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정상회의 대응 국제포럼 ‘핵안보가 아니라 핵없는 세상을 말하자’
아래로부터의 탈핵국제연대를 모색하다
지난 3월 22일 서강대학교에서 핵안보정상회의 대응 국제포럼 ‘핵안보가 아니라 핵없는 세상을 말하자’가 개최되었다. 예산 부족의 어려움, 아직 대중적인 관심이 부족한 한국 반핵운동 등 열악한 조건을 뚫고 미국과 아시아 각국, 한국의 활동가들이 모여 핵안보정상회의를 어떻게 볼 것인지, 핵 없는 사회를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논의했다. 국제포럼은 총 세 세션으로 구성되었는데, 이 글에서는 각각의 세션의 발표내용과 토론을 요약하고, 우리가 간취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정리할 것이다.
세션 1. ‘핵 없는 세상’과 핵안보정상회의
첫 번째 세션은 미국의 조셉 거슨, 일본의 마사 타쿠보, 한국의 구갑우가 발표를 진행하고 네 명의 지정토론자가 토론을 진행하였다.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한 성격 규정, 각 국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진정 ‘핵 없는 세상’으로 가기 위해 우리가 해야할 바가 논의되는 자리였다.
‘핵 없는 세상’으로 가기 위해 핵안보정상회의는 유효한가?
미국의 조셉 거슨은 우선 미국 핵무기 사용의 역사를 짚었다. 미국 핵무기 사용의 역사는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투하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미국이 다시 핵무기를 사용한 적은 없지만, 핵무기는 계속 현대화되었으며 전쟁 중에 핵공격을 준비하고 위협하는 관행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핵무기는 소련의 핵무기 개발로 이어지고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계속되는 위협이 핵확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핵확산의 결과 미국의 핵을 통한 위협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고, 이는 미국의 안보를 점차 위협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바마는 2009년 프라하에서 미국이 앞장서서 핵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연설을 한다.
조셉 거슨은 오바마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다르며, 그가 핵 폐기보다는 핵확산 금지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2010년 미국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의 업적은 매우 빈약했고, 오바마 행정부의 핵태세검토보고서는 미국의 선제 핵공격의 원칙을 재강조했다. 또한 오바마는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비준을 위해 상원의원들의 표를 얻으려고, 오히려 새로운 핵무기와 더욱 발전된 핵무기 운반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1,850억 달러의 예산을 추가 배정하기로 했다.
조셉 거슨은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에서 미미하나마 무기 감축에 동의했고, 오바마 행정부의 핵태세검토보고서와 펜타곤의 최근 전략 지침이 핵무기 사용을 줄이도록 지시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적 축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전방위 지배 체제 – 어느 곳에서나 어느 때나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든지 간에 어떠한 나라도 지배할 수 있는 능력 – 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구갑우는 오바마 행정부가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한 이유는 핵무기가 더 이상 미국의 안보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일방적 핵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를 가진 나라가 한 나라라도 있는 한 억지능력을 유지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즉 미국은 최후까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도 전면적 핵군축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전략핵무기 1,550기를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해도 좋다는 ‘허가서’처럼 보인다. 그는 또한 핵군축과 재래식군사력의 증강이 공존하는 모순적 정책을 지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대규모 정상회의까지 열면서 핵안보를 강조하는 미국, 한국을 포함한 국가들이 핵을 궁극적으로 폐기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이 핵심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발표자들은 오바마가 주창한 ‘핵 없는 세상’과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과는 미미하고, 각 국 정상들이 핵무기와 핵발전소를 포기할 생각이 여전히 없다는 점을 짚었다. 또한 핵무기 감축 협정을 위해 핵무기 생산을 위한 예산을 추가 배정하거나, 핵군축을 위해 재래식군사력을 증강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렇다면 진정 ‘핵 없는 세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세 발표자들은 각국의 상황을 고려하며 ‘핵 없는 세상’을 위해 자국이 해야 할 바와 세계의 사회운동 활동가들이 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제안했다.
조셉 거슨은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국제적 핵무기철폐 대중운동이 핵무기철폐를 공언한 일부 국가 권력들과 건설적이고 상보적인 협력관계를 맺어 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무기철폐 운동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핵무기철폐를 주장하는 국가체제 내부의 지지자들을 끌어들이는 한편 동시에 밖에서도 압박을 가하는 작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활동가들이 “무엇보다도 대중의 심리를 우선적으로 변화시켜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는 주요 정상회의들에 대항하는 회의를 조직하는 것을 비롯해, 핵무기와 핵에너지에 내재한 위험성을 일반 대중에게 교육시키는 일 등을 포함한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핵 능력을 지닌 국가의 시민으로서 특별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활동을 소개했다. 첫 번째는 ‘핵 없는 세상 캠페인’이다. 핵지침 검토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서명 운동으로 시작된 이 캠페인은 2월 초부터 4월 말까지 5만 명의 서명을 받아 4월 중순에 백악관에 제출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3월 중순에 이미 7만 명의 서명을 받아 현재 목표를 10만 명으로 확대하여 진행되고 있다. 또한 최근 재정적자 상황을 바탕으로 미 국방부가 군비를 감축시키도록 강제하는 교육과 조직활동을 하고 있으며, 올해 5월 나토 정상회담 전날 시카고에서 열릴 대응회의를 핵무기 철폐라는 주제 아래 준비하고 있다.
