로 공동투쟁에 임하게 하는 것과 같은 성과를 낳았다. 뿐만 아니라 서울지역 노동사회단체의 지원을 끌어내어 ‘청소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밥한끼 캠페인’을 벌이는 등 사회 운동적 노동조합 운동의 단초를 보여주었다.
충북지역에서의 지역지부 운동
서울경인지역 외에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 전북, 부산 등의 지역에서도 어려운 조건 속에서 지역지부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어왔다. 충북지역에서도 상근활동가가 배치되고 지역본부에서 재정을 지원하기 시작한 지난 2011년부터 지역지부 사업이 활성화되었다.
우선 지역사회의 이슈가 되었던 ‘충북 희망원 시설폐쇄 철회투쟁’을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와 함께 전개하면서 지역사회에 사회공공성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사회복지시설 노동자 조직화의 필요성을 알렸다. 충북 희망원 투쟁이 중소영세사업장 여성노동자 조직화의 본보기가 된 만큼 충북 희망원과 같은 사회복지시설에 종사하는 미조직노동자를 조직하고 현장주체를 발굴·양성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그리고 충북지역 대학청소용역노동자 투쟁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청주대학교의 조합원들을 기존의 서경지부에서 충북지역평등지부로 편제하고, 청주대학교 이후 조직된 서원대학교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최저임금의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를 지역사회에 알려내는 사업을 전개했다. <최저임금 인상 생활임금 쟁취 충북공대위>와 함께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및 ‘청소노동자를 응원하는 10만송이 장미 캠페인’을 전개하고, 최임공대위와 함께 집행한 일련의 활동을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문화제’를 통해 총화하는 등 촘촘한 한 해를 보냈다.
최근 서원대학교의 조합원이 건물을 청소하던 중에 학생으로부터 진보신당의 총선 비례후보 김순자 청소노동자와 관련한 기사가 출력된 인쇄물을 받았다. 이 사실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훈훈한 소식으로 회자되고 있다. 우리의 노동이 비로소 존중받고 있다는 사실을 조합원들이 스스로 현장에서 확인을 해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에 청소노동자의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과 동시에 임단투를 통해 실질적인 노동조건 개선을 이뤄가고 있다. 매년 새롭게 바뀌는 용역업체와 씨름하는 과정은 고단하기 그지없지만, 충북지역평등지부 소속의 청소노동자들은 2012년 현재 월 118만원~122만원의 임금을 쟁취하는 성과를 보았다. 충북의 청소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이미 민주노총 2013년 최저임금 요구안을 현장에서 실현시킨 셈이다.
지부의 학교비정규직노동자의 경우 2011년 한해에만 기존 조합원의 곱절이 넘는 수의 신규조합원이 가입하는 등 급격히 조직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학교비정규직노동자를 둘러싼 최근 정세가 반영된 까닭이기도 하지만, 지부 활성화 이후로 지역별로 현장모임을 정례화시키고 민주노총 충북본부와 함께 교육 사업을 강화한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 충북지역평등지부 학교비정규직지회와 전회련 충북지부는 충북도교육청을 상대로 한 임단투를 본격화하기 위해 통합적으로 운영을 해나가며 미조직비정규직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지부들이 지역지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조직의 방침에 걸맞게 기존의 업종지부로 존재했던 영동난계국악단지부가 6월에 상급단체를 충북지역평등지부로 전환하였고, 연맹산하 미전환사업장이었던 청주시 시설관리공단노조가 5월에 산별전환을 하고 지부산하 지회로 조직형태를 전환하였다. 청주시청원군 장애인이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해피콜노동자, 보은군 환경미화사업 대행업체 소속의 청소노동자 등 신규로 조직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 역시 지역지부로 편제되고 있다.