또한 그는 동북아에서의 핵전쟁 위협을 줄이기 위한 고려사항도 언급했는데, 6자회담의 성공적 개최 지지, 한반도 비핵화 재건설, 한국 전쟁을 완전히 끝내는 평화조약 협상, 동북아비핵지대 조약의 비전 충족이라는 네 가지 조건이 그것이었다. 또한 제주강정마을에 어떤 새로운 군사기지도 세워져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마사 타쿠보는 일본이 핵물질의 안보와 핵확산 및 핵테러 예방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분리된 플루토늄을 만들어내지 않고, 플루토늄의 안보에 대해 무관심하고 냉담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핵심은 로카쇼 재처리 공장을 가동하지 않는 것이다. 로카쇼 재처리 공장은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분리해내기 위해 세워졌다. 마사 타쿠보는 일본이 핵발전 의존도를 크게 낮추기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관성을 버리지 못하고 이러한 재처리를 계속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로카쇼에서 전면적인 재처리 계획이 여전히 추진되고 있는 이유는 일본 전역의 핵발전소 냉각조에 쌓여있는 사용후 연료를 저장할 장소를 찾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속증식로를 꿈꾸는 사람들 입장에서 재처리공장을 가동하지 않는 것은 곧 플루토늄을 낭비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로카쇼 재처리 프로그램과 고속증식로의 가동을 추진하려는 이들의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하며, 로카쇼 재처리 공장의 재가동을 막는 것이 일본이 해야 할 일이라 주장했다.
한국의 구갑우는 현재를 탈패권시대라 규정하며, 탈패권시대 동북아 질서의 특징으로 △미국이 중국와 경쟁하면서 아시아·태평양으로의 복귀를 선언한 것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다자적 틀인 6자회담의 존재를 꼽았다. 또한 2012년에 6자회담 참여국 모두 권력교체를 경험하게 되므로 동북아 질서의 지각변동은 2013년부터 시작될 것이고 그 향방은 2012년의 선거들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평화의 동북아를 상상하는 ‘시민사회의 동북아’에서 몽골을 주목하여, 1970년대 유럽의 헬싱키 프로세스와 같은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를 상상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몽골을 주목하는 이유로 첫째, 몽골은 1990년대에 국내법의 제정과 유엔의 승인을 거쳐 비핵국가지위를 획득하여 동북아 유일의 비핵지대 국가라는 점, 둘째,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틈새에 있는 몽골은 수도 울란바토르를 동북아의 제네바로 만들려 하고 있는데, 이 정책이 양자주의가 지배적인 동북아에서 다자협력을 촉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 셋째, 사회주의 국가였던 몽골이 동북아 갈등의 한 축인 한반도의 남북한 모두와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6자 회담과 GPPAC동북아지역회의가 협력의 길로 가게 하는 유일한 방법인 의사소통과 대화의 장이며, 핵안보정상회의가 탈핵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고려해야 할 지역적 대안이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라고 제시했다.
오바마의 의도와 일본의 상황
시간 부족으로 여러 쟁점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토론에서는 주로 오바마의 의도, 미국의 태도에 대한 질의 응답이 이루어졌다. 미국은 핵무기가 아니라 재래식 무기로도 다른 나라에 대한 위협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는 핵 자체보다 미국의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태도가 아니냐는 질문, 또한 오바마의 구상과 실행의 차이는 왜 일어나는지, 실은 오바마의 ‘핵 없는 세상’ 주창이 핵패권을 유지하려는 또 하나의 수단이 아닌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조셉 거슨은 오바마의 의도에 대한 질문에, 미국 내 역관계가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오바마는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기구인 국방부의 영향을 받아 많은 부분을 양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비판에 비해 ‘핵테러’를 막겠다고 하는 오바마의 정치적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또한 국방부의 국방예산의 삭감이 오히려 타국으로 군사비용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는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제기도 이루어졌다.
일본에 대해서는 핵폭탄이 투하된 국가인 일본에서 어떻게 지금까지 핵발전소를 유지하고 있으며 ‘핵의 평화적 이용’이 쉽게 받아들여졌는지, 큰 사고를 겪고도 관성적으로 로카쇼 재처리 공장을 재가동하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서는 발표자보다 청중석에 앉은 일본 참가자들의 답변이 활발했다. 한 참가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에도 핵반대로 돌아서지 않는 일본의 상황을 전하며, 전후 천황제가 존속되고 전범들이 여전히 정권을 잡은 상황에서 핵발전 정책이 쉽게 채택된 배경을 설명했다. 다른 한편, 정부의 변화에 희망을 걸며 일본 상황을 설명한 참가자도 있었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에너지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한 몇 개의 위원회가 신설되고, 여기에 탈핵파가 1/3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3월부터 여름까지, 일본 국민들의 논의가 중요하다는 점 역시 강조하였다.
세션 2. 후쿠시마 핵사고와 핵발전 없는 아시아
두 번째 세션은 반핵아시아포럼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을 포함한 총 6개의 아시아 국가들이 각국의 상황을 발표하였다. 여기에서는 한국을 제외한 5개국의 상황을 간단히 요약한다.
첫 번째 발표는 일본 후쿠시마 현 이이다테 마을에서 온 참가자의 상황보고였다. 이이다테마을은 핵발전소 반경 30km이상 지역이지만, 방사선량이 매우 높아 현재 피난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러나 피난 조치는 전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핵발전소 사고 약 열흘 후인 3월 20일 현에서 피난을 권고하였지만, 6,600명 중 600명 정도만 피난했다. 심각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난 권고 후 과학자들이 마을에 와서 설명회를 진행하였는데,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였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핵기술에 비판적인 교토대학의 이마나카 교수 등이 방사선량을 조사했고, 이렇게 방사선량이 높은 곳에 주민들이 거주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하여 계획적 피난구역이 되었다.
바로 전날까지 안전하다고 말해놓고 바로 다음날 계획적 피난구역으로 설정된 것에 대해 주민들의 당혹감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마을 축산농가의 아픔에 대해서도 보고했는데, 공동체가 파괴되고 버려진 우사에서 죽은 소가 그대로 썩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끔찍한 상황을 공유하였다.
이어지는 발표는 필리핀 상황에 대한 것었다. 필리핀은 1985년 대중운동을 통해 바타안 핵발전소의 가동을 중지시키는 성과를 얻었으며, 현재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정부는 끊임없이 핵발전소 신규건설과 재가동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현재 필리핀 국가전력공사에서는 새로운 핵발전소 13기를 신규부지에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필리핀 기업 뿐 아니라 많은 외국 기업들이 핵발전소 신규건설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한국전력과는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하였고, 일본의 도시바, 간사이, 도쿄전력공사 등이 투자 의사를 밝혔다. 2010년 12월에는 마닐라에서 원자력 투자자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후쿠시마 사고는 의회 내에 핵발전소 추진파들의 힘을 약화시켰지만, 정부는 핵 프로그램에 대한 의지를 여전히 표명하고 있다.
마닐라에서 투자자 회의가 열렸을 때, 또한 필리핀 에너지 계획을 발표했을 때 필리핀의 활동가들은 보도자료를 내고, 지하철과 바타안 핵발전소 앞에서의 시위를 벌이는 등 신속히 대응했다. 그들은 2011년 6월 10일 대규모 운동을 시작하여, 바타안을 넘어 ‘비핵화 필리핀’을 주창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발표자인 에밀리 델라 크루즈는 1985년 바타안 핵발전소 가동 반대 시위가 있기까지는 10년 간의 조직화가 있었으며,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위력적인 대중운동도 바타안 핵발전소의 폐쇄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1985년의 경험이 젊은 세대들에게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타이완의 발표가 이어졌다. 현재 타이완에는 4기의 핵발전소가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최근 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14기의 핵발전소 중 타이완에 있는 4기가 모두 포함되었다. 4기의 핵발전소 중 3기가 수도 지역에 위치하고, 건설 중인 4호기도 수도 30km반경 내에 위치해, 핵발전소 주위에 인구가 매우 많이 밀집되어 있다. 발표자인 왕 주주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며, 1982년에 창설된 타이완 환경보호연맹(TEPU)과 올해 새롭게 창설된 타이완 반핵 연합(TNNU)이라는 타이완 반핵 연합체의 활동에 대해 소개했다.
네 번째 발표는 태국이었다. 아직 태국에는 핵발전소가 없지만, 핵발전소 건설이 계획되어 있다. 1966년부터 태국은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세웠지만 천연가스가 발견되어 당분간 계획이 미뤄졌다. 1993년이 되자 이가트(태국전력공사)는 일본 전력 회사와 손잡고 부지를 모색하고, 핵발전소를 건설할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인해 이 계획은 또다시 무산되었다. 2006년에 태국에서 쿠데타가 발생하고, 새 정부가 2007년 전력 개발 계획(PDP)을 수립하면서 4기의 핵발전소를 2021년까지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태국 핵발전소 관리 역량평가 결과가 좋지 않았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부는 다시 핵발전소 프로젝트를 3년 동안 연기하기로 한 상황이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다.
다음 발표는 인도네시아였다. 인도네시아는 12,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기가 빈번하다. 60개의 섬에 사람들이 거주하는데, 전력이 공급되는 곳은 큰 규모의 섬뿐이라고 한다. 정부는 인도네시아 총 에너지 수요의 80%만 충족하고 있고, 작은 섬들은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력 수요의 20%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핵발전소를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핵발전소를 건설해도 20% 중 2% 밖에 충족할 수 없다고 발표자인 무하마드는 비판했다.
인도네시아의 핵발전소 건설 계획도 한국과 연관되어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0년 한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카타팡 지역, 파소송 지역 등의 세 지역이 부지로 고려되고 있다. 핵발전소 추진 계획은 한국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전부터 있었던 것이지만, 인도네시아의 활동가들은 2010년 10월이 되어서야 이 계획을 알게 되었다. 계획을 알게된 후 인도네시아 활동가들은 핵감시 마드라민중연합(AM2PN)을 결성하고 핵발전소 계획을 폐기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기업과 전력회사, 한국전력 등은 아시아 각국에 핵발전소를 수출하려고 하고 있다.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에는 가동 중인 핵발전소가 없지만 세 국가 모두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고, 세계의 기업들은 이들 국가를 미개척 시장으로 보고 눈독을 들이고 있다. 동아시아에 이미 핵발전소가 밀집되어 있는 상황에서,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핵발전소가 확산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아시아 전체가 핵발전소와 핵폐기물로 둘러싸인 죽음의 지역이 될 것이다. 각국의 상황을 공유한 것만으로도, 국경을 넘은 연대가 시급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션 3. 핵 없는 사회를 위한 전략과 제안
마지막 세션 ‘핵 없는 사회를 위한 전략과 제안’은 국제포럼에서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을 함께 구성한 단체들이 이후 공동 활동을 위한 공유지반을 만들자는 목표로 기획되었다. 사회진보연대, 다함께, 에너지정의행동,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네 단체가 핵 없는 사회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각각 발표를 진행하였다. 반전평화와 탈핵을 위해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여러 단체들이 각각 어떻게 향후 활동의 방향을 제안했는지 살펴보자.