경계에 선 지역지부, 그 이후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충북지역 평등지부는 이제 막 첫발을 떼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앞서 출발한 지역지부가 당면한 한계에서 충북지역 평등지부 역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한정된 재정적 인적 역량에 비해 감당해야 하는 역할이 너무 크다. 투쟁을 동반하기 마련인 신규조직화 사업, 매년 반복되는 용역업체와의 임단투, 넓은 지역에 흩어져있는 개별 조합원들이나 10명 내외의 조직들을 하나하나 관리해야 하는 상황, 회의와 교육을 전체 조합원이 함께 진행할 수조차 없는 천차만별의 노동조건 등…. 감당해야 할 역할과 업무량은 지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2012년 현재 충북지역평등지부의 교섭사업장 5개인데, 이 중 어용노조에게 교섭대표권을 뺏긴 사업장이 1개, 민주노총 산하의 복수의 노조가 경쟁하는 사업장이 1개, 1년짜리 용역업체 사업장이 1개, 교섭요구사실조차 공고되지 않고 있는 사업장이 1개이다. 즉 나머지 1개의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어렵사리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고, 상근자 1인이 교섭과 투쟁뿐만 아니라 교육선전과 회계행정 등의 일상 업무까지 담당해야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은 다른 지역지부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모든 어려움을 압도하는 가장 큰 곤란함은 “공공운수노조에게 지역지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뭐라고 딱히 답하기 어려운 ‘막막함’이다. 애초에 충북지역지부 건설이 논의될 당시에 지역지부의 전망에 대한 토론은 부족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지부의 대표자들 스스로가 지역지부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해 강하게 인식하고 있지 못한 채, 엉성하게 모여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공공운수노조가 산별노조 건설 이후 업종본부로의 회귀에 가까운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은 지역지부 운동에 더욱 큰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지역지부 운동의 나침반 역할을 했던 조직의 방침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통합 산별노조 건설 이후 지역본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논의가 지체되고 있는 상황 역시 막막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공공노조와 운수노조가 통합하고 미전환 노조가 산별전환을 한 이후 지역본부는 어떠한 기능을 해야 하는지? 2012년 화물과 철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가 투쟁을 선포한 상황에서 지역본부는 어떠한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하는지? 총대선투쟁 속에서 지역본부의 신규조직화사업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 물음표 속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지역본부가 제 역할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조직력과 집행력이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지역지부 홀로 신규조직화 사업을 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미조직비정규직사업은 비단 신규조합원 수를 늘리는 데에만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조합원들을 주체로 세워내는 과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재확인되어야 한다.
충북지역의 경우 작년 상반기 동안 본부장 직무대행 상태에서 본부 조직국장직까지 공백상태에 놓여 지부의 상근자가 본부사업집행을 겸해야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지역지부 간판의 먼지를 닦아내고 조직에 기름칠을 하는 수준으로 지부사업을 어렵사리 전개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지부의 신규조직화사업이 활성화되어야 할 시점에서 지역지부는 역설적으로 본부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임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애초에 지역지부는 공공연맹 산하 건설된 ‘지역공공서비스노조’를 뿌리로 했다. 즉 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일종의 파일럿(견본) 조직으로 건설된 것이다. 따라서 공공운수노조로 산별노조가 건설된 직후 지역지부가 처한 상황은 향후 공공운수노조라는 통합산별노조의 향방을 가늠하는 지표나 다름없다. 따라서 공공운수노조 운동의 발전의 경계선에 놓여있는 지역지부 운동의 ‘이후’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지역지부 소속 조합원과 관련 활동가들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몫이 되어야 한다. 내가 발 딛고 사는 지역에서, 업종과 기업에 갇히지 않고, 더 많은 노동자를 조직하고 세상을 바꾸기를 꿈꾸는 이 모두 말이다.
“공공노조는 특정한 기업에 속하지 않은 해고자, 실업자, 예비노동자도 조직대상으로 하고 있다. 공공노조는 기업별로 조직된 노동자뿐만 아니라 더 많은 노동자를 조직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건설한 산업노조이다. 더 많은 노동자를 조직하고 조직된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을 높여내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투쟁에 나서게 하는 것이 산업노조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산업노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효과적인 조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 지부는 그 한계지점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전국단위 업종지부 또한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 활동을 강화하고, 기업단위가 통합된 업종지부의 경우 여러 가지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고, 지역조직단위를 지역지부로 통폐합 확대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공공노조 지부조직의 지향은 노동자들의 업종과 기업을 넘어 생활 속에서 조직하고 투쟁할 수 있는 지역지부이어야 한다.”