한국의 반핵운동, 무엇이 필요하고 출발점은 어디인가
사회진보연대 임필수 운영위원은 한국은 핵발전소가 많고, 핵전쟁의 위험이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오랜 시간 핵숭배 사상이나 무감각에 익숙해졌다고 진단하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나타난 한국인의 인식 변화를 사회운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핵안보정상회의의 위선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도 한국의 반전평화운동은 선전, 교육, 학습이 필요한 단계이며, 오바마의 핵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공유하고 이를 선전하는 것이 운동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함께 장호종 활동가는 핵안보정상회의는 테러와의 전쟁의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의 대북 압박에 대한 태도가 중요한데, 미국의 핵과 북핵은 둘 다 지지할 수 없지만, 양비론은 미국의 패권과 제국주의를 비판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라고 비판했다. 현재 한국의 반전평화운동은 미국의 패권 정책이 북한이나 이란의 핵무기 열망을 키운다는 것을 지적해야하며, 한국의 반핵운동이 실제 탈핵을 실현시킬 수 있는 운동이 되고, 비핵지대를 이루거나 평화체제로 가려면 반제국주의적 성격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2014년 개정 예정인 한미원자력협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한국은 핵발전소를 도입함에 있어서 미국과 협약을 체결했고, 협약 내용 중 핵심은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거나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부분이다. 이 협약의 개정을 앞둔 상황에서 정몽준 등 우익을 중심으로 한국 스스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원자력진흥계획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기 위한 연구 계획, 이를 이용하기 위한 소듐냉각로 계획, 고속증식로 계획 등이 이미 언급되고 있지만 시민사회의 본격적인 논의는 채 시작도 안 된 상황이다. 에너지정의행동은 미국이 이러한 계획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미국에 기댈 것이 아니라, 환경운동과 평화운동이 이 문제를 중심으로 함께 연대의 틀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정필 상임연구원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내에도 반핵 여론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탈핵이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표자는 탈핵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꼽았는데, 첫 번째는 사회운동이 왕성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작년에 처음 제기된 탈핵 시나리오에 대한 사회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핵에너지 시스템을 해체하는 것이다. 핵 마피아들의 네트워킹이 문제인데, 미국, 일본, 프랑스의 3국이 핵산업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20%를 차지하기 위해 한국이 동남아시아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이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 에너지 민족주의의 문제이다. 핵 산업계의 이해와 국민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과정이 있는데, 에너지 소비자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탈핵으로 가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외정책 하 동아시아와 한반도
세션1에서 발표자였던 조셉 거슨이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그는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이 논의해야 할 핵심이라고 지적하며, 미국의 주요 정책 대상이 현재 동아시아라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오바마의 대외 정책과 미국의 대외 정책을 동일시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오바마가 핵 선제 공격을 포기하려다 펜타곤의 압박으로 실패했거나, 국방예산 인상과 관련해 러시아와의 핵무기 경쟁을 막기 위해서 양보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핵안보정상회의의 복잡성을 인정해야 하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논의되는 의제 중에 중요한 의제가 있고, 몇 가지 기만적이고 이기적인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이 있다는 점을 구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거슨의 주장과 관련해 세션1에서의 쟁점이 반복되었다. 사회진보연대 임필수 운영위원은 오바마 정부가 공화당과 불가피하게 타협한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한국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오바마의 선의가 아니라 타협의 결과, 객관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모두가 확인한 것처럼 오바마의 핵무기 축소는 좀 더 실전에 활용가능한 핵무기 개발, 핵무기 현대화 계획이고, 그것은 직접적으로 한반도와 관련을 갖기 때문이다.
다함께 장호종 활동가도 오바마의 정책과 미국의 정책을 구분한다면 핵안보정상회의는 누구의 정책이라고 말해야 하는지를 질문하며, 국가가 나서서 테러를 없애겠다고 하는 것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고, 오히려 더 많은 테러를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테러가 실존하는 위협이냐도 중요하지만, 테러를 막고자 하는 주체가 누군지를 생각해보면 국가들, 그것도 핵을 보유한 국가들이 모여서 이러한 시도를 한다는 것은 훨씬 더 위험하고, 그렇기 때문에 핵안보정상회의 같은 논의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이 더 나은 일이 아니겠냐고 제안했다.
거슨은 오바마와 보수의 타협이 결국 한반도를 위협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하면서도, 미 정부 내 입장 차이를 고려했으면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였다. 계속되어 반복되는 이 쟁점은 미국과 한반도가 처한 조건이 현저히 다른 점, 그 안에서 각 국의 반전평화운동이 맞서고 있는 대상과 취하고 있는 전략이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헤게모니 국가와 이 국가의 대외정책에 의해 운명이 좌우되는 반주변부 국가의 반전평화운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겨우 문제가 제기된 단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 반핵운동에서 한국의 위상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지정토론에서 진보신당 김현우 녹색위원장은 동아시아 반핵운동의 아젠다가 무엇이 되어야하며, 한국 반핵운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반핵운동에서는 핵발전소 사고가 지구상에 보편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연대하자는 큰 틀의 이야기와 후쿠시마의 하청 노동자, 이와이지마 투쟁 등과 같은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체적인 투쟁에 대한 이야기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중간단계, 즉 동아시아 반핵운동이 함께 할 지역과제가 무엇이 되어야하는지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투쟁을 각자 응원하지만 함께 과제를 제시하고 풀어가려는 노력이 부족한데, 동아시아의 지역의제를 도출하는 것이 실제 연대활동을 강화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현우 위원장은 한국 반핵운동의 위상도 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경우 상호 의존성과 연결성의 의식이 있어, 가령 독일이 탈핵으로 나아가면 다른 나라들에도 영향을 주지만 동아시아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다하더라도 한국은 탈핵 운동에 있어서도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 있다. 한국적 핵 정책 모델이 아시아에 수출되고 있고, 안면도, 굴업도, 영덕에서 벌어진 싸움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투쟁이기도 했다. 또한 중국의 핵발전 정책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점에서도 한국에서의 반핵운동은 중요하다.
그는 실제 핵발전소가 건설되어 있는 국가들에서 반핵운동이 어떻게 임계치를 넘기느냐가 중요한데, 그 순서를 상상해보면 일본, 한국, 타이완, 중국 순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현재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핵마피아와의 결전을 앞두고 있는데, 이 싸움을 우리도 도와야 하며 이 운동이 한국과 타이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서로 활용하는 견인차로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탈핵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총선에 임한 녹색당의 이유진 비례후보는 4.11 총선에서 탈핵의 이슈를 쟁점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야당들이 탈핵 입장을 명확히 하고, 2012년의 총선과 대선에 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말했다.
핵 없는 세계를 위한 우리의 과제
현재 한국 반핵운동은 핵발전과 핵무기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이 대중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에 서있다. 무리하게 수명을 연장한 고리 1호기의 사고가 은폐되었다 밝혀졌고, 핵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도시로 보내기 위해 송전탑을 세우려는 시도에 맞서 오랜 기간 싸워온 밀양의 투쟁이 알려졌다. 이것이 한 평생 이 땅에서 농사를 지었던 이치우라는 농민의 삶과 맞바꾼 것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2014년 개정을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원자력협정도 있다.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권한을 보유한다는 것은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함임을, 이미 남한의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려내야 한다.