- 2007. 12. 5. 공공노조 조직발전위원회 중간보고서
2007년 공공노조는 조직발전 논의를 거치며 ‘지역지부’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업종과 기업을 넘어 생활 속에서 조직하고 투쟁하는 기본단위’로 정리한다. 즉 공공노조의 업종본부가 정책사업과 대정부·대사용자 교섭을 그 역할로 한다면, 초업종·초기업 지역 지부는 업종과 기업을 뛰어넘어 지역을 근거로 공공부문 노동자를 조직하고 투쟁하는 것을 역할로 하며, 지역본부는 업종본부와 업종지부, 초업종·초기업지부를 아우르고 지원하면서 지역의 사회공공성 강화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향에 따른 조직의 기본방침은 미조직노동자를 조직화하는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지역지부로 편제하고, 현재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지부들이 지역지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세워졌다.
이후 서울경인지부의 경우 대학청소용역노동자를 중심으로 미조직비정규노동자들을 대거 조직하고, 이들의 요구를 ‘집단교섭’이라는 틀과 ‘생활임금’이라는 의제로 모으고, 조합원들이 3월 8일 여성의 날을 기점으로 공동투쟁에 임하게 하는 것과 같은 성과를 낳았다. 뿐만 아니라 서울지역 노동사회단체의 지원을 끌어내어 ‘청소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밥한끼 캠페인’을 벌이는 등 사회 운동적 노동조합 운동의 단초를 보여주었다.
충북지역에서의 지역지부 운동
서울경인지역 외에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 전북, 부산 등의 지역에서도 어려운 조건 속에서 지역지부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어왔다. 충북지역에서도 상근활동가가 배치되고 지역본부에서 재정을 지원하기 시작한 지난 2011년부터 지역지부 사업이 활성화되었다.
우선 지역사회의 이슈가 되었던 ‘충북 희망원 시설폐쇄 철회투쟁’을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와 함께 전개하면서 지역사회에 사회공공성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사회복지시설 노동자 조직화의 필요성을 알렸다. 충북 희망원 투쟁이 중소영세사업장 여성노동자 조직화의 본보기가 된 만큼 충북 희망원과 같은 사회복지시설에 종사하는 미조직노동자를 조직하고 현장주체를 발굴·양성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그리고 충북지역 대학청소용역노동자 투쟁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청주대학교의 조합원들을 기존의 서경지부에서 충북지역평등지부로 편제하고, 청주대학교 이후 조직된 서원대학교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최저임금의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를 지역사회에 알려내는 사업을 전개했다. <최저임금 인상 생활임금 쟁취 충북공대위>와 함께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및 ‘청소노동자를 응원하는 10만송이 장미 캠페인’을 전개하고, 최임공대위와 함께 집행한 일련의 활동을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문화제’를 통해 총화하는 등 촘촘한 한 해를 보냈다.
최근 서원대학교의 조합원이 건물을 청소하던 중에 학생으로부터 진보신당의 총선 비례후보 김순자 청소노동자와 관련한 기사가 출력된 인쇄물을 받았다. 이 사실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훈훈한 소식으로 회자되고 있다. 우리의 노동이 비로소 존중받고 있다는 사실을 조합원들이 스스로 현장에서 확인을 해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에 청소노동자의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과 동시에 임단투를 통해 실질적인 노동조건 개선을 이뤄가고 있다. 매년 새롭게 바뀌는 용역업체와 씨름하는 과정은 고단하기 그지없지만, 충북지역평등지부 소속의 청소노동자들은 2012년 현재 월 118만원~122만원의 임금을 쟁취하는 성과를 보았다. 충북의 청소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이미 민주노총 2013년 최저임금 요구안을 현장에서 실현시킨 셈이다.
지부의 학교비정규직노동자의 경우 2011년 한해에만 기존 조합원의 곱절이 넘는 수의 신규조합원이 가입하는 등 급격히 조직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학교비정규직노동자를 둘러싼 최근 정세가 반영된 까닭이기도 하지만, 지부 활성화 이후로 지역별로 현장모임을 정례화시키고 민주노총 충북본부와 함께 교육 사업을 강화한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 충북지역평등지부 학교비정규직지회와 전회련 충북지부는 충북도교육청을 상대로 한 임단투를 본격화하기 위해 통합적으로 운영을 해나가며 미조직비정규직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지부들이 지역지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조직의 방침에 걸맞게 기존의 업종지부로 존재했던 영동난계국악단지부가 6월에 상급단체를 충북지역평등지부로 전환하였고, 연맹산하 미전환사업장이었던 청주시 시설관리공단노조가 5월에 산별전환을 하고 지부산하 지회로 조직형태를 전환하였다. 청주시청원군 장애인이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해피콜노동자, 보은군 환경미화사업 대행업체 소속의 청소노동자 등 신규로 조직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 역시 지역지부로 편제되고 있다.