이와 같은 중대한 시점에 열린 이번 국제포럼은 향후 한국 반핵운동의 과제를 설정함에 있어, 함께 논의하고 고려해야 할 쟁점을 다양하게 제기했다.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과 국제연대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포럼에서 제기된 논점들을 구체화하고 진전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시아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우리는 핵발전소로 연결된 운명 공동체임을 알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핵발전소 건설을 좋은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며 아시아 각국에 핵발전소를 수출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과 한국의 반핵운동은 아시아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한국의 반전평화·반핵운동은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우리 스스로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운동에 나서자.
세션 1. ‘핵 없는 세상’과 핵안보정상회의
첫 번째 세션은 미국의 조셉 거슨, 일본의 마사 타쿠보, 한국의 구갑우가 발표를 진행하고 네 명의 지정토론자가 토론을 진행하였다.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한 성격 규정, 각 국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진정 ‘핵 없는 세상’으로 가기 위해 우리가 해야할 바가 논의되는 자리였다.
‘핵 없는 세상’으로 가기 위해 핵안보정상회의는 유효한가?
미국의 조셉 거슨은 우선 미국 핵무기 사용의 역사를 짚었다. 미국 핵무기 사용의 역사는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투하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미국이 다시 핵무기를 사용한 적은 없지만, 핵무기는 계속 현대화되었으며 전쟁 중에 핵공격을 준비하고 위협하는 관행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핵무기는 소련의 핵무기 개발로 이어지고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계속되는 위협이 핵확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핵확산의 결과 미국의 핵을 통한 위협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고, 이는 미국의 안보를 점차 위협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바마는 2009년 프라하에서 미국이 앞장서서 핵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연설을 한다.
조셉 거슨은 오바마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다르며, 그가 핵 폐기보다는 핵확산 금지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2010년 미국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의 업적은 매우 빈약했고, 오바마 행정부의 핵태세검토보고서는 미국의 선제 핵공격의 원칙을 재강조했다. 또한 오바마는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비준을 위해 상원의원들의 표를 얻으려고, 오히려 새로운 핵무기와 더욱 발전된 핵무기 운반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1,850억 달러의 예산을 추가 배정하기로 했다.
조셉 거슨은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에서 미미하나마 무기 감축에 동의했고, 오바마 행정부의 핵태세검토보고서와 펜타곤의 최근 전략 지침이 핵무기 사용을 줄이도록 지시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적 축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전방위 지배 체제 – 어느 곳에서나 어느 때나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든지 간에 어떠한 나라도 지배할 수 있는 능력 – 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구갑우는 오바마 행정부가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한 이유는 핵무기가 더 이상 미국의 안보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일방적 핵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를 가진 나라가 한 나라라도 있는 한 억지능력을 유지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즉 미국은 최후까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도 전면적 핵군축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전략핵무기 1,550기를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해도 좋다는 ‘허가서’처럼 보인다. 그는 또한 핵군축과 재래식군사력의 증강이 공존하는 모순적 정책을 지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대규모 정상회의까지 열면서 핵안보를 강조하는 미국, 한국을 포함한 국가들이 핵을 궁극적으로 폐기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이 핵심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발표자들은 오바마가 주창한 ‘핵 없는 세상’과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과는 미미하고, 각 국 정상들이 핵무기와 핵발전소를 포기할 생각이 여전히 없다는 점을 짚었다. 또한 핵무기 감축 협정을 위해 핵무기 생산을 위한 예산을 추가 배정하거나, 핵군축을 위해 재래식군사력을 증강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렇다면 진정 ‘핵 없는 세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세 발표자들은 각국의 상황을 고려하며 ‘핵 없는 세상’을 위해 자국이 해야 할 바와 세계의 사회운동 활동가들이 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제안했다.
조셉 거슨은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국제적 핵무기철폐 대중운동이 핵무기철폐를 공언한 일부 국가 권력들과 건설적이고 상보적인 협력관계를 맺어 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무기철폐 운동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핵무기철폐를 주장하는 국가체제 내부의 지지자들을 끌어들이는 한편 동시에 밖에서도 압박을 가하는 작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활동가들이 “무엇보다도 대중의 심리를 우선적으로 변화시켜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는 주요 정상회의들에 대항하는 회의를 조직하는 것을 비롯해, 핵무기와 핵에너지에 내재한 위험성을 일반 대중에게 교육시키는 일 등을 포함한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핵 능력을 지닌 국가의 시민으로서 특별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활동을 소개했다. 첫 번째는 ‘핵 없는 세상 캠페인’이다. 핵지침 검토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서명 운동으로 시작된 이 캠페인은 2월 초부터 4월 말까지 5만 명의 서명을 받아 4월 중순에 백악관에 제출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3월 중순에 이미 7만 명의 서명을 받아 현재 목표를 10만 명으로 확대하여 진행되고 있다. 또한 최근 재정적자 상황을 바탕으로 미 국방부가 군비를 감축시키도록 강제하는 교육과 조직활동을 하고 있으며, 올해 5월 나토 정상회담 전날 시카고에서 열릴 대응회의를 핵무기 철폐라는 주제 아래 준비하고 있다.
또한 그는 동북아에서의 핵전쟁 위협을 줄이기 위한 고려사항도 언급했는데, 6자회담의 성공적 개최 지지, 한반도 비핵화 재건설, 한국 전쟁을 완전히 끝내는 평화조약 협상, 동북아비핵지대 조약의 비전 충족이라는 네 가지 조건이 그것이었다. 또한 제주강정마을에 어떤 새로운 군사기지도 세워져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마사 타쿠보는 일본이 핵물질의 안보와 핵확산 및 핵테러 예방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분리된 플루토늄을 만들어내지 않고, 플루토늄의 안보에 대해 무관심하고 냉담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핵심은 로카쇼 재처리 공장을 가동하지 않는 것이다. 로카쇼 재처리 공장은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분리해내기 위해 세워졌다. 마사 타쿠보는 일본이 핵발전 의존도를 크게 낮추기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관성을 버리지 못하고 이러한 재처리를 계속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로카쇼에서 전면적인 재처리 계획이 여전히 추진되고 있는 이유는 일본 전역의 핵발전소 냉각조에 쌓여있는 사용후 연료를 저장할 장소를 찾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속증식로를 꿈꾸는 사람들 입장에서 재처리공장을 가동하지 않는 것은 곧 플루토늄을 낭비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로카쇼 재처리 프로그램과 고속증식로의 가동을 추진하려는 이들의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하며, 로카쇼 재처리 공장의 재가동을 막는 것이 일본이 해야 할 일이라 주장했다.
한국의 구갑우는 현재를 탈패권시대라 규정하며, 탈패권시대 동북아 질서의 특징으로 △미국이 중국와 경쟁하면서 아시아·태평양으로의 복귀를 선언한 것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다자적 틀인 6자회담의 존재를 꼽았다. 또한 2012년에 6자회담 참여국 모두 권력교체를 경험하게 되므로 동북아 질서의 지각변동은 2013년부터 시작될 것이고 그 향방은 2012년의 선거들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평화의 동북아를 상상하는 ‘시민사회의 동북아’에서 몽골을 주목하여, 1970년대 유럽의 헬싱키 프로세스와 같은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를 상상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몽골을 주목하는 이유로 첫째, 몽골은 1990년대에 국내법의 제정과 유엔의 승인을 거쳐 비핵국가지위를 획득하여 동북아 유일의 비핵지대 국가라는 점, 둘째,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틈새에 있는 몽골은 수도 울란바토르를 동북아의 제네바로 만들려 하고 있는데, 이 정책이 양자주의가 지배적인 동북아에서 다자협력을 촉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 셋째, 사회주의 국가였던 몽골이 동북아 갈등의 한 축인 한반도의 남북한 모두와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6자 회담과 GPPAC동북아지역회의가 협력의 길로 가게 하는 유일한 방법인 의사소통과 대화의 장이며, 핵안보정상회의가 탈핵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고려해야 할 지역적 대안이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라고 제시했다.
오바마의 의도와 일본의 상황
시간 부족으로 여러 쟁점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토론에서는 주로 오바마의 의도, 미국의 태도에 대한 질의 응답이 이루어졌다. 미국은 핵무기가 아니라 재래식 무기로도 다른 나라에 대한 위협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는 핵 자체보다 미국의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태도가 아니냐는 질문, 또한 오바마의 구상과 실행의 차이는 왜 일어나는지, 실은 오바마의 ‘핵 없는 세상’ 주창이 핵패권을 유지하려는 또 하나의 수단이 아닌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조셉 거슨은 오바마의 의도에 대한 질문에, 미국 내 역관계가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오바마는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기구인 국방부의 영향을 받아 많은 부분을 양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비판에 비해 ‘핵테러’를 막겠다고 하는 오바마의 정치적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또한 국방부의 국방예산의 삭감이 오히려 타국으로 군사비용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는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제기도 이루어졌다.
일본에 대해서는 핵폭탄이 투하된 국가인 일본에서 어떻게 지금까지 핵발전소를 유지하고 있으며 ‘핵의 평화적 이용’이 쉽게 받아들여졌는지, 큰 사고를 겪고도 관성적으로 로카쇼 재처리 공장을 재가동하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서는 발표자보다 청중석에 앉은 일본 참가자들의 답변이 활발했다. 한 참가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에도 핵반대로 돌아서지 않는 일본의 상황을 전하며, 전후 천황제가 존속되고 전범들이 여전히 정권을 잡은 상황에서 핵발전 정책이 쉽게 채택된 배경을 설명했다. 다른 한편, 정부의 변화에 희망을 걸며 일본 상황을 설명한 참가자도 있었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에너지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한 몇 개의 위원회가 신설되고, 여기에 탈핵파가 1/3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3월부터 여름까지, 일본 국민들의 논의가 중요하다는 점 역시 강조하였다.
세션 2. 후쿠시마 핵사고와 핵발전 없는 아시아
두 번째 세션은 반핵아시아포럼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을 포함한 총 6개의 아시아 국가들이 각국의 상황을 발표하였다. 여기에서는 한국을 제외한 5개국의 상황을 간단히 요약한다.
첫 번째 발표는 일본 후쿠시마 현 이이다테 마을에서 온 참가자의 상황보고였다. 이이다테마을은 핵발전소 반경 30km이상 지역이지만, 방사선량이 매우 높아 현재 피난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러나 피난 조치는 전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핵발전소 사고 약 열흘 후인 3월 20일 현에서 피난을 권고하였지만, 6,600명 중 600명 정도만 피난했다. 심각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난 권고 후 과학자들이 마을에 와서 설명회를 진행하였는데,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였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핵기술에 비판적인 교토대학의 이마나카 교수 등이 방사선량을 조사했고, 이렇게 방사선량이 높은 곳에 주민들이 거주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하여 계획적 피난구역이 되었다.
바로 전날까지 안전하다고 말해놓고 바로 다음날 계획적 피난구역으로 설정된 것에 대해 주민들의 당혹감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마을 축산농가의 아픔에 대해서도 보고했는데, 공동체가 파괴되고 버려진 우사에서 죽은 소가 그대로 썩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끔찍한 상황을 공유하였다.
이어지는 발표는 필리핀 상황에 대한 것었다. 필리핀은 1985년 대중운동을 통해 바타안 핵발전소의 가동을 중지시키는 성과를 얻었으며, 현재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정부는 끊임없이 핵발전소 신규건설과 재가동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현재 필리핀 국가전력공사에서는 새로운 핵발전소 13기를 신규부지에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필리핀 기업 뿐 아니라 많은 외국 기업들이 핵발전소 신규건설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한국전력과는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하였고, 일본의 도시바, 간사이, 도쿄전력공사 등이 투자 의사를 밝혔다. 2010년 12월에는 마닐라에서 원자력 투자자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후쿠시마 사고는 의회 내에 핵발전소 추진파들의 힘을 약화시켰지만, 정부는 핵 프로그램에 대한 의지를 여전히 표명하고 있다.