경계에 선 지역지부, 그 이후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충북지역 평등지부는 이제 막 첫발을 떼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앞서 출발한 지역지부가 당면한 한계에서 충북지역 평등지부 역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한정된 재정적 인적 역량에 비해 감당해야 하는 역할이 너무 크다. 투쟁을 동반하기 마련인 신규조직화 사업, 매년 반복되는 용역업체와의 임단투, 넓은 지역에 흩어져있는 개별 조합원들이나 10명 내외의 조직들을 하나하나 관리해야 하는 상황, 회의와 교육을 전체 조합원이 함께 진행할 수조차 없는 천차만별의 노동조건 등…. 감당해야 할 역할과 업무량은 지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2012년 현재 충북지역평등지부의 교섭사업장 5개인데, 이 중 어용노조에게 교섭대표권을 뺏긴 사업장이 1개, 민주노총 산하의 복수의 노조가 경쟁하는 사업장이 1개, 1년짜리 용역업체 사업장이 1개, 교섭요구사실조차 공고되지 않고 있는 사업장이 1개이다. 즉 나머지 1개의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어렵사리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고, 상근자 1인이 교섭과 투쟁뿐만 아니라 교육선전과 회계행정 등의 일상 업무까지 담당해야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은 다른 지역지부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모든 어려움을 압도하는 가장 큰 곤란함은 “공공운수노조에게 지역지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뭐라고 딱히 답하기 어려운 ‘막막함’이다. 애초에 충북지역지부 건설이 논의될 당시에 지역지부의 전망에 대한 토론은 부족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지부의 대표자들 스스로가 지역지부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해 강하게 인식하고 있지 못한 채, 엉성하게 모여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공공운수노조가 산별노조 건설 이후 업종본부로의 회귀에 가까운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은 지역지부 운동에 더욱 큰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지역지부 운동의 나침반 역할을 했던 조직의 방침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통합 산별노조 건설 이후 지역본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논의가 지체되고 있는 상황 역시 막막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공공노조와 운수노조가 통합하고 미전환 노조가 산별전환을 한 이후 지역본부는 어떠한 기능을 해야 하는지? 2012년 화물과 철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가 투쟁을 선포한 상황에서 지역본부는 어떠한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하는지? 총대선투쟁 속에서 지역본부의 신규조직화사업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 물음표 속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지역본부가 제 역할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조직력과 집행력이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지역지부 홀로 신규조직화 사업을 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미조직비정규직사업은 비단 신규조합원 수를 늘리는 데에만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조합원들을 주체로 세워내는 과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재확인되어야 한다.
충북지역의 경우 작년 상반기 동안 본부장 직무대행 상태에서 본부 조직국장직까지 공백상태에 놓여 지부의 상근자가 본부사업집행을 겸해야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지역지부 간판의 먼지를 닦아내고 조직에 기름칠을 하는 수준으로 지부사업을 어렵사리 전개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지부의 신규조직화사업이 활성화되어야 할 시점에서 지역지부는 역설적으로 본부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임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애초에 지역지부는 공공연맹 산하 건설된 ‘지역공공서비스노조’를 뿌리로 했다. 즉 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일종의 파일럿(견본) 조직으로 건설된 것이다. 따라서 공공운수노조로 산별노조가 건설된 직후 지역지부가 처한 상황은 향후 공공운수노조라는 통합산별노조의 향방을 가늠하는 지표나 다름없다. 따라서 공공운수노조 운동의 발전의 경계선에 놓여있는 지역지부 운동의 ‘이후’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지역지부 소속 조합원과 관련 활동가들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몫이 되어야 한다. 내가 발 딛고 사는 지역에서, 업종과 기업에 갇히지 않고, 더 많은 노동자를 조직하고 세상을 바꾸기를 꿈꾸는 이 모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