마닐라에서 투자자 회의가 열렸을 때, 또한 필리핀 에너지 계획을 발표했을 때 필리핀의 활동가들은 보도자료를 내고, 지하철과 바타안 핵발전소 앞에서의 시위를 벌이는 등 신속히 대응했다. 그들은 2011년 6월 10일 대규모 운동을 시작하여, 바타안을 넘어 ‘비핵화 필리핀’을 주창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발표자인 에밀리 델라 크루즈는 1985년 바타안 핵발전소 가동 반대 시위가 있기까지는 10년 간의 조직화가 있었으며,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위력적인 대중운동도 바타안 핵발전소의 폐쇄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1985년의 경험이 젊은 세대들에게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타이완의 발표가 이어졌다. 현재 타이완에는 4기의 핵발전소가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최근 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14기의 핵발전소 중 타이완에 있는 4기가 모두 포함되었다. 4기의 핵발전소 중 3기가 수도 지역에 위치하고, 건설 중인 4호기도 수도 30km반경 내에 위치해, 핵발전소 주위에 인구가 매우 많이 밀집되어 있다. 발표자인 왕 주주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며, 1982년에 창설된 타이완 환경보호연맹(TEPU)과 올해 새롭게 창설된 타이완 반핵 연합(TNNU)이라는 타이완 반핵 연합체의 활동에 대해 소개했다.
네 번째 발표는 태국이었다. 아직 태국에는 핵발전소가 없지만, 핵발전소 건설이 계획되어 있다. 1966년부터 태국은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세웠지만 천연가스가 발견되어 당분간 계획이 미뤄졌다. 1993년이 되자 이가트(태국전력공사)는 일본 전력 회사와 손잡고 부지를 모색하고, 핵발전소를 건설할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인해 이 계획은 또다시 무산되었다. 2006년에 태국에서 쿠데타가 발생하고, 새 정부가 2007년 전력 개발 계획(PDP)을 수립하면서 4기의 핵발전소를 2021년까지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태국 핵발전소 관리 역량평가 결과가 좋지 않았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부는 다시 핵발전소 프로젝트를 3년 동안 연기하기로 한 상황이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다.
다음 발표는 인도네시아였다. 인도네시아는 12,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기가 빈번하다. 60개의 섬에 사람들이 거주하는데, 전력이 공급되는 곳은 큰 규모의 섬뿐이라고 한다. 정부는 인도네시아 총 에너지 수요의 80%만 충족하고 있고, 작은 섬들은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력 수요의 20%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핵발전소를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핵발전소를 건설해도 20% 중 2% 밖에 충족할 수 없다고 발표자인 무하마드는 비판했다.
인도네시아의 핵발전소 건설 계획도 한국과 연관되어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0년 한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카타팡 지역, 파소송 지역 등의 세 지역이 부지로 고려되고 있다. 핵발전소 추진 계획은 한국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전부터 있었던 것이지만, 인도네시아의 활동가들은 2010년 10월이 되어서야 이 계획을 알게 되었다. 계획을 알게된 후 인도네시아 활동가들은 핵감시 마드라민중연합(AM2PN)을 결성하고 핵발전소 계획을 폐기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기업과 전력회사, 한국전력 등은 아시아 각국에 핵발전소를 수출하려고 하고 있다.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에는 가동 중인 핵발전소가 없지만 세 국가 모두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고, 세계의 기업들은 이들 국가를 미개척 시장으로 보고 눈독을 들이고 있다. 동아시아에 이미 핵발전소가 밀집되어 있는 상황에서,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핵발전소가 확산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아시아 전체가 핵발전소와 핵폐기물로 둘러싸인 죽음의 지역이 될 것이다. 각국의 상황을 공유한 것만으로도, 국경을 넘은 연대가 시급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션 3. 핵 없는 사회를 위한 전략과 제안
마지막 세션 ‘핵 없는 사회를 위한 전략과 제안’은 국제포럼에서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을 함께 구성한 단체들이 이후 공동 활동을 위한 공유지반을 만들자는 목표로 기획되었다. 사회진보연대, 다함께, 에너지정의행동,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네 단체가 핵 없는 사회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각각 발표를 진행하였다. 반전평화와 탈핵을 위해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여러 단체들이 각각 어떻게 향후 활동의 방향을 제안했는지 살펴보자.
한국의 반핵운동, 무엇이 필요하고 출발점은 어디인가
사회진보연대 임필수 운영위원은 한국은 핵발전소가 많고, 핵전쟁의 위험이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오랜 시간 핵숭배 사상이나 무감각에 익숙해졌다고 진단하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나타난 한국인의 인식 변화를 사회운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핵안보정상회의의 위선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도 한국의 반전평화운동은 선전, 교육, 학습이 필요한 단계이며, 오바마의 핵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공유하고 이를 선전하는 것이 운동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함께 장호종 활동가는 핵안보정상회의는 테러와의 전쟁의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의 대북 압박에 대한 태도가 중요한데, 미국의 핵과 북핵은 둘 다 지지할 수 없지만, 양비론은 미국의 패권과 제국주의를 비판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라고 비판했다. 현재 한국의 반전평화운동은 미국의 패권 정책이 북한이나 이란의 핵무기 열망을 키운다는 것을 지적해야하며, 한국의 반핵운동이 실제 탈핵을 실현시킬 수 있는 운동이 되고, 비핵지대를 이루거나 평화체제로 가려면 반제국주의적 성격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2014년 개정 예정인 한미원자력협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한국은 핵발전소를 도입함에 있어서 미국과 협약을 체결했고, 협약 내용 중 핵심은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거나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부분이다. 이 협약의 개정을 앞둔 상황에서 정몽준 등 우익을 중심으로 한국 스스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원자력진흥계획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기 위한 연구 계획, 이를 이용하기 위한 소듐냉각로 계획, 고속증식로 계획 등이 이미 언급되고 있지만 시민사회의 본격적인 논의는 채 시작도 안 된 상황이다. 에너지정의행동은 미국이 이러한 계획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미국에 기댈 것이 아니라, 환경운동과 평화운동이 이 문제를 중심으로 함께 연대의 틀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정필 상임연구원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내에도 반핵 여론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탈핵이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표자는 탈핵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꼽았는데, 첫 번째는 사회운동이 왕성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작년에 처음 제기된 탈핵 시나리오에 대한 사회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핵에너지 시스템을 해체하는 것이다. 핵 마피아들의 네트워킹이 문제인데, 미국, 일본, 프랑스의 3국이 핵산업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20%를 차지하기 위해 한국이 동남아시아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이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 에너지 민족주의의 문제이다. 핵 산업계의 이해와 국민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과정이 있는데, 에너지 소비자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탈핵으로 가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외정책 하 동아시아와 한반도
세션1에서 발표자였던 조셉 거슨이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그는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이 논의해야 할 핵심이라고 지적하며, 미국의 주요 정책 대상이 현재 동아시아라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오바마의 대외 정책과 미국의 대외 정책을 동일시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오바마가 핵 선제 공격을 포기하려다 펜타곤의 압박으로 실패했거나, 국방예산 인상과 관련해 러시아와의 핵무기 경쟁을 막기 위해서 양보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핵안보정상회의의 복잡성을 인정해야 하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논의되는 의제 중에 중요한 의제가 있고, 몇 가지 기만적이고 이기적인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이 있다는 점을 구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거슨의 주장과 관련해 세션1에서의 쟁점이 반복되었다. 사회진보연대 임필수 운영위원은 오바마 정부가 공화당과 불가피하게 타협한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한국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오바마의 선의가 아니라 타협의 결과, 객관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모두가 확인한 것처럼 오바마의 핵무기 축소는 좀 더 실전에 활용가능한 핵무기 개발, 핵무기 현대화 계획이고, 그것은 직접적으로 한반도와 관련을 갖기 때문이다.
다함께 장호종 활동가도 오바마의 정책과 미국의 정책을 구분한다면 핵안보정상회의는 누구의 정책이라고 말해야 하는지를 질문하며, 국가가 나서서 테러를 없애겠다고 하는 것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고, 오히려 더 많은 테러를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테러가 실존하는 위협이냐도 중요하지만, 테러를 막고자 하는 주체가 누군지를 생각해보면 국가들, 그것도 핵을 보유한 국가들이 모여서 이러한 시도를 한다는 것은 훨씬 더 위험하고, 그렇기 때문에 핵안보정상회의 같은 논의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이 더 나은 일이 아니겠냐고 제안했다.
거슨은 오바마와 보수의 타협이 결국 한반도를 위협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하면서도, 미 정부 내 입장 차이를 고려했으면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였다. 계속되어 반복되는 이 쟁점은 미국과 한반도가 처한 조건이 현저히 다른 점, 그 안에서 각 국의 반전평화운동이 맞서고 있는 대상과 취하고 있는 전략이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헤게모니 국가와 이 국가의 대외정책에 의해 운명이 좌우되는 반주변부 국가의 반전평화운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겨우 문제가 제기된 단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 반핵운동에서 한국의 위상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지정토론에서 진보신당 김현우 녹색위원장은 동아시아 반핵운동의 아젠다가 무엇이 되어야하며, 한국 반핵운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반핵운동에서는 핵발전소 사고가 지구상에 보편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연대하자는 큰 틀의 이야기와 후쿠시마의 하청 노동자, 이와이지마 투쟁 등과 같은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체적인 투쟁에 대한 이야기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중간단계, 즉 동아시아 반핵운동이 함께 할 지역과제가 무엇이 되어야하는지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투쟁을 각자 응원하지만 함께 과제를 제시하고 풀어가려는 노력이 부족한데, 동아시아의 지역의제를 도출하는 것이 실제 연대활동을 강화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현우 위원장은 한국 반핵운동의 위상도 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경우 상호 의존성과 연결성의 의식이 있어, 가령 독일이 탈핵으로 나아가면 다른 나라들에도 영향을 주지만 동아시아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다하더라도 한국은 탈핵 운동에 있어서도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 있다. 한국적 핵 정책 모델이 아시아에 수출되고 있고, 안면도, 굴업도, 영덕에서 벌어진 싸움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투쟁이기도 했다. 또한 중국의 핵발전 정책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점에서도 한국에서의 반핵운동은 중요하다.
그는 실제 핵발전소가 건설되어 있는 국가들에서 반핵운동이 어떻게 임계치를 넘기느냐가 중요한데, 그 순서를 상상해보면 일본, 한국, 타이완, 중국 순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현재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핵마피아와의 결전을 앞두고 있는데, 이 싸움을 우리도 도와야 하며 이 운동이 한국과 타이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서로 활용하는 견인차로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탈핵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총선에 임한 녹색당의 이유진 비례후보는 4.11 총선에서 탈핵의 이슈를 쟁점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야당들이 탈핵 입장을 명확히 하고, 2012년의 총선과 대선에 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말했다.
핵 없는 세계를 위한 우리의 과제
현재 한국 반핵운동은 핵발전과 핵무기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이 대중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에 서있다. 무리하게 수명을 연장한 고리 1호기의 사고가 은폐되었다 밝혀졌고, 핵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도시로 보내기 위해 송전탑을 세우려는 시도에 맞서 오랜 기간 싸워온 밀양의 투쟁이 알려졌다. 이것이 한 평생 이 땅에서 농사를 지었던 이치우라는 농민의 삶과 맞바꾼 것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2014년 개정을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원자력협정도 있다.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권한을 보유한다는 것은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함임을, 이미 남한의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려내야 한다.
이와 같은 중대한 시점에 열린 이번 국제포럼은 향후 한국 반핵운동의 과제를 설정함에 있어, 함께 논의하고 고려해야 할 쟁점을 다양하게 제기했다.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과 국제연대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포럼에서 제기된 논점들을 구체화하고 진전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시아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우리는 핵발전소로 연결된 운명 공동체임을 알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핵발전소 건설을 좋은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며 아시아 각국에 핵발전소를 수출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과 한국의 반핵운동은 아시아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한국의 반전평화·반핵운동은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우리 스스로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운동에 나서자.